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프린스턴대
    2025-0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61
  • “아메리칸 드림 회복하자” ‘美 경제대통령’ 돌아왔다

    “아메리칸 드림 회복하자” ‘美 경제대통령’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이끌던 ‘경제 대통령’이 돌아왔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최초의 여성 의장을 지낸 그가 재무장관에 오른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위 경제 요직 세 곳을 두루 거친 인물로도 기록된다. 라나 포루하 국제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무장관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옐런을 지명하며 이 난제를 해결했다”면서 “차분하면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옐런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모두 신뢰를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옐런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해야 한다”고 인선 소감을 밝혔다. 옐런은 빈민 가정이 밀집한 뉴욕시 브루클린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옐런은 아버지가 공장·부두 노동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노동 경제학자로서 실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옐런은 런던정경대 강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친 뒤 1994년 연준 이사직을 맡으며 경제 관료로 본격 입문하게 된다. 그후 아시아 금융위기 시절인 1997~1999년에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발탁된 뒤 2013년 연준 의장으로 ‘내부 승진’해 당시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의사의 딸’은 이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중증 환자’가 된 미국을 치료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을 맡게 됐다. 노동 경제학자이면서도 급진적 진보와는 거리를 두는 온건한 성격으로 시장에서도 환영받는 옐런은 무난하게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FT는 민주당이 남은 상원 선거에서 패배해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공약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도계 미국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흑인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각각 기용하며 경제팀에서도 여성·유색인종을 전격 발탁했다. 다만 핵심 참모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이 브라이언 디스 전 NEC 부위원장과 로저 퍼거슨 교직원퇴직연기금 회장 등을 놓고 숙고 중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의사의 딸’, 미 경제 치유할까...재무장관에 옐런 지명

    ‘의사의 딸’, 미 경제 치유할까...재무장관에 옐런 지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이끌던 ‘경제 대통령’이 돌아왔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최초의 여성 의장을 지낸 그가 재무장관에 오른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위 경제 요직 세 곳을 두루 거친 인물로도 기록된다. 라나 포루하 국제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무장관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옐런을 지명하며 이 난제를 해결했다”면서 “차분하면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옐런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모두 신뢰를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옐런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해야 한다”고 인선 소감을 밝혔다. 옐런은 빈민 가정이 밀집한 뉴욕시 브루클린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옐런은 아버지가 공장·부두 노동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노동 경제학자로서 실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옐런은 런던정경대 강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친 뒤 1994년 연준 이사직을 맡으며 경제 관료로 본격 입문하게 된다. 그후 아시아 금융위기 시절인 1997~1999년에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발탁된 뒤 2013년 연준 의장으로 ‘내부 승진’해 당시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의사의 딸’은 이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중증 환자’가 된 미국을 치료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을 맡게 됐다. 노동 경제학자이면서도 급진적 진보와는 거리를 두는 온건한 성격으로 시장에서도 환영받는 옐런은 무난하게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FT는 민주당이 남은 상원 선거에서 패배해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공약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도계 미국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흑인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각각 기용하며 경제팀에서도 여성·유색인종을 전격 발탁했다. 다만 핵심 참모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이 브라이언 디스 전 NEC 부위원장과 로저 퍼거슨 교직원퇴직연기금 회장 등을 놓고 숙고 중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백악관 입부터 경제 살림까지 여성이 도맡는다

    백악관 입부터 경제 살림까지 여성이 도맡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보팀 선임 참모 7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웠다. 경제팀 주요 보직도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유색인종도 많아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보팀 명단을 발표하며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최초의 백악관 선임 공보팀을 발표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백악관 초대 대변인에는 젠 사키 인수위 선임고문이, 백악관 공보국장에는 케이트 베딩필드 대선캠프 선대부본부장이 지명됐다.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의 대변인에는 시몬 샌더스 캠프 수석보좌관, 퍼스트레이디가 될 질 바이든의 공보국장에는 엘리자베스 알렉산더 전 바이든 부통령 대변인이 낙점됐다. 백악관 부대변인에는 카린 장피에르 캠프 선임보좌관, 백악관 공보국장에는 필리 토바 전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히스패닉 미디어 담당관, 부통령실 공보국장에는 애슐리 에티엔 캠프 선임보좌관을 앉혔다. 7명 중 샌더스, 에티엔, 장피에르 등 3명은 흑인이고 토바는 히스패닉이다. 사키 대변인 지명자는 트위터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6명”이라고 썼다. 바이든 당선인은 30일 재무부 장관에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을 지명키로 확정했다. 옐런 전 의장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재무부 장관이 탄생한다. 또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CAP) 의장이 각각 지명됐다. 이들 3명 모두 여성이다. 남아시아 출신인 탠든은 첫 유색인종 여성 국장이고 라우스 역시 첫 유색인종 여성 위원장이다. 남성이긴 하지만 재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월리 아데예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나이지리아 이민자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혜민은 기생충” 현각스님, 하루 만에 “그는 아름다운 인간”

    “혜민은 기생충” 현각스님, 하루 만에 “그는 아름다운 인간”

    혜민 스님(47)을 “부처님 가르침을 팔아먹는 기생충일 뿐”이라고 일침했던 현각 스님(속명 폴 뮌젠·56)이 해당 글을 내린 뒤 “혜민 스님은 아름다운 인간으로 매우 존경한다”고 재평가했다. ‘푸른 눈의 수행자’라 불리는 독일계 미국인 현각 스님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일찍 아우 혜민 스님과 70분 통화를 했다. 우리 모두 달마 스님이 되려는 노력에 헌신 중인 사람이다”고 그와의 통화에서 오해를 풀었음을 알렸다. 이어 현각 스님은 “우리는 우리의 노력에 열중할 필요가 있고 수행이 타락으로 빠지는 일에 대한 실망을 공유했다”며 “오늘 대화에서 혜민 스님과 저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서로에게 서로를 나누고 배우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그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낫거나 순수하지 않다.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혜민 스님은 인류에게 많은 선물과 함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인간이다. 그는 언제나 나의 영원한 달마 형제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혜민 스님, 방송서 남산뷰 자택 공개한 후 세속적 삶 비판 쏟아져앞서 혜민 스님은 지난 7일 tvN의 한 프로그램에서 남산이 보이는 자택을 공개한 뒤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자신의 건물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불교법인에 팔아 차익을 남기면서 실질적으로 계속 보유했다는 의혹마저 터져 나왔다. 이 소식에 현각 스님은 15일 페이스북에 “속지마! 연예인일 뿐,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X, 불교를 팔아먹는 기생충일 뿐이야”라며 혜민 스님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자 혜민 스님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며칠 사이의 일들에 마음이 무겁다.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기도 정진하겠다”고 각종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절로 돌아갈 것을 선언했다. 그는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고 반성했다. 이러한 뜻을 알린 직후 혜민 스님은 현각 스님과 통화, 자신과 관련된 일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각 스님은 통화 후 앞서 올렸던 글을 삭제한 상태다. 미국 교포인 혜민 스님은 버클리대 학사-하버드대 석사-프린스턴대 박사 출신이며, 현각 스님은 예일대 학사-하버드대 석사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 현각 스님은 1999년 그의 불교 입문과 수행담을 적은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내 큰 관심을 모았다. 현정사 주지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내며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국 불교문화를 정면 비판하며 한국을 떠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혜민스님 ‘불교계 기생충’ 비난에 결국 활동중단 선언

