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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호주] “아~ 따뜻해”…집안에 들어와 히터 쬐는 캥거루

    [여기는 호주] “아~ 따뜻해”…집안에 들어와 히터 쬐는 캥거루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에 이른 겨울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캥거루 한 마리가 집안 히터 앞에 자리를 잡고 추위를 녹이는 모습이 공개돼 잔잔한 웃음을 주고 있다. 14일 호주 채널9 뉴스는 빅토리아 주의 한 가정집에 들어온 캥거루의 모습을 보도했다. 빅토리아 주 동부인 제노아의 마라밍고 크릭에는 이제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지역 주민인 딘 색스비는 성큼 다가온 겨울을 준비하고자 여름내 창고에 보관했던 히터를 꺼내 놓았다. 히터를 꺼내 놓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야생의 추위를 견디지 못한 캥거루 한 마리가 히터 앞에 자리를 잡고 추위를 녹이기 시작한 것. 슬며시 히터 앞에 다가온 캥거루는 따뜻함이 너무 좋은 듯 아예 자리를 잡고 누워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사실 이 캥거루는 딘에게 완전히 낯선 손님은 아니다. 이 캥거루는 15년 전 엄마를 잃어 고아로 발견되었고, 딘은 이 캥거루를 거두어 키웠다. 딘은 이 캥거루에게 ‘킹 빌리’라는 이름도 지워주었다. 킹 빌리는 어느 정도 성장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야생 생활을 하지만 가끔 딘의 집에 찾아와 15년 간 부모와 자식 같은 정을 지켜오고 있다. 집안에 들어온 캥거루는 밤새 히터 앞에서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딘이 침실로 들어가고 나면 침실 문을 앞발로 차면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 달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침실 문이 열려 있으면 잠이 든 딘의 침대로 와서 침대보를 거두어 내기도 한다. 딘은 “이제는 야생으로 돌아가 평소 밖에서 만나면 아는 체도 잘 안하는데 히터만 켜놓으면 집안까지 들어온다”면서 “집안에 들어오면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있고, 내가 주는 사료도 잘 받아 먹는다”며 웃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덥다고 청량음료 매일 마시면 심혈관질환 발병률 높아져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덥다고 청량음료 매일 마시면 심혈관질환 발병률 높아져요

    5월 시작과 함께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영국 기상청 등은 올해가 1880년 현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더웠던 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태평양 수온이 높았던 2016년입니다. 올해는 매우 이례적이게도 엘니뇨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름철 폭염 여부는 장마 지속 기간과 북태평양 해수 온도 등에 좌우되는 만큼 현재로서 무더위를 전망하는 것은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과 시원한 청량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덥다고 음료수를 즐겨마시다간 심혈관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SD) 의대, 샌디에고주립대 보건대, 시티오브호프 의료센터, 애리조나주립대 보건대 공동연구팀은 하루에 설탕이 포함된 가당음료 한 캔이나 한 병 이상 마시는 여성은 그러지 않는 여성보다 심혈관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최대 42%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 5월 13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청량음료, 가당 생수나 차, 100% 과일주스가 아닌 가당 과일음료, 스포츠 음료를 설탕 포함 음료로 구분했습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교사 연구’(CTS)라는 대규모 건강조사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CTS는 캘리포니아주 보건부에서 13만 3479명의 전현직 공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암 발병률을 파악하기 위해 1995년 시작한 대규모 장기 역학조사입니다. 연구팀은 조사 시작 당시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을 앓았던 경험이 없는 10만 6178명을 선정해 매일 마시는 음료의 종류 및 양과 심혈관 질환 발병 여부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매일 설탕이 첨가된 과일음료를 한 캔씩 마시는 여성은 그러지 않는 여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4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콜라 같은 청량음료나 가당 생수나 차, 스포츠 음료를 매일 마시는 여성도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혈관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23%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단 음료를 많이 마시는 여성은 체지방지수(BMI)가 정상보다 높고 채소나 과일, 견과류 등 음식 섭취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가당 음료는 혈중 포도당 수치를 빠르게 높이고 식욕을 과도하게 증가시켜 쉽게 비만으로 이어지도록 한다고 합니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 저항성과 체내 염증 지수가 높아져 동맥경화, 심장마비,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앓기 쉽게 만들기도 하지요. 설탕 대신 칼로리가 낮은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음료가 가당 음료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공감미료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숫자를 줄이는 등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연구팀은 설탕, 인공감미료, 칼로리가 진짜 ‘0’인 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한 음료라고 추천했습니다. 실내 온도를 낮춰 주는 에어컨은 침방울을 멀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의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폭염 여부를 떠나 덥고 습한 계절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코로나19라는 강적과 싸워야 할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때가 될 것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 너무 일찍 더위 먹은 봄… 서울 5월 기온 8년來 최고

    너무 일찍 더위 먹은 봄… 서울 5월 기온 8년來 최고

    세계 기상기구 “올여름 역대 최고 더위”세계 각국 기상기구들이 올여름이 역대 가장 더울 것이라는 예측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달 초부터 일부 지역의 기온이 30도가 넘는 등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서울의 5월 초순 기온은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이달 1~8일 서울 평균기온은 19.8도로 2012년(20.2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하루 최고기온의 평균도 25.4도를 기록해 가장 높았던 2017년(25.8도)에 육박한다. 지난 1일 경북 울진은 낮 최고기온이 32.8도까지 올라 5월 상순 기준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속초(32.4도), 상주(31.8도), 동해(30.9도), 경주(30.3도), 순창(29.5도) 등에서도 한여름 같은 무더위가 이어졌다. 이처럼 때 이른 고온 현상은 구름이 적은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햇빛이 강해 공기가 쉽게 뜨거워진 데다 이달 초 한반도 남쪽에 자리잡은 이동성 고기압의 세력이 커지며 뜨거운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경우 1~8일까지 강수량이 평년(31.7㎜)의 10분의1도 못 되는 2.3㎜에 불과해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기상청은 오는 20일까지 다소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0~28도 분포를 보이겠고 내륙을 중심으로 2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은 5월 기온보다 장마 기간의 길이, 북태평양 해수 온도 등에 달려 있는 만큼 현재로선 올여름의 폭염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숱한 비하와 혐오에도…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

