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勝憲 감사원장,서울신문 특별회견
◎“소외층 ‘복지그늘’ 없게 집중 감사”/경제난 극복 지원·부정 사전예방 온힘/일부 공직사회 개혁대상… 정화 불가피
韓勝憲 감사원장은 2일 하오 서울신문 安秉峻 정치부장과 특별회견을 가졌다. 韓원장은 회견을 통해 올해말까지의 감사 방향을 설명하는 한편,퇴임후의 거취 등 본인의 신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우선 감사원 개원 50주년을 축하합니다.
▲반세기 동안 감사원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반성도 하게 됩니다. 기왕의 업적을 발전시켜 보다 나은 감사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구성한 부정방지대책위원회에 개혁적인 인사를 대거 인선했습니다. 특별한 임무를 부여할 생각입니까.
▲개혁지향적인 목소리를 수렴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2,제3의 감사원이 감사원 속에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연말까지 감사의 중점을 어디에 두실 생각입니까.
▲경제난 극복을 지원하는 감사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 사후적발 보다는 사전예방 차원의 감사가 될 것입니다.
감사가 경제난 극복을 지원할 수 있습니까.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면 민간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공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면 민간기업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큰 공기업에 매달린 협력업체만 해도 수없이 많습니다.
○공직기강 검찰은 경고성
공직기강 감찰은 더 없습니까.
▲모든 감사가 공직기강과 관계된 것이겠죠. 공직기강이란 이름을 내걸고 하는 감사는 경고성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직자를 개혁의 주체라고 보십니까,대상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식으로 일도양단할 수는 없겠죠. 공직사회는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큰 조직입니다. 다만 아직 일부는 개혁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 수임자라는 입장을 망각하고 소홀히 하는 공직자도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정화시키고 정리해야 합니다.
국방부의 방위력 개선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가 마무리 단계인데 군수비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납니까.
▲방위력 개선사업은 국방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군사기밀이어서 비밀로 차단돼 왔지만 제한적으로라도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군 당국의 개선노력도 보입니다만 감사원의 눈으로 볼 때 시정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비리가 적발된 군 고위 관계자가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효율성과 경제성,투명성에 초점을 뒀지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닙니다.
○포철 표적감사설에 개탄
포철 등 민영화 대상인 공기업을 감사하는 이유는 뭡니까.
▲오히려 민영화가 예정된 공기업일수록 감사가 필요합니다. 민영화를 앞두고 직원들이 ‘민영화되면 나는 어찌될 지 모르니 대충 지내자’고 해이해질 수 있습니다. 경영상태를 건전하게 만들어서 민영화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민영화라는 것이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것과 달라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2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포철내에서는 표적 감사가 아닌가라는 의혹도 나옵니다.
▲포철은 지난 95년이후 한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3년 동안이나 감사를 하지 않고 넘어간데 대해 질책을 해야지요. 특정인과 연결시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소외계층 지원실태를 감사하겠다고 밝혔는데,특별한 연유가 있습니까.
▲그동안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소홀히 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늘이 있다면 감사력을 집중해 어려움을 알아내고 개선책을 찾아야죠.
지난 여름 휴가 때 소록도를 방문했다는데,관련이 있습니까.
▲그동안 한번도 찾아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수행원 없이 혼자 가본 겁니다. 소록도를 둘러보기는 했지만 그 곳 주민들의 삶을 깊이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정부 업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어 갑니다. 현재 감사원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감사원은 정부보다 한발짝 앞설만큼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감사요원 650명 가운데 석사이상 학위 소지자가 160명에 달합니다. 또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기술사 등 다양한 분야의 자격소지자도 129명이나 됩니다. 특별히 전문성이 강조되는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문성의 결여로 판단을 그르친 적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외환위기 특감의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하십니까.
▲감사,수사,재판에서 만족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감사였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정치적 의도도 없었습니다.
감사원의 정보화,전산화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합니까.
▲국가회계업무 전산화 시스템을 개발해뒀습니다. 3,600개 감사대상기관으로부터 계산서와 지출내역을 매달 전산디스켓으로 제출받아 한국은행 지출자료와 대조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감사활동정보시스템(NAIS)을 구축해 특정기관에 대한 감사의 중복,편중을 시정하고 있습니다. 99년9월을 목표로 감사종합정보화사업도 추진중입니다.