    혜민스님 ‘불교계 기생충’ 비난에 결국 활동중단 선언

    혜민(47)스님이 각종 논란과 현각스님의 비판 등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고 엎드렸다. 그러면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기도 정진하겠다”고 대중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스님은 15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며칠 사이의 일들에 마음이 무겁다”며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에서 선원으로 들어가 부처님 말씀을 듣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며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고 사과했다.혜민스님은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대중선원에 들어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한다”며 고개 숙였다. 혜민스님은 버클리대를 거쳐 하버드대 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었다. 여기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의 베스트셀러와 각종 강연, 방송 출연 등으로 불교계를 대표하는 포교승으로 활약했다.혜민스님은 페이스북 팔로워는 15만명, 트위터 팔로워는 97만명이 넘는 등 인터넷 상에서도 막강한 영향력를 발휘하는 스타 스님이다. 하지만 최근 한 예능 방송에서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삼청동 2층 주택에서 살고, 명상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모습을 공개한 뒤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하버드대 동문인 현각스님이 혜민스님이 “그는 불교를 팔아먹는 기생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혜민스님이 건물을 2년 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불교 단체에 매각해 차익을 챙겼다’며 비판에 나섰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불교 공부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한국불교 세속화, 물질 추구’ 등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뒤 유럽으로 떠났던 미국인 현각(玄覺·56)스님이 “속지마! 연애(예)인일 뿐,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X, 불교를 팔아먹는 기생충일 뿐이야”라며 혜민스님을 공격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50ℓ 물로 하루 살 수 있나요? 지구온난화 일상까지 덮치다

    50ℓ 물로 하루 살 수 있나요? 지구온난화 일상까지 덮치다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결정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195개국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국제적 약속이다. 음모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온난화가 아직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기는 극단적 기후 사례와 연구 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유체공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에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한 뒤에도 세력이 약화되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1월 12일자에 발표했다.일반적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해수면 온도가 높은 지역을 지나면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몸집을 불린 뒤 육지에 상륙하면 수증기 공급을 더이상 받지 못하는 데다 지표면과 마찰이 일어나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내륙 깊숙이 침투할 때까지 강도가 약해지지 않고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1967~2018년 해수면 온도 등 해양기후 변화와 허리케인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수록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해 소멸되기까지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1960년대에는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한 날 에너지의 75%를 잃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육지에 상륙해서도 에너지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대기관리청(NOAA) 지구물리학 유체역학 연구실, 프린스턴대 공동연구팀도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남아프리카 남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데이제로’의 원인이며 향후 10년 내에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1월 10일자에 발표했다.데이제로는 물이 완전히 바닥날 정도로 가물어서 하루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운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경우 몇 년째 이어지는 가뭄 때문에 많은 도시가 데이제로 상태에 놓여 2018년에는 하루 물 사용량을 50ℓ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50ℓ는 90초의 짧은 샤워나 변기 물 1~2번 정도밖에 내릴 수 없는 양이다. 연구팀은 기후 예측 모델링 시스템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발생 수준에 따른 극심한 가뭄 발생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나 좀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경우 케이프타운을 마비시킨 것과 같은 가뭄과 그로 인한 데이제로가 10년 내에 전 세계 곳곳에서 2~3년 간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남부, 남유럽, 남미 지역이 데이제로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살바토레 파스칼 스탠퍼드대 연구교수(수문기후학)는 “이번 연구는 현재 기후변화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 탄원… 항일투쟁 외교 전선의 선구자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 탄원… 항일투쟁 외교 전선의 선구자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1월 윌슨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민족자결주의는 나라를 빼앗긴 약소국들을 독립의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런 배경에서 같은 해 8월 중국에서 민족지도자들이 발족한 신한청년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해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기로 했다. 파리에 대표로 간 인물이 김규식이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김규식은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국제 정세에 밝아 적임자였다. 김규식은 파리로 떠나기 직전 결혼한 김순애와 바로 이별해야 했다. 여운형과 김순애 등은 국내외 각지로 가서 파견 경비를 모으는 한편 한국 대표의 외교활동에 힘을 실어 주려면 대규모 독립운동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이런 활동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김규식이 파리에 도착한 것은 국내에서 일제의 탄압 속에 만세운동이 계속되던 1919년 3월 13일이었다. 김규식의 임무는 회의석상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비망록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승국인 일본의 방해로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를 예상한 김규식은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파리 샤토가 38호에 한국공보국을 설치했다. 각국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언론, 정당은 물론 사회주의 조직과도 접촉했다. 그를 통해 일제의 죄악상을 폭로하고 독립의 정당성을 홍보했다.●한국 독립 문제 국제적 부각… 동정 여론 형성 한국공보국은 공보국회보를 발간하고 ‘한국독립에 대한 탄원서’를 회의에 제출했다. 김규식이 만났던 미국 인사는 외교관이자 언론인인 스티븐 본잘이라는 사람이었다. 본잘은 한국에 호의적이기는 했지만 결정권이 없었다. 그의 대답은 “우리가 유럽에서 전범을 응징하면 나중에 국제연맹이 일본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김규식은 좌절하지 않았다. 조르주 클레망소 강화회의 의장에게 임정 대통령 이승만 명의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규식이 파리에 머물던 4월 11일에는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돼 대표단 지원사업은 임시정부로 이관됐다. 임정은 공보국을 임정 파리위원부로 개칭하고 김규식을 임정 외무총장 겸 파리위원부 위원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주었다. 김규식은 4월 26일에는 ‘통신국회보’를 발간해 3·1운동 등 독립운동 소식을 알렸다. 한일합병의 무효화 등을 요구하는 20개 항목을 담은 독립공고서를 비롯한 서한을 강화회의 이사회 위원들과 각국 정부에 여러 차례 보냈다. 달걀로 바위 치기 같았지만 김규식의 다각적인 노력에 침묵을 지키던 유럽 신문들이 움직여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규식의 활동은 열강들의 외면으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키고 동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간접적인 성과는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사(尤史) 김규식은 1881년 1월 29일 부산 동래에서 김지성과 경주 이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구한말 선전관을 지낸 부친은 일제를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갔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 김규식은 사실상 고아가 됐다. 큰아버지 집에 맡겨졌지만 형편이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어린 나이에 고난을 겪었다.●16세 美 유학… 박사과정 장학생 접고 귀국길 그를 구한 사람은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였다. 그의 아내 릴리아스는 이런 글을 남겼다. “언더우드는 분유와 약을 들고 가마를 타고 아이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 아이는 너무 굶주려서 먹을 것을 달라고 울부짖으며 벽지를 뜯어내어 삼키려고까지 했다.” 언더우드는 병든 김규식을 극진히 보살피고 입양했다. 5세 때 김규식은 언더우드가 세운 고아학교(경신학교)에 입학했는데 영어를 대단히 빨리 익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1894년 한성 관립영어학교 1기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교를 졸업한 김규식은 독립신문사에 입사하고 독립협회에도 가입했다. 김규식은 16세가 된 1897년 서재필의 권유와 언더우드의 후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동부 버지니아주 로노크대학에 입학했다. 예과를 2등으로 마치고 본과에서도 전 과목 평균 90점 이상을 받았다. 외국어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교강연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지만 1903년 전체 3등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한 해 가을 그는 프린스턴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 1년 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장학생으로도 선발됐지만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귀국을 결심하고 조국으로 돌아왔다. 김규식은 은인인 언더우드 목사를 돕는 일부터 시작했다. 언더우드의 비서와 주일학교 교장직을 맡으면서 새문안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105인 사건’을 일으켜 독립운동가와 기독교 지도자들을 대거 구속했을 때 투옥은 모면했지만 일제의 감시와 탄압은 심해졌다. 김규식은 해외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참여할 결심을 굳혔다. 일제의 추적을 따돌리고자 호주로 간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상하이로 향했다. 상하이에 도착한 때는 32세 때인 1913년 4월 중순이었다. 신규식, 박은식 등이 창설한 동제사(同濟社)가 프랑스 조계에 설립한 박달학원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 중국에서의 첫걸음을 떼었다.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돼 임무를 마친 김규식은 임정 구미위원부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돼 1919년 8월 22일 미국으로 건너갔다. 구미위원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벌이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사실상 정부 기능을 수행했다. 김규식은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에게 독립운동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윌슨과 관리들로부터 말할 수 없는 냉대를 받았다. 구미위원부는 한국친우회를 결성하고 대중 연설이나 홍보물 배포, 신문·잡지 기고 등의 간접적 활동을 폈다. 이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쳐 1920년 3월 미국 상원에 한국 독립안이 상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규식은 1921년 1월 상하이로 돌아가 임정에 합류했다. 그러나 임정의 내부 갈등에 염증을 느껴 구미위원부 위원장과 학무총장을 사임하고 한중호조사(韓中互助社)를 창립해 한중 합작으로 항일운동을 벌였다. 1921년 극동피압박민족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규식은 참가를 결정했다. 고비사막을 횡단하고 러시아 이르쿠츠크를 거쳐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개막된 회의에 참석했다. 50여명이 참가한 한국대표단은 레닌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 중국으로 돌아온 김규식은 복단·동방·북양대학 교수로 일하는 한편 삼일중학을 세웠다. ●독립단체 통합 참가, 민족혁명당 국민부 부장에 1925년부터 김규식은 독립운동 계파 통합을 위한 민족유일당운동에 참가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자 교육에만 열중했다. 1935년 7월에는 난징에서 한국독립당, 의열단 등 5당 통합으로 창당된 조선민족혁명당 중앙집행위원회 위원과 국민부 부장으로 선임됐다. 1942년에는 좌우익 세력을 대표하는 한국독립당과 광복군, 민족혁명당과 조선의용대가 임정을 중심으로 통합했다. 사천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김규식은 충칭 임시정부로 와서 국무위원과 선전부장으로 선임됐다. 1944년에는 임정 부주석에 취임했다.광복 후에도 그의 통합정신은 이념과 노선을 초월한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으로 이어졌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하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다가 9월에 납북당했다. 평북 만포진까지 끌려간 김규식은 그해 12월 10일 동상과 천식 등으로 고통받으며 69세를 일기로 비참하게 숨을 거두었다. 정부는 1989년 김규식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고모이기도 한 부인 김순애는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이재용의 ‘뉴삼성’ AI·5G·車 전장·바이오 힘 쏟는다