    숱한 비하와 혐오에도…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

    시절과 기분/김봉곤 지음/창비/364쪽/1만 4000원“덜 사랑하세요”가 대세인 시절이다. 너를 더 사랑하는 것은 나를 덜 사랑하는 일로 치환되는 시절. 이른바 ‘퍼주는 연애’가 낮은 자존감의 발로로 이해되는 시절.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두 차례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봉곤(35) 작가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시류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그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은 사랑한 시절과 기분에 관한 얘기다. 그러나 그 시절들은 어느 한 계절임과 동시에, 다른 시절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영어 시제로 말하면 ‘현재완료’쯤 된다고 해야 하나. 첫 소설집인 ‘여름, 스피드’(2018)가 열렬히 사랑한 특정 시점에 관한 얘기라면 ‘시절과 기분’은 그 시절이 아우르는 스펙트럼에 관한 스토리다. 사랑의 시작은 계절로 치면 항상 초여름이다. 열기에 달떠 그의 땀도, 나의 땀도 달콤하기만 하다. 그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며, 그를 기다리는 일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전술 복습이랄 게 없는 ‘첫사랑’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사랑부터는 앞뒤의 사랑이 겹치며 달겨든다. “정말로 딱 한발만 뒷걸음질해서 볼게요”(‘나의 여름 사람에게’ 125쪽)라며 사랑 앞에서 주춤거리는 창준 같은 이 앞에서 나에게 실패를 안겨줬던 첫 연인을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당신을 실-감하고 싶다”(130쪽)며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게 김봉곤의 화자들이 가진 주체성이다. 10년 세월을 넘어, 다른 이의 연인이 돼서도 내 곁에 머물렀던 이에게 이별을 고하며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너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연인일 때 꼭 말하고 싶어.”(‘마이 리틀 러버’, 261쪽) 김봉곤은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다 게이 커플이다. 책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표제작 ‘시절과 기분’과 ‘그런 생활’은 다른 종류의 사랑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에 있다. 뒤늦게 ‘나’가 쓴 책을 통해 게이였음을 알았을 전 여자친구와 살갑게 조우하긴 해도 극적인 고백은 일어나지 않는다.(‘시절과 기분’) “니 진짜로 그애랑 그런 생활을 했나?”(279쪽)라고 묻는 엄마하고도, 나 몰래 데이팅 앱으로 인스턴트 만남을 계속해 온 애인과도 극적인 화해는 불가하다.(‘그런 생활’) 그러나 그런 생활과 그런 사람, 그런 나를 껴안는 힘이 화자들에게는 있고, 그들 감정의 결을 작가는 세심하게 펼쳐 놓았다. 김봉곤 소설의 힘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나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안다’로 시작하는 말을 남겨 놓았다. ‘나 그리고 우리’는 퀴어 또는 게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숱한 비하와 혐오와 부정과 번복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다름아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359쪽)라고 썼다. ‘피로’라는 말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윽고 ‘작가의 말’ 마지막은 이렇다. ‘나는 나의 삶을 쓴다. 그것이 내 모든 것이다.’(360쪽) 이른 더위가 밀려온 5월만큼 뜨거운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멈춰선 숲, 숨이 되다… 버려진 길, 쉼이 되다

