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후성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쿠폰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서한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특혜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침몰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1
  • 급부상하는 中내륙 허난성을 가다

    급부상하는 中내륙 허난성을 가다

    최근 한국 정부는 중국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중부 굴기(中部起)’에 대한 투자 타당성 정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동부 연안에 위치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중·서부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 등 동부 연안지역에서의 생산활동 환경이 나빠진 데 따른 현상이다. 중부 굴기의 중심을 도모하는 허난성(河南省)을 찾았다. |정저우시·뤄양시·덩펑시(허난성) 이지운특파원|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소림사 방문차 허난성을 찾았을 때, 리청위(李成玉) 성장으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들었다.“허난성의 역사를 알면 중국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리 성장은 앙소(仰韶)문명의 본고장이며 중국의 숱한 성씨(姓氏)와 활자가 비롯되는 등 허난성이 중국 문명의 산실이라는 점을 자랑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다른 지역의 중국인은 ‘허난성’에서 ‘빈곤, 낙후, 농민공, 소매치기, 사기 상술’ 등 부정적인 단어들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외국인에게는 여기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까지 겹쳐진다. 그런 허난성이 지금 새로운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당 중앙이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최종 확정한 ‘중부굴기’를 그 날개로 삼았다. ●외자기업에 특정세금 최대 60% 반환 초여름 따가운 햇살 속에 허난성 성두(省都) 정저우(鄭州)시는 천지개벽 중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철거와 재개발이 한창인 반면, 다른 한편에는 마천루가 세워지고 있었다. 정저우의 상징이자, 허난성의 심벌로 기획된 ‘정둥신(鄭東新)구’는 이미 도시로서의 그 위용을 갖춰가고 있었다. 구(舊)공항을 옮기고 2003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곳이다.150만㎢의 면적에 150만명이 생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둥신구는 호반을 중심으로 유통·물류타운에 대규모 과학·기술단지, 대학타운, 최첨단 비즈니스 센터가 밀집한 꿈의 도시가 될 것으로 허난성은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 위치한 ‘국제전람회의센터’는 도시의 상징물이었다.‘기둥 없는’ 건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데 관계자들의 자부심이 작지 않았다. 정저우시 정부는 타이완·일본과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같은 중부권으로 정저우보다 늘 앞서 있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최근 국내총생산(GDP) 등 몇가지 경제지수에서 앞질렀다.”며 흥분했다. ●정저우시에만 외국투자기업 2800곳 웨쩡푸(岳增浦) 시 상무국장은 “2000년만 해도 800곳이던 외국 투자기업이 2800여개로 늘었다.”면서 “자본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 뤄양(洛陽)시의 한 공장은 수천년 고도(古都), 중국의 ‘단골 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퉈(一拖) 국제경제무역주식회사는 중국 최고(最古), 제1의 트랙터 공장답게 쉴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세계 92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북한과 남한에도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외자기업에 대해서 25%에서 상황에 따라 특정 항목 세금의 최대 60%까지를 반환해 주는 등 개발을 위한 뤄양의 노력은 눈물겹다. 정주∼뤄양 중간에 위치한 덩펑(登封)시 역시 도시 정비와 도로 확충으로 중국 5악(岳)의 하나인 숭산(嵩山)과 소림사, 뤄양 용문석굴(龍門石窟) 등을 잇는 관광자원 확충에 집중하고 있었다. ●AIDS만연·빈곤·낙후 상당부분 치유 허난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실 구조적 측면에서 비롯된 점이 많다. 허난성의 인구는 1억에 육박해 중국의 전체 성(省)중에서 가장 많다. 또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1차산업에 종사, 낙후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개혁·개방 이후 다른 성과의 격차는 커져갔고, 많은 유민(流民)들이 양산됐다. 허난성이 AIDS 촌(村)으로 알려진 것도, 피를 팔아 생활을 연명해야 할 만큼 가난한 촌락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리청위 성장은 “38개 현에서 1만 9000명이 발병,4000여명이 숨졌으나 AIDS 사태를 야기한 혈액 채취소는 이미 모두 폐쇄됐다.”면서 “성을 뒤덮은 가난의 상흔이 치유돼 왔다.”고 강조했다. 리 성장은 “베이징∼정저우 구간과 정저우∼우한 구간 고속도로 신설 등 고속도로가 4020㎞까지 연장되면, 정저우를 중심으로 사통팔달 연결된 철도망과 함께 성 발전의 대동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j@seoul.co.kr ■ 균형발전 바로미터 ‘중부굴기’ 성공할까 |정저우시·뤄양시(허난성) 이지운특파원|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지난달 말 통상 교섭차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부굴기’를 잊지 않았다. 요즘 한국의 주요 인사를 만나는 자리면 “중부굴기에 투자해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하는 그다. 그는 중부굴기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다. 강력한 차세대 영도자급 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그로서는 반드시 성공의 기틀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는 1992년부터 10년간 다롄(大連)시장 재직 중 연 10% 이상의 고속 성장 속에서도 다롄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냈다. 이후 랴오닝(遼寧) 성장을 지내며 오늘날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부굴기는 우선 중국의 각종 대개발 공정의 1차적 마침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2000년 무렵 시작된 ‘서부대개발’과 2003년 본격 가동된 ‘동북진흥’에 바로 뒤이은 또 하나의 역사(役事)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이 프로젝트를 주시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가장 중시하는 ‘균형 발전’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의 바로미터,‘중원(中原)’ 중국의 중부 지역에는 중국 인구의 28.1%인 3억 6100만명이 산다. 이 가운데 농업인구는 2억 4400만명으로 70%에 이른다. 낙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게다가 개발 공정의 시작도 상대적으로 늦다 보니 서부와 동부지역보다 뒤떨어진 측면이 많다. 2001∼2003년 중부 6개성의 경제성장률은 동부와 서부지역보다 각각 1.8%포인트와 0.4%포인트 낮았다. 총생산 격차도 갈수록 벌어졌다. 당 중앙이 공들이는 ‘신농촌 건설’과 ‘균형’이 가장 부합되는 지역은 어찌보면 중부지역인 셈이다. ●“그러나, 추동력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부굴기가 서부대개발이나 동북진흥과 같은 추동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부대개발은 천연가스와 수력전기 등 자원이 풍부하고, 청두(成都)나 시안(西安) 같은 거점 도시가 공정의 주요 원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진흥은 과거 중국의 최대 중화학 공업 기지요 중공업 단지로, 다소의 구조조정과 현대화 작업만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부지역은 산업적 측면에서 이같은 특징이 크게 부족하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망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선정된 개발 공정”이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균형발전이란 명목을 위한 전형적인 ‘끼워넣기식’ 국가 개발사업이라는 얘기다. jj@seoul.co.kr ■ 내수생산의 중심지부상 가능성 |정저우시·뤄양시·덩펑시(허난성) 이지운특파원|중부굴기 프로젝트에는 아직 구체적인 시간표나 청사진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서부대개발이나 동북진흥이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판공실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 전문적인 추진 기구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공정의 대상이 되는 산시(山西)·허난(河南)·후베이(湖北)·후난(湖南)·안후이(安徽)·장시(江西)성 등 중부 6개성 일대가 대대적인 수출 전략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창(長)강이나 주(珠)강 삼각주 경제지역에서처럼 중심도시가 형성되지 않은 채, 성마다 독자적 경제권을 형성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서부와 같은 재정·금융·투자환경 분야의 관련 우대정책을 제정한다는 문서도 없는 상황은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지역이 11·5규획 목표에 따라 ‘내수 생산’의 중심지로 가꿔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의 중·소 및 중견 제조업체들의 진출이 적합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지 언론들은 상하이, 홍콩 등에서 임금 인상 가속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기업들이 내륙지방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후광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 정·관계를 장악했던 ‘상하이방(上海幇)’에 이어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안후이방(安徽幇)’이 부상하고 있다는 홍콩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편 중부지역은 아세안-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내수와 물류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는 한국 기업에는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단 한국 중소기업들이 합작 대상으로 삼는 이 지역 중국 기업들의 신용조사를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한 이미 서부지역에서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는 ‘지역별 물류 센터’를 확장, 중부쪽에도 세울 것을 고려하고 있다. jj@seoul.co.kr
  • [씨줄날줄] 맏며느리/육철수 논설위원

