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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이 근처에어떤 이의 유해가 묻혔다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나 허영심은 없었고,힘을 가졌으나 오만하지 않았고,용기를 가졌으나 잔인하지 않았고,인간의 모든 미덕을 갖추었으나 악덕은 없었다. 이런 칭찬이, 인간의 유해 위에 새겨진다면무의미한 아부가 되겠지만,1803년 5월에 뉴펀들랜드에서 태어나1808년 뉴스테드에서 죽은 개, 보츠웨인을 추모하기 위해서라면당연한 찬사이리라. Near this Spotare deposited the Remains of onewho possessed Beauty without Vanity,Strength without Insolence,Courage without Ferocity,and all the virtues of Man without his Vices. This praise, which would be unmeaning Flatteryif inscribed over human Ashes,is but a just tribute to the Memory ofBoatswain, a Dogwho was born in Newfoundland May 1803and died at Newstead Nov. 18th, 1808……(후략) 자신이 사랑하던 개가 죽었을 때 스무 살의 바이런이 바친 추모의 글이다. 광견병에 걸린 애견을 바이런은 혹시 모를 전염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한다. 바이런 가문의 사유지였던 뉴스테드 교회에 가면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Epitaph to a Dog)이 새겨진 무덤이 있는데, 개의 무덤이 주인이었던 시인의 무덤보다 크단다. 바이런이 사망한 뒤에 그의 친구인 홉하우스가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의 도입부를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남겼는데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시에 밴 풍자, 마치 칼로 찌르는 듯 간결한 위트에서 바이런의 숨결이 느껴지는데, 두 친구가 같이 보츠웨인을 매장하며 추모시를 합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을 사랑해 무덤을 만들고 비문까지 새겨 넣은 사람이 자신의 친딸에겐 어쩜 그리 냉담했는지. 밀방크와 결혼해 딸을 낳은 뒤 이혼하고 영국을 떠난 바이런은 이탈리아로 망명해 다시 고국에 돌아오지 않았고, 생후 1개월 만에 아버지와 헤어진 딸 에이다는 살아서 바이런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했다. 제네바에서 만난 클레어를 임신시켜 낳은 딸 알레그라는 아버지와 지내다 이탈리아의 수도원에 맡겨져 다섯 살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곁에 없이 병을 앓다 죽었다. 자신이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랬던가. 바이런은 1788년 런던에서 몰락한 스코틀랜드 귀족의 피가 흐르는 어머니와 ‘미친 잭’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방탕했던 아버지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바이런이 세 살 때, 서른여섯의 나이에 프랑스에서 죽었다. 바이런도 그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그리스에서 죽었고, 바이런의 딸 에이다도 서른여섯 살에 암으로 사망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바이런의 유년기는 그리 풍족하지 않았다. 어머니 캐서린은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금방 난폭해지고, 예민하며 불안정한 정서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삼촌이 죽으며 상당한 영지와 ‘남작’ 직위를 상속받은 바이런은 해로 고등학교와 케임브리지를 다니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다. 학교를 마친 뒤 바이런은 유럽여행을 떠난다. 친구 홉하우스와 함께, 그리고 하인이 셋이나 동행한 모험이었다. 포르투갈, 스페인을 거쳐 그리스, 터키 등 지중해와 근동을 순례하며 바이런은 시를 썼다. 2년여에 걸친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바이런을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든 시집이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age)이다. 8절판에 찍은 3000부가 시장에 나온 지 이틀 만에 다 팔렸다. 바이런 자신도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I awoke one morning and found myself famous)라고 말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였다. 전례 없는 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이런 특유의 위트로 풀어낸 ‘세상에 대한 권태’와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몇십 년 지속된 프랑스혁명에서 비롯된 피로감, 타락한 정치와 종교에 대한 환멸을 바이런처럼 재치 넘치는 언어로 표현한 시인은 없었다. 나는 바이런을 졸업했지만 입시와 취업에 매몰된 우리 아이들에게 바이런을 알리고 싶다. 이렇게 살다 간 젊음도 있었다고. 그리스 독립군에 거금을 빌려주고 자비로 군대와 군수물자를 동원해 1개 여단을 훈련시킨 그는, 싸우기도 전에 전쟁터에서 병으로 숨졌다. ‘반대’를 위해 태어난 시인.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압제에 반대하며, 독재와 관습과 위선에 맞서 싸운 바이런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유럽에 그리스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돼 1827년 영국과 프랑스와 러시아가 파견한 군함들이 터키 함대를 파괴했고, 몇 년 뒤에 터키에서 독립한 그리스 국가가 탄생했다.
  • “섬공동체 소득 높이고 섬관광 육성”

    “섬공동체 소득 높이고 섬관광 육성”

    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섬의 발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가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서울신문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달곤 가천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신순호 목포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섬 개발연구의 기본은 ‘살기 좋은 섬’, ‘돌아오는 섬’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섬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정책방안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진 경남 통영시장, 김선기 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 문태훈 중앙대 교수 등이 나서 섬 발전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 앞서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과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환영사와 축사를 했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씨줄날줄] 바람과 정치/임창용 논설위원

