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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국진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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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end inside] 英 장관 - 기업인 핫라인 연결한 사연은

    앞으로 영국에선 브리티시 패트롤리엄(BP) 같은 대기업 회장들이 언제라도 정부 장관들에게 ‘친구처럼’ 전화를 걸어 사업상 어려운 점을 상담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의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국가 전략상 중요한 핵심 50개 대기업 경영진이 정부 각료와 언제라도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명분으로 내놓았던 청와대-대기업 핫라인 전화 개통과 유사한 것으로, 영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회장 출신인 스티븐 그린 무역·투자 장관이 주도한 ‘전략적 관계’ 구축 계획은 장관마다 해당 분야 기업을 지정해 수시로 대화를 나눔으로써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빈스 케이블 상무장관은 셸이나 BP 같은 에너지기업을 담당하고, 데이비드 윌렛 대학·과학 장관은 노르바티스 등 생명과학 기업, 제러미 헌트 문화장관은 정보통신기업을 맡는 식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기업들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우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들인 당신들과 한편이며 대화를 계속하길 원한다. 만약 당신들이 좋은 생각이 있다면 (우리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계획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BP 대변인은 “우리는 이 나라와 영국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어떠한 계획도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영국 정부와 중요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사업 이권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정부가 특정 기업만 편애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예비내각 존 던햄 의원은 정부 계획에 언급된 기업들은 이미 내수 발전에서 역할이 끝난 뒤로 정부와 대화가 끊어진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과거 노동당 정부에서도 이미 비슷한 관계 구축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 경제에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정부 활동을 대신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기후변화부 대변인은 “새 계획은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걸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장관들이 기업 로비에 취약해진다고 볼 순 없다.”고 반박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ECB “재정감축 못하면 경제 자주권 박탈”

    유럽중앙은행(ECB)은 2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위기가 유로존 자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돼 유로 동맹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르겐 스타크 ECB 수석 경제학자 등 4명의 경제학자가 공동 작성한 ‘안정 성장 협약: 위기와 개혁’ 보고서는 “유로권 전반에 매우 심화되고 있는 재정 불균형과 역내국의 심각한 상황이 안정과 성장, 고용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유지하지 못한 회원국은 자동적으로 제재를 받도록 한 규정을 상기시키면서 이를 강제할 집행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정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EU 차원에서 구제하는 대신 “경제 자주권을 포기”하도록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EU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의 말을 인용, 부실 위험이 있는 일부 은행에 대해 “국가 구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7월 유럽 은행 2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가까스로 통과했던 16개 은행도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면서 “일부가 국가 지원에 기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유엔총회 개막… 팔레스타인 독립 승인 최대 이슈로

    유엔총회 개막… 팔레스타인 독립 승인 최대 이슈로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21일(현지시간) 제66차 유엔 총회가 열렸다. 121개국 정상과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이번 총회에서는 23일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독립국 인정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고위인사가 유엔 회원국 지위 신청을 몇 주 뒤로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쳐 주목된다.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고위 협상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에 팔레스타인 회원국 지위 승인에 관한 표결을 즉각 실시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이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 문제에 관한 유엔의 표결이 몇 주 뒤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보리 이사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팔레스타인과 안보리 표결을 막으려는 미국 측 입장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리는 회원국 지위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즉각 표결을 실시해 결론을 낼 수도 있고 상당 기간 표결과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과 미국·이스라엘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향후 상황 전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 인도, 남아공 등 8개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 거부권 행사를 공언한 미국 때문에 관문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스라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15개국 가운데 미국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에 정치적 정당성을 상당히 부여하는 동시에 미국·이스라엘에는 뼈아픈 ‘도덕적 패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과 화해를 모색함과 동시에 재선을 앞두고 이스라엘계 로비단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어떤 선택을 하든 상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을 ‘편애’하느라 중동 갈등을 부채질해 온 미국의 중동정책이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은 완전한 독립국 지위 획득이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사실상 국가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총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는다면 ‘표결권 없는 옵서버 단체’에서 ‘표결권 없는 옵서버 국가’로 지위를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팔레스타인은 유엔 기구 회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에 ‘비회원 옵서버 국가’의 지위를 인정한 뒤 1개월 안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공공외교정책 혁신 위해 밑돌 깔래요”

