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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잃어버린 15년’ 후유증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경기가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잃어버린 15년’간의 구조조정 후유증 등으로 “직장들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자동차, 전자, 은행 등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을 줄이고, 인건비의 부담을 줄이려고 시간제 사원, 파견사원 등을 늘리면서 사원과 직장 모두 멍들어가는 상황이 됐다. 또 “다음은 내 차례”라는 불안감도 확산되면서 애사심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원도 늘고 있다.급증한 비정규 사원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 책임도 같지만 급료는 정사원의 60% 수준에 머물러 불만이 최고조라고 한다. 한국의 상황과 똑같은 셈이다. 이런 불안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회사의 정보 유출’‘은행 등 직원에 의한 한탕주의식 횡령사건’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크게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6일 발행된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 최고의 기업이라는 도요타자동차도 시간제 사원이나 파견근로가 느는 등의 폐해로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리콜(무상회수·수리)도 급증했다. 비정규 사원을 중심으로 제 2노조 건설 움직임도 있다. 이달말 결산에서 1조엔(약 8조 3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대형 은행쪽은 더 심각하다. 거품붕괴 뒤 많은 은행이 통합돼 직원간 이질감이 심각해질 정도가 됐고, 비밀유출이 속출했다.규제가 급격히 완화되면서 경쟁은 격화돼 투자신탁판매 등 파생상품 취급 자격증 따기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JAL(일본항공)은 무리한 비용절감 노력과 계파싸움이 겹쳐 존망의 위기다.중요부품정비를 중국, 싱가포르에서 하면서 비행사고가 잇따랐다. 정비부문의 자회사화 후유증으로 고의로 보이는 전선절단 사고 등도 속출했다. 통계로도 구조조정의 상처는 입증됐다. 잃어버린 15년간 비정규직 사원은 급증했다. 사원수가 줄면서 실질노동시간은 늘어났다. 상장기업의 90% 정도가 성과주의를 도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성과주의가 팽배하면서 사원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젊은 사원들의 부담이 급증하자 성과주의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1999년 도입한 성과주의를 지난해 4월 대폭 수정했고, 계약사원을 정사원화하는 등 구조조정 만능주의에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taein@seoul.co.kr
  • 사학 ‘장외 신경전’ 치열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가 임박한 가운데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 학교 재단은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면,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감사대상에 포함시켜 철저하게 문제점을 드러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감사원도 감사 대상 학교가 사전에 노출됐을 때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우려해 철저한 ‘입단속’에 나섰다. 감사원은 이달 중순부터 대학 20여곳을 포함, 전국의 사립학교 및 재단 150여곳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한다. 앞서 감사원은 1월23일부터 1998개에 이르는 전국의 사립 초·중·고교 및 대학을 대상으로 예비감사를 벌였고, 현재는 대상 학교를 추리기 위한 막바지 선별작업에 한창이다. 당연히 최근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학교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사학 등으로부터 감사대상 포함 여부를 묻는 전화가 꽤 많이 걸려오고 있다.”면서 “담당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감사대상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선정토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예비감사 실시 이후 접수된 비리 제보도 상당수”라면서 “하지만 제보 건수와 구체적인 내용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북악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감사원은 평소 한적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종종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0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3개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학의 이름과 구체적인 비리 의혹도 공개했다. 대구의 한 대학 교수들은 소속 대학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월 말에는 연세대와 건국대 등 서울지역 10개 대학 총학생회 회장단이 사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2개월동안 예산 횡령이나 리베이트 수수 등 비리뿐만 아니라, 편법 입시·성적관리 등 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까지 훑어볼 계획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기준 마련

    창원지방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첫 마련해 주목된다. 권고적인 효력만 갖는 것이지만 일선 법원에 긍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창원지법은 27일 전체 판사회의를 열고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기준을 비롯해 불구속 재판원칙 강화방안, 첫 재판 조기지정, 판결문 간이화 방안 등을 확정, 발표했다. 양형기준은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거나 청탁내용이 부정하고, 비리가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키로 했다. 