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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노벨평화상 8주년 강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남북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을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을 기념해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에서 “비록 늙고 힘없는 몸이지만 오늘의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지난달 27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시키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이후 여권의 집중포화에도 침묵을 지키다 이날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갈등이 아닌 협력과 설득으로 대북정책 전환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은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남북관계 등 3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면서 “파멸적인 타격을 받는 냉전과 동족간 위험한 대결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또 “오바마 정권의 등장 등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 대화로 해결하려는 조류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잘못하면 1994년 제네바회담 당시 겪었던 통미봉남식 고립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강연자로 나선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북·미 직접 대화의 방법으로 “평양 특사 파견이 한 가능성일 수 있다.”면서 “헨리 키신저,빌 페리,샘 넌 같은 분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민노당 15일 대규모 방북

    북한이 직통전화 단절 등의 조치를 취해 남북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방북단 20명이 1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 고위급 인사와 접촉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방북단은 방북 이틀째인 16일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대표를 공식으로 만날 예정이다. 특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방북단은 또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개성공단 폐쇄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민노당 이영순 자주통일위원장은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는 분위기에서 방북길에 올라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이번 방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민노당은 북핵사태가 불거진 2006년 10월에도 평양을 방문해 김 상임위원장과 면담한 바 있다. 강기갑 대표와 이 위원장 등 실무단이 주축이 된 방북단은 15일 오전 항공편으로 중국 선양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다.17일에는 묘향산을 관광하고,18일에는 남북정상회담 실천을 촉구하는 토론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김 상임위원장과는 19일 오전 면담이 유력시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고위급 인사 여러 명과의 면담을 요청해놨다.”고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과 면담이 성사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이 불거진 뒤 남측 관계자가 만나는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민노당이 가져갈 ‘카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미리 밝힐 수 없지만 다양한 현안을 최대한 많이 담아가 성과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 입주자대표들은 최근 이 위원장을 찾아 “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방북에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국회에서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에 전단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잘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밝혔다.●정세균 민주대표 평양 방북 무산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갖고 “지난달 밝힌 평양방문 계획이 아직 소득이 없다.”고 말해 민주당의 연내 방북은 사실상 물건너 갔음을 내비쳤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전문가 “짧으면 1년 후 김정일 유고상황 올수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사망등으로 인한 통치 불능 상황) 시기가 짧으면 1년 정도 남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인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6일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짧으면 1년,길게 잡아야 4∼5년이고 전문가들은 5년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홍 소장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현재 해외 의학전문가들의 분석과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유고는 멀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해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얼굴에 병색이 짙었다는 분석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병세는 위중한 상태”라며 “66세 고령에 심장·신장·당뇨 문제가 결합되어 치료가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동선 PD도 이에 대해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상태”라는 고위 정보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알렸다. 오 PD는 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최근 며칠 사이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또 다시 제기돼 정보 당국이 바짝 긴장한 적이 있는데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62주년을 맞아 김일성종합대학팀과 평양철도대학팀 간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했으나,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은 보도되지 않아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장소와 시간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김 위원장이 생존을 강조함으로써 내부 체제를 단속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南北 10·4선언 1년]南北 불신 악순환… 평화·경협8개항 끝모를 ‘동면’

    [南北 10·4선언 1년]南北 불신 악순환… 평화·경협8개항 끝모를 ‘동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10·4선언)이 탄생한 지 4일로 1주년이 된다. 남북이 10·4선언을 통해 평화체제·경협 등 8개 항에 걸친 방대한 내용에 합의했지만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10·4선언 이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현 정부는 10·4선언 등 남북간 모든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면서도 합의된 대로 경협사업을 이행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10·4선언 1주년에 즈음해 정부는 남북간 모든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했던 남북간 모든 합의들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실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해서 실천 가능한 이행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10·4선언 1주년에 대한 성명 발표나 당국 차원의 기념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언들의 합의 정신은 존중하지만 지난 정부가 했던 합의인 만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과 ‘비핵·개방·3000’ 등을 내세우며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측에 “기존 모든 선언들의 이행방안을 마련하려면 만나서 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북측은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 이행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하자는 것은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의장성명에 10·4선언 문구를 넣는 문제로 남북간 대립하면서 골이 더욱 깊어졌다. 10·4선언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해소하려면 우리측은 10·4선언 중 이행가능한 의제를 추려 북측에 제안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고 북측도 이에 응해 대화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 정부가 10·4선언 이행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의된 대로 경협사업 등을 모두 추진하려면 수십조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가 최근 한나라당에 제출한 ‘10·4선언 합의사업 소요 재원 추계’자료에 따르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비롯, 철도·도로 개보수,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자원개발, 농업협력 등 40여개 항목을 이행하려면 재정과 민자를 포함해 14조 3000억원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당국자는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니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북측과 추가협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경협 합의는 현 정부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서해지대 조성은 안보적 차원에서 우리측 입지를 축소시키고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은 구체적 조치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0·4선언 합의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우리측도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합의된 경협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최대 55조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등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는 투입 대비 최대 3.6배의 생산 유발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은 남북 경협 추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정일 건강이상설] 주목 받는 北 후계구도

    [김정일 건강이상설] 주목 받는 北 후계구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북한 정권의 후계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는 김정일의 세습체제가 확고했었다. 현재는 두드러지는 승계자가 없어 불안정성이 더 높은 것이 차이다. 군 고위관계자도 10일 “뚜렷한 후계구도의 그림이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이로 인한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6세인 김정일 자신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이 62세 때 후계자로 선정됐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10일 후계 구도로 부자 세습, 국방위원회 중심의 군부 통치, 군부 및 노동당 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지금 당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군부 및 노동당 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가장 높다. 확실한 2인자가 오랫동안 없었던 것도 이유다. 김 위원장 통치 14년 동안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조해오면서 군부에 힘을 실어왔다. 정상적인 정치·경제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군을 앞세워 사회를 지탱해온 것이다. 비상계엄 형태로 군이 전면에 나서 단기간은 위기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의 봉건적·가부장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부자세습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세 아들인 정남(37), 정철(27), 정운(24)도 후계자로 거론된다. 장남인 정남과 삼남인 정운의 가능성이 차남 정철보다 높다. 정철은 ‘여성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고, 마약 중독설도 나돌고 있다. 특히 정남은 거주하던 베이징을 떠나 지난 7월 말부터 평양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계작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ARF “금강산피살 조속해결” 성명

    아세안 10개국과 남북, 미·중·일·러 등 2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아·태 지역 다자안보포럼인 제1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이날 의장 성명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했다. 또 10·4 남북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지 여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장관들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또 성명은 “장관들은 회담에서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10·4선언을 주목한다.”면서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명은 “6자 비공식 외교장관회동과 북한의 핵신고를 환영하고 효과적인 검증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의 조속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최근의 진전이 비핵화 2단계의 조속한 완료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외에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와 중국의 지진 피해 등에 대한 위로와 함께 재난 구호와 관련한 역내 협력 방안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앞서 이날 참가국들은 빈부 격차, 식량·에너지 위기,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 복구 문제 등 지역내 현안과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건국 60주년] 北核··4강 틀 탈피 다변화 외교 체제로