    “공공외교정책 혁신 위해 밑돌 깔래요”

    마영삼(55) 초대 공공외교대사는 21일 인터뷰에서 “30년 외교관 경험을 살려 공공외교 정책의 일대 혁신을 위해 밑돌을 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른 나라 국민 마음 얻어야 외교정책 성공” →공공외교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21세기는 상대국 국민들에 대한 외교를 어떻게 하느냐가 갈수록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그건 다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어떤 외교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도 그걸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기존 공공외교 정책을 평가해 달라. -외교부뿐만 아니라 문화부나 국제교류재단 등에서 각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만 상호 중복되는 게 많다는 점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문화공연을 한다고 하면, 조금만 조정해 이웃 나라에서도 공연을 하면 비용도 줄이고 연계효과도 높일 수 있다. 문화교류가 특정 국가에 쏠리는 경향도 생기는데 부처 간 협의를 활성화한다면 많이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공공외교를 위한 외교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재외공관장 경험에서 느끼는 건데 나라마다 국민들의 심성이나 관습을 감안해 세밀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할 때 불교 문화공연단이 이스라엘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종교색이 강한 나라라는 것을 감안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긴밀한 협의를 거쳐 다른 종교와 마찰이 있을 수 있는 소지는 줄이고 현지 무용단과 합동공연을 했는데 관중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제대로 된 공공외교 성과를 위해서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한다. 거기서 바로 전문성 있는 외교관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외교부 직원들이 공공외교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외교부가 운영하는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에 공공외교 과정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처간 원활한 조정 위해 역할 다할 것” →공공외교 대사로서 각오를 말해 달라. -첫 책임자로서 어떻게 기초를 까느냐가 공공외교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전체적인 구상을 하면서 연구에 집중하고 틀이 잡히면 공공외교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해외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생각이다. 부처 간 원활한 조정을 위한 역할도 다할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한반도 비핵화 첫삽 뜰 것”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한반도 비핵화 첫삽 뜰 것”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당사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가스관 연결사업은 이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중인 러시아 국영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 블라디슬라프 프로닌(59) 편집장은 20일 서울신문 본사를 방문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평화증진을 위한 상호 간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신문의 제휴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현재 한국에 특파원을 둔 유일한 러시아 일간지이다. →6자회담에 대한 러시아 측 입장은. -6자회담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2009년 5월 평양이 핵실험을 한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진행됐지만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장래에 모든 회담 당사국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비핵화라는 바람직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선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가스관과 송전선 건설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 모두 러시아에서 출발해 북한 영토를 거쳐야 가능하다. 현재 가스관 연결 문제를 최고위급 수준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프로젝트 참가국 경제뿐 아니라 역내 안정에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 프로젝트로 한국은 더 저렴한 가스를 확보할 수 있고, 북한도 가스관 통과에 따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남북 간 긴장완화에도 좋고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언론의 신속 보도가 화제가 됐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변화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정보가공과 전달 속도다. 하지만 신문은 신문이다. 발행부수가 줄어든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신문이라는 인쇄매체는 ‘전통적인’ 독자층을 유지하고 있다. 그 독자들에게는 윤전기에서 갓 나온 종이 신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컴퓨터 화면을 장식한 배너보다 훨씬 더 반가운 것이다. 앞으로 10년쯤 뒤에는 컴퓨터 화면이 종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문이라는 생산물은 사라질 수 없다. →차기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앞으로 반년은 러시아에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먼저 12월에 총선이 있다. 대선에 대해서는 아직 누가 후보가 될지 예측하긴 이르다. 총선을 예의주시하면서 결과를 기다려보는 게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탈리아 신용 강등]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유럽 위기는 긴축정책 탓”