    속담에 ‘볍씨는 맏며느리 고르듯 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해 농사에서 볍씨 고르는 일이 가장 힘들고 신중했듯, 맏며느리 선택도 그렇게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일 게다. 위계질서와 예의범절이 엄한 ‘뼈대 있는 가문’에서는 맏며느리 선택에 얼마나 신중을 기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뽑힌 맏며느리는 일가의 권력이자 책무 또한 가볍지 않았다. 곳간열쇠를 쥐는 대신 제사며 집안 대소사를 총지휘하려면 보통 카리스마 갖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결혼 적령기의 여성에게 ‘부잣집 맏며느릿감´은 최대의 찬사였다. 후덕한 풍채와 바른 품행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맏며느리도 맏며느리 나름이다. 가난한 집 맏며느리는 권한은 고사하고 줄줄이 달린 식솔들 거둬 먹이느라 등골이 빠지도록 고생해야 했다. 다 지나간 대가족 시대의 얘기지만…. 핵가족 시대인 요즘 제 아무리 부잣집 맏며느리라도 신세대 여성들이 아예 기피하거나 달가워하지 않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다. 며칠전 서울 필동 ‘한국의 집’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38개 명문 종가의 맏며느리(宗婦)들이 모였다.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문화재 정책의 개선점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 종가를 비롯해서 고봉 기대승, 서애 유성룡, 점필재 김종직, 고산 윤선도 등 그 이름만 들어도 높은 학풍과 가풍이 느껴지는 집안의 종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의 몸에 밴 예의와 품위는 한결같이 범상치 않았다. 하기야 옛날 세자비 간택하듯 어렵게 뽑힌 종부들인지라 뭐가 달라도 다른 건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가문의 명예는 물론이고 4대 봉사(奉祀·4대 조상까지 올리는 제사)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이 시대의 큰어머니’들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하늘이 내려주신 운명’‘천연기념물’이라 일컫듯 그동안 세인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게 못내 서운했던 모양이다. 막상 종부들이 쏟아놓은 고민거리를 들으니 문화재 정책의 낙후성이 무척 마음에 걸린다. 고택의 기와 한장 손보는 데도 1년이 걸린다니 그동안 정책적 무관심을 알 만하다. 맏며느리들은 주변에서 작은 일에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한미FTA 쟁점 이렇게 넘자](10)정치 경제적 효과

    국내 기업인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해 왔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에 관세를 물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스크린쿼터나 농산물 시장개방 등에 대한 한국 내부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들어 미국이 바라던 이같은 선결요건을 모두 들어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라는 선물까지 더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국내 투자 늘면 한·미동맹 견고”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전략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정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대외신인도, 의료·법률·금융 서비스 시장의 낙후성 등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은 한·미 동맹의 틀에 균열을 가져왔다. 경제자유구역과 금융허브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지금까지는 미미한 형편이다. 국제금융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북한 문제를 빌미삼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저평가하고 있다. 지금 같은 한·미간 외교적 기조나 경제정책 방향으로는 한국이 동북아 허브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FTA라는 경제적 고리로 미국과 손을 잡는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로의 직·간접 투자가 늘면 싫건 좋건 한·미 동맹은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국익 관점에서 바라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예상되는 한·일, 한·중 FTA 체결에서 우리나라가 기득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흐트러진 긴장감을 조여,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중국 팽창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림수 미국이 일본을 제쳐두고 지난해 한국을 FT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혈맹을 자처하던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중국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FTA를 통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은 우리보다 적다. 그 대신 미국은 한국과의 FTA로 한국과 중국의 접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증대에 힘썼으나 ‘아세안+한·중·일’의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특히 역사인식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똑같은 반감을 나타내자 미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경제원조를 통해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듯 한국 경제가 중국권에 포함될 경우 한·중 협력은 정치·외교 등으로 강화될 수 있다. 미 조야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유현석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갈등을 봉합할 필요가 있는 미 행정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FTA에서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대세력과의 협상이 더 큰 문제 한·칠레 FTA 체결과 쌀 협상 반대 등을 겪으면서 국내 시민단체와 농민들의 협상력과 조직력은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시위는 대중적 인기도와 맞물려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으로 불거진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한국내 반미감정 등은 한·미 FTA를 경제·통상 문제가 아닌 ‘친미 대 반미’ 또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의 이념적 문제로 몰고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미국과 FTA 협상을 맺고도 국내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은 물론 국내에서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게 뻔하다. 이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은 국가간 협상보다 국내 협상이 더욱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유 교수는 “한·미 FTA의 잠재적 피해 집단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간 이해 관계자들의 압력을 지나치게 의식,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면 FTA도 놓치고 한·미 동맹도 붕괴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강남 집값 잡자고 교육을 흔들어서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서울지역 학군 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학군조정은 서울시교육청의 고유권한인 데다 용역의뢰 등 준비절차가 진행중이어서 현재 11개인 학군을 광역화하는 방향으로 갈지,‘선복수지원-후추첨’ 방식으로 배정되는 공동학군제의 확대로 귀결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2007년 상반기까지 마무리짓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강남교육특구’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집값 거품을 빼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인 것 같다. 우리는 누차에 걸쳐 강남의 집값을 교육 제도 변경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 대해 부작용과 한계를 지적해왔다. 시장과 희소성의 논리가 적용되는 집값을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제도와 연계시키려다가 자칫하면 초가삼간마저 초토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문제는 어디까지나 교육논리로 풀어야 한다. 서울 강북 학생이 강남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강남 학생을 강북으로 내몰면 강남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은 말할 것도 없고 강북의 낙후성만 심화시킬 뿐이다. 강남지역 명문고 서열화의 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강남 적대화’라는 대립적 정책을 구사하려고 할 게 아니라 강북의 집중 개발을 통해 주거와 교육환경을 강남 이상으로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을 권고한다. 어른 세대가 부추겨온 집값 갈등을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 휘젓기로 희석시키려는 것은 교육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최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 ‘좋은음악’ 소개 20년 DJ 전영혁

    ‘좋은음악’ 소개 20년 DJ 전영혁

    “20∼30년 전 우리 사회는 암울했지만 문화에서는 오히려 선진국이었습니다. 다양성을 되찾기 위해 상업적인 외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전영혁(54).‘뮤직 키드’의 새벽을 음악으로 채색하고 있는 디스크자키다. 스스로 새벽의 등대지기라 부른다. 밤을 지새우는 이의 마음을 밝히는 그의 도구는 바로 ‘좋은 음악’.1986년 4월29일 KBS 제2FM ‘25시의 데이트’로 음악의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으니 청취자와 함께 노를 저어온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 ‘전영혁의 음악세계’(KBS FM 89.1MHZ 새벽 2∼3시)는 마니아 청취자가 많다. 절대 과장하지 않는, 담담하고 절제된 목소리와 음악에 대한 방대한 지식, 그리고 입담 자랑이 아니라 오로지 좋은 음악만을 들려주겠다는 일념으로 외길을 걸어온 결과다. 시그널음악인 아트오브노이즈의 ‘모멘츠 인 러브´ 로 눈을 빛내고, 제트로 툴의 ‘엘레지’를 배경 음악으로 낭독되는 시를 들으며 잠이 드는 ‘추종’ 올빼미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늘어나는 것도 그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스타 의존 음악계 안타까워 잉베이 맘스틴이나 주다스 프리스트, 헬로윈, 메탈리카, 쳇 베이커, 야니 등 세계 뮤지션들이 ‘음악세계’를 징검다리 삼아 국내에 처음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음악세계’를 듣고 음악에 대한 꿈을 이어온 뮤지션들도 수두룩할 정도로 국내 대중음악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상균(블랙홀), 부활, 신해철, 이현석, 델리스파이스 등이 그들이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는 기쁨보다는 국내 대중문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넘쳐났다. 전영혁은 TV, 라디오 할 것 없이 전문인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없고 오로지 인기 있는 스타를 내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상황을 개탄했다. 국내 대중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굴해 알리는 등 옳은 일을 하기보다 철저한 상업주의로 인기 있는 음악만 되풀이해 방송하는 처지를 가슴아파했다. 그는 70∼80년 대에는 김민기 조동진 하덕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대중문화 퇴보의 예로 들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삐걱거리고 있는 국내 음악 문화의 낙후성을 벗어나기 위해서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요즘에는 종합예술인이나 만능 엔터테이너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어요.20년 동안 디스크자키 하나를 하기에도 벅찼거든요. 여러가지를 한다는 것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수는 가수로, 댄서는 댄서로,DJ는 DJ로 각각 맞는 위치를 찾아갈 때 우리 음악문화가 다시 선진화될 것입니다.” ●새달8일 ‘헌정음악회´ 열어 헌정방송, 헌정곡은 물론이고 디스크자키를 위한 헌정 음악회가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새달 8일 KBS홀에서는 ‘전영혁의 음악세계’ 20주년 기념 헌정 음악회가 열린다.K2의 김성면, 김경호 밴드, 박완규, 블랙홀, 예레미, 이현석 밴드,SG워너비, 박선주, 유영석, 이수영 등이 나온다. “청취자들이 대부분 잠자는 시간대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방송했지만 팻 매스니, 조지 윈스턴 등이 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최고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음악은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죠.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아랍세계 변화의 현장 이집트 카이로

