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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선 의원 “부친 만주서 독립운동” 공개

    김희선 의원 “부친 만주서 독립운동” 공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17일 부친의 친일 의혹 등을 제기한 월간조선 보도를 정면 반박하면서 그의 가족사를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부 김성범과 독립군 김학규 장군이 호적상 남남이고,부친 김일련이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월간조선 보도는 터무니 없는 음해이고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김 의원은 “의성 김씨인 증조부 김순옥이 사망한 뒤 증조모 선우순이 두 아들 김성범과 김학규를 데리고 안동 김씨인 김기섭과 같이 살게 됐고,이 과정에서 큰아들과 달리 나이 어린 둘째 김학규를 안동 김씨 호적에 올린 것”이라며 김학규 장군이 자신의 작은할아버지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의성 김씨 족보에 따르면 김순옥의 사망 시기가 1897년이고,김학규의 출생은 호적상 1900년’이라는 월간조선 보도에 대해서는 “당시 족보와 호적이 정확하겠느냐.김학규의 자서전에 장형인 김성범과 15년 터울로 돼 있고,김성범이 1882년 생이므로 김학규는 1897년께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부친의 만주국 경찰 전력 논란에 대해서는 “부친은 조부 뒤를 이어 만주 봉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은 아버지 김학규의 독립운동을 지원했고,본인도 한국독립당 특별당원으로 활동하다 소련군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회견에는 월간조선측과 인터뷰한 김학규 장군의 며느리 전봉애씨 등 친척과 지인 10명이 참석했다.전씨는 “김 의원의 부친이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월간조선 기자에게 진술했다는 내용을 부인했다.김 의원 부친 김일련의 동지라고 밝힌 김은석씨는 “광복 후 만주에서 김학규 장군 비서로부터 김일련씨를 ‘김 장군의 조카’로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학규 장군의 제적 등본과 장례식 사진,의성 김씨 족보,김성범의 장남 일선을 김학규 장군의 조카로 보도한 1931년 10월31일자 조선일보 신문 사본 등을 증거자료로 공개했다.김 의원측은 “월간조선 10월호가 발간되는 대로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측은 “김 장군의 며느리 전씨와 5차례 인터뷰한 내용은 전부 녹취됐다.”며 “전씨는 ‘(김 의원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친일청산 작업에 지장이 온다.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취재 기자에게 밝혔다.”고 반박했다. 진경호 김준석기자 jade@seoul.co.kr
  • 네티즌 ‘과거사’ 진흙탕싸움

    ‘친일이냐 친북 용공이냐.’ 정치권에서 제기된 과거사 진상규명 논란이 인터넷에 옮겨붙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자 일부 네티즌은 정치권의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휴일 잊은 과거사 사이버 공방 네이버,다음 등 포털과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휴일인 22일을 전후해 정치권의 대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충돌이 잇따랐다. 네이버 핫이슈 토론장에는 21∼22일 1822건의 글이 올랐다.특정한 글에는 130여개의 대글이 달리고,조회수가 1만건에 이르렀다.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수백건의 글이 난상토론을 벌였다.이들은 서로 지지 정파의 입장을 옹호하며 ‘친일 청산’과 ‘용공 척결’을 주장했다. ●편가르기·이전투구에 네티즌 질타 쏟아져 하지만 소모적인 논쟁에 질타와 충고를 쏟아내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국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실직한 소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기식’씨는 “서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치인은 국민 혈세를 받아가며 당파싸움이나 하느냐.”면서 “일본은 동해와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고,중국까지 동북공정으로 민족의 뿌리를 뒤흔들려 하는 마당에,여야는 싸울 힘이 있으면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여현동’씨는 “영·호남도 모자라고,수구니 개혁이니 하다가 우파니 좌파니 편가르기 하고 이제 과거사까지 규명해서 서로 죽이기를 해야 좋으냐.”고 꼬집었다. 다음의 핫이슈토론 게시판에서 ‘가장높은산’은 “과거의 역사를 들춰 우리가 얻는 것은 불신뿐”이라면서 “글로벌시대에 변화하는 세상과 경제에 온 국민이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과 지도자들의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흑색선전·중상모략 근절해야” 전문가들은 혼탁한 분위기에 편승한 중상모략과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식 흑색선전의 확대 재생산이 또다른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실제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에서 ‘bluegreen’이라는 네티즌은 “모 장관의 아버지가 근무한 식산은행은 1926년 한국을 착취할 목적으로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같은 친일회사”라고 주장했다.열린우리당 L의원의 부친,모 장관의 부친,대통령 친인척 등의 이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독립신문,업코리아 등 일부 보수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이 각 포털 사이트로 옮겨지기도 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은 사실일 수도,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독립된 위원회 형식의 기관에서 친일문제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여 중상모략과 제대로 된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인터넷에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은 친일을 명확히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개방적인 인터넷의 특성을 악용,일부 세력이 검증되지 않은 흑색선전을 유포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흑색선전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다수의 확인을 거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다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효섭 이재훈기자 newworld@seoul.co.kr
  • [정가 카페] NSC “조선일보서 음해” 비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0일 NSC가 일선 부처와 대통령간 의사소통을 차단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이 날자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음해와 비방’,‘중상모략’이라는 등의 격한 표현을 쓰면서 맹비난했다. NSC는 “조선일보가 ‘NSC폐지와 이종석 차장 교체’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해 이를 관철하려 한다는 그간의 풍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선일보가 NSC에 대한 음해와 비방을 일삼는 것은 언론의 정상적인 보도행위를 뛰어 넘어 국가안보의 벽을 허무는 위험한 행위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주장했다. NSC는 “사실을 왜곡한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서는 오보대응을 포함해 제반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제기했던 고소를 취하하고 있는 가운데 NSC가 적극 대처입장을 밝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 타이완 野지지자 “부정선거” 시위

    타이완 전체가 20일 치러진 총통선거로 양분됐다.선거 결과에 불복,야당인 국민당 지지자 수천명은 21일 총통 관저 앞에서 재개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재선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국민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관측통들은 이번 선거로 타이완 사회가 여·야 지지자간,대륙·타이완 출신간 사이가 더 벌어지고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위대·경찰 곳곳 충돌 야당인 국민당 롄잔(連戰) 후보는 21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규탄 항의 집회에 참석,재검표와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저격사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20일 밤 철야시위에 이어 이틀째다.총통부 경호실과 경찰 당국은 바리케이드로 통제선을 설치,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롄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후보도 집회에 참석해 부정선거를 규탄했다.전국의 국민·친민당 지지자 1000여명이 이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상경하는 등 항의시위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날 새벽 제3의 도시인 중부 타이중시 지방검찰청 앞에서는 지지자들이 선거부정 조사를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진압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다.남부 항구도시 가오슝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천 총통,반쪽 승리 무효가 된 33만 7297표는 천 총통이 롄 후보를 누른 2만 9518표의 11배를 넘는 숫자다.무효표가 총 투표수의 2.5%로 지난 2000년 선거에서의 1%를 훨씬 넘는다.또 저격사건이 일어난 타이난은 다른 도시보다 무효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일고 있다. 무효표와 관련,‘100만표 무효연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이 단체는 상호비방과 중상모략으로 치닫는 이번 선거에 반대,유권자들에게 투표용지를 손상시키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졌으나 과반수 미달로 부결된 국민투표는 타이완의 첫 국민투표였다.