    [이탈리아 신용 강등]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유럽 위기는 긴축정책 탓”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해 “핵심은 재정건전성 악화가 아니라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긴축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재정위기는 병으로 인해 드러나는 증상일 뿐이다. 금융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와 세수감소, 구제금융이 위기의 원인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고, 막대한 구제금융을 지출하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경기회복 막으면 재정 더 악화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에 치명적인 것 아닌가.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자유시장 만능주의가 최근 재정건전성을 무기 삼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영국, 유로존처럼 기축통화 성격이 있는 경제에서는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것 자체로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 정부가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재정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는지가 관건이다. 재정적자를 줄인다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경기활성화로 재정수입을 늘려야 한다. →위기 국면의 해법은. -그리스는 지금처럼 해서는 영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그리스 신문과 인터뷰할 때 ‘그리스가 유로존에 계속 머물고 싶다면 탈퇴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해 줬다. 지금 프랑스·독일 등은 그리스에 대출해 준 자국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볼까 봐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고 결국 유로존까지 붕괴시키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자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유로존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채무구조조정을 단행해 채권자들도 일부 부담을 지게 하고 그리스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면 도리어 유로화가 산다. ●유로존 재정통합 결단 내려야 →유로존이 재정통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덴마크 총선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좌파진영이 승리했다. -복지삭감 등 긴축이 해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내년이면 유럽에서 중도좌파가 득세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토론이 활발한데. -한국에서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마치 영양실조 환자가 다이어트에 열심인 옆집 비만 환자를 따라한다며 밥을 굶자는 것과 같다.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 복지 지출이 두 배 가까이 되지만 경제성장률은 더 높다. 사회안전망이 없으면 경제성장도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예멘 정부군 무차별 총격

    예멘 수도 사나에서 정부군이 18일(현지시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수만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바람에 최소 26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사망자가 5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살레 대통령 퇴진과 권력 이양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관계자는 “압둘라 만수르 하디 예멘 부통령이 일주일 안에 대통령 명의로 살레의 조기 퇴진 등을 담은 걸프협력회의(GCC) 중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스트로스칸 “도덕적 실수 후회…佛대선 안 나갈것”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8일(현지시간) 프랑스로 귀국한 뒤 처음으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뉴욕 호텔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진 것을 후회하며 내년으로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이날 오후 8시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인 TF1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텔 여종업원과의 성관계 사실을 시인하면서 “도덕적인 실수로, 정말 후회한다.”며 아내와 자녀, 프랑스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다만 성관계 과정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강압도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여성 작가 트리스탄 바농이 8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이상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사회당 경선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계 복귀 문제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먼저 휴식을 취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러나 평생을 공공의 선에 바쳐 왔다.”며 가능성은 열어 놨다. 한편 이날 20여분간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여성단체 회원들이 TF1 방송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스트로스칸은 지난 5월 뉴욕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뉴욕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됐지만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공소를 기각하면서 지난 4일 프랑스로 귀국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유럽은 재정전쟁] “브릭스·한국·印尼 등 신흥 6개국 15년내 세계 경제성장 절반 차지”

    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연설하면서 15년 안에 브릭스(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한국·인도네시아 등 신흥경제국들이 세계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각판이 바뀌고 있다.”는 표현을 써가며 최근 경제상황 변화가 “세계사적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졸릭 총재는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러시아는 1990년대에는 전 세계 경제성장의 5분의1 정도를 차지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엔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대 개도국들은 전 세계 투자의 20% 정도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45% 수준”이라면서 “지난 10년간 이들은 선진국보다 거의 4배나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무렵에는 “6대 주요 엔진”의 경제가 세계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발전상을 자세히 언급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만약 중국에 있는 32개 성(省)이 모두 개별 국가였다면 이들이 지난 30년간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33개국이 됐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불과 10년 사이에 400억 달러에서 1800억 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환경파괴, 불평등, 자원고갈, 인구문제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중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 6000 달러로 늘어난다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같은 나라가 15개 추가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선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성장모델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중국은 상호의존적인 글로벌 경제에서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탈레반, 나토 본부에 자폭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탈레반이 급기야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본부와 미국 대사관 인근까지 공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보건부는 이날 카불 시내에서 자살 폭탄테러와 총격전이 다수 발생해 경찰 한 명과 괴한 두 명 등 4명이 숨지고 시민 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과 목격자들은 미국과 영국 대사관 등 외교공관이 밀집한 카불 소재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에 로켓포가 최소 두 번 떨어지는 등 폭발음과 총성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 측은 이날 공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으며 직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공격이 아프간 정보 당국과 행정관청, 미국 대사관, 국제안보지원군(ISAF) 본부 등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폭탄 조끼와 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인근 건물을 장악하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보안 당국 관계자들도 아직 3~4명의 괴한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카다피 3남 등 측근 32명 니제르로