    이재용의 ‘뉴삼성’ AI·5G·車 전장·바이오 힘 쏟는다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2일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통해 강조한 메시지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직후 열리다 보니 그를 추모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다짐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김 부회장은 “이 회장님의 타계는 코로나19,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임직원 모두에게 또 하나의 충격과 슬픔이었다”면서 “우리에게 내재된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 회장님이 남기신 도전과 열정을 이어받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진화하자”고 말했다.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기반을 만들자”고도 했다. 지난해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등장했던 이 부회장은 올해 불참했으며 별도의 메시지도 없었다. 그는 이 회장의 영결식이 끝난 이튿날(지난달 29일) 곧바로 일터로 복귀해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은 그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출소한 뒤 6개월 만에 발표한 ‘4대 신성장동력’(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자동차 전자장비)을 중심으로 ‘미래 엔진’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AI 부문은 삼성전자가 현재 잘하고 있는 반도체·스마트폰·가전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미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에 자리했지만 향후에는 AI 반도체에 ‘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스마트폰·가전기기에는 지금도 초기 단계의 AI가 접목돼 있는데 앞으로 이를 얼마나 더 고도화하느냐가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뇌 기반 AI 연구 분야에서 최고 석학인 세바스천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이다.5G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화웨이(26.18%)와 에릭슨(23.41%)에 이어 삼성전자가 23.33%로 3위에 자리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올해 들어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통신 장비는 앞선 세대와 같은 업체의 것을 써야 호환성이 좋은데 5G 점유율이 높아지면 향후 6G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2차 전지를 포함한 자동차 전장 사업 또한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충남 천안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 확대 가능성을 보여 줬고, 2016년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는 당시까지의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에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오래전부터 해당 사업에 공을 들여 왔다. 바이오 사업은 2010년 5월 이 회장도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전지·LED·의료기기·바이오제약) 중 하나로 꼽았던 분야다. 이 부회장으로선 아버지가 다 이루지 못한 부분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 말까지 1조 8127억원을 수주해 지난해 전체 수주액(3084억원)의 6배에 가까운 실적을 내놓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부회장은 4대 사업 분야가 이미 굉장히 심한 경쟁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할 때보다 경영 환경이 쉽지 않다”면서 “이 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이재용의 뉴삼성’이 집중하게 될 4가지 신사업

