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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미·일 정상회담의 국제정치 역학/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한·미·일 정상회담의 국제정치 역학/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개최는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을 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중재에 의해 한일 정상이 만난다는 것도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은 양국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한·미동맹, 한·중관계 그리고 동북아 질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관심을 두게 된 것에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에 대한 우려가 포함돼 있다.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역내 안정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으로서는 한·일관계의 악화를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큰 걸림돌로 인식한 것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 갈등이 미국의 외교전략에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한·일관계의 악화를 이용해 한국을 중국 쪽으로 더 밀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한·일 간을 더욱더 멀어지도록 하여 한·미·일 협조체제를 차단하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예로 중국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설립에 지금까지 반대하였건만, 한·일관계가 악화된 지금은 선뜻 수락한 것을 들 수 있다. 즉 중국은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을 통하여 한국과 중국이 일본 압박에 공조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한다. 중국의 속내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의 고립을 한층 강화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기회에 일본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압력을 지속하여 동북아에서 중국의 전략적인 우위를 정립하려고 한다.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근저에는 중국이 동북아에서 상황적인 우위를 구축하고 나아가서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질서를 흔들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조차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제로섬으로 보면서 한국 외교를 우려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도 일본의 역사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 일본을 무시하면서 대화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감정적인 대응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연방예산 삭감 이후 아시아에서 우방 및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방위전략을 생각하고 있으나 한·일관계의 악화로 인해 한·미·일 협조관계가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협조적이면서 미·일 동맹 강화에 나서는 일본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일본은 극동지역에서 ‘불침항모’이며, 아시아에서 영국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점에서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이 절대적인 미국의 지지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일본이 지난 60여년간 소위 ‘좋은 지구촌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였다고 인정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지나친 과잉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은 한·중관계가 우호적일수록 한국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군비 확충을 지지하였을 때 한국이 중국과 함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 그 예이다. 이의 역풍으로 한국이 친중으로 편향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사문제에 대해 중국이 한국과 협력적인 자세를 취하면 취할수록 미국의 일각에서는 한국의 감정적인 대응이 한·미·일의 전략협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일관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미국이 누구의 편도 들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한반도 및 지역정세, 바람직한 안보구도와 같은 큰 전략적인 관점에서 한·미·일이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실천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중국문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전달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지역안보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과 기여를 적극적으로 피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편한 마음을 갖도록 한국이 노력할 때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강화될 수 있다.
  • [커버스토리] 연아 혼자 5조원 ‘효과’

    [커버스토리] 연아 혼자 5조원 ‘효과’

    올해는 4년 주기로 열리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몰려 있어 스포츠 스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해다. 김연아(24·올댓스포츠)와 이상화(25·서울시청) 등 소치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태극전사,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섯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는 스타들이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만인(萬人)을 먹여 살리는 시대. 이른바 ‘스타노믹스’(스타들의 경제학)가 주목받고 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경제적 효과 용역 연구를 의뢰했다. 대답은 5조 2350억원. 김연아의 개인 수익을 제외한 기업들의 네이밍 라이선스 제품 매출만 1조 7891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용역이 발주되지 않았지만 김연아가 소치 대회를 통해 당시 못지않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광고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CM전략연구소의 경원식 소장은 “김연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월 8.26%에서 2월 12.63%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광고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상화의 광고료는 1년에 2억~3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배 이상 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홍명보호가 브라질에서 8강에 성공하면 또 한번 열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 결과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덕에 총 10조 2000억원의 파급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스포츠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스포츠와 관련한 소비나 여가비 지출은 ‘제로섬’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제 효과가 만들어지더라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기고] 공무원이여, 세계로 출근하라!/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기고] 공무원이여, 세계로 출근하라!/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정해진 것은 없다.”(Nothing is written) 아랍민족운동을 도운 영국군 장교 T E 로렌스(1888~1935)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피터 오툴이 던진 유명한 대사다. 주인공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사막을 가로질러 터키군을 격파한다. 이 영화는 철저한 준비만 갖춰진다면 기존 상식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교훈을 준다. 스크린 속에서 모래 바람으로 휩싸여 있던 아랍이 변하고 있다. 로렌스가 횡단했던 광활한 사막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가 우뚝 섰고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스키시설이 갖춰졌다. 2020년 중동 최초로 두바이에서 세계 엑스포가 개최된다. 석유자원을 팔아 외화벌이를 하던 곳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춘 미래의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민혁명은 아랍 정권의 변화를 가져왔고 수천 년 이어져 온 중동의 권위주의 문화를 변화시켰다. 세계 인구의 5%, 세계 경제의 8.2%를 차지하는 아랍에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친다. 그곳에 우리나라가 최초로 행정 서비스를 수출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우리나라 특허청이 특허심사 대행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UAE는 아랍의 중심국가로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약 3배에 달하고, 경제구조 다변화를 통해 지식재산을 국가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해 ‘UAE 비전 2021’을 수립하는 등 중동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국가의 핵심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특허에 대한 심사업무를 우리나라 특허청에 위탁했다는 사실이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UAE 특허청을 설립하고 지재권 관련 법·제도 구축을 컨설팅한다. 삼성이 부르즈 할리파를 건설한 것 이상의 획기적인 ‘사건’에 다름 아니다. 단순 행정서비스를 수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특허제도를 설계하고 마무리까지 그리고 그 속에 신뢰까지 심어놓는 것이다. 드라마, K팝으로 시작된 한류가 음식, 패션, 언어를 넘어 행정한류로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특허청과 UAE의 협력은 행정한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심사인력 ‘수출’과 심사결과 ‘납품’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연간 220만 달러의 외화수입, 고용창출과 함께 행정의 우수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외교 측면에서도 양국 신뢰를 바탕으로 아랍지역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협력모델의 정착뿐 아니라 이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만 이득을 보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닌 ‘플러스섬’(plus sum) 모델로 누가 알아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리고 직접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 성장할 제2, 제3의 UAE를 찾아야 한다. 정해진 상식의 틀과 국경을 넘어 우리 공무원들이 ‘세계로 출근’하게 될 때에 국격은 높아지고 행정한류가 아랍을 넘어 세계를 달궈 나갈 것이다.
  • [씨줄날줄] 보조금 145만원의 진실/정기홍 논설위원