형법상 뇌물수수액 1000만원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없는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정했다.1000만원 미만이라도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실형을 선고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으로 뇌물수수액이 3000만원 미만일 경우 형법이 적용돼 처벌이 완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증뢰죄의 경우 로비력으로 공무원을 유혹해 거절할 수 없도록 하거나,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해 부정한 업무를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경우에는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했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은 회복되지 않은 피해금액에 따라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배임수재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형사합의가 되었더라도 실형을 선고하며, 경우에 따라 벌금형을 병과한다. 법원은 화이트칼라 범죄를 공무원과 기업체 간부, 학교재단 이사장,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이 직무과정에서 저지르는 범죄라고 정의했다. 또 ‘산업스파이’를 뿌리뽑기 위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 손해를 입힌 경우 초범이라도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행하는 등 처벌이 강화된다. 이와 함께 구속영장 발부 최소화, 구속적부심 인용 최대화, 형사소송법에 의한 충실한 보석제도 운용,1심 선고시 법정구속 등 인신구속의 4대 원칙도 마련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론스타 860만弗 불법 반출

    금융감독위원회는 24일 860만달러를 불법 반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론스타 자회사인 론스타코리아와 허드슨코리아에 대해 ‘1년간 비거주자에 대한 용역대가 지급정지’ 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위는 또 자산유동화(ABS)법을 위반한 허드슨코리아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장치 구축, 외부통제장치 보완 등의 업무개선명령을 내렸다. 금감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론스타 임원이 세운 해외법인이 용역을 수행하지 않았는데도 6차례에 걸쳐 860만달러를 지불했다. 허드슨코리아는 유동화자산을 저가 또는 고가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다른 유동화전문회사(SPC)에 17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넘겼다. 윤승한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장은 “관련 임원에 대한 배임과 횡령에 대한 사항은 검찰에서 따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현행법에는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하지만 ABS법에는 제재나 형사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계 안팎에서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회사들의 부실자산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ABS법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檢, 재개발·재건축 특별단속

    검찰이 재개발·재건축 비리 근절을 위해 특별 단속에 나섰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과 신도시 개발 등으로 투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도권 및 충청남도 일선 검찰청에는 특별단속반을 편성, 불법행위에 강력 대처키로 했다. 검찰이 재개발·개건축 비리를 특별단속키로 한 것은 그동안 개별적인 지검·지청 수사를 통해 상당한 수사단서를 축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실제 검찰은 지난해 청계천 재개발 사업 비리, 화곡동·성산동 재건축 비리, 부천 모 아파트 철거업체 비리 등을 수사하면서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뇌물수수와 시공업체 선정에 따른 금품·향응제공 등 관련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선정에 탈락한 경쟁업체들로부터 각종 제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집중 단속 대상은 ▲조합결성 및 업체선정 과정의 금품비리 ▲사업 인허가 관련 공무원 비리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사기분양 ▲조직폭력배의 이권개입 ▲조합장 등 간부들의 사기대출 및 공금횡령 ▲당국의 관리감독 실태 등이다.강충식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구설수’

    전윤수(57) 성원건설 회장이 최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성원건설의 경영실적이 좋아졌다는 등의 호재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구설수다. 전 회장은 지난 14일 600여억원의 사기대출과 분식회계 등 혐의로 서울고법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추가돼 1심 때보다 형량이 더 가혹해졌다. 형량이 1심보다 가혹해진 것도 드물지만 대기업 총수에게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진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다.담당 재판부는 “전 회장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불법 행위에 대한 ‘징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회장은 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사실 전 회장은 2004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될 때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전 회장이 1999년 4월 회사가 부도난 당일에도 계열사 소유의 부동산을 판 대금 14억 3000만원을 빼돌려 자녀 유학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또 빼돌린 회사자금으로 서울 성북동에 180평 규모의 호화주택(시가 35억원)을 짓고, 자신의 부인을 계열사 임원인 것처럼 꾸며 급여명목으로 1억 2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 당시 검찰의 수사결과다. 성원그룹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다. 때문에 국민의 혈세로 결국 기업의 오너만 배불렸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공교롭게도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던 14일부터 이틀 동안 성원건설의 계열사인 성원산업개발은 장내에서 성원건설 주식 44만 9460주를 매수했다. 이로써 전 회장 등 최대주주 주식지분은 종전 38.80%에서 39.83%로 높아졌다. 전 회장의 성원건설에 대한 지배구조가 더욱 굳건해진 것이다.