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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 알아… 억지로 구조조정 할 생각 없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 알아… 억지로 구조조정 할 생각 없다”

    文 “취약계층 종합대책 마련 긍정 검토”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 억지로 구조조정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의 “정부가 보편적 복지 분야에 집중한다”,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심 대표의 “기초생활복지수급자 등 기준을 빠르게 폐지하고 생계, 건강, 급여까지 아우르는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 종합대책을 하는 것이 적정하다. 햇살론은 이자를 더 낮추고 자금도 1조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곧바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동개혁 요구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여야 대표들 앞에서 노동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가 출범부터 노동존중정부를 표방했지만 공약 이행이 안돼 불만이 고조된 게 현실”이라는 심 대표의 지적에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부분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국회가 노력해달라”고 당주했다. 문 대통령은 심 대표 거듭 “대통령과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이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해 “경제에 대한 염려는 공통된 것이니 경제 관련 법안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미아리 최고봉서 만난 노래비에 서린 ‘이별의 한’

    [흥미진진 견문기] 미아리 최고봉서 만난 노래비에 서린 ‘이별의 한’

    ‘미아리’라는 지명의 기원이 되기도 한 미아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의 번창과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을 견디고 새롭게 태어났으나 지금은 아파트 숲의 한가운데 콕 박혀서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일행은 삼양로를 따라 큰길로 나섰다. 길 맞은편에는 마카오의 성바울성당을 연상케 하는 ‘송천동성당’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1982년 분당한 성당은 전면의 엄숙한 외관도 멋있었지만 당시 김수환 추기경과 염수정 대주교가 집전한 뜻깊은 곳이었다. 완만한 오르막인 삼양로를 걷노라니 길가의 작은 해바라기들이 가을을 일깨워 줬고 햇살에 춤을 추는 노랑, 빨강 단풍이 정조대왕께서 광릉 능행을 떠나던 시기로 안내했다. 산세가 얼마나 수려했으면 말을 세우고 시조를 지으신 뒤 신하들에게도 시 짓기를 권했을까? 강영진 해설사는 아름다울 미(美)자를 쓰던 미아리의 산세가 아파트 단지들로 가려져 손톱만큼의 산도 구경할 수 없는 아쉬움을 옛 사진을 보여 주며 안타까워했다. 넓은 길을 걸었으나 좌우의 샛길들은 좁은 폭의 계단으로 가파른 오르막이었다가 내달리듯 내리 경사인 길들이 반복됐다. 대로 이면은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길들이 어지러워 얼마나 많은 언덕들이 있는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직은 영업을 하고 있으나 ‘위해업소’로 지정돼 점차 사라져 가는 ‘미아리 텍사스’촌은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떠올리게 했다. 길 맞은편을 바라보며 미아리 공동묘지의 사진과 ‘100호 주택’의 설명을 듣고 미아리의 최고봉인 미아리 구름다리에 올라섰다.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미아동과 길음동은 그 옛날 전쟁의 참혹함과 북으로 끌려가는 가족과의 이별의 한을 새긴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래비를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현대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노래를 작곡하게 된 두 가지 이야기를 해설사에게 듣다 보니 몇 번이고 가슴속에서 주먹만 한 먹먹함이 솟아올랐다. 다섯 살 딸의 시신을 못 찾은 아비의 설움, 법조계나 학계, 언론계 등의 명망 있는 지도자를 지아비로 뒀다는 이유로 북으로 끌려가는 것을 한없이 바라만 봐야 했던 남겨진 가족들의 서러움.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애달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훨씬 더 지혜로워져야 할 것이다. 김은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초콜릿’ 하지원, 셰프로 변신..온기 전하는 햇살 미소 [EN스타]

    ‘초콜릿’ 하지원, 셰프로 변신..온기 전하는 햇살 미소 [EN스타]