    리비아 국가원수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무아마르 카다피의 셋째 아들 알사디가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로 탈출했다. 반군은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를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반면 카다피 측 반격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카다피군뿐만 아니라 반군도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은 알사디를 포함한 카다피 정권 핵심 인사 32명이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브리기 라피니 니제르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지 주재 외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일행 중에는 알사디뿐 아니라 군 장성 3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라피니 총리는 “니제르에 입국한 32명 중 국제 사법당국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거나 수배령을 내린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의 반군 대표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같은 날 트리폴리 중심지에 위치한 순교자 광장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연설을 하면서 향후 정국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법치국가를 추구하며 온건 이슬람에 기반한 민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정권 치하 가해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이들의 가족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권익 향상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NTC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새 정부가 7~10일 사이에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 측이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카다피 친위부대는 리비아 최대 유전지대인 라스 라누프 정유시설을 공격해 17명이 숨지는 등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NTC 석유부 관리인 압달릴 살라는 “이 공격은 카다피군의 소행”이라면서 “정유시설 경비원들에게 공포를 주고 원유 생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군의 거점인 바니 왈리드, 시르테 등지에서는 반군과 카다피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인권단체인 AI는 13일 리비아 반군 역시 카다피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살인과 고문 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중 일부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컬러스 베거 앰네스티 유럽 지부장은 특히 “지난 2월 카다피가 흑인을 용병으로 고용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 결과 이제는 무고한 이들까지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쫓겨나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 세계은행(WB)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NTC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밝혔했다. 중국은 내전 발생 이전까지 석유개발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서 3만 5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파견해 18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50개를 진행하는 등 리비아와 적지 않은 경제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중-추가항모 vs 러-신형핵잠… 동북아 해양 군비경쟁

    중-추가항모 vs 러-신형핵잠… 동북아 해양 군비경쟁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가 각국 해군력의 각축장이 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추가 항공모함 건조를 계획 중이고 러시아는 신형 원자력잠수함을 배치할 예정이다. ●전문가 “항모 추가 건조 어려워” 중국이 지난달 1차 시험운항을 마친 항공모함 바랴크함보다 규모가 큰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라고 홍콩 문회보가 8일 미국의 군사전문 사이트 ‘스트래티지 페이지’(Strategy Page)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또 “현대화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해군이 항공병과에 조기경보기 배치를 시작했다.”면서 윈(運)8 수송기를 개조한 조기경보기 ‘KJ(空警)200’이 해군 항공대에 배치되거나 조기경보레이더를 장착한 윈7 수송기가 항모에 탑재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재 배수량 6만 4000t인 바랴크함은 5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군사전문가 류장핑(劉江平)은 바랴크함이 지난달 1차 시험운항을 마친 상황에서 대형 항모 건조에 착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관련 기술과 함재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항모를 건조하기에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면서 “함대 작전 경험을 쌓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대형 항모 건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전략학회 장펑(江風) 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항공모함을 만드는 주요 목적은 함대의 방공엄호를 위한 것”이라면서 “세계 주요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군의 입체적인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해 항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경보는 최근 중국의 첫번째 국산 항모가 2014년 진수돼 2015년부터 실전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 국방부도 ‘2011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이르면 2015년에 첫 국산 항모를 취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해군은 기존의 북해·동해·남해 함대 외에 남부 하이난성을 모항으로 하는 새로운 함대 창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함대에는 2개의 항모전단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거리 8000㎞… 美·中 동시견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가 옛 소련 붕괴 뒤 처음으로 건조한 원자력잠수함 유리 돌고루키를 올해 안으로 태평양함대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신형 원자력잠수함을 태평양에 배치하는 것은 노후 잠수함을 교체해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 5일 여당인 통일러시아당 집회에 참석해 “(유리 돌고루키) 잠수함 시험이 잘되고 있어 연말까지는 태평양함대에 인도할 수 있다.”면서 “해군을 근대화해 핵 억지부터 해양권익 확보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최신형 원자력 잠수함인 유리 돌고루키는 사정거리가 8000㎞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SLBM) ‘불라바’(철퇴)를 탑재했으며 소음을 억제해 적의 발견과 추적을 피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캄차카반도에 있는 군항을 모항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현재 극동에 배치한 약 20척의 잠수함 가운데 미국 본토를 사정에 둔 전략 원자력잠수함은 4척 정도이지만 취역한 지 30년이 넘어 작전에 지장이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신형 원자력잠수함과 함께 프랑스에서 도입한 미스트랄급 상륙함도 태평양함대에 배치할 계획이다.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헬기 16대와 상륙작전용 차량 4대, 전차 13대, 차량 100대를 비롯해 무장병력 450명을 태울 수 있으며 69개 병상의 병원시설도 갖추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stinger@seoul.co.kr
  • “테러, 평화로 갚아라”