    멀찌감치 떨어져 티어가르텐을 품다… 호수 위 나뭇잎 소리에 취해 노를 젓다… 신선한 공기 한 줌·따스한 햇살에 감사할 줄이야… 새로운 일상과 삶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일까요. 요즘 외지에서 살아 보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서울신문은 뒤늦게 만난 ‘뜻밖의’ 연인을 따라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간 이동미 여행작가와 함께 ‘베를리너로 살기’를 연재합니다. 베를린은 살아 보기 좋은 도시입니다. 물가가 싸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넘어온 젊은이들이 베를린에 모여 사는 이유일 겁니다. 흔히 뉴욕이 미국이 아니듯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라고들 하지요. 이 작가는 앞으로 3주에 한 번씩 베를린에서 이웃 도시와 이웃 나라를 오가며 새로운 일상과 영감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베를리너들의 유별난 사랑을 받는 공원으로 가 봤다. 모두가 그곳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제재) 두 달째. 독일 베를린은 3월 초 한 유명 클럽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국이 신천지가 문제였다면, 베를린은 테크노 문화의 성지답게 클럽이 진원지가 됐다. 가장 먼저 폐쇄 조치를 당한 곳도 바와 클럽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생필품을 사야 하는 슈퍼마켓과 약국만 갈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는 외출을 하려면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조깅도 한 시간 내로 제한한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베를린은 유럽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조깅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고 한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1.5m 간격을 유지하면 지인 한 명과 함께 걷거나 공원 벤치에 앉을 수 있다(3인 이상은 금지). 이런 방침도 초반엔 혼선이 많았다. 공원 벤치에 앉는 건 괜찮지만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건 안 되고, 공원을 걷는 건 괜찮지만 잔디밭에 앉을 수는 없었다. 일주일쯤 뒤엔 방침이 또 바뀌었다. 잔디에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 앉는 게 가능해졌다. 단 사람들과의 거리를 5m 간격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각자의 방법으로 이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렇게라도 밖에 나갈 수 있고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쬘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은 큰 불만 없이 시의 방침을 잘 따랐다. 최근 메르켈 총리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따라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의료시설의 부족난을 겪지 않고 낮은 곡선 만들기에 성공한 독일은 최근 록다운 체제에서 조금씩 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작은 숍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완전히 영업을 중단했던 레스토랑도 지금은 배달과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이 규제화됐다. 그래도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고 되도록이면 집에 있어야 하는 건 똑같다. 이런 와중에 날씨는 눈치도 없이 왜 이렇게 좋은지. 4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화창한 날씨가 한 달 내내 계속됐다. 날이 좋아서 공원으로 매일 출근 중이다. 갈 수 있는 곳이 공원밖에 없지만 그게 공원이라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베를리너들의 극진한 공원 사랑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공원뿐 아니라 강, 호수, 숲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갈 데라곤 공원밖에 없는 것처럼 항상 나와 앉아 있다. 맥주 한 병 들고 혹은 와인을 나눠 마시며 기나긴 오후를 베를리너답게 보낸다. 며칠 전 박물관 섬 근처의 대형 아시아 마켓에 한국 식재료를 사러 갔다가 잠시 주변을 산책했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번화가는 문 닫은 빌딩들로 삭막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더 그랬다. 하지만 베를리너 돔 앞으로 걸어가니 넓은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명소가 건너다보이는 몽비주 공원에도 사람이 많았다. 한국의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의 베를린 편에 버스킹 장소로 나왔던 곳이다. 여름에는 모래사장이 깔린 비치 바가 들어서고, 웃통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늘 관광객이 많아서 공원이라기보단 내겐 한강 잔디밭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숲을 방불케 하는 큰 나무와 자연으로 둘러싸인 베를린의 진짜 공원을 만나면 그 매력에 곧 빠져들게 된다.●베를린의 녹색 심장, 티어가르텐 베를린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2500개 있다. 베를린을 처음 오는 여행자라면 도시 중심부에 있는 티어가르텐을 가장 먼저 들르게 될 것이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듯이 베를린에는 티어가르텐 공원이 있다.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됐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공원 크기만 63만여평에 달한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전승기념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거대한 브로콜리처럼 뻗어 있는 티어가르텐의 방대한 숲을 볼 수 있다. 도시는 그 평평한 숲 너머에서 경계를 이룬다. 이 전승기념탑을 중심으로 동쪽 끝으로 가면 브란덴부르크 문이, 서쪽 끝으로 가면 샤를로텐부르크궁이 나온다. 북쪽에는 대통령 관저인 벨뷔궁전이 있고 남쪽으로 가면 동물원과 포츠다머 플라츠로 갈라진다. 베를린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모두 티어가르텐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한번 걷기 시작하면 2시간은 거뜬히 걸린다. 많은 조각상과 작은 연못들, 잘 정돈된 잔디가 펼쳐지는가 하면 거대한 나무기둥이 도열한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공원 안에서 유난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도 있다. 배를 탈 수 있는 호수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비어가든, ‘카페 노이암제’이다. 여름이면 이 비어가든에는 거의 빈자리가 없다. 호수에서는 배도 빌려 탈 수 있다. 베를린에 사는 한 친구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마다 무조건 이곳으로 데려와 노를 젓게 한다. 베를린 초보 여행자들은 처음엔 어디로 배를 몰아야 할지 갈팡질팡하지만 양팔 뻐근하게 노를 젓다 보면 티어가르텐 호수의 매력에 끌려들어 간다. “베를린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 물으면 의외로 친구들은 이 호수에서 나뭇잎 소리를 듣고 노 젓던 시간을 고백한다. 