    배우 하지원이 짙은 감성의 휴먼 멜로로 돌아온다.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초콜릿‘ 측이 6일, 긍정 에너지를 장착한 열혈 셰프 ‘문차영’으로 완벽 변신한 하지원의 첫 스틸컷을 공개했다. ’초콜릿‘은 메스처럼 차가운 뇌 신경외과 의사 이강(윤계상)과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불처럼 따뜻한 셰프 문차영(하지원)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재회한 후 요리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휴먼 멜로를 그린다.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형민 감독과 이경희 작가의 재회는 그 자체로 드라마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여기에 윤계상과 하지원이라는 대체 불가 라인업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감성 제조 드림팀’을 완성했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 위에 녹여질 두 배우의 감성 시너지가 차별화된 휴먼 멜로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불처럼 따뜻한 셰프 ‘문차영’으로 돌아오는 하지원은 햇살처럼 환한 미소로 온기를 전한다. 공개된 사진 속 하지원은 사랑스러운 에너지로 주변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음식 하나에도 온 정성을 다하는 셰프 문차영. 진지한 눈빛은 마음까지 녹일 한 접시의 위로를 기대케 한다. 그리스의 햇살보다도 밝고 건강한 하지원의 웃음은 문차영 그 자체. 하지만 밝은 모습 이면에 쓸쓸한 질감의 눈빛은 문차영이 가진 내면의 아픔을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문차영은 이탈리아 세계요리대회 출신의 실력파 셰프로 무한 긍정 에너지를 장착한 미소천사지만, 불의를 보면 ‘욱’하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바닷가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만난 ‘피터팬’ 소년이 내준 따뜻한 밥 한 끼가 생애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활약으로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명실상부 ‘흥행퀸’ 하지원이 그려나갈 감성 멜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한계 없는 열연을 펼쳐온 하지원에게도 문차영은 놀라운 캐릭터다. “문차영은 사랑이 가득하다. 본인이 가진 상처가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나눈다. 요리사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면서 사랑을 주고 상처를 치유한다”고 설명한 하지원은 “지구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원은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남다른 배우로 유명하다. 셰프인 문차영이 되기 위한 과정도 하지원다웠다. “드라마 촬영 전부터 베이킹, 이탈리안, 한식을 배웠다”고 밝힌 하지원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음식과 사람을 대하는 문차영의 마음가짐이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우게 되고 정말 요리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행복을 배웠다”며 “그래서 드라마를 찍으며 진심으로 행복하게 요리했고, 그 사랑을 나눴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하지원의 진심은 문차영에게 투영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전망이다. 한편, JTBC 새 금토 드라마 ’초콜릿‘은 ’나의 나라‘ 후속으로, 오는 29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된다. 사진=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2019 베스트브랜드 대상] 95주년 맞은 스위스 정통시계

    [2019 베스트브랜드 대상] 95주년 맞은 스위스 정통시계

    ‘시간은 우리의 전통’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1924년 탄생해 95주년을 맞이한 정통 스위스 메이드 워치 그로바나가 모던함·심플함을 겸비한 ‘컨템포러리 컬렉션’을 소개한다. 42㎜ 크기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 안에는 햇살이 중심부에서 퍼져나가며 다채로운 색감으로 변화하는 썬레이(SUNRAY) 다이얼을 적용했다. 그리고 날짜, 요일 기능을 포함한 정밀한 스위스 론다 무브먼트, 긁힘 걱정이 없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로 제작돼 높은 품질과 기능성을 갖췄다. 이 제품은 블루, 화이트 다이얼 컬러의 커플 시계로도 출시된다. 한편 그로바나의 모든 시계는 스위스 텐니켄(Tenniken)에 위치한 자체 공장의 생산라인을 통해 수작업으로 조립되며 3년의 국제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로바나 시계는 현대백화점 면세점, SM 면세점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A380 기내면세점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 ‘금융의날’ 기념식 194명 포상

