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교조 민주화운동’ 공론화를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최근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1139명 모두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위원회는 ‘관련 자료와 당시 시대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전교조 가입 행위는 교사들의 노동 3권 신장보다는 교육의 민주화,인간화,정치적 중립성 등 교육기본권 신장에 궁극적 목적이 있어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가아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만 비추어본다면 수긍할 만한 측면이 있다.당시에 많은 교사들이 사립학교재단의 전횡과 각종 비리 그리고 군사정부의 권위주의적이고,비인간적인 교육방침에 대하여 복종과 침묵만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전교조 교사들은 자신이 파면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용감하게 항거했다.이로 인해 그들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경제적으로,사회적으로,심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됐다.이러한 그들의 용감한 행동은 오늘의 교육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원회에서는 좀 더 엄밀한 조사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옥석을 가려 교직 사회와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기여한 훌륭한 교사들만을 선정했어야만 했다.단순히 당시에 전교조에 가입했었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자로 인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적 설득력이 미약하다.
또한 전교조에 가입했던 교사들을 ‘민주화 세력'이라고 한다면,당시에 나름의 교육적 소신과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교사들을 전교조에 가입하지 말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던교육행정가들은 ‘반민주화 세력'이 되고 만다.이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전교조 가입 여부라는 하나의 기준과 편중된 사고방식에 의해 교육계를 편가르고 분열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전교조에 대한 위원회의 역사적 평가의 타당성을 짚어보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는 결코 단순한 객관적인 사실의 편찬만은 아니며,시대가 달라지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또한 이 에이치 카가 말한 것처럼 “사실은 결코 생선가게 목판에 놓인 생선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도 명심해야만 한다.
사실은 광대한,때로는 접근할 수 없는 바다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와 같은 것이다.역사가가 무엇을 잡아낼 것인지는 어느 정도 우연에 달려있기도 하지만,주로 그가 바다의어느 지점에서 고기잡이를 하는가,어떤 고기잡이 도구를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역사는 역사가와 사실의 상호작용의과정,즉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인 것이다.
위원회는 먼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전교조의 활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과연 얼마만큼 충실하고 깊이 있게수집하고 분석했으며,이러한 사실들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했는가를 밝혀야만 한다.나아가 현재의 상황과 관점에서 당시 전교조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의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한다.위원회의 재심과 공개적인 논의를 촉구한다.
정진곤 한양대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