    [이슬람 문명과 도시] 아랍세계 변화의 현장 이집트 카이로

    나는 현지조사를 위해 중동에 가는 길에는 거의 반드시 이집트의 카이로에 들른다. 아랍 세계의 생생한 변화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인이 이룩한 건축예술의 위대성과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정신에 인류는 고개를 숙이고 숙연한 존경을 표하지만, 오늘날 이집트의 모습에는 애써 얼굴을 돌린다. 그들이 이교도인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형편없이 못사는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집트의 과거보다는 오늘의 정겨운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겨울에도 나는 박제된 과거가 아닌 그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집트로 달려갔다.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10시쯤 호텔에 들어 와 텔레비전을 켜니 익숙한 장면이 나를 반긴다.‘겨울연가’가 방영되고 있었다. 배용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의 팬인 아랍 여학생들은 배용준과 결혼해 그를 무슬림으로 개종시키겠다는 결의가 대단하다. 아랍인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에, 특히 눈 내린 남이섬에서 두 연인이 서로 뒹굴며 사랑하는 장면에 눈물겨운 감동을 느낀다.“아! 사람 사는 모습이 저런 것일 거야. 알라께서 약속하신 천국의 모습을 닮은 것은 아닐까?” 한류는 이미 중동전역을 휩쓸고 있다. 저들은 우리를 이토록 좋아하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온통 적대적 테러리스트로만 보려고 할까? 가슴이 답답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새삼 가슴을 누른다. 카이로에 오면 찾게 되는 단골 카페로 나왔다. 아라비아 모카 커피 향내가 자욱한 카이로 엘 칼릴리 골목의 엘 피샤위 커피하우스에는 하루 종일 움 쿨숨의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이집트에서는 움 쿨숨을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아랍세계가 배출한 전설적인 여자 가수다. 아랍의 짙은 향수와 영혼을 담은 그녀의 노래, 알필릴라 왈릴라(천일야화)를 들으며 이집트인들은 아랍인이라는 정체성을 수없이 확인한다. 그녀가 떠난 지 27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콘서트나 생애가 드라마로 방영되는 시간, 아랍세계는 조용한 정적에 잠긴다. 몇 해전 카이로 시내에 새로 문을 연 움 쿨숨 박물관에 줄을 잇는 아랍인들을 보면서 깨어진 아랍민족주의에 대한 미련을 움 쿨숨이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랍지도자도 이루지 못했던 아랍의 정서적 통일을 움 쿨숨이 이루어 낸 셈이다. 이집트에는 피라미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고대문명의 금자탑이지만, 오늘날 이집트문화를 이해하는 전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남부 룩소르의 고대신전만을 보고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과거중심의 문화읽기는 참으로 답답하다. 오늘날 이슬람에 바탕을 둔 이집트 전통문화와 정서는 엘 칼릴리 지구에 펄펄 살아있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운집해서 움직이는 거대한 삶의 공간이고 세계를 품어 안은 시장이다.‘눈(雪)’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 없다는 곳이다. 시장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해주는 후세인 모스크 앞의 옥외 카페에서 민트 차 한잔 마시고 본격적인 흥정에 들어갔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부른 값의 반을 깎고 심지어는 10분의1까지 깎을 때도 있다. 바쁜 사람은 부른 값을 그대로 주고 물건을 산다. 가격은 흥정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정확히 비례한다. 가게를 나오는 척할 때와 완전히 가게를 나왔을 때의 가격이 물론 다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손해보는 사람이 없고 크게 이익을 보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행복하다. 엘 칼릴리 시장이 주는 융합의 문화이다. 지금 이집트는 세속과 전통이 빠른 속도로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새로운 민족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나친 세속주의에 저항하는 이슬람원리주의의 이론과 정신적 요람이 알 아즈하르 대학이다.970년에 개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전통이 말해주듯이 아랍의 지성세계는 실제로 알 아즈하르 출신이 이끌어가고 있다. 그들은 학부만 졸업해도 붉은 모자에 하얀 터번을 걸치고 셰이크로서 대단한 존경과 명성을 얻는다. 지금도 버스를 타면 셰이크에게는 서로 자리를 양보한다. 오후 3시, 대학 구내에 있는 알 아즈하르 대사원에 오후 예배를 알리는 아잔이 울린다. 신이 인간을 부르는 소리이다. 신과 인간이 허물없이 만나는 참으로 신성한 시간. 그들은 하느님(알라)의 집이 있는 메카를 향해 가장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며, 절대자와 자연에 대한 숙연한 순종을 체득한다. 인간의 오만함은 적어도 이곳, 이 시간만큼은 의미를 상실한다. 이슬람의 아름다움이고 힘이다. 나의 오랜 이집트 친구 오마르는 저녁 9시에 자기의 집에 초대했다. 아마 저녁초대일 것이다. 이웃친지들과 몇몇 친한 친구들도 불렀다. 여기서는 단 한 사람의 여자도 볼 수가 없다. 여성들의 공간은 남성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랜 친구에게 그의 두 아내마저 소개시켜 주지 않아 처음에는 은근히 화가 난 적도 있었다. 아직도 일부다처가 허용되어 있는 관계로, 그는 5년 전에 두 번째 아내를 얻었다. 첫 번째 부인이 병을 얻어 더 이상 자식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20년 아래인 자신의 대학후배를 부인으로 맞았다고 한다. 어렵게 첫 번째 부인의 동의를 얻었고, 두 번째 부인은 모든 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법적으로 보장받았다. 이슬람 다처주의의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일부다처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인식변화와 함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여성에게 지불해야 하는 마흐르(결혼지참금)의 액수가 높아 한 번 결혼하기도 힘들게 되었다고 이집트 남자들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하라의 아침 첫 햇살이 스핑크스의 두 눈을 비추는 시각. 벌써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에는 유럽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피라미드에서 이집트인들은 주변부에 불과하다. 그들의 원초적인 삶과 가난은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인류 유산과 너무 적나라하게 대비된다.5000년 전 파피루스에 위대한 역사와 신화를 당당히 기록했던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뜻도 모르는 상형문자를 모사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피라미드 주변 마을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돌조각을 가져다가 벽을 쌓고 집을 만들어 살고 있다. 지금 이집트인들은 역사 대신 현실을 택했다. 파라오는 알라로 바뀌고 이집트 문명의 요람이었던 아스완에는 댐을 쌓아 유적지를 수몰시키면서까지 농업혁명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그들의 영광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가난과 교육, 그리고 여성. 이집트가 과거를 딛고 오늘을 열어야 하는 과제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부고]

    ●조성욱(호주 거주)씨 부친상 광행(전 경성고 교사)난행(용인 신월초 교사)씨 형님상 2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3일 오전 7시 (02)3010-2239●박경호(지멘스 부장)경철(휘경중 교사)씨 부친상 이규옥(예일여중 교사)씨 시부상 2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3일 오전 6시 (02)3010-2266●김광강(화가)씨 별세 성아(피아노 교사)현주(아쉐트아인스미디어 수석기자)씨 부친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낮 12시 (02)3010-2253●이영우(CF촬영감독)씨 부친상 2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2)3010-2238 ●박준(아바쿠스 코리아 대표)씨 부친상 안현효(대구대 교수)씨 빙부상 강은영(상일여고 교사)씨 시부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3010-2236 ●박진석(전 한미은행 감사)씨 모친상 최대식(사업)씨 빙모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3410-6915●김영자(전 여의도중 교사)씨 별세 황경호(한국원자력 안전아카데미 이사·전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씨 상배 성식(대한생명)준식(후성물산)씨 모친상 20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3일 오전 7시 (02)590-2660●박문서(동원엔터프라이즈 상무)씨 모친상 2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5시 (02)3410-6910
  • [책꽂이]

    |실용경제|●지학(止學)(마수추안 편저, 김호림 옮김, 김영사 펴냄)현명한 처세와 지혜로운 인생경영을 위한 입신서.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자만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1만 4900원.●스마일데이즈(스즈키 도모코 지음, 서현아 옮김, 명진출판 펴냄)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입신서. 하루에 3번 웃을 수 있다는 행복한 인생 얘기.8900원.●경영의 최전선을 가다(경제경영저자들의 모임 엮음, 리더스북 펴냄)비즈니스 분야의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담은 경영서. 국내 전문가 37명이 유비쿼터스, 나노기술 등 문화적인 최신 트렌드들이 경영의 세계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보여줌.3만원.●최고의 협상(로이 J·레워키지음, 김성형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는 협상전략서. 정부, 기업 등이 협상테이블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다.2만 1000원.|유아·아동|●좋아좋아 이솝(동화사랑연구소 글·구연, 동화사랑 펴냄) 전문 동화구연가들의 음성으로 듣는 이솝이야기.‘여우와 두루미’‘서울쥐와 시골쥐’‘토끼와 거북이’ 등 이솝우화 22편이 이야기책 1권과 구연CD에 함께 담겼다.7세까지.1만 5000원.●어디 갔다 왔니?(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우순교 옮김, 논장 펴냄) “○○야, 어디 갔다 왔니?”로 시작되는 물음이 반복되는 그림책 여러 동물들이 번갈아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동물세 계를 이야기한다.5세까지.9500원.|초등·청소년|●장다리 1학년 땅꼬마 2학년(후루타 다루히 글, 나카야마 마사미 그림, 신미원 옮김, 산하 펴냄) 또래보다 키가 작은 아이와, 키 큰 아이가 참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 성장기의 터널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이 동화는 1970년 일본에서 발간된 이후 200쇄까지 찍혀나온 베스트셀러. 초등3년 이상.9000원.●지구둘레를 잰 도서관 사서(캐스린 래스키 글, 케빈 호크스 그림, 임후성 옮김, 미래M&B 펴냄)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 일대기를 보여주는 ‘인문 그림책’. 지구둘레를 재는 기본과정, 용어해설 등이 어우러져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친해질 수 있을 듯. 초등생.1만원.
  • [길섶에서] 아쉬운 파괴/이목희 논설위원