    바람(風)은 형체가 없다. 언제 어디서 불지, 어느 쪽을 향할지, 얼마나 셀지 가늠하기 어렵다. 때론 태풍과 폭풍의 형태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다가도 부드러운 훈풍으로 바뀌어 추위를 녹여준다. 이런 변화무쌍한 특성 때문인지 바람은 시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정치 거물들이 위기를 맞거나 중요한 길목에 설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에 나오기도 한다. 미당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는 가장 중요한 시어(詩語)로 바람이 등장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 팔할(八割)이 바람이다’는 구절이 있다. 미당은 이 시에서 봉건적 인간관계가 한 인간에게 강요한 굴욕적 삶과 그것에 맞서는 의지를 표현한다. 저항시인 김수영의 시 ‘풀’에 나오는 바람은 1970년대 초 군부독재 체제에서 기댈 곳 없는 민초(풀)를 짓밟은 가해자를 상징한다.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풀이)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에서 보듯 시인은 민중의 아픔과 고통을 표현하면서 민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조지훈의 시 ‘낙화’(花)는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003년 “꽃잎이 진다고 해서 바람을 탓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돼 구치소 수감 전 기자들 앞에서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란 낙화의 첫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사법처리를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비쳤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영화 대사에 나오는 바람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다. 자신을 향한 타 후보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란 ‘최종병기 활’의 대사를 소개했다. 안 전 대표는 어려운 가운데 무소속으로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지난 4월 국민의당 대표로서 출마한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모두 낙선할 경우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로선 바람을 극복한 셈이 됐다. 얼마 전 취임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새로운 의미의 ‘바람론’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우병우 수석 의혹’과 관련해 비박계 의원들이 “청와대에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자신의 역할을 바람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벼와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와 비로만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을 한다”고 했다. 앞서 바람이 ‘시련’이나 ‘장애물’, ‘탄압’ 같은 부정적 의미로 쓰인 반면 이 대표의 바람론은 보이지 않는 바람의 특성을 긍정적 의미로 차용한 것이다. 이 대표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보이는’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노화세포 제거로 ‘젊은 폐’ 만들 수 있게 돼(연구)

    노화세포 제거로 ‘젊은 폐’ 만들 수 있게 돼(연구)

    노화한 세포만을 골라 제거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고질적 폐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소와 쥰텐도대, 미에대의 공동 연구진은 쥐의 폐 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제거해 폐를 젊게 만들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부분 세포는 일정한 횟수의 세포 분열을 하면 더는 분열할 수 없는 이른바 ‘노화세포’ 상태가 된다. 이런 노화세포는 새로운 배아의 발생과 상처 치유, 조직 재생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체내에 축적되면 조직 전체의 노화를 유발하는 것 외에 염증이나 발암 물질을 형성해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는 심장이나 신장의 노화에 이런 노화세포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진은 폐의 노화에 주목, 폐의 노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제거하는 ‘디프테리아 독소’를 넣을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를 만들었다. 이후 인간 나이로 치면 고령으로 볼 수 있는 생후 12개월의 쥐를 대상으로, 디프테리아 독소를 주사로 투여해 노화세포만을 제거하면 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노화에 의해 탄력을 잃고 있어야 할 쥐의 폐는 다시 탄력을 되찾아 젊은 시절의 상태로 회복했다. 폐의 탄력성이 소실되면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발병하기 쉽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호흡기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임상시험학회(ASCI)가 발간하는 온라인 과학저널 ‘JCI 인사이트’ 8월 4일자에 게재됐다. 사진=ⓒ DragonImages / Fotolia(위), JCI 인사이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조각가의 아내 한국 현대 조각의 선두주자였던 김종영이 아내 이효영 여사를 모델로 그린 드로잉(작품)과 유화, 수채화, 두상 조각 등 40여점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학교와 예술에 전념하던 김종영을 묵묵히 내조하고 존경했던 아내에 대한 찬사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11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02)3217-6484. ●우종일 전 인체 누드를 통해 미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우종일이 조선 여인의 미에 집중한 ‘조선여인 시리즈’ 15점을 선보인다. 조선의 여인들을 재현해 인물사진을 촬영하고 그 이미지 위에 6만여개의 원석을 촬영한 이미지를 덧입힌 작업들. 9월 12일까지, 서울 삼청로 아트파크. (02)3210-2300. [대중음악] ●넬 컴백 콘서트 ‘C’ 국내 최고의 감성 모던록 밴드 넬이 2년 5개월 만에 정규 7집 앨범 ‘C’를 발매하고 꾸미는 무대. 새 앨범은 카오스(Chaos), 갈등(Conflict), 혼란(Confuse), 모순(Contradiction)을 주제로 한 열두 곡을 담았다. 공연에선 신곡부터 기존 히트곡까지 다채로운 라이브를 선보인다. 9월 3~4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 11만원. 1544-1555. ●시오엔 컬래버레이션 EP 발매 콘서트 ‘옴니버스’ 2012년부터 꾸준히 한국을 찾으며 한국 음악 팬과 교감해 온 벨기에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이 국내 유명 인디 뮤지션들과 미니 앨범을 내고 꾸미는 기념 무대. 김사월X김해원, 선우정아, 성기완, 해오, 디제이 어바웃 줄리안 앤드 이현과 함께 앨범 수록곡을 들려준다. 9월 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4만 4000원. (02)330-6212. [뮤지컬·연극] ●뮤지컬 ‘킹키부츠’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1년 8개월 만에 더욱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Drag queen·여장 남자 가수)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을 위한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되살리는 과정을 담았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9월 2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원. 1544-1555. ●연극 ‘도둑맞은 책’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을 원작으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한 작품. 시나리오 속 다양한 인물들을 2인극으로 압축, 강렬한 에너지와 극대화된 심리상태를 스릴감 있게 전한다. 송영창·박용우·박호산·조상웅이 2인 1조가 돼 밀도 있는 연기를 펼친다. 9월 1~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 전석 4만원. 1566-5588. [클래식·무용] ●첼리스트 문웅휘의 명연주 ‘Beyond-’ 대한민국 대표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첼리스트 문웅휘의 독주 무대. 바흐 첼로 조곡 3번과 4번, 펜데레츠키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첼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9월 1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 콘서트홀. 전석 4만원. (02)2138-7373~4.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최되는 ‘극장 용 클래식 스페셜’ 시리즈 세 번째 공연. 고대 유물이 숨 쉬고 있는 박물관에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게 포인트. ‘박물관에서 즐기는 클래식’을 표방한 이 시리즈는 지난해부터 ‘슬로박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국립발레단 스페셜 갈라’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9월 2일 오후 7시·3일 오후 3시, 5만~10만원. 1544-5955.
  • 99.99%가 암흑물질…새로운 은하 발견 ‘암흑물질 해명할까?’