    [건국 60주년] 北核··4강 틀 탈피 다변화 외교 체제로

    남북 경합외교에서 다변화 외교로.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외교는 냉전 시대의 남북 대결외교와 탈냉전 시대의 외교 다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1948년 남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한 뒤 양측은 각자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서로 먼저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열을 올렸다. 남북 대결외교는 1991년 9월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동시 가입이 확정될 때까지 냉전 시대 상징으로 여겨졌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이 경쟁하느라 적극적으로 수교하다 보니 당시 경제적 능력에 비해 외교 분야는 많이 치고 나간 셈이 됐다.”며 “오히려 1973년 남북 동시수교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비동맹외교를 통해 더 많은 국가와 수교하는 등 외교적으로 우세했다.”고 말했다. ●60년만에 188개 수교국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외교 여건은 1970년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통상외교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고,80년대 들어 남북 및 4강(强)외교에서 벗어나 제3세계 국가들과도 접촉을 넓혔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 때 이른바 ‘북방정책’에 따른 동구권·공산권 수교를 통해 탈냉전 시대의 ‘보통국가’ 위상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1948년 2개에 불과하던 수교국이 올해 188개국으로 늘었다. 북한은 1948년 8개국에서 현재 160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한국은 1948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시작으로 재외공관을 설치, 현재 153개를 두고 있다.50개 재외공관을 둔 북한보다 월등한 수치다. 유엔 가입 이후 한국 외교는 1989년 아테경제협력체(APEC) 가입을 시작으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가입,97년 ASEAN(동남아국가연합)+3회담 참여 등을 통한 외교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덕분에 한국은 60년만에 103개 국제기구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34개 가입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국제기구 진출 인력도 지난해 1월 유엔 수장에 오른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41개 기구에 307명이 활동 중이다. 또 국민의 정부 때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남북 평화번영정책’,2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2003년 8월 시작한 북핵 6자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다자협력의 틀 속에서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외교강국 되는 길, 멀고도 험난 그러나 탈냉전 시대의 한국외교는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동북아, 특히 한반도에 지나치게 고정돼 온 외교적 시야를 국제적인 위상에 맞게 넓히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 및 4강외교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탈냉전기에 필요한 외교 직제를 정리하고 북핵 문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위상에 맞는 외교적 상응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변수를 비롯한 동아시아,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을 포함한 아·태 지역의 협력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가져야 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넘는 문제와, 심각한 에너지·자원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동·중앙아시아 등과의 협력 강화 등 외교적 시야 확대를 시스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선진외교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인력 등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교관의 자율성은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공적개발원조·PKO 참여 늘려야 한국의 기여외교 어떻게 “한국도 국제적 위상에 맞게 ODA와 PKO 참여를 늘려야 합니다.” 지난 3∼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여개에 이르는 공식 일정 때마다 이렇게 언급했다. 특히 반 총장은 한 자리에서 “한국이 국제사회 기여에 머뭇거려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반 총장이 한국의 참여를 거듭 강조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외교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ODA는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빈곤 극복 및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을 위한 원조를 의미하며,PKO는 유엔 요청에 따라 전쟁 등으로 인해 정전 감시 및 치안 유지 등이 필요한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활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외교목표 중 하나로 ‘세계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외교’를 설정, 그 수단으로 ODA와 PKO, 문화외교 강화 등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GNI(국민순소득) 대비 ODA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0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게다가 새 정부는 2015년까지 ODA 비율을 0.25%로 높이겠다는 참여정부의 계획에서 오히려 후퇴,2012년까지 0.15%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유엔이 2015년까지 우리측에 기대하는 0.7%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만큼 목표가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PKO 활동은 지난해 7월 360여명 규모의 동명부대를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에 파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8개 지역에 401명을 파견, 세계 37위 규모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이달 말로 끝나는 레바논평화유지군 파병 기한 연장을 위한 국회 동의안이 개원 지연으로 처리되지 않아 PKO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ODA와 PKO를 통한 국제사회 기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외교관계의 지평을 넓히고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국가 브랜드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계류 중인 ‘대외원조기본법’ 및 ‘유엔 PKO 참여에 관한 법률안’ 등이 조속히 통과되는 등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ODA기본법안’ 및 ‘유엔 PKO 상비부대설치법안’을 대표발의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이들 법안이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남북중심 벗어나 넓은 국익 위주로” 미래기획위 윤덕민 교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민간위원인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0일 “한국 외교는 냉전시기 한반도 평화 번영과 경제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남북관계 중심의 좁은 외교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에서 국익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60년의 한국 외교를 평가한다면. -냉전 시기에 남북간의 경쟁도 있었지만 북방외교라는 활로를 열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도 성취했다.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중동지역에 진출하는 등 경제발전에 공헌해 왔다. ▶8월15일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밝힐 한국의 외교 비전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한반도 통일문제와 이익의 지평을 한반도의 틀이 아니라 보다 넓은 틀에서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은 남북한 문제를 기반으로 대미·대일 외교를 보는 프리즘적 성향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통일을 비용 측면에서 비관적으로 바라봤고, 현상유지적인 정책을 펴면서 통일 담론이 실종되어 있었다. 이번 미래 비전에는 통일문제도 담길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1년간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었다.8개월∼1년은 북한이 남한의 정책 패턴을 보면서 길들이고 눈높이에 맞게 하는 기간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은 북한에 있어 중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단기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통미봉남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비핵·개방 3000’에 대해 엄격한 상호주의, 네오콘이라는 오해가 많은데,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비핵·개방은 과정일 뿐이다. ▶4강 외교의 방향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하는데 이들과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와 동맹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4강과의 관계는 각각 업그레이드가 되어야지 ‘제로섬’이 되어선 안 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6·15선언’ 8주년 韓·美·日 석학 강연 주요내용