    휴대전화 보조금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엔 ‘2·11 스마트폰 대란’이다. 휴대전화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촉발된 ‘145만원 보조금 지급 사태’는 지난 11일 새벽 서울 동대문 일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게시판에는 ‘운동복과 파카를 걸치고 무조건 뛰었다’는 웃지 못할 글도 올랐다. 배추 몇 포기를 사려고 마트 앞에 줄 지어선 주부들의 모습과 진배없는 풍경이다. 우리의 통신역사에 기록될 만한 또 하나의 소동이다. 이날 소동의 내막을 보자. 내용은 ‘아이폰 5S 10만원, 69 부유 가유 유유’였다. 가입자가 자사로 옮기면 기기를 10만원에 주고, 그 대신 6만 900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가서비스 요금(부유)과 가입비(가유),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모듈)비는 따로 내야 한다(유유)는 의미도 담겼다. 대리점의 보조금은 차이가 많지만,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145만원은 기기 값을 넘어 덤으로 얹어준 것이다. 포화 상태인 국내 이통시장은 ‘제로섬 게임’ 상태다. 시장점유율 ‘5(SK텔레콤)대 3(KT)대 2(LG유플러스)’의 구도를 지키고 뺏으려는 전략이 맞물려 있다. SK텔레콤은 ‘사수’가 숙명이고, LTE시장에 올인한 LG유플러스는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가야 한다. KT는 턱밑에 다가선 LG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LG가 최근 SK에 ‘보조금 포문’을 연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신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로서는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신형 재고품을 팔아야만 한다. 가입자로선 이를 잘 이용하면 손해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입자가 보조금 혜택에 홀리는 순간 통신업체가 제시하는 약정요금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대리점과 요금제 흥정을 잘해야 더 나은 조건에 가입할 수 있다. 2·11 대란도 이런 여건이 반영돼 촉발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조금 낚시’ 행태를 간파한 일반인의 박탈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요금 원가를 밝히라는 등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기기값과 요금이 싼 알뜰폰 시장의 확장세도 속도를 붙이는 상황이다. 정책의 변화가 예견되는 대목이다. 단말기 유통법은 국회에 대기 중이고, 요금인가제 폐지도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가 어제 통신업계에 대한 ‘30일 이상 영업정지안’을 결정하고 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건의했다. 4G(4세대) 서비스를 지향하는 통신업계가 ‘2G 마케팅’에 머무는 것이 몹시 역설적이다. 정부와 국회, 통신업계는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오바마 모시면 이긴다”… 한일 ‘과거사 갈등’ 연장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을 놓고 우리 정부가 그의 방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일 간 ‘오바마 모시기’가 양국 외교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의 자국 방문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이면에는 양국 간 역사 갈등이 고조되는 현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모두 미국의 핵심 동맹인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한쪽만 방문하는 것 자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한·일 가운데 한쪽에만 힘을 실어 주는 듯한 ‘고약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갖는 정치·외교적 함의가 크기 때문에 외교 채널을 통해 방한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오바마 대통령 아시아 순방 발표 이후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을 명분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종용해 왔고,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지난달 29일 “누가 (미국의) 친구인지 선택하라”고 어깃장까지 놓았다. 우리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만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외교적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국 정상이 코앞까지 와서 한국을 빼고 일본만 방문하는 건 한·일 관계와 북한 모두에 ‘나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독도 영유권의 중·고교 교과서 기술 등 일본의 역사 도발을 대미 관계의 지렛대로 합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 정세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유가 된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방문하거나 모두 배제하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이달 중순 한·중 순방을 확정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 통일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 기자회견을 통해 “2주 후 중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면서 “한국 및 일본과 논의 중인 통일 문제와 남중국해 사안이 (협의 내용에) 있다”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安’으로 풀어볼까

    새누리당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이 가시화될수록 잔뜩 웃음을 머금는 형국이다. 안 의원의 신당이 결국 야권(野圈) 표의 분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회 의석 126석을 차지한 제1야당인 민주당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의 신당에 대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을 빌려 민주당을 꺾겠다는 새누리당의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상대를 이용해 적을 제거한다는 ‘차도살인’은 중국의 고대 병법인 36계 중 제3계로 상대방끼리 싸우게 하면서 앉아서 이득을 취하는 좌향기리(坐享其利)나 어부지리(漁父之利)와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이뤄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 의원 간 회동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디딤돌로 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27일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지금 시점에선 선거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치공학적’인 이유에서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안 의원이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결국 서로의 몫을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여권에는 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이 야권 내에서 한쪽의 세력이 확장될수록 다른 한쪽의 세력은 그만큼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야권이 분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선거가 ‘다자대결’ 구도로 전개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당시 안 의원의 ‘아픈 추억’을 자극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야권 단일화 싸움 끝에 후보직에서 사퇴했다는 사실을 들추면서 신당의 선거 완주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대외적으로는 “야권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야합을 한다”고 공격하며 안 의원의 정치를 ‘구정치’로 몰아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일부 부동층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취지에 맞춰 새누리당은 지방선거기획위원회를 이날 발족, 지방선거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위원장은 홍문종 당 사무총장이, 부위원장은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맡게 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여야 수뇌부 수싸움 2제

    서청원 vs 김무성 당대표 경쟁 주류 친박 vs 비주류 친박 싸움…당 세력구도 재편 계기 될 듯 6·4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권을 둘러싼 새누리당 지도부의 수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인 서청원 의원과 돌아온 친박 김무성 의원 간의 당 대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재오 의원과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맞물리면서 복잡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서 의원은 연초부터 충북과 대구, 부산을 연이어 방문하는 등 정치적 세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17일 “당의 부름이 있다면 결정하겠다”면서 “설 이후 당 대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철도파업 사태를 중재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뒤 강연정치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서 의원의 대결은 나아가 새누리당을 주류 친박과 비주류 친박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 친박 측에서는 이른바 ‘서청원·황우여·최경환·홍문종’으로 이어지는 주류 친박라인을 만들어 당권과 국회 권력(국회의장)의 동시 장악을 겨냥하고 있다. 비주류 측 역시 ‘김무성·유승민·진영’의 비주류 친박 연대로 맞대결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 등도 비주류 측에 가세한다는 전망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에는 전당대회 시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 이전이라면 세 대결로만 흐르겠지만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다면 지방선거 결과가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김한길 vs 안철수 野연대 논쟁 김 “제로섬게임 안 된다” 안, ‘마이웨이론’ 으로 맞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수싸움이 뜨겁다. 김 대표는 야권몫이 일정해 한쪽 몫이 늘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제로섬게임’이라며 야권연대론을 편다. 안 의원은 민주당 몫을 빼앗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몫을 창출하겠다며 ‘마이웨이론’으로 맞서고 있다. 17일 현재 민주당은 안 의원 측에 호남과 수도권 기반을 침식당할까 걱정하며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안 의원 측은 새 정치로 새누리당 몫까지 흡수할 수 있다며 자신하는 등 양측의 샅바싸움이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 김 대표 측은 안 의원과 연대하지 않으면 수도권 지방선거에서 2, 3등만 나오고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과 당시 민주당이 분열해 선거에 함께 나섰다가 한나라당에 참패했던 2006년 지방선거의 재판을 우려한다. 민주당에서는 아예 안 의원 세력, 정의당과 4월까지 하나가 되는 합당론까지 나오지만 사정은 복잡하다. 친노(친노무현)계 상당수는 전면전을 주장한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차기 재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야권이 하나가 되면 차기전략이 꼬이는 것에 신경 쓰는 기류다. 안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김 대표의 야당후보 2, 3등 주장에 대해 “우리는 1등을 하려고 한다”면서 “2, 3등 싸움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이나 윤여준 새정추 의장도 연일 독자적인 길을 외치고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정기홍의 시시콜콜] 단말기유통법 입법화와 제조사들의 속내