바쁜 일상을 잊고 초록에 둘러싸여 있던, 그 평화로운 시간에 모두가 위로받고 갔다. 몇 해 전 취재차 베를린에 왔을 땐 티어가르텐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최고급 빈티지 가구와 디자인으로 꾸며진 다스 스투에 호텔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티크 호텔로 꼽히는 그곳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방은 동물원이 보이는 방이다. 내 방에선 기린이 보였다. 사람들은 동물이 보이는 전망을 갖기 위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한다. 그러곤 깨닫겠지. 막상 발코니에 앉으면 동물원에서 풍겨 나오는 똥 냄새 때문에 10분도 앉아 있기 힘들다는 걸. 하지만 피곤한 불평 대신 모두가 웃어넘길 수 있다. 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일어나자마자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들어가 걸었던 이른 아침이다. 고요하고 신비로운 아침 햇살에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티어가르텐에 산다는 야생 여우를 만날 것 같은, 그런 아침이었다. “알렉산더 플라츠에 여우가 나타났대.”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읽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도로에 차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집에 갇히자 베를린에선 야생 여우들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실 베를린의 공원에는 여우와 멧돼지, 토끼 등 꽤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한밤중에 클러버들이 동네 거리에서 여우를 마주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크로이츠베르크에 사는 한 남자는 동네 이웃처럼 종종 마주치는 여우가 있는데, 전에는 멀리 피해서 돌아가던 그 여우가 요즘은 그냥 자기 앞을 가로질러 간다는 내용으로 신문 인터뷰를 했다. 코로나 시대에 인간들이 사라지자 텅 빈 도시를 되찾은 건 야생 동물이었다.●무너진 베를린 장벽 아래 생긴 마우어파크 티어가르텐과 함께 베를린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공원은 마우어파크다. 여행자에게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도 크지만 단순하게 중고 물건만 사고파는 게 아니라 많은 거리 공연과 버스킹이 펼쳐지고 다양한 먹거리 포장마차가 생겨 즐겁다. ‘가라오케 쇼’라고 부르는 노래공연 대회도 유명하다. 원형의 야외무대에서 저마다 노래자랑을 하는 건데, 베를린 특유의 자유로움과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일요일의 축제장 같은 이 벼룩시장도 지금은 두 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마우어 장벽에 새로운 그래피티를 그리는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열심이다. 빠른 주기로 작가들이 그림을 지우고 덧그리기 때문에 이곳의 그래피티는 유독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화장지를 들고 있는 골룸 그림만은 코로나 시간과 함께 아직 남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 벽에 무엇을 제일 먼저 그리게 될까. 28년 동안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었고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한동안 버려져 있던 이곳은 1994년에 시민들의 공원으로 완성됐다. 남아 있는 장벽 아래의 넓은 언덕 기슭에는 이제 사람들이 앉아 해를 쬔다. 젊은 가족이 많이 사는 프란즐러베르크 동네의 친근한 공원답게 작은 동물 농장과 놀이터,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인공 암벽 등도 있다.●버려진 폐공항을 그대로, 템펠호프 공원 “어라? 이곳이 공원이라고?” 별다른 정보 없이 템펠호프 공원에 도착한다면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될 것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공원 같지 않은 공원, 어쩌면 가장 아름답지 않은 공원에 꼽힐 이곳은 그러나 베를린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지켜낸, 가장 베를린스러운 공원이기도 하다. 템펠호프는 2008년까지 군용 공항으로 쓰이다가 2010년 시민들의 공원으로 개방됐다. 베를린시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시민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초기 정책과 달리 실제 계획안에는 적정 주택이 터무니없이 적었고, 책정된 임대료도 평균보다 높았다. 시민들은 적극적인 투표로 정부 개발을 무산시키고 공원으로 지켰다. 공원이 됐다고 해서 새로 만들거나 고친 것도 없었다. 활주로도 기존 공항의 것 그대로이고 관제탑 같은 건물도 그대로 남았다. 360도로 탁 트인 사방으로는 높은 건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 더 낯설고 광활하다. 시민들은 이 활주로에서 자전거도 타고, 카이트서핑도 하고, 풀숲에 들어가 명상도 한다. 이 못생긴 공원이 매력적인 건 특별한 건축 시도나 디자인 없이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다하고 있다는 것. 개발하지 않고 남겨둔 곳, 템펠호프는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공원이 됐다.●노이쾰른의 숨어 있는 귀족 정원, 쾨너파크 베를린의 홍대 같은 동네인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노이쾰른이 나온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집값 싼 동네를 찾아 처음 미테에서 크로이츠베르크로,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더 밀려난 곳이 노이쾰른이다. 베를린 중심지보다 치안이 안 좋다고는 해도, 노이쾰른만큼 요즘 베를린을 잘 보여주는 핫한 동네도 없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체 못 하는 끼를 발산하고, 숨은 클럽과 바가 모여 있으며, 온갖 그래피티와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이런 거침없는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노이쾰른 땅 7m 아래에는 시간을 초월한 궁전식 공원이 숨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공원이라 불리는, 쾨너파크다. 노이쾰른에 살지 않는 이상 현지인도 잘 모르는 이 땅 밑 공원에는 프랑스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분수대, 잘 가꾼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공원이 되기 오래전 이 지하는 커다란 자갈 구덩이 밭이었다. 당시 땅의 주인이었던 프란츠 쾨너가 자신의 성을 후대 공원 이름에 넣는 것을 조건으로 시에 넘겨주었고, 당대의 유명 건축가가 네오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이곳을 완성했다. 공원으로 내려가면 삼면이 거대한 옹벽으로 돼 있어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베르사유궁의 미니 정원을 걷는 듯한 우아함도 느낄 수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은 샤를로텐부르크성 앞에 있지만, 노이쾰른의 이 느닷없는 지하 정원에서 훨씬 더 신화적이고 은밀한 시간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오늘도 가까운 공원에 나와 앉아 있다. 베를린의 공원에서만큼은 코로나19로 닫혀버린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dongmi01@gmail.com
  • 나들이 부추기는 이른 더위, 코로나 종식 걸림돌 되나

