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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려드는 숙명, 울부짖는 운명… 한 남자의 비극 뒤에 뭐가 있을까

    밀려드는 숙명, 울부짖는 운명… 한 남자의 비극 뒤에 뭐가 있을까

    日 소설 원작, 52년 만에 한국 첫선위태로운 인생 속 사회 모순 꼬집어음악·몽타주로 채운 후반 40분 ‘전율’ 인간의 예술은 바닷가에서 만든 작은 ‘모래그릇’이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그 파도의 이름은 ‘숙명’이다. 2일 개봉하는 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의 ‘모래그릇’은 예술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골똘히 성찰케 하는 영화다. 1974년 제작된 고전영화다. 일본의 거장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가 쓴 동명의 원작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1960년 5월 17일부터 1961년 4월 20일에 걸쳐 연재됐으며 1961년 7월 단행본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일본 문학의 고전으로 영화뿐 아니라 후지테레비 등에서 7번이나 드라마로 제작됐다. “행복 따위가 이 세상에 있기나 하나. 원래 그런 건 없어. 그림자 같은 걸 쫓고 있는 거지. 더 크고 강한 거야. 즉 태어난 것, 살아있다는 것일지도 몰라.”(영화 속 와가의 대사) 도쿄에 있는 한 차량기지 선로에서 얼굴이 뭉개진 신원불명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추리소설이 원작인 만큼 영화는 살인범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풀릴수록 궁금한 것은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왜’ 죽였는지다. 과장된 연출을 배제하고 사건을 둘러싼 인과관계에 집중한다. 마쓰모토는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창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복잡한 단면을 그대로 포착해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모든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를 쫓다 보면 우리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다만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비극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힘인 숙명이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다. 대사 없이 오직 음악과 몽타주만 흘러나오는 마지막 40분은 일본 영화사에 손꼽히는 명장면이라 할 만하다. 음악은 현대 일본 문학의 거장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아들인 아쿠타가와 야스시로의 작품이다. 영화에서 음악가로 등장하는 와가의 피아노 협주곡 ‘숙명’과 함께 그의 과거사가 조명된다. 와가의 아버지는 한센병 환자였다. 과거 한센병 환자는 병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한센병 환자의 아들로서 짊어져야 했던 고뇌가 음악으로 폭발한다. 어린 시절 와가는 백사장에서 모래그릇을 만들며 놀곤 했다. 그 모래그릇은 촉망받는 예술가가 된 어른 와가가 작곡한 ‘숙명’과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가.
  • [리뷰]벗어날 수 없는 숙명 앞에 선 인간과 예술…영화 ‘모래그릇’

    [리뷰]벗어날 수 없는 숙명 앞에 선 인간과 예술…영화 ‘모래그릇’

    인간의 예술은 바닷가에서 만든 작은 ‘모래그릇’이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면 형체도 없이 사라질. 그 파도의 이름은 ‘숙명’이다. 2일 개봉하는 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의 영화 ‘모래그릇’은 예술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골똘히 성찰케 하는 고전이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창시한 일본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초가 쓴 동명의 원작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1960년 5월 17일부터 1961년 4월 20일에 걸쳐 연재됐으며 1961년 7월 단행본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일본 문학의 고전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후지테레비 등의 방송사에서 총 7번이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행복 따위가 이 세상에 있기나 하나. 원래 그런 건 없어. 그림자 같은 걸 쫓고 있는 거지. 더 크고 강한 거야. 즉 태어난 것, 살아있다는 것일지도 몰라.”(영화 속 와가의 대사) 도쿄에 있는 한 차량기지 선로에서 얼굴이 뭉개진 신원불명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추리소설이 원작인 만큼 영화는 살인범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풀릴수록 궁금한 것은 ‘누가’ 죽였는지가 아니라 ‘왜’ 죽였는지다. 영화는 1974년 제작됐다. 만들어진 지 52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1970년대 일본의 풍경이 그림처럼 제시된다. 미스터리 영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이 없다. 그래서 더욱 실감이 난다. 마치 우리 옆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같다. “정치가와 예술가의 세계는 달라요.” “아니, 같은 인간의 세계야. 그렇게 다를 것도 없어.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예술가의 세계에서) 우리가 만든 작품 자체가 ‘승부’라는 것이지.”(와가의 대사) ‘사회파 미스터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복잡한 단면을 그대로 포착해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모든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를 쫓다 보면 우리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다만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비극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힘인 숙명이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다. 대사 없이 오직 음악과 몽타주만 흘러나오는 마지막 40분은 일본 영화사에 손꼽히는 명장면이라 할 만하다. 음악은 현대 일본 문학의 거장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아들인 아쿠타가와 야스시로의 작품이다. 영화에서 음악가로 등장하는 와가의 피아노 협주곡 ‘숙명’과 함께 그의 과거사가 조명된다. 와가의 아버지는 한센병 환자였다. 과거 한센병 환자는 병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한센병 환자의 아들로서 짊어져야 했던 고뇌가 음악으로 폭발한다. 어린 시절 와가는 백사장에서 모래그릇을 만들며 놀곤 했다. 그 모래그릇은 촉망받는 예술가가 된 어른 와가가 작곡한 ‘숙명’과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가.
  • “강릉 말고 여기”…요즘 SNS에서 뜬 동해 ‘묵호’ [여니의 시선]

    “강릉 말고 여기”…요즘 SNS에서 뜬 동해 ‘묵호’ [여니의 시선]

    최근 강원도 동해시 묵호 일대가 SNS를 중심으로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와 달리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해 바다를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항구 마을 특유의 골목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묵호는 최근 ‘숨은 동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SNS와 여행 콘텐츠를 통해 묵호 풍경이 공유되면서 여행객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바다 위 산책길, 묵호등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 여행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묵호등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일대다. 묵호등대 주변 전망대에서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묵호등대는 오랫동안 묵호항을 비추던 등대로, 현재는 동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인근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묵호 해안 절벽 지형을 따라 조성된 해상 전망 공간이다. 바다를 향해 곧게 뻗은 형태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파도와 해안선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 묵호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이색적인 풍경 덕분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 골목과 감성 가게가 만든 묵호의 또 다른 풍경 묵호의 또 다른 매력은 논골담길과 골목 풍경이다. 오래된 항구 마을의 언덕 골목 사이로 작은 공방과 감성 소품 가게, 카페들이 자리 잡으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상점과 다양한 소품 가게들을 만날 수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최근에는 이러한 골목 풍경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바다 풍경과 골목 문화가 어우러지며 묵호는 동해안에서 새로운 여행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홍기빈의 미래완료] 식량 불안, 방아쇠가 당겨졌다