    ‘6·15선언’ 8주년 韓·美·日 석학 강연 주요내용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 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한·미·일 석학들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남북정상 첫 통일방안 합의 큰 의미 6·15공동선언 발표 여덟 돌을 앞둔 오늘 남북관계는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출범 초기의 이명박 정부는 6·15선언과 10·4선언으로 이어져온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평가절하하고 나아가 그 역사적 정당성마저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최근 남쪽 정부와 사회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는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유독 강조하면서 6·15선언을 폄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7·4공동성명에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거쳐 6·15선언,10·4선언으로 이어지는 남북간의 공식 합의는 하나같이 소중하며 그 내용도 상충하지 않는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6·15선언의 독보적인 의미는 분단 이래 남과 북이 처음으로 통일방안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한반도 고유의 방식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과정을 밟기로 정상 간에 공식 합의를 이룬 것이다.‘한반도식 통일’은 결국 세계 역사상 유례가 드문 창의적이고 축제적인 대중참여의 과정이 될 것이다. 참여정부가 늦게라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을 경우 6·15정신이 얼마나 힘을 잃었을까를 상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10·4선언의 의의는 지대하다. 새 정부도 최근에는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보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한반도 정세의 대국(大局)을 보건, 실용을 중시하겠다는 정권측의 대국민약속을 보건, 국민을 무시하고는 견디기 힘든 이 나라 시민의식의 수준을 보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앞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더욱 확실히 존중함으로써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이룩할 것을 기대한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대북 강경정책은 현실 직시 못한 탓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미국의 압력과 비판·독설 속에서 북한 포용정책을 견지해왔고, 결국 부시 정부가 180도 태도를 전환하면서 포용정책을 수용함에 따라 그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새 정부는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시 대통령조차도 강경 노선을 포기해버린 지금, 대북 강경 정책을 취하면서 미국 정부를 염두에 둔 듯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정치 지도자는 현실을 직시하지만 어떤 정치 지도자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역사학자로서 저는 서울이 그 어떤 곳보다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큰 위협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대북 정책에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판단한다.1998년 6월 미국 방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미국의 대북 경제 봉쇄 정책 철폐를 요구했다. 김 대통령은 또 오랜 연구 끝에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루어야 한다는 인지에서 햇볕 정책을 태동시켰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은 막대한 영향을 미칠 눈에 띄게 중요한 경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상회담에 대한 대부분의 논평에서 놓친 부분이다. 첫 정상회담에서 더 나아가 정치, 경제를 기반으로 동북아로 나아가고 있으며 21세기에 더 나아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北·日 국교정상화 협정 연내 맺어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열었을 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6·15 남북공동선언은 2002년 9·17 평양선언의 기반을 닦았다. 그동안 일본은 평양 선언문의 현실화를 위한 노력도,6자회담에 대한 기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일본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에 있어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경제제재는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제2단계 이행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면, 일본은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에 100만t의 중유를 지원하는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면 북·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대화 역시 재개될 수 있고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 역시 가능할 것이다. 국교정상화와 관련, 다가오는 협상에서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논의돼야 하지만 식민 통치 당시의 개별적인 희생자에 대한 대책 역시 논의되어야 하고 이는 국교정상화 조약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행돼야 한다. 2010년까지는 한·일 양국 국민들의 관계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년은 북·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대화가 시작된지 20년 되는 해이다. 북·일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협정이 올해 안에 맺어져야 한다. 동시에, 한·일관계에 있어 중요한 발전이 필요하다.2010년까지 독도-다케시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본은 일제 치하에서 한국인들이 겪은 상처와 고통에 대해 사과한 것을 기억하며, 한국의 독도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
  • [건국 60주년] 북한을 바라보는 눈

    광복 직후 찬탁·반탁 논쟁으로 촉발된 좌우 대립은 한국전쟁을 유발했다.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키워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민주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통일교육은 북한을 ‘적’이 아닌 ‘동무’로 보는 이른바 ‘어깨동무세대’를 낳았다. 전쟁 직후 남한사람들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을 동시에 가지게 됐고, 이승만 정부는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는 데 이를 활용했다. 각급 학교에선 6월만 되면 반공웅변대회가 열렸고, 누구보다 우렁차게 공산당의 잔인함을 호소하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가정으로 발송되는 성적표에 반공의식을 평가한 학교도 있었다. 평화통일을 주장했던 진보당 대표 조봉암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4·19혁명을 거치면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평화통일론은 5·16군사쿠데타를 거치면서 싹이 잘리고 만다.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과 1·21무장공비 침투사건 등으로 복잡한 국내외 정세 속에 정부는 북한의 노농적위대에 대응해 향토예비군을 창설했다.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병역기피자를 본격적으로 색출하기 시작했고, 주민등록법을 개정해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다. 이듬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교련이 들어갔다. 이 시기 매년 6월 열리는 반공사생대회에서 인민군의 머리에 뿔을 그리지 않은 어린이들은 ‘아차’하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전 사회적 동원과 반공 시스템이 정교해지던 1972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 평양을 다녀오고 7·4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면서 사회 전반에는 당장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유신체제로 돌입하면서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북한을 재조명하는 노력이 시작된다. 나아가 1989년에는 문익환 목사에 이어 임수경씨의 방북으로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남북의 거리는 가깝게 줄어든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해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통일교육을 시작했다.2000년 6·15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10·4 2차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무너뜨렸고 본격적인 민간교류와 함께 더 이상 북한을 ‘적’이 아닌 원래부터 ‘동반자’로 생각하는 세대가 탄생했다. 남과 북의 정상이 껴안는 것부터 보기 시작했던 어깨동무세대들은 6월 사생대회에서 증오와 광기가 가득한 적대적인 풍경이 아닌 남과 북이 손잡고 들판을 노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형우 김정은기자 zangzak@seoul.co.kr
  • 한·미동맹의 질 격상틀 마련