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는 이유로 전 회장에게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진 바로 그 날 전 회장은 성원건설의 지배력을 강화해나간 것이다. 앞서 전 회장은 수년 전부터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자신의 아들인 동엽(12)군이 주식을 장내에서 조금씩 사도록 했다. 결국 동엽군은 지난해 12월29일 351만여주를 취득해 전 회장(지분율 9.61%)을 제치고 성원건설 최대주주(지분율 18.73%)로 올랐다.성원건설 관계자는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최대 주주의 지분변동이 있었다.”면서 “동엽군은 12세에 불과하지만 정상적으로 증여받은 재산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판결 이후 더욱 자숙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원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는 쌍떼빌이다.‘쌍떼’는 프랑스어로 ‘건강’을 뜻한다고 회사측은 강조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원건설의 오너가 건강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전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클릭 이슈] ‘유전무죄’ 사법불신 사라지나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는 것이 당시 관행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이유는 될 수 없으며, 부실 대출한 금융기관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점을 감안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이 분식회계로 금융기관 3곳에서 4148억원의 사기대출과 8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불구속 기소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밝힌 말이다. 사법부가 정치인·공무원·금융인·기업인 등이 관련된 뇌물·횡령·회계부정 등의 형사사건을 일컫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재벌 사건과 중요기업의 사건을 부패전담재판부에 맡기는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은 감형…‘유전무죄 무전유죄’ 불러 법원은 그동안 일반 형사범죄는 엄단하면서도 재벌, 정치인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달 초 두산그룹 총수 일가는 회삿돈으로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생활비와 세금납부 등에 사용했지만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 때 일었던 ‘재벌 봐주기’ 논란이 또 한번 일어나기도 했다. 1심에서 1000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4년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던 조양호 전 대한항공 회장은 2심에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성실히 일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았다. 또 4200억원의 사기대출과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도 “외환위기 전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건설하고, 유치원 목욕탕 등 공익시설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1심에 비해 절반이 줄어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정치인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해 11월 지난 2002년 불법대선자금에 연관된 정치인 17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의 1·2심 선고형량을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이 가운데 4건만 실형을 선고하고 10건은 집행유예,3건은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신망받는 법조인으로 사회에 이바지했다거나 순수한 마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하는 등 법원은 선처사유 제조기”라고 꼬집었다.●전담재판부 배당 등 구체적 해결책 모색 중 이런 관행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창원지법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양형(量刑) 기준’을 마련하고 오는 27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재판부별로 들쭉날쭉한 판결을 통일해서 온당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다. 대법원도 재벌 비리 등을 부패전담 재판부가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2003년 처음 설치돼 전국 모든 고등·지방법원에 설치된 부패전담 재판부는 뇌물, 알선수재,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범죄를 주로 처리해 왔다. 부패전담 재판부는 정기적으로 재판장 회의를 열어 통일된 양형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어떤 범죄를 포함시킬지 등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법부의 변화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중심에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오늘 신문을 보라. 화이트칼라에 대한 처벌 여론은 높은데, 이렇게 판결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요원해지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총수일가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사회 지도층인사,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강조해 왔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돈과 권력을 가진 범죄자들에게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하다. 횡령·배임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사범이기 때문에 좀더 분명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기업 수사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돈과 권력 앞에 ‘무딘’ 칼날과 ‘가벼운’ 방망이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황우석 교수 이번주 소환

