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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서라] ‘정보경찰 개입’ 대선은 직권남용, 총선은 공직선거법…왜 죄명 다를까

    [법서라] ‘정보경찰 개입’ 대선은 직권남용, 총선은 공직선거법…왜 죄명 다를까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지난 3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치·선거에 개입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이 불구속 기소되고, 특히 강신명 전 청장은 구속까지 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경찰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선거는 ▲2012년 18대 대선 ▲2014년 6회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 ▲2016년 20대 총선 등 3가지 시기입니다. 그런데 같은 선거 개입인데도 각각 적용된 혐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검찰은 2016년 20대 총선 개입 정황에 대해서만 형량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나머지 두 시기에 이뤄진 선거에 대해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만 적용했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정보경찰이 어떤 식으로 선거에 관여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선거에 관여했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경찰들은 여당(당시 새누리당)에 유리한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에 생성된 문건에는 ‘대선을 앞둔 좌파진영 분위기를 파악하고, 반값 등록금이나 군복무 단축 등 야권의 비현실적 공약의 허구성을 부각하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11월엔 충청지역이 대선 캐스팅 보트임에도 강한 공약이나 메시지가 없으므로 세종시 이전 이행상황 재점검, 과학벨트 홍보 등의 대책을 제안하는 문건이 생성됐고요. 2년 뒤에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년 5월 정보경찰은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 정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보고 ‘보수 후보 난립’을 공론화해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정보경찰이 같은 해에 일어난 세월호 사태의 비극을 ‘여당 악재’로 규정하고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합니다. 당시 생성된 문건엔 “보수언론을 이용해 야권의 공천갈등 실태를 부각시켜 여당에 악재인 세월호 사고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검찰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엔 보다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파악했습니다. 청와대가 정보경찰에 선거 정보 수집 및 전략 수립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경로가 드러난 것이죠. 정무수석이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요구하고, 경찰청은 전국 일선 정보경찰들을 동원해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해 다시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친박’(친박근혜계)에 유리한 정보를 중요시해 ‘친박리스트’까지 만들어 정보경찰에 제공했습니다. 당시 생성된 정보문건을 살펴보면, 전국 선거구별 총선 여론을 분석하거나 사전투표소 현장 분위기를 격전지별·세대별 관심사항으로 구분해 보고했습니다. 좌파세력이 총선을 위해 결성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분석하고, 낙선운동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부각해 동조하는 세력을 차단하고 보수단체를 활용할 것도 제안했습니다. 심지어 야당의 ‘더불어성장’, ‘공정성장’ 등의 경제공약을 분석하기까지 했습니다. 정당한 정보활동이 아닌,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기획에 활용된 불법 정보 수집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확실히 야당 총선 공약까지 분석하는 것이 경찰의 정당한 업무라고 보긴 어렵겠죠. ●왜 다른 죄명이 적용됐나 일련의 선거 개입은 모두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검찰은 각각 다른 죄명을 적용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20대 총선에만 적용되고, 나머진 직권남용죄만 적용됐죠. 그 차이는 공직선거법 처벌 규정이 강화된 시점에서 발생합니다. 2014년 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은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보경찰에 대입해보면 정보를 수집하는 직무를 통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죠.검찰은 20대 총선 당시 명백한 불법 선거 기획이 있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안이라고 설명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하고 ‘친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고, 현 전 수석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10월을 선고받은 상태죠. 이 과정에서 물밑에서 일선 정책정보를 수집하고 선거전략까지 세운 정보경찰 역시 ‘선거 기획’에 관여한 사실상 공범으로 기소된 것이죠. 그러나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이전 시점인데다, 이 같은 조직적인 ‘선거 기획’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못했습니다. 시기도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시 관계나 공범 관계를 규명할 충분한 증거자료도 발견되지 못했죠. 결국 검찰은 2012년 대선에 대해선 강신명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과 정창배 당시 경찰청 정보2과장,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에 대해선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2과장 등 2명만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8명이 기소된 20대 총선 개입에 비해선 제한적인 기소였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수사 물론 기소됐다고 해서 혐의가 100%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진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특이하게 검찰 수사와 별도로 경찰 자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경찰청도 과거 정보경찰이 선거 등에 불법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차이는 있습니다. 검찰 수사는 현 전 수석을 최종 지시자로 지목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의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경찰청은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최종 지시자로 지목했습니다. 또한 현 전 수석뿐만 아니라 전임자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까지도 검찰에 송치했죠. 특히 경찰청은 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입건하면서, 강 전 청장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전 청장은 20대 총선 개입이 이뤄질 당시 결재권자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나아가 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했을 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전혀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건을 놓고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인물과 죄명이 다른 셈이죠.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법리 적용의 차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수사 범위와 시기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경찰청 수사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경찰청의 송치 자료를 돌려보내고 6월 말까지 보완하도록 지휘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무엇이 확정된 상태로 단언해선 안되겠죠. 다만 검찰과 경찰 모두 과거 정부에서 정보경찰이 직무에 반해 불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했다는 점은 수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이 재발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지켜봐야겠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기생충 박사 서민교수의 ‘기생충과 의학, 그리고 인간’ 부천 강좌