    [정기홍의 시시콜콜] 단말기유통법 입법화와 제조사들의 속내

    단말기 시장에 ‘폰테크족’이란 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재테크를 하는 이를 일컫는다. 싼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해서 ‘보조금 원정대’로도 불린다. 이들은 통신업체를 바꿀 때 특정 대리점에서 단말기 값을 최대로 할인받은 뒤 거래사이트를 통해 되팔아 수익을 챙긴다. 100만원짜리를 60만원 할인받은 뒤 60만원에 되팔아 20만원을 남기는 식이다.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 낫다고 한다. ‘호갱님’도 있다. 어수룩해 보여 보조금 혜택을 적게 줘도 되는 손님을 말한다. 이른바 ‘호구’다. 두 사례는 현행 단말기 보조금제의 폐해를 빗댄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같은 뒤틀린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준비 중이다. 보조금 내용을 공시토록 해 소비자가 미리 알도록 하고, 새 단말기를 사지 않아도 단말기에 책정된 보조금으로 통신료를 할인받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단말기 가격이 장소 등에 따라 2~3배 차이 나고,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고가의 요금제에 줄지어 가입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제조사와 통신업체, 소비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 법안엔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량과 판매장려금 규모, 매출액, 출고가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가 이 조항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장려금 지급률이 외부에 알려지면 글로벌시장 비즈니스에 큰 손실을 입는다는 것. 미래부는 현행 법에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전자와 팬택은 법안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며 삼성전자와 온도 차를 보였다. 자금력이 아닌 제품으로 경쟁하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두 업체는 “삼성이 막대한 마케팅비로 점유율이 떨어지면 재고떨이식으로 단말기를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맞춰 왔다”고 주장한다. 찬성 쪽인 통신업체도 시행규칙이 만들어질 때쯤이면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혜택으로 고가 단말기를 사던 소비자가 알뜰폰 등의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가의 단말기와 연계된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정부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제조사들은 판매장려금 지급을 이유로 단말기 출고가를 높여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장려금이 많아지면 소비자의 이동이 잦아져 통신시장이 활성화되고, 그만큼 단말기 시장의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단말기와 통신시장의 점유율에 에 따라 제조사와 통신업체들의 손익계산서도 달라진다. 여기에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들어선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제는 단말기 제조기술과 시장이 일천할 때 기술력과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국내 업체들은 이제 최고 수준의 단말기를 만든다. 해외로 시장을 넓힐 여건도 꽤 커진 상태다. 시장의 포화로 ‘제로섬 게임’만 벌이는 국내 통신시장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단말기 유통시장이 먼저 투명해져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기고] 상생능력이 경쟁력/박일준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정책관

    [기고] 상생능력이 경쟁력/박일준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정책관

    기업의 경쟁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품질’ 혹은 ‘가격’이 핵심 경쟁요소였다. 그러나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흐름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필수 역량이 되었다. 최근에는 산업 간 벽을 허물고 소통과 상상력을 통해 기술과 디자인이 융합하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 창조경제 시대에는 어떤 경쟁력이 기업에 요구될까. ‘초협력자’의 저자 미국 하버드대 마틴 노왁 교수는 지난 5월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인류 혁신의 기초는 ‘경쟁’이 아닌 ‘협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 생태계에서 꿀벌과 개미처럼 서로 협력하는 곤충이 전체 곤충의 2%에 불과하지만 개체 양으로는 50%를 차지하는 사례를 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주장한다. 창조산업에서는 경쟁자와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초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상생능력’이 창의적인 경쟁력이 된 것이다. 협력(Cooperat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인 ‘코피티션’(Co-petition)은 이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승자가 되는 새로운 성공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피티션’은 올해 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불공정한 ‘갑을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해결책이다. 코피티션의 관점에서 보면 갑과 을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협력자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역할과 비전을 갖는 선의의 경쟁자다. 특히 애니메이션, 음악, 방송 등 콘텐츠산업에는 갑을관계에 따른 관행적인 불공정거래가 상존하고 있어 안타깝다.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특성상 1인 기업 등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계약하는 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선진 기업들이 문화·콘텐츠의 고부가가치를 앞세워 신시장을 선점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결과적으로 우리 콘텐츠 기업들은 ‘협력’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유통구조상 홀로 성장할 수 없다. 지난 10월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C사는 모바일 콘텐츠 기업과 상생협력을 위해 5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상생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게임, 콘텐츠, 커머스 등 다양한 중소기업 파트너사와 협력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제작자, 이용자와 함께 동반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모범사례이다. 이 밖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과 상생협력을 통한 생태계를 개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상생의 경쟁력을 기대해 본다.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승부하는 콘텐츠산업은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동력이다. 심화되는 저성장 경제위기 속에서도 콘텐츠 산업은 2012년도 기준 연평균 8.6%의 매출 증가와 19.7%의 수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은 대·중·소 콘텐츠 기업이 서로의 창조적 아이디어로 협력의 경쟁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또 다른 협력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 에어워셔 vs 공기청정기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생활가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가전 업계도 이에 발맞춰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제품은 기존의 공기청정기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떠오른 에어워셔다. 두 제품은 시장에서 일부 기능이 겹친다고 알려지면서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26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에어워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나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기업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데다 미세먼지 우려마저 커지면서 올해 에어워셔는 약 25만대 이상 판매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연말 미세먼지 변수로 지난해 국내에서 약 38만대를 기록한 공기청정기 판매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위니아만도는 자사 에어워셔가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인증하는 ‘CA 마크’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CA 마크는 미세먼지 모으기, 탈취효율, 소음차단 등의 기능이 한국공기청정협회 표준규격에 맞을 때 부여한다. 에어워셔 부문 시장점유율 1위인 위니아 만도는 “자사 에어워셔가 품질인증시험에서 0.3㎛(1㎛는 1000분의1㎜) 크기의 미세먼지를 70% 이상 제거하는 공기청정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공기청정기만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군은 미세먼지를 99.97%까지 제거한다고 강조한다. 신제품에는 기존 3단계 공기청정 필터에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독감 원인 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바이러스 닥터’라는 기능도 추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S클래스에 탑재되면서 유명세를 탔던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공기청정 필터 중 최고 사양인 트루헤파필터는 0.3㎛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LG전자는 에어워셔와 공기청정기를 모두 생산,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LG전자는 올 들어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신형 공기청정기 5종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에어워셔 등 신제품 10여종을 출시했다. LG전자는 “국내 에어워셔 제품 중 유일하게 HH(Healthy Humidifier) 인증을 획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면서 “집안 내 바이러스는 물론 세균, 곰팡이균을 제거해 주는 슈퍼 이오나이저 기술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뉴스 분석] “한·미, 결코 멀어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식 지지하는 등 일본 아베 신조 정권 등장 이후 미·일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한·미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한국 및 동아시아 전문가들과 연쇄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견해를 취합한 결과,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한·미 관계는 결코 멀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캠프에서 동아시아 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이사장은 “일본 민주당 정권 때 이명박 정부와 미국이 더 친하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구체적으로 손해 본 것도 없지 않으냐.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아베 정권 훨씬 이전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했다”며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감안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강한 게 한국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국무부 정책기획국 부국장을 역임한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미·한 동맹은 한반도 방위, 미·일 동맹은 동아시아 지역 균형 등으로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역임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오히려 한국의 대북 억지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국방정보국(DIA) 선임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도 “비핵화 등 여러 이슈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만큼 미국과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를 방문하지 않았고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니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롬버그 국장은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게 유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회담 전 실무급에서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정상회담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차 연구원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이 한국에 특사를 파견해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日 군사적 역할 늘어도 한국 국익 피해 없을 것”