    99.99%가 암흑물질…새로운 은하 발견 ‘암흑물질 해명할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수수께끼의 물질인 암흑물질은 우주에 관한 연구 중에서도 관심이 크다. 그런데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거의 암흑물질만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혀 새로운 은하를 발견해내 암흑물질의 특성을 해명하는 데 기대가 모이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44’(Dragonfly 44)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은하는 약 3.6억 광년 거리에 있는 머리털자리은하단에 있는 것으로 우리 은하와 거의 같은 크기를 갖고 있지만 질량은 0.01%밖에 없고 나머지 99.99%는 암흑물질로 구성돼 있다. 사실 연구진은 원래 이 같은 암흑물질 은하를 찾고 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을 이끈 피터 반 도쿰 교수는 “우리는 원래 은하의 외곽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작은 반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처음에 촬영된 이미지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데이터를 상세하게 검증해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은하수로도 불리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일반적인 은하는 대부분 무수히 많은 별에 지배돼 있어 암흑물질은 뿔뿔이 흩어져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암흑물질 은하는 그 전체가 암흑물질이 차지하고 있어 매우 특이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암흑물질을 직접 조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흑물질 해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은하가 유일하게 암흑물질로 된 은하는 아닐 것으로 생각해 그 주변에서 비슷한 은하를 찾아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25일자)에 실렸다. 사진=Pieter van Dokkum, Roberto Abraham, Gemini, Sloan Digital Sky Survey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냉장고도 녹여버리는’ 아나 브라가 음료 흘려 마시기

    ‘냉장고도 녹여버리는’ 아나 브라가 음료 흘려 마시기

    플레이메이트 아나 브라가(Ana Braga)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음료 사진촬영을 위해 냉장고도 뜨거워질 정도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별별영상] 엄마 생일케이크 엎어버리는 아기

    [별별영상] 엄마 생일케이크 엎어버리는 아기

    생일 케이크가 등장하자 모여 있던 가족들이 다 같이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여성은 아기를 안은 채 생일케이크 쪽으로 다가가는데요. 그런데 아기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자 하니 뭔가 한바탕 한 모양인데요. 잔뜩 열에 받친 아기는 급기야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땅바닥으로 엎어버립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가족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사진·영상=World News Coverag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울광장] ‘믿음 엔진’을 가동하려면/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믿음 엔진’을 가동하려면/임창용 논설위원