    기생충 박사 서민교수의 ‘기생충과 의학, 그리고 인간’ 부천 강좌

    경기 부천시립꿈빛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기생충과 의학, 그리고 인간’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인문독서아카데미 ‘거의 모든 것의 과학’의 세 번째 프로그램인 이번 강좌는 7월 2일부터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진행된다. ‘기생충 열전’과 ‘기생충 콘서트’, ‘서민적 글쓰기’ 등 저자인 단국대 의과대학 서민 교수 강의가 진행된다. 기생충의 진실과 의학세계사, 한국 의료 현실을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좌는 ‘기생충의 진실’을 비롯해 ‘매스컴과 기생충’, ‘기생충 연구’, ‘의학세계사’, ‘개념의료,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전’ 등 5개 소강의로 운영된다. 수강신청은 오는 12일 오전 10시부터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bcl.go.kr)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선착순 60명을 모집한다. 인문독서아카데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꿈빛도서관(032-625-4629)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피아트, 르노 합병 결국 무산… 세계 최대 車업체 탄생 불발

    佛정부, 르노 노조 반발하자 입장 선회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제안했던 합병 제안을 철회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탄생이 무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FCA가 르노와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CA는 르노 이사회가 FCA의 합병 제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제안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프랑스의 정치적 환경 탓에 양 기업의 합병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노 이사회 관계자는 “(르노의 주식을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합병 연기를 요청해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르노의 주식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는 애초 양사의 합병을 지지했었다. 구매 비용 절감,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개발 비용 분담 등 합병이 가져다줄 이익 때문이었다. 그러나 르노 노조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반발하자 입장을 선회했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내 일자리와 생산시설 유지, FCA와 르노의 균형 잡힌 지배구조 등 4개 조건을 내걸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합병 무산의 화살을 르노의 동맹인 닛산에 돌렸다. 르메르 장관은 “4개 요구조건 중 3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닛산의 분명한 지지가 달성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FCA는 지난달 27일 르노에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는 합병을 제안했었다. 르노와 닛산의 동맹이 FCA와 합병하면 총판매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되는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피플인 월드] ‘군부 쿠데타’ 쁘라윳 총리 재집권

    [피플인 월드] ‘군부 쿠데타’ 쁘라윳 총리 재집권

    개헌·총선 연기 등 갖은 수단 총동원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65) 태국 총리가 개헌, 총선 연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끝에 지난 5일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 쁘라윳 총리는 이날 밤 전체 750명으로 구성된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500표를 얻어 반(反)군부 진영 단일후보였던 타나톤 쯩룽르앙낏 퓨처포워드당 대표를 꺾었다고 AP통신이 6일 전했다.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쁘라윳 총리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웨라촌 수꼰다빠띠빡 정부 부대변인은 “쁘라윳 총리는 국가와 종교, 왕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모든 태국 국민도 자신과 힘을 합쳐 태국을 전진시키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2014년 5월,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와 왕실·관료 등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옐로셔츠’ 세력 간의 해묵은 대립과 충돌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후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 서거, 개헌 후속 조처 등을 이유로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 시기를 계속 연기했다. 또한 개헌을 통해 군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직접 선발해 이들이 하원의원과 함께 총리 선출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했다. 선출직 의원이 아닌 비선출직 명망가도 총리가 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태국에는 의회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의회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군부 독재 땐 쁘라윳 총리가 모든 권력을 가졌으나 이번에는 선거를 치렀다. 5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부 정당 주도 연립정부의 하원 의석은 254석으로 절반인 250석을 가까스로 넘는다. 쁘라윳 총리의 일방 통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샌더스, 이번엔 월마트 저격… “최저임금 올려라”

    샌더스, 이번엔 월마트 저격… “최저임금 올려라”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저격수인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미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열린 월마트 연례 주주총회에서 월마트 소유주 가문만 부를 독식해 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최저임금을 올려 부를 분배하라고 촉구했다. CNN 등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이날 월마트 주주이자 직원 캣 데이비스의 위임권을 받아 주총장에 들어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최고 부자 가문인 월튼 패밀리가 1700억 달러(약 200조원)의 돈을 축적하는 동안 월마트 근로자들은 기아 수준의 임금에 진절머리나게 시달려왔다”면서 “월마트가 이제 모든 근로자에게 최소한도로 살아갈 수 있는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또 “월마트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월마트 근로자 평균 연봉의 1000배가 넘는다”며 덕 맥밀런 월마트 CEO가 근로자 평균 연봉의 1076배인 2360만 달러를 받는 것을 꼬집었다. 아마존이 최근 창고 근로자 최저 시급을 11~12달러에서 15달러 수준으로 올렸지만 월마트는 최저시급이 11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관련, 맥밀런 CEO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듣고 있고 배우고 있다. 그리고 바꿔 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범죄 방지와 조리돌림 사이… 범인 신상공개 ‘고무줄 잣대’