    “日 군사적 역할 늘어도 한국 국익 피해 없을 것”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21일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등 군사적 강화가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한국의 이익에 피해를 주는 상황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관련해 “한국에 전작권이 전환돼도 현재 주둔 중인 주한미군 병력 규모가 감축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김 대사는 부임 2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정동 미대사관저인 ‘하비브하우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1년 11월 10일 첫 한국계 대사로 부임했다. 김 대사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은 새로운 이니셔티브(구상)가 아니라 한·미 동맹과 마찬가지로 미·일 동맹을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의 일환”이라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동반 성장하는 관계로 한쪽이 이익을 보고 한쪽은 약화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와 (피해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의 군사적 능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된 정보(미스인포메이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상호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한미군 규모는 2003년 조지 부시 행정부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 발표 후 같은 해 3만 7500명에서 2004년 3만 2500명, 2007년 2만 8500명으로 감축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압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그러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각각 구축하는 MD 체계가 양국 군사 동맹을 기반으로 상호 운용돼야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상호 운용성을 강조했다. 미 MD의 전략적 목표에 대해서는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는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김 대사는 “북한이 아직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징후가 없다”며 “(의장국인) 중국도 사전 준비 없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北 김정은체제 핵문제·경제개혁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신호 없어”

    “北 김정은체제 핵문제·경제개혁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신호 없어”