야당은 이번 국민투표가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불투표 운동을 벌여왔다.최소한 국민투표에서는 야당이 이긴 셈이다.미사일 배치를 통한 국방강화안은 유권자의 45.17%,중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하자는 안은 45.12%만 투표했다. ●불복,그 이후 국민당은 26일로 예상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발표 15일 이내에 행정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소송이 접수되면 법원은 심의에 착수하고 법정 공방을 통해 ‘재개표’를 판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개표가 강행돼도 선거 결과가 뒤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적어도 타이완의 법원 수뇌부는 민진당에서 임명된 사람들인 만큼 여권 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21일 고등법원이 내린 투표함 봉인 명령은 야당 지지자들의 분노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격사건 수사도 변수다.전문가들은 야당 진영으로 흐르던 선거 판세가 저격사건으로 천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면서 뒤집혔다고 보고 있다.저격사건이 선거를 10시간 앞두고 일어났고 사건 직후 타이난종합병원이나 청궁대학병원이 아닌 6.5㎞ 떨어진 치메이병원으로 간 점 등이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타이완 보안당국은 키 170㎝의 중년 남성을 용의자로 쫓고 있다.현장에서 발사된 두 발은 각각 구리와 납으로 집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정보제공 대가로 1000만타이완달러(3억 4778만원)를 내놨고 선거에 진 야당 또한 같은 돈을 내걸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서울 전경하기자 외신 lark3@seoul.co.kr˝
  • [사설] 돈선거 통할거라는 인식 버려야

    경기 용인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남궁석 의원이 자신의 부인이 지역구내 보훈단체에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적발되자 총선후보를 사퇴했다.또 춘천지검은 전 청와대비서관 정모씨 인척에게서 돈을 받아 선거 운영비로 사용한 정씨의 측근 2명을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중이라고 한다.불법대선자금 수사로 ‘돈선거 추방’이 지상의 과제가 되어버린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후보들이 돈선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의 당선무효 규정이 강화되고 유권자들도 향응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해 은밀한 수법으로 검은 돈이 건네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일계급 특진 포상으로 전 경찰관이 단속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불법 적발건수는 가히 위험수위이다.2월15일 현재 선거사범 단속건수는 960건,1219명으로 16대 같은 기간의 273건,351명에 비해 무려 247%나 증가했다.여기에 지역문화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돈 대신 오페라나 연극 표를 돌리고,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능화되고 있어 깨끗한 선거는 말잔치로 끝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총선 이후 무더기 재·보선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엄청난 국력낭비이며 국고손실 아닌가.이제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달라져야 한다.그런 점에서 남궁석 의원의 사퇴 결정은 잘한 일이다.모든 후보가 ‘검은 돈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깨우치고,‘새정치 출발’이라는 4월 총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이다.후보와 유권자는 선거법으로 옭죄어놓고,중앙당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고,근거없는 폭로전으로 일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합동 연설회와 정당·후보연설회가 폐지돼 자칫 선거기간 내내 중앙당에서 유언비어와 중상모략을 양산해내는 정치공세를 펼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정치권은 구태에서 벗어나야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 책 / 미국사의 전설,거짓말,날조된 신화들-리처드 솅크먼 지음

    미국의 초월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결국 중요한 것만 기억에 남는다.”고 했지만,미국인의 역사 인식은 이와 사뭇 다르다.미국인들이 기억하는 역사적 지식은 상당 부분이 신화적인 것이다.시간이 흐르면서 객관적인 사실은 퇴색해 버리고 근거없는 신화는 계속 살아 남는다.‘자유의 종’ 이야기라든가 에이브러햄 링컨과 앤 루틀리지의 낭만적인 사랑에 관한 헛소문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요컨대 ‘미국식’ 신화는 세계를 인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신화가 아니라,역사적 정통성의 부재와 침략과 정복의 역사를 은폐하기 위한 신화인 것이다. ‘미국사의 전설,거짓말,날조된 신화들’(리처드 솅크먼 지음.이종인 옮김,미래M&B 펴냄)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치부와 허점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미국 역사의 가면과 거품을 가차없이 벗겨낸다.에미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인 저자는 미국사에 드리워진 신화의 아우라를 특유의 우상파괴적인 글쓰기로 거둬낸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反민주주의자였다 미국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미국인들은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고 독립전쟁을 일으키고 헌법을 물려준 이 건국세대는 정치적 음모나 중상모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그런 만큼 건국의 아버지를 비판하는 역사가들은 백안시당한다.심지어 미국 서부 유타주의 모르몬교 지도자들은 헌법은 신의 영감을 받아 작성된 문서라고 가르치고 있다.유타에 살면서 건국의 아버지들을 “정치가들”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필경 언쟁의 빌미가 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건국의 아버지들은 한결같이 민주주의에 부정적이었다.미국의 독립선언문 서명자로 매디슨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엘브리지 게리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의 효시가 된 인물.또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말 따로 행동 따로였으며 매관매직을 일삼았다.제퍼슨은 인권을 강력하게 옹호한 정치가이긴 했지만,자신이 민주주의자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그는 평생 공화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화가들의 그림 또한 거짓 신화를 양산하는 데 한몫했다.‘잔인한 위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초상화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원래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콜럼버스가 살아 있을 때 제작된 초상화는 단 한 점도 없기 때문이다.미국 독립혁명 지도자 패트릭 헨리의 초상화는 그의 사후 16년이 지나 그려졌으며,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초상화는 신격화된 양상까지 보인다.19세기에 제작된 워싱턴의 흉상은 너무 이상화된 나머지 백악관에서는 한동안 ‘무명의 인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림으로 거짓 신화를 정당화 초상화 못지않게 왜곡된 것이 전쟁,특히 독립전쟁과 관련된 그림들이다.독일 화가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러웨어 강을 가로지르는 워싱턴’이 그 두드러진 예.워싱턴이 델러웨어 강을 건넌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에서 묘사된 것처럼 우아하면서도 감동적인 모습으로 건너지는 않았다.의회에서 아직 채택되지 않은 미국 국기가 배에서 휘날리는 것도 의문을 낳는다. 미국은 과연 인종의 용광로인가.미국은 초기 이민자들에게 대단한 텃세를 부렸다.19세기 초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들이 건너왔을 때 개신교 신자들은 “교황이 미국을 파괴하기 위해 피묻은 손을 뻗쳤다.”고 성토했고 필라델피아에서는 폭동을 일으켰다.나중에 남유럽이나 동유럽 사람들이 이민 왔을 때도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마치 범죄자 무리가 침범한 것처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유서 깊은 뉴잉글랜드 가문 후손인 시인 토머스 베일리는 이렇게 한탄했다.“오,자유,하얀 여신이여! 저렇게 문을 마구 열어 놔둬도 되는 것입니까?” 흥미로운 것은 미국인들이 20세기 들어 비로소 미국을 용광로로 자각했다는 사실이다.그 전의 미국인들이 자신들을 ‘단일민족’으로 생각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당시 영국의 관습과 가치가 우세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문화도 그에 못지않은 영향을 끼쳤다.‘용광로’라는 말은 1908년까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1934년이 지나서야 웹스터 사전에 올랐다. 미국은 ‘호색의 역사’를 지닌 나라다.미국인은 식민지 시대의 청교도들이 매우 금욕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섹스에 관대했다.현대 미국인만큼 성적 부도덕을 허용하진 않았지만,외설추방운동을 편 개혁가앤서니 컴스톡 같은 도덕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폐쇄적이지도 않았다.매사추세츠주의 점잖은 마을인 콩코드에서 독립전쟁전 20년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3분의1이 사생아였다는 사실은 퍽 시사적이다. ●성관계에 관대했던 청교도들 청교도들은 섹스로부터 자녀를 지키려고 크게 노력하지도 않았다.약혼중인 남녀가 옷을 입은 채 한 침대에서 자는 ‘번들링(bundling)’ 관습은 종종 성관계로 이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습은 널리 퍼졌다.아무튼 청교도는 1600년대에 미국에 정착한 다른 종교그룹들에 비해 도덕적 엄격함만 내세우는 편협한 종교집단은 아니었다. 미국인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역사에 대해 어둡다.때론 미국 헌법의 첫 10개 수정조항이 권리장전으로 공포된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다.그들은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잊어버려도 좋은 ‘신화적인’ 것은 곧잘 기억한다.문제는 저자의 지적대로 “신화는 보호색이 너무 강해 지적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수평사회를 만들자]3부 경찰과 시민 (7)외국에서는-일본