    살고 있는 아파트 뒤가 나지막한 산이다. 쉬는 날 한 바퀴 휘 돌아오면 그런대로 운동이 된다. 산 뒤편으로 연립주택촌이 있다. 몇년 전부터 연립주택을 자꾸 부수고 차례로 아파트를 세우고 있다. 어떤 것은 호화빌라처럼 보이는데도 아낌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 동네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 가격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씩 차이가 난다. 아이들 학교 배정, 특히 재건축 용적률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낮은 연립주택을 층수가 높은 아파트로 바꾸면 이익이 생긴다. 부수고 새로 지음으로써 얻는 이익을 무조건 나무라기 힘들다. 안전진단을 받아 노후성이 인정돼 재건축 허가가 나왔을 터이다. 그러나 눈으로 봐서 멀쩡한 건물을 파괴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았다. 지은 지 얼마 안된 듯한 연립주택이 빈 채로 철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에 안으로 들어가 봤다.“며칠 전까지 이곳에서 한 가족이 오순도순 살았겠지.”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짠해졌다. 문득 ‘인생’이 떠올랐다. 하는 일은 비슷해도 처한 위치에 따라 소득과 대우가 다르고, 아직 쓸만한 데도 이익이 없으면 버림받는….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동 이름 바꾸기등 일제잔재 일소 앞장”

    “동 이름 바꾸기등 일제잔재 일소 앞장”

    “서울과 대한민국의 중심인 만큼 일제시대 잔재를 없애는 작업부터 앞장서는 기초의회가 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의회를 이끌고 있는 나재암(63·종로1∼4가동) 의장은 최근 일본의 우경화를 기초의회 차원에서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원남동’·‘…가동’ 등이 대표적 이에 따라 종로구의회는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일제시대에 지어진 동명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한다. 나 의장은 “‘…가동’,‘원남동’,‘원서동’ 등은 모두 일제가 만들어 놓은 이름”이라며 “집행부와 사학계, 주민 의견 등을 모아 동 이름부터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원’이라는 것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바꾸면서 유래된 것이다.‘…가동’ 역시 주요도로를 중심으로 편의상 나눈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종로구의회는 일본문화원이 종로구에서 나가 줄 것을 의회 차원에서 촉구할 계획이다. ●“월말쯤 일본문화원 이전 촉구” “지난 3월 독도 사태에 대한 건의문을 들고 일본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일본대사관은 본체만체하며 면담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일본문화원 이전촉구를 이번달 임시회에서 결의해 문화원측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종로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면서도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나 의장의 기본입장이다. “종로는 공공청사·문화재·도로 등 비과세 구역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데다 온갖 규제에 묶여 발전에서 한참 뒤처지다 보니 낙후지역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관광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귀금속상가 등 신산업중심지로 삼아야 나 의장은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종로가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계천을 따라 펼쳐진 종로 지역의 귀금속·동대문 상가·재래시장을 새로운 산업의 중심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의장은 “종로구가 더 이상 문화적 중심지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다.”며 “산업 중심지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나 의장은 이같은 생각을 지난 3일 최종 논문심사를 통과한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졸업논문 ‘서울시 종로구의 관광특구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오롯이 담았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세번 종로구 의원을 역임한 나 의장은 집행부에 송곳 같은 질문과 비판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 의장은 “의회와 집행부가 유착돼서는 지방 자치제도가 발전할 수 없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협력하되 선심성 정책에는 정면비판하겠다는 것이 의정생활의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법률상 파산선고후 생긴 돈도 관리대상

    Q작년 5월에 파산을 신청해서 지난 2월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파산 관재인으로 어느 변호사가 지정됐고 3월에 채권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살고 있던 20평 아파트는 1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해서 넘어갔고, 그 후 갈 곳이 없어졌는데 친척들이 월세 보증금 300만원을 마련해주어서 월 10만원에 방 한 칸을 빌려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관재인이 월세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팩스로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이번에는 월세 보증금 300만원을 월세집 주인의 이름으로 자신의 계좌로 입금시키라고 합니다. 방을 빼면 갈 곳이 없어지는데 어쩌나요. 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한만은(47)- 가혹한 조치입니다. 무시하고 가만히 계시면 파산 절차는 진행될 것입니다. 그래도 진행이 안 되면, 이와 같은 사정을 법원에 탄원하십시오. 관재인의 조치는 시정될 것입니다. 법은 명시적으로 변경, 폐지되지 않아도 실제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에서 변천을 겪습니다.1962년에 제정된 파산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률상으로는 파산자가 면제재산을 제외하고 다 채권자에게 주게 되어 있으니 월세보증금도 채권자를 위하여 파산관재인에게 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산신청 이후에 친족이 도와주어 생긴 돈이라고 해도 파산자의 재산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책에 나온 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런 해석은 첫째, 사회보장제도에 무거운 부담을 줍니다. 현대국가는 함께 살아갈 시민이 노숙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을 내서 최저생활을 누구에게나 보장하려고 합니다. 월세보증금을 빼앗겨 그가 노숙자가 되면 우리 납세자들의 돈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면 공적자금이 낭비되는 결과가 됩니다. 둘째, 법원의 재판 지연과 파산관재인의 늑장으로 인하여 파산법의 취지가 왜곡되는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파산신청 이후에 취득한 재산을 아무 제한 없이 채무자에게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이런 문제가 해결됩니다만, 법률에 명문규정이 없어 한만은씨의 관재인과 같은 해석을 하게 됩니다. 물론 미국과 같은 해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경우 1000만원, 경우에 따라 1500만원 정도의 월세보증금을 남겨주고, 파산신청 이후의 소득에 관하여는 심리를 소극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법의 낙후성을 피하고 있습니다.
  • 한국전력 광주 이전 유력