    “테러, 평화로 갚아라”

    10년 전 9월 11일 아침 집에서 커피를 마시던 데이비드 포토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고서야 뉴욕 쌍둥이빌딩 북쪽 건물 95층에서 일하던 친형 짐에게 뭔가 심각한 일이 생긴 걸 알았다. 9·11 테러범들이 테러에 이용한 첫 번째 여객기가 들이받은 곳은 바로 짐이 일하는 사무실이었다. 포토티는 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십중팔구 형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직장 동료 300여명과 함께 즉사했겠지요. 2002년 4월에 작은 뼛조각을 유전자 검사한 한 끝에 형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우리는 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지내야 했습니다.”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 다른 나라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2001년 말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치유와 평화를 위한 행진’을 벌였다. 2002년에는 200여 유가족들이 모여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를 만들었다. 9·11이 그를 평화운동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9·11 유가족들의 눈물을 명분 삼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던 미국 정부는 정작 이 단체의 목소리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최근 미국이 겪고 있는 막대한 정부부채 위기도 결국 전쟁이 주된 원인이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모든 폭탄은 결국 학교 건물이나 병원을 짓는 데 써야 할 예산에서 훔친 장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는 지금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비폭력과 평화를 호소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평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슬픔과 두려움, 분노로 뒤섞인 격한 감정에 시도때도 없이 사로잡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뼈 한 조각으로만 남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머니가 들려줬던 “지금 우리가 겪는 이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며 슬픔을 이겨 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재정위기 대책 쏟아내는 유럽

    유럽 내 재정위기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부자증세와 재정긴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스위스는 자국통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유로 페그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가 부유세 도입과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재정긴축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최대 노동단체인 이탈리아노동연맹(CGIL)이 8시간 총파업에 돌입하고 사용자단체는 이들대로 탈세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등 갈등이 커지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도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455억 유로(약 71조원)에 이르는 추가 재정감축과 증세 방안을 승인했다가 이를 곧 백지화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적 압력과 국채 이자율 상승 등 위기 징후가 계속되자 결국 종전 결정을 번복했다. 긴축안은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20%에서 21%로 1% 포인트 높이는 것을 비롯해 연소득이 30만 유로(약 4억 5000만원)가 넘는 고소득자에게 3%의 특별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민간 부문의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재정감축안의 의회 통과 여부를 베를루스코니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상원 표결 이후 20일쯤 하원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날 자국 통화인 스위스프랑 초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로 대비 최저 환율을 1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설정하는 페그제를 즉각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스위스프랑 환율이 1.2스위스프랑 밑으로 떨어지는 것(스위스프랑 가치 상승)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외화를 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가 환율에 마지노선을 둔 것은 1978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스위스가 유로 페그제 선언을 한 것은 최근 세계 경제 불안 속에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스위스가 현재 ‘제로’ 인플레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스위스프랑을 찍어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처럼 통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싱가포르 그리고 어쩌면 영국까지도 환율 방어에 나설지 모른다면서 어느 때보다도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환율 마찰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유로존에 반대하는 기독사회당 소속 의원과 경제학자 등이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해 ‘독일 정부가 그리스 등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7일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유럽위기는 일단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원고 측은 구제금융안 참여가 예산 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의회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용어 클릭] ●페그제 특정 화폐에 대한 자국 통화의 교환 비율을 고정해 놓고 양 제한 없이 교환을 약속한 환율제도.
  • 건전재정 북유럽 4개국 비밀은…