    ‘이재용의 뉴삼성’이 집중하게 될 4가지 신사업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2일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통해 강조한 메시지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직후 열리다 보니 그를 추모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다짐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김 부회장은 “이 회장님의 타계는 코로나19,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임직원 모두에게 또 하나의 충격과 슬픔이었다”면서 “우리에게 내재된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 회장님이 남기신 도전과 열정을 이어받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진화하자”고 말했다.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기반을 만들자”고도 했다. 지난해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등장했던 이 부회장은 올해 불참했으며 별도의 메시지도 없었다. 그는 이 회장의 영결식이 끝난 이튿날(지난달 29일) 곧바로 일터로 복귀해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은 그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출소한 뒤 6개월 만에 발표한 ‘4대 신성장동력’(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자동차 전자장비)을 중심으로 ‘미래 엔진’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AI 부문은 삼성전자가 현재 잘하고 있는 반도체·스마트폰·가전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미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에 자리했지만 향후에는 AI 반도체에 ‘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스마트폰·가전기기에는 지금도 초기 단계의 AI가 접목돼 있는데 앞으로 이를 얼마나 더 고도화하느냐가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뇌 기반 AI 연구 분야에서 최고 석학인 세바스천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이다.5G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화웨이(26.18%)와 에릭슨(23.41%)에 이어 삼성전자가 23.33%로 3위에 자리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올해 들어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통신 장비는 앞선 세대와 같은 업체의 것을 써야 호환성이 좋은데 5G 점유율이 높아지면 향후 6G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2차 전지를 포함한 자동차 전장 사업 또한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충남 천안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 확대 가능성을 보여 줬고, 2016년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는 당시까지의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에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오래전부터 해당 사업에 공을 들여 왔다. 바이오 사업은 2010년 5월 이 회장도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전지·LED·의료기기·바이오제약) 중 하나로 꼽았던 분야다. 이 부회장으로선 아버지가 다 이루지 못한 부분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 말까지 1조 8127억원을 수주해 지난해 전체 수주액(3084억원)의 6배에 가까운 실적을 내놓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부회장은 4대 사업 분야가 이미 굉장히 심한 경쟁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할 때보다 경영 환경이 쉽지 않다”면서 “이 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유독 사람 피 좋아하는 모기, 특수 살충제로 박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유독 사람 피 좋아하는 모기, 특수 살충제로 박멸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가을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4절기 중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한참 전에 지났는데도 밤사이 여름모기보다 무섭다는 가을모기에게 물리곤 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기는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극지방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분포해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3500여 종의 모기가 존재하고 한반도에는 56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기는 학질모기아과, 보통모기아과, 왕모기아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보통모기아과에 속하는 숲모기와 집모기는 지카바이러스, 뇌염 등을 옮기고 학질모기는 말라리아를 옮깁니다. 왕모기는 다른 모기보다 몸집이 1.5배 정도 크지만 피를 빨아먹지 않습니다. 모기는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 중 하나이며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황열병 같은 질병을 퍼뜨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록펠러대,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모기는 사람처럼 각기 다른 맛을 느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의 피보다 사람의 혈액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모기가 피맛을 볼 때는 4가지 종류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모기가 피를 빠는 주둥이가 사람의 혀처럼 흡입하는 액체의 맛을 파악하고 피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 10월 13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황열병,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에게 사람과 동물의 피, 과즙을 맛보도록 한 다음 신경세포 활성 정도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이 맛을 볼 때 특정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모기의 주둥이도 맛을 구분하는 신경세포 4종류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기에게 사람의 피는 다른 동물의 피에 비해 약간 짭짤하면서도 달콤해 흔히 말하는 ‘단짠’ 맛이 느껴지는 중독성 있는 식품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람의 피를 한 번 맛본 모기는 다른 동물의 피는 입도 대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편 미국 뉴욕대, 푸에르토리코대 공동연구팀은 현재 말라리아 전파 모기를 방제하는 데 많이 쓰이는 살충제 ‘델타메트린’의 결정 형태를 변형시켜 적은 양으로도 살충 효과가 이전보다 12배 이상 높아지고 내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0월 13일자에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새로운 형태의 델타메트린을 학질모기, 이집트숲모기는 물론 과일파리에게 실험을 했는데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으로 모기들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군다나 내성도 일으키지 않는 ‘꿈의 살충제’라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은 질병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이 전쟁은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아프니까 중년이다?…통증 질환자 노년층보다 더 많아

    [사이언스 브런치] 아프니까 중년이다?…통증 질환자 노년층보다 더 많아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경도 연구에 참여 이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주목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청춘이란 원래 시련을 겪으면서 단련되는 것이라는 조언이 담긴 책이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라는 식의 비판이 많았다. 젊으면 나이든 사람들보다 덜 아프고, 고통을 견뎌내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더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고통에 대한 저항력은 개인차일 뿐 단순히 나이가 적을수록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심리학자와 보건학자, 경제학자들은 노년층보다 중년층이 고통에 더 많이 노출돼 있으며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프린스턴대 공공국제정책학부,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보건경제연구센터, 심리학과, 자가보고과학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노년층보다는 중년층이 급성 또는 만성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례가 더 많다고 25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PNAS’ 22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2015년 복지, 소비, 빈곤과 건강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앵거스 디턴 경이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2006~2018년까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 25~79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갤럽, 미국 인구조사국, 유럽연합(EU)에서 실시한 건강보건 통계를 분석했다. 이와 함께 세대 및 연령별 고통에 관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1930~1990년 사이에 태어난 남녀를 대상으로 한 갤럽 보건·행복조사, 갤럽 세계설문조사, 인구조사국 국민건강인터뷰 조사, 의료비 지출조사, 미시건대 보건·퇴직자 분석 4개의 미국 조사자료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조사 대상은 252만 7378명에 이른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전 세계 모든 인종과 민족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질병과 고통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또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중년층이 노년층보다 더 많은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년층에 들어서면서 급성 통증에서 시작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대부분 노년층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미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는 대학 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도 중년이 노년층보다 더 많은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중년층은 조사대상의 3분의 2가량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수준이 낮을 경우 실직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고 사회적 고립, 가정생활의 취약성 같은 사회적 문제는 물론 약물 및 알콜 과다복용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앵거스 디턴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물리적 통증은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두드러지게 현재 중년층의 고통지수가 노년층보다 높다”라고 지적했다. 디턴 교수는 “많은 나라들이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데 중년기 때부터 통증과 각종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라며 “국가나 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월드피플+] 장애를 넘어선 사랑…난치병 남성과 여성의 작지만 큰 결혼식

    [월드피플+] 장애를 넘어선 사랑…난치병 남성과 여성의 작지만 큰 결혼식

    희소 난치병으로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 남성과 비장애 여성이 4년 열애 끝에 부부의 결실을 맺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NBC 투데이닷컴은 희소 난치병을 가진 셰인 버코(28)와 그의 연인 한나 옐워드(25)가 줌 화상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자택 뒤뜰에서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애초 가족과 함께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뒷마당에서 간소하게 혼인 예식을 치렀다. 신랑 버코는 “우리의 사랑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며 결혼 소식을 전했다. 신부 옐워드도 “우리가 꿈꿔온 성대한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완벽했다. 우리는 부부가 됐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는 남자 중 가장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다니 엄청난 행운”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한 다큐멘터리의 실제 모델과 시청자로 처음 연을 맺었다. 신부는 “오래 전 남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 유머 넘치는 글솜씨가 인상적이었다”고 추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영상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결국 사랑에 빠졌다.첫 데이트에서 옐워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녀는 “행여 버코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으로 입맞춤하던 날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가다 팔꿈치로 그를 찔렀는데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더라”고 설명했다. 신랑인 버코는 난치병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다.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의 퇴행으로 근육 위축과 근력 감소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정도에 따라 먹고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의지대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한다. 영유아기에 발생하면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버코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2살 때부터 전동 휠체어 신세를 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 버코의 장애는 결코 장애가 아니었다.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야말로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유일한 장애물이었다.사실 버코에게 편견은 일상이었다. 2015년 당시 교제 중이던 다른 여성과 인터뷰에 나선 버코는 “사람들은 우리가 연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남매 아니면 환자와 간병인 사이일 거라고 단정 짓는다”고 밝혔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질문이 반복되자, 여자친구가 한번은 “우리 아빠”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버코가 쓴 책 ‘낯선 사람들은 내 여자친구가 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Strangers Assume My Girlfriend Is My Nurse”)는 바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버코는 이후로 꾸준히 저술과 강연, SNS 활동을 펼치며 세상과 싸웠다. 몇 권의 책을 펴냈으며, 하버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등 유수 대학에 강연을 나갔다. 장애인 권리 운동 단체도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옐워드 역시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며 장애에 대한 사회의 사고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기다리고 있다. 화상 결혼식에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심 어린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옐워드는 “많은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장애인에게 성적 활동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건 해로운 고정관념”이라고 못 박았다. 2세도 같은 장애를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은 병에 걸릴 일은 없다. 한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버코가 말했다. 옐워드는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보통의 연인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것”이라면서 “내가 버코의 화장실 사용을 돕고는 있지만, 그런 부류의 일이 결코 둘 사이의 지적, 감정적, 육체적 연관성을 훼손시키지 않는다”고 굳건한 사랑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중국인으로 중국을 때린다… 트럼프의 이화제화