    21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마주한 성 김(53) 미국 대사는 매우 적극적으로 한국과 미국 간 현안들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성 김 대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특히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민이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10일로 부임 2년을 맞은 성 김 대사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기존의 군사·경제적 동맹 관계에서 재난 지원, 기후변화, 테러, 해적 퇴치 등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미 관계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얘기들을 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 협상,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미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 여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등 산적한 현안으로 한·미 동맹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한·미 동맹 60주년이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에서 60년은 환갑으로 양국 간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미 관계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복합적이고 다방면으로 폭넓게 형성돼 있다. 주요 현안마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조율해 왔다. 양국 다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이 날 것으로 자신한다. →먼저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것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 나도 역사를 알고 일본에 대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에 있지만 (미국과) 일본과의 대화 등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일 동맹 차원의 협의가 한국의 국익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일 협의는 양국 관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것으로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이나 한국의 이익에 피해가 가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일 협의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많은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일 동맹을 통해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을 어렵게 만들고 피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미·일 간 협의 내용을 한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란 무엇을 말하나. -일본의 군사적 능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한쪽이 강화되면 다른 한쪽은 약화되는 역학구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동반 성장하는 관계이지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 일본과의 관계 강화가 한·미 관계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성공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마쳤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 등 미군 최고 책임자 3명이 동시에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한 것은 유례가 없다. 그만큼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8~19일 워싱턴에서 제7차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이 열렸다. 분담금 제도 개선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는 등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연내 타결 전망은. -10년 전쯤 국무부에서 군사·정치 분야를 담당하면서 이 문제를 다뤄 본 적이 있다.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협상이다.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양국이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협상을 볼 때 양국이 현 협정이 만료되기 전인 올해 12월까지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분담금 총액과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양국의 이해를 높이고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한국은 분담금 지출의 투명성을 염려하는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집권 2년째인 북한 김정은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북한의 핵실험 등 핵 활동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의무와 그동안 해 온 6자 회담의 합의 사항을 위반하는 활동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아닌 주민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6자 회담 당사국 모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평양의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김정은이 핵 문제나 경제 개혁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수석대표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언제쯤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서울,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6자 회담 관련 4개국은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보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미국은 충분히 준비해서 협상을 재개하고 비핵화 진전이 있기를 원한다. 중국도 그런 준비 없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북한이 언제쯤 준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는 그런 조짐이나 징후가 없다.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형 MD인 킬체인과 미 MD의 연동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미 MD 체제 편입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미 MD의 전략적 목표는.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이미 밝힌 것처럼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MD 체제를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자체 MD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 MD는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것이 주요 전략적 목적이며 중국(군사력) 부상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공식 요청했나. -TPP 협상 참여는 한국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미국은 환영하겠지만 한국에 대해 TPP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바는 없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파문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도청 여부에 대한 확인을 공식 요청했는데 향후 미국 내 절차는 어떻게 되나. 만약 도청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현재 한국 정부와 대화 중이며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이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대사로 부임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일,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부임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한·미 양국이 북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조율하는지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행된 것도 의미 있다. 이에 못지않게 개인적인 경험들이 특히 마음에 많이 남는다. 주한 미국 대사로서 부친의 고향인 충북 충주를 처음 방문했는데 매우 감동적이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광주 5·18민주화묘역과 부산 등 되도록 여러 지역을 방문하려 노력했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대학을 찾았다. 지금까지 15개 대학을 방문했다. 남은 기간 동안 양국 관계를 글로벌 협력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하면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는데 이는 부담이라기보다는 매우 큰 영광이다. 진행 : 김균미 부국장 정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성 김 대사는 역대 美대사 중 첫 한국계…0여회 방북 한반도 전문가 성 김 대사는 한국과 미국이 수교한 이래 서울에 부임한 역대 22명의 미국 대사 중 최초의 한국계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의 한국 이름은 김성용이다. 부친인 고(故) 김재권(본명 김기환)씨는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당시 주일 공사를 지냈고, 이듬해인 1974년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검사 출신으로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에 임명됐고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후임으로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냈다. 2008년 북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를 현장에서 목격하는 등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부인 정재은씨와의 사이에 두 딸이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시도지사 - 교육감 ‘제로섬 게임’ 양상 경계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한 조를 이뤄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부 시도 교육감 후보들은 러닝메이트제 현실화에 대비해 벌써부터 여야 정치권 및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감을 나누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러닝메이트제가 처음 고개를 든 것은 오래전이다. 1996년 정부와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야당과 교육계의 반발로 아무런 결론 없이 개정안을 접었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당수 자치단체에서 교육감 직선제 전면 개편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와 교육계가 흔들리고 있다. 상당수 직선 교육감들이 뇌물수수, 횡령, 후보 매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현실이 이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감 직선제는 정치권의 개입, 막대한 선거비용,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로 변별력 있는 선거가 어려운 점 등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러닝메이트에 대한 장단점은 물론 어떠한 제도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대한 득과 실은 마치 ‘제로섬 게임’과 유사하다. 단체장은 사실상 교육감을 장악하게 돼 통합적인 행정을 펼 수 있지만, 교육계 입장에서는 어렵게 일궈온 ‘교육자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이 하나의 틀로 합쳐지면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교육청 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정전입금 문제다. 지자체가 교육경비로 교육청에 지원하는 법정전입금을 제때 주지 않아 갈등을 빚는 것은 전국적인 상황이다. 재정이 부실한 지자체들이 국고보조금 가운데 교육청에 주어야 할 교육재정 분을 우선 급한 용도로 썼다가 나중에 보전해 주는 경우가 잦아지자 마찬가지로 재정이 넉넉지 못한 교육청이 반발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안정적인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제정된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자치단체가 교육청에 주어야 하는 학교용지부담금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러닝메이트제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내년 지방선거를 의중에 둔 일부 교육감 후보는 여야 정치권 관계자를 접촉하고 있으며, 시도지사 후보와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은 새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교육자치는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교육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면서 “교육자 자치 내지 교육관료 자치로 잘못 이해해 운영되고 있는 현 교육자치제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 교수는 현재의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려면 동시 지방선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시키고, 교육감 선거는 별도로 실시해야만 그나마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대안들은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적은 대안, 그리고 제도의 단점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불법·편법을 최소화시키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제로섬 게임의 전통을 넘어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제로섬 게임의 전통을 넘어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당나라의 천재 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를 보면 ‘인물은 뛰어나고 땅은 신령스럽네’(人傑地靈)라는 구절이 나온다. 풍수에서는 이 말을 ‘뛰어난 인물이 영기(靈氣) 있는 땅에서 나온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땅과 인물에 관련된 흥미 있는 설화가 많은데 그중에서 ‘절맥’(絶脈) 설화는 상당한 정치적 뉘앙스를 풍긴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팔도 곳곳의 지세와 물산·인문을 논하면서, 결국 조선은 천리 되는 들과 만리 되는 강이 없으니 천하를 경영할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약소국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환경 결정론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러한 인식과 표리를 이루는 것이 절맥 설화이다. 야담에 의하면 고구려 보장왕 때 당나라로부터 도사들이 들어와 명산대천의 영기를 누르고 동명성왕이 승천했다는 조천석(朝天石)을 깨뜨렸다고 한다. 이어서 고려 공민왕 때 서사호(徐師昊)라는 명나라 사람이 천자의 기운이 있는 땅에 말뚝을 박아 봉인했다든가, 임진왜란 때 구원병을 이끌고 들어온 장군 이여송(李如松) 휘하의 도사가 역시 비슷한 행위를 했다는 설화 등이 전승되고 있다. 강력한 외세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의식에서 비롯되었을 절맥 설화는 내부적으로 미래 라이벌의 출현을 견제하고 사전에 방지하려는 ‘아기장수’형 설화와 또 다른 표리 관계를 이룬다. 아기장수 우투리가 날개를 달고 모반하려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죽고 말았다든가, 장사가 태어나면 큰 역적이 된다고 하여 땅을 봉인하거나 아이를 죽였다든가 하는 설화들이 그것이다. 김동리는 ‘황토기’(黃土記)에서 이러한 유형의 설화를 잘 수용하여 비범한 인물의 허망한 삶을 표현한 바 있다. 문제는 면면히 전승되어온 설화는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한 사회의 고유한 성향 혹은 내면화된 어떤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 현실에서 자주 보이는, 상대방에 대해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가혹한 견제, 뛰어난 인물에 대한 유별난 질시와 배척 등의 현상은 혹시 이러한 설화 유형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 전기에 사화(士禍)로 표출되었던 훈구파의 사림파에 대한 몇 차례에 걸친 공격, 후기의 노론과 남인 간의 각축 양상을 살펴보면 양자가 결코 공존할 수 없고 둘 중의 하나는 완전히 타격을 입어야 싸움이 종식되는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이중환이 지적한 대로 천리의 들과 만리의 강이 없는 좁은 땅덩어리가 안고 있는 숙명적인 조건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상대를 용납할 여유가 없는 조건에서는 모든 것을 잃게 되거나 얻게 되는 제로섬 게임의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투쟁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토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사림파가 부상하면서 나눠 줄 토지는 없는 상황에서 기득권에 위협을 느낀 훈구파가 사림파를 박멸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된다. 어느 분야든지 판이 작으므로 함께 윈-윈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아니 남을 용납하면 내가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극단의 처지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두각을 나타내면 결코 그를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려는 풍토가 지배적이다. 인정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로 인해 뛰어난 인물에 대한 시기와 참소가 성행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뜻을 펴지 못한 채 초야에 묻혀 평생을 우울하게 보냈다. ‘재주를 품고 있으되 때를 만나지 못한’ 회재불우(懷才不遇)의 처지에 놓인 사람이 그 얼마나 많았겠는가? 모든 분야가 넓고 다변화된 오늘의 한국사회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타성이 불식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이나 골목 상권이 맡고 있는 업종마저 가로채거나 벤처 기업의 설 자리마저 없게 만들어 버리는 대기업의 독식 본능, 하청업체나 대리점 등에 가해지는 갑의 을에 대한 부당하고 무자비한 요구, 강한 자는 갈수록 강해지고 약한 자는 끝없이 약해지는 악순환의 고리 등 여전히 우리 사회 도처에는 제로섬 게임의 생존논리가 미만(彌漫)해 있다. 어떻게 과거의 전통(?)을 극복하고 윈-윈의 생태적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 [창간 특별기획] 미·중 신대국 시대 한반도 미래를 묻다