    |도쿄 황성기특파원|“손댈 틈 없이 바쁜 나머지 어느 새 다른 사건들을 깡그리 잊고 말았다.” 8건의 소년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방치,지난 6월 징계 처분을 받은 도쿄와 이웃한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 경찰서의 소년계 담당자가 조사나온 감찰관에게 털어놓은 진술이다.이 경찰서 소년계는 불과 4명의 수사인원으로 자전거 절도,공갈,상해 등 끊이지 않는 소년범죄를 처리해 왔다. 사이타마현은 경찰관 1명이 맡는 주민 숫자가 72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최근 5년간 한 해 1만건 이상씩 범죄가 늘어날 만큼 치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요주의 지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사이타마현의 K경찰서는 불과 15명이 밤 당직을 서는데 사건은 60∼70건씩 발생한다.이런 인력으로는 도무지 대처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그는 “경찰관이 모자라다보니 싸우다 연행돼 온 사람들이 처리를 기다리다 화해하고 돌아가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고 씁쓸히 웃었다. 범죄는 급증하고,주민들의 치안 기대는 높지만 부족한 경찰인력 탓에 사이타마현 경찰본부 산하 경찰관의 직무태만은 끊이지 않는다.증거물인 각성제를 멋대로 폐기한 혐의로 경찰관 3명이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는가 하면,만취한 남성을 방치,숨지게 한 경관이 적발되기도 했다. 치안 악화,경찰관의 직무태만은 사이타마뿐 아니라 일본 열도가 안고 있는 고민 중 고민이다. 2002년판 경찰백서에 따르면 범죄 인지 건수는 2차대전 패전 후 사상 최고인 273만건을 기록했다.그러나 치안대국 시절 60%이던 범인 검거율은 19.8%로 사상 처음으로 20% 이하로 추락했다. “일본에 가면 밤길을 조심하라.”,“신주쿠(新宿) 가부키초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는 당부가 어느새부터 외국인 여행객에게 따라붙었다.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치안대국’을 자랑하던 일본의 자존심은 경제침체와 더불어 여지없이 구겨지고 있다. 치안 악화의 원인은 소년범죄의 급속한 증가에 있다.일본 인구의 7%에 지나지 않는 소년(14∼19세)이 저지르는 범죄가 전체범죄의 40%를 넘어섰다.인구비례로 치면 어른보다 9배가량 범죄를 더 저지르는 셈이다. 지난 7월나가사키(長崎)에서 중1 남학생이 4살배기 유치원생을 주차빌딩 옥상에서 떠밀어 숨지게 한 충격적 사건을 비롯,일본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굵직한 사건의 상당수가 소년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소년범죄의 심각성은 사건의 증가와 더불어 갈수록 흉포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범죄 증가도 일본 당국의 골칫거리이다.지난해 1월 중국인 유학생(23) 등 5명이 오이타(大分)현의 한 주택에 침입해 흉기로 집 주인을 살해하고 부인에게 중상을 입혀 살인강도죄로 검거되는 등 유학생,불법체류자의 범죄가 늘었다.외국인 범죄는 10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범죄의 급증으로 일본의 교도소는 범죄자들로 넘쳐난다.교도소의 수용 정원은 6만 4902명이지만 지난해 9월 과잉수용(6만 8115명) 상태가 됐다.죄수 폭동은 외국이나 영화 속의 일로 여기던 일본에서 과잉수용에 의한 폭동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일본인들이 느끼는 범죄 피해 불안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의 지난 3월 조사에서 “요 몇년간 치안이 나빠졌다.”고 대답한 사람은 90.8%에 달했다.지난달 25일에는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한 남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가 급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도쿄도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지난 6월 부지사에 경찰관료 출신인 다케하나 유타카를 기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치안대책을 도쿄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책정한 이시하라 지사는 도쿄도청 직원 1000명을 경시청에 파견해 일손이 달리는 치안업무에 보충하도록 하는 계획도 세웠다. “경찰은 있지만 가까이에는 없는” 현실때문에 얼마 전부터 방범카메라 설치와 주민의 자치순찰이 늘기 시작했다.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나가사키 네살배기 살해사건은 거리에 설치했던 방범카메라가 1등 공신이었다.범인인 중1 남학생을 방범카메라가 포착함으로써 발생 1주일 만에 사건을 해결하는 개가를 올리면서 열도에 방범카메라 설치 붐이 일어날 조짐이다. 적은 돈으로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범카메라는 일본의 범죄 전문가들이 권하고 있는 범죄 대책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일본 경찰청은 걷잡을 수 없는 치안 악화에 3년간 경찰관 1만명 증원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요구할 방침이다. marry01@ ■오케가와 사건의 교훈 1999년 10월 도쿄 동북부의 소도시 오케가와(桶川) 전철역 앞에서 여대생(당시 21)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신변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경찰에 몇차례나 사건 발생을 예고,수사를 당부했으나 무시당한 끝에 덧없는 죽음에 이른다. 범인은 피해자와 사귀던 남자.같은 해 6월 “헤어지자.”는 피해자에게 범인은 장난전화에 피해자를 중상모략하는 전단까지 집 주변에 뿌렸다.참다 못한 피해자와 부모가 경찰서를 찾아 피해를 호소하고 수사를 부탁했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예상 밖.“남의 일에 끼어들기 어렵다.”는 대답뿐이었다.경찰을 움직이기 위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도 내보았으나 헛수고였다.몇개월 뒤 피해자는 꽃다운 나이에 살해되고 범인은 자살해버린다. 스토커라는 말은 물론,스토커에해당되는 범인의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일본에서 사건 발생 1년1개월 뒤 ‘스토커 규제법’이 시행되기에 이른다.경찰의 무성의한 수사 태도에도 사회의 비판이 가해졌다. 피해자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올 2월 경찰 수사의 태만을 일부 인정,550만엔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그러나 법원은 수사가 늦어진 점과 살인과의 인과관계를 인정치 않아 피해자쪽이 “억울하다.”며 상고,재판이 진행 중이다. ■마에다 도쿄도립대 법학부장 |도쿄 황성기특파원|“국가의 경찰력에 의존해 범죄를 막는 시대는 지났다.” 치안 전문가인 마에다 마사히데(前田雅英) 도쿄도립대학 법학부장은 “지역주민이 범죄 예방의 주역이고 그런 점에서 방범카메라는 내고장을 지키는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치안상황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였다.1975년 1100이던 범죄율(10만명당 범죄 인지 건수)이 지금은 2200으로 치솟았다. 패전 후 최악의 상황이다.최근 10년간 범죄 증가가 뚜렷하다.검거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경찰도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치안 악화 이유는. -소년범죄,외국인 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다.특히 소년범죄는 전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한국도 비슷하다고 들었다.문제는 일본에서 소자화(少子化·아기 덜 낳기)로 소년 인구는 줄고 있는데 범죄는 늘어난다는 점이다.7%밖에 안되는 14∼19세가 전체 범죄의 40∼50%를 저지른다.소년들이 어른의 8∼10배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소년범죄는 왜 늘어나는가. -근본 원인은 교육이다.일본 교육은 좋은 것,나쁜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귀염만 받아줬다.실패한 교육을 받은 30∼40대가 지금 부모가 돼있다.이들이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확대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됐다.어린이가 돈을 위해 버젓이 매춘하고,도둑질하는 시대이다.소년 절도나 강도,날치기도 늘었다.나쁜 짓 하면 붙잡히고,부모에게 혼나고,봉변을 당한다는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가정,학교 붕괴로 소년범죄를 억제하는 기능마저 둔화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필요하지만 가정에서의 여성 부재로 소년범죄가 늘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어린이와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엄하게 윤리,규범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데도 말이다. 경찰 부족,무성의로 치안이 나빠진 것은 아닌가. -범죄가 너무 늘었다.일본도 사건이 너무 많아 다 처리할 수 없는 오버워크의 상태이다.가급적 다른 경찰관,다른 경찰에 일을 돌린다.경찰관을 늘리면 어느 정도 해결될 테지만 조(兆)단위의 돈이 들어간다.일본의 긴축재정에서는 무리이다. 치안 개선의 방법은. -물론 지속적인 경찰관 증원이 필요하다.그러나 숫자를 늘려 해결한다기 보다 오버워크의 원인인 범죄,특히 소년범죄를 줄여서 경찰이 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일본은 초등학교의 권역이 마을 치안의 기본이다.깨끗한 동네는 치안도 좋다.지역주민이 치안의 주역이다. 교육도 중요하다.문제소년에 대처하는 ‘소년 서포트팀’이 일본에서 막 가동되기 시작했다.학교 현장에 교사,주민,경찰이 함께 대처하는 시스템인데 주목된다. 방범카메라도 많이 써야 한다.사회평론가들이 ‘감시사회’,’프라이버시 침해’를 지적하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좋다.영국에서도 엽기적인 유아살해사건을 저지른 소년을 방범카메라가 포착,체포해 순식간에 보급된 바 있다. 일본의 치안 전망은. -치안대국의 신화 부활은 불가능하다.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범죄 증가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그런 점에서 치안에 총력을 기울인 오사카의 범죄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마에다 교수는 54세.도쿄대 법대 출신.형법 전공.‘일본의 치안은 재생할 수 있을까’,‘소년범죄,통계로 본 그 실상’ 등의 저서가 있다.