    범죄 방지와 조리돌림 사이… 범인 신상공개 ‘고무줄 잣대’

    찬성측 “피해자 인권 더 중요” “알권리” 반대측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 적용” 부실수사 국민분노 피하려 악용 지적도 “공개 통한 예방효과 아직 입증 안 돼” “기준 구체화 하거나 위원회 통일 필요”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강력범 신상공개의 기준과 효과를 두고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올 들어 3번째 강력범 신상공개에 해당한다. 앞서 경찰은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김다운(34)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의 신상을 공개했다. 현행법에는 신상공개 기준으로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 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영향력, 물적 증거, 범죄의 잔혹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경찰 3명과 외부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위원회)의 구성이나 여론의 동향에 따라 공개 여부가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실한 수사와 초동 대처 미흡으로 경찰이 비판을 받게 되면 국민의 분노를 피의자에게 돌리기 위해 신상공개 카드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안인득의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해 결국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그러자 경찰은 사건 하루 만에 안인득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지방경찰청마다 신상공개 심의위원회가 열리지만,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사건도 다르게 판단할 때가 있다”면서 “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위원회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관성 없는 신상공개로 인해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도 갈린다. 피의자보다 피해자 인권이 중요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찬성 측 논리다. 직장인 안모(28)씨는 “신상공개 반대론자들은 본인의 가족이 피해를 당해도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해주자’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신상공개의 근거로 범죄 예방 효과를 제시한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죄가 있다면 신상공개가 도움되겠지만 공개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모(28)씨는 “공개의 기준이나 효과를 알 수 없는데 현대판 ‘조리돌림’을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41세 프레데릭센, 차기 덴마크 총리로 유력

    41세 프레데릭센, 차기 덴마크 총리로 유력

    덴마크의 중도 좌파 야당 사회민주당이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사민당은 우파 정부가 축소한 복지 정책을 다시 확대할 것을 약속했지만 현재 덴마크 정부의 반(反)이민 기조는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5일(현지시간) 덴마크 총선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사민당을 비롯한 좌파 블록이 전체 179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91석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당을 비롯한 우파 블록은 81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6일 여왕을 만나 사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민당은 4년 만에 정권을 되찾게 됐다. 올해 41세인 메테 프레데릭센 사민당 대표는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될 전망이다. 프레데릭센 대표는 선거 공약에서 복지 관련 지출을 늘릴 것과 강력한 이민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혀왔다. 사민당은 2015년 총선에서도 47석을 얻어 제1당이 됐지만, 자유당을 비롯한 우파 블록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바람에 정권을 내주고 지난 4년간 제1 야당으로 머물렀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친북 인사’ 日 이노키 의원 또 방북 추진

    ‘친북 인사’ 日 이노키 의원 또 방북 추진

    ‘친북 인사’로 유명한 일본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출신 정치인 안토니오 이노키(76) 일본 참의원이 34번째 북한 방문을 추진 중이다. 교도통신·산케이신문 등은 지난 4일 이노키 의원이 오는 2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26일까지 머물면서 북측 고위 인사와 회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교도 등에 따르면 이노키 의원은 현재 북한을 방문하려고 국회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미국에 저항한다는 이란… “전쟁날라” 복잡한 속내

    미국에 저항한다는 이란… “전쟁날라” 복잡한 속내

    이란이 연일 대미 강경 투쟁 방침을 밝히며 미국과의 긴장 강도를 높인다. 그러나 이란이 겉으로 위협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전례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중동 일대의 친이란 무장단체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긴장 고조와 잇달은 상황 악화가 어느 한 쪽의 돌발적 행동으로 이어져 전면전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의 지나친 요구와 괴롭힘에 저항하는 것이 그것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현재의 지도자들과 함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이는 그들이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과 이란의 관리들은 이러한 정치적 속임수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제재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직격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수십년간 이란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군비를 확충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헤즈볼라에 연평균 7억 달러(약 8256억원)를 주며, 이는 헤즈볼라 예산의 7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위축되면서 이란이 헤즈볼라에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가 많이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봉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설도 있다. 이와 관련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지금의 극단적 대치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빼면 미국과 이란 양측에서 진심으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계산 착오, 신호 누락 등으로 이한 사소한 충돌이 미국 및 중동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역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쾌적한 업무환경 갖춘 한강신도시 지식산업센터 ‘디원시티’ 분양