    [창간 특별기획] 미·중 신대국 시대 한반도 미래를 묻다

    지구촌의 양대 패권 경쟁국(G2)으로 등장한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 관계 등 한반도에 새로운 정치·경제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 속에 더 이상 이데올로기적 진영은 의미가 없게 된 셈이다. 미·중 신대국 시대의 향후 전망과 양국 사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와 역할에 대해 미국과 중국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 ■ 북한부터 에너지 안보까지 광범위한 미·중 협력 냉전 시절 미·소와는 달라 앨런 롬버그 美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15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향후 미국과 중국은 큰 틀에서 협력적 관계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팀슨센터는 미국의 안보 문제 전문 민간 연구기관이다. →최근 중국이 신형대국 관계를 주창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 자신이 강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의 사이에 빚어지는 긴장과 대결적 구도를 피하려는 것이다. 세계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성장세에 있는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빚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세계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두 나라는 협력이 가능한 이슈에 대해서는 힘을 모으고 이해관계가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차이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서로에게 중요하다. 북한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이슈와 함께 기후변화, 에너지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있어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아주 어려운 시대가 됐다. →현재의 미·중관계를 냉전시기 미·소관계와 비교한다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분명 중국이 남중국해 등 아시아 지역에서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과거 미·소관계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소련은 전형적인 팽창주의적 제국이었다. 소련은 동유럽 등으로 세력을 넓혔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그것을 매우 걱정했다. 그래서 미국의 대(對)소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 봉쇄하는 것이었다. 반면 미·중관계는 그보다는 협력적 관계라 볼 수 있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미했을 때 미·일 간 새로운 밀월관계를 열어가면서 중국을 소외시키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캘리포니아에서 파격적 정상회담을 갖는 등 예상보다 우호적 관계가 연출되고 있다.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협력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 일본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이 격화되는 것을 미국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제외하고는 동북아의 모든 나라와 협력하길 원한다. 북한의 경우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태도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협력이 어렵다. →미·중관계의 걸림돌은. -구체적 이슈로는 사이버 해킹과 경제 이슈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정상회담에서 북한 등 많은 이슈에 대해 좋은 협력 모델을 보여줬다. 두 나라는 정치제도와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협력을 최대화하고 분쟁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중 간 협력은 잘되고 있는 건가. -현 시점에서는 잘되고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은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제재에 있어 중국은 미국, 유엔 등과 기꺼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은 북한발 안보적 위험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미·중의 대북 시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고 미국이 더욱 가혹한 제재를 가하려 할 경우 미·중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부담까지는 안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최근 방중한 박근혜 대통령을 환대한 이유는. -한·중 관계는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핵에 분명히 반대하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이런 공동보조를 통해 평양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박 대통령 환대를 보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초조해할까. -초조해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목할 것이다.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방중하는 등 북한은 지금 베이징에 연달아 유화공세를 펴고 있다. 이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국이 중국 신뢰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면 중·미 교량 역할 가능 롼쭝쩌 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한국이 신형 대국관계 속에서 중국과 미국 두 나라에 모두 영향력을 가지려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롼쭝쩌(阮宗澤) 부소장은 “한국은 미국과도 친하고 중국과도 친하기 때문에 중·미 간 신형 대국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롼 부소장은 중국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박사를 지낸 국내파로 중·미관계, 중국과 한반도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신형 대국관계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2012년 2월 15일 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공식화한 개념이다. 국제사회는 ‘중국 굴기’에 대해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를 감안해 신형대국관계란 개념을 통해 세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 것이다. →신형 대국관계의 핵심은. -호혜(互惠), 협력, 갈등 통제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하는 제로섬 사고방식을 버리고 서로 협력 면을 넓히면서 갈등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 개념을 인정했다. →신형 대국관계의 협력이 한반도 문제에도 적용되나. -한반도 문제는 중·미 두 나라의 협력 영역이다.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에도 해롭다. 중·미가 협력해 이 지역의 갈등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개념은 한·미가 말하는 것과 다른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가 말하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는 것은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기보다 핵개발 포기에 상응하는 안전 보장을 해줘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때 북핵 폐기는 물론 핵우산 포기까지 모든 문제를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핵 위협이란 북핵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은 북핵 개발도 싫고 자신들의 핵우산 포기도 싫어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 동맹을 강화할수록 북한의 위협은 커진다. 한국의 방어는 북한에서 볼 때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다. 그래서 북한은 핵개발을 강화한다. 이 같은 악순환을 깨뜨려야 한다. →신형 대국관계 속에서 중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한국은 미국과도 친하고 중국과도 친하기 때문에 양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어야 중·미 사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항상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한국과 소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중국이 한국을 친구로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곤란하다. 우리는 한국이 노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할 대상으로 중국을 바라보기 바란다. →양국이 어떻게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하나. -중국은 오랜 기간 북한과 관계를 맺어 왔고, 한·미 간 동맹도 그만큼 오래됐다. 중·한 간 특정 사안을 두고 의견 차가 있을 수 있다. 그때마다 ‘역시 중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단정짓는 것은 신뢰 관계 구축에 도움이 안 된다. 양국이 이성적인 대화를 자주 하고 감정적인 부분은 배제하면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중국이 신형대국관계 속에서 한국에 기대를 거는 까닭은.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선 평화로운 주변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한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북 간 정상회담설이 나오는데. -시기상조다. 최고위급 대화를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현안이다.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해야 한다. 한·미가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요구하는 최소한의 비핵화를 북한이 바로 이행해야 한다. →중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중·북은 중조우호조약을 체결한 국가로 동맹이자 형제 관계다. 우리는 김정은이 경제개혁과 민생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힘써 주기 바랄 뿐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난형난제 민주당·안철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난형난제 민주당·안철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국회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 29, 30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본회의장 뒤편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거의 미동도 않은 채 곧은 자세로 안건을 처리하고, 동료들의 발언을 들었다. 보궐선거로 갓 입성했다고는 하지만 영낙없는 모범생이었다. 그가 인사차 찾아갔던 여야 정당 대표 등도 “안 의원이 너무 경직돼 있더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여의도 입성 초반 개별 정치인으로서는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정체성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혹평도 듣는다. 새 정치도 실체가 없어 담금질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가 17일 ‘(수치화가 불가능한)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들’과 정치를 함께 하겠다고 밝히자 “뜬구름당 당수의 재림”이란 비아냥이 쏟아졌다.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동네북 신세다. 안 의원은 동그라미재단(옛 안철수재단) 인사들과도 최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싱크탱크도 출범시키면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단일화 상대이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며 1차로 무릎 꿇었던 안철수. 의표를 찌르는 빠른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에 반격을 가한 뒤 장안의 화제를 집중시키며 민주당과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안 의원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2016년 총선과 이후 대선으로 가는 경쟁에 돌입했다. 두 진영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생할 수도 있지만 제로섬식 경쟁 과정이 잘못되면 함께 쇠락할 수도 있다. 서로가 가진 독자의 에너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차기 대선까지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정교하게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 어렴풋이나마 차기 고지가 보일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안철수 두 세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난형난제(難兄難弟)의 형국이다. 안 의원은 여전히 단기필마다.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들을 시도하지만 탄력이 안 붙는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세가 있어야 하는데 달랑 송호창 의원 1명뿐이다. 민주당과의 인재 영입 경쟁은 구태정치로 비쳐지게 돼 쉽지 않다. 호남지역 여론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고향 부산 민심도 뜨겁지 않다고 전해진다. 민주당도 지리멸렬이다. 10년 동안 당의 중심세력이었던 친노(친노무현)는 문재인 전 후보의 대선 패배 뒤 2선에 밀려나 재기를 노린다. 친노와 비노는 공개·비공개리에 민망한 치고받기를 계속할 뿐 자체 혁신 에너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강한 외부충격이 가해져야 겨우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 분위기다. 안 의원으로부터는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공격을 받는 처지다. 시나브로 차기주자 경쟁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리더십이 확실하지 않다고 하지만 예비후보군은 풍부하다. 민주당에도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자원이 많다고 하지만 어수선하다. 안 의원은 억울할 정도의 혹독한 검증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안 의원은 총력전을, 민주당은 지구전을 편다. 두 세력이 반전을 거듭하며 펼칠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하다. taein@seoul.co.kr
  • [창조경제 소통의 창 SEC] (1) 중소기업 정책