    우리 사회를 ‘불신사회’로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신뢰가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다. ‘열아홉살 김군’의 황당한 지하철 사고, 돈푼깨나 있다는 이들의 상식을 뒤엎는 갑질 행태 같은 불신을 잉태한 예측 불허의 사건·사고들이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온다. 암투가 난무하는 법조 비리 커넥션은 아예 신뢰의 싹마저 잘라 버릴 태세다.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 정말 믿을 만한 구석이 없어져 버렸나? 누가 우리 사회의 신뢰를 좀먹고 있는 거지? 사람은 기본적으로 믿음 엔진이 작동되도록 진화한 동물이라고 한다. 미국의 과학사학자 마이클 셔머의 설명이다. 비유가 재밌다. 만약 당신이 아프리카 평원을 걷는데 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면? 소리의 주인공은 그냥 바람일 수 있다. 하지만 숨은 맹수가 낸 소리라면? 설사 바람이 낸 소리라 해도 맹수로 믿고 대처하는 게 목숨을 오래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셔머는 맹수를 바람으로 잘못 인지해 입는 손해보다 바람을 맹수로 인지해 입는 손해가 훨씬 적을 경우 일정한 패턴이 발생하고, 인간은 모든 패턴을 사실로 믿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셔머의 이론을 뒤집어 적용하면 우리 사회의 불신 현상은 누군가를 믿지 않아 보는 손해가 믿음으로써 입는 손해보다 적기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를 믿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증거’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회적 증거는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대 교수가 차용한 사회심리학 용어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언가 믿거나 행동할 때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비슷한 예가 많으면 그대로 따라 한다. 이 법칙의 효과는 강력하다. 영국 국세청이 세금 독촉장 첫 줄에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습니다”란 문구를 삽입했더니 전년도보다 연체된 세금 56억 파운드(약 8조원)를 더 걷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음식점 앞에 선 사람들의 줄이 길수록 더 맛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구 내용의 사실 여부, 음식 맛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이 같은 사회적 증거를 토대로 믿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 엔진을 고장 낸 ‘사회적 증거’는 무엇일까. 누가 증거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불신과 증오는 우리 사회를 무너뜨린다”며 긍정의 정신을 되살릴 것을 촉구했다. 지당하다. 팽배한 불신은 사회 활력을 죽이는 독약과 다름없다. 그런데 신뢰를 막아선 사회적 증거들이 즐비한데 어떻게 살리지? 이미 꺼진 믿음 엔진을 어떻게 재가동할 수 있지? 뜨겁게 달궈진 ‘우병우 수석 의혹’부터 보자. 청와대의 주장대로 ‘부패 기득권과 좌파 세력의 공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이미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 수석을 불신하게 하는 사회적 증거일 수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참모들을 청와대가 감쌌다가 결국 내보낸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에 섰다가 낙마한 수많은 후보자를 청와대와 정부가 처음에 어떻게 감싸려 했는지 되돌아보라. 이런 사회적 증거들을 모두 무시하고 그냥 믿으라고? 공무원들의 무소신과 복지부동을 욕하지만, 그들도 할 말은 있다. 지금까지 소신을 고집해 성공한 공무원이 얼마나 되는데? 청와대와 각을 세우다 정권에 밉보여 보따리를 싼 공직자가 어디 한둘이냐고? 요즘 장관들과 정치인들에겐 법치나 명분, 소신보다 계파와 자리 보전이 우선인 듯싶다. 입으론 언제나 국민을 앞세우면서 손과 발은 보스 받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게 그들이 터득한 생존의 법칙이고 패턴이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한 고위 공무원의 ‘어록’을 금과옥조로 믿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우리 사회에서 소신을 지키는 것은 숲에 숨은 맹수가 낸 소리를 바람 소리로 무시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고 이들은 믿는 것 같다. 차디차게 식은 믿음 엔진을 몇 마디 구호로 살릴 순 없다. 증거 없이 믿으라고 외치는 것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불신할 수밖에 없게 한 사회적 증거들 대신 믿을 수밖에 없게 하는 긍정의 증거를 보여 줘야 한다. 이런 증거들이 쌓여야 믿음 엔진도 서서히 되살아날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구호가 아닌 긍정의 증거 쌓기다. sdragon@seoul.co.kr
  • [씨줄날줄] 자율주행택시/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율주행택시/임창용 논설위원

    엊그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가 이달 말부터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택시를 운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금까지 여러 업체들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 운행했지만 상업적 운행은 처음이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사람이 핸들에 손을 대지 않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자율주행이란 점에서 특히 놀랍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율주행 정의에 따르면 1단계는 차선 이탈 방지나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해당한다. 2단계는 차량 인식 및 자동 조향, 앞차와 간격 유지 주행 등이다. 1, 2단계는 시판 중인 자동차에 상당 부분 적용돼 있다. 목적지까지 일정 부분만 운전자 조작 없이 자율주행하는 3단계, 시동 켜기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 완료까지 자동으로 운행하는 4단계 기술은 아직 미완이다. 1~3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4단계가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자율주행택시도 이론상으로는 운전자가 필요없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자율주행차라도 운전석에 반드시 운전면허 보유자가 탑승해야 하는 지역 법규정 때문에 직원을 앉혔다고 한다. 글로벌 자동차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앞다퉈 자율주행차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미국 포드사는 며칠 전 “핸들과 가속·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2021년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 자율주행차를 판매한 후 일반 소비자에게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핸들리스(handless) 자율주행 전기차를 수년 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 완전 자율주행을 하겠다고 지난해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30억 달러에서 2025년 960억 달러, 2035년 2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자리잡는다는 의미다.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얼마 전 테슬라의 모델S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 사용 중 사망한 사고에서 보듯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관련 업계에선 향후 자율주행차량으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최대 9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고 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전 미숙, 음주·졸음 운전 등 운전자 과실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보편화로 사이버테러에 의한 도로 마비 등 심각한 피해 가능성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운전 직업이 사실상 실종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문제를 과학기술만으로 풀어갈 수는 없다. 사람과 기계가 어떻게 공존해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할 듯싶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번지점프 도중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스마트폰