    줄기세포논문 조작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9일 이번주 안에 황우석 박사, 김선종 연구원, 윤현수 한양대 교수, 이양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연구실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황 박사 등 지금까지 조사를 받지 않았던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할 방침이며 이르면 이달 말쯤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비 횡령 부분은 줄기세포 논문수사와는 별도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다음달 중순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은 18일 황 박사와 서울대 조사위에서 줄기세포DNA 분석을 의뢰했던 ‘휴먼패스’와 이 업체 대표 이모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컴퓨터 4대와 서류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주안에 미 피츠버그대 섀튼교수가 검찰이 이메일로 보낸 신문사항에 답신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황 교수는 서울대 징계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황 교수 등 논문 조작 연루자 7명에게 21∼23일 이호인 부총장 주재로 열리는 징계위 회의에 차례로 출석해 소명하라고 통보했으나 황 교수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검찰 ‘범죄수익환수팀’ 5월 가동

    대검찰청은 오는 5월 중수부안에 범죄수익 환수를 전담하는 ‘범죄수익환수 전담팀’을 만들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범죄수익 추적과 기소 전 추징 업무를 전담하게 될 전담팀은 ▲분식회계, 사기대출, 횡령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 ▲불법 환투기·환치기 등 외환범죄 ▲독과점 수익,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범죄 ▲부정경쟁 행위 및 영업비밀보호 침해행위 등과 관련된 범죄수익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대검은 또 서울중앙지검,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5개 지검에 불법수익환수 전담팀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미국 법무부 ‘자금세탁 방지 및 자산 몰수과’와 세미나를 여는 등 자금추적 기법 등을 배우기도 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인식이 있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 지난 10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한 말이다. 모처럼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이토록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 슬픈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힘있는 유전층(有錢層)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라고 하고, 힘없는 무전층(無錢層)은 자식이라도 출세시키려고 허리띠 동여매든가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세상을 저주하게 된다. 이토록 천박하고 전도된 가치는 대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결과다. 최근 ‘홀리데이’란 영화로 다시 회자되는 18년전 지강헌 사건의 주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탈주범 지강헌은 인질을 잡고 이렇게 외쳤다.“전경환이 나보다 죄가 가볍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이 556만원을 훔친 죄로 7년 징역형에 10년 보호감호형을 선고받은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7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가 7년형을 선고받고 2년3개월 만에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소위 법과 나라가 이럴 수는 없다고 저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도 절규했다.“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이 사회는 너희처럼 큰소리 치는 놈들이 망쳐 놓은 거다! 너희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고 돈 없는 게 죄다! 나는 돈 없고 빽 없는 놈이라 이렇게 된 거다. 돈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한민국 법이 이렇다!” 밑바닥에서 본 사법 불의의 현실을 죽기를 각오하고 고발한 것이다. 그때 많은 국민이 ‘그래, 그렇다.’라고 공감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도 한심한 단면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 이시간에도 많은 국민이 여전히 그렇다고 믿고 있다는 데 있다. 그렇게 생각되게끔 만드는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예컨대 천정배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바로 그날에도 역시 국민을 실소케 만든 법원 판결이 하나 보도되었다. 전주지법에서 있었던 일이다.1억원 안팎의 뒷돈을 받고 석·박사 학위를 팔아 물의를 일으킨 대학교수들에게 징역 8월에서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1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것이다. 그 정도 죄로 교수직을 잃게 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회는, 아니 돈 없는 서민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로구나.’ 했다. 요즘 양극화 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심 화두로 등장했다. 실제로 우리사회의 모든 부문과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사회적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양극화를 해소해 가는 것이 해법이지만, 최소한 두가지만 갖춰도 사회적 위기는 막을 수 있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는 소득 수준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낳아서 결과적으로 가난이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과 지위가 죄의 유무와 크기까지 결정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 정의와 사법 정의는 사회 안정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교육 불평등과 사법 불의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은 브레이크 없는 사회 해체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장관이 직접 사법 불의의 현실을 인정하고 개혁을 다짐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결국 말로 끝나 불신만 키우는 악재가 될 것인지, 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세워내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판가름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8000억원의 거금을 내놓고 면책받고 싶어 하는 이건희 회장에게, 그리고 ‘결국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겠느냐.’는 항간의 냉소에 검찰과 사법 당국이 어떻게 답할지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 쌍용건설회장 이례적 3년형