    [홍기빈의 미래완료] 식량 불안, 방아쇠가 당겨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한 달이 됐다. 세계의 이목은 유가와 전쟁의 향방에 쏠려 있지만 더 느리고 더 깊은 충격이 다른 곳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비료다. 걸프만이 세계 비료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만든다. 생산 비용의 70~90%가 천연가스다. 카타르에너지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한 순간 비료 공장도 함께 멈춘 것은 그래서다. 에너지와 비료가 사실상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통 또한 문제다. 세계 요소 수출의 35%, 황 수출의 44%가 호르무즈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의 비료 생산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 요소 가격은 두 달 만에 45% 이상 오른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료 생산자들이 아예 가격 책정을 포기해 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가격 리스크 때문을 넘어서, 아예 인도 자체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가격이 사라진 셈이다. 결정적인 것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북반구의 봄 파종기다. 호르무즈가 내일 열린다 해도 파손된 시설을 복구하고 선박을 돌리는 데 몇 주가 걸린다. 파종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올해 가을 수확 감소는 이미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총알은 이미 발사되었고, 지금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당연히 이는 식량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매도를 행하던 헤지펀드 등의 기관들이 순식간에 대규모 매수로 포지션을 바꾸어 버렸다. 선물 시장의 양상은 더욱 흥미롭다. 원유 선물과 곡물 선물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 근월물은 배럴당 100달러 선이지만 연말 선물은 70달러대로 뚝 떨어진다. 시장은 ‘이 충격은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곡물 선물은 12월물이 근월물보다 높고, 밀은 유가와 98%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귀금속처럼 안전자산 기능을 하고 있다. 비료 부족으로 인한 올해의 수확 감소는 이미 예정된 사실임을 자본시장은 알고 있으며, 가을에 가격이 폭등할 것을 알고 ‘헤지’ 하려는 이들은 지금 조용히 선물 시장에서의 유리한 포지션을 쌓고 있다. 그런데 그 너머에는 꼼짝없이 장차 현물 가격의 등귀를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멀리서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를 뻔히 보면서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들은 주로 신흥산업국 사람들이다. 선진국에서 식비는 가계 지출의 10~20% 수준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이집트, 파키스탄, 케냐에서 식비와 연료비를 합치면 30~50%에 달한다. 이 나라들에서 식량 가격 급등은 생계를 넘어 정치적 폭발의 도화선이 된다. 2011년 아랍의 봄, 2022년 스리랑카 정권 붕괴, 2024년 방글라데시 하시나 정권의 퇴장이 모두 같은 구조에서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이란 전쟁이 지속될 경우 올해 중반까지 전 세계 식량 불안 인구가 4500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집트는 이미 민간 빵집의 가격 상한선을 재도입했다. 충격은 두 파도로 온다. 에너지 파도가 먼저 오고, 식량 파도가 뒤따른다. 그런데 두 파도의 간격이 위험할 만큼 짧다. 비료와 연료비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농민들은 질소 집약적 옥수수 대신 대두로 작물을 바꾸고 있다. 이 선택이 가을 옥수수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옥수수 부족은 사료 시장에 충격을 주어 육류와 낙농업품의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비료 충격은 통상 6~9개월의 시차를 두고 마트 선반 가격에 나타난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밀과 옥수수에서 시작한 충격이 빵, 닭고기, 달걀, 유제품으로 번질 수 있다. 석유에는 전략 비축유가 있지만 비료에는 그런 창고가 없다. 이 나라들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압박과 실질 생활비 앙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까지 벌어질 경우 이는 다시 지구적 가치사슬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까. 우리나라에는 또 어떤 충격이 닥칠 것이며, 과연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총알은 지금도 날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시야에도 회색 코뿔소가 나타났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 최고 수준’ 명성기독병원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 아니야”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 구축6·25 참전용사·극빈자는 무료첫 비영리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DJ 부탁 계기로 설립 산파 역할1000명 교인·전문가 수감자 교육“범죄자 변화, 기독교 접근 효과 입증”‘홀사모’ 울타리 되고 위기의 교민 지원목사 남편과 사별한 사모들 챙겨작년 미사일 쏟아지던 예루살렘서교회 네트워크 활용 교민 탈출 도와종교의 역할에 대하여“서로 공통분모 찾는 여유 필요양극화 해결 위한 첫걸음 될 것”출산 장려·미혼모 지원 활동도우리는 평생 달의 한 면만 보고 산다. 다른 면이 없는 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면의 모습까지 합쳐져야 달은 비로소 온전한 모습이 된다. 이제부터 전하려는 ‘사람 김삼환’ 이야기도 비슷하다. 우린 오랜 시간 동안 ‘목사 김삼환’만 봐왔다.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건 최근 출간된 ‘작은 파도가 물결이 되어’(은파기념사업회 지음, 현암사)란 책이다. 김삼환(81) 명성교회 원로목사의 아호 은파(恩波·은혜의 파도)를 모티프로 삼은 일종의 평전이다. 책이 전한 문자의 향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고, 그의 입을 통해 지난한 삶을 건너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국내 최대 교회 중 하나다. 교인이 10만명에 가깝다. 한국 최대라는 건 곧 세계적으로도 그렇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1980년 설립된 명성교회가 채 50년도 되기 전에 초대형 교회로 성장한 배경엔 김 목사가 있다. 그는 현재 담임목사가 아닌 원로목사로서 2선에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하순 명성교회에서 진행됐다. ●일어설 힘을 주는 ‘참도움’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당장 필요하다고 돈을 주는 것보다 일어설 힘을 주고 방책을 알려주는 게 ‘참도움’이지요.” 명성교회가 2004년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명성기독병원(MCM)은 단순한 자선 병원이 아니다. 140년 전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 의료와 교육의 씨앗을 뿌렸듯, 그 은혜를 에티오피아에 돌려주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6·25전쟁 당시 군인 6000명을 보내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에티오피아에 대한 보은의 마음도 담았다. MCM은 처음부터 영리 병원으로 운영됐다. 극빈자와 6·25 참전용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진료비를 받았다. 이 결정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중국을 비롯해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서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앞다퉈 에티오피아에 병원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구 의료진은 자원봉사 형태로 근무하다 떠나갔고, 그들이 세운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의연하게 남은 건 MCM 하나였다. 김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40여년 전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우리나라에 광혜원(현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해 사람들을 치료하고 의료진을 양성한 것처럼,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을 고쳐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티오피아에 지속 가능한 병원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아프리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MCM의 현주소다. ●명성의과대학(MMC) 설립 김 목사의 또 다른 목표는 의과대학 설립이었다. 에티오피아에 의대가 없던 건 아니었다. 졸업한 뒤 의료 인력 대부분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게 문제였다. 이 고질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2년 명성의과대학(MMC)이 첫발을 뗐다. “아프리카 최고의 병원이 있고, 최고의 의대가 있으니 이제 고급 의료 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만은 막을 수 있게 됐어요.” 2018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MMC는 현재 연세대·한양대 등 국내 대학병원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 인재를 꾸준히 길러내고 있다. 김 목사는 MCM과 MMC를 에티오피아인들 손에 완전히 넘길 시점을 “2040년”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돈을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희생을 나누지는 못해요. 명성교회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예전 우리나라를 일으킨 선교사들처럼 희생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경기 여주시에 자리 잡은 소망교도소는 한국 최초의 비영리 민영교도소다. 재단법인 아가페가 2010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김 목사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은 게 계기가 되어 산파역을 담당했다. 소망교도소는 일반 교도소와 달리 1000명 이상의 교인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감자 각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김 목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확대를 촉구한다. “범죄자들을 변화시키는 데 기독교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입증됐어요. 민영교도소 확대, 민영 여성 교도소 신설 등을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입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통일교·신천지, 교회와 한자리 안 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이 질문에 김 목사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성경 말씀과 기독교의 본질을 넘지 않는 한 교회가 과격해지는 건 삼가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다툼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공통분모를 찾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함부로 서로에게 돌을 던지지도 말아야지요. 특히 목회자들은 종교 지도자의 언어로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종교 집단을 둘러싼 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말은 짧았지만 무게는 묵직했다. “통일교와 신천지는 교회가 아닙니다. 이들과 교회를 한자리에 세워선 안 됩니다.” ●홀로 남겨진 사모들을 위한 울타리 “하나님 나라에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은 은파장학회와 복지재단으로도 이어졌다. 그가 주목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었다. 바로 목사로 일하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 이른바 ‘홀사모’들이다. ‘사모’는 겉으로는 모두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는 순간 상황은 급변한다. 살던 사택을 비워야 하고, 홀로 생계를 꾸려야 한다. 평생 목회자의 아내로만 살아온 탓에 세상 물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홀사모들은 이제 서로서로 울타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한 홀사모는 말했다. “눈물 달고 살 때,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옆집에 가면 얘기가 다 되는 거예요. 이 자체가 울타리인데, 이게 진짜 귀한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드는 예루살렘에서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의 미사일이 예루살렘 하늘로 날아들었다. 아이언 돔(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예루살렘 상공을 방어하고 있다지만, 미사일 하나라도 뚫리면 생지옥이 펼쳐진다. 당시 김 목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한국전쟁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 돈 좀 있다는 이들은 수억원짜리 개인 전세기로 가족 몇 명만 챙겨 탈출했다. 김 목사는 달랐다. 현지 교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버스를 수배한 뒤 한국 교민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빠져나왔다. 탄도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이 굉음을 내며 맞부딪치는 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해 있었다. 국내에는 ‘교민들이 무사히 대피했다’는 결과만 전해졌을 뿐,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달의 이면이 살짝 드러난 셈이다. ●고난을 ‘삶의 나침반’으로 김 목사는 사실 무너질 이유가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두 누이를 잃었고, 폐병으로 죽음 바로 앞까지 갔다 왔다. 곡괭이에 눈을 찔려 안구가 탈구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아이를 먼저 보내는 참척(慘慽)의 아픔이야 더 말할 게 없다. 하지만 고통은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낮은 곳을 향해 걸어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됐다. “병에 걸렸다고 인생을 놓아버릴 수는 없지요. 하나님이 주신 목숨이니 하나님 뜻대로 하실 거라 믿고, 그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인 거지요.” 그의 삶은 낮은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용산참사, 근로정신대 등 사회·정치적 비탄의 자리에 그는 언제나 함께했다. 꼬박 20년 간 남모르게 이어온 출산 장려 지원, 수백명의 미혼모에게 출산 비용과 산후조리 비용을 대주는 일도 이제야 조금씩 알려졌다. 인터뷰는 끝났다. 끝내 묻지 못한 게 있다. 그의 사랑 이야기다. 책에도 ‘아내’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목사님 사모’로서의 이야기가 전부다. 둘만의 이야기는 언젠가 ‘아내’의 입을 통해 듣기로 한다. 달의 이면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 [기고] 글로벌 탄소중립 ‘삼다’ 제주