    번지점프 도중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스마트폰

    번지점프를 할 때 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이유가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일랜드 발린로브에 사는 마틴 파라거(Mairtin Farragher)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남아프리공화국 웨스턴케이프 주 케이프타운 블르크란 다리에서 번지점프에 도전했다. 이 번지 점프는 216미터 높이로 기네스에 등재될 만큼 세계 최대 높이의 번지점프로 유명하다. 다음날 마틴 파라거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안전장치를 의지해 허공에 몸을 던진다. 번지점프의 짜릿함을 한껏 즐기고 있던 찰나, 영상의 26초쯤 그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빠져나간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동전까지 빠져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마틴 파라거는 스마트폰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절규한다. 마틴 파라거는 페이스북에 “나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번지점프를 할 때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적으며 씁쓸해했다. 사진·영상=Máirtín Farragher/페이스북, Storyfu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씨줄날줄] ‘삼례 3인조 사건’ 변호사/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삼례 3인조 사건’ 변호사/임창용 논설위원

    재심(再審)은 법원의 확정판결로 종결된 사건을 다시 재판하는 것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재심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사나 재판 과정의 중대한 오류 또는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심 사건에 대한 무료 변론을 주로 해온 한 변호사가 파산 위기에 몰려 인터넷에서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 공익대상’을 받은 박준영(43)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다. ‘아버지 살해 무기수 김신혜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 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이끌어 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들 사건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이들은 못 배우고 가난하며, 지적장애로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3인조로 지목된 청년들은 본인이나 부모가 지적장애인이었다.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해 한글도 제대로 못 썼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수사를 받았다. 이들이 형사들의 협박과 몽둥이질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재심이 시작됐고,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박 변호사 자신도 이른바 ‘흙수저’ 변호사다. 고1 때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 인천 등을 떠돌며 프레스 공장, 음식 배달 등 막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엊그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뭔가 한번 뒤집어 볼 수 있는 게 있을까’ 하고 찾은 게 사법고시였다고 한다. 돈과 출세 때문에 고시를 선택한 셈이다. 재심 사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소위 ‘뜨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학연·지연 등 아무런 배경이 없어 사건 수임이 안 되자 크게 이슈화될 수 있는 사건을 맡아 세상에 이름을 알리려고 한 것. 그때 국선 변호로 맡은 사건이 ‘수원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범인으로 잡힌 미성년자들이 강요에 의한 허위 자백을 한 사실을 밝혀 무죄를 이끌어 냈다. 노숙인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냈다. 박 변호사는 처음엔 뜨고 싶어 재심 사건을 맡았지만,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도 달라졌다고 한다. 그들을 외면하고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진 것. 그렇게 재심 전문 변호사가 됐다. 그는 사법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을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라고 꼽는다. 일부 변호사들이 수임료로 50억, 100억원을 벌어들이고, 검판사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옷을 벗는 것을 보면 그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박 변호사는 지난 11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란 글을 올려 후원을 받고 있다. 3개월 동안 1억원 모금이 목표다. 이미 1억 4000만원이 모였다. 스토리펀딩 성공이 비리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대한민국 법조계에 죽비가 됐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인간을 파괴시키려거든 예술을 파괴시켜라.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주고, 뛰어난 것을 천하게 하라.”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문장을 되새기며 팥빙수를 먹었다. 매일 시를 끄적이던 서른 살 즈음에 블레이크를 읽으며 나는 부지런히 밑줄을 그었다. 글을 써서 먹고살기를 희망하던 나는, 예술에 대한 블레이크의 번뜩이는 통찰에 공감하며 아웃사이더인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십 년 넘게 글쟁이로 살며 문단이 어떤 동네인지 알게 된 지금, 영국시인의 이백 년 묵은 풍자는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달콤 시원한 팥빙수가 나를 위로하리. 무더운 여름날, 신촌의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식힌다. 마을버스를 타고 내 방으로 돌아와 블레이크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중년이 된 나는 ‘런던’(London)처럼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겨냥한 시들보다 조용하지만 울림이 큰 ‘순수의 예감’(Auguries of Innocence)에 더 끌린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네 손바닥 안에서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 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고… 주인집의 문 앞에서 굶어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인간은 기쁨과 슬픔을 겪게 마련이지만;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 때, 우리는 이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가리… 열정 속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열정이 그대 속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여기저기 거리에서 들려오는 창부의 울음소리는 늙은 영국의 수의(壽衣)를 짤 것이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A Robin Red breast in a Cage Puts all Heaven in a Rage… A dog starvd at his Masters Gate Predicts the ruin of the State… Man was made for Joy &Woe And when this we rightly know Thro the World we safely go… To be in a Passion you Good may Do But no Good if a Passion is in you… The Harlots cry from Street to Street Shall weave Old Englands winding Sheet… * ‘순수의 예감’은 블레이크가 사망한 뒤에 육필공책에서 찾아낸 132행의 긴 작품이다. 순수를 타락한 상태와 대비시킨 역설, 산업혁명기 영국사회에 만연한 사악함을 고발하는 슬프며 아름다운 비유들이 빛난다. “돈은 가장 큰 악마”라며 산업사회의 자본숭배를 비판했던 시인이 블레이크인데, 스티브 잡스가 ‘순수의 예감’을 좋아했다니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1757년에 런던의 소상공인의 아들로 태어난 블레이크는 집에서 말하고 쓰기를 배웠다. 4살 때 그의 창문에 머리를 내미는 하느님을 보았다는 블레이크는 자신의 환상을 그리려 화가가 되기를 원했고, 그의 부모는 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를 드로잉 학교에 보냈다. 14세에 어느 판화가의 공방에 들어가 그림을 배우다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 독립해 친구와 인쇄소를 차리고 삽화 작업에 몰두했는데, 당시 유행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을 배격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이성보다 상상력을 중시했고, 자연의 모방보다는 내적인 비전을 추구한 낭만주의자였다. 사실 나는 블레이크의 그림보다는 시를 높이 평가하고, 시보다는 산문을 더 좋아한다. “모든 정직한 사람은 다 예언자이다. 그는 개인적인 일에서나 공적인 일에서나 자기의견을 서슴없이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시원 통쾌하게 살다 간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매장되기 쉽다. 유럽을 휩쓴 시민혁명과 급진사상의 영향을 받아 예술에서도 정의를 요구하며 시류와 타협하지 않았던 블레이크의 말년은 불우했다. 그가 사랑하던 동생이 병으로 죽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개인전이 실패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젊은 미술가들을 사귀며 다시 세상과 소통한다. 작업에 흥미를 잃은 블레이크는 그를 찬미하던 젊은 미술가의 도움으로 다시 창작에 몰두해, ‘단테의 신곡’을 그리다 죽음을 맞았다. 19세기 영국화단과 문단의 이단자였던 블레이크는 죽은 뒤에 화려하게 부활해 그의 전집과 전기가 잇달아 출판되었다. 그의 인간을 파괴시키지도 그의 예술을 파괴시키지도 않은, 영국인들이 부럽다.
  • “키가 커서 남자친구 외국서 찾아야”…영자신문 김연경 ‘차별 보도’ 논란