    쾌적한 업무환경 갖춘 한강신도시 지식산업센터 ‘디원시티’ 분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로 시작된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키워드가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사업체 초과근로시간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군에서 300인 이상 사업체는 0.7시간 감소, 300인 미만 사업체는 1.2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 산업군 대비 지식산업센터의 주 입주 업종인 제조업의 초과근로시간이 약 8.5시간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로시간이 긴 만큼 사업주들이 지식산업센터 내 편의시설이나 휴게공간 등의 업무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근로자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업무공간을 제시하는 지식산업센터 ‘디원시티’가 최근 분양에 들어가 눈길을 끈다. 경기도 김포 구래동에 조성되는 ‘디원시티’는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에 지하 4층~지상 10층, 지식산업센터 397실, 상업시설 90실, 기숙사 180실 규모로 들어선다. 시공은 1군 건설사 대림산업이 맡는다. 이 지식산업센터는 세련된 외관과 특화 설계를 통해 쾌적한 업무공간과 휴게시설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디원시티’의 업무공간인 ‘디원시티 타워’는 층고 12m의 고급스러운 로비와 이용자에 맞춘 크기의 소·중·대 회의실, 접견실을 비롯해 휴식공간인 옥상정원을 설계해 근로자들의 쾌적한 근무 환경에 신경 썼다. 더불어 4면이 개방된 상업시설과 문화거리를 함께 구성해 근무지가 삭막한 공간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썼다. 근무 환경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접근성 또한 높다. 내달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양촌역과 약 350m(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역세권에 포함된다. 김포도시철도를 이용한다면 김포공항까지 약 29분, 수도권 지하철로 환승해 1시간 이내로 홍대입구역, 서울역, 여의도역에 닿을 수 있다. 광역 교통망도 우수하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대곶IC가 단지 인근에 있으며 순환고속도로를 바탕으로 수도권 물류 이동이 편리하며 인천국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수출입에도 유리하다. 그리고 서울과 같은 과밀억제권에서 이주 시에는 4년간 법인세가 100% 감면되며 2019년 말까지 입주하는 기업에게는 취득세 50%, 재산세 37.5%가 감면돼 신사옥 마련에 부담이 적다. ‘디원시티’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며, 홍보관은 김포시 김포한강9로75번길 이너매스한강에 위치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멕시코 남학생들 치마 입는 이유는?

    멕시코 남학생들 치마 입는 이유는?

    앞으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공립 초등학교 남학생은 원하면 교복 치마를 입어도 된다. 여학생의 바지 착용 또한 자유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진보 성향의 여당 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이 전날 성 중립적 교복 정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세인바움 시장은 시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여자아이들이 치마를 입고 남자아이들이 바지를 입어야 했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며 “원하면 소년이 치마를 입을 수 있고 소녀 역시 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은 즉시 시행된다. 세인바움 시장은 “이것(성 중립적 교복 정책)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평등, 형평성의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세인바움 시장은 멕시코시티 사상 두 번째 여성 시장이다. 그는 선거 기간에 여성과 성 소수자의 권리를 증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현지 성 소수자 권리 증진 운동가들은 “성 정체성을 두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에스테반 목테수마 멕시코 교육부 장관은 세인바움 시장의 발표를 높이 평가하며 “많은 주 정부가 평등과 권리, 그리고 상호 존중이라는 사회의 규칙을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멕시코 다른 주들도 이번 정책을 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세인바움 시장의 성 중립적 교복 정책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의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암로 대통령은 지난달 전국적인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멕시코에서는 현재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만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진보단체 사찰·판세 분석… ‘선거 개입’ 강신명 前 경찰청장 기소