    중국인으로 중국을 때린다… 트럼프의 이화제화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의 포연’이 자욱한 가운데 중국을 공격하는 최첨병으로 두 화런(華人·중국계 미국인)이 나섰다. 미국 국무부에서 중국에 대한 공격의 큰 그림을 그리는 위마오춘(餘茂春·58) 전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인 틱톡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정조준하는 특급 저격수 장멍(蔣蒙·43) 전 퍼듀대 공대 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인으로 중국을 제압하는 ‘이화제화(以華制華) 전략’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최근 ‘미중관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참모들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만든다’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미 정부의 대중정책 구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 국무부 소속 위마오춘 중국정책 수석고문과 미 퍼듀대 공대 학장을 지낸 장멍 과학기술 보좌관을 집중 조명했다. 위 교수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대중 정치와 외교 분야를 자문한다면 장 학장은 인터넷 등 과학기술 분야를 조언하고 있다. 1962년 중국 동중부 안후이(安徽)성에서 태어난 위 교수는 충칭(重慶)에서 어린 시절 ‘광기의 10년’인 문화혁명을 체험하며 성장했다.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남서쪽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1994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4년부터 미 해사에서 동아시아 역사, 전쟁사를 강의하며 1997년 ‘중국 내 미국 스파이’(OSS in China·在中美國間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무부에 들어가 대중정책을 이끌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그는 국무부 입성을 앞두고 미국으로 귀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를 “국보”라고 추켜세운다.위 교수는 지난 6월 미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린 시절 문화혁명을 겪는 과정에서 혁명적 급진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와 함께 중국 공산당과 공산당이 저지른 많은 범죄를 옹호하는 서방 인사들을 경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의 대중정책이 “너무 자주 중국의 가짜 분노를 달래는 데 애썼다”며 “사실 중국 정권의 핵심은 취약하고 서양, 특히 미국과의 대립에 대해 편집증적”이라고 비난했다. 위 교수는 이어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분리하고 중국을 밀어붙여 “말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물과 물고기를 서로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일찍이 “인민이 물이라면 공산당은 물고기라면서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물과 물고기를 분리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미국은 중국인을 친구로, 중국 공산당을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위 교수의 언급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 내에 소개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를 중국인 간신(매국노·반역자)이라는 뜻의 ‘한젠’(漢奸)이라고 부른다. 통상적으로 송나라 이후 이민족 통치에 협력한 중국인들을 일컫는 이 말은 근현대 들어서는 친일파와 변절자, 반체제 인사 등을 모두 아우른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온다. 20대 초반 중국을 떠날 때 그의 머릿속엔 서방에 대한 숭배만 가득했을 것”이라며 위 교수를 대표적인 “한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보(大公報) 등 홍콩 친중국계 언론들도 “위 교수가 미국 내 중국계 학자나 유학생들이 간첩 행위를 한다고 근거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 때문에 위 교수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중국에서 수난을 당했다. 중국 인터넷에 충칭(重慶)시 융촨(永川)중학(중고등학교)의 역대 대입 수석 기념 비석(1979년 문과 수석)에 있는 그의 이름을 끌로 지우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퍼뜨리며 “한젠의 이름은 지워야 마땅하다”고 환호하기도 했다.1977년 톈진에서 태어난 장 학장은 1988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5년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 2003년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컴퓨터공학 전문가로 성장했다. 2011년 명문 프린스턴대 교수가 된 그는 2017년 40세에 퍼듀대 공대 학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폼페이오 장관의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중 ‘기술전쟁’에 나서는 과정에서 기술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 학장은 무선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자로 통한다. 프린스턴대 전자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3년 미국 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가 수여하는 ‘앨런 워터먼 상’(Alan T Waterman Awards)을 받기도 했다. 40세 이하의 걸출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그가 펴낸 ‘네트워크의 힘’(The Power of Networks)은 대학생들이 교재로 쓸 정도로 유명하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중국어 번역판이 나왔다. 퍼듀대 공대는 그의 지도에 힘입어 미국 10대 공대로 발돋움했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과학기술정책 보좌관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다. 위 교수와 대중 강경론자인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가 공들여 영입한 인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장 학장은 지난 5월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중국과 대만이 각각 어떻게 다뤘는지를 날카롭게 비교해 분석했다. 당시 그는 “투명성은 독재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 그래서 사회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체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그들(장멍을 포함한 조언자들)은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그들은 미국이 중국을 거칠게 대하기로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 발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학장 등 조언자들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거대한 충격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전문가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들의 성향이 반중국적이라 선발된 게 아니고 이들이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취하고 싶은 조치와 관련한 분야의 전문가들이기에 뽑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중국의 목’을 찌르는 가시, 두 화런(華人)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목’을 찌르는 가시, 두 화런(華人)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지난 2018년 7월 관세 폭탄을 시작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전방위 융단폭격을 하면서 미중관계는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중국 소수민족 인권 보호 등 여러 명분을 내세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려 놨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반도체부품 공급망을 겨냥해 화웨이 제재가 한층 강화했고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인 더우인(抖音·TikTok)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Wechat) 등 인터넷서비스 분야까지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홍콩 특별대우 박탈하는 등 초강수도 내놨다. 미국 정부가 산업과 금융, 외교 등 중국 압박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카드는 꺼내든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의 포연’(砲煙)이 자욱한 가운데 중국을 공격하는 첨병에 두 화인(華人·중국계 미국인)이 등장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중국에 대한 공격의 큰 그림을 그리는 위마오춘(餘茂春·Miles Yu·58) 전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와 급부상하는 중국 정보기술(IT)기업을 ‘원샷 원킬’하는 특급 저격수 장멍(蔣蒙·Mung Chinag·43) 전 퍼듀대 공대 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중국인으로 중국을 제압하는 ‘이화제화(以華制華)’에 나선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지난 7일 ‘미중관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참모들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만든다’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미 정부의 대중(對中)정책 구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소속 위마오춘 중국정책 수석고문과 장멍 과학기술 보좌관을 조명했다. 위 교수가 폼페이오 장관에게 대중 정치와 외교 분야를 자문한다면 장 학장은 인터넷 등 과학기술 분야를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1962년 중국 동중부 안후이(安徽)성에서 태어난 위 교수는 충칭(重慶)에서 어린 시절 ‘광기의 10년’인 문화혁명을 체험하며 성장했다.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남서쪽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1994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4년부터 미 해사에서 동아시아 역사, 전쟁사를 강의하며 1997년 ‘중국 내 미국 스파이’(OSS in China·在中美國間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무부에 들어가 대중정책을 이끌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그는 국무부 입성을 앞두고 미국으로 귀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를 “국보”라고 추켜세운다.위 교수는 지난 6월 미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는 과정에서 혁명적 급진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와 함께 중국 공산당과 공산당이 저지른 많은 범죄를 옹호하는 서방 인사들을 경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의 대중정책이 “너무 자주 중국의 가짜 분노를 달래는 데 애썼다”며 “사실 중국 정권의 핵심은 취약하고 서양, 특히 미국과의 대립에 대해 편집증적”이라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이어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분리하고 중국을 밀어붙여 “말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물과 물고기를 서로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일찍이 “인민이 물이라면 공산당은 물고기라면서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물과 물고기를 분리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미국은 중국인을 친구로, 중국 공산당을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위 교수의 언급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 내에 소개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를 중국인 간신(매국노, 반역자)이라는 뜻의 ‘한젠’(漢奸)이라고 부른다. 통상적으로 송나라 이후 이민족(遼·元·淸나라 등) 통치에 협력한 중국인들을 일컫는 이 말은 근현대 들어서는 친일파와 변절자, 반체제 인사 등을 아우른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온다. 20대 초반 중국을 떠날 때 그의 머릿속엔 서방에 대한 숭배만 가득했을 것”이라며 위 교수를 대표적인 “한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보(大公報) 등 홍콩 친중계 언론들도 “위 교수가 미국 내 중국계 학자나 유학생들이 간첩 행위를 한다고 근거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 때문에 위 교수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중국에서 수난을 당했다. 중국 인터넷에 충칭(重慶)시 융촨(永川)중학(중고등학교)의 역대 대입 수석기념 비석(1979년 문과 수석)에 있는 그의 이름을 끌(丁)로 지우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퍼뜨리며 “한젠의 이름은 지워야 마땅하다”고 환호하기도 했다.1977년 톈진에서 태어난 장 학장은 1988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5년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 2003년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컴퓨터공학 전문가로 성장했다. 2011년 명문 프린스턴대 교수가 된 그는 2017년 40세에 퍼듀대 공대 학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중 ‘기술전쟁’에 나서는 과정에서 기술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 학장은 무선통신과 사물인터넷(IoT), AI 분야 등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자로 통한다. 프린스턴대 전자공학 교수로 재직중이던 2013년 미국 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가 수여하는 ‘알란 워터만 상’(Alan T Waterman Awards)을 받기도 했다. 40세 이하의 걸출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그가 펴낸 ‘네트워크의 힘’(The Power of Networks)은 대학생들이 교재로 쓸 정도로 유명하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중국어 번역판이 나왔다. 퍼듀대 공대는 그의 지도에 힘입어 미국 10대 공대로 발돋움했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과학기술정책 보좌관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다. 위 교수와 대중 강경론자인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가 공들여 영입한 인물로 전해졌다.SCMP에 따르면 장멍은 지난 5월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중국과 대만이 각각 어떻게 다뤘는지를 날카롭게 비교해 분석했다. 당시 장 학장은 “투명성은 독재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 그래서 사회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체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그들(장멍을 포함한 조언자들)은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그들은 미국이 중국을 거칠게 대하기로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 발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학장 등 조언자들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거대한 충격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전문가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들의 성향이 반중국적이라 선발된 게 아니고 이들이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취하고 싶은 조치와 관련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기에 뽑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현실과 타협해 안주할 수 있는 전문직인 의사들 중에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이 많다.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포상을 받은 의사 또는 의대 재학생은 70여명이며 포상을 받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면 150여명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일제시기 한국 의사들의 독립운동’, 의사학(醫史學) 통권 33호). 1908년 배출된 세브란스의학교 1기 졸업생 7명 가운데 김필순, 박서양, 주현측, 신창희 등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김마리아의 숙부로 안창호와 의형제를 맺은 김필순은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박서양은 대한국민회 군사령부의 군의(軍醫)였다. 대한의원 부속의학교 학생이었던 오복원과 김용문은 이재명 의사와 함께 이완용 처단에 가담해 각각 징역 10년형과 7년형을 받았다.‘몽골의 슈바이처’, ‘신의’(神醫)로 불리는 이태준도 빼놓을 수 없다. 세브란스의학교 2회 졸업생으로 김필순의 후배인 이태준은 몽골에 병원을 세워 의술을 베풀고 독립운동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달 17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태준의 고향인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을 짓는 첫 삽을 뜬 것이다. 기념관은 이태준 서거 100년이 되는 내년 1월 완공된다. ●고향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 내년 개관 이태준 선생은 1883년 11월 21일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에서 출생했다. 위쪽으로 경전선 철도가 지나가는 백이산의 서쪽 자락이 명관리인데 선생의 생가터는 명관저수지에 수몰돼 있다. 이태준은 일찍 결혼해 두 딸을 낳았는데 첫 부인 안위지는 둘째 딸을 낳고 사망했다. 두 딸은 동생 이태식이 길렀다. 한학을 배운 선생은 20대 초반에 상경해 24세 때인 1907년 10월 세브란스의학교에 입학했다. 상경과 입학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독교 선교사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생은 재학 시절 도산 안창호를 만났다. 안창호는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 의거 후 일제에 체포됐다가 이듬해 2월 석방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창호는 선생의 구국 의지를 알아보고는 신민회의 자매단체인 청년학우회에 가입하도록 소개했다. 그러는 사이 나라는 일제에 넘어갔다. 선생은 1911년 6월 학교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1912년 초 선생은 중국으로 망명했다. 망명 동기는 중국 난징으로 간 직후 미국에 있던 안창호에게 보낸 1912년 7월 16일자 편지에 밝히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에 분개하던 차에 1911년 10월 발발한 중국의 신해혁명에 크게 감동했다는 것이다. 선배이자 스승인 김필순의 영향도 컸다. 일제가 조작한 ‘105인 사건’에 걸려든 김필순이 먼저 탈출하고 선생은 상황을 봐 가면서 뒤따라 결행하기로 했다. 1911년 마지막 날 김필순은 신의주 세브란스분원에 출장 간다며 경의선 열차에 올랐다. 여동생 김순애가 동행했는데 김순애는 후일 이태준과 몽골로 함께 간 독립운동가 김규식과 결혼한다. 김필순을 배웅하고 병원으로 돌아온 이태준은 뜻밖에도 자신이 중국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음을 알고 황급히 기차를 타고 망명길에 올랐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난징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선생은 중국인 기독교도의 도움으로 기독회의원 의사로 취직했다. 김필순은 서간도에서 병원을 열어 독립군 군의관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했는데 1919년 사망하기 전 선생과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1912년 중반 선생은 한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독립운동에 나설지 고심했다. 선생의 선택은 몽골이었다. 이는 김필순의 매제인 김규식의 권유 때문이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 유학하고 귀국해 연희전문학교 교수 등을 하던 김규식이 국내를 탈출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것은 1913년 중반이었다. 김규식은 신해혁명에 자극을 받아 몽골에 비밀군관학교를 설립할 작정이었다. 선생은 김규식과 1914년 무렵 몽골 수도인 고륜(庫倫·현 울란바토르)으로 갔다. 후일 비행사가 되는 서왈보라는 애국청년도 동행했다. 그러나 세 사람의 계획은 국내 지하조직에서 약속한 자금이 도착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해 가을 김규식은 피혁 판매업을 시작했고 선생은 고륜에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열었다. ‘같은 뜻’이라는 병원 이름에서도 선생의 항일의식을 읽을 수 있다. 몽골을 떠난 김규식은 1918년 5월 앤더슨 마이어 회사의 울란바토르 지점장이 돼 고륜으로 다시 올 때 사촌 여동생 김은식과 함께 왔고 선생은 김은식과 결혼했다.●몽골 보그드칸 어의돼 최고등급 ‘국가 훈장’ 당시 몽골인들 사이에는 성병이 번져 70~80%가 감염돼 있었다. 선생은 특히 몽골인들의 성병 퇴치에 큰 공을 세웠다. 미신적 치료법밖에 모르던 몽골인들에게 근대 의술을 펼친 선생은 신과 같은 존경을 받았다. ‘까우리(고려) 의사’ 이태준을 모르는 몽골인이 없을 정도였고 ‘신인’(神人)이나 ‘여래불’(如來佛)로 불렸다(여운형, ‘몽고사막 여행기’). 선생은 왕궁의 두터운 신임도 얻어 몽골 활불(活佛), 즉 몽골 왕 보그드 칸의 어의(御醫)가 됐다. 1919년 7월 보그드 칸은 이태준에게 최고 등급의 국가훈장을 수여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군의관 감무로도 활동 이태준은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지원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썼고 고륜을 오가는 애국지사들에게 숙식과 교통을 비롯한 갖은 편의를 제공했다. 그의 병원과 집은 하루에 사오십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묵기도 한 연락처 겸 거점이었다.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에 대표로 파견될 때 당시로서는 거액인 2000원을 지원한 것도 선생이었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군의관 감무(監務)로도 활약했다. 한인사회당이 소비에트 정부에서 받은 40만 루블어치의 금괴 운송에 선생이 깊숙이 관여한 일도 주목할 만하다. 선생은 한인사회당의 비밀연락원이었다. 40만 루블의 1차분인 8만 루블에 해당하는 금괴를 선생과 김립은 1920년 초겨울 고륜에서 상하이까지 성공적으로 운반했다. 무게가 수백㎏이었다고 하니 들키거나 도둑맞지 않고 옮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금괴 운반을 마친 선생은 베이징에서 의열단장인 김원봉을 만나 자신의 차량 운전사이던 폭탄제조 기술자 마자르를 소개했다. 헝가리인 마자르는 선생이 죽은 후 의열단에 폭탄 제조법을 알려주었다. 마자르의 폭탄 제조법 전수는 의열단 거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선생은 러시아 백위파 운게른 부대가 고륜을 점령한 1921년 2월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3000여명의 대원을 거느린 운게른은 러시아혁명군에 쫓겨 몽골로 들어온 잔혹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운게른은 중국군을 몰아내고 대대적인 약탈과 살육을 자행했다. 운게른 부대의 일본인 장교들은 선생을 체포해 처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선생은 고륜을 빠져나와 상하이로 가던 도중 붙잡혀 고륜으로 끌려가 잔인하게 처형당했다. 선생의 나이 38세였다. 11개월 된 딸도 죽임을 당했다. 선생은 중국군 사령관의 퇴각 동행 요구도 거절했다. 고륜에 남아 김원봉에게 마자르를 소개하기로 한 약속 등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고륜의 구릉에 있던 이태준의 묘를 찾은 여운형은 “이 땅의 민중을 위하여 젊은 일생을 바친 한 조선청년의 거룩한 헌신과 희생의 기념비”라고 애도했다. 선생의 묘는 그 뒤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몽골 정부는 묘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2001년 7월 울란바토르에 이태준 기념공원이 문을 열어 넋을 기리고 있다. 정부는 1990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학대받고 자란 아이, 노화·치매 더 빨리 옵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학대받고 자란 아이, 노화·치매 더 빨리 옵니다