    한국전력 광주 이전 유력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경쟁을 벌여온 한국전력공사가 사실상 광주로 이전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12개 시·도가 27일 한전을 유치하는 지자체에 다른 공공기관을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도(道)단위 지자체들이 사실상 한전 유치를 포기함에 따라 한전 유치는 광주·대구·울산 등 3개 광역시간 경쟁으로 압축됐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그러나 지역 낙후성 등을 감안, 한전을 광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역시 다른 광역시들보다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한전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12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체결한 10개항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본협약’을 통해 한전이 배치되는 시·도에는 한전과 업무적 연관이 있는 2개 기관만 추가배치하고, 배치지역은 시·도의 신청을 받아 6월 중순까지 정부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각 지자체로부터 한전을 포함한 공공기관 유치신청안을 조속히 제출받아 6월 중순까지 177개 공공기관 이전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전과 함께 배치될 2개 유관기관에 대해 “177개 이전대상 기관 중 자회사나 에너지관련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해 한전의 시설관리 등을 맡고 있는 한전KDN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이의근 경북지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각 도는 한전만 유치하기보다는 다른 다수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들”이라며 “광주와 대구, 울산 등 광역시 3곳 정도가 한전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공공기관 유치안을 제출받은 뒤 국회 건설교통위를 중심으로 여야간 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 공공기관 이전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기본협약에는 오영교 행자·이희범 산자·추병직 건교·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진선 강원지사 등 12개 시·도지사가 서명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와 행정도시가 인근에 들어서는 대전은 협약에서 제외됐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전] 한전, 지방세만 年1000억… 6개시도 경합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전] 한전, 지방세만 年1000억… 6개시도 경합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 중인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각 자치단체가 이른바 ‘알짜’ 기관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전 등 대형기관 유치를 위해 일부 인접 자치단체끼리 연합전선이 형성되면서 자칫 동서간 지역대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정부는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부합되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 어떻게 뛰고 있나 오는 5월로 예정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한전·토지공사 등 ‘알짜’기관을 끌어 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각 자치단체는 규모가 큰 기관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하거나 지역구 정치인 및 경제계 인사를 동원, 치열한 로비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광주, 전남, 전북 등은 한전 유치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다. 유치대상 1호인 한전은 연 매출액이 23조 6000억원대에 달한 데다 연간 1000억원대의 지방세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협력업체 이전 등 부수 효과까지 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장 매력적인 공공기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각 자치단체의 극성스러운 로비와 해당 기관에 대한 이전 당위성 주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유치경쟁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의 반발 등 후유증이 우려됨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지난 2월 초부터 4차례나 연기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부산·울산·경남 한전을 최우선 유치대상 기관으로 삼고 있다. 한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토지공사와 관광공사를 차선책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 해양연구원 등 해양수산관련 기관과 영화진흥위원회 등 영상관련 기관,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관련 기관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경남과 울산 등은 고리원전 추가 건설과 중저준위 방폐장을 한 데 묶은 ‘패키지’ 형태의 유치전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구·경북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점을 들어 각종 공공 기관에 대한 공동 유치전략을 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보통신과 산업지원, 전력사업, 문화학술 등 4개 기능군 공공기관을 공동으로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전산원, 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다. ●광주·전남·전북 역시 한전 유치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양 시·도 단체장은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를 방문,“지역의 낙후도를 감안해 한전을 우리지역에 옮겨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광주시는 태양에너지와 수소연료전지 등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에너지산업과 연관성 큰 한전을 비롯해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관련 공공기관 유치에도 전력 투구하고 있다. 전남도도 한전 유치에서 만큼은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낙후도 조사에서 최하위 지역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으며, 한전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토지공사 유치는 과감하게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전북도 역시 농업기반공사 등 농업관련 기관과 함께 한전을 제1유치기관으로 선정하고 지역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전을 펴고 있다. ●대전·충남·충북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과 맞물려 정부측에 이렇다 할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은 행정도시와 이웃하고 있는 데다 대덕연구단지와 정부대전청사 등이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대전은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입도 벙긋하지 말라.”며 이전 대상지에서 아예 배제했다. 지난해 5월 32개 공공기관 유치를 신청했었으나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은 충남·북에 대해서도 “행정도시가 내려가는데 뭘 바라느냐.”며 적극적 유치활동보다는 ‘자제’를 바라고 있다. 충남도는 하지만 한국자원개발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 등 행정도시로 내려오는 중앙정부와 연계성을 갖고 있는 30여개 국책연구원과 기관 유치를 바라고 있다. 충청권은 고속철 개통과 천안·아산 신도시 건설 등을 이유로 철도대학, 철도경영연수원 등을 기대하고 있다. ●강원·제주 이번 공공기관 유치에서 밀리면 또다시 소외지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양 지역 모두 ‘한국 관광 1번지’를 자임하며 관광공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는 환경규제와 상수원보호규제,DMZ 등 각종 규제속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은 관광공사를 유치해 ‘동아시아 관광허브’로 나가는 길이 유일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석탄·석회암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이점을 살려 광업진흥공사와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대규모 기관이 더 유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전국 최고의 관광지라는 점을 내세워 관광공사·한국마사회·국립수목원 등을 유치 가능한 기관으로 보고 이 지역 정치·경제인의 지원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도권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상당수가 위치한 경기도는 수도권 공동화 논리 등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이전 반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노조도 공기업을 강제 할당식으로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공기업의 효율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반대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이다. 정리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유치역점 기관은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 자치단체들은 낙후성을 들어 읍소하거나 지역특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유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산·경남·울산 경남도는 도내 고속도로 연장이 397㎞에 이르고, 우리나라 산업유통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들어 도로공사가 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전국 최고의 인센티브와 행정편의를 제공한다는 약속도 잊지 않고 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울산시는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끼게 한 동해 가스전을 비롯해 대규모 정유회사가 위치해 있는 점을 내세운다. 또 노동자 비중이 높아 산업과 노동·복지관련 기관 배치도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대구·경북 대구시와 경북도는 면적이 다른 시·도에 비해 넓은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이를 무시하고 균등배분만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도로공사와 주택공사, 토지공사를 중점 유치기관으로 선정해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경북 역시 고속도로·국도 연장 노선이 전국 1위, 도로 총연장 2위를 자랑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주택건설 실적이 전국 최고이며, 산업단지 및 택지개발에서 많은 장점 등이 있다고 말한다. ●광주·전남·전북 광주시와 전남도는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련부처와 지역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전남지사를 비롯한 도청 간부들이 총 동원됐다. 또 39차례에 걸친 설명회를 열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전북도도 도청 간부들이 발벗고 나섰다. 공략 목표로 정한 한전, 주택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이른바 빅3 기관들을 잇달아 방문, 전북으로의 이전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충남·충북 행정도시 유치라는 원죄(?)때문에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는 실정. 그러나 충남도는 천안아산지역에 아산신도시가 개발된다는 이유를 들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이전을 바라고 있다. 충북도는 각개 약진이 돋보인다. 충주시, 보은군, 제천시 등 각 시·군은 도로공사, 토지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을 목표로 정해놓고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원·제주 관광공사를 겨냥하고 있는 강원도는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을 품고 국토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수도권과 충남 연기·공주지역의 행정중심복합도시와도 접근성이 좋은 것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제주도는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공유지 장기 무상사용,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 시설투자비 일부 지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전국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관련기관 입장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이전 대상지역 선정 원칙과 기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을 유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이전 기준 등을 섣불리 꺼냈다가 새로운 지역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10여개 지자체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한전의 경우 가장 난처한 상황. 한전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정부의 방침이 확정될 경우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다만 자회사들의 경우 주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럴 경우 중부·서부·동서발전은 충남(보령·태안·당진발전소)이, 남동·남부발전은 경남(삼천포·하동발전소)이 각각 이전 대상지역이 될 수 있다. 또 한전, 가스공사와 함께 공기업 ‘빅5’로 꼽히는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토지공사, 한국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은 가능한 한 수도권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우선 토공은 사업장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행정도시건설에 참여하는 만큼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전 근교는 이전 대상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은근히 충주시를 원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개발 및 택지개발에 참여하는 주공 역시 가급적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공은 원주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좋은도시 만들기] (10) 대중교통 연결 안되는 공공시설

    [좋은도시 만들기] (10) 대중교통 연결 안되는 공공시설

    한국 도시의 낙후성은 무엇보다 공공건물과 임대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에 도서관·미술관과 서민의 아파트를 지어 과연 정상적인 도시계획에 따른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런가 하면 시 청사를 호화판으로 지어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안양시 석수도서관은 어떻게 가나요?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는 버스는?” 이렇게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 이들 공공시설 앞까지 가는 일반 버스나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도시들의 도시 계획이 형편없다는 것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서관이나 미술관, 문화예술회관 등을 외지고 교통이 좋지 않은 곳에 세운 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시청이나 구청 등 행정관청들은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나 지역 중심지 등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공무원들만 편하고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의 불편은 고려치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문화·예술을 소홀히 취급한 우리의 문화수준에서 나온 결과일까. ●산 꼭대기 도서관… 시외곽지의 미술관 지난해 문을 연 경기도 안양시 석수도서관은 안양역에서 3㎞ 이상 떨어져 있으며 노선버스가 가지 않는 산꼭대기에 있다. 서울시내 남산도서관과 비슷하다. 그러니 자동차 없는 사람은 도서관 가기가 어렵다. 모두 자동차를 몰고 나오니 도서관은 주차난을 빚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도심으로부터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서울대공원 인근의 후미진 곳에 있다. 런던이나 뉴욕의 미술관과 도서관이 모두 지하철역 부근에 있으며 그 앞으로 많은 노선버스가 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민들이 사는 임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임대주택 주민들은 교통불편을 호소한다. ●교통불편한 임대아파트 서울 강북구 번3동 주공아파트 2·3·5단지에는 임대주택 4000여가구가 있다. 최근 문화정보센터, 구민운동장 등 다양한 복지시설로 지역적인 공간 자체는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 곳도 교통편이 불편한 게 흠이다. 주민들은 외부와의 연결수단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마을버스를 이용해 15∼20분 거리에 위치한 4호선 수유역과 미아3거리역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마련할 여유가 없는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를 지하철에서 멀리 지은 것이다. 전국 임대아파트 주거복지시민운동 연합회 최순진 조직국장은 “단지 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에만 치중하고 교통, 교육 등 삶의 질적인 면은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의 임대주택단지와 대조적이다. 전체 6만 2000여가구의 주택이 있으며 일산 신도시의 약 3배에 달하는 신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것은 아파트 형태의 임대주택 프티캐시드럴(민중을 위한 베르사유 아파트)이다. 이 곳은 전철역, 시청과도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세르지퐁투아즈 시청의 민원실에 근무하는 랑구토니씨는 “임대주택이 대부분이지만 주거나 교통에 대한 주민의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이란 게 존재하나 서울을 비롯한 각 도시는 정부가 마련한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에 근거한 도시계획을 세운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이에 따른 자체 ‘도시계획업무 편람’을 발간해 시뿐 아니라 자치구의 도시계획 등에 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시설이나 임대주택 입지 등을 보면 비전문가들이 주먹구구로 도시계획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살 만하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수요자의 입장보다는 보상액이 적거나 공사가 쉬운 곳 등 공공부지로 사용하기 편한 곳을 선호하는 등 공급자 위주로 공공건물을 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이건영 교수가 본 공공건물 지방을 가보라. 가장 큰 건물은 무엇일까. 첫째 시·군 중심가에 보이는 것은 군청이나 시청이다. 둘째는 문화회관과 보건소. 모두 크게 잘 지어져 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관청 건물들이 화려하고 큰 것이 특징이다. 공공건물을 보면 허장성세를 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경우 1960년대에 디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봐도 너무 호화롭다. 천안 독립기념관도 너무 크다. 세종문화회관은 웅장한데 주위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부산시에 가보면 가장 근사한 건물이 부산시청이다. 경북 어느 군에 들르니 군수의 중요 업적이 군청 지은 것이라고 직원들은 홍보했다. 무려 건축비가 7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안양시 평촌을 가보면 구청과 시청이 주변 건물보다 크고 잘 지어져 있다. 행정수도의 경우를 봐도 공공건물의 건축비는 평당 570만원으로 민간 부문 350만원보다 크게 높다. 행정수도 이전에 여러 걱정도 나오지만 나는 무엇보다 한국의 도시 만드는 기술이 낙후된 것을 염려한다. 우리의 도시에 대한 인식과 건축 기술수준에서는 황당한 도시가 될까 우려된다. 지방도시의 도시계획국장을 외국에서는 ‘도시건축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당 공무원을 건축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국대 교수·전 건교부 차관 ■ 기고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공공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의 공공건물을 보면 그 모습이 친근하지도 않고, 사용이 편리하지도 않으며, 접근이 용이하지도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변화된 사용자의 요구와 공공시설계획담당자의 의식 사이에는 아직도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 미술관, 예술의전당 그리고 독립기념관 등 많은 시설이 건립되었으나 아직도 사랑받지 못하는 시설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규모나 형식이 거대한데다 권위주의적이어서, 일반 시민들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하고, 기념성과 상징성을 강조한 나머지 위압감을 준다. 그런가 하면 계단 턱이 많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접근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공연이 있는 날 예술의전당 공연장 로비를 가보라. 앉아서 쉴 만한 곳도 부족하고, 음식 냄새는 진동하고, 그저 서성거리다 공연장에 들어간다. 공연장 로비가 사교의 장이 되고 있는 외국의 경우를 염두에 두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공공시설을 계획할 때 거대한 건물에 집착하다 보니 공공건물은 그때마다 도시 내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자리잡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시민들의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공공시설의 입지가 ‘전원지향적’이다 보니 승용차 이용이 필수적이 되고, 건물주변은 온통 주차된 자동차 일색이다. 건물주변이 차량 진출입으로 혼란스럽다 보면, 주변 지역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공공시설의 이용자가 인접 지역으로 퍼져나가 주변시설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파급효과를 스스로 제한하는 개발이 된 셈이다. 공공건물은 있으나 주변과는 단절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공공건물은 어디까지나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해야 하는 ‘도심지향적’시설로 계획하고 있다. 왜냐하면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쉽게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주변에 관련된 시설이 모여들어 하나의 밀집된 유기적 집합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파리의 경우 정부청사, 궁전,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등 대부분의 주요 공공·문화시설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센 강변에 위치해있다. 우리의 한강변이 모두 도로로 바뀌어 시민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카고 도심에 새로이 거대한 규모로 건립된 일리노이 주청사에는 지하에 공용차량을 위한 주차공간이 6대밖에 없음을 직원은 오히려 강조한다. 자동차 이용 중심의 공공시설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공공시설의 모습은 친근감이 가는 규모로 계획하고, 그 입지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 즉 자동차에 둘러싸인 ‘격리된 거대한 공공시설’이 아니라, 시민들이 걸어서 쉽게 찾는 공간이자 도시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시민센터의 장소’가 되도록 거듭나야 한다. 임창복 성균관대 건축학 교수 ■ 특별취재팀 ●북유럽팀 이상일 논설위원(특별취재팀장), 김세용 건국대 교수 ●서유럽팀 이동구 기자, 이정형 중앙대 교수 ●미 국 팀 장세훈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 [시론] 세계 100大대학에 끼려면/신방웅 충북대 총장