    진보단체 사찰·판세 분석… ‘선거 개입’ 강신명 前 경찰청장 기소

    정무수석 지시로 문건 작성·보고 “보수 노인단체 활용” 조언 하기도 靑 관심사만 채택… 일선 “점수의 노예” 현기환·이철성 등 관계자 재판에 檢 “朴 개입한 증거는 확보 못해”이명박·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이 ‘좌파 제압’ 명목으로 언론에서부터 진보단체, 문화예술계, 심지어 지역서점과 경로당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불법 사찰을 벌여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2012년 18대 대선, 2014년 지방선거 및 교육감선거, 그리고 2016년 20대 총선 등 각종 선거에 개입해 당시 여권에 유리한 정보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경찰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 정보경찰은 경로당의 좌파 세력이 여론 조성을 하고 있으니 보수 노인단체를 활용해야 한다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서점 지원 사업에 좌파 서점이 다수 선정됐으니 부적격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청와대에 보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진보 영화에 맞선 안보 소재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KBS, MBC 등에 대해 세월호 사태 보도 축소를 권고하거나 보수매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제안도 정보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에 담겼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보경찰은 더욱 긴밀한 공조체제로 움직였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 강조사항을 확인한 뒤 친박 후보 등 여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했고, 관련 정보를 수집·보고할 것을 경찰청 정보국에 지시했다. 현 전 수석은 50~100명에 이르는 소위 ‘친박’ 리스트를 작성해 정보경찰에 넘겼다. 정무수석의 지시사항은 치안비서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경찰청에 전달됐다. 이에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등 수뇌부는 전국 정보경찰을 동원해 ‘전국 판세 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2016.9. 외근정보관 첩보 평가기준’에 따르면 치안 정보와 무관한 ‘대선 공약집 입수(사전 입수시)’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청와대 입맛에 맞는 정보가 가점을 받는 시스템이 가동됐다. 일선 정보경찰들은 스스로 “점수의 노예”라고 한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이날 강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한편 사건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김상운 당시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정보심의관을 불구속기소했다. 현 전 수석과 함께 박화진 전 치안비서관(현 경찰청 외사국장),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 4명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보경찰의 불법행위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선거 사범을 수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美대사관 인질극 악연, 친미 중동국들 과장이 ‘이란 혐오’ 키웠다

    美대사관 인질극 악연, 친미 중동국들 과장이 ‘이란 혐오’ 키웠다

    미국은 이란을 미워하고 두려워한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지난 2월 미국인의 82%가 이란을 대체로 싫어하거나(46%), 몹시 싫어한다(36%)고 밝혔다. 또 미국인 93%가 10년 안에 이란이 미국의 실제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 사회 저변에 이란 혐오와 공포가 깔린 것이다. 왜일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화학무기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거나, 미국의 국익에 현저한 위협을 가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이란은 미국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수모를 안긴 나라다. 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전복했다.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민중을 탄압했던 샤(왕)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의 미 입국을 허용했다. 샤의 송환, 재판 그리고 처형을 요구했던 이란인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경파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을 점거했다. 대사관 직원 등 52명이 444일간 인질로 붙잡혔다. 미대사관이 점령당하고 미국인이 인질로 잡힌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중동전문가 윌리엄 비먼 미 미네소타대 인류학 교수는 이란인들의 미대사관 점거를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난 가장 파괴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과 이란 혁명에 대한 몰이해가 미국인의 정서 밑바닥에 일종의 이란 혐오를 심었다고 호주 대안언론 더컨버세이션은 분석했다. 더컨버세이션은 “미국인 대다수가 친미 왕정이 폭압적인 정책을 펼친 것을 몰랐다. 미국인들은 그저 성난 군중이 미 외교관을 인질로 잡은 것으로 인식했다”면서 “정신이 나가고, 편협한 사상에 사로잡힌, 미국을 싫어하는 종교적 광신도들이 벌인 일로 평가절하했다”고 설명했다.미국인은 이란이 자국 대사관을 점령한 것은 40년간 기억하면서도, 미국이 이란 민간인 290명을 살해한 사실은 잊었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였던 1988년 7월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이란 영해인 호르무즈해에서 이란 민항기를 격추했다.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했다. 미 정부는 민항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해명했을 뿐,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대이란 감정과는 무관하게 양국 관계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아주 나빴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재임기는 해빙기였다. 특히 2013년 하산 로하니가 이란 대통령으로 집권하면서 이란 핵문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미국과 이란 등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다. 2017년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JCPOA에서 탈퇴하고 지난해 11월 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탈퇴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란에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미 인터넷매체 복스 등은 이란에 적의를 가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초강경 대이란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봤다. 볼턴 보좌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당시 국무부 차관으로 대외 강경책에 입김을 미친 ‘슈퍼 매파’다. 볼턴은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되기 약 8개월 전인 2017년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인들이 개최한 집회에 참석해 “미국은 테헤란에서 이슬람 학자들의 정권을 전복하는 정책을 선포해야 한다. 이란 정권의 행동과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정권 자체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연설했다. 당시 발언과 관련 복스는 “볼턴 보좌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하려 하지 않았던 독재정권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란은 볼턴 보좌관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볼턴 보좌관이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여 왔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종교적 믿음대로 결정해 온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도로 알려져 있다. 더컨버세이션은 “복음주의자들은 근본적으로 신이 이스라엘 땅을 유대인에게 주었다고 믿는다”면서 “타협하지 않는 ‘친이스라엘’적 입장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이란의 적성국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이란에 공동 압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닷새 후에는 미국의 거대 유대계 이익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 참석해 “이란과 친이란 세력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서 “반(反)시오니즘(유대민족주의 운동)은 반유대주의이며 이란처럼 반시오니즘을 지지하는 모든 국가에 맞서야 한다. 유대 민족의 정당한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며 친이스라엘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 시사매체 더네이션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친미 국가에 주목했다. 더네이션은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자신이 벌인 참혹하고 잔혹한 정책에서 눈을 돌리게 할 괴물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란”이라면서 “1980년대 그 괴물은 이라크였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파기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이스라엘 우익이 겁내야 할 존재로 만들었다. 이 정책을 미국이 되풀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사우디는 이란이 ‘혁명’을 수출해 자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최고 성직자가 최고지도자를 맡되 그 아래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분리해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만들었다. 반면 사우디는 1932년 국가를 수립한 이후 지금까지 전제군주제를 고수해 왔다. 사우디 국왕은 왕이자 동시에 이슬람의 수호자로서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방면에 걸쳐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다. 이란은 동맹 또는 친이란 세력에 상당한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중동에서 세를 급격하게 키워왔다. 미 온라인매체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이란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라아 민병대, 예멘의 반군 후티를 직접 통치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독립적인 정치구조를 허용한다. 반면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에 입각해 동맹에도 엄격한 종교적·정치적 기준을 요구한다. 더네이션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치적인 의도로 이란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네이션은 “이란의 군사력은 미국, 이스라엘 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군 예산의 60%에 불과하다. 군사력으로는 3류 수준”이라면서 “이란의 공포에 떤다는 이스라엘은 8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역내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란이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쓰는 데다 또한 종파를 중시하는 이슬람에서 비주류인 시아파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20억 무슬림 가운데 시아파는 약 15%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와 이란의 긴장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일(현지시간) 전날 중동 걸프에서 모의 폭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에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은 이번 훈련에 B52 폭격기, FA18 슈퍼호넷 전투기, MH60 시호크 헬리콥터, E2D 조기경보기를 실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동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려면 이란이 ‘정상국가’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은 협상 조건이 있다면서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하고, 군사 초강대국으로서 위협해놓고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비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피플인 월드] 1537조원 UAE 국부펀드 좌지우지…‘아랍 최강의 군주’ 빈자이드 왕세제