    법원이 거액의 횡령 혐의로 기소된 재벌 총수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장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황현주)는 17일 1996∼1998년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 3곳에서 4148억원을 사기대출받고 8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장동립 쌍용건설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허위작성한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판단된다.”면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행위는 당시 관행적이기는 하나 이것이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이유는 될 수 없으며, 부실 대출한 금융기관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점을 감안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개인적으로 편취하지는 않았고 경영 정상화에 노력한 점 등은 참작되나 최고경영자로서의 궁극적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법정 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10일 이번 정기 인사에서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후배 법관 19명을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전날 보도된 사건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법원장은 또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에는 재산 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징역 4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징역 3년),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김석원 전 쌍용양회 명예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등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에 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과정 비리의혹 관려자들 불구속기소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 과정의 비리의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는 17일 전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상무 박모(45)씨와 전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 이모(50)씨, 모 회계법인 전무 오모(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 관련 첩보와 같은 해 8월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던 로또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설’ 등 사건 초기의 의혹들은 풀지 못한 채 수사가 마무리돼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씨는 2001년 11월 무자격업체인 A회계법인의 컨설팅 용역결과를 받아 적정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준의 수수료 지급계약을 KLS, 국민은행과 체결해 온라인복권협의회에 1조 7935억원의 손해를 입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오씨와 박씨는 같은해 10월 국민은행이 A회계법인에 의뢰한 시스템 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를 누설해 국민은행의 공정한 시스템 사업자 선정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대검 중수부는 KLS공동대표 남모(59)씨를 콤텍시스템의 가수금 150억원을 횡령하고 72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했었다. 로또 비리로 시작한 수사였지만 정관계 로비 등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다른 범죄만 찾아낸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비리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부족했기 때문에 아직 수사가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KLS 지분 20%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2002년 7∼12월 지분을 처분해 150억원의 이익을 낸 KLS 전 이사 안모씨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은 또 관련 계좌는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재벌회장에 봉사명령 내린 사법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기업 회장이 항소심에서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자 이례적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 서울고법이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1심형량 외에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추가했다.1심 형량을 2심에서 깎아주던 관행과 달리 처벌이 무거워졌고 대기업 회장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여전히 일반인의 법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화이트 칼라형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생활고로 절도죄를 지은 사람은 징역형에 처해지고 거액을 빼돌린 기업인, 공무원 등은 관대하게 처벌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번 전 회장건도 마찬가지다. 부도상태에서 회사돈을 빼돌려 주택을 사고 처에게 급여를 주는 등 죄질이 나빴지만 그에겐 고작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미국의 투기자본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에서 보듯 외국계 투기자본의 인수·합병 위협이 가시화되는 현실에서 기업총수를 무조건 인신구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재판부도 사기·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처벌효과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면서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범법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 횡령 대기업회장 200시간 봉사명령