    금융위원회는 29일 제4회 ‘금융의날’ 기념식을 열고 총 194명을 포상했다. 녹조근정훈장은 혁신금융심사위원회 활동을 하며 핀테크 혁신 기업과 인재 육성에 힘쓴 김용진 서강대 교수가 받았다. 국민훈장 석류장은 햇살론17 등 서민금융상품 출시에 기여한 심재철 서민금융진흥원 국장에게 돌아갔다. 국민포장은 18년 동안 65억원 이상을 기부해 난치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한 이남림씨 등 5명이 받았다. 배우 신민아(본명 양민아)는 저소득층 화상 환자와 독거노인 등을 위해 약 20억원을 나눈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5년 가까이 벤치에서 사는 母子, 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5년 가까이 벤치에서 사는 母子, 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프리랜서 작가 톰 드카스텔라는 2017년 어느 날 런던 남부 번화한 거리의 벤치 위에 푸른색 방수포가 덮여 있는 것을 봤다. 낮에는 나이 든 여인과 아들이 벤치에 앉아 멀거니 세상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밤에는 방수포가 벤치를 덮고 둘 중 한 명은 벤치 위에서 자고, 다른 이는 맨바닥에서 자는 듯했다. 작가가 보기에 2년째 모자는 그러고 있었다. 작가는 왜 누구도 이들을 돕지 않는 건지, 모두들 으레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이는 건지 궁금해 했으며 캐면 캘수록 신기하게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여러 장의 삽화와 함께 이들 모자의 사연을 알아본 드카스텔라 기자의 기사를 게재했다. 영문으로 200자 원고지 98장 분량인데 일부만 간추린다.소말리아 출신들이며 어머니는 70대, 아들은 30대가 됐다. 시 의회에서 모자에게 서민용 아파트를 주선했는데 그때마다 거절했단다. 심지어 한 번도 살라고 권하는 곳을 가보지도 않았단다. 벤치에서 사는 삶에 불편한 것이 없어서란 기막힌 답이 돌아왔다. 그 전에 시 의회가 제공한 서민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나 퇴거 조치된 뒤 2014년 12월 현재의 벤치에서 몇백 m 떨어진 벤치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감기에 걸려 입원힌 동안 시가 벤치를 철거하고 말았다. 두 사람을 돕겠다고 벌인 일이었다. 어머니가 먼저 퇴원했는데 아들이 찾아온다며 벤치가 있던 곳을 떠나지 않았다. 비도 쫄딱 맞곤 했다. 한때 다른 벤치를 찾기도 했다가 2015년 4월 지금의 벤치에 모자가 함께 깃들고는 여즉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일 오후 2시 15분 두 모자가 방수포를 내리고 얼굴만 내민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상 버스의 승객들이 이쪽을 보고 ‘저런 곳에서 사람이 산단 말이지?’ 하는 눈길을 건네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둘은 참선에 열중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들은 책을 보거나 머리를 빗는다. 어머니는 앉아 그저 앞을 응시한다. 앉은 채로 잠든 것처럼도 보인다. 무덥거나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 때 어떻게 견디지, 아니 그것보다 시끄러워서 잠이 오기는 할까 등등 걱정이 앞서는데 둘은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구걸을 하지도 않는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도 아니다. 행인들이 건네는 음식이나 모포도 받지 않는다. 그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옆에는 음식점들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보내준 음식과 모포들이 쌓여 있다. 화장실과 세면은 옆 도서관과 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아들은 매일 모스크에 기도하러 다니고, 모자는 이곳 미첨 로드의 붙박이가 됐다.지난 1월 아주 추운날 아들에게 말을 붙여봤다. 밤에는 안 춥냐? 춥지, 아주 추워. 여기 얼마나 있었어? 아주 오래, 몇년 됐을 걸. 몇년 씩이나, 왜? 신문에서 봤는데 의회에서 너네한테 아파트 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며? 불가능해. 뭐라고? 제대로 말하려면 긴데… (버스가 쌩하니 지나가 못 알아들었음)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 아니면 정말 벤치에서 살건가? 우린 여기 있을래. 여기 있는다고? 그래. 영원히? 몰라. 정말? 우린 운이 좋을 수 있어. (역시 소음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음. 지금도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함) 그래도 시에서 아파트를 준다면 그리로 옮겨가지 않을래? 이제 너랑 말 못하겠네. 미안. 이 순간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고 아들도 키득거렸다. 기자 역시 벙쪄 웃었다. 처음에는 상황이 괴이쩍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신의 질문이 괴이쩍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답은 명확했고 기자는 멍청한 놈이 돼버렸다. 기자가 BBC에 기사를 써낼 것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자기도 안다고 해서 다시 얘기가 오갔다. 다들 안에서 잔다고. 그래, 하지만 우린 아파트 안 들어가. 집 안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싶지 않아? 집도 난방이 필요하고 바깥도 마찬가지야.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맞아! 똑같아! 기자는 어떻게든 벤치에서 사는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려고 소말리아에서 왔니, 등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아들은 더 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영어로는 충분한 대화가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모자의 건강이 걱정됐다. 한 시간 뒤 기자는 소말리아인들이 들락거리는 알자지라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모자를 아는 사람과 얘기를 해봤다. 압디아지즈 하시는 모자에게 알아듣게 얘기했지만 도통 듣지 않는다고 했다. 소말리아 공동체에 큰 상처로 여겨진다고 했다. 조국의 방송이 둘의 얘기를 다룬 것을 유튜브로 볼 수 있었다. 그이는 “만약 나라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어떻게 그들이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국립통계사무국에 따르면 노숙하다 사망한 사람의 평균 연력은 남자 44세, 여자 42세였다. 지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597명의 홈리스가 죽었는데 길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돌봄센터, 병원 등에서도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둘이 의회 앞마당에서 숨진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만 보도된다.기자와 모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봄 날씨 같았던 지난 2월이었다. 어머니가 햇살 속에 말갛게 웃길래 물었다. 행복하냐고? 그랬더니 어머니의 얼굴이 싹 달라지며 ‘애가 날 꼬시려고 그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름에 수은주가 섭씨 30도까지 올라가자 그들은 방수포 대신 우산을 펴들었다. 이제 그들을 내버려두는 게 그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점이 명확해졌다. 시도 더 이상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영국식 타협책’을 택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 모자가 사는 데 벤치가 가장 나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기자는 끈질기게 질문을 해댄다. 모자가 심하게 아프거나 목숨을 잃으면 사람들은 무얼 했느냐고 탓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푸른색 방수포를 쳐다보며 이상한 궁금증에 사로잡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기자는 결론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창고 신세 ‘워싱턴 소녀상’ 3년만에 보금자리 되찾다