    [피플인 월드] 1537조원 UAE 국부펀드 좌지우지…‘아랍 최강의 군주’ 빈자이드 왕세제

    “아랍 최강의 군주는 MBS(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아니라 MBZ(무함마드 빈자이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세간에 덜 알려진 빈자이드(58) 왕세제가 “아랍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면서 “빈자이드 왕세제는 워싱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 점점 더 호전적인 정책을 펼치게 한다”고 분석했다. 빈자이드 왕세제의 힘은 막강한 오일 머니와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그는 1조 3000억 달러(약 1537조 6400억원)에 이르는 UAE 국부펀드를 좌지우지할 힘을 가졌다. 빈자이드 왕세제는 또 2010년까지 4년간 F16 전투기 80대, 아파치 헬리콥터 30대 등을 사들였다. 이는 사우디 등 다른 아랍 5개국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다. 빈자이드 왕세제는 특히 적성국 이란과 왕정을 위협하는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을 가차없이 탄압했다. 그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을 견제하려고 예멘 내전에 뛰어들어 인도적인 위기를 초래했고, 친무슬림형제단 인사인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빈살만 왕세자를 지지해 비판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 정계에서 빈자이드 왕세제의 파급력은 여전하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빈자이드 왕세제를 신뢰하며 특히 카타르, 리비아, 사우디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 빈자이드 왕세제의 의견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전 미국 국무부 관리였던 타마라 코프만 위트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고 논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검찰, ‘20대 총선 개입’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기소

    검찰, ‘20대 총선 개입’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기소

    박근혜 정부 당시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영포빌딩에서 ‘정보경찰 문건’이 발견된 지 1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3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4월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지난 15일 홀로 구속됐다. 당시 경찰청 차장이었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김상운 당시 정보국장, 박화진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현 경찰청 외사국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나아가 검찰은 현 전 정무수석을 비롯해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정무수석은 2016년 4월 20대 총선이 다가오자 여당과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의 승리를 위해 청와대에 파견됐던 박 전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요구했다. 이에 강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조직은 전국 정보경찰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의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은 다시 별보·정책자료로 작성돼 현 전 정무수석에게 보고됐고, 실제 총선에 활용됐다. 이 외에 검찰은 정보경찰들이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수사 과정에서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정보경찰의 청와대 보고 문건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청은 같은 해 3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66건과 보고되지 않은 70여건 등 총 130여건의 문제성 정보 문건을 확인하고, 4개월 뒤 영포빌딩 문건 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이후 정보경찰이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 같은 문건을 생성·보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찰청은 같은 해 8월 박근혜 문건 수사팀도 새로 가동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말 전직 정보2과장 2명을 검찰에 송치한 데 이어, 지난 23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은 강 전 청장은 송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그리고 일부 경찰 인사는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고 경찰청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경찰청이 송치한 나머지 인물에 대해선 6월 말까지 보완수사를 지휘하고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美상공회의소, 트럼프 ‘이민자 관세’ 법적 대응 검토