    [기고] 글로벌 탄소중립 ‘삼다’ 제주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가파도가 어디에 있느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제주에 있고 100% 탈탄소 에너지를 실증해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은 에너지, 경제, 산업, 시민 참여가 함께 움직이는 사회 대전환 과정이자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 ‘삼다’(三多), 즉 기술이 많고 경제가 많고 참여가 많은 제주도다. 첫째, 기술이 많은 제주다. 제주는 이미 분산에너지 특구로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공급 중심의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 수요 중심의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히트펌프(P2H), 전기차와 양방향 충전(V2G) 결합으로 탈탄소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가파도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 실현과 미래 산업의 리빙랩으로 제주 분산에너지 시스템과 함께 향후 국가 및 글로벌 자산이 될 것이다. 둘째, 경제가 많은 제주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닌 새로운 수익을 위한 기회로,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한 에너지 관리, 계시별 요금과 전력 데이터 플랫폼 등으로 지역 기업과 청년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탄소중립 섬이라는 브랜드는 청보리 축제와 함께 관광 경쟁력을 높여 세계적인 탈탄소 RE100과 순환경제 CE100 등 ‘글로벌 탄소중립 섬’이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셋째, 참여가 많은 제주다. 탄소중립 성공은 기술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은 지속될 수 없다. 제주에서 시작하는 에너지 연금, 주민 참여형 발전소, 수요 관리 참여로 주민은 ‘에너지 민주주의’의 주역이 된다. 주민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공유하며 에너지 절약과 탄소 감축에 참여할 때 탄소중립은 제도적 목표를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범국민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도시와 섬을 새로운 혁신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있다. 주민 주도의 에너지 공동체인 덴마크 삼쇠, 하이브리드 전력 등 에너지 저장 중심의 스페인 엘히에로, 스마트그리드 등 지역 에너지 중심의 일본 미야코지마처럼 작은 섬들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제주는 주민 주도의 에너지 공동체와 분산 에너지 모델을 결합하고 이를 관광 자원과 연계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가파도에서 시작된 우리의 작은 도전은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글로벌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모델로 확장될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주변국들과 전력이 연계되지 않는 독립 계통 특성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탄소중립 모델은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정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 속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제주에서 시작되는 탄소중립 삼다의 실천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더 큰 시작이고 더 큰 실천의 시간이다. 김인환 서울대 환경대학원 비전임교수·국가생존기술연구회장
  • 우리 이야기로, 빌보드까지 13년… 다시 완전체로, 세상 향해 ‘스윔’

    우리 이야기로, 빌보드까지 13년… 다시 완전체로, 세상 향해 ‘스윔’