  • [사설] 정치자금 투명화가 관건이다

    중앙선관위가 어제 발표한 정치개혁 방안은 새 시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기존의 정치문화를 탈바꿈시킬 내용들을 두루 담고 있다.낙후된 정치질서를 새롭게 할 전향적 개선안으로 평가된다.중앙선관위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개혁안은 무엇보다 정치자금의 투명화 조치가 특징이다. 정치개혁안의 성패는 정치자금의 투명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200억원 모금설로 불거진 대선자금 공개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대선자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정치자금은 흔히 ‘판도라의 상자’로 불릴 정도로 그 모금 규모와 불법성 등에서 예측을 불허한다.차제에 정치자금의 모금과 지출,회계처리,제재 등의 투명화를 강화해 깨끗한 정치실현의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치자금의 고백과 양성화는 바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번 개혁안은 유권자의 정치참여 폭을 크게 넓혀주고 있다.해외체류자에게 부재자 투표권을 주고 비당원도 당내 경선에 참여토록허용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선거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문제는 여야간 유·불리를 떠나 참정권 확대 차원에서 봐야 한다.정보화시대 인터넷투표와 게시판 사용에 실명제를 도입키로 한 점은 후보자·지지자간 중상모략 방지를 위해 진일보한 조치이다. 선거운동의 규제완화는 각계의 유능한 예비후보자들의 정치참여로 유권자와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사전선거운동 기간이 길어 과열·혼탁선거 및 비용증가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정치권의 의식전환과 노력을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개혁안은 선거연령 하향,선거비용제한액 유지 등에 있어 일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미래정치를 위해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피플 인 포커스]블릭스 유엔무기사찰단장

    이라크전 발발 전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정부에 끌려다닌다고 비난받던 한스 블릭스(사진·74) 유엔무기사찰단장이 미국에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이라크 공격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자신에 대한 미국의 압력과 중상모략 사실까지 폭로하고 있다. 블릭스 단장은 무기사찰단의 이라크사찰재개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이달말 퇴임한다. 블릭스 단장은 12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것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이라며 이라크에 대한 미·영 연합군의 공격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그는 “(이라크)전쟁이 정보보고에 근거해 시작됐지만 그것이 정확한 것인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앞서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미 관리들이 이라크 무기사찰 보고서에 되도록이면 이라크에 불리한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이어 미 정부 일각으로부터 심각한 중상모략도 당했다고 털어놨다.이날 미 ABC방송에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미국의 정보가충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가 지도자들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일침을 가했다. 전경하 기자 lark3@
  • 작곡가 코플랜드·기자 레스턴·관리 등 美저명인사 다수 증인대에 / 매카시 청문회 비공개 녹취록 ‘햇빛’

    미국 상원은 지난 1950년대 전반 오도된 ‘반공 선풍’을 불러일으킨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청문회에 관한 4000여쪽에 이르는 비공개 녹취록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에 기록된 400여명의 증인들 중에는 50년대 미국 사회의 저명인사 다수가 포함돼 있다.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와 뉴욕타임스 기자 제임스 레스턴,가수 겸 배우 폴 로버슨의 부인 에슬란다 구드 로버슨이 그 면면들이다.심지어 당시 집권당이었던 미 공화당의 정부 관리들과 장관들까지도 매카시가 쳐놓은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는 1953년부터 1954년까지 소련과의 냉전 아래서 상원의 상임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매카시 광풍을 주도했다. 녹취록을 정리한 역사가 도널드 리치는 매카시가 ‘빨갱이 사냥’을 벌인 숨은 의도를 따지기 이전에 그 수법의 무모함에 초점을 맞췄다.매카시와 그의 고문 로이 콘은 비공개 청문회의를 주로 이용해 무리하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매카시의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은 종종 ‘마녀사냥’이란 비판을 불러일으켰으며,중상모략적인 공격을 의미하는 ‘매카시즘’이란,당시로서는 신조어를 낳았다. 특히 리치는 매카시가 비공개 회의를 선호한 것은 증인들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매카시는 공개적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증인들에게만 관심을 보였다고 것이다. 미 국무부 소속 외교관인 블라디미르 투메노프의 경우가 매카시의 마구잡이 공세의 전형적인 사례다.이스탄불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러시아인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이유로 매카시로부터 소환됐기 때문이다. 비공개 청문회에서 투메노프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에 이스탄불에는 백러시아측 공관과 공산정부의 공관이 병존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그의 부모는 반공산당파였다면서 매카시를 공박한 것이다. 작곡가 코플랜드도 공개 회의에 소환되지 않았던 증인 중 1명이었다. 매카시 전기 ‘너무도 어마어마한 음모’를 쓴 텍사스대학의 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오신스키는“이같은 비밀회의는 누군가를 제물로 삼기 위한 ‘표적 회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실제로 1930∼1940년대 미 정부내에 공산주의자들이 일부 침투했지만 매카시가 청문회를 벌일 당시에는 이미 정리가 된 상태였다는 게 오신스키의 부연설명이었다. 일례로 매카시는 에슬란다 구드 로버슨이 흑인의 투표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15조를 거론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절할 수 있는 수정헌법 5조를 입에 올리자 매우 화를 냈다.오신스키는 “증인들이 5조를 언급하면 ‘5조공산주의자’들이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삐 풀린 미친 말처럼 내달리던 매카시의 광풍도 1954년 미군내 공산주의자들을 찾기 시작하던 무렵 퇴조의 조짐을 보였다.군 출신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매카시의 저열한 전술을 알리기 위해 청문회가 방송에 중계되도록 하면서부터다. 엉터리 빨갱이 사냥꾼 역할은 그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는지도 모른다.그는 1954년 상원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했고,수년간의 폭음으로 인한 간염으로 1957년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구본영기자 kby7@
  • 기양건설 관련 거짓말 유포 / 한나라 “전원 고소·고발”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수십억원을 수수했다는 것을 부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이 후보 일가에 10억원을 줬고 기양건설 대표 부인이 산 아파트에 살았다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이 20일 제시한 기양건설 관련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록이다.한나라당은 기양건설 비자금이 이회창 전 총재의 가회동 자택에 유입되고 부인 한씨에게 10억원을 제공했다는 설(說)이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나자 관련 인사들을 모두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기로 했다.노무현 대통령도 포함시킬지 여부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박종희 대변인은 “민주당은 대선 기간 내내 대변인단과 선대위는 물론 특위까지 구성해 수차례 중상모략했고 ‘한인옥 10억 수수 온국민 분노한다.’는 현수막을 중앙당과 전 지구당에 내걸기도 했다.”면서 증거사진과 당보,23개의 발언 일지를 공개했다.이어 “당시 노무현 후보도 TV연설에서 ‘말이 의혹이지 돈 준 장부와 증언이 드러난 사실이다.’고 말하는 등 유세와 방송을 통해 여러 번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초강수를 띄우는 것은 김대업의 병풍 제기,설훈 의원의 20만달러 수수설 폭로 등에 이어 대선 전 폭로된 주요 의혹사건들이 잇따라 사실무근으로 판명나자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특히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은 “향후 한나라당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박정경기자 olive@
  • 37년 공직생활 마감한 前부총리 전윤철“유신사무관 반대하다 ‘핏대’ 됐죠”