    아동학대 관련 소식은 들을 때마다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고자 정부는 최근 민법에 규정된 부모를 비롯한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징계권은 체벌 정당화로 아동학대의 빌미를 제공해 왔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 왔습니다. 어린 시절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심한 체벌이 트라우마로 남아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실험심리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어린 시절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사춘기가 빨리 찾아오고 세포와 뇌의 노화 속도가 빠르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심리학 회보’ 8월 3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고서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79개 논문과 보고서를 메타분석했습니다. 이들 연구 분석 대상은 총 11만 6000여명에 달합니다. 메타분석은 비슷한 주제로 연구된 문헌들을 통계적으로 통합하거나 비교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 내는 연구 방법입니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언어적·신체적 폭력, 정서적 방임, 방치 등을 겪은 성인들의 각종 건강 지수를 분석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 학대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염색체 손상을 막아 주는 텔로미어가 훨씬 짧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신체 세포와 뇌 세포의 노화 속도가 또래보다 2~3배 빠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아동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대뇌 피질의 두께도 얇아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미국 노터데임대 생물학과, 미시건대 인류학과, 듀크대 통계과학과·진화인류학과, 텍사스 샌안토니오대, 프린스턴대 생태진화생물학과, 케냐 나이로비 케냐국립박물관 영장류연구소 공동연구팀도 개코원숭이 192마리를 대상으로 관찰실험을 한 결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성인이 되고서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삶을 영위하더라도 스트레스지수가 일반인들보다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8월 4일자에 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인과 강한 사회적 관계를 갖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지수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개코원숭이들은 성인이 되고서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지낸 개코원숭이들처럼 생활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평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9~14%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랑의 매’ 또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훈육’을 정량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대 때리는 것은 괜찮고 두세 대를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딱 잘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훈육의 기준은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체벌 없이 훈육하는 방법을 아이와 함께 고민할 때 아이도, 부모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edmondy@seoul.co.kr
  • 美, 방위비 협상 대표 왜 일본통으로 바꿨나