    가사에 자신들의 성장 서사 담아내데뷔 2년 만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나 자신 사랑하자’ 메시지 세계 전파군백기 이후 선택은 한국의 ‘아리랑’ 5집 14개 트랙 멤버들 역량으로 채워방시혁 총괄 프로듀싱… 완성도 조율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2013년 데뷔부터 현재까지 BTS의 행보는 단순한 K팝 아이돌 그룹의 성공을 넘어 대중음악 역사의 지형도를 바꾼 사건으로 읽힌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이 부르는 가사에 성장 서사를 투영하고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 왔다.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둬”(‘노 모어 드림’) 2013년 6월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을 당시 ‘방탄복처럼 10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뜻의 팀명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들은 주입식 교육과 꿈을 강요하는 사회적 모순을 날 선 힙합 비트에 담아 노래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거대 팬덤 ‘아미’(ARMY)의 초석이 되는 팬들과 격식 없는 소통을 이어 갔다. BTS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 시작된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서다. 그들은 거친 힙합 전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춘의 찬란함 속에 느껴지는 방황과 불안을 감성적인 멜로디로 고백했다.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내 눈물이 더 잘 보이나 봐/ 왜 나는 너인지 왜 하필 너인지/ 왜 너를 떠날 수가 없는지”(‘아이 니드 유’) ‘아이 니드 유’로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으며 후속곡 ‘쩔어’의 뮤직비디오는 해외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통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정규 2집 ‘윙스’의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을 통해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6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글로벌 돌풍의 서막을 열었다. 2017년은 BTS가 서구권 주류 음악 시장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깬 역사적인 해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을 저지하고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으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DNA’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멈춰 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낙원’) BTS는 또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같은 해 유엔 총회에 참석해 리더 RM이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목소리를 내주세요”라고 연설한 장면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깊은 울림을 줬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중략)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이프 고즈 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멈춰 섰을 때, BTS는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을 건넸다. 2020년 8월 경쾌한 디스코 팝 장르의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했다. 이 곡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의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라이프 고즈 온’, ‘마이 유니버스’ 등 모두 여섯 곡이 해당 차트 1위에 올랐다. 특히 ‘버터’는 10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2021년 최다 주수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2년 6월 데뷔 9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를 기점으로, BTS는 그룹 활동을 잠시 쉬고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는 ‘챕터 2’를 선언했다. 이는 끊임없이 달려온 그룹 활동에 쉼표를 찍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3년 9개월간 ‘군백기’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 BTS의 선택은 한국인 정서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아리랑’이다. RM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더 리턴’ 예고편에서 “우리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사실”이라고 정의하면서 “당연하게 돌아와야 할 곳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일 정식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단순히 돌아왔다는 신호가 아니라 세계적 스타가 탄생하고 발을 딛고 서 있는 뿌리, 정체성을 내세운 선언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예고편은 130년 시공간을 넘어서 평행이론의 풀이로 찬사를 받았다. 1896년 5월 8일자 워싱턴포스트(WP) ‘하워드의 일곱 한국인’ 기사가 바탕이 됐다. 당시 조선인 유학생이 남긴 최초의 ‘아리랑’ 녹음 기록을 오마주하며 타국에 우리 문화를 알린 선구적인 발자취, 그리움과 극복을 공유한 멤버와 팬덤 아미의 서사와 맞닿아 역사성과 예술성, 탁월한 해석력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5집은 멤버들의 음악적 외연을 확장했다는 의미도 크다. 14개 트랙에서 RM은 거의 전곡에 이름을 올렸고 슈가와 제이홉이 10곡 이상에 참여하는 등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채워 넣었다. 여기에 미국 팝밴드 원리퍼블릭 리더이자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등과 작업한 라이언 테더를 비롯해 실험적인 비트가 강점인 디플로, 정형화되지 않은 소리 질감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플룸 등 세계적인 히트메이커들이 참여해 한국적 멜로디와 팝 사운드의 조화를 꾀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하며 앨범의 균형과 완성도를 조율했다. 타이틀곡 ‘스윔’은 경쾌한 얼터너티브 팝 장르로 “삶의 파도 속을 계속 헤엄쳐 나갈 거야”라는 가사처럼 다시 완전체로 세상에 나아가는 의지를 청량하게 풀어냈다. 다섯 번째 트랙인 ‘무릉도원’은 슈가가 프로듀싱에 관여한 곡으로 가야금 선율과 강렬한 힙합 비트를 섞었다.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한 ‘대취타’(2020년 5월), ‘해금’(2023년 4월)을 잇는 국악 힙합의 정수로 꼽힌다. 8번 트랙 ‘에코스 오브 어스’는 BTS의 보컬 라인인 진, 지민, 뷔, 정국이 만들어 내는 R&B 발라드다. 긴 기다림과 재회를 메아리에 비유한 서정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마지막 트랙 ‘아웃트로: 아리랑’은 전 멤버가 참여한 대작이다. ‘아리랑’의 후렴구를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현대적으로 변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 與서울시장 예비후보 첫 토론서 ‘명픽’ 정원오 견제

    與서울시장 예비후보 첫 토론서 ‘명픽’ 정원오 견제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을 놓고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19일 첫 토론회에서 한 목소리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난타했다. 또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 논란 이후 급부상한 정원오 전 서울 성동구청장을 두고는 집중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에서 한강버스와 관련해 “그 재원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배 의원은 “1800억짜리 한강버스와 1300억짜리 노들섬 소리풍경, 즉 ‘그레이트 한강’은 즉시 폐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전 구청장은 “폐지할 사업은 너무 많아서 꼽기가 어려울 정도이지만 계승할 사업과 폐지할 사업 모두 시민들께서 결정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후보들은 오 시장의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계승할 정책으로 꼽았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다. 주도권 토론에선 정 전 구청장에 대한 견제가 이어졌다. 박 의원은 ‘실속형 분양주택’ 정책을 낸 정 전 구청장을 향해 “임대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기조와도 다른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의원은 정 전 구청장을 겨냥해 “이재명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거는데 서울시장이 정부 부동산 정책·철학과 달리한다면 오세훈 시장처럼 정부와 부동산 정책에서 엇박자가 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지정권 자치구 이양을 제안한 정 전 구청장에게 “구청장들이 재원이 없어서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난개발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 수행으로 선거성 공약 발표가 늦어졌다”며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민간 아파트 공급과 시세의 70∼80% 정도의 ‘실속형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사활을 걸 일은 예고된 변화의 파도에 시민들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사회적 방파제를 세우는 일이다. 1번 목표는 서울시 자살률 0%”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들도 합동 토론회에서 지역 발전 방향을 놓고 정책 경쟁을 벌였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도가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김동연 지사를 제외한 4명의 후보(한준호·추미애·양기대·권칠승, 기호순) 모두 ‘X’를 택했다.
  • K팝의 제왕, 전 세계가 대한민국 심장을 ‘보라해’

    K팝의 제왕, 전 세계가 대한민국 심장을 ‘보라해’

    음악적 뿌리·정체성 등 한국 알릴 듯광화문~시청역 1㎞ 거리가 공연장생중계 통해 전 세계 5000만명 시청멤버들 “모두가 안전한 공연 즐겨야” ‘K팝의 제왕’이 돌아온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4년 가까운 공백을 깨고 복귀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광장에서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아미’(BTS 팬덤)와 극적으로 재회한다. 20일 발표하는 정규 5집 ‘아리랑’의 타이틀곡 ‘스윔’을 통해 거친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다는 자세를 노래한 일곱 멤버들은 컴백 콘서트를 통해 BTS 시대의 2막을 선언한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BTS는 5집 앨범 타이틀곡 ‘스윔’을 비롯해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하고 기존 히트곡도 선보인다. BTS는 광화문광장 복귀 공연을 마친 뒤 다음달 9, 11, 12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총 82회에 걸쳐 K팝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이번 공연은 광화문에서 펼쳐지는 최초의 K팝 콘서트다. BTS는 광화문이라는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와 정체성이 한국에서 비롯됐음을 알리는 동시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복궁 근정문에서 시작해 흥례문,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일명 ‘왕의 길’을 걸어 나가는 장면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광화문을 나선 멤버들은 월대를 지나 메인 무대에 올라 전 세계에 ‘K팝 제왕’의 귀환을 알린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날 공연에는 26만명이 광화문 인근에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 구역은 광화문부터 시청역 인근까지 1㎞에 이른다.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도 공연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190개국에 송출되는 넷플릭스 생중계를 통해 5000만명이 콘서트를 지켜볼 전망이다. BTS는 19일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저희도 정말 설렌다”면서 “많은 분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맏형 진은 “의미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다 같이 인사드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도움 주신 분들과 이해해 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BTS 공연 관련 혼잡이 크게 예측되다 보니 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제약들이 가해지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계신 것 같다”면서 “양자가 잘 조화될 수 있게 질서 유지도 제대로 하되 국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 119달러 ‘유가 폭탄’… 환율 1500원 뚫렸다

