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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전논술] 한국인의 사고하는 태도 문제점과 해결책

    ●다음 글을 읽고, 한국인이 사고하는 태도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 그 해결책을 제시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며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사고는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서, 이성의 엄격하고 보편적인 법칙을 따라서 어떤 사실·사태·사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자 그대로의 ‘이치(理致)’의 추구력을 말한다. 진리와 오류는 반드시 증명되어야만 한다. 증명하려는 불 같은 의욕이 없는 사고는 있을 수 없으며 이성을 등한히 하는 사고는 사고의 죽음과 마찬가지다. 참된 사고에는 엄청난 지적 긴장이 수반돼 피땀나는 지적 노력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결론만을 찾으려는 가지가지 유혹이 사고하는 과정 속에 항상 따르고 있음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한국인의 사고의 빈곤은 모든 학문의 영역에서 뚜렷하게 독창적인 이론이 하나도 한국에서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되거니와 학계나 문화계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학자, 지식인들의 태도 혹은 경향 속에서 한국의 사고가 얼마만큼 자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인의 사고하는 태도에서 대략 세 가지 경향을 들 수 있다. 첫째, 사대주의이다. 멀쩡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신문, 잡지에는 그런 말 대신 알 수도 없는 외국어를 쓰려는 경향이 근래 심해지고 있다. 빌려 쓴 외국어가 흔히 잘못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우습고도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러한 경향은 잠재적이나마 외국어 숭배의 심리를 반증한다. 사대 심리는 여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외국 문학의 인기, 무조건적인 외국인 학자에 대한 엄청난 관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용상으로 볼 때, 별로, 아니 전혀 관계도 없는 기사나 원고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것이라고, 외국의 것이라고, 무조건 대대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보도되고 실리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권위주의는 일종의 사대주의이다. 왜냐하면 사대주의는 근본적으로 외국 문화의 권위를 인정함으로써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인 사고의 권위주의에서 일종의 사대 사상을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대단치도 않은 학술론·잡문에도 필자의 학술적 양심·유식을 보이려는 듯이 흔히 외국 문서의 참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면, 필요도 없는데 공연히 외국어를 원문대로 삽입한다. 그뿐 아니다.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기에 앞서 이미 권위 있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의 견해를 인용함으로써 그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은근한 압력이 많다. 그러나 사고는 권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참다운 사고는 우선 권위를 일단 비평적으로 대하는 데서만 출발한다. 어떠한 사실 혹은 주장은 권위 있는 사람이 그것을 인정해서 옳아지는 게 아니다. 어떤 사실이 정말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사실이 정말이기 때문이요, 어떤 주장이 옳다면 그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에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사대주의의 반동으로 나타나는 국수주의이다. 이 경향은 첫째의 경향에 비해서 약하지만 무시 못할 경향이다. 국수주의적 사고는 ‘옳고’,‘그름’의 기준, 가치의 기준을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념 혹은 감정에 두고 있는 사고 방식이다. 한 이론이나 주장은 그것이 동양인에 의해서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되고, 한 예술 작품은 그것이 한국인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좋아진다. 사대 사상? 열등 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양적인 것, 한국의 것을 무조건 무시하는 자학을 해서는 안 됨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애국심이나 어떤 감정에 좌우되어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함은 사고하는 태도가 아니라 사고의 자위 행위이다. 자위 행위가 건전한 기쁨을 가져오지 않음을 물론이거니와 그런 행위를 하는 본인에게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해로움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적 사고의 특색은 냉소주의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냉소주의자들은 전혀 사고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어떤 우연이나 딴 이유에 따라 사고하는 사람들, 즉 학자·교수·문화인이란 명칭을 받게 된 사람들이거나 혹은 사고할 능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고하기를 중지한 게으름뱅이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들 자신을 사고인의 범주 속에 넣고 있고 그렇게 해 주기를 바란다. 그들은 삼사십이 못 되어 이미 ‘도(道)’에 통해서 우주적 고차원에서 관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들의 눈에는 무엇을 더 알고 따지고 캐 보려는 모든 지적 노력이 철없는 짓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열심히 수학을 따지고 예술을 논하며 정의를 찾으려는 사고가 유치한 것으로 보이고, 참다운 사고는 그러한 작은 사고의 테두리를 넘어서 주말이면 낚싯대나 잡고 바라보는 구름 속에서만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사고의 죽음을 의미한다. 냉소주의자들은 사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를 부정하는 패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박이문 <한국인> ●지문의 분석 이 글은 한국인에게 사고의 자립이 필요한 이유와 그 방안에 대해서 언급하기 전에 먼저 한국인의 사고하는 태도를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글이다. 먼저 자립성이 없는 한국인의 사고로 이성적 활동이 빈약하고, 이성을 등한시하는 한국인의 사고는 빈곤하다고 보고 있다. 참된 사고에는 지적 긴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한국인이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하나는 외국어 숭배 등의 사대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외국의 것이라면 무조건 숭배하는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사고의 권위주의는 일종의 사대 사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사고의 자위 행위로써의 국수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국수주의는 이념과 감정 등에 가치의 기준을 두는 사고 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고의 자학 행위, 자위 행위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사고를 부정하는 패배자의 자세인 냉소주의도 지적하고 있다. 학문적 진리를 따지고 천착하려 하기보다는 현실을 벗어나 자연에서 소요하는 행위가 참다운 사고라고 보는 관점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태도는 사고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냉소주의적 사고 방식은 사고를 부정하는 패배자의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이 문제는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단점이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한 뒤에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즉, 나 개인이 아닌 우리 민족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성찰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러면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한국인이 자립적인 사고를 갖지 못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이 논술에서 찾고자 하는 사고의 자립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한 정신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출제 의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관점에서 사고의 자립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가지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논술 문제는 애초에 분량상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내용을 마구 늘어놓으면 논리적인 서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사고 방식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머문다든지 너무 주관적인 색채가 가미되면 문제에서 의도하고 있는 바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적 원인을 진단한 다음에 그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 교육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중 하나로 사물에 대한 올바른 비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이러한 문제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게 되면 자립성이 있는 사고를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수업 현장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전개할 수도 있고,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토론이 일반화되는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은 논술의 기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는 태도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우선 주제의 방향은 논제에서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사고의 자립을 위한 방안’ 정도로 정리하면 된다. 이와 관련된 주제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주성과 독립을 위해서 사고의 독립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서론 부분에서는 우리의 사고 과정이라든지 사고 방식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고의 자립성을 찾을 수 없는 상황 비판하는 정도에서 논의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이 때 유의해야 할 것은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방향이 분명히 제시되면 글의 방향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본론 부분에서는 사고의 자립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면 된다. 먼저 본론의 처음 부분에서는 사고의 자립을 위한 교육적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사고의 자립과 관련된 우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개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특징들인데, 예를 들면 주입식 교육의 수업이 지닌 폐해를 생각해 그러한 점을 지양하고 비평적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 둘째 부분에서는 한국적 사고의 자립을 위한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정신이 요구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사고의 독립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은 없다는 점을 논의의 전제로 하여 한국인에게 사고의 자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 [Zoom in 서울] 서울시민 56% “적정 주택규모 31평이상”

    [Zoom in 서울] 서울시민 56% “적정 주택규모 31평이상”

    서울시민이 살고 있는 주택 평균면적은 26.2평이지만 절반 이상은 31평 이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전용공간의 선호도와 노년층의 사회활동 참여율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10월 한달 동안 서울시내 2만가구와 15세 이상 가구원 5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서울서베이’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와 월드리서치, 미디어리서치 등이 주관했고 신뢰 수준은 95% 오차범위는 ±0.69%다. ●적정 주택면적 평균 33평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1%가 적정 주택면적으로 31평 이상을 꼽았다. 선호 평형별로는 31∼35평이 3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26∼30평 18.7% ▲21∼25평 16.2% ▲36∼40평 11.1%의 순이었다. 반면 현재 살고 있는 주택면적은 ▲31∼35평 19.6% ▲21∼25평 19.3% ▲16∼20평 16.0% ▲15평 이하 17.2%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주거 주택면적 평균은 26.2평, 적정 주택면적 평균은 33.0평으로 집계됐다. 주택 부문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7평 정도인 셈이다. 살고 싶은 주택 유형으로는 아파트(70.5%)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단독주택 19.4%, 연립주택 3.9%로 뒤를 이었다. 주택 유형별 만족도는 아파트 거주자(46.5%)가 다세대(28.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5년 이내에 이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2%가 ‘있다.’고 답했다. 이사 계획 지역은 서울 강북이 37.5%, 강남이 29.2%로 3분의 2 이상이 서울 안에서 이사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전체의 46.7%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민 행복지수 6.45점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45를 기록했다.2003년 6.26, 지난해 6.43에 이어 완만한 상승세를 탔다. 연령별로는 ▲10대 7.02 ▲20대 6.73 ▲50대 6.29 ▲60대 이상 5.62 등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별 차이가 없었다. 희망하는 노후 주거형태로 50.8%가 ‘자녀와 가까운 곳에서 독거’를 꼽았다. 그러나 노인 전용공간에 대한 선호도도 32.2%나 됐다.2003년 26.6%, 지난해 29.8%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대 37.9%,20대 49.4%,30대 36.4% 등이 노인전용공간을 선호,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의견은 11.1%에 불과했다.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율은 62.1%를 가리켰다.2003년 50.5%, 지난해 54.1%에 이어 크게 늘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노인도 9.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30대 가운데 74.9%가 이미 노후준비를 시작한다고 대답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농협 세종증권 인수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세종캐피탈과 세종증권 인수 양해각서(MOU) 및 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 이날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주식 47.61%(1165만 9689주)를 주당 8910원±α, 총 1039억원±α에 매입하기로 MOU 및 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캐피탈은 세종증권의 최대주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은 이에 따라 28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어 세종증권 인수 MOU 및 가계약 건을 승인하고 이날부터 세종증권에 대한 실사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금융계 관계자는 “농림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실전 논술] 윤리의 발생과 존속