    [시론] 세계 100大대학에 끼려면/신방웅 충북대 총장

    최근 OECD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읽기, 수학, 과학 등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였고, 특히 문제 해결능력은 1위를 차지했다. 문제해결능력은 우리 학생들에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창의력 부족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사교육문제, 수능부정 등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교육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중등교육에서의 평가 결과와는 달리 우리나라 대학은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 100대 대학 중에 국내대학은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고등학생의 수준은 최고로 평가받는 반면 대학은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세계 최고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대학에서 그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 대학의 책임자로서 이러한 사태는 심각한 고뇌를 느끼게 한다. 나아가 오늘날 대학은 내부적으로도 구조 조정, 학생 부족, 이공계 기피현상, 대학원 기피로 인한 연구인력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사태를 타파할 묘책은 없는 것일까. 물론 현 정부에 들어와서 과거와는 달리 고등교육부문의 주요 사업인 대학 구조개혁과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산·학·연 협력체제 활성화 및 BK21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에 배정된 예산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비율도 OECD 국가와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2005년도 우리나라 공교육 예산안은 총 27조 9600여억원이다. 이 중 초·중등교육에 배정된 돈이 24조 1900여억원, 고등교육에 배정된 돈이 1조 9000여억원으로 구성비는 86.5% 대 6.8%이다.200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인 77.3%,22.7%와 비교해 매우 열악하다. 이런 비율은 우리 대학이 왜 세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 준다. 국전에 대학간 학술 교류 차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각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 우리의 모습보다도 못하지만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몫을 과감히 버리는 배려였다. 대법원장 사무실에도 보이지 않던 컴퓨터가 다르에스살람대학의 법대에서 강의 및 연구에 활용되고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적 낙후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교육에 대한 투자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그들의 신념이 향후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현재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국가의 인적자원을 개발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나아가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2005년도 공교육 예산안 중 6.8% 정도의 고등교육 예산으로는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인적자원 양성과 지식 정보화시대에 고부가가치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제 초·중등교육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고등교육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국가 경제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정책이나 교육재정을 감축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세계 일류의 위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교육혁신을 이루고 인적자원 강국을 실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초국가적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협조로 이 길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신방웅 충북대 총장
  • [건강칼럼] 마음의 그늘 육체의 흉터