    건전재정 북유럽 4개국 비밀은…

    그리스·아일랜드 등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를 휘청거리게 하는 가운데에도 상대적인 안정세를 유지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내놓은 재정관련 지표만 봐도 북유럽 4개국 성적표는 돋보인다. 지난해 기준 EU 평균 재정적자가 6.4%인 반면 덴마크는 2.7%, 핀란드는 2.5%, 스웨덴 0%를 기록했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10.5% 흑자를 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도 핀란드는 48.4%, 노르웨이 44.7%, 덴마크 43.6%, 스웨덴 39.8%로 EU 평균(80%)에 못 미친다. 강력한 복지정책으로 빈곤층 자체를 억제함으로써 실업보험 등 재정적자 빌미를 사전에 차단한 것은 빈곤층 증가로 인한 세수감소를 경험한 여타 국가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과 영국 등이 제조업 시대는 저물었다며 서비스업만 중시한 반면 북유럽 4개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했고, 연구개발과 교육 등 미래를 위한 지출을 확대했다. 이는 결국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져 높은 재정수입을 가능하게 했다. 조세부담률을 높게 유지한 것도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6년 기준 북유럽 4개국의 국민부담률(세금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포함한 수입의 GDP 대비 비율)은 44~49%에 이르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인 행정은 국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 조세저항 등 갈등요소를 최소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단일 재정… 유럽합중국…

    지난 18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 해결이 지지부진하면서 유럽 각국 지도자들 사이에 근본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조세권과 채권발행, 예산편성권까지 아우르는 단일 재정당국 설립론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유로존 17개 회원국을 미국과 유사한 ‘유럽합중국’ 형태로 발전시키자는 구상까지 담고 있다. 유럽 차원의 단일 재무당국 구상이 나오는 배경에는 통화(유로화)는 하나로 묶여 있지만 재정은 제각각 운영하고 국채도 따로 발행하는 현행 유로존 시스템의 태생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제기된 유로채권도 유로화를 쓰는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해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자는 맥락이지만 막대한 재정부담을 떠안을 것을 우려하는 독일의 반대로 몇 개월째 표류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 재무부처럼 단일 재무당국이 존재했다면 지난해 그리스에서 발생한 위기는 초기 진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러나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5일 연설에서 “위기를 통해 단일 통화와 함께 강한 경제 지배구조가 유로존에 필요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단일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안토니오 보저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 담당 이사도 “위기를 극복하길 원한다면 유럽은 더 느슨한 유럽이 아니라 더 강한 유럽이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단일재정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단일재정을 위해서는 먼저 유로 단일통화를 규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빚더미에 오른 국가들을 구제하는 데 쓰이는 것을 반대하는 독일 등 일부 국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9·11 테러, 그 후 10년] (하) 끝나지 않은 전쟁