    전윤철(田允喆)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새 정부 조각이 발표되기 몇시간 전인 27일 오전 11시쯤 예고없이 기자실에 들렀다.37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노(老) 관료로서의 마지막 공식 간담회였다. “지난 61년 김학렬 경제기획원장관 시절때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추진했던 공정거래법이 1980년에 시행에 들어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기업간 상호출자금지,상호지급보증 금지 등을 강도높게 추진하면서 재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과 중상모략을 당했던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는 금융관련 부처 장관도 아니면서 14곳의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잘못된 대출관행을 개선하라.”고 질책했던 일도 소개했다. 기획예산처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일화도 알려줬다.각종 기금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2개는 유보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이에 그는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야지 맞지도 않은 기금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거절했던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별명인 ‘핏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옛 경제기획원 예산국장 시절 간부회의에서 공직사회에 ‘유신 사무관’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면서 “육사 인력이 많으면 정원을 줄여야지,왜 공직사회로 내모느냐.’고 역정을 낸 것이 계기가 돼 붙여진 별명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은 명예(승진)로 먹고 산다.”면서 “그러나 재임기간 동안 이유없이 미끄러졌던 적이 수차례 있었고,이 때문에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후임 김진표(金振杓) 부총리를 잘 도와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떴다. 주병철기자 bcjoo@
  • [인터넷 스코프]엄동설한 선거, 인터넷 달군다

    대통령 선거를 찬바람 쌩쌩 부는 엄동설한에 굳이 해야 하는지 이제는 한번쯤 짚어 볼 일이다.과거 독재정권 시절에야 날씨의 힘을 빌려서라도 국민의참여를 가급적 억제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겠지만,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 말이다.후보들도 두꺼운 외투 차림의 둔한 몸짓으로 돌아다니는 모습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편이 보기에도한결 좋지 않을까? 꽁꽁 언 손가락을 치켜들고 지지 후보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선거 운동원들의 모습도 안쓰럽고,털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쓴 채 그들의 연설을 듣고 서있는 유권자들도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반면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그래서인지 요즘 대통령 선거 열기를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인터넷이다.유권자 입장에서야 따뜻한 방안에 편안히 앉아서 몇번의 클릭만으로 후보자들을 만날 수 있고,언제든지 자신의 생각을 게시판에 올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이다.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후보자들의 연설을 듣기 위해 옹기종기모여있는 모습도 머잖아 낡은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철 지난 풍경이 될 듯 싶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선거열기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 모양이다.오프라인에서의 선거관련 잡음은 쑥 들어간 반면,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과 중상모략,살벌한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린다.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이른바 ‘사이버 알바’들을 동원해서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느닷없이 인터넷이 불법선거·혼탁선거의 주범으로 몰려 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그 첫째 이유는흑색선전과 중상모략,여론조작 같은 행태들은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역대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단골메뉴였기 때문이다.인터넷은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세계의 반영일 뿐이다.탓을 하려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잘못된 선거문화를 탓해야지 새삼스럽게 인터넷에 그 죄를 뒤집어 씌울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둘째,불법선거·혼탁선거에 대한 인터넷 책임론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간과하고 있다.즉 오프라인에서의 불법·혼탁선거 양상을 억제하고 있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라는 것이다.사소한 비리 하나라도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온 세상에 알져지게 되는 마당이니,예전처럼 마음놓고 관광버스 동원해서 온천 보내주거나 함부로 뒷골목에서 돈봉투 돌릴 수 없는 노릇이다.이러한 여건이 조성된 데에는 인터넷이 공헌한 바가 크다고 하겠다. 원래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는 막연한 두려움이 드는 법이다.또 처음 가보는 길은 늘 혼동스럽고 당황스럽게 마련이다.인터넷이 선거과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호들갑스럽게 고개 들기 시작한 불법·혼탁선거인터넷 책임론이 바로 그 꼴이다.인터넷으로 인해 전혀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돌출하게 되고 자칫 통제불능의 상태로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늘 앞서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선거란 새로운 국면 속에서 빚어지는 혼란으로 인한 손실비용과 인터넷 선거로 얻는 정치적 효용을 비교해 본다면 분명 잃는 것보다는얻는 것이 더 많음은 자명한 사실이다.비록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정치문화는 여전히 크게 낙후돼 있지만,세계 최고의 인터넷 열기를 자랑하는 나라답게인터넷 정치 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우리나라이다.정보사회에서는 인터넷 정치의 선진국이 곧 정치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지금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 선택2002/TV합동토론

    ★부패.낡은정치 청산 3일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비장의 카드인 ‘부패정권 청산론’과 ‘낡은 정치 청산론’으로 상대방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공격 받은 후보는 반박에 그치지 않고,즉각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역공을 취했다.이 때문에 반박과 재반박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불꽃튀는 설전이 펼쳐졌다. 노 후보가 먼저 공격을 취했다.이 후보가 3김식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주장이었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3김정치를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1인정치와 가신·측근정치,지역주의 의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특히 이 후보 자신과 가족들이 이런저런 부정부패 혐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3김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나는 3김과는 너무 다르다.그분들을 존경하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그러면서 “오히려 노 후보는 후보가 된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까지 보여주면서 부산시장 후보를 내달라고 그랬지 않았느냐.또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서는 ‘김대통령의 부채와 자산을 다 상속하겠다.’고 해놓고,부산에 가서는 ‘내가꾀가 있어서 부채는 빼고 자산만 상속했다.’고 그랬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폈다. 그러자 노 후보는 “얼마전 유력 일간지가 여론조사를 한 것을 봤는데,국민의 66%가 ‘이 후보가 3김과 같거나 더하다.’고 응답했다.”며 “이 후보가 뭐라고 말하더라도,국민들은 이 후보가 옛날정치와 너무 똑같다고 보고 있다.”고 재역공을 취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다시 “노 후보가 정몽준씨와의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해서 그런지 매사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 같은데,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생각해보자.”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두 아들과 처조카 등 권력 실세가 비리에 연루된 지난 5년간을 다른 정권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며 “노 후보가 권력실세인 동교동계의 뒷받침으로 장관과 후보까지 올랐는지 모르지만,권력부패의 실상은 정직하게 봐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에 노 후보는 “나도 민주당원이어서 김 대통령의 과오에 책임이 없다고말할 염치는 없지만,이 후보가 나를 두고 부패와 연계돼 후보가 됐다거나 동교동의 힘으로 후보가 됐다고 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며 “내가당내 경선에 나왔을 때 동교동계가 밀지 않은 것은 천하가 알고 있다.”고받아쳤다. 이어 노 후보에 대한 이 후보의 본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이 후보는 노 후보도 현 정권의 부패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를 향해 “이 정권 들어 대통령 아들까지 관련된 부정부패가 극성이어서 온 국민이 좌절했는데,그때 노 후보는 무엇을 했느냐.”고물었다. 이 후보는 특히 “대통령 아들 비리가 불거졌을 때 노 후보는 특검제에 반대했고,민주당내 정풍운동 때도 노 후보는 반대하면서 동교동계를 비호했다.”