    ●다음 글의 저자는 윤리의 발생과 존속에 대하여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공평 무사함에 대한 예찬과 그 기원 서로 이웃한 두 명의 족장 사이에 수 년 전부터 불화가 있어서, 그들은 서로 씨앗을 파헤치고 가축을 훔치며 집을 불태웠는데 전체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들의 힘이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영토가 동떨어져서 이 싸움에 휩쓸려들지 않았던 제 3의 족장은 이 호전적인 두 족장 중에서 한쪽이 결정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날이 올 것을 염려하여, 결국 양자 사이를 호의와 친목으로써 중재했다. 그런 다음 그는 그 때부터 평화를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자신과 상대방이 합세하리하는 것을 각각에게 암시함으로써 은근히 자신의 협상안을 강요했다. 그래서 양자는 그 앞에 모여 여태껏 증오의 도구이며 또한 빈번히 그 증오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자신들의 손을 망설이며 그의 수중에 맡겼다. 그리하여 실로 그들은 성실하게 평화를 추구하려 애썼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복지와 쾌적함이 갑자기 증대했다는 것, 이웃은 더 이상 음험하거나 조롱을 하는 악인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상인이라는 것, 심지어는 뜻밖의 재난이 닥치면 지금껏 그래 왔듯이 이러한 이웃의 곤경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최고도로 높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 재난에 대해 상대방을 구제해줄 수 있다는 것 등등을 놀라워하면서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흡사 두 지방에 사는 부족인들은 그 이래로 아름다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눈이 밝아지고, 이마의 주름살도 없어졌으며,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게 된 때문이었다. 인간의 영혼과 육체에 있어 이러한 신뢰보다 더 쓸모 있는 것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매년 동맹일에 다시 만났다. 족장과 그 부족민들 모두가, 더욱이 그 중재자의 앞에서 모였던 것이다. 그 중재자 덕분으로 얻게 된 이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중재자의 방식을 경탄하며 존경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중재자가 ‘공평 무사’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그들이 그 후 자신들이 모으게 된 이익에만 너무도 몰두했던 나머지 그 중재자인 이웃의 행실을 보지 못하여 그의 상태는 중재 이후에도 그전의 상태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그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므로 그가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기라도 한 듯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공평 무사함을 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경우에서 그 때까지 그와 유사한 일이 종종 일어났음에도 그들이 그런 일이 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은 그것이 처음으로 전 부족들이 볼 수 있도록 아주 큰 글씨로 벽에 쓰여졌을 때 이후의 일인 것이다. 도덕적 특성은 그것이 ‘가시적’으로 전 사회의 행·불행을 결정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덕으로 인식되고 명명되며 존중되고 함양하도록 권유를 받게 된다. 즉, 그럴 경우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정의 높이라든가 내면적 창조력의 흥분은 너무 엄청나서 그들은 각각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이러한 특성에 부여한다. 즉, 엄숙한 자는 자신의 엄숙함을, 기품 있는 자는 기품을, 여인들은 온화함을, 청년들은 자기들 본질에 가득 차 있는 온갖 희망과 미래를 그 도덕적 특성의 발치에 놓는다. 시인은 그것에 언어와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을 유사한 계열에 넣어 혈통을 주고, 최후에는 예술가들이 하듯 자기의 상상이 창조한 형상으로 새로운 신격으로서 숭배하는 것이다. 그는 숭배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하나의 덕이 된다. 만인의 사랑과 감사가, 마치 조각상에 그러하듯, 그것에 작용하여 결국에 가서는 훌륭한 것과 숭배할 만한 것이 ‘결합’하여 일종의 신전인 동시에 일종의 신적 인격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덕은 유일한 덕으로서, 즉 이전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서 서게 되는 것이며, 신성시되는 초인간성으로서의 권리와 권력을 행사한다. 윤리와 윤리적인 것 도덕적·윤리적·윤리학적이라는 것은 오래 전에 설정된 규율이나 관례 따위에 순종하는 것을 뜻한다. 고통스럽게 기꺼이 복종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으며, 복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랫 동안 유전되어 온 천성에 의하여 윤리적인 일을 쉽고도 기꺼이 해치우는 사람(예컨대 고대 희랍인에게 있어서처럼 복수하는 일이 선한 윤리에 속해 있을 때 복수를 해치우는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그는 ‘무엇엔가’ 선하기 때문에 선하다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호의와 동정심 같은 것들은 윤리의 변천 속에서도 늘상 ‘무엇엔가 선한 것’으로, 유용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주로 호의적인 사람, 자비심이 많은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악은 ‘윤리적이지 않은 것’, 비윤리를 저지르는 일, 그것이 이성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습을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을 해침은 서로 상이한 여러 시대의 모든 윤리 법칙에 있어서 대체로 해악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악하다’는 말에서 자유 의지로 이웃을 해치는 일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인간이 윤리와 비윤리, 선과 악에 대하여 구분을 지어 온 근본 대립은 ‘이기적인 것’과 ‘비이기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습 및 규율의 속박과 그로부터 자유로운 것 사이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인습이 어떻게 ‘성립’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선악이라든가 그 밖에 내재적 지상 명령(도덕 법칙)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엇보다도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민족’의 보존이 목적인 것이다. 잘못 판단된 우연을 바탕으로 형성된 모든 미신적 관례는 인습을 강요하는데, 이 인습에 복종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이다. 인습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인데,‘공동 사회’의 경우가 개인의 경우보다 훨씬 유해하다. 그런데 모든 인습은 기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이 망각될수록 계속해서 존중될 만한 것으로 되어 간다. 거기에 바쳐지는 숭배는 세대가 지날수록 더 두텁게 쌓여 인습은 마침내 신성한 것이 되고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문의 분석 이 글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일부이다. 이 책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친구이자 동지였던 바그너와의 절교로 깊은 상심과 사상적 변이를 겪고 있는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니체에 의하면 도덕은 특정한 습관이나 풍습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의 준수가 유쾌함을 창출함으로써 도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도덕이 곧바로 선하다고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도덕 및 윤리와 관련하여 대단히 파격적인 니체의 입장은 일단 상대주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나, 그의 도덕 이론을 통칭하기에 딱히 적합한 용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덕 및 윤리의 발생과 관련하여 니체가 상대주의적 외양을 띠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덕 이론과 관련하여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기존의 나약하고 노예적인 기독교 윤리를 파괴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초인의 도덕을 강조하는 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제시문에서 니체는 도덕 및 윤리가 결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아울러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도덕 법칙은 사실 정당한 가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우연히 만들어져 인습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원칙들을 강제하는 체계일 뿐이다. 비교적 난해한 제시문이지만 나름대로 제시문의 입장을 요약한 다음, 거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단, 제시문의 주장에 대한 논박과 옹호가 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써 나가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제시문이 비교적 추상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제시할 경우에는 적절한 예를 들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제시문의 입장을 찬성한다면 니체의 주장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도덕 규범의 예를 보여 주고, 반대할 경우에는 니체의 주장에 대해 반례가 될 만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볼 때 주제의 방향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 검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제문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이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서론은 먼저 전통적 도덕관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 본론의 처음 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전통적 도덕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자연스럽게 글을 연결해 나갈 수 있다. 이어서 도덕의 발생에 대한 니체의 입장과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 도덕 및 윤리가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된다는 니체의 입장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을 논술하면 된다. 이 때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으면 자의적이거나 추상적인 주장이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예로써 보완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본론의 마지막 부분에는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을 정리하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본론의 마지막 부분인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 즉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지으면 된다. 단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자신의 견해가 드러난 논리적 비판이어야 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실전 논술] 자연속에서의 인간의 지위