    [9·11 테러, 그 후 10년] (하) 끝나지 않은 전쟁

    지난 7월 해외 출장을 마치고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를 탔던 기자는 중간 기착지인 미국 LA공항에서 한순간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 각종 신상정보를 입력한 전자여행인증시스템(ESTA)을 유료로 발급한 것까진 그렇다 하더라도 정식 입국이 아닌 중간 기착일 뿐인데도 공항 검색대에서 열 손가락 지문과 홍채 정보까지 입력해야 했다. 내 돈 내고 내 생체정보를 미국 국토안보부에 갖다 바친 꼴이다. 생체정보를 어떻게 이용한다거나 언제까지 보관한다거나 하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 9·11이라는 전무후무한 테러 사건으로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외국인들이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은 즉각 밖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형태의 보복전쟁에 나섰고 안으로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는 등 안보체계를 강화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국 공항에서 외국인들은 미국의 불안감과 함께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 안보를 강화할수록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테러와의 전쟁도 미국에 대한 거부감만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시켰다. 미국이 “해방”을 말하면 세계는 “침략”으로 듣는다. ‘자유’가 아니라 ‘전쟁’이 미국의 상징이 된 형국이다. 신뢰가 없으면 헤게모니도 없다.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부터 외국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공공외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력 약화는 미국의 쇠락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우량 등급(AAA)에서 한 단계 낮춘 것은 미국이 보증하는 국채조차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대테러 전쟁’은 여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총 부채는 14조 3000억 달러를 넘는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5조 8000억 달러였지만, 그의 재임 8년 동안 6조 1000억 달러나 되는 빚이 새로 생겼다. 미 브라운대학교 왓슨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6월 전쟁비용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전쟁에 투입한 직접 비용만 3조 2000억~4조 달러라고 밝혔다. 오사마 빈라덴은 지난 2004년 공개된 비디오를 통해 1980년대 소련처럼 “미국이 피를 흘리며 파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추산한 9·11테러 비용이 40만~5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이 20 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대규모 감세정책이었다.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부시정부 이전까지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엔 한시적으로 세율을 인상해 전쟁비용을 충당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에 소득세율을 10%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전선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감세정책을 고수했다. 예산·정책우선순위 센터(CBPP)는 최근 보고서에서 천문학적인 정부부채 증가 원인으로 ▲경기침체 ▲구제금융 ▲감세 ▲전쟁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감세는 전쟁 비용보다도 미국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왜 공공외교인가 김성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개방을 통해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혼자만 잘해서는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의 마음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외교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을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회의적이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인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 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요즘엔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세계를 운영하려는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 있는 개념이다. 예전엔 외무고시 합격자들 사이에 북미국이 최고 인기 분야였고, 문화외교·공공외교·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한직으로 통했다. 요즘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동북아시아를 본다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의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9·11 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상대국 시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신(新)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광대한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 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제사회가 국가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 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 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 주는 게 바로 공공성이다. 전통적으로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던 외교를 공적 영역으로 꺼내 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도 담고 있다. 두 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像)이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구체적으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낙균 공공외교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를 주선하는 게 전부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김상배 문제점은 방법론과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예쁜 척 좀 그만해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 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세 번째로 꼭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고, 외국인의 이해와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예로 들면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만 하려 들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매력과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하는데 이것이 자칫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려고만 하니까 ‘천박한 장사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외교 실천 전략은 김동률 공공외교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사견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 주고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부와 문화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 간 갈등만 생기고 효과는 떨어진다.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국제교류재단은 공공외교와 관련 있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고 한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상호 간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나 중국, 러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매체가 중요해진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한국, 작년 핵연료 재처리 권한 요구”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외교 전문을 순차적으로 공개해온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2일 미국 외교전문 25만 1287건을 별도 편집 없이 공개했다. 한반도 관련 전문 1만 4000여건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전문 1000건이 포함됐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역학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제1차 협상이 개시되기 수개월 전 천영우(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당시 외교부 2차관은 미국 측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17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천 수석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와의 오찬에서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천 수석은 한국이 세계 5대 원자력 생산국 중 하나이며 일본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대사관 측은 한국의 ‘최종 조건’이라기보다 기선 잡기일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산업 발전 노력을 방해한다고 인식될 경우 한·미 관계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천 수석의 주장은 타당하다며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2006년 미사일 실험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뒤 당시 노무현 정부와 미국 사이에 대북제재를 놓고 의견 대립이 벌어졌다는 정황도 자세히 드러났다. 미사일 실험 발사 당일인 7월 5일자 서울발 전문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7월 11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은 회담에서 북한에 강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데 비해 미국은 회담 연기가 불만을 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담은 예정대로 열렸다. 북한의 핵실험(10월 9일) 이후 금강산 관광 중단과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여부를 놓고도 마찰을 빚었다. 그해 10월 20일자 전문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금강산 관광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속히 PSI에 전면 참여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에 반대하면서 대북 제재뿐 아니라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병행할 것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에게 강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2008년 쇠고기 파동 당시에도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5월 8일 주한 미대사관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전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 실망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촛불시위에 나선 사람 모두가 좌파는 아니다.”