    창고 신세 ‘워싱턴 소녀상’ 3년만에 보금자리 되찾다

    버지니아주 한인타운 건물에 안착 공식 제막식… 길원옥 할머니 참석 소녀상 옆 건물 1층 전시공간 마련“우리는 해냈다.” “할머니에게 사과와 명예를.”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한인타운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뜰을 가득 메운 감격의 목소리가 가을 하늘 아래로 울려 퍼졌다. 2016년 11월 워싱턴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방해 등으로 3년간 창고 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보금자리를 찾았다.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이날 마련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교민들과 버지니아 주정부·주의회 인사 등 100여명뿐 아니라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3) 할머니가 미국에 들어선 다섯 번째 소녀상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14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했다. 길 할머니는 “우리 하느님이 수고했다고 이제 여기 쉬어도 좋다고 말씀하는 것 같다. 길원옥 모습 그대로 미국인과 한국인 곁에 내 지난 아팠던 역사를 뿌렸으니, 그 역사가 평화의 소녀상이 돼 이곳에 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13살 때 일본군에 끌려간 사연을 담아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은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이 되어 나 여기까지 왔네요’라는 시를 직접 낭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현숙 워싱턴희망나비 대표는 소녀상에 대해 “폭력과 전쟁 없는 평화를 향한 지속적인 운동을 기리고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기 위한 영구 조형물”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정실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회장은 “오전에 비가 그치면서 뜨거운 가을 햇살이 축복처럼 내리쬐는 가운데 열린 소녀상 제막식은 끝났지만 아픈 역사를 널리 알리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 내는 일에 더 힘을 모으겠다는 우리의 다짐은 소녀상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녀상은 2016년 워싱턴에 도착해 환영식까지 열었으나 워싱턴 시내나 인근 메릴랜드주 솔즈베리대 등에 설치하려던 계획이 일본의 방해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다가 최근 무상에 가까운 임대료로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애넌데일 한인 건물주가 나타나면서 건립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소녀상이 세워진 옆 건물 1층에는 역시 한 교민의 도움으로 소녀상 관련 전시공간도 마련됐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여기는 호주] 오늘부터 영구 등반금지 - ’지구의 배꼽’ 울룰루를 추억하며

    [여기는 호주] 오늘부터 영구 등반금지 - ’지구의 배꼽’ 울룰루를 추억하며

    ‘지구의 배꼽’ 혹은 ‘세상의 중심’으로도 불리는 호주 울룰루(Uluru)가 25일(현지시간) 오후 4시부터 영구적으로 등반금지 된다. 필자가 울룰루를 방문한 것은 벌써 10여 년 전이었다. 시드니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약 3시간 동안 붉은 사막 위를 날았다. 그 사막 한가운데에 단일 암석으로 된 바위산이 보이기 시작한다.‘세상의 중심’보다는 ‘지구의 배꼽’이란 말이 더 그럴싸하다. 최고 높이 348m, 둘레길이만 9.4㎞이다. 3억 5000년 전 만해도 해도 6100m 높이였으나 풍화작용과 지반작용으로 오늘날의 높이가 되었다. 울룰루에 가면 ‘데저트 어웨이크닝'(Desert Awakening)이란 투어가 있다. 사막에서 울룰루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아침식사를 하는 울룰루만의 여행코스다.태양이 떠오르기 전 동쪽하늘이 서서히 밝아온다. 20분 정도 달린 버스는 다시 저만치 구릉이 보이는 언덕 아래 멈췄다. 구릉 위로 올라가니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오면서 주홍빛으로 물들어간다. 이윽고 해가 지평선을 넘어 햇살을 드리우며 사막이 붉게 깨어난다. 온세상이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화성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투어에서 준비한 커피를 곁들인 햄버거와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한뒤 한시간 가량의 일출 투어를 마치고 난후 본격적으로 울룰루를 향한다. 울룰루는 하루에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 본래는 철성분이 산화되면서 특유의 붉은빛을 띠는데, 아침에는 주홍빛을 오후에는 뜨거운 햇빛과 더불어 파란 하늘에 푸른빛이 감돌며 저녁에는 더욱 선명한 붉은 기운이 도드라진다. 울룰루를 오르는 입구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울룰루는 어보리진(백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호주에 살았던 원주민)의 성지로 등반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등반을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등반 자제를 권한다”라고. 필자는 이 멀리까지 왔는데 등반을 안 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들의 정신과 문화를 존중한다는 마음으로 등반을 포기했다. 울룰루 등반을 하지 않아도 울룰루 주변을 돌며 기이한 암석과 그들의 전설이 담기 성지를 도는 투어가 하루를 짧게 느껴지게 한다.그간 원주민들은 “울룰루는 매우 신성한 곳으로 사람들이 뛰어노는 디즈니랜드가 아니다”면서 줄기차게 등반 금지를 당국에 요구해왔다. 특히 가파른 울룰루 등반에 도전하는 몇몇 관광객들이 오르는 도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자 지난 2017년 울룰루 일대를 관리하는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등반 금지 결정을 내렸다. 지역 원주민이자 아난구족 지도자인 새미 윌슨은 “이 땅에는 법과 문화가 있다”면서 “우리는 관광객들을 환영하지만 울룰루 등반을 못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축하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다른 나라로 여행가서 신성한 장소나 접근이 제한된 지역이 있다면 그곳에 가지 않는다. 이는 존중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odaga@hanmail.net
  • 임은정 검사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전혀 다르지 않다”