    [창조경제 소통의 창 SEC] (1) 중소기업 정책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 기조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창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성장이 선순환되는 경제다. 서울신문은 창조경제의 주역인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거하면서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SEC·Seoul-shinmun Economy Conference)을 마련했다. SEC에서는 새 정부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 전환, 3불(不) 해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해결 방안 등을 총 4회에 걸쳐 다룬다. 제1차 콘퍼런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창조경제시대 중소기업정책’을 주제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의 사회로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기찬 교수(이하 사회자)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너무 많은 대책은 기획만 하다 끝나 버릴 수 있다. 핵심 대책에 대한 집중 논의가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전문기업을 이어줄 수 있는 성장사다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 등 ‘3불(不)’은 최근 대두된 갑을 문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3행(行)’의 핵심은 글로벌화다. 지난 10년간의 중소기업정책 중 가장 아쉬운 분야다. 글로벌화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국내 시장에 매몰된 기업은 망했다. 자기 제품이 없으면 해외에 나갈 수 없다. -김순철 중기청 차장(이하 김 차장) 공감한다. 중기정책은 맞춤형 지원으로 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글로벌화가 중요하다. 300만개 중소기업 중 수출기업은 8만 6000여개에 불과하다. 내수뿐 아니라 세계 시장도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상황이 됐기 때문에 창업 단계에서부터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이하 이 교수) 중소기업의 스펙트럼이 넓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논의도 지금보다 지평을 넓혀야 한다. 혁신 기업들이 잘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다. 소상공인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접근 방식과 대책도 달라야 한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이하 성 회장) 창업 후 5~10년간 흥망을 거듭한 뒤 안정기에 들어선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중견기업이 되면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면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50억~300억원 매출의 중견기업들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자 논의를 정리하자면 ▲3불 문제 해결 없이 중소기업 문제는 해결 난망 ▲창조경제와 시장 메커니즘의 화합 ▲벤처기업과 장수기업 양대 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성장사다리를 통한 글로벌기업 육성이다. -이 교수 이제 대기업 중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3불 문제 해소가 관건이다. 성장과 고용 두 축을 달성하는 데는 창업 활성화가 우선이다. 신용 불량이 걸림돌이다. 창업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성실한 사업가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 회장 2000년 벤처 붐이 일면서 사라졌던 도전정신이 되살아났다. 창업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현장에서의 3불, 갑을 관계도 심각하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제품 가격 깎기뿐 아니라 하청 기업에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을 자신들의 업체에 해줄 것을 강요하더라. 도덕적인 문제다. 하청 기업이 오히려 드러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사회자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벤처 버블, 모럴 해저드, 무늬만 벤처 등의 거부 반응이라고 할까? -이 교수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중소기업 활성화 논의가 자칫 과거 벤처기업 거품 붕괴처럼 될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 붐 붕괴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에 투자된 정부 지원금이 2조 2000억원인데 6000억원이 회수되지 못했다. 구조조정 지원금 165조원 중 미회수금이 65조원에 달한다. 벤처기업 매출액이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을 넘고 매년 평균 20% 성장하며 14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벤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벤처의 개념을) 정의하려는 순간 벤처는 무너졌다. 2001년 발생한 벤처 버블은 국내 문제가 아닌 글로벌 현상이다. 정부의 4대 벤처 건전화 대책은 정책 실패의 대표 사례다. 창업을 위축시켰고 묻지 마 투자를 없앤다고 엔젤투자를 축소했으며 코스닥을 통합했다. 초일류 벤처기업에 SKY 출신이 가지 않는다. 벤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김 차장 오늘(15일)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엔젤을 중간에서 회수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 강화, 재기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지금 벤처는 벤처 1세대가 대부분으로 이들이 재투자하고 후배 기업에 멘토링할 수 있도록 하겠다. 피인수 기업에 스톡옵션을 주고 행사 후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문제 등 포괄적인 내용도 담았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 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창업자 연대보증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성 회장 벤처정책은 성공한 정책이다. 벤처를 통해 한국이 세계적 정보기술(IT) 경쟁력 확보의 근간이 됐다. 코스닥시장 조작, 분식회계 등 스타 기업의 비도덕적 행위로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줬다. 반성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불합리, 불균형 문제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을 깎지 말자”고 얘기하는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가격 경쟁력 높은 기업들이 들어왔을 때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보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력 불균형 등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기업가들도 M&A를 부담스러워한다. →사회자 벤처 기업 엔진 가동에 이어 성장사다리도 문제다. 지금까지 사다리 문제를 조세의 걸림돌로만 봤는데 기술 기업이 도약하려면 연구 개발 인재가 요구된다. 시급한 성장사다리는. -성 회장 중소기업에는 기술 인재 공급이 시급하다. 제도는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국책연구기관 같은 좋은 자리의 연구원이 되려면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파견 기업에서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교수 성장사다리의 핵심은 인력과 자금, 시장이다. 이 중 시장과 인력 조달 문제가 우선한다. 중소·벤처기업 인력 조달은 주식옵션제도가 가장 효율적이다. 연구·개발(R&D) 기관을 통한 인력 지원은 궁여지책이다. 그렇게 온 사람들은 목숨 걸고 일하지 않는다. 주식옵션제도를 현실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 기술과 기업이 거래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시장과 기술이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다. 기술로 시장을 확보하고 이후 필요한 기술은 M&A를 통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이 ‘제로섬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견기업에 나눠 줘서는 안 된다. 중견기업에는 세액을 점진적으로 낮춰 주는 방향이 필요하다. -김 차장 인력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력이 올 수 있는 스톡옵션제가 최선이다. 전문연구기관 및 출연연구소의 인력 파견도 좋은 대책이다. 현장감이나 기술 발전을 체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는 ‘윈윈책’이다. 출연연에 ‘테뉴어 제도’를 도입해서 중소기업 근무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대두된다. 성과 평가에 창업이나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반영하고도 있다. 중견기업의 성장사다리는 금융·세제 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여 안착할 수 있도록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역량을 강화하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회자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성 회장 글로벌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50년간 이뤄진 일본의 방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도 핵심 부품은 일본에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기술력에서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에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계속 투자하고 성장한 기업의 해외 진출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해 주면 어떨까 한다. -사회자 열린 국제화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글로벌 정책은 기관정책이지만 이스라엘은 1000만명의 디아스포라(유대인)가 세일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마케팅도 결국 사람이 하는데 동포들이 나서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한류 열풍을 활용해야 한다. 경제는 결국 ‘기브 앤드 테이크’다. -김 차장 과거 수출 지원은 기업 간 거래(B2B), 오프라인이었지만 현재는 기업과 소비자(B2C), 홈쇼핑을 포함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과 관련해 기업의 수출 역량과 방식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해외 진출 로드맵을 수립하겠다. 정리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고령화 시대 ‘고용 안정’ 시급 판단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본격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와 같다. 2018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정년 연장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에서 여야가 정년 60세 연장안에 사실상 합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연장된 만큼 정년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국민들도 큰 이견이 없었으며,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특히 6·25 이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50대가 되면서 그들의 대량 퇴직 사태가 예고된 것도 정년 연장을 이뤄내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정부와 노동계는 적잖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고용 안정성을 담보하며 조기 퇴직자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금 재정과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의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부양 의무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장밋빛 제도만은 아니다. 넘어야 할 관문도 숱하게 남았다.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고, 노조는 정년연장은 받아들이면서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 여야가 22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 턱밑까지 이르렀음에도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도 도입 이후 노사의 편법 운용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년 연장이 노사 간 갈등을 더욱 키우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병행하는 취지도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도 문제다. 고령자 취업 문제가 청년 취업문제와 ‘제로섬 게임’ 관계에 있는 탓에 퇴직자 수가 줄어드는 만큼 신규 취업의 문턱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퇴직 연령이 2~5년 늦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승진 적체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고용주의 부담도 더욱 커진다. 초임 저연령 근로자보다 고령 근로자 수가 많아질수록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일정 연차 이상이 되면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병행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의 효율성도 문제다. ‘젊은 피’ 수혈이 더뎌지면 회사의 연령 구조가 역피라미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업장에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역동성이 떨어져 기업 조직이 경직화될 수 있다는 게 사회 안팎의 우려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는 사실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오바마·아베 첫 정상회담] 美·日 ‘新밀월’ 선언… 中, ‘돌아온 日’에 촉각