고 대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5월 방북한 박 전 대표에게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끼리 선친들의 목표(7·4공동성명)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한국의 독도 주변해역 해양조사를 둘러싸고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됐던 2006년 일본 자민당 정권이 독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중립적인 태도에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고 미국 정부가 나서 한국이 해양조사를 단념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종용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07년 캔사스 주립대에서 연설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세계는 ‘스마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국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공공외교는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김성해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고 싶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단행한 정치·경제적 개방 조치로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됐다. 한국 혼자 잘해서는 한국의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월가의 동향과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이는게 단적인 예다. 두번째로,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튼튼한 안보 우방만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국제관계가 대단히 복합적이다. 세번째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도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때문에 한국이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 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공외교를 토론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은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란 말을 하는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그걸 인식해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외교보다 문화외교란 말을 즐겨 쓰곤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용어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세상이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데 학문은 세상 변화를 반영한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1990년대 후반에 외국으로 유학간 국제정치학도 가운데 3분의 2가 국제금융을 전공했다. 21세기 되서는 전반적으로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개념이다. 미국은 9·11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힘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게 국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연속선에서, 한국이 네트워크나 정보혁명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학과 특성상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학생이 많다. 예전엔 단연코 북미국이 인기 최고였다. 지금은 1지망으로 문화외교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선 10위권일지 몰라도 직접 영향을 주고 받는 동북아시아에선 북한을 예외로 치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란 개념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이지만 21세기 들어 공공외교 패러다임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新)공공외교로 부른다. 9·11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거기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나온다.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한다고 본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와 20세기 공공외교, 21세기 신공공외교 세 차원을 봐야 한다. 전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한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체, 객체는 상대국 시민이다. 신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은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open)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용어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인 목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Public Diplomacy’를 번역한 용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또한 공개성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다. 외교를 비밀 공간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꺼내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두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외교부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이다. 최근 반년 가량 외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외교가 꽃 필 수 있다. 신낙균 공공외교는 정부 대 정부에서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 하는 게 전부다. 그 점을 문제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배 문제점과 방법론이 연결돼 있다. 먼저, 공공외교한다고 할때 예쁜 척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공공외교는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소한 욕먹지 않고 살아야 한다. 자기가 힘들 때 도와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고 단기적 목표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과 국익 등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국제여론에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을 때 한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단적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접근법도 국제사회 성숙한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우리 장점만 강조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 궁리만 하니까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장사치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 보다는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사례 뿐 아니라 우리 모델을 찾자   김동률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 본받을 만한,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게 있나. 김태환 특정 국가 사례를 본받고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례를 분류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기준을 추출해야 한다. 먼저 비교우위와 경쟁우위 가운데 무엇에 입각한 공공외교를 할 것인가. 그건 답이 명확하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많은 미국이나 중국의 공공외교는 우리가 따라야 할 경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앙집권적인 방식과 분산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상배 우리에게는 벤치마킹 컴플렉스가 있다. 정부용역 보고서에서도 항상 해외사례와 시사점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엘빈 토플러에게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정작 토플러는 결론에서 ‘한국은 이제 배울 모델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여러 경우를 조합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의 답안지를 베끼지 말고 우리 답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낙균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령 중국은 공자학원에 예산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공자의 가치와 현대 중국의 가치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 너무 정부 주도로 공공외교가 이뤄지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해 우리가 배울 모델, 혹은 100% 베낄 모델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걸 잘 하는 사례는 최대한 발굴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외교 전략을 위한 실천전략   김동률 왜 공공외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무엇인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공공외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배 공공외교 전략을 짤 때 집중과 분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 강국 코리아’라고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정보통신부라는 컨트롤타워 혹은 코디네이션타워가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정통부라는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여기서 집중과 분산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 한정된 좁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네트워크하는게 아닌가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외교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외교부·문화부·지자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간 갈등만 생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외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주변 4대 강국만 집중하다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거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를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정부 현실이다.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등록된 민간외교단체가 500여개인데 문화부와 자치단체에 등록된 곳까지 합하면 수천 곳은 될텐데 백서조차 없다. 현재 국제교류재단이 정부와 함께 공공외교와 관련있는 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 준비중이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서로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다매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원자료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조차도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김동률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주고 싶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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