    |워싱턴 진경호특파원|20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신뢰회복을 통한 동맹 강화라는 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협력과제들이 포괄적으로 제시됐다. 지난 노무현 정부 5년간 한·미 관계가 동맹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신뢰에 적지 않은 금이 갔다는 두 정상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부시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작동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와 안보 수요가 급변함에 따라 한·미 동맹도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21세기 전략동맹’이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해 나가면서 손상된 신뢰도 치유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략동맹’의 개념을 지속성, 포괄성, 능력증대, 우선순위 등 네 가지로 설명했다. 한마디로 동맹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는 얘기다. 양국은 이를 토대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가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양국은 오는 7월로 합의한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2차 한·미 정상회담 때 미래비전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동맹의 범위를 군사·안보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양자간 전반적인 관계로 확대 심화하고, 지역적으로도 한반도에 국한된 상호방위조약이 아니라 동북아 및 다자 질서, 국제안보를 포함한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으로 발전시켜 한·미 간에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두 정상이 확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FTA를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외에 연내 미국 단기비자 면제를 통한 인적 교류 확대, 기후변화와 에너지·환경 분야에서의 공조 등으로 동맹의 질이 격상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 감축하기로 했던 주한미군 3500명을 동결하기로 한 점은 향후 동맹이 안보분야에서도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이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을 통한 단호하면서도 철저한 공조를 다짐한 점도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신고하고 플루토늄을 해체하고, 핵활동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과연 북한이 이를 이행했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북핵 신고는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 아울러 성실히 검증받아야 한다.”며 조속하고 성실한 신고와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다. 한·미간 틈을 파고들려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무력화하는 자세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대북 핵심정책인 ‘비핵·개방 3000구상’과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제안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자칫 북한에만 변화를 강요한다는 일각의 비난에 직면한 새 정부로서는 한·미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다 강력하게 기존 노선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두 정상간 다양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감한 사안은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했거나, 합의 수준을 정부 차원으로 낮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란이 대표적으로 이미 양국은 군사당국 간에 50%씩 분담에 사실상 합의하고도 이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제외교에서의 공조’라는 표현에 가려졌다. 이미 새 정부가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외교를 펼쳐나가기로 한 만큼 사실상 아프간 재파병도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jade@seoul.co.kr ■ MB 부시 공동기자회견 문답 “남북정상 당장 만나자는 건 아니다” “한국 美무기구매 지위격상 지지” |캠프데이비드(미 메릴랜드 주) 진경호특파원|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주 유익한 이야기를 가슴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했다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 전력을 현재 가장 적절한 수준으로 판단해 그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미는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양국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은 무기구매에 대해 지위를 격상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나토와 같은 기술접근을 요구했는데 저는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는데 후속조치는 무엇이며 언제 제안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 여부는. -이 대통령 미국에 오기 전에 국내에서 관계된 분들과 많이 협의한 사항이다. 평양, 서울 양쪽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점에서 제안한 것이다. 핵을 폐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항상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될 것이고, 화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면 만나겠다는 기본적 자세를 이야기한 것이지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작년에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합의했는데 아직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신고를 할 의도가 있는지, 아니면 지연작전이 아닌지 의견을 묻고 싶다. -부시 대통령 어쩌면 지연작전일 수도 있다. 투명하지 못한 국가는 (내부에) 여러 가지 반대 의견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험을 해보는 것 같다. 관계를 시험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단일 목소리를 낼 것이냐에 대한 시험인데, 우리는 진전하면서 6자회담 내에서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5개국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나가는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약속을 지키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신고를 해주길 바란다. -이 대통령 북한 사회를 잘 이해하면 이렇게 지연되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건 인내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이 신고와 검증하는 차례라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가장 성실하게 신고하고 검증받는 게 북한을 위해서,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가장 좋은 기회라고 북한에 얘기하고 싶다. ▶미국은 영국, 일본, 나토 등과 여러 형태의 다양한 동맹을 갖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어떤 수준의 동맹인가.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인가. 그리고 북핵 해결을 전제로 임기 내에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같이 만날 용의가 있는가. -부시 대통령 없다. 마지막 질문에 대해 말하자면 만날 용의가 없다.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그게 말이 되는 것 같다. 저는 이 회담이 우리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했다고 확신한다. 이번 회담은 한·미 동맹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jade@seoul.co.kr ■ 이대통령 방미 뭘 남겼나 한·미 훼손된 신뢰 회복 성과 쇠고기 완전개방 비난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첫 방문치고는 많은 수확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4박5일 동안 30여개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두 나라가 ‘21세기 전략동맹’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적잖게 훼손됐던 양국의 신뢰기반을 다졌다는 점이다.6자 회담의 틀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공조하자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큰 성과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기조인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어벽을 쌓은 셈이다. 또 두 정상이 주한 미군기지 이전 및 재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합의사항을 원만히 이행하기로 합의한 점과 주한미군 수를 동결하고 미국의 대외군사판매제도(FMS)의 한국 구매국 지위를 격상하기로 한 것에 의견을 같이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부시 대통령이 의회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이번 방미기간중에 미국에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을 허용한 점은 실점(失點)으로 꼽힌다.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은 됐으나 협상의 수준을 벗어나 ‘거저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논의된 한·미동맹에 대한 합의가 원론적인 단계에 그쳐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률 재조정 문제는 앞으로 두 나라 간의 신경전을 예고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남북 연락사무소 성사를 기대한다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회견에서 서울과 평양에 남북 고위급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하겠다고 밝혔다.‘비핵 개방 3000’으로 압축된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은 누누이 강조돼 왔지만 대통령이 처음으로 밝힌 구체적 제의인 만큼 의미가 깊다. 연락사무소는 두 정상에게 직보할 수 있는 책임자를 두어 남북 최고위의 핫라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제의가 성사되면 지금의 남북 경색 해소는 물론이요,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여는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실무급에 지나지 않는다.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측은 몇차례나 고위 연락사무소 설치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거부했다. 장관급 정도에서 이뤄졌던 제의를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무게가 있고 참신하다. 비핵화는 물론 이산가족, 국군포로, 식량지원, 경제협력, 정상회담 같은 남북 현안에 대해 심도 있고 속도를 낼 창구가 될 수 있다. 북측도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제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항의해 개성공단 사무소에서 우리 요원을 쫓아낸 북측이 우리 제안에 선뜻 손내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협 원칙에 대한 우리의 소상한 설명과 북측의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돌출적인 제안으로 비춰지는 면도 있다. 대통령이 귀국해 공식 제의할 것이라고 한다. 북핵 해결 국면에서 북·미 관계의 급격한 진전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제의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먼저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 상대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의라도 결실을 맺기 어렵다. 따라서 남과 북은 서로 신뢰의 기반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한·미 정상 회담] 남북 연락사무소 성사될까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8일(한국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하겠다고 밝혀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북측에 실질적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온 만큼 갑자기 나온 제안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돼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북측과 사전 교감 없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한 것은 오히려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며 “대화를 하자는 뜻은 전달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순항하면서 2006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장관급회담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제안했으나 북측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북측은 공식적으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설치하는 것을 남북간에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연락사무소 설치가 체제에 미칠 영향이나 사무소 인력, 운영, 감독 문제 등을 민감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남북회담이 완전히 정례화되고 제도화의 수준이 높아졌을 때 회담 채널을 상설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남북연합 초기단계에서 가능한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락사무소 설치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남측 새 정부와 북측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북자세와 정책노선은 소극적이면서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적극적이고 고차원적 제안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통일축구’ 감동 평양서 다시한번

    지난 26일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공연을 가졌다.진부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대단히 미국적인 ‘신세계 교향곡’은 물론 성조기가 게양되고 미국 국가까지 연주되었으니, 얼음장 밑으로 강물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개성에서 돌아오는 대한축구협회의 실무대표단은 안타깝게도 빈 손이었다.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과 관련, 북한 관계자와 협상을 벌였지만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 거부’라는 북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북한을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도 있다. 그들은 나름의 국가 체제를 형성한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한 적이 없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북한은 ‘적성국가’인 미국은 불가피하게 인정하지만 남한은 ‘미수복’된 영역으로 여긴다. 북한 주민들에게 태극기가 펄럭이는 광경을 제공하고 싶지 않은 내부적 요인에다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도 현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한반도기와 아리랑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우선 이 경기는 남북 양측의 친선 경기가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다.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해온 FIFA의 성향으로 볼 때, 북한의 요구는 관철되기 힘들다. 국제 정세의 측면에서도 북한은 좀 더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6자 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미 남한의 ‘실체’는 북한 주민들에게 현실이 됐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 유명한 ‘광폭 정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제 경기의 최소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경기를 진행할 경우 북한 내부의 이견들을 큰 틀에서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프랑스 국기에 충성을 맹세하는 흑인 병사의 사진을 분석하면서 말했듯이, 우연적이거나 일회적인 상징이 견고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다. 지금 북한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사례가 견고한 전례들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해 축구협회는 취재진이나 응원단의 규모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순조롭게 경기를 마친 뒤 남북의 젊은 선수들이 북한 주민들의 박수 속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부르는 건 북측의 ‘정치적’ 관점에서도 결코 유해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경기 종료 후 북한의 리경인과 남한의 최태욱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그런데 두 선수는 그것으로 부족했던지 축구화까지 벗어서 바꿔 신었다. 우리는 그러한 광경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어떻게 지내십니까]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이사장 정원식 前총리