    美, 방위비 협상 대표 왜 일본통으로 바꿨나

    미국이 신임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로 ‘일본통’인 도나 웰턴 전 주아프가니스탄 부차석대사를 임명하고, 한미뿐만 아니라 미일 방위비협상도 맡긴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방위비협상이 장기간 공전되고 있지만 실무 협의는 끝났고 양국의 결단만 남은 상황에서 미국이 미일 방위비협상에 주력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웰턴 신임 대표는 1984년 후일 국무부에 통합된 해외공보처(USIA)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92년 프린스턴대 아시아 미술·고고학과에 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본 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지내기도 했다. 2000년 국무부로 돌아온 뒤 일본 삿포로와 나고야에서 공공외교 업무를 맡은 데 이어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주일 미국대사관 정무 담당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했다. 웰턴 신임 대표가 한국에서도 잠시 근무했지만, 한미보다는 미일 방위비협상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미일 방위비분담협상은 올해 가을 개시될 예정인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현재 분담금의 네 배에 달하는 8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미 방위비협상은 이미 실무 협상단에서 고위급으로 넘어갔기에 현재로선 실무 협상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어렵다. 한미 협상단은 지난 3월 유효기간 5년에 첫해는 전년 대비 13%, 나머지 해는 매년 7~8% 인상하는 것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양국 정상이나 고위급이 타협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위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 방위비협상은 실무선이 아닌 백악관과 청와대 간에 이뤄져야 할 문제이기에 웰턴 대표의 임명이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샤이 트럼프’ 결집용 가을 개강 고집에… 냉가슴 앓는 유학생