○외부전문가 계약직 채용
韓원장 본인의 컴퓨터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아직 서툽니다. DOS 시절부터 배우기는 했는데…. 지난번 외국인투자 저해 요인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몇년전 통계를 게재하는 등 자료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발견하기는 했죠.
공직자나 국민들과의 직접 대화를 위해 Email 주소를 공개할 용의는 없습니까.
▲글쎄…,gsw190@nownuri.net로 보내면 됩니다.
공직자의 예금계좌 추적권과 재산등록 심사권을 갖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습니까.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순리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정기국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을 목표로 하십니까.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원장의 정년문제도 걸려 있는데요.
▲대법관,헌법재판관보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5년 더 깁니다. 감사원의 경우도 같이 봐야겠죠. 감사위원의 정년은 65세를 유지하되 장(長)은 경험이 풍부한 분을 앉히기 위해 정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韓원장께서는 정년이 연장되어도 65세가 되는 내년에 그만 두시겠다고 밝혔는데,임명권자가 계속 감사원을 맡도록 요청하면 어떡할 것인지요.
▲가상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할 일이 좀 남아서 나가야겠습니다.
할 일이란 무엇입니까.
▲저술을 좀 하려 합니다. 지난 30년간의 법조인 경력을 통해 얻은 경험을 정리하려 합니다.‘정치재판실록’이나 ‘정치재판사’가 되겠죠. 자료를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엮어서 당대나 후학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가 됐으면 합니다.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퇴임후 정치재판사 저술
유머가 풍부하신데 웃음에 대한 책을 낼 생각은 없으십니까.
▲저는 가난하게 자라서 유모(乳母)가 없는데도 자꾸 유모(유머)가 있다고 하는군요. 제가 살아온 시대가 평탄치 못했습니다. 우스개라도 즐기면서 각박한 시대를 이겨나가야 했습니다. 주스 한 잔을 마시고 갈증을 해소하듯이 말입니다. 경망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웃음을 즐기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엄숙일변도의 삶은 여백이 없는 그림이나 쉼표가 없는 음악과 같습니다.
감사 활동의 몇 %나 공개하고 있습니까.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사건은 모두 발표하고 있습니다. 양이 많아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감출 의도는 없습니다. 또 국가 기밀 등으로 발표할 수 없는 사안도 있게 마련입니다.
金大中 대통령과 韓원장의 각별한 관계 때문에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金대통령과의 관계는 과대포장된 감이 있습니다. 당신께서 쓰셨으니까 힘을 실어주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절친한 사이니까 독립성을 해친다는 것은 틀린 얘깁니다. 친해서 곤란하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쓰겠습니까. 아니면 야당인사를 쓰겠습니까.
서울신문의 행정뉴스면을 어떻게 보십니까.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행정에 의해서 이익을 보는 국민에게도 서비스가 되는 것 아닌가요. 사실 우리 언론이 사건위주로 보도하는 듯한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행정분야의 뉴스를 통해 국민들이 규범에 익숙해지고,제도와 시책도 숙지하는 것이 복지주의 사회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입니다. 자신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직무를 수행하기 바랍니다. 감독과 적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공직자로서 자책감을 느끼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책무를 다하시기 바랍니다.
◎韓 감사원장 회견 소감/치밀한 준비·적확한 표현서 참법조인 모습이…
韓勝憲 감사원장은 스스로의 말과 글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韓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회견을 통해 내년 정년퇴임 이후의 거취를 처음으로 밝혔다. 감사원법이 개정돼 65세인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이미 퇴임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韓원장은 정치재판사의 기록을 자신에게 부여된 숙제라고 말했다. 공직자보다는 법조인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감사원에 대한 장악력과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회견에 대비해 각 실·국에서 준비해온 두툼한 자료가 놓여 있었지만 韓원장은 좀처럼 활용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전산화 계획과 관련한 수치를 인용하는 정도였다.
韓원장은 감사원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나 의혹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론을 제기했다. 의례적인 차원의 ‘겸허한 수용’같은 것은 따라붙지 않았다.
韓원장은 2일 하오 2시30분부터 4시까지 진행된회견시간 내내 보다 적확하면서도 쉬운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따금씩 곁들여진 韓원장 특유의 유머는 감사라는 주제 때문에 딱딱해질 수 있는 회견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감사원측은 인터뷰 기사에 韓원장이 사용한 용어와 표현이 그대로 반영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