    ●다음 두 글은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지위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이상 실현을 고려할 때, 둘 중 어떤 인간관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더 적절한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가) 실옹:사람이 물(物)과 다른 것은 마음 때문이며, 마음이 물(物)과 다른 것은 몸 때문이다. 묻노니 그대는 그대의 몸이 물(物)과 다른 것은 무엇인지 말해 보라. 허자:그 질(質)을 두고 말한다면,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과 같고, 발이 모진 것은 땅과 같고, 피부와 모발은 땅의 산과 수풀이며, 정기와 피는 강과 바다며, 두 눈은 해와 달이며, 숨쉬는 것은 바람과 구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은 작은 천지라고 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생성 과정을 두고 말한다면, 부모의 정기와 피가 서로 감응하여 잉태하고 만조에 태어나서 나이가 들면서 지혜가 늘어나고, 이목구비의 일곱 가지 감각 기관이 통명해지며, 희로애락의 감성이 구비하게 되니 이것이 사람의 신체가 물(物)과 다른 점이 아니겠습니까? 실옹:허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사람과 물(物)이 다른 점이란 거의 드물다. 사람의 모발과 피부의 바탕이며, 정기와 피가 서로 감응하는 일과 같은 것은 초목도 사람과 같은데, 짐승은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 다시 당신에게 묻겠는데, 생물의 종류는 사람과 금수와 초목 등 세 가지이다. 초목은 머리에 해당하는 뿌리를 땅에 두고 거꾸로 생성·소멸하기에 지혜도 감각도 없으며, 짐승은 몸을 옆으로 하여 살기에 지혜는 없으나 감각은 지닌다. 이 세 가지 생물의 종류는 끝없이 펼쳐져 서로 생성·소멸과 번성·쇠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어찌 귀하고 천한 등급이 있을 수 있겠느냐? 허자:천지간 생물 가운데 사람이 제일 귀합니다. 금수와 초목은 지혜도 없고 감각도 없고 의리도 없으니 사람은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은 금수보다 천합니다. 실옹:(머리를 치켜들고 웃으며 말하기를)그대는 진실로 사람임에 틀림없다. 다섯 가지 윤리와 다섯 가지 예절 형식은 사람들의 예의며,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나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가 거품을 토해서 서로 몸을 적시어 주는 것 등은 금수의 예이며, 초목이 다복하게 떨기를 짓는 것이라든가, 곁가지가 무성하게 뻗어 나가는 것은 초목의 예이다. 인간으로서 물(物)을 보면 사람들이 귀하고 물(物)이 천하며, 물(物)로서 사람을 보면 물(物)이 귀하고 사람은 천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볼 경우 사람이나 물(物)은 똑같은 것이다. 대개 지혜가 없기 때문에 속이는 것이 없고,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무엇인가 하려 하지 않으니 물(物)은 사람보다 훨씬 귀하다. 또한 봉황새는 높은 절벽 위에서 날고, 용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울창한 숲은 신명에 통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필요한 재목이니 사람과 비하여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한 것이냐? 대도를 해치는 것으로는 잘난 체하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으니 사람이 사람을 더 귀하다고 하고 물을 천하다고 하는 것은 잘난 체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허자:봉황새와 용이 높은 절벽 위나 하늘에서 난다고 하여도 금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며, 울창한 숲이나 송백 또한 다 같이 초목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인(仁)으로써 백성에게 덕화(德化)를 미치지 못하고 지혜로써 세상을 통치하지 못하며, 복식과 의장의 법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악과 법률 및 형벌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찌 금수와 초목을 사람과 동렬에 놓을 수 있겠습니까? 실옹:심하다. 그대는 너무나 미혹되어 있도다.(중략) 이 때문에 옛 사람은 백성을 보살피고 세상을 통치하는 데 있어서는 물(物)에서 본받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곧 임금과 신하 간의 법도는 꿀벌에서 본받았고, 군사의 진법은 개미를 본받았고, 예절의 법도는 쥐가 앞발을 모으는 데서 본받고, 그물 만드는 기술은 거미한테서 배웠기 때문에 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네는 어찌하여 하늘의 입장에서 물(物)을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입장에서 만물을 보려고 하느냐? (나) 무시무시한 것이 많이 있지만 인간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그는 폭풍우 치는 남쪽의 잿빛 바다 위 거센 파도를 가르며 돌진해 가네. 결코 소멸하지도 않고 결코 지칠 줄 모르는 신들의 지고한 땅마저 파헤치고 해마다 말과 당나귀를 끌고 쟁기 보습으로 쑤셔대네. 쉽게 발견되는 새 떼, 망으로 사로잡고 야생 짐승의 무리, 대양의 짠 물고기, 잘 얽어맨 유령 같은 그물로 잡는 그는, 무엇에나 정통한 사람. 기술로 야생 짐승의 주인이 되고, 높은 곳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날것의 주인이 되어, 말의 덥수룩한 갈기에 멍에를 씌우고 항상 민첩한 산짐승 굴복시키네. 도시의 토대가 되는 말과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들을 자신에게 가르치고, 황량한 고원에 작렬하는 햇빛과 쏟아 붓는 빗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네. 두루 돌아다녀 모든 것에 정통한 그 결코 미숙한 채로 미래를 맞이하지 않네. 오직 죽음만은 피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었던 질병으로부터 피할 길 생각해 내었네. 영리함과 발명의 기술로 앞날을 경계하며 악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선으로 나아가네. (이하 생략) ●지문의 분석 (가)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홍대용의 ‘의산문답’으로, 허자와 실옹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많은 쟁점을 두고 대립하는 두 입장을 구체화시켜 보여 주고 있다. 이 두 입장 중 하나는 교조화(敎條化)되고 관념화된 유교의 전통적 논변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및 근대 과학 정신을 토대로 하는 실학적 입론이다. 홍대용은 자신의 입장이기도 한 후자의 관점을 실옹이라는 대변인을 통해 전개시키고 있다. 인용된 제시문에서 대용은 인간이 각별히 귀한 존재이고, 또 만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는 인간 중심적 태도를 실옹의 입을 통해 논박하면서, 자연 만물의 평등함과 그 공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이 글은 자연 만물의 평등함을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리스 비극 정신을 대표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중 한 부분이다.‘안티고네’의 주제는 단선적이지 않다. 한편으로는 신의 꼭두각시 같은 존재에서 벗어나 처절한 운명 앞에서도 스스로 결단하는 인간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위대함과 인간의 법이란 자연(신)의 위대함과 자연의 법을 거스르지 않을 때만 유지될 수 있는 것임을 노래하는 듯하기도 하다. 제시문은 특히 인간의 주체적인 모습, 위대한 모습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여기에서는 주체적인 인간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우선 제시문에 나타난 두 입장의 차이를 명료하게 정리해야 한다. 두 입장은 비교적 쉽게 비교·정리할 수 있다.(가)는 모든 인간 중심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을 수평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나)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고 인간의 능력을 신뢰하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을 통해서 이 논제에서 논의하여야 하는 쟁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는 ‘오늘날 인류의 현실’ 혹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기준으로 하여 두 입장을 평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인류가 어떤 문제에 직면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정리하고, 이를 논거로 삼아 두 관점 중 한 관점을 택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글의 전체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 강조하는 당위적인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언급은 논술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태도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설득력 있는 논증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그 관점에서 어떤 해결책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통해 어떤 가치관을 지녀야 할지 스스로 성찰해 보도록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도를 고려하여 논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데,(나)를 바탕으로 하여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이 지닌 특징이 무엇이고 그것이 안고 있는 궁극적 문제 의식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인간 중심적 가치관을 환경 문제와 연결지어 얼마나 위험한 사고 방식인지를 지적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이 때는 (가)에 나타나 있는 관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의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되 자연이 지닌 가치를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볼 때 주제의 방향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제문은 인간과 자연의 평등함을 인정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서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인간을 우위에 놓는 입장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 물론 이때 (나)의 입장을 정리하면 적절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본론 처음 부분에서는 (나)와 관련하여 인간 우위론이 지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된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로 인해 생태계의 보복이 있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 둘째 부분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동등하게 놓는 관점이 요청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이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여기에 (가)의 관점과 연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면 된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확산시킬 구체적 실천에 대한 강조 정도로 요약, 전망하는 내용이 제시되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대구·경북 통합 찬성” 48%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다수는 두 지역의 발전을 위해 대구·경북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경제포럼(이사장 김만제)이 최근 지역민 4743명(대구 2286명, 경북 2457명)을 대상으로 ‘대구와 경북 통합의 필요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4%(2296명)가 찬성했으며, 반대한다는 의견은 16.2%(766명)에 그쳤다. 찬성률은 대구시민이 경북도민보다 2.3%포인트 높았다. 통합 방법으로는 행정적 통합(28.3%)보다 경제적 통합(45.7%)을 더 선호했다. 특히 전체의 72.7%가 구미∼대구∼포항을 경제벨트화한 뒤 인근지역 발전까지 촉진시켜야 한다는 경제적 통합에 공감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6.3%에 그쳤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인구 50만∼200만명 규모의 광역자치단체 등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선 ‘찬성’ 37.1%, ‘반대’ 29.8%, ‘잘모르겠다’ 33.1%로 나타났다. 낙동경제포럼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시·군·구별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해 ARS(자동응답전화) 조사로 진행했다.”면서 “총 조사대상 인원 1만 5000명 가운데 4743명이 이번 조사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9%포인트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이명박 대통령감 1위

    이명박 대통령감 1위

    여야의 주요 대선 주자들 가운데 대통령 자질을 묻는 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는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46%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7.3%가 이 시장을 대통령감으로 꼽았으며 고 전 총리는 40.1%,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35.7%를 얻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5.7%,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9.9%에 그쳤다.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정 장관과 김 장관이 71.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박 대표가 54.5%, 고 전 총리가 44.2%, 이 시장이 40.5% 등의 순이었다. 이 시장은 긍정적 응답이 부정적 응답보다 유일하게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는 ‘매우 잘못’이 17.6%,‘잘못하는 편’이 48.1%로 부정적 평가가 67.5%에 이르렀으며 ‘매우 잘하고 있다’(2.1%)‘잘 하는 편’(23.8%)등 긍정적 평가는 24.7%에 불과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실전 논술]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는 문제와 적응 방안

    ●다음 글은 세계의 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을 살피고 있다. 제시문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게 될 문제를 점검해 보고, 이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정보는 전문적으로 ‘비트(bit)’라고 부르는 단위로 규정, 측정된다. 지금은 독서와 타이핑에서 피아노 연주, 다이얼 조작, 암산에 이르는 광범한 범위의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속도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확정되어 있다. 학자들 간에 그 정확한 수치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두 가지 기본 원리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 원리는 첫째,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스템에 과도한 부담을 주면 능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중략) 실험 결과는 한결같이 어떠한 작업이든지 모두 어떤 속도를 초과하면 수행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모두 신체적인 솜씨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속도의 최대 한계는 신체적 제약보다는 정신적인 제약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실험들은 또한 실험 대상자에게 제시되는 행동 선택 가능성의 수가 많을수록 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이 실험 결과들은 분명히 우리가 어떤 형태의 심리적 혼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급속도로 끊임없이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경영자들이나 공부해야 할 것은 많은 데다 거듭되는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 그리고 소란을 피우는 어린이와 요란한 전화 소리, 망가진 세탁기,10대 아이들 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로큰롤 음악 소리, 응접실의 TV 소리에 시달려야만 하는 주부―이런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감각에 밀어닥치는 정보의 파도 때문에 자신의 사고 능력과 행동 능력이 손상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투에 시달리는 군인이나 이재민, 문화 쇼크에 걸린 여행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증상들의 일부는 이러한 종류의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rd)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보 문제 연구의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미시간 대학 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밀러(Miller,James G.) 박사는 “어떤 사람에게 그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공급하면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제로 정보의 과부하는 여러 가지 정신 질환과 관계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하고 있다. 예컨대, 정신 분열증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부정확한 연상 반응’이다. 실험 대상자의 마음 속에 연결되어야 할 관념과 말들이 연결되지 않거나 또는 그 역의 경우가 생긴다. 정신 분열증 환자는 제멋대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고도로 개인화된 범주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삼각형·입방체·원뿔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토막을 대면시킬 때 정상적인 사람은 이것들을 기학학적인 형태에 따라 분류할 것이다. 정신 분열증 환자들에게 이것을 분류하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것들은 모두 군인이다.”라든가 “이것들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라는 식으로 대답하게 될 것이다. 밀러는 ‘커뮤니케이션의 혼란’(Disorders of Communication)이라는 책에서 연상 텍스트를 이용하여 정상인과 정신 분열증 환자를 비교하는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실험 대상자중 정상인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가지 단어를 다른 단어나 개념들과 연관짓도록 요구했다. 그 중 한 그룹은 시간 제한 없이 문제를 풀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시간적인 압박 하에서―빠른 속도로 정보를 투입하는 상황에서―문제를 풀도록 했다. 시간에 쫓긴 실험 대상자들은 시간 제한을 받지 않은 정상인들에 비해 정신 분열증 환자와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심리학자인 우스단스키(Usdanski,G.)와 채프먼(Chapman,L.G.)은 이와 유사한 실험을 통해 강제된 속도와 고속의 정보 투입 여건하에서 문제를 푼 실험 대상자들이 저지르는 과오의 유형들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 두 사람은 역시 반응 속도의 증가가 정상인들에게도 정신 분열증 환자 특유의 과오 패턴을 초래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밀러는 “정신 분열증은(아직 알려지지 않은 과정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신경 계통의 ‘잡음’을 증가시키는 어떤 대사 장애로 인해) 인식적 정보의 처리와 관련된 채널의 용량을 떨어뜨린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신 분열증 환자들은 표준적인 속도의 정보 투입에 대응하는 데도 마치 정상인들이 빠른 속도에서 겪는 것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정신 분열증 환자들은 표준 속도에서도 마치 정상인들이 빠른 강제적 투입 속도에서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밀러는 과중한 정보의 부담 아래에서의 인간 행동의 와해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정신 병리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잠재적 충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 사회 변화의 일반적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활 속도에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여 더욱더 단기간 동안에 이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강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느리게 진화하는 사회에서 필요로 했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적어도 일부의 사람들을 인식적인 과잉 자극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기술 사회에서 정신 건강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엘빈 토플러,‘미래 쇼크’ ● 지문의 분석 이 글은 엘빈 토플러가 쓴 ‘미래 쇼크’의 일부분이다. 앨빈 토플러는 개개인이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에 처하게 됨으로써 유발되는 파멸적인 스트레스와 방향 감각의 상실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미래 쇼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의 충격이라는 인류학의 용어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일반화된 개념이다. 한 문화권의 생활 방식에 젖어 있던 사람이 전혀 다른 문화권 속으로 들어가게 됐을 때 겪는 격심한 혼란이 그것이다.‘미래 쇼크’란 이러한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현재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우리가 미래의 문화 속으로 갑자기 진입하게 될 때 느끼는 혼란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개념은 미래 사회의 문화가 현재의 문화와 완전히 다르며 우리가 그러한 미래의 문화에 접하게 되는 속도가 충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래의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이 너무 빠른 가속도로 전개되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가속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또 인간은 이러한 미래에 어떻게 적응(또는 적응에 실패)할 것인가를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적, 사회적 변화가 그 속도를 점차 가속화함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의 적응이 한층 어려워질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인간이 사회 전반과 개인 문제에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시급히 터득하지 못한다면 대대적인 적응 파탄의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글쓴이는 그동안 그가 만나본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그들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적응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경험하고 다음과 같은 확신을 제시한다. 즉, 미래 쇼크는 머나먼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걸려 있는 실재의 질병임이 분명하다. 이 정신 생물학적 상태는 의학적 또는 정신병리학적 용어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변화병이다. 특히, 변화의 속도는 변화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급속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나가려면 미래에 대한 새로운 자세, 즉 미래가 현재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새롭고도 민감한 인식, 곧 미래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과중한 정보의 부담(정보의 과부하) 아래에서의 인간 행동의 반응을 고찰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 시스템에 과도한 부담을 부면 능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의 결과를 통해서 이미 증명되었다. 이를 토대로 글쓴이는 정보의 과부하가 인간 행동을 와해시킴으로써 정신 병리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상황이 초래할 인간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글의 주제는 정보의 과부하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 출제의도 현대는 기술 정보 사회로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 변화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거나 변화에 적응하는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가속적 추진력이 붙은 사회는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수험생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의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하는 데에 출제 의도가 있다. ● 생각하기 먼저 서론에서 기술 정보화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와 변화의 속도는 이미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을 탐구하겠다는 논지 전개 방향을 밝히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의 방향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관련되므로 그러한 측면과 관련된 논의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정보화 사회 속에서 급변하는 모습들이 야기할 문제점들을 제시문에 근거하여 정확히 짚는 것이 문제 해결의 주된 방향이 될 것이다. 그러한 논의의 방향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하면 구체성을 띠게 될 것이다. 또한 논의를 전개할 때 주된 전제가 어떤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목표는 인간다움의 실현에 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변화와 그 대응도 궁극적으로는 이 목표의 완성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글을 맺으면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안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쓸까 글 전체의 주제 방향은 정보화 시대 속에서 급변하는 사회의 영향과 적응 방안 정도로 잡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주제문은 ‘어떤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목표는 인간다움의 실현에 있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론 부분에서는 기술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생활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이런 점과 관련된 논의가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논의의 방향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본론 부분에서는 정보화로 인한 변화의 영향과 적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될 것이다. 먼저 정보화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게 될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 양상과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불안과 소외에 시달리는 모습과 관련된 논의를 전개해 문제의 핵심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의 적응 방안을 언급할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적응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하여 결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 완료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 완료