    임은정 검사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전혀 다르지 않다”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두 차례 기각한 것과 관련 ‘법 위에 있는 검찰공화국’이라며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24일 페이스북에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 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적었다. 그는 “검사의 범죄를 조용히 덮고 사표를 수리했던 김수남 총장의 검찰이나, 작년 저의 감찰 요청을 묵살했던 문무일 총장의 검찰이나, 윤석열 총장의 현 검찰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놀랍지는 않지만, 입맛이 좀 쓰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오늘 검찰 내부망에 ‘검찰 자체감찰 강화방안 마련’이라는 보도 참고자료가 게시됐는데, ‘비위 검사에 대한 봐주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의원면직 제한 사유인 중징계 해당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표 수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라는 내용을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고 적었다. 이어 “부산지검 귀족검사가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 중징계 사안인데도 2016년 검찰은 경징계 사안이 명백하다며 조용히 사표를 수리했고, 2019년 검찰은 경징계 사안이 명백하여 사표 수리한 검사들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염불에 불과한 보도자료 문장들이 하도 가벼워 깃털처럼 흩날린다”고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해당 게시물에 ‘지금까지 엄정한 감찰을 천명하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을 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십시오’라는 댓글을 달았지만, 솔직히 우리 검찰이 그런 실천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검찰이 사법정의를 농락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려니 참담한 심정이지만, 이렇게 검찰의 이중잣대가 햇살 아래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 비로소 바로 잡힐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내며, “검찰 공화국 시대가 저물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깨어나는 시간, 막중한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 없는 검찰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 법안 등 검찰개혁 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임 부장검사는 올해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그는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로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과천·서울·덕수궁 3곳서 동시 연계 진행 이한열의 낡은 운동화·김환기 작품 등 1900~2019 시대별 대표작 450여점 전시 “격동의 현대사에 대응해 왔던 미술 담아”가을 햇살이 드는 통유리 앞으로 빛바래고 군데군데 얼룩진 흰색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낡은 천막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청년이 피 흘리며 축 늘어진 다른 청년을 부축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모습 아래에는 짧고 강력한 구호가 적혀 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짝 잃은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화에 적힌 상표는 ‘TIGER’. 걸개그림 속 쓰러진 청년이 당시 신고 있던 운동화다. 오른쪽 벽면에는 노동해방과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가로 17m, 폭 21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도 있다. 최루탄 가스 매캐한 1980년대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이다.지난 20일로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과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과천과 서울관, 덕수궁 등 3곳에서 동시에 연계 진행하고 있다.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 뒤뜰 옛 조선총독부 미술관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이 3개 관에서 통합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 100년 개화와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그리고 시민의 촛불집회로 ‘살아 있는 정권’까지 끌어내리는 등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지금도 국민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갈려 한쪽은 서울 서초동 사거리로, 또 한쪽은 광화문광장에 몰려 저마다의 ‘정의’를 외치고 있다. 권력에 맞선 민중의 저항은 언제나 광장에서 출발했다. 현대미술관이 광장을 주목한 이유다. 현대미술관은 광장을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주는 거울”이라고도 정의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450여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성했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관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2부는 과천관에서, 2019년 현재 광장과 개인의 의미에 집중한 3부는 서울관에서 각각 펼친다. 지난달 개막한 3부 전시는 2020년 2월 9일 막을 내리고, 1·2부는 지난 17일 동시 개막했다. 각각 내년 2월 9일과 3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1부 전시에서는 개화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 속에 ‘의로움’을 지켰던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소개한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지자 낙향해 우국지사 초상 연작을 그린 석지 채용신(1850~1941)과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그림을 그린 의병 출신 화가 박기정(1874~1949) 등 작가 8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자료 19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섭과 비견됐으나 월북하면서 평가절하된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예술가들의 눈으로 본 전후 50년을 다룬 2부 전시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따온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등 7개 주제로 구성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와 동백림 간첩 조작사건으로 수감됐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쓰고 그린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 등 작가 200여명의 작품 300여점과 자료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의 의미와 개인, 또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청년의 정체성과 욕망을 다룬 작품을 비롯해 젠더, 난민 등 타인과의 공존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도시와 거주지를 주제로 회화, 영상, 설치 작업 등을 선보여 온 송성진 작가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경험을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결한 작품 ‘1평조차’(1平潮差)를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의 생존 투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저마다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됐다. 윤범모 관장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했는지를 오롯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이번 대규모 기획전을 설명했다.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장안 3대 건물 중 하나인 ‘대한의원’ 100여년 역사 실감