    [어떻게 지내십니까]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이사장 정원식 前총리

    정원식 총리는 전임 강영훈 총리로부터 남북 총리회담의 바통을 이어받아 1991∼92년 3차례 평양을 다녀온다. 회담의 결과가 남북관계의 모체가 된 남북기본합의서이다. 그의 파트너는 지금은 고인이 된 연형묵 총리다. 체구는 비슷했지만 공대 출신인 연 총리를 정 전 총리는 “과학도라 그런지 일반 교양이 부족하고 고지식했어요(웃음). 물론 일에 대해서는 열심이었지만 말이에요.”라고 회고한다. 서울대 사범대 교수 출신으로 인문에 밝은 정 전 총리. 회담 당시 그가 묵었던 평양의 백화원초대소 입구에 큰 벽화가 걸려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묘향산을 묘사한 극사실주의 기법의 걸개 그림이었다. 정 총리는 숙소까지 동행한 연 총리에게 서산대사의 묘향산 평을 들려준다.“금강산은 수이부장(秀而不壯·빼어나지만 웅장하지 않고)이요, 지리산은 장이불수(壯而不秀·웅장하지만 빼어나지 않다)라, 구월산은 불수부장(不秀不壯·빼어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이나 묘향산은 역수역장(亦秀亦壯·빼어나고도 웅장하다)하다.” 정 전 총리의 표현을 빌리면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연 총리가 넋을 빼놓고 그림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김장수 국방장관이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고개를 꼿꼿이 한 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해 화제가 됐지만 뻣뻣 악수의 ‘원조’로 치면 정 전 총리를 꼽지 않으면 섭섭해할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한 직후인 92년 2월20일 김일성 주석을 예방한 자리. 덩치는 비슷했지만 키는 작았던 김 주석을 약간 내려다 보며 악수를 했다고 한다. 결연한 자세는 북측의 가족상봉 제의에서도 드러난다.“북측이 조사해 보니 먼 친척까지 100명 정도 제 가족이 있는데 만날 의사가 있냐고 타진하는 거예요. 그래서 딱 잘라 거절했지요. 남에서 가족을 그리는 이산가족이 많은데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내가 만날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더 말이 없었어요.” 연 총리는 차량에 동승한 정 총리에게 한·미 팀스피릿 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비핵화 선언의 조건으로는 군산에 있던 미군의 전술 핵무기 철수도 달았다. 정 총리의 보고로 한·미가 협의를 했고 훈련 중지와 핵 철수가 실현됐다. 정 전 총리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일역을 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선언’에 대해 “방향은 그렇게 가야 한다.”면서도 “비핵화를 못 박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화려했던 지난 시절을 뒤로하고 80세의 그는 ‘장애인 고용을 돕는 모임(장고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발기인 총회를 열고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장고모’에는 성공회 김성수 주교, 강지원 변호사, 권기홍 단국대 총장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고모’는 첫 사업으로 일본형 장애인 복지타운인 ‘태양의 집’과 비슷한 산업단지의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 직원의 30%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공단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열여섯 곳에서 부지를 무상으로 영구 임대해 주겠다고 한다.3만평가량의 땅에 장애인도 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자활의 터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대기업의 참여인데 현대차의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측과도 접촉을 가졌다. 정 전 총리가 장애인의 삶에 눈을 뜬 것은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한 인연으로 전낙원(고인)씨가 설립한 장애아 지원기구인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부터이다. 이 재단은 장애아 교육에 필요한 자료 개발, 특수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낡은 장애아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은 물론이요 장애아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사업도 펼치고 있다.“장애인을 얘기할 때 1288이란 숫자를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에 250만명의 장애인이 있다고 하는데, 선천적 장애가 12%이고, 나머지 88%가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말입니다. 실명만 해도 그렇습니다. 청소년기에 검안을 하면 실명 여부를 가려낼 수 있고, 치료하면 시력을 잃지 않게 되는 거죠. 의사들이 만든 한국실명예방재단에도 저희가 후원을 하고 있어요.” 그는 총리로 재직하던 91년 6월 한국외국어대학에 특강을 갔다가 학생들에게 붙잡혀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문교부장관과 외대 총장이 사표를 냈고, 학교측은 학생 8명을 제적 처분했다. 이들은 대부분 구속됐다. 반정부 시위로 궁지에 몰려 있던 노태우 정권은 ‘스승도 몰라보는 운동권’이란 단초를 제공한 밀가루 사건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그때의 심정을 지금도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줄을 잇던 학생들의 투신과 분신이 그때 일로 중단되고 정국이 안정된 것만은 사실이었지요.” 팔순의 나이에도 건강해 보이는 그는 일주일에 닷새는 수영장에서 30분쯤 걷는 운동을 한다. 꾸준한 운동과 술, 담배, 과식을 않는 균형된 섭생, 마음의 평온 등 세 가지를 건강의 비결로 꼽는다. 1968년 개발된 서울 화곡동 주택단지에 들어가서 지금도 살고 있다.“총리까지 지내신 분이 아직도 화곡동이냐고 주변에서 ‘주변머리가 없다.’고 하지만 아주 살기가 좋다.”고 한다. 게다가 몇해 전부터 막내딸 부부와 손자, 손녀가 집에 들어와서 노부부의 여생에 활력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그는 차기 정부가 적어도 3가지 과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안보를 확고히 하고, 경제를 살리며, 한·미 관계를 완전히 회복시킬 것”을 이명박 당선인에게 주문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이명박 당선인과의 인연 정원식 전 총리는 지방자치선거가 시작된 1995년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대결을 펼친다. 정치에 큰 뜻이 없었으나 김영삼(YS)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 때문에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김영삼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던 정권 말기의 노태우 대통령이 92년 9월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면서 23대 총리였던 정원식 총리는 현승종 총리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마음의 빚처럼 있던 정 전 총리에게 YS는 대통령 선거 선대위원장을 맡기고 당선 후에는 정권 인수위원장에 취임시켰다. 무난하게 6공화국에서 문민정부로 이행한 뒤에는 세종연구소 이사장 자리로 옮겼다.“YS가 청와대로 몇 차례나 불러 회를 얻어 먹었는데 ‘정 총리가 나가야 한다.’면서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거예요. 몇 번이나 고사했는데 억지에 못이겨 승낙을 했지요.” 이왕 나가는 선거 열심히 해보자고 뛰었고,YS의 전폭적인 후원도 있었다.1만 2000명이 참가한 당내 경선에서 8000여표의 유효 투표 중 6000여표를 얻어 이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이상의 압승을 거뒀다. 시장 선거에서는 김대중(DJ) 민주당 총재의 후광을 업은 조순 후보와 붙었으나 “선거운동을 하면서 안 되겠다 싶었다.”고 직감했다고 한다. 서울지구당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의 분석으로는 “시장으로 당선돼 들어오면 민자당에 새 판도가 구성될 것으로 우려하고 견제 받았기 때문”이다.YS와 DJ의 대리전에서 그는 낙선했다. “그때만 해도 당내 경선이 지금처럼 헐뜯는 게 아니어서 경선 후에 오히려 이명박씨와 친해졌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일꾼”이라고 치켜세웠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그는 누구인가 1928년 황해도 재령 출신인 정원식 전 총리는 관운이 좋은 편이다. 문교부 장학관을 거쳐 1962년부터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26년간 재직한 뒤 노태우 정부 시절 문교부장관(88∼90년)으로 발탁된다. 장관을 마치고는 국무총리(91∼92년)에 기용됐으며 김영삼 정부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잠시 ‘외도’한 시기를 빼고는 세종연구소 이사장(93∼97년)으로 있었다.YS 정권 말기에는 총리 경력자들이 거치는 대한적십자사 총재(97∼2000년)를 김대중 정부 때까지 지냈다. 지금의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이사장은 2003년부터 맡고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이 갖고 있는 계원학원의 이사장직을 겸임하다가 “너무 힘들어” 자리를 내놓았다.
  • [씨줄날줄] 남북공동응원단/ 황성기 논설위원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 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아름답다는 남남북녀(南男北女)란 말을 실감케 한 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었다. 만경봉 92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남한 사람들에겐 문화 충격이었다. 그들의 낯설지만 화려한 응원과 외모, 말씨 등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됐고 TV카메라는 그들을 좇기에 바빴다. 이들은 북한 선수들의 경기뿐아니라 한국·태국의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남한을 응원했다. 남북공동응원의 원조였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남북교류의 상징이 된 공동응원은 동포애를 확인하는 최상의 이벤트였다. 미녀 응원단의 인기는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폭발했다. 김일성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에서 선발돼 더욱 젊고 산뜻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북한팀의 경기는 매진에 가까운 입장권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열렬한 환영의 뒤꼍에는 반발과 위화감도 있었다. 북측 기자들과 보수단체가 충돌했는가 하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장면의 현수막이 비에 젖자 우는 응원단의 모습이 포착돼 체제의 장벽을 느끼게 했다. 남북이 오는 8월8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에 공동응원단 600명을 파견키로 합의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약속을 양측이 지킨 것이다. 남북관계가 이명박 당선인과 정권인수위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린 상황에서 이뤄진 소중한 합의다. 이들은 경의선을 타고 베이징으로 직행한다. 분단 이후 남북철도를 민간이 대규모로 이용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문산이건 부산이건 남측을 출발한 기차가 개성과 평양을 거쳐 베이징까지 가는 일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륙철도와 연결하는 상징성도 큰 응원이다. 남은 일은 남북 단일팀 구성이다.2004년부터 시작한 단일팀 논의는 선수 구성방안을 놓고 여태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도 코리아 응원단의 철도방문, 남북 단일팀 구성이라는 초특급 홍보 카드 성사를 위해 원자바오 총리까지 지원 발언을 했다. 올림픽 개막까지 6개월 남았다. 동서독의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52년만이 될 분단국가 단일팀을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국정원 우향우’ 체질개선 신호탄?