    법원이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에게 ‘징벌적’ 의미로 이례적으로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재환)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전윤수(57) 성원건설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기업 대표에 대한 형사공판에서 사회봉사명령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다.재판부는 “분식회계로 인한 대출금이 변제됐고, 성원그룹이 화의절차를 종결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재판부는 또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유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처벌효과 면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법조 24시] (1) 여주교도소 르포

    [법조 24시] (1) 여주교도소 르포

    검찰청과 법원, 교도소는 으스스한 느낌부터 풍긴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조사와 재판, 벌을 받으며 거쳐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몹시 궁금해한다. 가깝고도 먼 ‘섬’ 같은 존재라고 할까. 도대체 ‘그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을까. 서울신문 법조 출입기자들이 법조 주변의 일상을 직접 체험해서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알려주는 ‘법조 24시’를 연재한다. 지난 10일 새벽.‘딩동∼’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인 오전 6시40분. 적막을 깨는 벨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불이 켜졌고 “침구류를 정리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신해리 212번지, 여주교도소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자는 1박 2일 동안 머물며 재소자들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이곳 교도소 내부가 언론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아침마다 울려퍼지는 찬송가와 목탁소리 침구류 정리를 마친 재소자들이 푸른 색의 수용복을 입고 방에 앉았다. 이어지는 교도관들의 외침.“1중 점검, 각방 차렷.”3층인 기결수 1수용동의 중간층 인원점검이라는 뜻이다. 교도관이 복도를 걸으면 투명한 플라스틱 창 너머로 방마다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성실.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호 끝.” 다른 교도소에서는 방에서 식사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용도실에서 한다. 테이블이 6개씩 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미국 교도소 같이 함께 밥을 먹는다. 자리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5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 수용자들은 방별로,1.12평의 독방에서 생활하는 재소자는 독방 수용자끼리 보통 먹는다. ●작업도 여러가지 성과급도 받아 교도소 생활의 두축은 작업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은 다시 위탁, 전일작업, 구외공장 작업으로 나뉜다. 위탁교육은 일반적 교도소 작업이다. 전일 작업은 하루 8시간 작업시간이 보장되는 것이고 구외작업은 교도소 안에 마련된 공장에 입주한 외부업체에 납품하는 것이다. 위탁작업은 일당이 4000원이지만 전일작업과 구외작업의 일당은 1만 2000원이다. 성과급도 있다. 때문에 전일작업이나 구외작업을 신청하는 재소자들이 많다. 신청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재소자별로 신체능력, 수감생활 등을 보고 판단한다. 여주교도소는 전일작업은 쇼핑백을 만들고 있고 구외공장에서는 자동차 핸들에 가죽커버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쇼핑백을 만드는 작업실.9명이 한 조를 이뤄 각자 종이를 자르고 풀을 붙이고 끈으로 손잡이를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 쇼핑백을 정리하던 재소자 김모(35)씨는 “목표량이 한팀당 5000개 정도인데 이를 채우면 성과급도 받는다. 한달에 12만원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아직 1년 넘게 더 있어야 하는데 열심히 하면 몇백만원은 들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도관은 “국내에서 유통 중인 쇼핑백의 70∼80%는 교도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어반에 들어가려고 삼수하기도 여주교도소에는 교육프로그램이 많다. 군산교도소와 함께 방송통신대를 운영하는 유일한 교도소다. 중국어 교육, 자동차 정비, 정보기기 운영기능사, 중·고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받는 재소자들은 종일 공부만 한다. 때문에 공부를 원하는 재소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들은 인기를 끈다. 중국어반에서 화교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 수업을 하던 재소자 박모(49)씨는 “이곳에서 중국어를 배우려고 청송1교도소에서 3년간 재수를 했다. 같이 몇 명이 시험을 봤는데 나만 됐다. 이제 공부한 지 4개월이 됐는데 젊은 친구들 따라 가려니까 힘들다.”며 웃어보였다. 중국어반은 매월 시험을 보는데 지난달 그의 성적은 100점 만점에 70점. 평균이 77점이니까 중간정도의 실력이다. 그렇다고 얕잡아 볼 실력은 아니다.1년 과정의 중국어반의 전년도 중국어능력시험(CPT) 평균점수는 504점, 그 전해 교육생은 520점이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학생들의 평균이 500점 정도다. ●“공부해서 봉사활동”“출소해도 걱정” 횡령죄로 들어온 김모(40)씨도 중국어 공부에 한창이다. 내년이면 만기가 되는 김씨는 중국에 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중국에 가서 문맹자가 많고 기아가 심한 윈난성 등 내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는 “재소자들 교육만 받는다고 편하게 생활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회에서 격리되고 있다는 것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수용생활의 고통은 정말 있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직 나가지 않아 전과자를 사회에서 얼마나 냉대, 홀대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앞서 나간 선배들도 사회에서 낙인이 찍혀 다시 올바르게 생활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방통대 과정에서 교육학을 배우고 있는 재소자 문모(41)씨는 살인죄로 들어왔다. 