“단 한번도 돈 안받아” 수뢰 부인
안상영 부산시장이 구치소안에서 매일 하루 일과와 심경을 기록해 놓은 일기에는 무죄를 확신하며 마음을 다잡다가 보석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심신이 급격하게 약해지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하지만 검찰의 강압수사 등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12월17일 자살을 결심한 듯,아들·딸·부인에게 애틋한 사랑이 담긴 유서 1장씩을 썼다.부인에게는 재산상속과 기부 등에 대한 내용까지 언급했다.또 부인 앞으로는 12월 31일과 1월 2·16일 3차례에 걸쳐 사랑과 미안함을 담은 4장의 유서를 더 썼고 모두 ‘당신의 사람 상영’이라는 글귀로 맺었다.
부산시 공무원과 시민에게도 시장으로 중도하차 하는데 대한 미안함과 착잡한 심정을 담은 글을 한장씩 남겼다.
아들과 딸에게 쓴 유서에서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버지처럼 당당하게 살아 아버지 아들로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빈다.할머니 잘 보살피고 어머님 잘 모셔라.”고 당부했다.
부인에게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몇자 정리해 둡니다.가장으로 집안을 잘 이끌어 주시오.어머님 마지막까지 잘 보살펴 주시오.세상에 왔다가 보람 남기려 했는데 안타깝소.”(12월17일),“혼자 꿋꿋하게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우리 다시 만나 못다한 것을 다 합시다.”(12월31일),“우리 열심히 살았습니다.남에게 원성산 일도 하지 않았는데.미안하오.더 좋은 가장,훌륭한 시정을 펼친 시장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었소.많은 짐을 남기고 가는 사람 미워하시오.”(2004년 1월2일)라며 사랑과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구속된 뒤 3일째인 지난해 10월19일 일기에서 “나는 받지 않는 사람이다.다른 사람이 아닌가 잘 생각해보라.인격적으로 존중했는데 자기보호를 위해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5번 부산에서 4번 조사받으면서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하고 피라미드식으로 조여왔다고 했다.지금까지 압력받고 시달렸으니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10월22일) 라며 검찰의 강요 때문에 상대방이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힘겹다.나이도 있고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다.이 시련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주십시오.”(11월13일),“약이 없이는 잘 수 없다.허리가 매우 불편하다.전부가 망가지고 있다.”(12월16일),“앉았다 일어나려면 몇번이나 시도해야 가능하다.식사후 일어나기가 힘들다.이것이 마지막 일는지도 모른다.”(12월18일),“몸이 한계에 왔다.”(12월20일)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일기내용이 짧아지고 글씨체도 흐트러져 있어 몸과 마음이 급격하게 지치고 마음의 동요가 심했음이 엿보인다.
“부산시장 재임동안 단 한건의 부정과 야합한적 없습니다.단 한번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 없습니다.”(1월3일)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정다툼에 따른 심리적 부담,민선시장으로서의 자존심의 상처 등을 견디지 못해 결국 마지막 길을 택한 듯하다.
부산 강원식기자 k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