    김만복 국정원장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방북 대화록 공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의표명을 즉각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16일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김 원장 방북 배경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기 시작했다. 정권교체 정국을 맞아 신·구 정권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국정원 개편 향배는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까지 미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정보최고책임자가 스스로 국가기밀을 유출한 전대미문의 이번 사건은 명백한 국기문란행위이자 범죄행위”라며 김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김 원장의 방북 목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 나라의 최고정보책임자가 투표를 하루 앞두고 소나무에 물주고 표지석을 세우기 위해서 극비리에 방문했다는 해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방북하기 직전에 한나라당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정보위 간사인 정형근 최고위원이 정보위까지 소집해서 추궁하려 했으나 그 당시 본인은 절대로 평양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김 원장의 방북이 대선용 북풍기획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도 “대선 이후 내게 여러번 전화를 해 만나자고 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안 만났다.”면서 방북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 뒤 김 원장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국정원 때리기는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BBK의혹의 김경준씨 입국에 국정원이 개입됐다는 설에서부터 탈레반 인질사태 때 김 원장이 과도하게 노출된 점,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김 원장이 깊이 머리를 숙인 모습 등은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의 비위를 거스르기 충분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진보성향 정권에서 체화된 국정원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온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가 김 원장 사표 수리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자 “명백한 위법 행위로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김 원장을 감싸고 도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北 김양건 부장 정상회담 직전 노대통령 만나

    北 김양건 부장 정상회담 직전 노대통령 만나

    북한의 대남(對南)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9월26일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극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김 부장의 서울 방문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9월15∼16일 의제 협의를 위해 방북했을 때 제의해 이뤄진 것으로, 정상회담 후인 지난해 11월29일 이뤄진 김 부장의 공식 방문은 두 번째 방남인 셈이다. 김 부장은 9월 서울 방문에서 북측의 공동선언 초안을 제시하고 이 초안과 정상회담 의제에 관해 협의했다. 국정원은 최근 이러한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과 내용 등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북핵 신고·불능화 종료시 평화포럼 출범→북핵 폐기 개시시 종전선언을 포함한 4자 정상선언→북핵 폐기 실현시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국정원은 김 원장이 대선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18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부장과 나눈 대화록도 인수위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수위측은 국정원의 이같은 대외비 보고 문건이 외부로 공개되자 국정원에 보안감사를 요청하는 등 엄중 대처하기로 했다. 한 인수위원은 “문건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이 당선되면 오히려 남한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더욱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 당선인 쪽에 우호적인 발언도 있어 국정원측에서 일부러 흘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신문 선정 2007년 10대 뉴스