    나들이 부추기는 이른 더위, 코로나 종식 걸림돌 되나

    美, 나들이 인파 몰려 해변 다시 폐쇄 中, 주말 하루 관광객 3000만명 넘어 전문가 “방심 땐 가을 대규모 전염 폭발”기온이 오르면 코로나19가 사라지거나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둘러싼 학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 더위로 북반구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동제한령 해제와 가파른 기온상승이 겹치면서 각국이 ‘나들이 인구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뉴저지의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자 야외 나들이 인파가 쏟아졌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소풍객으로 북적였고, 뉴저지 리버티 주립공원도 붐볐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산책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야외 공원이나 플로리다주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주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인파가 쏠리자 오렌지카운티 해변을 다시 폐쇄했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외부에 나가도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해 달라”며 마스크 착용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 역시 5일까지 이어지는 노동절 연휴를 즐기려는 인파가 주요 관광지에 몰렸다. 문화여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전국 관광객 수가 3085만 7000여명에 달했다. 이동제한령을 단계적으로 풀고 있는 유럽 역시 고민에 빠졌다. 스웨덴 남부도시 룬드는 지난달 말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 인파를 막겠다며 중앙공원 잔디밭에 닭똥 1t을 뿌리는 엽기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축제는 조용히 지나갔고 현지언론은 시의 전략이 “쓰레기 같았지만 훌륭했다”고 보도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 긴장을 풀기엔 이르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스콧 고틀립 미 식품의약국 전 국장은 CBS에 출연해 “올여름 하루 2만~3만명의 확진자가 꾸준히 유입돼 하루 1000명씩 사망하는 등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면서 “방심한 채 가을을 맞아 학교와 직장에 복귀하면 느리게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다시 새롭게 대규모 전염으로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봄만 되면 ‘에이취~’… 알레르기비염엔 ‘항히스타민제’ 효과