    해양수산부는 심해 6000m에서도 해저탐사와 시료채취 작업이 가능한 무인잠수정 ‘해미래’의 개발을 마쳤다고 7일 밝혔다. 오거돈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한국해양연구원과 함께 6000m급 무인잠수정을 개발, 잠수정 ‘해미래’와 진수장치 ‘해누비’의 하드웨어 조립과 운영성능 시험을 끝내고 현재 운용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장관은 “이로써 미국과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4번째로 6000m급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 기술 보유국이 됐다.”면서 “이 잠수정은 망간단괴 등 해저 부존자원 탐사와 심해 신물질 시료 채취 등에 필수적인 장비”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3월 해양연구원 거제 장목시험장서 진수식을 갖고 4월과 9월쯤 각각 울릉도 인근 심해 2000m와 태평양 6000m에서 단계적으로 시범 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미래’와 ‘해누비’의 개발에는 내년까지 총 12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총 중량 3700㎏의 무인 잠수정 ‘해미래’는 6개의 전동추진기를 통해 1.0∼1.5노트의 속도로 전후, 좌우, 상하 운행이 모두 가능하다.±5m 오차 범위에서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는 위치추적장치(USBL)를 장착하고 있다. 또 2개의 유압식 수중 로봇팔로 샘플 채취 등의 수중 작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무인 잠수정을 심해저 자원 및 신물질 탐사와 해양 환경·지질 조사, 수중 구조물 유지·보수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잠수정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잠수정 본체, 작업로봇 제작 기술과 수중 복합항법시스템 등을 국내외 업체들에 이전, 상업화를 추진함으로써 산업차원에서 해양탐사장비 부문을 육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무인 잠수정 개발로 앞으로 연간 80억원의 시스템 수입 대체,120억원 상당의 장비·부품 수출 등 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국민 76% “나는 중도·보수”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중도 또는 보수성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세균 의원)는 국회 개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정당학회 이갑윤(서강대 정외과) 교수팀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스스로의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도적이라는 응답이 39.92%로 가장 많았고,36.7%는 보수라고 답한 반면 진보라는 응답은 23.4%에 그쳤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7.6%로 압도적이었으며,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33.3%를 차지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는 81.7%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34.8%에 그친 반면 축소 의견이 46.9%로 더 많았다. 복지 예산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8.3%가 증액을 요구했으며,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33.1%였고, 축소 의견은 8.6%에 그쳤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선 54.5%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51% 대 49%로 팽팽했다. 재벌규제 해제 의견은 55%로, 규제에 찬성한 44.9%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21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면접 조사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신뢰구간 95%에서 ±2.8%이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공무원 10명중 8명 “성희롱 줄었다”

    공무원 10명 가운데 8명은 사회에서 성희롱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여성가족부는 지난 9∼10월 362개 공공기관의 공무원 2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남녀차별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결과를 보면 성희롱이 5년 전과 비교해 ‘사회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응답은 80.4%,‘직장 내에서 줄었다.’는 응답은 77.8%로 나타났다. 언어적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공무원은 지난 2001년 22.6%에서 9.7%로 줄었으며, 시각적 성희롱과 육체적 성희롱도 각 6.1%,4.8%에서 1.3%,2.0%로 줄었다. 양성평등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분야로는 공무원의 경우 보직부여와 전보 22%, 승진·포상 16.9%, 복지제도 1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은 대표선출 32.3%, 복장 20.2%, 계열 선택 11.7% 등을 꼽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국가기관 ±3.3%, 공직유관기관 ±3.7%, 학교는 ±3.3% 등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정시모집 합격전략](2)인문·사회계열 사례

    [정시모집 합격전략](2)인문·사회계열 사례

    (질문) 경영 또는 법학과로 진학을 원하는 고3 재학생 백난희(가명) 학생입니다. 평소 모의고사에 비해 수능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지 못했습니다. 가채점한 원점수는 언어 95점, 수리‘나’형 72점, 외국어 84점, 정치 45점, 한국근현대사 48점, 법과사회 35점, 국사 37점입니다. 학생부 평어 성적은 전 과목과 주요교과(국어, 수학, 영어, 사회) 모두 4.9점(5.0점 만점)이고, 석차는 전과목 7.2%, 주요교과 6.4%입니다. 현재 연세대 수시 2학기 모집 법학계열에 수능 조건부로 합격이 되어 있는데, 최저 기준이 수능 3개 영역 2등급 이상입니다. 가채점 결과로 최저 기준 등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또 정시모집에서 지원을 한다면 대략 어느 정도 대학에 지원이 가능한가요? 가급적 재수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답변) 학생이 받은 수능 원점수를 영역별로 분석해 보면 언어 95점은 예상백분위 88,3등급, 수리‘나’ 72점은 예상백분위 89,2등급, 외국어 84점은 예상백분위 88,3등급, 사회탐구에서 정치 45점은 예상백분위 95,2등급, 한국근현대사 48점은 예상백분위 97,1등급, 법과사회 35점은 예상백분위 75,4등급, 국사 37점은 예상백분위 60,4등급이다. 원점수 분석 결과로는 연세대 수능 최저학력기준인 3개 영역 2등급 기준에 1개 영역이 부족하다. 물론 원점수 분석 결과는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한 표본 분석 자료이므로 최종 성적 통지가 되어야만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또한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모두 2등급 하한선 구분 점수에서 ±1점 내에 학생의 점수가 속해 있으므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정시모집에서 수능과 학생부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알아보자. 학생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에 정시모집 지원에서는 학생부 성적의 감점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지원 가능 대학 점검에서는 수능 성적만 고려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가군에서는 건국대 법학과가 배치점수 843점(1000점 만점)에 자기 점수 844점으로 차이점수 +1점(적정)이고, 홍익대 경영학부는 배치점수 496점(만점 600점)에 자기점수 507점으로 차이점수 +11점(안정)이다. 나군에서는 서울시립대 경영학부가 배치점수 607점(700점 만점)에 자기점수 607점으로 차이점수 0점(적정)이고, 한국외대 경영학부는 배치점수 575점에 자기점수 576점으로 차이점수 +1점(적정)이며, 경희대 법학부는 배치점수 595점에 자기점수 591점으로 차이점수 -4점(도전)이다. 다군에서는 숙명여대 경영학부가 배치점수 800점 만점에 자기점수 806점으로 차이점수 +6점(적정)이고, 경희대 경영학부는 배치점수 600점(700점 만점)에 자기점수 591점으로 차이점수 -9점(도전)이며, 한국외대는 법학과는 배치점수 607점(700점 만점)에 자기점수 595점으로 -12점(도전)이다. 재수를 고려하지 않은 합격 위주의 지원 전략을 세우기 위해 각 군별로 선택한 안정·적정·도전 진단을 조합한 결과 가장 안정적인 지원은 없고, 합격률이 70% 이상인 안정 지원은 ‘가’군에 홍익대 경영학부,‘나’군에 한국외대 경영학부,‘다’군에 숙명여대 경영학부 또는 한국외대 법학을 선택해 지원하는 것이다. 합격률이 50∼70%인 희망적인 지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군에 홍익대 경영학부,‘나’군에 경희대 법학부,‘다’군에 숙명여대 경영학부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가’군에 건국대 법학,‘나’군에 한국외대 경영학부,‘다’군에 숙명여대 경영학부 지원이다. 희망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어느 군이 안정지원이냐에 따라 가, 나, 다군 3곳 모두 불합격할 수도 있다. 원점수와 표준점수(백분위)는 점수 척도가 다르므로 원점수 가채점 결과로 세운 지원전략은 최종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반드시 점검하도록 한다. 학생의 경우, 수시모집 2학기에 지원한 연세대에 합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최종 수능 성적 결과에 따라 좌우되므로 현재로서는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당장 해야 할 과제는 지원 가능 대학의 범위를 확대해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의 논술 시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최종 성적 발표 후에 논술 준비를 하려면 시간도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 불안하게 된다. 해당 대학의 지난 기출 문제, 금년도 출제 경향 및 모의 논술 문제 등을 토대로 폭넓게 공부하며, 최종 성적 발표 후에는 가, 나, 다군 최종 지원 대학을 결정하고 해당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 방침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시험 대비를 하면 된다. 김영일 강남중앙학원 원장 · 김영일교육컨설팅(주) 소장
  • [실전 논술] 사회속에서 개인의 책임과 역할