    “키가 커서 남자친구 외국서 찾아야”…영자신문 김연경 ‘차별 보도’ 논란

    ‘남자친구의 키가 192cm를 넘어야 하는 한국 배구 스타.’ 영자 신문인 ‘코리아타임스’가 한국 여자 배구 대표선수인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글의 제목이다. 이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성 차별 보도라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포브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올림픽에서의 충격적인 성 차별 순간들 10가지’(10 Outrageously Sexist Moments From The Olympic Games And Why They Matter)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코리아타임스가 지난 7일 보도한 기사가 포함돼 있다. 코리아타임스는 지난 7일 ‘남자친구의 키가 192cm를 넘어야 하는 한국 배구 스타’(Boyfriend a tall order for 192cm South Korean volleyball star)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연경 선수의 신장 192cm를 고려한다면 김연경 선수 입장에서 남자친구의 키를 심각하게 여기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추측 보도했다. 또 이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는 “한국 남자 평균키는 174.9cm이기에 안타깝게도 김연경 선수는 남자친구를 외국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적혀있다. 포브스는 연인 관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키가 작아야 한다는 편견을 드러냄과 동시에 여자 운동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그들의 운동 성과보다는 외양에만 초점을 맞춘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브스는 “이번 리우올림픽 대회에서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여자 선수들이 출전했다”면서도 “각 매체들이 여전히 여자 선수들의 외양, 여자 선수들의 남자친구를 다루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포브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보는 올림픽 무대”라면서 “대회에 참가한 여자 선수들이 거둔 성과들을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평가하고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직업군에서의 여성들도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길섶에서] 말복과 월복/임창용 논설위원

    책상 위 달력을 보니 말복(末伏)이다. 입추(立秋)가 지난 지 한참인 듯한데 말복이라니. 그러고 보니 중복날 삼계탕을 먹은 지도 스무날이 지났다.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이 열흘 간격으로 있는 줄로만 알았던 터라 궁금증이 도진다. 세시풍속사전을 검색하면서 무지를 스스로 확인했다. 가을 문턱의 막바지 더위를 뜻하는 말복은 입추 뒤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경일은 날짜를 한자로 표기할 때의 10간(干) 중 일곱 번째에 있다. 하지(夏至) 뒤 셋째, 넷째 경일인 초·중복과 달리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번처럼 달을 건너뛰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말복은 입추가 10간 중 어느 날이냐에 따라 가장 빠를 때는 입추와 같은 날, 가장 늦을 때는 입추 9일 뒤에 온다. 이번 말복은 후자의 경우다. 올여름 폭염은 유별났다. 대부분의 지역이 더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7월은 기상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달로 기록됐다. 유난히 늦어진 말복이 가을의 문턱을 막아섰기 때문일까. 그래도 말복은 왔고, 난 땀 흘리며 닭칼국수를 먹는다. 잔서(殘暑)를 처분한다는 처서(處暑)가 눈앞에 있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기업과 개인의 짐을 덜어 공간 확보, 셀프 스토리지 ‘엑스트라 스페이스’