    공화당 내부서도 “관세 권한 남용” 비난 CNBC “강경 이민정책 밀러의 아이디어” 5일 협상 멕시코 대통령 “합의 끌어낼 것”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의 미국행을 막지 않으면 멕시코산 모든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탄발언에 멕시코는 물론 미 정계와 재계가 들썩였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이자 기업 이익단체인 상공회의소는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밝힌 이 같은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찰스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은 성명에서 “이번 관세 부과는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의회 비준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널드 와이든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 소비자가 부담할 것이고, 미국인 노동자는 멕시코의 보복에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전역 300만개가 넘는 기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상공회의소는 “모든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법적 대응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CNBC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기업 관련 단체들이 백악관을 상대로 한 소송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번 결정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참모진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USMCA의 각국 비준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멕시코 관세 부과를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또 “이민정책 강경파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밀어붙인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밀러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자 초강경 이민정책 설계자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으름장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 일각에는 대화를 진행해 합의와 타협에 이를 의지가 있다.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을 받아들이는 대신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과 멕시코는 오는 5일 관세 부과 관련 공식 협상을 시작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6월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불법 이민 문제가 고쳐질 때까지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미국 중동평화안 발표 임박했는데 중동서 ‘반미’ 선언

    미국 중동평화안 발표 임박했는데 중동서 ‘반미’ 선언

    범이슬람권이 무슬림의 성지 메카에 모여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미국의 중동평화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나온 반미 선언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 57개국은 1일(현지시간) 채택한 메카 선언에서 미국이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고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국제사회가 시리아 영토로 인정하는 골란고원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골란고원의 법적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도 거부한다”라고 결의했다. OIC는 또 “팔레스타인이 빼앗길 수 없는 주권, 자결권을 획득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1967년 이전의 영토 위에 세워진 독립국 수립을 지지한다”라고 천명했다. 이번 선언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중동평화안 협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오는 25일 바레인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주축으로 준비한 중동평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 등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OIC 회의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주최로 지난달 30일 열린 아랍연맹·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는 이란을 강도 높에 규탄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아랍계 혈통이 아닌 탓에 아랍연맹 및 GCC에서는 배제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최근 오만해 상선 공격 및 아람코 송유시설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란의 행동에 대한 확고한 억제력 부재가 오늘 우리가 보는 긴장 고조를 야기했다”면서 “모든 수단을 다해 이란 정권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테러분자를 옹호하면서 국제적 수로(호르무즈 해협)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이란의 안정과 안보는 아랍·이슬람 국가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이라크와 100㎞의 국경을 맞대는 이란의 안보가 (아랍권의)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에 이란은 “사우디가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란에 맞서 아랍 국가들을 규합하려는 사우디의 시도를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에 의한 헛된 시도의 연속으로 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국정농단부터 사법농단까지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계속한 검찰의 현재 과제는 정보경찰 수사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위법하게 정보수집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이나 정치관여 의혹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보경찰 의혹은 국정원이나 국군 기무사령부의 정치관여 혐의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정보수집을 하는 국가 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경찰이 정보경찰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현재 수사권 체계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으니까요. 정보경찰 수사가 여느 수사와 다른 점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예를 들면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검찰과 경찰 모두 출동한 겁니다. 그리고는 살인 사건 피의자와 목격자를 각각 검찰과 경찰에 불러서 조사한 거죠. 똑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한 법조문도 살인과 상해치사로 다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찰청장 책임 크다는 검찰, 청와대 탓이라는 경찰  정보경찰 수사는 지난해 3월 영포빌딩에서 시작합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는데, 지하실에 문건이 있었던 겁니다. 청와대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게 3000여건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정보경찰 문건도 있었습니다. 검찰로서는 ‘노다지’를 발견한 거죠.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보경찰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자체 수사를 벌였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수사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둘 다 상대방의 수사 내용을 모른다고 답합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수사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경찰 내부 저항이 컸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현직 고위 간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정보경찰 피를 말릴 것처럼 수사하니 경찰 조직원들의 충격과 불만이 상당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위법 의혹에 대해 검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법원은 강 전 청장만 구속하고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정보국장이나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전직 정보심의관과 청와대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본건 가담경위 내지 정도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쉽게 말해 ‘경찰청장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 거죠.  경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보고 기자들이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서는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송치 대상자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이철성 전 경찰청장·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당시 청와대 사회안전·치안비서관)입니다. 사건 당시 경찰청에 있던 인물은 전혀 없고 청와대 근무자만 있습니다.    ◆檢“고위직 책임져야”vs警“관행인데 억울”  수사권 조정을 두고 투닥투닥 싸우는 검경인데, 이번 정보경찰 수사 반려를 두고는 양쪽 모두 일언반구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비칠까 의식한 탓인지 서로 아무런 이유도,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법리 적용을 이유로 반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확인됐습니다. 유사한 범죄사실을 두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을, 경찰은 직권남용만 적용했거든요. 결국 남은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미진’입니다. 검찰이 ‘직권남용을 지시한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를 하면서 최고위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직권남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대가는 곧 자리입니다. 관행적으로 하던 일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고위직에 있었고, 과거 정권에서 잘 나갔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검찰은 이 논리를 과거 정권의 권력기관에 적용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원세훈·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직 국정원장 4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혐의에는 직권남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경찰이 같은 직권남용을 두고 최고위직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전직 경찰 간부의 말입니다.  “정보경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정책·치안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런데 정당한 업무와 위법한 업무 사이 경계에 있는 일이 많아요. 세월호 유족 집회 대응 정보는 당연히 정당한 업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사찰이 될 수 있죠. 지금 정부의 정보경찰도 과거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지금 청와대도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보가 있어야 정책을 펴고,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아야 되거든요. 청와대 지시를 따른 것뿐인데 죄가 된다고 하면 참 씁쓸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기다려봐야죠.”  정보경찰에 대한 검·경의 시각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경찰은 다소 위법한 정보수집은 관행이고,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현직 경찰 간부는 강 전 청장이 구속된 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불리하니까 경찰 망신주기를 하려고 강 전 청장을 보란듯 구속했다”며 “과거 정보경찰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제부터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범정 폐지한 검찰, 정보경찰은 어떻게 통제할까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범죄정보과를 폐지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습니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 기능만 남겨뒀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정보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논의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열린 경찰개혁 당·정·청 회의에서 정보경찰의 통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치관여시 형사처벌’ 규정을 넣고, 정보 활동범위를 명시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종료 후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모든 정보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상시 확인·감독하고 있으며,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수집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실효성 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보경찰의 정보는 ‘풀뿌리 정보‘라고도 불립니다. 밑에서부터 촘촘히 끌어올린 ‘밑바닥 정보’라는 뜻입니다. 과거 검찰에 범죄정보 기능이 있을 때도 정보 수집만큼은 검찰이 경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도 맡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양복 상의를 벗어흔든 문 총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보경찰 관련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은 있지 않다. 수사권 조정으로 독점적 권능들이 결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경찰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는 간섭 없이 수사권을 오롯이 갖게 되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사실 정보경찰은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반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가 정보경찰 개혁은 아니지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권 조정과 관계 없이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에 경찰청장, 정보국장, 정보경찰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니까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공직선거법 위반” vs “입건 대상 아냐”…검경, 정보경찰 ‘정치 공작’ 두 갈래 해석