    ●다음은 전광용의 (꺼삐딴 리)에서 발취한 글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인국의 행적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유의사항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로 쓸 것. 2)이인국이 친일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하지 말 것. 3)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것. 4)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개인의 윤리 덕목을 제시할 것. (가)벌써 육 개월 전의 일이다. 형무소에서 병보석으로 가출옥되었다는 중환자가 업혀서 왔다. 휑뎅그런 눈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환자. 그는 간호원의 부축으로 겨우 진찰을 받았다. 청진기의 상아 꼭지를 환자의 가슴에서 등으로 옮겨 두 줄기의 고무줄에서 감득되는 숨소리를 감별하면서도, 이인국 박사의 머릿속은 최후 판정의 분기점을 방황하고 있었다. 입원시킬 것인가, 거절한 것인가……. 환자의 몰골이나 업고 온 사람의 옷매무새로 보아 경제 정도는 뻔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었다. 일본인 간부급들이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하는 이 병원에 이런 사상범을 입원시킨다는 것은 관선 시의원이라는 체면에서도 떳떳지 못할뿐더러,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황국신민(皇國新民)의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는 이런 경우의 가부 결정에 일도양단하는 자기 식으로 찰나적인 단안을 내렸다. 그는 응급 치료만 해 주고 입원실이 없다는 가장 떳떳하고도 정당한 구실로 애걸하는 환자를 돌려보냈다. 환자의 집이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건너편 골목 안에 있다는 것은 후에 간호원에게서 들었다. 그러나 그쯤은 예사로운 일이었기에 그는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시민 대회 끝에 있는 해방 경축 시가 행진을 자기도 흥분에 차 구경하느라고 혜숙이와 함께 대문 앞에 나갔다가, 자위대 완장을 두르고 대열에 끼인 젊은이와 눈에 마주쳤다. 이쪽을 노려보는 청년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은 살기를 느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어리벙벙하던 이인국 박사는, 그것이 언젠가 입원을 거절당한 사상범 환자 춘석이라는 것을 혜숙이에게서 듣고야 슬금슬금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집으로 이거 들어왔다. 그 후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거리로 나가는 것을 피하였지마는 공교롭게도 어제 저녁에 그 벽보 앞에서 마주쳤었다. (나)나는 코 허리에 내려온 안경을 올리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각은 활자 속을 헤치고 머릿속에는 아들의 환상이 뒤엉켜 들어차 왔다.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킨 것은 거지의 억지에서였던 것만 같았다. 출신 계급, 성분, 어디 하나 부합될 조건이 있었단 말인가. 고급 중학을 졸업하고 이과 대학에 입학한 바로 그 해이다. 이인국 박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자기의 처세 방법에 대하여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다. “얘, 너 그 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왜요?” 이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를 느끼면서 반문했다. “야 원식아, 별 수 없다. 왜정 때는 그래도 일본말이 출세를 하게 했고 이제는 노어가 또 판을 치지 않니.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지. 아무튼 그 노서아 말 꾸준히 해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새삼스럽게 자극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내 나이로도 인제 이만큼 뜨내기 화화쯤은 할 수 있는데, 새파란 너의 낫세로야 그걸 못하겠니?” “염려 마세요, 아버지…….” 아들이 대답이 그에게는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이인국 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디 코 큰 놈이라구 별것이겠니, 말 잘 해서 징정이 통하기만 하면 그것들두 다 그렇지…….” 이인국 박사는 끝내 스텐코프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아들의 소련 유학을 결정짓고야 말았다.(중략) “가만 있어요, 호랑이두 굴에 가야 잡는 법이오. 무슨 세상이 되든 할 대로 해 봅시다.” “그래도 저 어린 것을 어떻게 노서아까지 보낸단 말이오.” “아니 중학교 아이들도 가지 못해 골들을 싸매는데, 대학생이 못 가 견딜라구.” “그래도 어디 앞일을 알겠소…….” “괜한 소리, 쟤가 소련 바람을 쏘이구 와야 내게 허튼소리 하는 놈들도 찍소리를 못 할 거요. 어디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살아 봅시다.” 아들의 출발을 앞두고, 걱정하는 마누라를 우격다짐으로 무마시키고 그는 아들의 유학을 관철하였다. ‘흥, 혁명 유가족도 가기 힘든 구멍을 친일파 이인국의 아들이 뚫었으니 어디 두고 보자…….’ 그는 만장의 기염을 토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희망에 찬 미소를 풍겼다. 그 다음 해에 사변이 터졌다. 잘 있노라는 서신이 계속하여 왔지만 동란 후 후퇴할 때까지 소식은 두절된 채로였다. 마누라의 죽음은 외아들을 사지로 보낸 것 같은 수심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신문 다찌끼리 속에 채워진 글자를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훑어 내려 갔다. 그러나 아들의 이름에 연관되는 사연은 한마디도 없었다.‘이 자식은 무얼 꾸물꾸물하느라고 이런 축에도 끼지 못한담……. 사태를 판별하고 임기 응변의 선수를 쓸 줄 알아야지, 맹추같이…….’ ● 지문의 분석 이 소설은 정신적 지조 없이 시류(時流)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안일만을 추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우리나라 지도층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지문으로 제시한 부분은 일제 강점기하에서 모범적인 황국신민(皇國新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상범 춘석의 입원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장면과 소련군 장교를 배경 삼아 아들의 모스크바 유학을 결정짓는 장면이다. 왜정 때는 일본말을, 이제는 노어를 해야 버젓이 살 수 있으며,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말에서 이인국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식민지 통치, 해방,6·25전쟁, 산업화 등등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때 의과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회중시계를 상품으로 받는다. 그는 의술이 뛰어났지만 권력층만 상대하면서 그의 자녀를 일본인 학교에 보내는 것은 물론 시의원에다가,‘국어(國語) 상용(常用)의 가’라는 칭호를 받는 등 철저한 친일파로 살아간다. 해방 후 소련군이 진주해 오고 그는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앞날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감방에 돌던 전염병을 퇴치하고 러시아어를 힘써 배운다. 그러던 중 소련군 장군 스텐코프의 혹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 주고 그의 신임을 얻어 석방된다. 뿐만 아니라 소련군 장군의 후원에 힘입어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 보낸다.6.25 전쟁이 터지자 그는 월남하여 병원을 개업하는데, 병원은 종합 병원을 방불케 할 만큼 성공한다. 그는 이제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미국 대사관 직원과 교분을 쌓아 그의 추천으로 미국무부 초청을 받아 미국 길에 오른다. 결국 이 작품은 시류에 타협하면서 일신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인간형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출제의도 이 문제는 현대와 같은 경쟁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에 대하여 어떤 책무를 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요구한다. 이것은 장차 사회 속의 개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소양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감이 무너지고 개별화, 분자화되어 가는 시대적 병폐를 치유하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 생각하기 먼저 이 지문에 나타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인국이 일제 시대와 해방 직후의시기를 지내 오면서 사회 속에서 어떤 처세를 하였느냐 하는 점이다. 사상범 춘석의 입원을 거절하고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잇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특징과 개인 윤리의 개념을 생각해 본다. 현대 사회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확정해야 거기에 적합한 개인 윤리를 탐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의 특징과 관련지어 개인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덕목이 무엇인지 확정한다. 희생, 봉사, 친절 등 실로 다양한 개인의 윤리적 덕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왜 그런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를 현대 사회의 특징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어떻게 쓸까 논제에서 주어진 내용과 연관지어 주제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데, 문제를 삼고 있는 내용으로 보아 건전한 개인 윤리 함양이라는 정도로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제문의 방향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개방적 제도와 건전한 판단력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에서 잡을 수 있다. 글의 서론 부분에서는 논제에서 주어진 것과 관련하여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의 행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의 과제를 제시하면 훨씬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먼저 주인공 이인국의 성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기회주의자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반사회적 행위로 지탄받는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현대 사회의 특징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와 개방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 그런 다음, 현대인에게 필요한 개인 윤리가 무엇인지 중점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생활 태도와 건전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 이외에도 스스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 성찰을 하여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앞서서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건전한 개인 윤리 함양의 노력이 필요함을 제시하면 된다. 이 논제와 관련하여 ‘이인국이 시대에 따라 변신하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현대 사회에서 건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교육적 조치가 어떤 것인지 논술하시오. 사회 환경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와 같은 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정시모집 합격 전략] (1)지원전략 6단계