    봄만 되면 ‘에이취~’… 알레르기비염엔 ‘항히스타민제’ 효과

    꽃가루·집먼지진드기 등 노출돼 발병 원인 물질 완벽 차단 어려워 약물 치료 면역물질 투여·스테로이드 분무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거쳐 사용해야 염증 과도하면 수술 후 계속 치료 필요 환자 2018년 703만명… 年 2.6% 증가 부모 질환 있으면 자녀 40~80% 생겨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아침마다 휴지가 필수품이다.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듯 맑은 콧물이 흘러나와 달리 방법이 없다. 한번은 지하철로 걸어가는데 자기도 모르게 콧물이 주르륵 턱까지 흘러나와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콧물이 멎는다. 몇 년 전부터 갑작스레 생긴 새로운 증상에 놀라서 병원에 한번 가 볼까 생각도 해 봤는데 병원에 갈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휴지나 잘 챙기기로 했다. 코안에 있는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면 콧물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고 코막힘이 심하게 느껴지고 재채기를 하게 되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비염이라 한다. 알레르기비염은 호흡 중 콧속으로 흡입된 특정한 항원(알레르겐)에 대해 콧속 점막에서 일련의 면역반응이 일어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레르기비염은 흔히 ‘코감기’라고 잘못 알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끈적끈적하거나 누런 콧물이 나오는 감기와 달리 알레르기비염은 맑은 콧물이 나오고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알레르기비염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703만명이나 되고 연평균 2.6%씩 늘어날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 알레르기 질환이다. 특히 이 중 10대 이하가 266만명으로 37.8%나 차지했다. 30대(92만명·13.1%)나 40대(88만명·12.5%)보다 3배가량 높은 비중이다. 알레르기비염의 4가지 주요 증상은 맑은 콧물, 재채기, 코가려움, 코막힘이다. 이는 주로 아침에 나타나는데 어떤 사람은 30분에서 1시간 동안 콧물이 줄줄 나오다가 그 시간만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사람도 많다. 반면에 증상이 하루 종일, 1년 내내 지속되는 사람도 많고 어떤 경우는 만성 기침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알레르기비염이 심해지면 대인활동이나 집중력 유지, 심지어 수면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1년 내내 있다면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항원 등 1년 내내 노출이 되는 ‘알레르겐’이 주요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난다면 봄에는 나무 꽃가루, 여름에는 잔디 꽃가루, 가을에는 잡초 꽃가루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 요인도 있다.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8일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확률이 적게는 40%, 많게는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봄철 황사도 영향을 미친다.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사람이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포자, 애완동물의 비듬 등 알레르기 원인인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감작’이라는 단계를 통해 ‘면역글로블린E’라는 알레르기 항체가 생기게 된다. 이 항체는 우리 몸의 ‘비만세포’라고 하는 알레르기 세포에 붙어 있다가 공기 속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들여 마시면 코점막에서 알레르겐과 결합해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등 알레르기 물질을 분비한다. 이어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시작되면서 맑은 콧물, 재채기, 코가려움,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염증이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온도 변화, 찬바람, 담배 연기, 자극적인 냄새 등에 노출되면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발생하거나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전형적인 알레르기 증상 대신에 끈적하고 누런 코가 목 뒤로 넘어가고, 코가 심하게 막히고, 입에서 구취가 나는 등의 소위 축농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발육기에 있는 소아나 청소년들의 경우 절반 이상에서 부비동염이 유발되며, 코로 호흡하지 못하고 입으로 호흡하게 되므로 혀가 상악골보다는 하악골에 압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얼굴 발육이 위아래로 길쭉한 기형이 되기 쉽고 치아교합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알레르기비염 치료는 크게 원인과 악화 인자를 피하는 환경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확실하고 완전한 치료법은 항원의 침입을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대부분 약물요법을 시행하게 된다”면서 “‘항히스타민제’라는 약물을 기본으로 해 비강 내 국소 스테로이드,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비염의 약물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는 약제는 항히스타민제다. 알레르기 반응에 중요한 히스타민의 작용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조기에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알레르기비염에 의한 증상 중 비점막충혈과 비폐색보다는 재채기, 소양감, 맑은 콧물 등에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거의 제거된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분무제는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억제하므로 전반적인 증상의 호전을 유도하며 코막힘 증상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코막힘을 조절하기 위해 충혈제거제 스프레이를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며 약제에 의한 비염을 추가로 야기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필요할 경우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 면역요법은 정확히 진단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조금씩 체내에 투여해 내성을 기르는 치료인데 의학용어로는 ‘면역학적 관용’을 유도한다고 한다. 피하주사를 놓는 방법과 혀 밑으로 투여하는 설하요법이 있는데,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올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오랜 염증으로 인해 코가 아주 심하게 막히거나 코안에 염증이 과도하게 생기는 증상이 계속되면 수술을 생각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러한 수술이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알레르기성비염을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며 수술 후에도 꾸준히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유럽을 생각하며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유럽을 생각하며