    119달러 ‘유가 폭탄’… 환율 1500원 뚫렸다

    종가 기준으로 17년 만에 처음중동 전쟁 영향 고유가·강달러 6000 향하던 코스피도 ‘급제동’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19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았다. 외환당국이 설정한 ‘레드라인’(한계선)이 결국 무너진 것이다. ‘육천피’를 향하던 코스피도 제동이 걸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 전반이 전쟁의 포성에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은 1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장보다 10% 이상 급등한 배럴당 119.13달러에 거래되며 120달러 선을 위협했다.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 9일 장중 가격인 119.5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9원 오른 1501.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 1500원을 넘긴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 1511.5원 이후 17년 만이다. KB국민은행 공항 창구 기준 환전 환율은 1564.14원에 달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을 위한 ‘달러 결제’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을 돌파하며 ‘강달러’ 위세는 더욱 강화됐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자금이 이자를 많이 주는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커져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치솟는 환율을 붙잡지 못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81포인트(2.73%) 내린 5763.22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환율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는 다시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정책 대응 여지도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제 유가 상승은 곧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대표 외식 메뉴 8종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이 중 김밥 한 줄의 가격은 3538원에서 3800원으로 7.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삼겹살 1인분(200g)은 2만 1141원, 짜장면 한 그릇은 7692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 2.6% 올랐다. 문제는 금리다. 미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한국(2.50%)과 미국의 금리 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1.25% 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고용마저 둔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 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르면 통화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한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내수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둔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정책 역시 제약이 크다. 정부가 이른바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재정 지출을 억제하면 고유가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구 부총리는 “총수요 압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추진하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과 지역에 대한 직접·차등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김회천 한수원 신임 사장 “해외 원전시장 선점”

    김회천 한수원 신임 사장 “해외 원전시장 선점”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8일 취임하며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파도를 깨며 나아간다)’ 정신을 강조하며 “세계 원자력발전 산업계에 우뚝 서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핵심 과제로 원전 해체의 안전성과 기술력 강화, 에너지 전환 시대의 미래 경쟁력 확보, 해외 사업 수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특히 가동 중인 설비의 효율적 운영, 차질 없는 신규 원전 건설 추진뿐만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원전 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할 갈등을 ‘안전’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취임 직후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은 김 사장은 해체 작업이 한창인 고리 1호기와 정비 중인 2호기를 직접 점검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 [기고] 농생명 기초학문의 마지막 보루

    [기고] 농생명 기초학문의 마지막 보루

    지난해 7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직면할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이 기술 굴기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전략 기술 분야보다 ‘의사’와 같이 국가 면허로 보호받는 직종에 상위권 인재가 매몰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올해 일부 고득점 수험생이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장기화한 의정 갈등 속에서도 이러한 ‘의대 쏠림’의 큰 흐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서울대 이공계 박사과정 대학원 진학률이 미달 수준인 1대1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더이상 놀라운 뉴스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공계 분야의 소외 학문인 농업생명과학계열은 어떤 상황인가. 인류는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농생명 산업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십수 년 전 수도권 사립대의 농과대는 폐지되거나 이름이 바뀌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농학 분야 전공도 폐지됐거나 모집 인원이 크게 축소됐다. 거점 국립대의 대학원 연구실은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진 지 오래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팜과 생명공학을 이용해 기후변화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학했던 신입생 중 20% 가까이가 2학년 전공 진입 시기에 의약학계열 진학을 위해 자퇴하며 학문 후속 세대 단절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인기 분야에 흔히 있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학부 연구생 제도의 도입과 활성화가 그 열쇠다. 학부 연구생 제도는 학생이 지도교수의 과제에 직접 참여해 대학원생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실험 데이터 분석 등 실질적인 연구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학부 1~2학년의 기초 이론 교육과 대학원 심화 연구 사이의 간극을 메워 주는 ‘완충 역할’을 하며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이탈하는 것을 막는 핵심 중추가 될 수 있다. 실제 일부 대학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이 흐름을 방어하고 있으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 거점 국립대들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거점 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농학계, 나아가 전체 이공계로 확산하는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은 그린바이오, 스마트팜 등 국가 전략 산업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조기 확보하고 식량 안보와 기술 주권을 수호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소멸 위기의 지방대가 단순히 장학금만 주는 곳이 아닌 ‘연구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 대학’으로 거듭나 지역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론과 실습의 간극을 해소해 실무형 창의 인재를 육성하고 대학원 진학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 농생명과학의 미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
  • 보령의 보석 같은 섬, 예술을 품는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약