    [오바마·아베 첫 정상회담] 美·日 ‘新밀월’ 선언… 中, ‘돌아온 日’에 촉각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밀월시대를 사실상 선언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중대한 변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미·일이 북한과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연출됨으로써 북·중 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의 신뢰와 강한 연대감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다”고 밝히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의 중심적 기초”라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당신(아베 총리)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에는 (오바마라는) 강한 파트너가 있을 테니 안심해도 좋다”며 극도의 호의를 불사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일본이 돌아왔다”고 직설적으로 선언했다. 일본 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 3년간 소원했던 미·일 관계를 뒤로하고 과거 자민당 집권 시절 친미적이었던 ‘원래의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미국도 이 같은 기류 변화에 반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자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아베 노믹스)과 관련, “친구의 경제 회복 노력을 도와야 한다”면서 일본을 ‘친구’로 지칭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사실상 모두 들어줬다. 미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협상 참여를 강력히 시사했는가 하면 민주당 집권 시절 미·일 갈등의 근원이었던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일본은 이런 ‘선물 공세’의 반대급부로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고 ‘정상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미국이 힘을 보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해 “미·일이 협력해 자유로운 바다를 지킨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CSIS 강연에서는 “일본은 지역 국가로 머물 수 없다”며 남중국해 분쟁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관영 중국신문사는 “일본이 돌아왔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일본이 안보와 경제 두 방면에서 다시 강대국이 될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아베 총리가 미국 방문에서 냉대를 당했다”며 방미 성과를 애써 평가절하했지만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중국으로선 미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것이 껄끄러운 만큼 그런 감정을 담은 보도”라고 말했다. 미·일 동맹의 회복이 한국에는 ‘제로섬 게임’ 식의 손실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민주당 정부 시절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권 등을 따낸 것은 미·일 관계 악화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전폭 지원한 데 따른 반사적 이익의 성격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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