며 “그 덕에 장관까지 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에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나는 특검제를 반대한 사실이 없고,내가 장관이 된 때는 정풍운동이 일어났을 때보다 1년이른 2000년이어서 말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특히 “그러는 이 후보는 97년 총선 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이 안기부예산 1200억원을 끌어다 선거자금으로 썼을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는데 그때 무엇을 했느냐. 또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아들 김현철(金賢哲)씨가 구속됐을 때는 무엇을했느냐.”고 역공을 취했다.그러면서 “이 후보가 남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의 반박이 계속됐다.그는 “지난 5년간 야당으로서 총풍·안풍·세풍·병풍 등 중상모략에 대해 충분히 조사받고 10만원짜리 계좌까지 추적당했다.”면서 “일부는 무효가 됐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는데 무조건 덮어씌우면서 부정부패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노 후보는 “이 후보의 동생이 재판받은 것은 사실이고,측근인 서상목(徐相穆) 의원도 재판받았다.”고 거듭 몰아세운 뒤 “이 후보 부인이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수표와 어음번호까지 제시됐는데 검찰이 조사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일부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고 다른 재판은 끝나지 않았는데 무조건 중상모략해서 재판에 가면 다 비리인가.”라고 거듭 항변했다. 두 후보의 공방을 보고 있던 권영길 후보는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서로 ‘정치개혁’이란 토론주제와 관계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도적 개선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양측을 힐책했다. 권 후보는 “두 후보가 부패정치를 심판하겠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부패 원조당’이고 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이다.”고 싸잡아 비난한 뒤 “김현철씨가 돈을 더 받았는지,김홍업씨(김대중 대통령 아들)가 더 받았는지판단하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권 후보는 이어 “부패한 부정축재 재산 몰수법을 만들고,부패연루 정치인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 부패청산 방안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몰수하고 쳐내면 속시원하겠지만 몰수보다 부패를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한 뒤 “하지만 부패를 청산하고 새로운출발을 만드는 틀에서 권 후보의 제안도 긍정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과거의 모든 부패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혼란을 빚을 우려가 있는 만큼,권력형 범죄에 대해 시효를 연장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공직선거 출마자에게 재산형성의 전 과정을 소명토록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상연 김미경기자 carlos@ ★북핵.남북문제 이날 TV합동토론회에서는 북핵개발 파문 등 남북관계 및 통일 문제가 이번대통령선거의 최대 현안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듯 세 후보는 뜨겁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후보간 일대일 토론에서도 가장 대치됐던 주제였다. 북핵 문제 해결방안,바람직한 통일방안,탈북·납북자 문제 등의 주제에서는 크게 봤을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 사이에 팽팽한 의견의 대립선이 그어졌다.노 후보와 권 후보간에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보수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한 듯,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시종 원론적이면서도 국민의 대세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반면 노 후보는 보수층들이 우려하는 ‘급진적,반미’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권 후보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남북문제와 통일문제 등에 대한 진보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공감했다. 구체적인방안으로는 이 후보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금 지원은전면 중단해야 한다.대북지원을 계속한다면 무엇으로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강제할 수 있겠는가.”라며 경제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 후보는 “북핵개발 문제는 남북문제이기도 하지만 북미간에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면서 제네바 합의의 상호 위반 사실을 지적한 뒤 “대북지원을 비롯한 상호 교류협력 약속은 지켜가는 속에서 북핵개발 포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끈질긴 대화와 평화적인 협상을 통한 처리를 강조한 권 후보는 “문제의 발단이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제네바 합의를 어겼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핵문제 발생의 책임이 북미에함께 있다고 말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이전 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지지한다.”며 상호주의와 대북 검증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반면 노 후보는 “화해와 협력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남북간에 상호주의와 검증을 앞세우는 것은 상호 신뢰를 축적하는데저해요소”라고 남북간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권 후보 역시 “70만군대를 20만으로 감축하는 것과 남·북·미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소파개정문제 반미 시위 확산과 함께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SOFA 개정 문제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선명성 경쟁이라도 하듯,하나같이 개정을 역설했다. 따라서 SOFA 개정을 둘러싼 정책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다만 주한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 발생후 일관되게 시민단체들과 SOFA 개정운동을벌여온 민노당의 권 후보가 이·노 두후보에 대해 정책의 ‘순수성’ 공세를 폈고,두 후보는 “우리도 나름대로 했다.”며 방어했다. 권영길 후보는 “처음부터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전국 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민노당이었다.”면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두 후보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권 후보는 특별협정을 체결,미군에 제공되는 방위비 부담을 줄이고 임대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SOFA의 모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회창 후보는 “권 후보가 침묵했다고 하는데 분명히,SOFA의 개정과 부시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해 왔다.”고 반박하고 부시 대통령이 한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이어 “우리나라의 외교 목표는국익과 국민의 안전이며,이를 위해선 어느 나라에 대해서건 얘기할 것은 얘기하고,따올 것은 따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후보 역시 “SOFA 개정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얘기해 왔다.”면서재판권 이양을 위한 국회의 SOFA 개정대책위에도 전체 34명 의원중 27명이민주당 소속의원이라고 맞받았다.그는 “SOFA를 비롯한,한·미 관계의 잘못은 과거 우리가 미국에 추종하고 비판없는 외교를 해 왔기 때문”이라면서“지난해 노근리 사건으로 주민들의 시위 때 이회창 후보가 반미라며 걱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권 후보는 세 후보가 함께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할 것을 즉석에서 제의하기도 했다.특히 노 후보에게 성명 채택을 거듭 요청했는데,노 후보는 “시민단체가 아닌,대통령 후보로서 성명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면서 공세를 비켜갔다.한편 이회창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다,최근 통일후에도 주둔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뀐 배경을 추궁했다.노 후보는 “초선의원 때 남들과 어울려 성명을 냈다.”면서 “그후 점차 더 배우고,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니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을알게 됐다.”며 판단잘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도청의혹.검찰 독립 한나라당에 호재로 여겨졌던 국정원 도청의혹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적극적 자세로 맞받아쳤다. 노 후보는 우선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그는 “실제로 도청 여부와주체에 대해 판단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한나라당이 선거때 (도청 의혹을) 내놓은 것을 보면 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나를 돕는 사람들이 도청당한 걸 보면 나 역시 피해자인데,한나라당은 왜 피해자를공격하는지 의아스럽다.”고 비껴갔다.또한 “만약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공작을 하기 위해 도청을 했다면 이회창 후보는 왜 도청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이어 “5년 전에도 공작기관 문서로 상대방을 공격한 전례가 있는 한나라당이 지저분한 물건을 자꾸 만들어내 선거판을 혼란스럽게 하고 비신사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료 공개와 함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이회창 후보는 “문제의 실질은 불법 도·감청 자체”라면서 어떻게정보가 나왔느냐고 따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극장에 화재가 발생,‘불이 났다.’