    ● 이명박 대통령 당선 ‘10년만에 정권교체’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48.7%를 얻어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10년 만에 우파세력이 국정을 이끌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혹평해온 한나라당은 ‘불임정당’의 불명예를 씻었다. 선거가 끝난 뒤 이 당선자는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아프간서 한국인 23명 피랍… 2명 사망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 선교일행 23명이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장장 43일간 이어진 피랍사태 동안 21명은 구조됐으나 2명은 희생됐다. 협상장에 국정원장이 직접 진두진휘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부적절한 행동이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해외선교를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했다. ● 태안서 원유 유출… 사상 최악 환경오염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 바지선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원유 1만 2547㎘가 유출됐다. 이번 사고는 서산 가로림만에서 안면도까지 168㎞의 해안을 오염시키고 5159㏊의 양식장에 피해를 가져오는 등 최악의 해상오염사고로 기록됐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행렬이 이어져 나눔문화의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됐다. ● 신정아·변양균씨 ‘권력형 비리’ 파문 지난 7월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신정아 동국대 조교수 겸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의 대학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 사회에 학력 검증 열풍을 몰고 왔다. 한달 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를 비호한 사실이 드러나 권력형 비리로 반전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 대해 소설을 쓴다고 일갈해 청와대 사정기능의 부재를 뒷받침해 줬다. ● 2차 남북정상회담 7년만에 평양서 개최 노무현 대통령은 10월2∼4일까지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래 7년 만이다. 두 정상은 회담 마지막날인 10월4일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4자회담 추진,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 한·미 FTA 타결… 양국 경제 동맹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시작 14개월 만인 지난 4월2일 타결됐다. 국회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한·미 관계가 군사·외교 분야에 이어 ‘경제 동맹’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장벽의 제거로 제조업은 미국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갖게 됐지만 농업·제약·법률서비스 등은 피해가 예상된다. 국회비준 뒤 60일 이후 별도로 합의한 날짜에 발효된다. ● 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10월29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부와 국세청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하자 등도 폭로했다. 결국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법이 11월23일 국회를 통과했고, 최장 105일 동안 수사를 이끌 특별검사에는 인천지검장을 역임한 조준웅 변호사가 임명됐다. ● BBK 연루 의혹 ‘이명박 특검법’ 논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이 대선판을 달궜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이명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김경준(41)씨가 11월16일 국내로 송환됨에 따라 혼란은 정점에 치달았다. 검찰이 이 당선자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특별검사제 도입이 국회에서 의결돼, 논란은 2008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 김연아·박태환·전도연 세계 정상 ‘우뚝’ 피겨 김연아(17), 수영 박태환(18), 영화배우 전도연(34)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모두 불모지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박태환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을 따냈다. 전도연도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젊은 한국인의 힘을 확인시켜 준 쾌거였다. ●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빗나간 父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3월 아들을 때린 술집종업원들을 경호원과 조직폭력배 등을 동원해 보복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회장은 수감됐다 2심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풀려났다. 재벌 총수의 빗나간 부정(父情)과 경찰 상층부의 사건 은폐기도 등으로 일반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글 / 서울신문 영상 /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7년을 강타한 말말말

    2007년을 강타한 말말말

    2007년에도 숱한 ‘말’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촌철살인의 외마디가 때로는 역사의 물길을 바꾸기도 했고, 때론 이해 당자자는 몰론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대선의 해이자 ‘사건·사고의 해’였던 정해년(丁亥年)에 회자된 말과 신조어를 모아 다사다난했던 1년을 되돌아 봤다. ●“깜도 안된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동국대 교수 비호 의혹,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요즘 깜도 안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변 실장과 신씨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 전 의전비서관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참 나쁜 대통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월10일 노 대통령이 4년제 중임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한 말이다. 이 말은 이후 대선전에서 ‘원조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 슬로건이 됐다. ●‘한방’이냐 ‘헛방’이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BBK사건’과 ‘도곡동 땅’을 둘러싸고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대선기간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 수사결과의 대선 영향력이 ‘한방’일지 ‘헛방’일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결론은 ‘헛방’이었다. ●“기자실에 대못질해 넘기겠다.” 기자실을 통폐합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기자들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지난 6월8일 원광대 특강에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며 한 말이다. 이후 정부는 취재선진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정부 부처 출입기자들이 청사 밖으로 쫓겨났고, 단전된 기자실에서 촛불을 켜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놈현스럽다.” 노 대통령이 지지를 잃자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국립국어원이 10월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라는 책을 출간하며 이 단어를 싣자 청와대가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땅박이·곶감동영·손학새·버럭해찬 대선 후보들의 별명도 화제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도곡동 땅 등 땅투기 의혹으로 ‘땅박이’로 불렸다.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실만 챙기고 열린우리당을 와해시켰다는 뜻에서 ‘곶감동영’, 한나라당을 떠난 손학규 후보는 ‘손학새’, 자기주장이 강한 이해찬 후보는 ‘버럭해찬’이란 별명을 얻었다.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1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후 이 최고위원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10월2∼4일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회담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일정을 늦춰 모레 가시는 것으로 하시죠.”라며 회담 연장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이 “경호·의전팀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결심하시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복싱에서처럼 아구를 여러번 돌렸습니다.” 아들이 폭행당한 것에 격분해 ‘보복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6월18일 첫 공판에서 서울 북창동 클럽 종업원들에 대한 폭행사실을 시인하며 한 말이다. 그는 청담동 주점에서 폭행했고, 청계산 공사현장으로 데려가서도 때렸다고 시인했다. ●“쩡아가 오빠에게” 하반기 대선 이외 최대 이슈는 단연 ‘신정아 스캔들’이었다. 단순 학력위조 사건에서 시작했지만 뜻밖에도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권력형 로비의혹으로 커졌다. 검찰이 밝힌 둘 사이의 이메일에서 사적인 연서 내용이 공개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언론윤리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3000명의 배형규 목사가 나와야 한다.”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소속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돼 한달 반 동안 전국민이 마음을 졸이며 석방을 기원했다. 하지만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가 피살됐다.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이 와중에 “납치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이런 말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 5월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여주인공이 남긴 명대사. 드라마는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대부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통렬하게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습이다.” ‘안구에 습기차다.’의 줄임말로 눈물이 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불쌍하거나 안타깝고 슬프게 보일 때 사용됐지만 점점 일상어가 됐다. 개그맨 지상렬씨가 처음 사용했고,‘안폭(안구에 폭풍우)’,‘안쓰(안구에 쓰나미)’도 유행했다.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 5월 공기업 감사 20여명이 브라질 이과수폭포 관광을 떠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공기업 감사직 자체에 대한 지탄도 쏟아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행어로 부활했다. ●테테테테테 텔미 올해 문화아이콘은 단연 원더걸스였다. 복고풍 댄스와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 ‘텔미’를 들고나온 10대 소녀 그룹 원더걸스는 대중의 롤리타 콤플렉스(소녀에 대한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를 자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88만원 세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상위 5%를 제외한 95%의 2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비정규직 평균월급 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비율 74%인 ‘88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 세대다. 비정규직 신세로 머물며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20대를 극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낸 책 제목에서 비롯됐다. ●“낚였다.” 언론사나 블로거, 인터넷 업체들이 게시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키워드 등으로 네티즌을 유혹하는 행위를 낚시꾼이 미끼로 물고기를 낚는 것에 비유해 낚시질이라고 표현됐다. 누리꾼들은 충격적인 제목을 클릭했지만 별 내용이 없을 때 “낚였다.”고 말했다. ●저주받은 89년생 정부의 잦은 입시정책 변화로 혼란을 겪은 고등학교 3학년(89년생)을 일컫는 말. 이들이 고교 1학년 때인 2005년 내신을 강화하고 수능 변별력을 약화하는 입시안이 발표된 뒤 학생들은 이에 맞춰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학과 정부의 내신 마찰로 혼선이 빚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논술까지 더해져 89년생들이 ‘내신-수능-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혔다. ●떡값 검사 11월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삼성그룹의 비자금 실태를 폭로했다. 특히 현직 검찰 고위간부도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김 전 법무팀장의 폭로로 검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11월23일 ‘삼성특검법’이 통과돼 삼성 비자금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학위 사회지도층과 유명 연예인들의 학력위조는 우리사회의 도덕성과 학벌주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 줬다. 퍼시픽웨스턴대 등 돈만 내면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학위공장’(Degree Mill) 출신 인사들이 속속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이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을 불러 왔다. 한국도 여파로 환율, 주식, 금리가 출렁거렸으며 전국민이 생소한 금융전문 용어에 친숙해졌다. ●오일볼 연말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오일볼은 바다 위에 유출된 원유나 폐유가 표류하다 휘발분이 없어지고 남은 흑갈색의 끈적끈적한 아스팔트 덩어리를 말한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생태계를 파괴시켜 ‘2차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반값아파트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라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값아파트 정책이 제시됐다.‘환매조건부 아파트’ ‘토지임대부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됐으나 입지가 좋지 않고, 분양가도 낮아지지 않아 외면을 받았다.
  • 서울신문 선정 2007년 10대 뉴스