    [정시모집 합격 전략] (1)지원전략 6단계

    수능시험이 끝났다. 올해는 수능 성적 통지 5일 후부터 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대학·학과별 입시 정보를 수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시모집 원서접수 전까지 앞으로 5차례에 걸쳐 김영일교육컨설팅㈜ 김영일 소장에게 올해 정시 지원전략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미리 자신의 성적 분석-원점수(가채점) 수능 성적 분석, 학생부 성적 분석, 논술 및 면접·구술 실력 등-과 함께 목표 대학·학과의 전형 방법-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 수능 반영 영역 및 반영 비율, 수능 영역별 점수 계산 방법, 수능 가감점 부여 현황, 학생부 활용 방법, 대학별 고사 실시 여부 및 방법 등 모집 요강을 자세하게 정리하고 정시 모집 지원 전략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최종 성적을 통지받은 뒤에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토대로 새롭게 지원 전략을 짜거나, 이미 수립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원 전략 수립의 단계 가운데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수능 성적(가채점) 분석이다. 실제 정시 모집에서 수능은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반영한다. 하지만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이전이므로 원점수(자신이 채점한 점수) 분석을 통해 전국에서의 위치, 영역별 강·약이나 유·불리 등을 알아본다. 수능 이후 입시전문기관에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정보 제공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대학 전형에서 실제로 반영하는 영역 및 영역별 배점대로 자신의 점수를 계산한 후 동일 점수대 수험생의 영역별 평균과 비교해 유·불리 발생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또한 교차지원 가감점에 해당하는 수리 영역 가형/나형, 탐구 영역 사탐/과탐 선택에 따른 가감점 여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수능 성적을 어떻게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두번째로 할 일은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찾는 것이다.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찾는 첫번째 기준은 역시 수능 성적이다. 학생부나 대학별 고사의 변수는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찾은 다음에 유·불리를 고려한다. 활용 영역군별 자신의 점수±5점 내외를 기준으로 배치참고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입시 군별로 3∼5개 정도씩 찾고 해당 대학·학과의 입시 요강을 분석한다. 세번째로 할 일은 학생부 성적 분석이다. 대학에 따라 학생부 반영 형태(반영 방법, 교과목, 점수 차 등)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선정한 다음 상대적인 유·불리를 고려할 때 학생부 성적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 대학·학과별 학생부 성적을 계산해야 한다. 유·불리는 대학·학과별 교과 성적의 차이 백분율((차이점수÷배점)×100)을 비롯하여 다른 비교과 활동 성적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아니면 학생부로 인한 영향이 없을지를 판단한다. 네번째는 대학별 고사 분석이다. 학생부 성적 분석과 마찬가지로 대학별 고사도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선정한 다음, 자신의 준비 정도 등을 고려하여 상대적인 유·불리를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불리는 대학별 고사 실시 여부와 자신의 준비 정도를 비교하여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한다. 다섯번째는 합격 가능성 종합 분석이다.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선정하고, 학생부 성적과 대학별 고사의 유·불리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격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지원 전략을 수립한다. 입시 군별로 3∼5개 대학·학과를 선택하여 지원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 후에는 어떤 전략으로 지원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수험생 개개인의 여건에 따라 선택하는 전략이 달라지고,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진다. 수험생의 지원 성향에 따라 합격 가능성별 지원 유형은 달라지게 된다. 물론 안정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입시 군’을 안정권으로 지원하느냐에 따라 합격 가능성도 달라진다. 김영일 강남중앙학원 원장 · 김영일교육컨설팅(주) 소장
  • [실전논술]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구분해야 하는가

    ●다음 글을 읽고 (가)와 (나)의 논점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고전 음악 과 대중 음악을 구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가)대중 매체는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나)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이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유의사항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2)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을 진술할 것. (3)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 어느 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설문 조사를 통해 문화 예술에 대한 수용자 집단의 태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 나라 문화 발전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문화 예술의 수용 형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TV) (52%),(야외무대)(23%),(실내 무대 공연)(13%),(영화)(6%) 순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조사 연구가 특정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에 틀림없다면, 그 결과는 어느 정도까지는 수긍이 간다. 보통 사람들이 1년에 고작해야 음악회에 몇 번을 가겠는가? 그러니까 오히려 TV나 야외 무대 공연에 신경을 더 써 달라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는 음악회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기회보다 다른 기회에서 무의식 중에 음악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소위 ‘순수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하고 불건전한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의 음악’이며,‘일상 음악’이다. 일상 음악은 못쓰는 것으로 내동댕이쳐진 ‘깡통 음악’이며,‘부정적 감상’을 위한 음악, 기능 음악, 배경 음악,‘가벼운 음악’이다. 이 음악은 상품의 형태로 시장에 진열되어 있으며, 쓰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버려야 할 ‘소비재성 음악’이다. 이것은 다국적 기업 또는 그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는 국내 음반 산업의 생산 제품이다. 자동차나 고속 버스, 엘리베이터, 쇼핑 센터, 식당, 다방, 호텔, 공항, 사무실, 공장, 비행기, 수영장, 공원, 캠퍼스, 은행, 운동장, 병원에서 틀어놓는 음악은 특별히 우리의 주의를 끌지도 않으며, 마치 벽에 걸려 있는 장식용 그림이나 인테리어 시설처럼 하나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배경 음악은 적절한 데시벨의 음향 한계라는 일정한 폭을 가진다. 이 음량 폭보다 작아도 안 되고 커도 안 된다. 즉, 듣는 사람에게 과도한 정신 집중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음악 내용도 어려워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전혀 촌스럽게 진부한 것이어서도 안 된다. 배경 음악에 가장 적격인 것은 언뜻 들어서 그 선율이 잘 생각나지 않으나 자꾸 듣다 보면 그 원래의 곡이 무엇이었나 알 수 있게 되는, 말하자면 폴 모리아나 레이몽 르페브르가 편곡하는 방식의 세미클래식 또는 흘러간 팝송이다. 아니 배경 음악의 맥에 들어오면 그것이 베토벤이든 비틀즈든 상관없다. 이런 점에서 배경 음악은 고전 음악과 대중 음악의 한계를 넘나들면서, 그 잘못된 2분법에 대해 보란 듯이 손가락질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무엇인가 듣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외로워진다. 듣지 않으면서도 라디오를 켜 놓아야 안심이 된다. 소리를 듣는 것은 자신과 외부 세계와의 대화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단절을 뜻한다. 그러나 듣지 않으면서 시끄럽게 틀어놓는 것은, 외부의 무의미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의미의 부재, 의미의 해체는 기술 지배(technocraft)의 권력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그 전달 경로에 있어서 악보보다는 레코딩에 의존한다. 이 레코딩의 특징은 악보가 갖는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며, 녹음 과정에서 허용되는 이론상 무한정의 수정 가능성(더빙을 통하여), 그것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무한정의 반복 가능성이다. 사실 TV, 라디오, 음반 등의 대중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의 수용 형태는 레코딩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대중 매체에 등장으로 이제 음악을 들으려면 시간적·공간적 제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인도 음악에서는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아침에 듣는 음악, 점심 때 듣는 음악, 저녁 때 듣는 음악이 달랐으며, 그 음악을 들으려면 그 음악에 해당하는 시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바흐가 살던 시절 그의 칸타타를 들으려면 주일날 성 토마스 교회에 출석하거나, 아니면 결혼식이 베풀어지는 귀족의 집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도의 아침 라가와 바흐의 부활절 칸타타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이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음악을 듣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은, 안방에 드러누워 TV를 보거나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회장에서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음악회의 에티켓 중에는 옆 사람과 잡담을 하거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은가? 듣고 싶을 때 듣고, 듣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끌 수 있고, 음악을 들으면서 잡지를 보거나 식사를 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또, 듣고 싶은 음악의 일부분만을 따로 떼어서 듣고 싶을 때는 그 악장의 플레이어에 바늘을 올려놓으면 된다. 아예 레코드 회사에서도 이러한 식의 감상을 염두에 두고, 특정한 분위기의 짧은 소품들을 옴니버스로 편집하여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심지어는 잘 알려진 음악의 주제나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만 엮어서 메들리로 녹음한 음반도 나와 있다. 음악 감상의 유형도 ‘주제적 감상’이나 ‘명곡 해설집 식의 감상’이 이루어지며,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악 퀴즈식의 감상’이 지배적이다. ●지문의 분석 음악 생활은 음악을 행하고, 듣고, 즐기는 모든 공적이고 개인적인 형태의 음악 문화 생활을 의미한다. 음악 생활은 직업 음악가적인 활동, 음악 애호가적인 활동 또는 지역 문화에 따른 사회 현상을 반영한다. 때문에 음악 생활의 개념은 시대적으로 변화되는 사회 현상에 따라서 이해되어지는 음악 문화에 좌우될 수 있다. 음악은 인간의 정서와 감성의 표현이므로 음악을 통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은 동시대 문화와 사회의 산물이므로 그 속에는 당연히 그 시대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곧 민주화 시대의 음악이다. 여기서는 음악에서의 계층 간의 대립이나 구분은 그리 엄격하지 않다. 다원화된 음악 문화가 다원화된 모습으로 각계 각층의 수용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 매체의 등장으로 음악의 민주화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음악계를 지배하는 통념이 아직 연주회장 내에서의 음악 문화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성 음악인들이 실용 음악에 대해 무시하고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것과도 통한다. 그러나 모든 예술 음악인들이 그러한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용 음악, 체육 음악, 영화 음악 분아에 기성 음악인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사고 방식도 점점 개방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여 대응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미술 대학에 회화과, 조소과, 공예과와 더불어 응용 미술학과 또는 산업 미술학과가 있듯이, 실용 음악과의 설치도 하루 빨리 시급하게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예술 대학의 실용 음악과 설치는 매우 적절한 것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글에서는 먼저 문화 예술의 수용 형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기술하고 있다.TV나 야외 무대 공연에 힘써 달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것은 사람들이 기존에 향유하던 문화 예술 양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음악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주로 실내 음악회를 통해 문화 생활을 즐겼지만 지금은 생활의 현장에서 음악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이 이루어지는 음악 감상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음악을 인테리어처럼 이루어지는 음악이라고 해서 배경 음악이라고 한다. 배경 음악은 적절한 데시벨의 음향 한계를 지니고 있는 음악으로, 이 영역에서는 고전 음악이든 대중 음악이든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대중 매체 시대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음악을 틀어놓고 생활을 하게 되었고,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은 악보보다는 레코딩에 의존하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직접 연주가 아닌 레코딩을 통해서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음악 감상 형태도 달라지게 되었고, 또 음악도 자기가 원하는 곡을 취사 선택해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대중 매체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글은 대중 매체에 의해 변화된 음악의 양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제의도 이 문제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면서 아울러 대중 음악과 고전(예술) 음악의 구분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 논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중 매체 시대에 음악이 나아갈 길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논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살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 음악과 고전 음악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야 한다. ●생각하기 먼저 대중 매체 시대가 되면서 대중 매체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대중 매체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실제 생활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할 때, 대중 매체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고, 내용적 측면이나 감상적 측면에서도 골고루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펼쳐야 한다. 이것은 감상적인 측면에서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친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음악이라는 것은 실내에서 음악가들의 연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대중 매체가 발달하면서 음악가와 감상자가 분리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 논술에 있어서 바탕이 되는 논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대중 음악과 고전 음악이라고 지금까지 구분해 왔던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때가 온 것이다. 대중 매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은 그것이 대중 음악이건 고전 음악이건 상관 없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필요 없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그렇게 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실용 음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쓸까주어진 논제와 관련하여 우선 주제는 대중 매체가 음악에 미친 영향으로 잡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제문은 ‘대중 매체 개입으로 인해 대중 음악과 예술 음악의 구분이 필요 없어졌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해 글의 서론을 정리할 수 있는데, 최근에 나타나는 대중 매체 시대의 음악 감상 경향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예전의 놀이 마당과 달리 안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는 일이 가능해졌고, 워크맨 등으로 듣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토대로 이것이 지닌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먼저 아직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대중 음악과 예술 음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대중 매체의 개입으로 상황이 변화했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도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고 음악회 문화도 음반 산업에 종속되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이제는 굳이 예술 음악이니 대중 음악이니 해서 나눌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50대가 변하고 있다