    공안2부, 경찰 보완수사 요구하며 반려 檢, 강신명·이철성 구속영장 청구했지만 경찰은 유사 범죄 사실에 입건조차 안 해 과거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위법한 정보 수집을 두고 각자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같은 사안을 다르게 해석하는 등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사건 당시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 책임이라고 판단해 구속까지 한 반면 경찰은 강 전 청장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30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지난 23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정보경찰의 ‘정치 공작’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냈다. 검찰은 추가 수사 후 오는 6월 말까지 재지휘를 받으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재지휘 내용 등 사건 반려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갈등 국면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적용 등 법리보다는 수사 미진을 이유로 반려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사한 범죄 사실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86조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경찰의 행위가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 수뇌부에 국한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경찰은 강 전 청장을 제외한 경찰 수뇌부에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을 묶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위법한 정보 문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강 전 청장은 단순 승인한 것에 불과하고 청와대에서 정보경찰에게 위법한 지시를 직접 내렸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통상 정보문건은 경찰청장에게 일일이 보고되지 않고, 정보국장까지 보고되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법원은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해 검경의 다른 해석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美정보당국 “러, 비밀리에 저강도 핵실험”

    러시아가 핵실험을 비밀리에 강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국방정보당국이 밝혔다. 이 주장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등 양국의 군비경쟁을 제약하는 약속이 삐걱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핵경쟁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수장인 로버트 애슐리 중장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군축포럼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무수율’ 실험 방식으로 핵실험 동결(모라토리엄)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무수율 한도를 초과하는 낮은 수준의 핵실험을 할 역량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 실험은 러시아의 핵무기 능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의심하는 러시아의 핵실험 장소는 북극해 군도 노바야제믈랴제도가 유력하다. 무수율 실험은 폭발 시 핵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의 핵실험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핵실험은 러시아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과정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 주재 러시아대사관 측은 “러시아는 2000년 비준한 핵실험금지조약을 포함해 러시아가 가입한 모든 국제조약의 조항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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