    ■ 국 내 ● 이명박 대통령 당선 ‘10년만에 정권교체’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48.7%를 얻어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10년 만에 우파세력이 국정을 이끌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혹평해온 한나라당은 ‘불임정당’의 불명예를 씻었다. 선거가 끝난 뒤 이 당선자는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아프간서 한국인 23명 피랍… 2명 사망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 선교일행 23명이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장장 43일간 이어진 피랍사태 동안 21명은 구조됐으나 2명은 희생됐다. 협상장에 국정원장이 직접 진두진휘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부적절한 행동이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해외선교를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했다. ● 태안서 원유 유출… 사상 최악 환경오염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 바지선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원유 1만 2547㎘가 유출됐다. 이번 사고는 서산 가로림만에서 안면도까지 168㎞의 해안을 오염시키고 5159㏊의 양식장에 피해를 가져오는 등 최악의 해상오염사고로 기록됐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행렬이 이어져 나눔문화의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됐다. ● 신정아·변양균씨 ‘권력형 비리’ 파문 지난 7월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신정아 동국대 조교수 겸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의 대학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 사회에 학력 검증 열풍을 몰고 왔다. 한달 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를 비호한 사실이 드러나 권력형 비리로 반전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 대해 소설을 쓴다고 일갈해 청와대 사정기능의 부재를 뒷받침해 줬다. ● 2차 남북정상회담 7년만에 평양서 개최 노무현 대통령은 10월2∼4일까지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래 7년 만이다. 두 정상은 회담 마지막날인 10월4일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4자회담 추진,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 한·미 FTA 타결… 양국 경제 동맹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시작 14개월 만인 지난 4월2일 타결됐다. 국회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한·미 관계가 군사·외교 분야에 이어 ‘경제 동맹’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장벽의 제거로 제조업은 미국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갖게 됐지만 농업·제약·법률서비스 등은 피해가 예상된다. 국회비준 뒤 60일 이후 별도로 합의한 날짜에 발효된다. ● 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10월29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부와 국세청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하자 등도 폭로했다. 결국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법이 11월23일 국회를 통과했고, 최장 105일 동안 수사를 이끌 특별검사에는 인천지검장을 역임한 조준웅 변호사가 임명됐다. ● BBK 연루 의혹 ‘이명박 특검법’ 논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이 대선판을 달궜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이명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김경준(41)씨가 11월16일 국내로 송환됨에 따라 혼란은 정점에 치달았다. 검찰이 이 당선자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특별검사제 도입이 국회에서 의결돼, 논란은 2008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 김연아·박태환·전도연 세계 정상 ‘우뚝’ 피겨 김연아(17), 수영 박태환(18), 영화배우 전도연(34)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모두 불모지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박태환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을 따냈다. 전도연도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젊은 한국인의 힘을 확인시켜 준 쾌거였다. ●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빗나간 父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3월 아들을 때린 술집종업원들을 경호원과 조직폭력배 등을 동원해 보복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회장은 수감됐다 2심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풀려났다. 재벌 총수의 빗나간 부정(父情)과 경찰 상층부의 사건 은폐기도 등으로 일반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 해 외 ● 서브프라임 후폭풍… 세계 금융시장 ‘흔들’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의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전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서브프라임모기지에 투자한 펀드와 금융회사가 손실을 보면서 신용경색이 확대됐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경제가 둔화세를 보일 전망이다. ●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美 ‘충격’ 4월16일 미국의 명문 버지니아공대 캠퍼스에서 이 학교 영문과 학생이자 한국인 이민 2세인 조승희(23)가 동료 학생 등 3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해 ‘선택적 무언증’이라는 정서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 의회는 정신질환자의 총기 소유 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북핵 불능화 합의… 부시, 김정일에 친서 북한은 ‘2·13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따라 중유 지원에 대한 상응 조치로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했다.9월 북한은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포함, 올해 안으로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합의했다. 연내 신고대상을 놓고 이견이 드러난 가운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성실한 신고를 촉구했다. ● 국제유가 ‘고공행진’… 배럴당 100弗 육박 미국, 중국, 유럽 등 지구촌 대다수 국가가 올 한해 치솟는 물가를 관리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기름값은 한때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쌀, 밀, 옥수수 등 곡물과 원자재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런 기류는 싼값에 물건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던 중국이 제역할을 못한 것도 원인이다. 중국은 최근 4개월 연속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를 웃돌았다. ● ‘온실가스 감축’ 유엔 발리 기후로드맵 채택 2013년부터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등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우는 발리 로드맵이 12월15일 채택됐다.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발리 로드맵을 토대로 각 나라는 200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 협상을 벌여야 한다. 총회 참가국들은 자국 능력 범위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을 차등화하기로 결정했다. ● 러시아, 美에 대립각… 푸틴 후계자 지명 러시아는 코소보 독립, 이란 핵, 미사일방어(MD)체제 등 지구촌 현안을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등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강한 러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구해온 정책의 결실이다.3선을 금지하는 헌법 때문에 내년 3월 권좌에서 물러나는 푸틴은 대신 최측근인 메드베데프를 대선후보로 지명해 정권연장을 꾀하고 있다. ● 군정종식 요구 미얀마 민주화 시위 또 좌절 8월 말 급격한 유가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군부 철권에 의해 짓밟히자 이에 격분한 승려들이 나서면서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졌다.‘88항쟁’으로 일컬어지는 1988년 8월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국제사회의 제재 요구와 유엔의 특사파견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사정권의 강력 진압으로 ‘미얀마의 봄’은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 무샤라프 비상사태 선포… 혼돈의 파키스탄 7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붉은 사원’을 유혈진압하면서 파키스탄 정국이 혼란에 휩싸였다.10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무샤라프는 반정부 성향의 대법원이 제동을 걸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선을 확정지으며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11월29일 43년만에 군복을 벗고 민간인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으며,12월15일 42일 만에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 부시 행정부, 이라크·아프간 정책 등 ‘고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라크를 침공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세력을 결집해 정권탈취를 노리고 있다. 미군과 나토는 아프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으며, 부시 대통령은 내년 여름까지 3만명의 병력을 이라크에서 감축하기로 했다. ● 佛 사르코지·日 후쿠다 등 새 정권 출범 프랑스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비주류 정치인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일하는 프랑스’를 공약으로 5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든 브라운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기대를 업고 6월 영국 총리에 취임했다. 일본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참의원 선거 참패후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9월 총리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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