    하루에 한두 번씩은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에서 각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확인하곤 한다. 방금 확인해 보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미국은 물론이려니와 유럽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눈에 밟힌다. 이번 사태가 일찍 시작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렇다 치고 프랑스, 영국도 여전히 심각하다. 유럽에서 비교적 양질의 의료 인프라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독일조차 한국보다 사망자가 20배 이상 많으며, 확진자 역시 15배 정도다. 이제 프랑스, 영국의 사망자는 한국의 100배에 가깝다. 아무리 대책과 준비태세, 의료 인프라에 차이가 있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지닌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현실이다. 두 달 전 세계에서 두 번째이던 한국의 확진자 숫자는 이제 31번째 바깥이다. 이즈음 유럽과 미국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다가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을 읽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교정에서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대해 성토하고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에 관해 친구들과 열띤 얘기를 나누다가도, 밤늦게 혼자가 되면 때로는 행복의 충격이나 전혜린의 에세이를 읽곤 했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전하는 비판적 지성에 깊은 연대감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 무대가 독일이라는 사실이 그런 저항의 의미를 가슴에 더 진하게 아로새겼지 싶다. 그때 접했던 김화영, 전혜린, 김현의 에세이와 예술기행은 유럽에 대한 환상, ‘먼 곳에의 그리움’(전혜린)을 한껏 부풀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아마도 열악한 한국의 상황이 유럽에 대한 동경의 감정을 더 배가시켰으리라. 아직도 ‘행복의 충격’이 전하던 엑상프로방스 대학가를 둘러싼 청춘의 설렘, 전혜린의 에세이가 전하던 뮌헨 슈바빙 예술가 거리의 운치와 낭만이 기억난다. 2015년 여름, 오랜만에 유럽을 방문했다. 동료들과 런던, 파리, 더블린, 골웨이, 벨파스트 등을 탐방하는 여정이었다. 여전히 유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토록 화려한 파리와 런던보다는 낮은 건물들로 채워진 애수(哀愁)의 문학도시 더블린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소도시가 한층 마음에 남았다. 도시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과 저항의 흔적, 소박한 느낌이 외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내 시선이 바뀌어서였을까. 그래도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 마음에 아로새겨진 유럽이 전염병에 이처럼 형편없는 대응을 하게 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언제 다시 유럽을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바라볼 파리와 베를린, 런던의 거리와 사람들은 이전과는 한층 달라 보이지 않을까. 이제 어떤 주눅 든 마음도 없이, 선망이나 동경의 감정을 뒤로한 채, 무엇보다 유럽의 운치와 풍경을 한층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와 건강의 면에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도 매우 의미 깊은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헬조선이라는 자학에서 벗어나, 유럽을 비롯해 서구라는 타자의 실상과 허상을 좀더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물론 그 과정은 이른바 ‘국뽕’에 함몰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품격과 자존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OECD 국가 중에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 사회를 냉철하게 응시하면서도, 서구(문화)에 대한 콤플렉스 없이 우리 사회의 장점과 활력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일단 지금의 현실을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서로 인내와 배려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지 않을까. 커다란 재난에 빠진 이 세계가 각 도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회복하는 순간, 조금은 다른 시선과 마음으로 유럽의 거리를 다시 걷게 될 그 순간을 염원해 본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 이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와 파급력이 입증된 이른바 ‘국민 서정시’다. 나태주 선생은 그동안 이처럼 맑고 고운 빛깔을 띤 순정의 서정시를 써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의 시를 읽으면 우리는 그 안에 들어앉은 사물들이 밝은 화음으로 출렁이고 있는 힘을 느끼게 된다. 그 출렁임은 어느새 말과 사물 사이를 채우는 가벼운 파동으로 천천히 옮겨 간다. 선생은 모든 존재자들의 만남이 그 자체로 최초이면서 최후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행복’)만으로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노래해 왔다. 이름 없는 풀꽃의 발뒤꿈치에서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오랜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를 시로 써 온 것이다. 그래서 나태주 선생의 시는 자연을 닮아 선명하고, 선생 스스로를 닮아 간결하고 명료하며,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닮아 은은한 서정의 품격을 놓치지 않는다.●등단 50년을 맞는 ‘풍금’과 ‘자전거’의 시인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됐으니 선생은 올해로 등단 50년째를 맞는다. 심사를 맡았던 박목월 선생이 결혼 주례까지 서 주었다. 그러고 보니 박목월의 시와 나태주의 시는 그 핵심에서 꽤 닮은 것 같다. 작고 애잔한 자연 풍경에서 길어 올리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짧고 투명한 언어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나태주의 시는 낮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에만 들려오는 미세한 음성에 귀 기울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기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때 선생에게 특별히 어울려 보이는 소도구가 두 개 있는데 그것이 바로 ‘풍금’과 ‘자전거’이다. 1964년 초등학교 교사가 돼 43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으니 ‘풍금’은 선생에게 거의 신체의 일부와 같다. 지난해 공주에서 개최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선생은 참가자들과 함께 ‘풀꽃’을 풍금 연주에 맞춰 세 번 불렀다. 선생의 풍금 연주는 우리에게 한없는 향수와 그리움의 순간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전거’의 시인이기도 하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라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잠시 멈춰 발 아래 본다/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반가운 손님들/민들레 냉이 제비꽃”(‘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2’) 같은 시를 그는 벌써 썼다.“풍금과 자전거는 한없이 느리고 또 깊잖아요. 제 시가 낮고 작은 세계를 그리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맑은 물을 넣어 흘러넘치게 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배워야 해요. 그 충분함이 다른 곳으로 넘쳐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게 제 시가 가진 목표지요.” 괴테가 말했다는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선생은 어느새 인생이 돼 버린 자신의 시에 대한 한없는 자긍과 감사함을 표현한다. 선생은 2009년부터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했다. 2014년부터는 ‘풀꽃문학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문학관 건물은 일제강점기 다다미방의 흔적을 간직한 것으로, 지은 지 120년 정도 된 지방문화재 건물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풍금을 치고 자전거를 타면서 우리 서정시의 가장 빼어난 고전들을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작고 섬세한 자연과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물의 빛나는 심층을 바라보는 선생의 시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나 간절한 기도로 천천히 몸을 바꾸어 간다. 풍금 소리와 자전거의 느린 흐름이 풀꽃문학관을 낮고 잔잔하게 감싸고 있듯이 말이다.●한국시인협회를 맡다 올해 초 나태주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라는 대한민국 대표단체의 장을 맡게 됐다.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에 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발족한 단체로 문학의 자율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왔다. 그런데 협회 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나태주 선생을 제43대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이 또한 박목월 선생과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데, 박목월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기초를 굳힌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추천한 시인들 가운데 여러 분이 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저는 어려서 시를 공부할 때부터 시인은 이름에서도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학단체, 그야말로 종갓집 같은 문학단체인 한국시인협회 일꾼으로 불려 나갔으니 시인협회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향기가 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때 ‘향기’는 자신을 표현하기는 하되 타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하나가 돼 어울리는 것을 말하는 것일 터다. 한국시인협회가 그런 향기로 하나가 되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 선생은 그러기 위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업을 해 보고 싶고 선배 시인을 높이 받들고 동료 시인이나 후배 시인들과 우정으로 동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생의 성정과 시적 지향이 그런 목표를 충분히 가능하게 할 것이다.●재난의 시대, 시의 위상과 역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인류 전체의 위기를 느끼게 됐다. 이러한 재난의 시대에 ‘시’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를 여쭙자 “시인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라면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 위로하고 축복하고 응원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더욱 그런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울어야 할 일이 있으면 함께 울고 걱정할 것이 있으면 함께 걱정해야 합니다.” 선생은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격앙된 심정이나 침체된 마음을 보살피는 데에는 시보다 더 좋은 문화 양식은 없다고 말했다. 시인들이 나서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분들은 잘 아는 일이지만, 선생은 10여년 전에 죽음의 바로 직전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의미 있게 산다. 최근에는 강연과 집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치면서 역동적인 문학 인생을 보여 준다. 새삼 선생이 생각하는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시인은 혼자서 시인이 아닙니다. 독자와 더불어 시인입니다. 독자들이 ‘당신은 시인입니다’라고 인정해 줄 때만 시인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독자를 의식하면서 시를 써야 합니다. 독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하고도 폭넓은 반향을 얻어 왔다. “시인은 결코 산상의 도인이나 선민이 아닙니다. 시정에서 독자들과 어울려 부대끼며 살면서 함께 울며 함께 괴로워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테두리 그 어름에 머물며 양쪽 세상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슬퍼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선생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찾는 시인이 되게끔 해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선생은 ‘조그만 사랑’이 ‘풀꽃’ 같은 세상을 향해 글썽이는 시간들을 함께해 갈 것이다.●‘동행’의 시인 계획을 여쭈었다. “우선은 기존의 사업, 이른바 정례적인 사업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그런 뒤에 독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거창하고 외형적이며 과시적인 사업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시인협회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내면적이면서 심정적인 사업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의 계획이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서나 풀꽃문학관 주인으로서나 아름다운 파문을 남기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시를 사랑하고 아끼게끔 해갈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몇 해 전 여름 선생과 나는 미국 재미시인협회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가 열흘 정도 머물면서 꼼짝없이 시공간을 함께했다. 지면으로는 이미 익숙한 분이었지만 실감을 함께 나누는 일은 처음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선생은 그곳 문인들을 많이 만났다. 밤에 찾아오는 이들을 호텔 로비로 나가 만나 주고, 일일이 그림을 곁들인 시를 친필로 써 주었다. 한 터럭도 거절이 없고 모든 순간을 동행하는 선생의 모습에 그곳 문인들은 적잖은 감동과 신뢰를 선생께 건네곤 했다. 이래저래 선생은 ‘동행’의 시인이다. 선생께서 건강을 잘 지키면서 멋진 회장으로 멋진 시인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男男맞선·女女소개팅… 日 성소수자 짝 찾아주는 사업 번창