    50대가 변하고 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긴 50대 시니어 세대들의 가치관 및 행태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으며, 일할 때 위험이 따르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골방 한 편에서 자녀들에게 얹혀 사는 과거 노인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MBC애드컴·금강기획·LG애드·한컴·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TBWA 등 6개 광고회사로 이뤄진 ‘소비자성향조사(CPR)협의회’가 50세 이상 전국 남녀 774명을 개별 면접해 지난 2001년 등의 결과와 비교해 22일 내놓은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는 ±1.3%이다. 이에 따르면 50대 시니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매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할 때 위험이 따르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추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2001년 28.5%에서 44.4%로 증가했다. 반면 ‘활동적인 취미보다 앉아서 하는 취미생활이 좋다.’는 사람은 36.5%에서 28%로 줄어 대조를 이뤘다.‘위험하더라도 모험적인 스포츠가 좋다.’는 응답도 13.9%에서 18.8%로 증가했다. ‘인생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응답은 71%,‘경제적인 여유를 갖더라도 직업은 가져야 한다.’는 사람은 81.7%나 됐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보수적일 것 같은 결혼관도 상당히 개방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결혼에 문제가 생기면 이혼할 수 있다.’는 응답이 지난 2003년 28.4%에서 41.1%로 크게 늘었으며,‘결혼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대답 역시 19.6%에서 34.7%로 훨씬 많아졌다.‘자녀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응답도 31.5%로 14.1%포인트 증가했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은 어디서 물건을 사는 것일까.5일장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세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금보다는 카드구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36%였으며, 신용카드 보유율도 66.5%에 달했다.43.8%가 1주일에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물건은 세일기간을 기다려서(57.1%) 유명브랜드를 구입(34%)해 멋을 내고 있다. 인터넷도 더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터넷 이용률이 지난 2001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37.6%였으며,‘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응답은 23.3%로 나왔다. 실제 인터넷을 통한 물건구입 경험은 3.2%에서 24%로 껑충 뛰었다. 인터넷 쇼핑이 시니어들에게도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실전논술] 민주주의 발전의 조건

    ●다음 글을 읽고, 이 작품에서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그것들이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민주주의의 실현, 혹은 발전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논술하시오. -유의사항 (1)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할 것. (2)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가) “나는 파리올시다. 사람들이 우리 파리를 가리켜 말하기를, 파리는 간사한 소인이라 하니, 대저 사람이라 하는 것들은 저의 흉은 살피지 못하고 다만 남의 말은 잘하는 것들이오. 간사한 소인의 성품과 태도를 가진 것들은 사람들이오. 우리는 결단코 소인의 성품과 태도를 가진 것이 아니오.(시전(詩傳))이라 하는 책에 말하기를, 영영한 푸른 파리가 횃대에 앉았다 하였으니, 이것은 우리를 가리켜 한 말이 아니라 사람들을 비유한 말이오. 옛글에 ‘방에 가득한 파리를 쫓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하는 말도 우리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사람 중의 간사한 소인을 가리켜 한 말이오. 우리는 결코 간사한 일은 하지 아니하였소마는, 인간에는 참 소인이 많습디다.(중략) 여러분도 다 아시거니와 그래 공담(公談)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소인이오, 사람들이 간물(奸物)이오? 생각들 하여 보시오. 또 우리는 먹을 것을 보면 혼자 먹는 법 없소. 여러 족속을 청하고 여러 친구를 불러서 화락한 마음으로 한가지로 먹지마는, 사람들은 이(利) 끝만 보면 형제 간에도 의가 상하고 일가 간에도 정이 없어지며, 심한 자는 서로 골육상쟁(骨肉相爭)하기를 예사로 아니, 참 기가 막히오. 동포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구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이치거늘 사람들은 과연 저희 동포끼리 서로 사랑하는가? 저들끼리 서로 빼앗고, 서로 싸우고, 서로 시기하고, 서로 흉보고, 서로 총을 놓아 죽이고, 서로 칼로 찔러 죽이고, 서로 피를 빨아 마시고, 서로 살을 깎아 먹되 우리는 그렇지 않소. 세상에 제일 더러운 것을 똥이라 하지마는, 우리가 똥을 눌 때 남이 다 보고 알도록 흰 데는 검게 누고, 검은 데는 희게 누어서 남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소. 사람들은 똥보다 더 더러운 일을 많이 하지마는 혹 남의 눈에 보일까,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겁을 내어 은밀히 하되, 무소부지(無所不知)하신 하나님은 먼저 아시고 계시오. 옛적에 유형이라 하는 사람은 부채를 들고 참외에 앉은 우리를 고, 왕사라 하는 사람은 칼을 빼어 먹을 먹는 우리를 쫓을새, 저 사람들이 그렇게 쫓되 우리가 가지 아니함을 성내어 하는 말이, 파리는 아도 도로 온다 미워하니, 저희들이 쫓을 것은 쫓지 아니하고 아니 쫓을 것은 쫓는도다. 사람들은 우리를 쫓으려 할 것이 아니라, 불가불 쫓아야 할 것이 있으니, 사람들아, 부채를 놓고 칼을 던지고 잠깐 내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당연히 쫓을 것은 너희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마귀니라. 사람들아 사람들아, 너희들은 너희 마음 속에 있는 물욕을 쫓아버려라. 너희 머릿속에 있는 썩은 생각을 내어 쫓으라. 너희 조정에 있는 간신들을 쫓아 버려라. 너희 세상에 있는 소인들을 내어 쫓으라. 참외가 다 무엇이며, 먹이 다 무엇이냐?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리 수십억만 마리가 일제히 손을 비비고 비나니, 우리를 미워하지 말고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너희를 해치는 여러 마귀를 쫓으라. 손으로만 빌어서 아니 들으면 발로라도 빌겠다.” 의기가 양양하여 사람을 저희 똥만치도 못하게 나무라고 겸하여 충고의 말로 권고하고 내려간다. (나) 웅장한 목소리로 회장을 부르니 산천이 울린다. 연단에 올라서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좌중을 내려다보니 눈알이 등불 같고 위풍이 늠름한데, 주홍 같은 입을 떡 벌리고 어금니를 부지직 갈며 연설하는데, 좌중이 종용하다. “본원의 이름은 호랑인데 별호는 산군이올시다. 여러분 중에도 혹 아시는 이도 있을 듯하오. 지금 ‘가정(苛政)이 맹어호(猛於虎)라.’ 하는 문제를 가지고 두어 마디 할 터인데, 이것은 여러분 아시는 것과 같이, 옛적 유명한 성인 공자님이 하신 말씀이라. 가정이 맹어호라 하는 뜻은 까다로운 정사(政事)가 호랑이보다 무섭다 함이니, 양자(楊子)라 하는 사람도 이와 같은 말이 있는데 혹독한 관리는 날개 있고 뿔 있는 호랑이와 같다 한지라, 세상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일 포악하고 무서운 것은 호랑이라 하였으니, 자고 이래로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를 받은 자가 몇 명이나 되느뇨? 도리어 사람이 사람에게 해를 당하며 살육을 당한 자가 몇 억만 명인지 알 수 없소.(중략) 그런고로 영국 문학박사 판스라 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여 잔인한 까닭으로 수천만명 사람이 참혹한 지경에 들어갔도다 하였고, 옛날 진희왕이 초희왕을 청하매 초희왕이 진나라에 들어가려 하거늘, 그 신하 굴평이 간하여 가로되, 진나라는 호랑이의 나라이라 가히 믿지 못할지니 가시지 말으소서 하였으니, 호랑이 나라가 어찌 진나라 하나뿐이리오. 오늘날 오대주(五大洲)를 둘러보면, 사람 사는 곳곳마다 어느 나라가 욕심 없는 나라가 있으며, 어느 나라가 포악하지 아니한 나라가 있으며 어느 인간에 고상한 천리를 말하는 자가 있으며, 어느 세상에 진정한 인도를 의론하는 자가 있느뇨?(중략) 옛적 사람은 호랑이 가죽을 쓰고 도적질하였으나, 지금 사람들은 껍질은 사람의 껍질을 쓰고 마음은 호랑이 마음을 가져서 더욱 험악하고 더욱 흉포한지라, 하나님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하신 하나님이시니, 이같이 험악하고 흉포한 것들에게 제일 귀하고 신령하다는 권리를 줄 까닭이 무엇이오? 사람으로 못된 일 하는 자의 종자를 없애는 것이 좋은 줄로 생각하옵네다.” ● 지문의 분석 이 작품은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라는 신소설로, 우화 정치 소설로 평가된다. 이런 양식의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지은이의 의도된 저항 정신의 발로이자 건강한 도덕심을 제창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정치 소설은 국민의 정치적 계몽과 개인적 정견 발표 내지 사회 개량 수단으로 나타나거나, 국권 신장 의식을 반영하고 부패 관료의 학정을 폭로하는 풍자적 무기로 이용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소설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와 국민들에 대한 강렬한 풍자와 비판 정신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작품의 결말 부분에 이제까지 제기된 문제를 기독교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나’는 악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한탄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우연히 금수 회의를 방청하게 된다. 금수 회의에서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등이 나와서 인간의 간사함과 포악성, 비윤리적인 태도 등을 비난한다. 끝으로 사회자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더러운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금수 회의를 폐회한다. 이를 지켜본 ‘나’는 인간의 반성과 회개를 촉구한다. 전체적으로 인간 세계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하려는 의도가 강한 소설로 볼 수 있다. ● 출제의도 민주주의의 실현은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가. 현실적으로 제도의 문제이면서 그것만으로는 충분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이 논제는 설정되었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제도라는 면에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장치가 잘 구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온갖 다양한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계 장치와는 또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민도(民度) 혹은 시민의식(市民意識)이라는 말을 한다. 동일한 수준의 민주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의식에 따라 민주주의의 질적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여 (금수회의록)에서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우리 현실에 적용시키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들의 삶에 대하여 성찰하도록 하는 의도가 잘 드러난 문제이다. ● 생각하기 먼저 제시문을 충실히 읽고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주로 인간의 이기심을 질타하고 있다. 올바른 민주주의는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의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오히려 서로에게 해악이 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문제를 떠난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문제점을 토대로 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시문의 후반부에서는 이기심이 한층 노골화·제도화된 ‘포악한 정치’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특히 권력을 남용했을 때 민주주의는 힘을 잃게 된다. 권력의 남용과 악용은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개인의 창의력과 삶의 의욕 전반을 저하시키게 된다. 이러한 점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이 두 문제를 현실과 결부시켜 문제가 요구하는 논점에 진입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막연히 구조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제시한 문제가 지닌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 어떻게 쓸까 우선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주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제와 관련해 주제문을 ‘민주적인 제도와 구성원들의 의식이 갖추어졌을 때 민주주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주제문을 설정해 볼 수 있다. 글의 서론 부분에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과 관련하여 화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시된 작품에서 문제삼는 내용과 관련된 것이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극단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의 행태와 폭력화된 권력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제시문과 관련된 화제를 도입하면서 논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민주주의 현실을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다음, 본론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핵심적인 논의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언급해야 한다. 먼저 이기적인 삶의 행태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를 전개한 다음, 이 작품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권력의 남용, 악용의 문제를 다루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 실현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 부분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고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관련하여 마무리를 지으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주민95% “송파서 계속 살고싶다”