고 하는 사람에게 ‘극장에 표를 사가지고 들어갔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예도 들었다.이 후보는 자료공개와 관련,“검찰이 제대로 조사하게 되면 제보자에 대한 것도 공개할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도청의 핵심은 2가지”라면서 “이회창 후보는 입수 경위를 밝히지 못한다면 정치공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도청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노무현 후보는 후보로서의 자격이 상실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공격했다. 한편 검찰독립 방안과 특검제 도입 등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당선되면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검사보직권 등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주면 법 질서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특검상설화는 반대하나 한시적인 제도 도입에는 찬성하는 기존당론을 재확인했다. 노무현 후보는 “검찰이 지금부터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면서 “검찰의 신뢰가 축적될 때까지는 특검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는 “특검제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입장을 바꿔왔는데 그래서는 검찰 중립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은 뒤시민사회단체 참여 속에 검찰 중립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지운기자 jj@ ★후보단일화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이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간 후보단일화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는 이념도 다르고 정치지향점도 다르다.”면서 포문을 열었다.그는 “최근 (후보단일화에 실패한)정몽준 대표도 ‘정책공조를 해야 한다.’고 적절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노무현후보에게 단일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대표와는 일반적인 정책에 관해 합의한바가 없다.”면서 “앞으로 조율을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노 후보는“오히려 이 후보의 한나라당에 정책이 다른 사람들이 동거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역공을 폈다.한나라당에 개혁파와 보수파가 뒤섞여 있다는 점을지적한 셈이다. 이 후보는 대북정책과 의약분업,고교평준화 등 중요한 정책에서 노 후보와정 대표는 판이하게 다른데 어떻게 정책공조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정 대표는 의약분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 후보는 현행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대비했다.이어 “정 대표는 고교평준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노 후보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렇게 중요한정책이 다른데 정책공조가 되겠느냐.”고 공격했다. 노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재반박했다.그는 “정 대표와는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아무런 밀약이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5년 전 이 후보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조순(趙淳) 민주당 총재와 손잡고 한나라당을 만들 때 가족들이 나서서 합의하고 지분을 나누고,당권을 나눴다.”면서 “(하지만)정 대표와는 ‘잘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정책도 얘기해 보자고 해서 단일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과는 달리)갈라먹기의 약속이 없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고 반격했다. 제3자적인 위치에 있는 권영길 후보는 “노 후보와 정 대표의 단일화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이 후보쪽의 손을 들어주었다.권 후보는 “노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거나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철학과 소신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지만,걸어온 길이 다른 정 대표와 어떻게 단일화가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권 후보는 “정 대표는 재벌 2세인데 노 후보가 어떻게 후보단일화에 동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지역주의 청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렸다. 먼저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지역주의에 대해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먼저 당다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3역이 다 영남출신이고,국회 상임위원장 9명가운데 8명을 영남사람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역탕평책을 말하겠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노 후보에 대해서도 “김대중(金大中·DJ) 정권이 들어서서 편중인사로 지역감정이 불 붙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역주의 문제를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호남 지역 출신을 많이 채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했다면 반(反)DJ 정서는 안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나는 여섯번 선거에 출마해서 4번 떨어졌는데 모두다 지역주의에 저항하다가 떨어졌다.”면서 본인이 지역주의의 피해자임을강조했다. 노 후보는 또 “한나라당은 3당합당으로 호남을 고립시킨 당이고,이 후보는지난 98,99년 영남지역을 다니면서 지역주의를 많이 부추기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지금도 (한나라당이) ‘노 후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호남사람이다. 노 후보는 DJ의 양자다.’라고 하는 것은 지역주의로 재미를 보자는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공세를 취했다.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중앙이 갖고 있는 재정권과 인사권을 지방에 이양시켜야 지방자치가 활성화된다.”면서 “정당명부제를 먼저 실시하는 것과 함께 중대선거구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후보는 “권 후보가 말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제도보다정치권에서 이를 악용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범죄”라고규정하고 “적어도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한인옥씨 10억 수수 의혹, 시사저녈 “”97년 기양 장부 확보””

    부천 범박동 재개발 시행사인 기양건설이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에게 10억원의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6일 최신호에서 97년 대선 때 기양건설 김병량 회장 부부가 한씨에게 로비자금으로 10억원을 건넸음을 시사하는 기양건설의 내부 장부와 관련자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이 공개한 기양건설의 ‘자금지출내역서’에 따르면 기양건설이 어음할인을 통해 확보한 138억원 가운데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조성됐고,이중 10억원이 한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적혀 있다.기양건설 이교식 전 상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방 종업원을 시켜 5000만원과 1억원을 수 차례 인출한 뒤 김 회장 부부가 한씨에게 직접 건넸다.”면서 “김 회장은 한씨에게 돈을 줬다고 여러번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날조된 서류를 통한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지급일자가 날짜순으로 돼 있지 않는 등 자금지출내역서는 ‘이회창 죽이기’를위해 조작된 거짓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당한 만큼 앙갚음 ‘복수극’ 뜬다?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딸이 손으로 병을 깨고,이를 집어들어 위협한다.아버지로부터 뺨을 맞자 이에 질세라 아버지의 새 부인의 뺨을 두 번 내리친다. 장안의 화제인 MBC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한 장면이다.지금까지 전체적인 테두리를 볼 때 이 드라마는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주제로 삼고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위해 배다른 동생의 약혼자를 가로채는 등 자신의 가정을 망가뜨린 사람들에게 똑같은 아픔을 겪도록 하겠다며 복수의 일념을 불태운다.‘너도 얼마나 아픈지 한 번 당해봐라.가정을 버린 주제에 딸을 때려? 내가 맞았으니 넌 더 세게 맞아라.’ 얼핏보면 주인공의 복수에는 나름의 정당성이 있는 듯 비쳐진다. 4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상에서 독주하는 SBS월화극 ‘야인시대’의 모티브도 복수다.김두한은 극중 “독립운동은 반드시 만주에서 싸우는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그는 일제로부터 동네 상인을 지키고, 일제와 타협하는 무리를 척결하기 위해 싸운다.주먹세계의 질서를 내세우고 명예까지 따지면서 복수와 폭력을 당당한 사나이의 덕목으로 내세운다. 이처럼 요즘 방송되거나 종영된 인기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복수를 기본 얼개로 삼는 게 많다.SBS드라마 ‘청춘의 덫’에서는 극중 심은하가 “당신을 부숴버리겠어”라며 멋진(?) 복수를 펼쳤고,얼마전 종영된 ‘여인천하’의 강수연도 복수의 화신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한 많은 민족’의 정서에 부합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꼭 ‘당한 만큼 갚아주는 복수극’만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호부호형’을 못해 집을 뛰쳐나간 허준(전광렬)은 의술을 배워 ‘동의보감’을 쓰는 등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하는 것으로 세상에 멋진 복수를 해낸다.중상모략을 일삼는 유도지(김병세)를 포용하고 자신을 첩의 자식으로 낳은 어머니에게 효도로 보은한다.이 드라마의 경우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기본 구도로 설정했으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보편적 진리가 묵직한 여운을 남겼었다. “요즘 작가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쓰면 안된다.'고 했던 종류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어요.시청률에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가인 저도 요즘 같은 풍토에서는 그런 드라마를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후배 작가들은 ‘시청률 공식'만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쓸 작품을 써보겠다.' 는 생각을 가져주길 바랍니다.”‘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씨의 최근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주현진기자 jhj@