부산교도소에서 공부하다 방통대 1기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졸업하면 나오는 평생교육사와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으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지난 학기 그의 평점은 4.3만점에 3.7. 재소자들의 평균 평점은 3.56으로 18명인 학생들 대부분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오자마자 혼거실에 못들어가겠다고 버텨 한개의 수용동을 관리하는 본동관리실에 한 교도관이 비상사태를 알렸다. 청송2교도소에서 이송된 신입 재소자가 혼거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틴 것. 징벌의 하나인 독방 수용을 자청하는 일은 드물다. 문제의 수용자 김모(25)씨가 들어왔다. 김씨는 특수강도로 순천교도소에서 청송2교도소를 거쳐 여주교도소로 온 이른바 ‘문제수용자’다. 다른 재소자와 싸워 징계만 6번이나 받았다. 김씨는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싫다. 내 기록을 보면 알지 않느냐. 혼거실에만 들어가면 싸워서 징계받고 또 징계받고 반복이다. 독거실로 보내달라.”고 했다.40분 넘게 버티던 그는 결국 혼거실을 택했다. . 오후 5시 작업과 교육을 마치면 재소자들은 사동으로 들어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는 ‘폐동’. 이때부터는 응급환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사동 밖으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 뉴스와 녹화된 드라마를 보던 수용자들은 9시부터 취침등만 켜놓고 잠이 들었고 그렇게 교도소의 하루는 끝이 났다. ●‘호텔’로 불리는 첨단시설 교도소 2001년에 완공된 여주교도소는 재소자들 사이에 ‘호텔’로 불릴 만큼 시설이 좋은 편이다. 중범죄인은 들어올 수 없다. 건축 당시 1300억원이 들었다는 교도소로서는 첨단시설이다. 재소자들의 방은 좌변기가 설치돼 있고 난방도 온돌패널로 한다. 각방의 문도 근무실에서 컴퓨터로 제어하는 등 다른 교도소에는 없는 시설들이 많다. 첨단 시설을 배우려고 일본 법무장관이 다녀갔고 베트남,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등의 교도행정 담당자들도 방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교도관들의 현장 목소리 “장애인 의무고용제처럼 전과자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고용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현장에서 만난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을 사회가 받아줘야 전과자들의 ‘교정과 교화’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A 교도관은 “교도관의 보람이란 결국 재소자들이 나가서 잘 사는 것인데 사회서 안 받아주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다른 교도관은 “취업해 2년간 성실히 살던 전과자가 교도소에 왔다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무시당하고 결국은 회사까지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재소자에게 잘하라고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B 교도관은 “교도관 첫 발령 때는 재소자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은 전과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내가 교정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교도관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교도소 영화를 즐겨 보기도 했지만 교도관이 악독하게만 그려져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했다. C 교도관은 “지방 교도소에서 근무할 때 가족들과 쇼핑을 갔다가 교도소에 같이 있던 출소자를 만났을 때 괜히 긴장했던 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D 교도관은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교도소에 계시죠.’라고 말해 쳐다보니 출소한 사람이어서 반갑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고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에서는 전과자라고 하면 무조건 무서워하고 멀리하거나 무조건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런 감정없이 교정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프로 교도관입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황교수 관련 17개 계좌추적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3일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비 부정 사용 의혹과 관련, 정부지원금이 입금된 황 교수 명의 계좌를 포함, 모두 17개 계좌추적에 나섰다.검찰은 정부 지원 연구비 횡령 의혹을 먼저 수사한 뒤 논문 조작과 관련된 사실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민간 후원금 부분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만간 미국에 나가 있는 법무협력관을 통해 피츠버그대로부터 2005년 사이언스 논문 교신저자인 제럴드 섀튼 교수에 대한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키로 했다. 검찰은 또 이번주에 황 교수팀과 관련이 없는 줄기세포 연구자 3∼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그동안 조사내용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주 예정됐던 황 교수와 한양대 윤현수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이양한 박사, 김선종 연구원 소환을 다음주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세계태권도연맹 압수수색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일 국제심판 관리와 관련해 부정 자격증 발급 및 승급, 공금횡령 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세계태권도 연맹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교묘해진 지자체공무원 비리