    ‘샤이 트럼프’ 결집용 가을 개강 고집에… 냉가슴 앓는 유학생

    “너무나 많은 대학이 급진좌파 이념에 물들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념 주입이 아닌 교육을 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초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고 대학의 면세 지위 및 연방정부 자금 지원에 대한 재검토를 언급했을 때 미 대학들은 돈을 죄어 압박하는 ‘트럼프식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소위 ‘배운 자’ 집단인 대학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인종차별적 적대감과 까다로운 비자 시스템 등이 미국 대학의 세계 경쟁력을 급격히 낮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학계의 반트럼프 정서를 ‘급진좌파’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공격한 셈이다. 양측의 해묵은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신입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단행하는 식으로 터졌다. 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 강좌를 고집하는 대학들에 재정수입의 한 축인 유학생을 무기로 가을학기 정상 개교를 압박한 것이다. 하버드, 프린스턴 등 대학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결과 피해자는 죄 없는 신입 유학생이었다. 이들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불과 30일도 안 남았다.지난달 6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오는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에 100%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F1 및 M1 비자 유학생’에 대해 미국 체류 및 신규 비자 발급을 모두 금지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놓았다.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200여개 대학과 17개 주 정부가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역풍에 부담을 느낀 듯 닷새 만에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0여일 뒤인 같은 달 24일 이번엔 가을학기에 100%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는 ‘신입 유학생’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외국인 학생들은 학기당 한 과목만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지난 학기에 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 강의를 예외로 허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ICE는 이런 예외가 재학생에게만 적용되며 신입생은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1800개 대학으로 구성된 미교육협의회(ACE)는 “실망스럽다”고 비판했고 학계는 교육의 평등권에 위배되며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학의 속내는 복잡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거주자보다 비싼 등록금을 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대학들을 괴롭힐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9~2020학년도 브라운대의 국제학생 등록금은 7만 3836달러(약 8840만원)로 미국 내 거주자(5만 8504달러·약 7003만원)보다 26.2%(약 1840만원) 비싸다. 미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이 2.5배나 많은 등록금을 내는 학교도 있다”며 “코로나19로 한 학기를 다니면 다음 학기는 무료로 해 주는 혜택 등이 생기고 있는데,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가을학기에 전면 온라인 강의를 택한 하버드대·MIT·프린스턴대 등 1250여개 대학(12%)은 신입 유학생을 받지 못한다. 이 외 온·오프라인 혼합 강의를 택한 곳은 34%고, 50%가량은 전면 대면 강의로 복귀한다. 대학가는 전면 온라인 강의를 택한 대학의 경우 유학생이 15~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만으로도 미국 현지 학생은 10%, 국제학생은 최대 1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었다. 신입 유학생의 감소가 미국 대학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대학들이 더욱 우려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백인 외 인종에 대해 적대감을 보여 왔는데, 여기에 비자 발급까지 까다로워진다면 캐나다, 호주, 영국 등 다른 영어권 국가로 인재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 대학에 재정적 수입이 주는 것은 물론 다양성을 양분으로 발전해 온 미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한편 미국에 우호적인 민간외교관도 줄어들 수 있다. 오하이오주의 한 대학 직원은 “신입 유학생뿐 아니라 기존 유학생들도 코로나19로 미국 영사관이 한동안 문을 닫으면서 비자를 받는 게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법적 입국 시한 전에 미국에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대학의 신입 유학생들도 원칙적으로는 비자 발급을 받을 수 있지만 영사관 측이 대면 강의 수강을 증명하는 까다로운 수준의 서류를 요구한다면 역시 기한 내 입국이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생들은 원칙적으로 개학 전에 입학해야 하는데, 이번 가을학기는 대부분 오는 24일에 문을 연다. 다만 미국 대학의 경쟁력 저하 우려에는 유학생을 소위 ‘봉’으로 취급한 대학 당국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로 살림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 수를 늘리며 재정 확충에 성공했으나 너무 오른 등록금은 외려 학생 증가세 둔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제 2014~2015학년도에 전년보다 10% 늘었던 미국 대학 유학생 수 증가율은 2016~2017학년도 3.4%로 떨어졌고 2018~2019학년도에는 0.05%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2008~2009학년도에 67만 1616명이었던 유학생 수가 10년 만에 109만 5299명으로 늘었지만 증가율은 매년 줄어든 것이다. 한국 학생들도 미국 외 영어권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교육부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 수는 지난해 5만 4555명으로 2018년(5만 8663명)보다 7% 감소한 반면 캐나다는 2018년 1만 2279명에서 지난해 1만 6495명으로 34.3%가 늘었다. 뉴질랜드(28.3%), 호주(11.7%), 영국(11.1%) 등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힘들게 미국 대학에 입학한 신입 유학생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메일을 보내 입학을 다음 학기로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은 그냥 본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생 김모씨는 “수만 달러에 달하는 학비를 내고 미국 입국도 못 한 채 온라인 수업을 들으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2018년 10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에도 미 행정부가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많은 중국 유학생이 미국의 지식재산을 훔치기 위해 미국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유학생 비자 제한을 포함한 반이민 기조는 시골 지역의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다. 결국 대학가는 오는 11월 대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민주당 조 바이든(전 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인권, 환경, 다자주의를 중시하고 인종차별적인 분위기가 상당 부분 줄어드는 ‘정상화’가 진행될 거라는 기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하버드대·MIT 신입생, 美비자 못 받는다

    하버드대·MIT 신입생, 美비자 못 받는다

    미국이 가을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대학에 등록하려는 신입생의 입국을 금지한다. 대학들의 가을학기 정상화를 압박하려 온라인 강좌만 듣는 유학생 전체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던 정책이 역풍으로 좌절되자 타깃을 신입 유학생으로 좁힌 것이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대학 당국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올해 3월 9일까지 등록이 안 된 신입생이 이번 가을학기에 전면 온라인 수강을 계획한다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공지했다. 반면 현재 외국에 있는 재학생들은 전면 온라인 수강을 하더라도 비자가 유지된다. 미국 대학의 외국인 학생들은 학기당 한 과목만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지난 학기에는 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 강의도 예외로 허용했다. 하지만 ICE는 이런 예외가 재학생에게만 적용되며 신입생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치로 전면 온라인 강의를 택한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프린스턴대 등 1250여개 대학(12%)은 신입 유학생을 받을 수 없다. 나머지 중 온·오프라인 혼합강의를 택한 곳은 34%이고, 그 외에는 전면 대면 강의로 복귀한다. 미국 내 한 대학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대학의 신입 유학생들도 비자 발급을 위해 대면 강의 수강을 증명하는 까다로운 수준의 서류를 요구받을 수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뉴저지주 교육부가 “외국인 혐오적이며 불법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인권 문제로도 불거지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우주의 실제 나이는 137억 7000만년”

    인류가 품은 오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는 ‘우주의 나이가 과연 얼마일까’이다. 칠레 아타카마 우주망원경(ACT)으로 빅뱅을 추적해 온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해답을 제시했다. 이들이 밝힌 정확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 7000만년, 오차 범위는 ±4000만년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네이처닷컴 등에 따르면 프린스턴대 출신을 중심으로 7개국 41개 기관에서 14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2013~2016년 ACT로 관측한 연구 결과를 두 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를 통해 발표했다. 빅뱅의 잔상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마이크로파배경(CMB)은 빅뱅 뒤 38만년이 흘러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면서 광자(빛)의 운동을 방해하던 자유전자가 수소나 헬륨 원자핵에 붙잡혀 퍼지게 된 가장 오래된 빛이다. 우주의 관점으로 볼 때 38만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CMB는 빅뱅 직후에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유럽우주국(ESA) 공동연구단은 지난 2009~2013년에 플랑크 위성(2009년 우주배경복사 연구를 위해 ESA가 발사한 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CMB 복사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유례없는 정밀도로 CMB 우주론의 표준이 됐다. 칠레 연구팀은 플랑크 위성보다 해상도가 더 높은 ACT를 활용해 CMB 지도 작성에 나섰다. 결과에 따라 기존 CMB 연구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지만 둘 간 오차가 0.3%밖에 나지 않아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카디프대학의 우주학자 에르미니아 칼라브리시 박사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측정된 두 개의 자료를 갖게 됐다. 두 자료의 허블 상수 차이가 0.3%밖에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우주팽창률을 보여주는 허블 상수를 67.6㎞/s/Mpc로 제시했다. 지구에서 1메가파섹(Mpc·326만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당 67.6㎞씩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의미다. 이는 ESA의 플랑크 위성 자료로 산출한 값과 거의 일치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