    보령의 보석 같은 섬, 예술을 품는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약

    원산·고대도에 24개국 80여점 전시섬문화예술플랫폼에 300억 투입창고·빈집 등 멋진 갤러리로 변신골목길 누비며 작품들 ‘보물 찾기’해안도로 따라 사운드 아트 풍성예술의 힘으로 폐촌의 부활 이끈다2033년까지 5개 섬으로 무대 확장일본 ‘세토우치’의 기적 뛰어넘기한글 ‘섬’ 형상화, 상징적 BI 확정레저 파크·워케이션 센터 등 연결 파도 소리만 무심하게 철썩이는 고요한 충남 보령 앞바다의 섬마을들이 2027년 봄, 거대한 세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국내 최초로 섬을 통째로 무대로 삼은 파격적인 예술 축제 ‘제1회 섬비엔날레’가 펼쳐진다.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김동일 보령시장)는 내년 4월 3일~5월 30일 원산도와 고대도에서 섬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보령의 섬들이 품고 있는 자연·생태·역사·문화를 예술로 선보이는 섬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다. 그동안 ‘비엔날레’ 하면 대도시의 으리으리한 미술관이나 번듯한 실내 전시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보령은 그 답답한 ‘화이트 큐브’를 과감히 부쉈다.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 섬에 남아 있는 낡은 빈집, 소나무 숲이 모두 전시장이 된다. 24개국에서 70여명(팀)의 예술가들이 이 작은 섬으로 몰려와 80여점의 작품을 쏟아낸다. 지휘봉은 김성연 예술감독이 잡았다.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과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지낸 전시 기획의 베테랑이다. 김 감독은 “지구는 초속 30㎞로 태양을 돌고 자전 속도만 초속 463m에 달한다”며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섬 역시 세상과 단절된 외딴곳이 아닌 세계의 흐름과 맹렬하게 교차하는 능동적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섬비엔날레의 첫 무대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원산도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대도다. 890여 명이 사는 원산도(10.28㎢)는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개통으로 이제 육지나 다름없이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원산도 해수욕장 앞에 ‘섬문화예술플랫폼’을 착공했다. 섬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섬문화예술플랫폼은 300억원을 들여 9886㎡ 부지에 연면적 3989㎡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곳에는 국내외 거장들의 회화와 작품들이 설치된다. 진짜 묘미는 플랫폼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 선촌항과 점촌마을 인근에 흉물로 남은 빈집과 낡은 창고 4~5곳이 장소의 숨결을 간직한 훌륭한 갤러리(Moving House)로 둔갑한다. 관람객은 골목길을 누비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빌리온과 야외 조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0.92㎢ 크기의 고대도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도착해 우리나라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역사적인 섬이다. 귀츨라프는 감자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등 고대도 주민들을 위해 힘을 썼고 한글을 배워 최초로 한글을 서양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고대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를 타며 사운드 아트와 설치 미술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섬비엔날레 개최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나오시마 등 17개 섬에서 예술제를 열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외지인 25%)을 끌어모았다. 지역 소멸과 고령화에 따른 폐촌을 예술의 힘으로 부활시킨 성공 사례다. 충남도와 보령시 역시 장기전을 준비했다. 2027년 두 섬을 시작으로 2029년 삽시도, 2031년 장고도, 2033년 효자도까지 5개 섬으로 무대를 확장한다. 차례대로 확대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켜 지역 소멸과 고령화, 폐촌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한글 ‘섬’을 형상화하고 파도와 연결의 의미를 담은 상징성 높은 브랜드 이미지(BI)까지 확정 지었다. 조직위는 송상호 경희대 명예교수가 민간조직위원장, 고효열 전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이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김성연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예술감독에 선임되는 등 체계도 갖췄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섬비엔날레를 통해 예술을 품은 글로벌 해양 허브를 꿈꾼다. 보령시는 바다를 해양레저 및 스포츠파크와 연계했다. 여기에 바다를 조망하며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워케이션 센터’를 더한다. 보령이 품은 105개의 섬에 예술을 품은 완벽한 관광 인프라가 들어서는 셈이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섬비엔날레 무대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며 “보령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해양관광 명소로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세계 최대 분화구 ‘할레아칼라산’일출 압권… 한낮에도 色다른 절경분화구 속 크고 작은 분화구 매력마카푸우 일대 혹등고래 관찰 명소탄탈루스 전망대 일몰은 명불허전루비빛 샌디 비치는 서퍼들의 천국화산이 만든 원초적 세계, 미국 하와이주의 두 번째 여정이다. 마우이섬과 오아후섬이 목적지다. 두 섬은 모양새가 퍽 다르다. 화산이 만들었다는 것 외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우이는 빅 아일랜드처럼 극한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활화산은 없어도, 화산이 하와이에 남긴 풍경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경관이 이 섬에 있다. 하와이주의 주도인 오아후섬이야 설명이 필요 없는 하와이의 대표 섬이다. 마우이와 오아후 여정에서 가장 기대한 건 사실 ‘우영우 고래’ 혹등고래와 바다거북 관찰이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실패했다. 그래도 그 파란 바다 아래 전설적인 동물들이 유영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하와이의 풍경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마우이섬은 색으로 말한다. 우주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색과 마주할 수 있다. 거기가 할레아칼라산이다. 둘레 33.5㎞, 지름 14㎞로 세계 최대 분화구다. 높이 3055m. 백두산과 서울의 남산을 합친 높이쯤 된다. 고도는 높아도 정상까지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담뱃잎 냄새도 강해진다. 물론 유황 냄새다. 산자락의 집들은 죄다 지붕에 굴뚝을 이고 있다. 아니, 웬 굴뚝? 하와이에서 난방을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하와이의 연평균 기온은 22도 정도로 온화하다. 한데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산이나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산은 다르다. 고지대여서 낮에도 제법 춥다. 특히 절경으로 입소문 난 새벽 일출과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를 이루는 별밤을 보려면 최소 늦가을 옷차림이 필수다. 숙소에서 대형 수건을 챙겨가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이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휴화산 분화구는 새벽 무렵에 숨 막힐 정도로 다양한 색상의 일출을 선사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새벽에 나타나는 이 붉은 줄무늬를 ‘카헤 라’라고 부른다. 주로 시 같은 문학 작품에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는데 ‘새벽의 붉은 빛줄기’ 정도의 의미다. 태양이 중천으로 오르면 분화구 안에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을 빨강, 분홍, 주황 등의 색조가 드러난다. 빅 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거칠고 남성적이라면 할레아칼라 화산은 우아하고 현란한 여성미가 압권이다. 분화구 안의 크고 작은 분화구(제주의 ‘오름’과 같다)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봉긋 솟아올랐다. 분화구 내 토양은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린다. 표면이 달과 흡사해 실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단다.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키오네히에 트레일)을 통해 분화구 안을 둘러볼 수 있다. 할레아칼라 방문자 센터 약간 아래에 있다. 트레일 길이는 16㎞ 정도다. 공원 관계자는 “키오네히에 트레일 전체가 꽤 길어서 하루 만에 완주하기는 어렵다”면서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만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할레아칼라 분화구 건너편은 미 항공우주국(NASA) 천문관측소다. 차로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이 일대에서 굽어보는 마우이섬 전경이 일품이다. 섬 드라이브에 나선다. ‘로드 투 하나’(하나 고속도로)는 섬의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거리는 약 85㎞다. 길지는 않지만 만만히 볼 도로는 아니다. 머리핀처럼 굽은 구간이 617개, 1차선 다리가 59개, 사각지대도 수없이 많다. 제한속도가 시속 25마일(40㎞)이어서 도로 주행 시간은 평균 2시간 30분에 이른다. 현지에선 ‘이혼의 길’이라 불린다. 글쎄, 난폭운전은 잦은 다툼과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려나. 마우이엔 오아후만큼이나 가볼 만한 해변이 즐비하다. 카팔루아 비치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흔히 플레밍 비치 파크라 불리는데, 몇 해 걸러 한 번씩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힐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카아나팔리 비치 역시 ‘2003년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혔다고 한다. 백사장 길이가 4.8㎞나 된다. 마우이 서쪽에 있다. 이 해변 북쪽의 푸우 케카아, 흔히 ‘블랙 록’이라 불리는 암초 지대는 스노클링 명소다. 라우니우포코 비치 파크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용암석으로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이다. 이제 오아후섬으로 넘어간다. 마우이에 ‘로드 투 하나’가 있다면 오아후엔 ‘72번 국도’가 있다. 탄탈루스, 다이아몬드 헤드, 진주만 기념공원 등 오아후의 거의 모든 명소가 이 도로에 굴비처럼 매달려 있다. 와이키키를 기준으로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좋다. 교통량, 주차 등에 유리하다.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어렵다. 섬 동쪽 해안의 경우 마카푸우 전망대나 좀 더 위의 카일루아 비치 정도에서 복귀하는 게 좋다. 시내 와이키키 해변 뒤의 탄탈루스 전망대는 일몰을 겨냥해 찾아가면 된다. 해넘이 풍경이 명불허전이다. 야경도 빼어나다. 오아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헤드는 사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주 성산일출봉이 다이아몬드 헤드와 생성 과정이 정확히 일치한다. 바다에서 화산이 만든 풍경은 매우 드물다. 성산일출봉과 하와이 다이아몬드 헤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다. 섬 동쪽 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카이 전망대다. 여긴 한국인들에게 이른바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정확히는 산 중턱의 분지에 들어선 주택들이 한반도 형상과 닮았다는 곳이다. 사실 ‘한반도 지형’은 코웃음이 나올 정도의 억지춘향 작명이지만 코코헤드 분화구 풍경만큼은 아주 빼어나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르는 것도 사실 코코헤드를 보기 위해서다. 라이나 전망대는 현지의 한 잡지에서 본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다. 제주 지질트레일 중 용머리 해안의 축소판 같다. 주름진 코코 헤드 분화구와 억겁의 풍화, 침식으로 형성된 해안 바위 지대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좀 더 위의 샌디 비치 공원은 큰 파도가 자주 몰려오는 곳이다.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일몰 때면 연한 루비 색깔로 물드는 하늘이 황홀경을 펼쳐낸다. 오아후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푸우 전망대는 동쪽 해안 끝에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이 장쾌하다. 구글 지도엔 대놓고 ‘고래 관찰 명소’라고 표기했다. 주차장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마카푸우 전망대에 오른 건 역시 혹등고래를 보기 위해서다. TV 드라마로 유명해진 이른바 ‘우영우 고래’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도 혹등고래와 바다거북에 아주 각별한 감정을 갖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범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사냥하거나, 뱀상어가 바다거북의 등껍질을 갈가리 찢는 걸 보면 강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연민을 넘어 거의 동류의식에 가까운 듯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매우 각별하게 보호 활동을 벌인다. 하와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바다거북 곁에 약 3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까지 만들었다. ‘대항해 시대’에 멸종에 이르도록 잡아먹었던 죄를 씻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등고래는 등이 울퉁불퉁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태는 남극 등 극지방의 어장에서 크릴새우 등을 잔뜩 먹은 뒤 지구 반 바퀴를 헤엄쳐 하와이 등 따뜻한 바다에서 새끼를 키운다. 사실 따뜻한 열대 바다엔 혹등고래가 좋아하는 크릴새우 등 먹잇감이 전혀 없다. 따뜻한 바다는 그저 새끼를 위한 보육원일 뿐이다. 마카푸우 일대의 물빛은 제주 바다와 비슷하다. 지구 끝에 온 것 같은 아름다운 빛이다. 같은 화산섬이니 당연하다. 다만 제주 바다와 달리 오아후는 파도가 거세 수영보다는 서핑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열대섬 하면 연상되는 반얀트리 나무는 오아후에 세 그루 있다. 카메하메하 동상 옆, 와이키키 해변 인근, 그리고 바다거북 관찰로 유명한 노스 쇼어의 터틀베이다. 이 중 터틀베이 인근의 반얀트리가 가장 크다. 카이마나 비치는 와이키키 동쪽 끝에 있는 한적한 해변이다. 운이 아주 좋으면 하와이 특산종인 몽크 바다표범과 마주할 수 있다. 워낙 귀한 녀석이라 몽크 바다표범이 등장하면 곧바로 해변을 폐쇄하고 ‘인간’의 출입을 통제한다. 카카아코는 거리 벽화 덕에 힙스터의 성지가 된 곳이다. 9개 블록의 거리에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호놀룰루 시가지에서 바닷가 쪽에 있다. 하와이를 찾는 신혼부부를 위해 현지의 전설 하나 소개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 중 하나는 나우파카다. 만개해도 쥘부채처럼 절반만 핀 듯한 형상의 꽃이다. 해변에 핀 건 나우파카 카하카이, 산에 핀 건 나우파카 쿠아히위다. 두 꽃은 각각 나우파카 공주와, 그의 약혼자이자 어부인 카우이의 화신이다. 카우이의 사랑을 갈망했던 ‘불의 여신’ 펠레가 둘을 질투해 각각 산과 해변에서 자라게 갈라놨다고 한다. 하와이의 연인들은 종종 완전한 사랑을 꿈꾸며 각자의 팔뚝에 두 꽃을 문신으로 나눠 새긴다. 두 꽃을 표현한 거리 벽화, 액세서리도 흔히 볼 수 있다. ■ 여행 수첩 -하와이 모든 지역의 출입 절차가 예전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특히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는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입장객과 차량 수를 제한한다. 할레아칼라로 가는 도로(Hy. 378)는 일출 예약제로 운영된다. 24시간 연중무휴이지만 매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는 예약자 외에 공원 출입이 제한된다. 일출 관람객이 많을 경우 추첨을 하기도 한다. 누리집(www.recreation.gov)에서 2개월 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 수수료 1달러,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당 30달러다. 패스는 3일 연속 유효하다. 방문 48시간 전 오전 7시에 추가 티켓을 판매하긴 하나, 하와이 가기 전에 예약해 두길 권한다. 할레아칼라 일대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음식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다. -할레아칼라의 아름다운 색이 담긴 사진은 한낮에 촬영해야 한다. 일출, 일몰 전후엔 분화구가 그늘에 가려 암석의 색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를 권한다. -마우이는 12~4월 혹등고래가 몰려드는 세계적 명소다. 1~3월이 절정으로 알려졌다.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섬 사이의 아우 해협이 유명하다. 호오키파 비치 공원에선 바다거북을 볼 가능성이 높다. 오아후에선 마카푸 전망대가 고래 관찰 명소, 바다거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은 노스 쇼어 일대다. -진주만 기념관에선 속이 보이지 않는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소지품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핵심 시설인 애리조나 기념관, 미주리호, 태평양 항공 박물관, 보우핀 잠수함 등은 오가는 셔틀과 보트 등의 예약이 필수다.
  • 강렬하게, 당당하게… 진화한 ‘걸’