    기업과 개인의 짐을 덜어 공간 확보, 셀프 스토리지 ‘엑스트라 스페이스’

    최근 머무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건축·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방송을 통해 손쉬운 인테리어법을 소개하는 ‘집방’이 성행하면서 집 꾸미기와 셀프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삶은 고단해지고 지갑은 가벼워진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며 자기만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즐길 거리로 가득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꾸미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간대여의 필요성도 함께 증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정 공간의 임대를 통해 공간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셀프스토리지(SELF STORAGE)’ 서비스가 개인·기업 등의 물품보관시설로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엑스트라 스페이스는 짧게는 2주에서 고객이 원하는 기간까지 0.3평~10평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임대하고 있다.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으로 언제든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항온·항습 기능을 유지해 고온 다습한 여름이나 건조한 겨울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물품 훼손의 걱정이 없다. 또 지정된 고객 이외에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최첨단 3중 보안장치가 마련돼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뿐만 아니라 양재, 분당, 가산 등 교통의 요충지에 지점들이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 셀프스토리지 기업 ‘엑스트라 스페이스’의 구자성 한국지사장은 16일 “최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뚜렷한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취미관련 용품 보관 및 수집 등 다양한 공간으로 셀프스토리지가 이용되고 있다. 공간 대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해당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셀프스토리지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엑스트라 스페이스는 200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10년 국내 상륙하여 양재점, 분당점, 가산점을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 7월 4호점 압구정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현재 압구정점 오픈 할인 이벤트를 포함해 각 지점마다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실시하고 있어 셀프스토리지 이용 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요금 누진제/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기요금 누진제/임창용 논설위원

    기록적인 폭염이다. 웬만해선 집에서 틀지 않던 에어컨을 요즘에는 거의 매일 가동한다. 밤 12시까지 집 안팎이 펄펄 끓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러면서 은근히 걱정되는 게 ‘전기요금 폭탄’이다. 주변에 비슷한 불안감을 비치는 지인들이 적지않다. 인터넷과 SNS에선 평소 수만원 정도 내던 요금이 수십만원으로 폭등할 것이란 ‘괴담’까지 나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이 나섰다. 사실상 ‘징벌적’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체제를 손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누진율이 높다. 100kwH마다 요금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6단계인 현행 누진체제에서 1단계의 kwH당 요금 60.7원이 6단계에선 710원으로 뛴다. 무려 11.7배다. 우리처럼 누진제를 채택한 나라인 미국(2단계, 1.1배), 일본(3단계, 1.4배), 대만(5단계, 2.4배)보다 훨씬 높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누진세가 없는 단일요금 체제다. 반면 우리는 산업용, 일반 업소용 전기에 대해선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산업용은 kwH당 81원, 일반용은 105.7원으로 단일요금 체제다. 가정용 전기의 1단계와 2단계 사이 요금에 해당한다.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 때문이다. 초고유가 시대에 전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저유가를 걱정하는 지금의 환경과 정반대였다. 정치권이 누진제를 손보겠다고 나선 데엔 이 요인도 작용한 듯하다. 국민의당은 6단계 누진체제를 4단계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3단계로 누진체제를 줄이고, 최고 11.7배인 누진배율을 2배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안’을 내놓았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누진단계를 3단계로, 요금배율은 2배 이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논리를 편다. 또 발전용량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전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OECD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비율은 0.412%로, 미국(0.23), 캐나다(0.20) 등 상당수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그다지 요금이 싸지 않은 것이다. 전력 낭비 예방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고 공정성에도 어긋난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가정용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다. 전력의 대부분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현장과 업소 등에서 소비된다. 가정에서 쓰는 1인당 전기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278kw로, OECD 꼴찌 수준이다. ‘누진제 협박’이 먹힌 탓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올해는 폭염 덕분에 수익이 더 늘 것 같다.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씨줄날줄] 초고학력사회와 평생교육/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고학력사회와 평생교육/임창용 논설위원