    운명도 성형이 가능할까? 얼마 전, 손금 성형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 얼마나 팍팍했으면 손바닥에 흉터를 만들어 운명을 전복시키려 할까. 그 손금 성형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흉터를 만드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흉터를 감추거나 지우려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재미있었다. 흉터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외형의 흉이 마음의 흉으로 옮아간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좋은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돼 얼마든지 그 ‘마음의 그늘’을 지울 수 있다. 흉터는 피부 진피층과 피하지방층에 생긴 상처가 피부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종류도 칼로 베인 자국, 마마나 수두, 여드름 자국, 화상 후 울퉁불퉁하게 남은 흉터 등 종류도 많다. 치료 기술이 낙후했던 과거에는 흉터를 치료해도 병변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술없이도 흉터를 치료할 수 있는 레이저나 화학박피술 등이 도입돼 흉터 고민을 덜어준다. 화학적 박피술은 TCA 등 약품을 흉터 부위에 발라 건강한 새 살이 차오르도록 하는 흉터 치료법이다. 레이저 시술은 파장이 다른 각각의 레이저가 멜라닌색소, 혈색소, 콜라겐 등 피부의 특정물질에만 반응한다는 특성을 활용한 치료법이다. 흉터 치료에는 고출력 탄산가스 레이저와 어븀야그 레이저가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고출력 탄산가스 레이저는 피부 진피층에 있는 변형된 콜라겐 섬유의 재생능력을 향상시켜 피부 탄력을 증가시키고 새 살이 올라오도록 하는 데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최근에는 브이스타나 브이빔같은 혈관 레이저를 이용해 켈로이드나 비후성 반흔 등을 치료하기도 한다. 사실, 흉터의 문제는 상당 부분 마음에 있다. 좋다면 흉터도 만드는 세상에, 작은 흉터 쯤 잊고 사는 것도 괜찮다. 별것 아닌 작은 흉터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몸의 흉보다 마음의 흉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성형외과 원장
  •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지난 1968년 서울의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여명이 첫 이주를 시작해 보금자리를 튼 경기도 성남시.인구 100만을 바라보며 광역시승격을 탐내고 있는 시가 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분당 신시가지 조성당시 성남 구시가지로부터 독립시켜 달라는 아파트입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도시기반시설의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수정·중원 일대 구시가지가 전면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들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올해로 시승격 31주년을 맞았고,모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지만 구시가지는 여전히 분당에 비해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구시가지 재개발 청사진을 마련해 추진에 나섰다.그러나 개발기간 동안의 한시적 인구 이전문제와 뿌리깊은 저소득층의 생활기반 등에 부딪혀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 구시가지에 대한 외과적 수술계획이 지나치게 장기적이며 실현불가능한 계획들로 포진돼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의 선거용으로 계획됐다는 지적도 일었다.계획입안 당시에는 구시가지 일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철거재개발이냐,수복재개발이냐 2016년을 목표로 작성된 성남시 도시재개발기본계획은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환경 악화지역 또는 악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정비·개선방향을 제시하고,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기능의 조화를 도모하는 지침적 성격의 종합계획이다. 재개발 대상은 수정·중원구 구시가지 주거면적 273만여평 가운데 73만여평(공공·공익시설 포함). 최근에는 247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 지역이 빠짐없이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개발방식은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 두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철거재개발(공동주택 건설방식)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대상지역의 기존 건축물을 제거한 뒤 새로운 주거공간과 공공용지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주거환경 정비방식.특정지역 전체를 뜯어내고 한꺼번에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수복재개발(현지 개발방식)은 주거기능과 생활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건축물을 신축보다는 수리·개조하고 구역내 필요한 공공시설에 대하여 공공지원을 통해 점차 주거환경개선을 유도하는 방식. 주민합의 하에 지역별 공원과 주차장,아파트 등을 개발하게 된다. 재개발구역별 기본계획의 골격은 구시가지 전체를 20개 구역으로 나눠 이 가운데 14곳은 수복재개발,나머지 6곳이 철거재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정구는 11개 구역 중 10개 지역이 수복재개발 대상이고 1개지역만이 철거대상이다.반면 중원구는 수복 4,철거 5곳으로 철거대상이 50%를 넘는다. 면적으로는 수복재개발이 76%(55만 7000여평)로 압도적이다.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재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구역별 면적이 가장 큰 수정구 수진1동(수복재개발)의 경우 대상면적이 모두 22.6㏊로 공동주택이 1525가구에 이른다.지금은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에 주민들의 불편이 만성화됐지만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소공원 등 2만 2000여평에 이르는 공공시설이 마련돼 주민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용적률 높여야 대부분이 용적률 200%에 건폐율은 60%선(제2종 일반주거지역 기준).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과 철거민들의 마구잡이 이주라는 정부의 책임 등을 들어 특별법을 제정,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성남 구시가지의 경우 당시 서울의 도시문제 해결만을 위해 대책없이 급조된 위성도시로 대부분 구릉지이거나 고지대이며 20평 이내의 좁은 대지위에 3∼4가구가 기거하는 인구 고밀도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정차공간마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고,협소한 도로율로 일부의 경우 가뜩이나 좁은 도로변에 개구리주차까지 허용하는 열악한 환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발족된 ‘성남시재개발 및 서울공항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구시가지 거주민의 70%가 중산층 이하 근로자 계층으로 자족기반이 취약하고 높은 실업률까지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행정적,정책적 측면의 총체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남구시가지의 기형적 발전형태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성남구시가지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전까지 개최하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순환재개발방식돼야 최근에는 성남시의 재개발방식 변경 등을 앞두고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대상을 기존 73만여평에서 247만여평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발방식을 철거위주로 변경하려는 시의 움직임에 따른 것. 범대위는 “자치단체가 주도해 단계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순환방식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지역은 재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재개발되더라도 한탕주의 식 난개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순환재개발방식은 이주 및 임대단지 조성이 골자로,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여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 그러나 성남시는 전면적인 순환재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비 과다 등을 이유로 시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시가지 특성상 사글세 등 소규모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이 때문에 전면 재개발의 기치 아래 시작된 성남구도심 개발사업은 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시가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늘리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8대 토박이 남성현 중원구청장 성남에서 8대째 살아온 남성현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공무원들 사이에 ‘성남시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35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단 한순간도 성남시를 떠나지 않았다. 남 청장이 들려주는 성남의 역사는 9급공무원 시절 이주민들에게 밀가루를 나누어주면서 시작된다. “군 제대를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서울에서 청소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이주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습니다.대부분 극빈층으로 먹을것조차 부족해 배급에만 의존했지요.” 서울의 철거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68년.원주민들은 정부의 광주대단지 택지개발계획발표와 수용정책에 대부분 저항없이 땅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시 보상가격은 임야의 경우 평당 20원,금싸라기 논 정도는 돼야 평당 340원 가량 했다고 한다. 계란 한개가 1∼2원 이었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 대충 계산해도 비싼 땅 한평의 보상가격은 기껏해야 5만원선.사실상 강제수용된 격이다.최근 성남 판교택지개발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상비를 받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상과 함께 광주대단지시절 마련된 것이 가수용지.일종의 거주민촌으로 주로 2인용 천막으로 조성됐다.현 성남시 중앙시장과 수정구청,중동 3곳에 마련된 천막촌은 당시 이주민들의 어려웠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이후 이주민 가구당 20평 규모의 공짜 택지 분양딱지가 배급됐다.딱지는 지금의 것과 차이가 없었고 나중에 분양대금을 지불해야 명의가 넘어왔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시 성남에는 부동산투기꾼들이 몰려와 이 딱지들을 매입해 되파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성남으로 3번이상 청소차 신세를 지며 이주해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지요.이들은 오자마자 딱지를 5000원 정도에 팔아넘긴 뒤 다시 이전대상인 서울 판자촌에 숨어들어가 강제이주,다시 딱지를 받는 수법을 동원했지만 달리 단속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주민 대부분이 광주대단지시설 광주군 성남출장소(옛 인하병원자리)로부터 밀가루 등을 배급받아 연명했다. 남 청장은 첫 근무지로 사회과에 소속돼 하루종일 밀가루포대(22㎏)를 나누어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을 정도라고 전한다. 20평씩 배분된 땅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겨우 비바람 정도만 피할 수 있는 조잡한 형태였다. 그것도 초기에는 상·하수도 공급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기존 광주군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소규모 우물에 수천여명이 의존해 난장판을 연출했고,세탁 등 생활하수는 도로와 주택지 구분을 위해 새끼줄로 쳐놓은 2m 도로에 마구 뿜어나왔다. 재래식화장실이 넘쳐나 온 동네가 오물냄새로 가득찼고,서울 등 타지에서는 사람몸에 이상한 냄새가 나면 “성남에서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성남주민들이 8·10사태라고 부르는 주민집단항거는 1971년도에 발생했다. 정부가 딱지로 준 땅을 불하하면서 책정한 대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주민들이 당시 출장소를 불지르고 시영버스를 탈취해 서울시청으로 몰려갔던 것.많은 주민들이 구속됐고 불탄 청사는 새로 건설됐다. 광주군 소속의 출장소는 사태이후 경기도 산하 성남출장소로 승격돼 기구가 확대됐고 이어 73년 시승격의 감격을 맞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사업추진 주역 이대엽 시장 “성남 구도심재개발계획은 도심의 재건설과 어렵던 과거의 청산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대엽(李大燁) 성남시장은 구시가지의 재개발이라는 건설적 측면 못지않게 그 의미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성남시 승격 당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주인공으로 어려웠던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성남이 서울 도심의 불량주택 철거를 위한 희생양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주로 서울의 도시미관과 연관된 이주사업이 배경이 돼 현재까지도 기형적인 도시구조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단순 재개발 차원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0평 크기의 소규모 주택이 시 전역을 덮고 있는 상태에서 전면 재개발 발표가 타지역과는 달리 생계를 걱정하는 일부 주민들에게 오히려 걱정거리로 다가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철거민들의 이주촌이라는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구시가지 재개발은 분당신시가지와의 생활여건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갈등의 해소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분당신시가지 조성 초기에는 분당주민들이 성남시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으로 독립시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구시가지의 재개발로 번듯한 시가지 모습으로 거듭날 경우 이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재개발방식을 기존의 수복재개발 위주에서 철거재개발로 변경하고 재개발대상도 사실상 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 이 시장은 전직 성남시장들과는 다른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오면서도 구시가지 재개발은 취임 전 계획을 승계해 오히려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 시작된 아파트재개발사업은 벌써부터 시가지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고 있다.”며 “주택과는 별도로 녹지와 도로율도 크게 높여 오히려 분당보다 나은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성남 舊시가 재개발 가속도?