    강렬하게, 당당하게… 진화한 ‘걸’

    용기·연대 담아 돌아온 블랙핑크컴백 앨범 1주일 새 177만장 돌파아이브 신곡 ‘뱅뱅’도 주체성 강조있지 ‘댓츠 어 노노’ 차트 역주행‘나답게’ 내세운 가사·무대로 화제“해외·여성 팬덤과 시대 변화 반영” K팝 걸그룹의 세계관이 진화하고 있다. 올봄 컴백한 인기 K팝 걸그룹들이 공통적으로 자기 확신이나 진취적인 태도 등 주체적인 자아상을 강조한 음악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K팝 팬덤이 국가와 성별을 넘어 확산하면서 걸그룹의 세계관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3년 5개월 만에 새 앨범 ‘데드라인’을 발표한 블랙핑크가 대표적이다. 타이틀곡 ‘고’는 블랙핑크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블랙핑크 멤버들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용암이 들끓는 대지를 넘어 우주로 항해를 떠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는 한층 강렬해진 음악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팀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앨범은 발매 1주일 만에 K팝 걸그룹 최초로 177만장이 팔려 나갔다.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아이브의 정규 2집 타이틀곡 ‘뱅뱅’은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데뷔 이래 자기애와 자신감 있는 메시지를 전했던 아이브는 이번 앨범에서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주체를 나에서 우리로 확장해 관계와 감정의 연결을 노래했다. 멤버 장원영이 작사에 참여한 ‘뱅뱅’은 주변의 시선이나 소문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당당하게 상황을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걸그룹 있지(ITZY)가 6년 전 발표한 ‘댓츠 어 노노’는 지난달 콘서트에서 선보인 무대가 화제를 모으며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이 곡은 두려움 없이 나답게 전진하겠다는 가사를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표현했다. 5세대 걸그룹 키키와 하츠투하츠도 정형성을 깬 자유분방함과 주체적 이미지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키키의 미니앨범 2집 타이틀곡 ‘404(뉴 에라)’는 인터넷 오류 코드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좌표 밖의 지점’ 등의 가사가 기존 질서나 틀 안에서 포착되지 않는 움직임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레트로 감성을 덧입힌 것이 특징이다. 키키는 이 곡으로 데뷔 이후 첫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지난달 20일 내놓은 신곡 ‘루드!’도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루드!’는 하우스 기반의 댄스곡으로 가사 전반에 정해진 규칙과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와 나다움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걸그룹의 여성 팬덤이 늘어나고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담은 가사가 늘고 있다”면서 “K팝의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메시지로 젊은 세대를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동 확전 우려하는 美… 이란 ‘석유 심장’ 때릴까