    [흥미진진 견문기] 장안 3대 건물 중 하나인 ‘대한의원’ 100여년 역사 실감

    단풍잎이 하나, 둘 물들고 감이 익어가는 화창한 투어 날 첫 방문지 대한의원으로 향했다. 대한의원은 지어졌을 당시 장안의 3대 건물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쳤다는데 지금 봐도 붉은 벽돌의 외관은 품위 있고 아름다웠다. 내부의 삐걱거리는 계단은 100여년이 넘은 건물의 역사를 실감 나게 했으며, 2층 의학박물관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사와 ‘구보 교수 망언 사건’, ‘1920년대 말을 타고 왕진을 가는 모습’ 등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가 전시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암병동 옥상에 올라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창경궁의 전경을 바라보며 전혜경 해설사의 다정한 목소리로 창경궁의 역사와 영화 ‘수학여행’의 얘기를 들었다. 홍화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는 순박한 영화 속 아이들 모습과 당시 유원지였던 창경원에 소풍을 와서 멋모르고 좋아했던 내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영화 속 아이들의 좌충우돌 수학 여행기를 통해 선유도 섬마을의 모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로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명륜동 ‘고석공간’은 김수근이 누이를 위해 지었다는 얘기에 왠지 정감이 느껴졌고, 동숭동에 있는 김수근의 붉은 벽돌 건축물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이어지는 샘터사옥을 지나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르코 미술관이 둘러싼 오래된 고목들이 운치를 더하는 마로니에 공원으로 들어섰다. 김수근 건축물의 울퉁불퉁 붉은 벽은 햇살을 받아 벽돌의 육중함을 덜어내고 마로니에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거주했던 이화장에 도착했으나 수리 중이라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쉬웠고, 마지막 장소인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에 이르렀다. 탑골공원 정문에 있던 기둥이 독립정신을 학생들에게 키워주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져 학교 정문 기둥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영화 ‘수학여행’ 속 선생님이 떠올랐다. 팍팍한 삶을 사는 섬마을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희망과 꿈을 주고 싶었던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마음이 아닐까. 황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혹평을 피해 갈 수 없는 도시다. 홍등가와 마리화나 카페, 마약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 이 도시는 거리낌없이 검은 손을 내민다.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담 광장 골목에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눈길을 보내는 남자들이 서 있었다. 마리화나 거래의 신호라 했다. 연성 마약에 속하는 마리화나는 네덜란드에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심해져서 경보 선수처럼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칭찬할 이유도 많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암스테르담은 독특한 건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계획도시다. 동성결혼, 낙태,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허용한 진보적 성향에 최근엔 친환경까지 더해졌다. 자전거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발이다. 하노이의 오토바이 물결처럼 암스테르담 자전거 행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을 보기가 힘들고, 핸드백 대신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최근엔 친환경 운하 관광상품인 ‘쓰레기 낚시’ 크루즈를 내놓기도 했으니, 암스테르담인들의 독특한 친환경 아이디어에 “역시 네덜란드!”라는 감탄이 나온다. 암스테르담을 둘러보는 덴 운하 크루즈가 제격이다. 네오고딕 양식의 중앙역을 지나 안네 프랑크의 집, 국립 미술관, 하이네켄 공장 같은 명소를 모두 배에서 볼 수 있다. 거대도시 암스테르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은 늪지의 물을 빼고 운하를 파고 나무 기둥을 박아 지반을 다졌다. 그 위에 집과 교회, 궁전을 지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잔담처럼 도시명에 담(dam) 자가 붙었다면,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둑(dam)을 쌓아 건설한 도시란 뜻이다.17세기에 이르러 도시 면적은 5배로 커졌고, 중심축에서 퍼져 나가는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구도심이 형성됐다. 그 사이엔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얽힌 운하 연결망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기록된 싱겔 운하다. 땅이 좁으니 집도 좁을 수밖에. 뾰족한 박공 지붕의 집은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집 앞 폭이 무척 좁고 한 층에 창문이 세 개 이상 되는 집이 별로 없는데, 과거엔 집 너비와 창문 수에 비례해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땅이 귀한 암스테르담에서 집값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 가난한 사람들은 운하에 배를 띄우고 집으로 개조해 살았다. 운하에 줄지어 떠 있는 암스테르담의 명물, 하우스 보트다. 정식 등록된 주택으로, 그 숫자가 1만 2000개를 넘는다. 내부엔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등 있을 건 다 있다. 갑판엔 작은 화단을 마련해 튤립도 심는다. 암스테르담을 다시 여행하게 되면 호텔 대신 하우스 보트에서 지내봐야겠다. 하우스 보트 옥상에서 하이네켄을 마시며 옅은 햇살에 잠들어 보고 싶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흥미진진 견문기] 성균관판 생활기록부 ‘원점’… 땡땡이 본능은 여전

    [흥미진진 견문기] 성균관판 생활기록부 ‘원점’… 땡땡이 본능은 여전

    가을이 성큼 다가온 토요일 아침. 하늘은 파랗고 상쾌한 바람이 불며 햇살은 따스했다. 센스 만점 임정화 해설사께서 성균관 유생 복장을 하고 오셔서 해설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성균관 주변을 반촌이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반촌에는 두 줄기의 물길이 있었다고 한다. 성균관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흐르는 물을 서반수, 동쪽에서 흐르는 물을 동반수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로니에 공원 앞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개울물이 서반수와 동반수가 합류해서 흐르는 흥덕동천을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일행은 동반수가 흐르는 길을 옆에 두고 골목길을 걸어 성균관으로 들어갔다. 성균관에는 지금의 대학처럼 교실, 기숙사, 학생식당이 모두 구비돼 있었다. 성균관 유생들의 생활상을 들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원점이야기였다. 성균관에서는 하루에 두 끼를 유생들에게 제공했는데, 한 끼를 먹으면 반원을 찍어 주고, 나머지 한 끼를 먹으면 반원을 마저 찍어 주어 1원점을 주었다고 한다. 원점이 모아져야 시험 볼 자격을 주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성실한 학교생활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성균관에 입학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입학하면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 같아서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땡땡이를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유생들이 공부했던 명륜당을 지나 공자를 위시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으로 이동했다. 병자호란 때 대성전의 위판을 모시고 피란을 갔던 두 명의 수복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성균관의 정신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성현들의 위판을 성균관의 선생도, 학생도 아닌 노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결과인가. 명륜동 일대를 걸으며 오래된 이발소와 서점을 둘러보았다. 조선을 거쳐 근대를 지나 지금 우리에게 이르는 시간의 길을 걸었다.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교육학 박사
  • 저축은행도 시중은행처럼 예대율 규제받는다