    ‘송파구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서울 시민들에게 ‘지역 사회’는 사전 속에나 나오는 단어다. 맞벌이의 증가로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생활 공간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부동산 광풍’은 살기 좋은 곳의 정의를 ‘땅값 많이 오르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이사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송파구(구청장 이유택)는 예외에 속한다. 구민의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송파에 계속 거주하고 싶어한다. 생활환경 만족도는 100%에 육박한다. 많은 이들이 송파구를 ‘제2의 고향’으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유다.   ‘송파구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서울 시민들에게 ‘지역 사회’는 사전 속에나 나오는 단어다. 맞벌이의 증가로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생활 공간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부동산 광풍’은 살기 좋은 곳의 정의를 ‘땅값 많이 오르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이사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송파구(구청장 이유택)는 예외에 속한다. 구민의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송파에 계속 거주하고 싶어한다. 생활환경 만족도는 100%에 육박한다. 많은 이들이 송파구를 ‘제2의 고향’으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유다.●97% ‘송파 살기 좋아요’ 송파구는 행정서비스에 대한 주민 만족도 파악과 의견 수렴을 위해 구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9월23일부터 10월17일까지 25일 동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캠스트에 의뢰, 송파구 거주 만 20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했다. 신뢰도 95%에 오차범위는 ±3.10%이다. 여론조사는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97%의 주민들이 ‘살기 좋다’고 대답했다. 다른 자치구와 비교한 생활거주환경 만족도는 ‘매우 살기 좋다’가 22.6%,‘비교적 살기 좋은 편이다’가 74.4%를 기록했다.‘살기 나쁘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거주 의향도 ‘계속 살고 싶다’가 94.5%,‘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가 5.2%를 나타냈다.3년 연속 매우 높은 정주의식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바라는 송파구의 발전 방향은 ‘자연 친화적인 주거도시’가 5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범죄 없고 도덕성 높은 도시 ▲수준 높은 문화·교육 도시 ▲건강한 사회복지도시 등의 순을 기록했다.●행정서비스 만족도 증가 구 행정서비스 전반에 대한 체감 만족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2002년 58.6점,2003년 62.1점,2004년 62.5점에 이어 올해는 64.2점을 받으며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을 나타냈다. 평가도 ‘좋아졌다’가 41.4%,‘보통이다’가 31.9%,‘나빠졌다’가 3.1%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6개 중점 분야별로는 ‘삶의 질’ 분야가 73.2점으로 가장 높았고 ‘도시환경’ 분야가 68.8점으로 뒤를 이었다.‘교통편의 시설’‘도시환경’,‘복지행정’‘보건소행정’ 등 다른 항목들도 만족도가 계속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별로는 ‘성내천·석촌호수 생태복원·공원 현대화 사업’(63.5%)이 최우수사례로 손꼽혔다. 이어 ▲자전거도로 설치 및 자전거 붐 조성 ▲거여·마천 뉴타운 지정과 상업지역 확대를 위한 지구단위 계획 추진 ▲문정동 법조타운 유치와 문장지구 개발 등이 우수 사업으로 선정됐다. 또한 주민들은 송파구 발전을 위해서는 ▲송파신도시 개발 ▲성남비행장 이전 통한 고도제한 철폐 ▲거여·마천 뉴타운 개발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민평가제 등을 통해 주민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활용해 행정서비스의 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미국 전기가 더 우수?

    우리나라 가정에 공급되는 전력의 전압이 110V에서 220V로 모두 높아졌다. 이에 따라 110V 전압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으며, 이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973년 승압사업을 시작한 이후 32년 만이다. 한전은 3일 “전력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가정용 전압 220V 승압사업’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한전측은 “승압사업으로 제주도 연간 전력 사용량의 1.5배나 되는 40억의 전력이 매년 절감되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전력설비 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17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살펴 본다.#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다? 지난 1973년 10월 강원도 삼척에서 3000가구의 전압을 220V로 높이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국내 가정에 220V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110V 전압을 사용하는 가정은 현재 한 곳도 없을까. 정답은 ‘있다.’. 한전측이 지금까지 승압을 마친 가정은 모두 1753만가구이며,5000가구 정도가 여전히 110V를 사용하고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당장 승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한전 관계자는 “극히 일부 가정은 지난 30여년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안전 등을 이유로 승압을 거부한 채 감압기를 통해 110V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압을 높이면서 누전차단기 등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 감전사고 가능성은 오히려 줄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는 20mA만 돼도 1분 이상 흐르면 호흡 근육을 마비시키고,50mA 이상이면 심장을 멈출 수 있다.50mA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V 30W 형광등에 흐르는 전류 136mA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헤어드라이어기 미국가면 더 힘차? 한때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가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예컨대 국내에서 사용하던 헤어드라이어 제품을 미국으로 가져가 사용하면 바람이 더욱 힘차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한·미간 전압차를 이해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110V를 사용할 당시 전자제품도 이같은 사용전압에 따라 생산, 판매됐다. 그러나 미국은 일반적으로 127V를 사용했던 것. 한전 관계자는 “제품의 사용전압보다 높은 전압을 이용하면 성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제품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제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사용전압의 범위는 ±5∼10%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이 110V 또는 220V에 맞춰져 있어 사용전압의 범위는 104∼116V,207∼233V이다. 사용전압의 범위보다 낮은 전압을 이용하면 제품이 작동되지 않거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높은 전압을 사용하면 제품 수명이 단축되거나 과열돼 타버릴 수 있다.#까치는 제주도 텃새이다? 까치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다. 그러나 활동범위가 반경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뭍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에는 살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제주도에 가면 까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국내 모(某)기업이 15년전쯤 제주에서 기념행사를 하면서 까치 30여마리를 풀어놨는데, 까치는 번식력이 뛰어나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특히 까치는 감귤을 쪼아서 구멍을 내기 때문에 지금은 길조(吉鳥)에서 해조(害鳥)로 뒤바뀌게 됐다. 이처럼 까치가 제주도에서만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정전사고의 10∼15% 정도는 까치 때문에 발생하고, 전선에 앉아 있다 감전이 되는 새는 까치가 대표적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리는 퇴직연금 시대 (1)] 달아오른 금융권 선점경쟁

    [열리는 퇴직연금 시대 (1)] 달아오른 금융권 선점경쟁

    오는 12월 도입되는 퇴직연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년 시장규모가 12조원이나 되고, 퇴직자금의 속성상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지, 선점(先占) 경쟁이 치열하다.10년 뒤에는 시장이 189조원으로 커져 금융권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를 높여 노후대비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금융권 움직임과 상품 특성 등을 시리즈로 다룬다. ●12조원에서 189조원까지 3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다음달 1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발효되면 각 금융기관은 특색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앞세워 퇴직자금 12조 3400억원에 대한 불꽃 튀는 유치 쟁탈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오는 2009년까지 현행 퇴직금과 병행 시행되다 2010년에는 참여율이 45%로 높아지면서 시장 규모가 50조원으로,2015년엔 189조원으로 각각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연금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씩 쌓이는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겨 펀드 등으로 수익을 늘리도록 한 제도다. 퇴직금과 달리 회사가 망해도 떼일 염려가 없다. 사업주와 근로자는 퇴직금을 대신할 퇴직연금 상품을 골라야 한다. 유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을 미리 확정하는 확정급여형(DB)과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 ‘퇴직금±α’가 되는 확정기여형(DC)이 있다. 현재 퇴직금의 외부적립 규모는 2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84% 정도가 보험사의 퇴직보험으로 적립되고 있다. 나머지는 은행이 맡고 있다. ●보험의 방패와 은행의 창 따라서 다가올 퇴직연금 시장 쟁탈전에서 일단 퇴직보험의 노하우를 지닌 보험사들이 우월한 입장에 있는 게 사실이다. 퇴직자금은 수익성 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점도 보험사에게 유리해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수성(守城)에 나선 보험사들에게 강력한 판매력을 앞세운 은행들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열세인 증권사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보험사와 은행간의 틈새를 파고드는 형국이다. 전 금융권에서 가장 발빠르게 준비한 곳은 삼성생명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외국인 전문가 영입 등 전문인력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달 14일 금융업계 최초로 기록관리시스템(R/K)에 대한 자체 개발에도 성공했다. 삼성은 2개의 보험사와 증권·카드·자산운용 등 5개 금융 계열사가 총력을 쏟고있다.1500여명의 기업금융(IB) 인력이 영업 판촉에 나선다. 외국인 컨설턴트 10여명이 대기업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이미 50여차례 기업설명회를 끝냈고, 전용 홈페이지도 오픈했다. 대한·교보 등 대형 보험사들도 전산시스템 자체 개발에 나섰고, 해외연수를 마친 전문 인력들이 비밀병기로 삼을 상품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계들은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재테크 상담 등 부가 서비스로 승부수를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을 맞잡고 대형사 공략 은행권은 ‘주거래은행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대기업 유치전에선 보험권에 밀릴 수 있지만 시장규모가 5조원으로 추산되는 공기업 시장과 함께 노동조합, 중견기업 등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보험권의 변액보험에 맞서 적립식펀드, 금리연동형 상품 등에서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부가 서비스 개발에도 강점이 있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며 오는 10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200여개의 기업체 고객을 상대로 퇴직연금 세미나를 갖는다. 신한·조흥은행,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이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쳤다. 일부 은행에선 근로자 요양시설을 확보, 가입자에 대한 무료이용 서비스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권에서 ‘퇴직신탁 1등’을 자랑하는 산업은행은 펀드업계의 강자 미래에셋그룹과 ‘짝짓기’를 해 주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산은 김병수 신탁본부장은 “안정성이 뛰어난 산은과 높은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의 결합”이라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전문가 확보, 신상품 개발, 전산시스템 구축, 홍보·마케팅 등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시장점유율을 ‘보험 40∼50%, 은행 30∼40%, 증권 10∼20%’로 예상하고 있다.13개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증권업협회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펼치면서 보험과 은행의 양강체제에 맞서기로 했다. 중소형 벤처기업 등을 상대로 주식파생상품, 지수연계증권(ELS), 선박펀드 등 고수익 상품 판매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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