    중동 확전 우려하는 美… 이란 ‘석유 심장’ 때릴까

    수출 90% 담당하는 경제 핵심타격 땐 글로벌 충격 고려해야 대이란 군사 작전 중인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공격을 고려하고 있으나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프랑스24에 따르면 이란 항구 도시 부셰르 인근의 작은 산호초섬인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섬은 1960년대 팔레비 왕조 시절 미국·이란 합작 회사에 의해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로 개발됐으며 저장 탱크, 파이프라인 등 각종 시설로 밀집돼 있다.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항인 이 섬은 이란 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최정예 부대 혁명수비대의 ‘외화 획득 창구’로도 알려졌다. 섬이 이란 경제와 직결되는 탓에 1980년대 이라크 전쟁 당시 ‘제1 타격 목표’가 됐다. 최근 이스라엘 제1야당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도 “이스라엘은 이란의 모든 유전과 하르그섬의 에너지 산업 시설을 파괴해 이란 경제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르그섬은 미국이 당장이라도 때릴 수 있는 쉬운 표적이지만 아직 공습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섬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거나 장악하면 이란 경제에 큰 타격이지만, 이란이 중동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확전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파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선임 연구원은 AFP통신에 “섬 전체가 석유 시설로 이뤄져 있어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섬 점령은 미국 의회의 논의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추가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최근 이란의 석유·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이스라엘에 추가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채널 12방송은 미국이 전후 이란 정권과의 원유 협력, 걸프 지역 에너지 위기 및 경제 공황 우려 등을 이유로 이런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 ‘전쟁 중’ 트럼프, 국방부와 불협화음?…“해군이 호르무즈 호위 거절” 체면 구겼다 [핫이슈]

    ‘전쟁 중’ 트럼프, 국방부와 불협화음?…“해군이 호르무즈 호위 거절” 체면 구겼다 [핫이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한 호위를 거절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군사적으로 보호해 달라고 미 해군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 해군은 아직 이란의 공격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당분간 선박 호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해운업계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유조선 등 상선을 호위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개전 직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호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이틀 사이 10% 넘게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란의 거센 반격으로 이내 급등세로 다시 돌아섰다. 현재까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을 호위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가 불협화음을 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약 부족 등을 이유로 이란 작전을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란 공격 결정권자는 나”라고 일축하며 미군 수뇌부와 행정부 사이에 해당 작전에 대한 온도 차가 드러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와 군의 현실적 군사 판단이 어긋나면서 불협화음이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행정부 내에서도 ‘삐끗’? 에너지부 장관 SNS 소동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사실이 아닌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0일 SNS에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미 해군이 호위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국제유가는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빠른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라이트 장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SNS 게시글을 삭제했고 국제유가 낙폭은 다시 줄어들었다. SNS 글 하나에 국제유가가 거대한 파도처럼 흔들리며 혼선이 빚어지자 백악관은 급히 수습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미 해군이 유조선이나 선박을 호위한 사실은 없다”면서 “다만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점에 이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온 만큼 관련 선택지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개방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전 세계 선박 수백 척이 호르무즈 양 끝에 정박한 채로 통과를 못 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군의 유조선 호위’ 약속은 지켜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수백 개 설치 가능”한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CNN은 10일 미 정보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현재까지는 수십 개 정도로 아직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수백 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BS 방송도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려는 움직임이 미 정보 자산에 포착됐다면서 “이란이 기뢰를 2~3개씩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선박들을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케인 합참의장은 “미 중부사령부가 오늘도 (이란의) 기뢰 부설 함정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법적으로 봉쇄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2000~6000개로 추정되며, 대부분 자체 생산했거나 중국·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 기름값 어쩔 건데…‘유조선 호위’ 약속 어긴 트럼프, 호르무즈서 기뢰 터지나 [핫이슈]

    기름값 어쩔 건데…‘유조선 호위’ 약속 어긴 트럼프, 호르무즈서 기뢰 터지나 [핫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글을 올렸다 삭제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SNS에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미 해군이 호위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국제유가는 무려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빠른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라이트 장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SNS 게시글을 삭제했고 국제유가 낙폭은 다시 줄어들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8달러로 전장보다 11%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45달러였다. SNS 글 하나에 국제유가가 거대한 파도처럼 흔들리며 혼선이 빚어지자 백악관은 급히 수습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미 해군이 유조선이나 선박을 호위한 사실은 없다”면서 “다만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점에 이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온 만큼 관련 선택지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개방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직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호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이틀 사이 10% 넘게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란의 거센 반격으로 이내 급등세로 다시 돌아선 바 있다. 현재도 전 세계 선박 수백 척이 호르무즈 양 끝에 정박한 채로 통과를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군의 유조선 호위’ 약속은 지켜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과 원유 공급에 대한 상반된 신호가 이어지자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혼조로 마감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7% 내린 4만 7706.51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0.21% 내린 6781.48, 나스닥 종합 지수는 0.01% 오른 2만 2697.104에 각각 마감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전 세계가 국제유가에 흔들리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CNN은 이날 미 정보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현재까지는 수십 개 정도로 아직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수백 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BS 방송도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려는 움직임이 미 정보 자산에 포착됐다면서 “이란이 기뢰를 2~3개씩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선박들을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지난 몇 시간 동안 우리는 비활동 상태(작전 중에 있지 않은)의 기뢰 부설 선박 10척을 타격해 완파했다”면서 “추가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군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보유한 기뢰 부설 함정과 저장 시설 타격에 나섰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미 중부사령부가 오늘도 (이란의) 기뢰 부설 함정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법적으로 봉쇄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2000~6000개로 추정되며, 대부분 자체 생산했거나 중국·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돌아온 BTS와 함께 SWIM!… 삶의 파도 몰아쳐도, 헤엄쳐 나아가리라

    돌아온 BTS와 함께 SWIM!… 삶의 파도 몰아쳐도, 헤엄쳐 나아가리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0일 발표하는 정규 5집 앨범 ‘아리랑’에서 삶에 대한 사랑과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노래한다. 방탄소년단은 4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타이틀곡 ‘스윔’과 ‘보디 투 보디’, ‘훌리건’, ‘에일리언스’, ‘FYA’, ‘2.0’ 등 총 14곡으로 구성된 5집 트랙리스트를 공개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새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지난 여정에서 쌓은 정서를 아우른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음악 작업을 했고 디플로, 라이언 테더, 엘 긴초 등 스타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다. ‘스윔’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곡으로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노래한다. RM이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밀려오는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삶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냈다. 첫 트랙 ‘보디 투 보디’는 공연장을 찾은 관중들과 함께 즐기겠다고 외치는 노래다. ‘훌리건’은 세계를 누비며 길을 개척해 온 시간을 되짚고 ‘에일리언스’는 세상을 향한 포부를 담았다. ‘2.0’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일곱 멤버의 현재를 보여준다. ‘No. 29’와 ‘메리 고 라운드’는 반복되는 인생의 굴레를 버텨내는 이야기를 담았고, ‘노멀’은 무대 안팎에서 멤버들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만큼 새로운 활동에 대한 멤버들의 기대감도 엿보인다. ‘라이크 애니멀스’는 뜨겁게 살아가는 의지를 표현했고 ‘데이 돈트 노 바웃 어스’에는 “우리는 그저 우리일 뿐”이라는 자신감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신보에는 황홀한 순간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원 모어 나이트’와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을 전하는 ‘플리즈’ 등 감성적인 곡들도 수록됐다. 앨범은 너에게 달려가겠다는 고백을 주제로 한 ‘인투 더 선’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앨범 발매 다음 날인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개최하고 가요계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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