    내년부터 저축은행도 은행이나 상호금융처럼 예대율 규제를 받는다. 내년엔 110%, 2021년부터 10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런 내용의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규제 대상은 직전 기말 대출잔액이 1000억원 이상인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69개 저축은행이 해당된다. 저축은행 평균 예대율은 2009~2010년 80%에서 2012년 말 75.2%까지 내렸다가 2017년 말에는 100.1%까지 뛰었다. 예대율은 총예금에서 총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건전성을 관리하고 약탈적 고금리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가 연 20%를 넘는 대출은 대출금의 130%로 계산한다. 사잇돌 대출이나 햇살론 등 정책자금대출은 예대율 계산에서 빠진다. 대출을 갑자기 줄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부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20%를 분모에 더할 수 있다. 또 이날부터 고시 업종에 대한 전체 신용공여 한도(70%)와 건설업(30%) 등 업종별 한도를 준수하도록 명시했다. 대출 한 달 전후로 대출자에게 저축은행 상품을 판매하는 ‘꺾기’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이 중소기업 대표의 고유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 첫 정부 주관 행사로

    부산과 창원 일대 시민들이 유신체제에 맞섰던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이 16일 창원 경남대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15일 행정안전부는 이번 기념식이 지난달 부마민주항쟁 발생일인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열리는 첫 정부주관 행사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부산과 창원 지역의 부마항쟁 기념사업 관련 단체들이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기념식은 정·관계 등 사회 각계 주요 인사와 민주화운동 인사,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79∼2019 우리들의 부마’를 주제로 진행된다. 과거에 잊혔던 부마민주항쟁의 의미와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공감과 연결’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창원지역 청소년 뮤지컬팀 ‘빛날’이 부마민주항쟁 관련 식전 공연을 펼치고 개식 선언이 이뤄진다. 이어 100년 전 임시정부 수립부터 부마민주항쟁을 거쳐 ‘촛불혁명’으로 일컬어지는 2016년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기념 주제공연은 두 차례에 걸쳐 마련된다. ‘그날의 부마’를 주제로 한 첫 번째 공연에서는 부산대·경남대 학생 200여명의 당시 항쟁 장면 재현, 항쟁 참여자와 가족의 사연을 담은 증언영상 상영, 뮤지컬·연극 배우들의 ‘우리들의 부마’ 합창이 이어진다. 두 번째 공연은 ‘민주의 불꽃’을 주제로 진행된다. 당시 국제신문 기자로 항쟁 대열에 섰던 시인 고 임수생의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을 배우 조진웅이 낭송하고, 시인 신경림의 작품에 노래를 붙인 ‘햇살’을 소프라노 박은주씨와 부산시립합창단이 합창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VIP’ 장나라 이상윤, 날카로운 눈빛 포착 ‘포스터만 봐도 기대 UP’

    ‘VIP’ 장나라 이상윤, 날카로운 눈빛 포착 ‘포스터만 봐도 기대 UP’

    SBS 새 월화드라마 ‘VIP’가 장나라-이상윤-이청아-곽선영-표예진-신재하 등 주역 6인이 등장하는 ‘강렬한 메인 포스터’와 상반된 분위기의 ‘2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오는 28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 제작 더스토리웍스)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VIP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 드라마다. 이와 관련 장나라-이상윤-이청아-곽선영-표예진-신재하 등 ‘VIP’ 주역 6인방이 압도적 비주얼과 포스를 내뿜는 메인 포스터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장나라-이상윤이 각자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2인 포스터가 함께 공개된 것. 어느 날 도착한 문자 한 통이 부부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상상할 수 없던 비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VIP’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먼저 메인 포스터에서는 장나라-이상윤-이청아-곽선영-표예진-신재하가 총출동, 블랙 배경과 반전되는 화이트 계열의 의상을 착용한 채 각자의 캐릭터를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장나라는 지금까지 만나 볼 수 없던 흑화된 이미지로 강렬한 눈빛을 드리우고, 이상윤은 잔뜩 긴장한 듯 측면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상태. 이어 이청아는 걸크러쉬 기운이 감도는 프로패셔널한 포스를 내뿜고, 곽선영은 바르고 곧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표예진은 청순함과 강인함이 뒤섞인 오묘한 자태를, 신재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펼쳐질 백화점 VIP 전담팀 세계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메인 포스터와 상반된 분위기를 드리우고 있는 장나라-이상윤의 2인 포스터도 선보였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보통의 나날들’이라는 문구가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가운데 장나라는 1층 부엌, 햇살이 내리는 식탁에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커피잔을 매만지고 있다. 반면 이상윤은 2층 서재에서 책을 들고 있지만, 시선은 책을 벗어나 깊은 고심에 빠져 있는 터. 한 지붕 아래 각자의 공간에서 고요함에 잠식된 모습으로 ‘보통의 부부’가 되고 싶었던 두 사람에게 펼쳐질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제작진 측은 “‘VIP’는 인물들이 가진,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밀의 향연과 드라마 최초로 다루는 백화점 VIP 세계 그리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오피스 생존기를 쫀쫀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배우들의 열정과 열연이 더해져 고품격 작품으로 거듭날 ‘VIP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SBS 새 월화드라마 ‘VIP’는 장나라-이상윤-이청아-곽선영-표예진 등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라인업과 차해원 작가와 이정림 감독의 신선한 의기투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28일 첫 방송.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포토] 가을 햇살에 목화솜 손질

