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 공장 둔 삼성·LG, 가전 일부 물량 美생산 검토
삼성전자 “다양한 공장 이용할 것”현대차그룹, 수출지 조정으로 대응관세부과 예고된 반도체·석유 긴장LG엔솔 등 전기차 기업도 ‘영향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강행한 가운데 우리 대기업들도 수출·투자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트럼프 ‘관세 전쟁’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산 물량 조정뿐 아니라 생산지 이전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안에’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매기려는 의지를 피력해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등 일부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은 아시다시피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다”며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인 만큼 유연한 생산지 전략 운영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일부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식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몬테레이에서 기아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공급망 조정으로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아 몬테레이 공장은 지난해 자동차 25만대 이상을 생산했고, 이 가운데 K4 12만대가량을 미국에 판매했다. 앞으로 이 물량 일부를 캐나다 수출로 돌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가 핵심 광물 생산지인 만큼 이 지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같은 배터리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원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올해 배터리셀 양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캐나다산 배터리 가격이 올라갈 경우 스텔란티스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내에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해 이번 관세 부과가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럴 경우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철강의 경우 한국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축소 쿼터 적용으로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향후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다른 국가보다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