    교묘해진 지자체공무원 비리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감사원 종합감사 결과, 방만한 예산 운영이 가뜩이나 쪼들리는 살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금 횡령·유용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등 일부 지방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계좌’ 통한 신종비리 포착 허술한 세입·세출 관리의 틈을 노려 기관이 받아야 할 과태료 등을 착복하는가 하면 복지시설이나 체육시설 지원금을 떼어먹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른바 관리계좌를 이용한 신종 횡령수법은 처음으로 적발됐다. 서울시 종로구 7급 공무원은 주민들이 낸 과징금을 관리계좌로 송금하도록 유도한 뒤 일부를 횡령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빼돌린 돈은 4700여만원. 전남 나주시 9급 공무원도 같은 방법으로 주민들이 낸 자동차 책임보험 지연 과태료 1300여만원을 착복했다. 강원도와 경기 과천시 등 22개 자치단체 공무원의 횡령액만 15억 5000만원이다. 인천 남동구와 경남 통영시 등 14개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관용 신용카드로 유흥주점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1억 2500만원을 부당 사용했다. 전북 군산시와 경기 의정부시 등 39개 지자체에서는 공무원들의 관광성 여행경비로 73억원을 부당 집행했다. 단체장이 인사권을 남용하는 ‘줄세우기’도 성행하고 있다. 대전시, 경기 광주시, 서울시 중랑구 등에서는 인사규정을 어기면서 특정인을 승진시키거나 지방공기업 인사에 부당 개입했다. ●혈세를 물쓰듯 상당수 자치단체는 방만하게 조직과 인력을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년동안 인구가 감소한 48개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경북 영덕군 등 39곳의 공무원은 오히려 1200여명 늘었다.2000년 이후 신축된 25개 지방청사 가운데 경기 용인시와 부산시 부산진구 등 21개는 심사면적보다 최고 2배 가까이 크게 지어졌다. 지방자치 이전 288개에 불과했던 지방축제도 난립,2004년 기준 자치단체당 4.7개꼴인 1178개가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3860억원이 변칙 집행되고, 소재와 내용이 비슷해 ‘원조 논쟁’ 등 지자체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각 자치단체가 무리하게 개발사업을 추진,2000년 이후 165개 사업에서 4209억원이 낭비됐다. 이밖에 자치단체들은 전체 계약의 76%를 수의계약으로 체결, 토착세력 ‘봐주기’ 등 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주민·업체는 ‘봉’ 주민의 민원 처리를 거부·지연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담금을 징수하는 등 소극적·편의주의적 행정행태도 만연했다. 전북 전주시는 공동주택사업 승인을 특별한 사유 없이 지연해 사업주가 사업을 포기했다. 충남 금산군도 민원이 예상된다는 막연한 이유로 공장설립 승인을 거부하다 행정쟁송에서 패소한 뒤 뒤늦게 승인했다. 경기 용인시와 경남 거제시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담금을 각각 348억원,8억 3000만원 징수했다. 아울러 경기도와 대전시, 충남 천안시, 서울시 성북구, 부산시 영도구 등 61개 자치단체는 인·허가를 빌미로 지역업체로부터 최근 3년동안 1064억원의 기부금을 모으고, 공공시설 건설비용 등을 전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전북 익산시 등 5개 자치단체는 공무원의 관광성 국내외 여행경비 8000여만원을 지역업체에 떠넘기기까지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법부

    엊그제 열린 두산그룹 비리사건 1심 공판에서 총수 일가를 비롯한 피고인 14명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물론 집행유예도 유죄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죄질로 미루어 볼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부가 “회사 돈 286억원을 횡령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하면서도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의 경우 수천만∼수억원만 횡령해도 대부분 실형을 살고 나온다. 당연히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겠는가. 재벌 감싸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재판부가 집행유예형을 내린 이유로 제시한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횡령금을 변제하고, 분식회계한 이유도 공사수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두둔했다. 회사 돈을 몰래 빼내 생활비 등으로 썼다가 갚기만 하면 된다는 얘긴가. 미국 법원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지른 엔론사 재무책임자에게 중형을 선고할 것이라는 보도다. 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행유예 판결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시중에는 “삼성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봐주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국민의 눈이 그만큼 매섭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앞서 검찰이 1명도 구속하지 않고 전원 불구속기소한 것 또한 ‘재벌 봐주기’의 전형이다. 불구속 수사를 확대해 가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법원과 검찰을 누가 신뢰할까.
  • 박용성씨, IOC 위원직 유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위원직 수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젤 데이비스 IOC 대변인은 지난 8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박 위원에 대한 재판 결과를 언론을 통해 알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 본 뒤 (윤리위원회 회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박 위원은 같은날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IOC가 당분간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뜻이 없음을 밝힘에 따라 박 위원에 대한 자격정지 등의 제재도 일단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IOC는 지난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이 터진 뒤 엄격한 윤리 규정을 강조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 사실. 그러나 IOC와 올림픽 뉴스에 정통한 전문 사이트 ‘어라운드 더 링스(ATR)’는 9일 윤리위원회가 빠르면 오는 12일 소집될 수 있다며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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