    한 달여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지금의 청년실업 사태는 초고학력사회가 고령화사회와 충돌해 빚어진 사회현상’이란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저성장·경기불황 같은 경제문제 때문만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상의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원자율화 정책이 대졸자 공급 과잉을 불러 오늘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초고학력사회의 실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0년 대학 진학자는 20만여명에 불과했다. 대학진학률은 33%였다. 그러나 1996년엔 정원자율화에 힘입어 27만여명(진학률 54.9%)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36만여명(진학률 70.9%)에 달했다. 반면 고졸 취업자는 1990년 26만명에서 지난해 6만명으로 급감했다. 그 사이 청년실업률은 점차 높아져 최근 10%를 넘기며 고공행진 중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대학 평가를 통해 정원 감축과 부실대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은 아우성이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70%를 넘는다. 재정여건이 취약한 대학은 정원 감축이 학교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들이 어려움 극복 차원에서 뛰어든 분야가 평생교육 사업이다. 정부도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직업교육이나 평생교육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왔다. 최근 이화여대생들의 학교 본관 점거농성 사태를 빚은 ‘미래라이프대학’도 교육부의 평생교육 지원사업 중 하나다. 공식 명칭은 ‘선(先)취업 후(後)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다. 고졸 취업자들에게 고품질의 재교육 기회를 주고, 학위도 수여한다는 취지다. ‘후진학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고졸자의 선취업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산업현장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아 그 자체만으론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초고학력사회에 부합할지는 의문이다. 학벌·학력사회 타파를 내세운 교육정책과 모순된다. 한쪽에선 대학을 퇴출시키고 정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면서 다른 쪽에선 평생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위를 양산하겠다니 말이다. 재교육 차원의 학위제는 이미 방송대나 학점제 대학 등에서 시행하고 있어 겹친다. 차라리 이들 기관에서 고졸 취업자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선취업 후진학’의 필요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국민담화에서 처음 언급했다.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교육부의 추진 방식이다. 학위란 당근으로 급하게 대학들을 유인하려다 탈이 났다. 기존 정원을 평생 단과대 정원으로 전환하면 정원감축 성과로 인정해준다고 한다. 대학으로선 정원 감축 생색을 내면서 등록금 수입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과 학위 양산이란 모순을 어떻게 풀어갈 지 궁금하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길섶에서] 이른 출근길/임창용 논설위원

    지난봄부터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당겼다. 시작은 딸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올해 처음으로 잡은 직장에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성남의 집에서 여섯 시 반쯤 출발해 딸을 중간에 내려 주고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일곱 시 반이다. 그때부터 한시간 정도 회사 옆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예전에도 회원 등록은 해 놓았지만 시간 내기가 어려워 돈만 낭비했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약속이 있을 리 없으니 웬만해선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출근은 업무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하는 걸로 생각했다. 일찍 나오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한데 막상 해 보니 이점이 적지 않다. 우선 시간 이득. 길이 시원하게 뚫리니 집에서 한시간 뒤에 나오는 것보다 20분 정도 덜 걸린다. 건강도 좋아졌다. 운동을 거르지 않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가장 큰 이득은 딸과 오붓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30분씩이나. 딸이 말수가 많지 않아선지 출근길의 몇 마디 대화가 참 귀하다. 예전엔 새벽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동정하곤 했다. ‘고되게 산다’면서 말이다. 직접 동참하고 보니 자발적 ‘얼리버드’가 제법 많다. 섣부른 예단의 어리석음을 새삼 깨닫는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씨줄날줄] 톨레랑스와 테러/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톨레랑스와 테러/임창용 논설위원

    갈등과 따돌림이 이슈가 될 때마다 치유책으로 가장 흔히 제시되는 개념이 ‘톨레랑스’다. 자신과 다른, 우리와 다른 타자에 대한 배려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흑백논리와 획일주의가 지배했던 과거 군사 독재시대는 물론 오늘날 구석구석 갑질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톨레랑스만큼 절실한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톨레랑스는 우리말로 ‘관용’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그보다 훨씬 깊고 넓다. 톨레랑스의 프랑스적 가치를 국내에 대중적으로 소개한 이는 홍세화씨다. 그의 자전적 소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와 에세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통해서다. 홍씨는 일찍이 “한국 사회가 ‘정’(情)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톨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정을 영어나 프랑스어로 번역하기 어렵듯이 톨레랑스도 섣불리 관용이니 이해니 하는 개념으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톨레랑스는 장 폴 사르트르나 에마뉘엘 레비나스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의 존재론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두 학자는 인간 사회에서 타자의 중요성을 극대화했다. 사르트르는 그의 주저 ‘존재와 무’에서, 레비나스는 ‘존재와 달리 존재성을 넘어’란 책을 통해 타자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하는 윤리학을 최고 철학으로 내세웠다. 자기 중심적 지배를 강조한 기존의 서양철학을 비판했다. 홍씨는 드골 대통령과 사르트르의 일화를 톨레랑스의 사례로 전했다.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일 때 사르트르는 독립자금 전달책을 자원했다. 그가 경찰의 감시를 피해 국외로 빼돌린 자금은 알제리인들의 무기 구매에 쓰일 수도 있었다. 국가 입장에서 이는 엄연한 반역 행위였다. 하지만 드골은 사르트르를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측근들의 주장에 대해 ‘그냥 놔둬. 그도 프랑스야’란 말로 일축했다고 한다. 프랑스 국익을 위한 이념과 신념이 귀중하면 알제리의 가치를 살려 줘야 한다는 사르트르의 신념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오랫동안 프랑스인의 양심과 자부심으로 통해 온 톨레랑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수년째 계속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이슬람에 대해 관대했다. 프랑스의 이슬람 인구 비율(7.5%)이 영국(4.6%)이나 독일(5%) 등에 비해 훨씬 높은 게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에선 13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적지 않는 프랑스인들이 타자를 배려하는 톨레랑스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뿐 아니라 그동안 이민에 관대했던 다른 나라들도 경계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톨레랑스의 가치가 스러지고 무자비한 ‘각자도생’ 사고가 득세할까 두렵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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