    [포토] 가을 햇살에 목화솜 손질

    10일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마을 목화밭에서 임채장씨가 목화솜을 손질하고 있다. 함양군 제공
  • 취약 노동자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 출범

    “내년 전태일 열사 50주기에는 근로기준법의 햇살이 모든 노동자에게 비추면 좋겠습니다.” 근로기준법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가 9일 공식 출범했다. 이 단체는 임시직, 사회보험 혜택 없는 노동자 등 일을 하고 있지만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직접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권유하다’ 대표는 준비 모임을 제안하고 이끌어 왔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맡았다. 이날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한 대표는 “열이면 열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말렸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저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연간 20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면서 “그 중심에 ‘권유하다’가 찾아야 할 근로기준법 적용조차도 안 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권유하다’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5인 미만 사업장, 임시직 플랫폼 노동자들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우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센터’를 개설해 대규모 고발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길섶에서] 가을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하늘이 참 푸르고 아름다웠다. 살갗을 휘감는 바람은 상큼함을 넘어 가슴까지 아리게 한다. 엊그저께까지 뜨거웠던 햇살도 그날은 따사롭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짙은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한다’는 시구를 떠올리게 했다. 주말 가족이 함께 찾은 북한산 자락에도 가을은 성큼 다가와 있었다. 어디 먼 곳이었다면 감흥은 더 깊었겠지만 도심 산자락의 정취도 다르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찾았던 익숙한 곳이 아닌 반대편 산자락이라 그런지 또 다른 야릇한 설렘이 있었다. 가을물은 산봉우리를 지나 중턱까지 촉촉이 적시며 불그스레 변하고 있었다. 여름 내내 줄기차게 쏟아 내던 계곡물도 어느덧 개울물로 변했고, 오솔길은 한 잎 한 잎 낙엽으로 덮이고 있었다. 무심하게 발길을 옮기며 뒷모습을 보이는 등산객의 옷자락은 이미 화려한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계절마다 새롭게 바뀌는 풍광과 저절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맛 또한 산행의 매력 아닌가.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것은 삶의 쉼표가 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중에서) yidonggu@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활기찬 마장축산물시장… 왜소한 왕좌봉 터

    [흥미진진 견문기] 활기찬 마장축산물시장… 왜소한 왕좌봉 터

    화창한 가을날, 왕십리역광장 한쪽에 서 있는 김소월의 시비에서부터 답사는 시작됐다. 답사 참여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낭독된 김소월의 ‘왕십리’ 시를 함께 감상하기도 하고, 김소월 시가 노랫말이 된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부모’ 등의 여러 가요를 듣고 제목 맞히는 활동을 하며, 소월의 시가 여전히 현재형이며 지금 우리의 감성을 대변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부족함이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왕십리역광장을 벗어나 쭉 이어진 국철길을 따라 마장축산물시장에 도착했다. 고기의 비릿한 냄새와 붉은 선홍색 빛깔,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손질하는 기술자들과 주문받은 고기를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소음이 어우러져 시장은 활기로 넘쳐났다. 세계에서 단일품목 시장으로는 최대 크기라는 시장의 규모에 놀랐고, 명절이나 잔칫날이면 이곳에서 장을 보셨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동명초등학교 내에 있는 왕좌봉 터로 향했다. 지금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왜소하기만 한 왕좌봉 터가 예전에는 야산의 비교적 높은 봉우리였으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한양을 새 도읍지로 결정하기 위해 이곳에 올라 주변을 살폈던 역사적인 장소였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듣는 마장동과 왕십리의 변천과정은 흥미로웠으며,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왕십리’와 김흥국이 자작한 노래 ‘59년 왕십리’를 통해 1960년대 왕십리의 모습과 이별의 정한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70년 전통의 대도식당은 입구의 나무 간판에서부터 노포의 역사가 느껴졌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신선한 소고기와 무쇠 주물판에 영친왕 주방 상궁의 비법으로 구워진 소고기 등심. 생각만 해도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애써 삼키며, 반드시 가족과 함께 방문하리라 다짐하며 청계천으로 향했다. 청계천 한가운데에 옛 고가도로의 흔적으로 남긴 존치 교각을 보고,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을 둘러본 후 청계천 박물관을 관람했다.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모두 함께 낭독하며 가을 햇살에 눈부신 청계천변을 바라봤다. 지금, 이곳에 김소월이 살고 있다면 또 어떤 시를 지었을지 궁금해졌다. 황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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