    지난 1968년 서울의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여명이 첫 이주를 시작해 보금자리를 튼 경기도 성남시.인구 100만을 바라보며 광역시승격을 탐내고 있는 시가 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분당 신시가지 조성당시 성남 구시가지로부터 독립시켜 달라는 아파트입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도시기반시설의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수정·중원 일대 구시가지가 전면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들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올해로 시승격 31주년을 맞았고,모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지만 구시가지는 여전히 분당에 비해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구시가지 재개발 청사진을 마련해 추진에 나섰다.그러나 개발기간 동안의 한시적 인구 이전문제와 뿌리깊은 저소득층의 생활기반 등에 부딪혀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 구시가지에 대한 외과적 수술계획이 지나치게 장기적이며 실현불가능한 계획들로 포진돼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의 선거용으로 계획됐다는 지적도 일었다.계획입안 당시에는 구시가지 일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철거재개발이냐,수복재개발이냐 2016년을 목표로 작성된 성남시 도시재개발기본계획은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환경 악화지역 또는 악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정비·개선방향을 제시하고,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기능의 조화를 도모하는 지침적 성격의 종합계획이다. 재개발 대상은 수정·중원구 구시가지 주거면적 273만여평 가운데 73만여평(공공·공익시설 포함). 최근에는 247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 지역이 빠짐없이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개발방식은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 두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철거재개발(공동주택 건설방식)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대상지역의 기존 건축물을 제거한 뒤 새로운 주거공간과 공공용지를 확보하려는 적극적 주거환경 정비방식.특정지역 전체를 뜯어내고 한꺼번에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수복재개발(현지 개발방식)은 주거기능과 생활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건축물을 신축보다는 수리·개조하고 구역내 필요한 공공시설에 대하여 공공지원을 통해 점차 주거환경개선을 유도하는 방식. 주민합의 하에 지역별 공원과 주차장,아파트 등을 개발하게 된다. 재개발구역별 기본계획의 골격은 구시가지 전체를 20개 구역으로 나눠 이 가운데 14곳은 수복재개발,나머지 6곳이 철거재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정구는 11개 구역 중 10개 지역이 수복재개발 대상이고 1개지역만이 철거대상이다.반면 중원구는 수복 4,철거 5곳으로 철거대상이 50%를 넘는다. 면적으로는 수복재개발이 76%(55만 7000여평)로 압도적이다.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재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구역별 면적이 가장 큰 수정구 수진1동(수복재개발)의 경우 대상면적이 모두 22.6㏊로 공동주택이 1525가구에 이른다.지금은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에 주민들의 불편이 만성화됐지만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소공원 등 2만 2000여평에 이르는 공공시설이 마련돼 주민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용적률 높여야 대부분이 용적률 200%에 건폐율은 60%선(제2종 일반주거지역 기준).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과 철거민들의 마구잡이 이주라는 정부의 책임 등을 들어 특별법을 제정,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성남 구시가지의 경우 당시 서울의 도시문제 해결만을 위해 대책없이 급조된 위성도시로 대부분 구릉지이거나 고지대이며 20평 이내의 좁은 대지위에 3∼4가구가 기거하는 인구 고밀도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정차공간마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고,협소한 도로율로 일부의 경우 가뜩이나 좁은 도로변에 개구리주차까지 허용하는 열악한 환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발족된 ‘성남시재개발 및 서울공항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구시가지 거주민의 70%가 중산층 이하 근로자 계층으로 자족기반이 취약하고 높은 실업률까지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행정적,정책적 측면의 총체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남구시가지의 기형적 발전형태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성남구시가지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전까지 개최하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순환재개발방식돼야 최근에는 성남시의 재개발방식 변경 등을 앞두고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대상을 기존 73만여평에서 247만여평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발방식을 철거위주로 변경하려는 시의 움직임에 따른 것. 범대위는 “자치단체가 주도해 단계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순환방식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지역은 재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재개발되더라도 한탕주의 식 난개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순환재개발방식은 이주 및 임대단지 조성이 골자로,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여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 그러나 성남시는 전면적인 순환재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비 과다 등을 이유로 시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시가지 특성상 사글세 등 소규모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이 때문에 전면 재개발의 기치 아래 시작된 성남구도심 개발사업은 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시가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늘리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8대 토박이 남성현 중원구청장 성남에서 8대째 살아온 남성현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공무원들 사이에 ‘성남시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35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단 한순간도 성남시를 떠나지 않았다. 남 청장이 들려주는 성남의 역사는 9급공무원 시절 이주민들에게 밀가루를 나누어주면서 시작된다. “군 제대를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서울에서 청소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이주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습니다.대부분 극빈층으로 먹을것조차 부족해 배급에만 의존했지요.” 서울의 철거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68년.원주민들은 정부의 광주대단지 택지개발계획발표와 수용정책에 대부분 저항없이 땅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시 보상가격은 임야의 경우 평당 20원,금싸라기 논 정도는 돼야 평당 340원 가량 했다고 한다. 계란 한개가 1∼2원 이었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 대충 계산해도 비싼 땅 한평의 보상가격은 기껏해야 5만원선.사실상 강제수용된 격이다.최근 성남 판교택지개발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보상비를 받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상과 함께 광주대단지시절 마련된 것이 가수용지.일종의 거주민촌으로 주로 2인용 천막으로 조성됐다.현 성남시 중앙시장과 수정구청,중동 3곳에 마련된 천막촌은 당시 이주민들의 어려웠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이후 이주민 가구당 20평 규모의 공짜 택지 분양딱지가 배급됐다.딱지는 지금의 것과 차이가 없었고 나중에 분양대금을 지불해야 명의가 넘어왔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시 성남에는 부동산투기꾼들이 몰려와 이 딱지들을 매입해 되파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성남으로 3번이상 청소차 신세를 지며 이주해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지요.이들은 오자마자 딱지를 5000원 정도에 팔아넘긴 뒤 다시 이전대상인 서울 판자촌에 숨어들어가 강제이주,다시 딱지를 받는 수법을 동원했지만 달리 단속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주민 대부분이 광주대단지시설 광주군 성남출장소(옛 인하병원자리)로부터 밀가루 등을 배급받아 연명했다. 남 청장은 첫 근무지로 사회과에 소속돼 하루종일 밀가루포대(22㎏)를 나누어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을 정도라고 전한다. 20평씩 배분된 땅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겨우 비바람 정도만 피할 수 있는 조잡한 형태였다. 그것도 초기에는 상·하수도 공급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기존 광주군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소규모 우물에 수천여명이 의존해 난장판을 연출했고,세탁 등 생활하수는 도로와 주택지 구분을 위해 새끼줄로 쳐놓은 2m 도로에 마구 뿜어나왔다. 재래식화장실이 넘쳐나 온 동네가 오물냄새로 가득찼고,서울 등 타지에서는 사람몸에 이상한 냄새가 나면 “성남에서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성남주민들이 8·10사태라고 부르는 주민집단항거는 1971년도에 발생했다. 정부가 딱지로 준 땅을 불하하면서 책정한 대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주민들이 당시 출장소를 불지르고 시영버스를 탈취해 서울시청으로 몰려갔던 것.많은 주민들이 구속됐고 불탄 청사는 새로 건설됐다. 광주군 소속의 출장소는 사태이후 경기도 산하 성남출장소로 승격돼 기구가 확대됐고 이어 73년 시승격의 감격을 맞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사업추진 주역 이대엽 시장 “성남 구도심재개발계획은 도심의 재건설과 어렵던 과거의 청산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대엽(李大燁) 성남시장은 구시가지의 재개발이라는 건설적 측면 못지않게 그 의미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성남시 승격 당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주인공으로 어려웠던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성남이 서울 도심의 불량주택 철거를 위한 희생양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주로 서울의 도시미관과 연관된 이주사업이 배경이 돼 현재까지도 기형적인 도시구조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단순 재개발 차원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0평 크기의 소규모 주택이 시 전역을 덮고 있는 상태에서 전면 재개발 발표가 타지역과는 달리 생계를 걱정하는 일부 주민들에게 오히려 걱정거리로 다가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철거민들의 이주촌이라는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구시가지 재개발은 분당신시가지와의 생활여건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갈등의 해소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분당신시가지 조성 초기에는 분당주민들이 성남시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으로 독립시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구시가지의 재개발로 번듯한 시가지 모습으로 거듭날 경우 이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재개발방식을 기존의 수복재개발 위주에서 철거재개발로 변경하고 재개발대상도 사실상 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 시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 이 시장은 전직 성남시장들과는 다른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오면서도 구시가지 재개발은 취임 전 계획을 승계해 오히려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 시작된 아파트재개발사업은 벌써부터 시가지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고 있다.”며 “주택과는 별도로 녹지와 도로율도 크게 높여 오히려 분당보다 나은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열린세상] 공직후보 추천위의 허와 실/김주영 변호사 전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장

    심각한 문제는 공직후보 추천위원회 운영방식의 낙후성에 있다.필자가 참여한 두 위원회의 경우 매우 중요한 공직후보자를 선정하는 위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방식이 상당히 주먹구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천심사위원회,장관추천위원회 등 공직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가 범람하고 있다.바야흐로 이제 위원회 중심의 공직자 인선방식이 급속히 확산되는 느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직후보자 인선은 전적으로 보스 중심의 인선이었다.장관들은 대통령이 소신껏 뽑고 국회의원 공천자들은 지역구,비례대표 모두 각 당 총재나 대표가 선정한다.대통령은 가끔 깜짝 인선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공천과정에서의 정치자금 헌납 등 뒷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외부인사들까지 포함된 공천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이런 위원회 중심의 인선방식은 과거의 방식에 비해서 어찌 보면 한층 민주화된 것 같기도 하고 또 투명한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과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일까? 필자는 노무현정부의 출범당시 경제장관추천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고 또 최근에는 어느 정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의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위원회 중심의 공직후보 추천방식에도 보완되어야 할 결함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 우선 과연 이런 방식이 민주적인가에 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정부 각료의 경우를 보면,모든 통치권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므로 결국 각료를 인선하는 권한 역시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헌법 제78조는 공무원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아울러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의 경우에도 결국은 당의 공식적인 대표권자인 당 대표가 선정권을 갖는 것이 정당의 지배구조하에서 보다 원칙적이라고 볼 수 있다.결국 인사권자를 보좌할 역할에 불과한 위원회의 역할이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의 역할을 대신할 경우 역설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이나 책임성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후보추천의 근거나 판단자료를 생략한 채 결과만 보고될 경우 인사권자의 기능을 보완하는 위원회의 소임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직후보 추천위원회 운영방식의 낙후성에 있다.필자가 참여한 두 위원회의 경우 매우 중요한 공직후보자를 선정하는 위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방식이 상당히 주먹구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선 후보자를 발굴하고 천거하는 기능과,신청을 한 후보자를 심사하여 선정하는 기능을 한 개의 위원회가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다 보니 정식으로 자료를 갖추어 신청을 한 후보자들과 위원들이 직접 천거하는 후보자들이 한데 섞여 심사대상이 되고 아무래도 직접 위원이 천거한 후보자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평가방식도 문제이다.심사에 앞서 과연 어떠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뽑을지,그리고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한 룰이 명확히 정해져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미리 자격요건이나 평가항목을 정하고 각 항목별로 배점을 수치화하고 이에 맞추어 객관적으로 심사를 하기보다는 후보자 한 명 한 명을 두고 난상토론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그러다 보니 어느 한 위원이 특정후보를 강력하게 천거하거나 반대로 특정후보를 철저하게 매도하는 경우,사실상 그에 좌우될 위험이 매우 크다.아울러 선정과정의 논의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어 도중에 압력과 로비가 개입될 위험성도 상존한다. 본인이 추천한 후보자의 심사시 참여를 회피하는 등의 규칙도 결여되어 있다.아울러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사전 조사 및 정보의 부족도 심각하며 종종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가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제공되기도 한다. 이제 보스 중심의 인선이 아니라 위원회 중심의 인선이 대세라면 이러한 위원회의 운영방식을 개혁할 필요가 절실하다.보다 많은 인물들이 공평한 평가를 기대하고 공직후보로 나서고 이들에 대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식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지고 충분한 근거와 함께 그 결과가 인사권자에게 전달되어야만,위원회를 활용한 선진적인 공직후보 충원방식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영 변호사 전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