  • 국가인권위 정체성 논란 가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金昌國)의 역할과 정체성을 둘러싸고 인권단체와 인권위 사이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활동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인권위 출범과 직원구성 과정에서부터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이에 대한 인권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개 비판의 포문은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 열었다.오 국장은 지난 17일 ‘국민의 정부 시민운동평가’ 토론회에서 “진정 건수가 월 평균 80여건에 불과하고,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인권위에서 단식농성할 때 공권력 투입 요청설을 흘리는 등 인권위가 관료주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인권상담센터 김형완 소장은 반론문을 내고 “월 진정건수는 방문진정,면전진정,인터넷진정 등을 합쳐 270여건에 이르며,인권위를 점거한 장애인들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국장은 “방문진정이 하루 2∼3건에 불과한 것은 국민이 인권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인권위는 출범첫날 122건의 진정이 몰렸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그는 또 “특정세력 중심으로 인권위를 구성하는 일에 앞장섰던 고문 변호사에게 인권위가 3개월 동안 1300여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했으며,200만원이면 충분한 ‘유치장시설환경 인권실태조사’에 2100여만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인권위는 “중상모략”이라면서 “고문변호사 개인이 아닌 소속로펌에 자문료를 지급했고,고문료는 건당 27만원으로 다른 전문가의 자문료에 비해 결코 과다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밖에 ▲인권위 출범 당시 특정 인권단체 및 인사 배제 ▲인권위의 인권침해 조사 능력 결여 ▲인터넷 자유게시판의 실명제 운영 등 권위주의 행태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
  • [굄돌] 고사상과 돼지머리

    납작코에 짧고 쭉 찢어진 주둥이.하도 더러운 곳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만 밝힌다고 옥황상제가 주둥이를 잘라버려 납작코가 되었다는 돼지.아무리 뜯어보아도 어디 하나 잘생긴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지만,고사상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돼지머리다.마치 돼지머리가 없으면 고사의 효험이 없는 양,욕심이 많다느니 더럽다느니 빈정대면서도 신에게 복을 빌 때는 꼭 돼지를 잡아 바친다. 하고많은 동물 중 하필이면 돼지일까? 옛날 어느 집주인이 집에서 기르는 개 소 닭 돼지 들을 불러놓고 차례로 물었다.먼저 개에게,“너는 무엇을 했지?”“저는 도둑이 들지 않도록 문간을 항상 지키고 있습니다.”“그래.너는 문간에서 먹고 자면서 우리집 재산을 지키거라.” 이번에는 소에게,“너는 주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무거운 짐을 나릅니다.”“그렇지.너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하니 많이 먹고 외양간에서 푹 쉬도록 해라.” 닭에게도 똑같이 물었다.“저는 주인님이 더욱 부지런히 일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 목청껏 소리내어 주인님을 깨워 드립니다.” 주인은 닭울음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사랑채 옆에다 닭장을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돼지에게 물었다.하나같이 주인을 위해 좋은 일을 했건만 그저 놀고 먹기만 한 돼지.이윽고 돼지의 대답.“저는 주인님을 위해 한 일도 없고 신세만 졌으니,앞으로 주인님께서 부자가 되고 행복할 수 있게끔 목숨을 바치겠으니 부디 저를 제물로 받아주십시오.” 신화에서 돼지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등장한다.한해에도 몇 번씩,그것도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낳아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되고,열두띠 중에서는 마지막이어서 기강을 바로 세우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에너지의 근원으로 여겨진다.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서로 헐뜯는 데 목청을 높이는 요즈음 돼지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국민에게 복을 주고,점점 혼탁해지는 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워보면 어떨까? 정종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 민주 한화갑대표 국회연설/ DJ보좌진에 화살, 차별화 한계 드러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차별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아들 병역 의혹 등 ‘5대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했다. ◇반성과 공세= 한 대표는 대통령 아들 비리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면서 민주당의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다.그러면서 대통령보좌진과 사정기관 책임자들에게도 ‘석고대죄해야 한다.”면서 응분의 책임을 추궁했다. 한 대표는 권력형 비리의 원인을 ‘제왕적 권력문화’의 탓이라면서 이의 청산을 주장,김 대통령과의 차별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권력비리에 대해 “대통령의 헌법적 권위를 측근들이 사적 욕망의 도구로 악용했다.”면서 “국정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로,실제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나라당 이상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다만 한 대표는 “몇가지 잘못이 있다고 국민의 정부가 그동안 이룩한 성과마저 외면해선 안될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 잘잘못에 대한계승과 시정의 원칙도 밝혀,김 대통령과 완전 절연이 어려운 민주당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곧바로 이회창 후보의 5대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철저한 규명을 촉구하는 공세를 폈다.민주당이 권력형 비리에 대해 나름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한 만큼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도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협조,국가지도자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한 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을 통해 8·8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등지고 있는 민심의 회복을 위해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반성하고,제왕적 권력문화와 이회창 후보를 싸잡아 공격을 퍼부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나라당 혹평= 한나라당은 한 대표의 연설에 대해 “민심과 동떨어진 상황인식과 재탕,삼탕식의 악의적인 정치공작으로 가득찬 수준 이하의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숱한 실정에 대한 통절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으며,정권차원의 구조적 비리를 대통령 아들들의 개인비리로 교묘하게 축소시켰다.”면서 “리틀 DJ답다.”고 깎아내렸다. 특히 그는 “5대의혹 운운하며 지난 4년여 야당파괴를 위해 써먹었던 중상모략과 정치공작을 되풀이,집권연장을 위해 비열한 술수를 총동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예비역 대령연합회 성명 파문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전역장교 모임인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 대령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령연합회’가 지난 12일 성명에서 “우리 정부의 재판관할권 포기 요청은 반미세력의 협박에 굴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령연합회’는 “이번 사건은 전투훈련 중 발생한 과실치사이므로 주한미군측에 재판관할권이 있다.”면서 “이 원칙이 파괴되면 세계에 파견될 우리 국군의 과실을 상대 정부의 재판에 회부하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주권을 포기하는 범죄행위”라고 밝혔다.그러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자발적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시민 네티즌모임'은 17일 성명을 내고 “억울한 죽음을 훼손하는 중상모략이 계속되면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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