    男男맞선·女女소개팅… 日 성소수자 짝 찾아주는 사업 번창

    동성 파트너 찾는 사람 늘며 시장 커져 소개업체 초기 가입비 무료… 경쟁 가열 사회적 인식 개선되며 회원들 증가 추세 어머니와 함께 상담받는 가입 희망자도“진지한 만남을 통해 평생을 같이할 수 있는 제 짝을 찾고 싶었습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남성 동성애자 A(30·엔지니어)씨는 자신의 ‘반쪽’을 구하기 위해 동성 파트너 전문 소개업체 ‘리자라이’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곳에서 소개받은 20대 연구원과 교제를 시작해 지금까지 깊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이벤트 개최 4년 만에 참가자 2배 늘어 30대 남성 회사원 B씨는 동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 매칭앱도 써보고 도쿄 신주쿠의 게이바 골목에도 가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맘에 드는 상대를 발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식이라면 계속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그는 ‘브리지 라운지’라는 소개업체에 가입해 꾸준히 맞선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15명 정도와 첫 만남을 가졌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게이,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 전용 짝찾기 비즈니스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동성 파트너를 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자라이의 경우 회원의 나이, 신장, 체형, 자기소개 등을 바탕으로 한 달에 1~3명씩을 소개해 주고 있다. 서비스 개시 첫해인 2016년 160명이던 회원이 현재 500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110쌍의 동성 커플을 탄생시켰다. 월 회비는 9800엔(약 11만원). 브리지 라운지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250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전문 상담사가 맞선 상대를 골라주는 컨설팅 서비스 외에 하루 3명씩 소개받은 뒤 ‘좋아요’를 누르면 메시지 교환을 할 수 있는 동성 짝찾기 스마트폰 앱 ‘브리지’도 운영 중이다. 업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철저한 비밀 보장’을 내세운다는 것. 리자라이의 경우 회원 개인의 신상정보 조회는 물론이고 컴퓨터 조작 권한 자체를 전담 상담원과 경영진 등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입비 등 초기 비용을 안 받거나 일정 기간 회비를 무료로 해주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웨딩 서비스업체 엑시오재팬은 게이·레즈비언 전용 맞선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0명 정도가 참가해 대략 200쌍이 탄생했다. 엑시오재팬 관계자는 “남녀 맞선 이벤트만 하지 말고 성소수자 전용 짝찾기 행사도 열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2016년 처음 시작했다”며 “지금은 이벤트 참가자들이 초기의 2배에 이른다”고 전했다. 도비타 요이치(52) 리자라이 대표는 “동성 파트너를 인정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회원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면서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가입 희망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서 “일본인의 10%는 성소수자” 일본 LGBT종합연구소는 지난해 20~60대 4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를 통해 성소수자에 해당하는 일본인이 전체의 10% 수준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성결혼 법제화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EMA재팬의 데라다 가즈히로(46) 이사장은 아사히신문에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않는 사람이 많다 보니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많다”며 “동성 소개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부부 법정 상속 불안정, 稅 우대 못 받아 현재 일본에서는 전국 34개 지방자치단체가 ‘동성 파트너 조례’ 등을 제정해 성소수자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759쌍이 파트너로 등록돼 반려자 공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법률혼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어서 파트너로 지자체에 등록되더라도 서로 법정 상속인이 될 수가 없고 세제상 배우자 우대 혜택 등도 받을 수 없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가늘어도 길게 남는 고소함

    가늘어도 길게 남는 고소함

    초봄 이맘때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에 가면, 그것도 짧은 한 달 안팎에만 회로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있다. 실치다. 올봄은 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하지만 손님은 어김없이 북적거린다. 실치잡이 배를 몰면서 음식점도 운영하는 장고항리 이장 강정의(60)씨는 29일 “우리 가게만 주말 하루 800명 안팎이 찾는다. 실치회를 한번 맛본 사람들이 그 맛을 못 잊어 이 상황에도 또다시 찾는 것”이라며 “실치축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서울, 경기는 물론 부산과 포항 등 전국에서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손님 가운데 코로나19 확진환자라도 나오면 봄철 장사는 다 끝난다. (손님들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치는 전북 부안 곰소 등에서도 잡히지만 축제를 하는 데는 장고항뿐이다. 김기용(50) 실치축제위원회 사무국장은 “4월 23~25일 축제를 계획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래도 요즘 금·토요일에 4만~5만명이 실치를 먹으려고 온다”고 전했다.어수선한 국가비상 상황에도 장고항에 이처럼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한 해 중 실치회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흰베도라치’ 새끼인 실치는 3월 초부터 잡히지만 회로 먹기에는 4월 들어 20일까지 잡힌 것이 제격이다. 딱 먹기 좋은 크기여서다. 3월에 잡힌 것은 너무 어려 몸통이 흐물흐물하고, 4월 20일 이후 것은 내장이 커져 쌉쌀한 맛이 난다. 강씨는 “4월 실치는 대부분이 즐기지만 도시인은 맛이 순수해서인지 3월것도,지역 주민들은 4월 20일 이후 것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이 마을에서는 매일 배 한 척당 500㎏ 안팎의 실치를 잡는다. 실치는 인근 성구미와 교로리에도 각각 2척과 1척의 배가 있지만 9척이 있는 장고항이 본고장이다. 한 척당 낭장망 5개만 칠 수 있다. 낭장망은 가로세로 6m의 입구에 자루처럼 50~60m 길게 늘어진 그물이다. 강씨는 “옛날 마을 어른들은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죄다 잡아 돼지처럼 먹성이 좋다고 해서 ‘돼지그물’이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 수심 3~5m의 바닷속에 그물을 쳐 놓으면 실치가 조류를 따라서 입구로 들어간 뒤 모기장처럼 그물코가 작은 맨 끝으로 몰려가면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김 사무국장은 “물살이 센 사리 때 많이 잡히고 약한 조금 때는 잘 잡히지 않는다”며 “사리는 보름 중 6일 정도”라고 했다. 3월 초부터 5월 10일 정도까지 한 곳에 그물을 쳐놓고 매일 한두 번 배를 몰고 가 실치를 ‘털어서’ 돌아온다. 장고항은 배로 3분쯤 걸리는 앞바다에 그물을 친다. “그물 쳐놓은 게 선창에서 보여유. 실치는 잡히면 금새 죽는디, 이리 가까우니 얼마나 싱싱하겄슈. 실치는 장고항이 최고여유.” 강씨의 말이다. 올해 실치 어획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50~60년 전에는 해마다 풍어였다. 어부의 삶과 가계를 온전히 책임졌다고 한다. 강씨는 “지금은 어업구역이 마을 앞바다 정도로 제한되지만 그때는 경기 화성 입파도 너머까지 잡을 수 있었다”며 “실치만 있으면 물물교환이 됐다. 쌀과 고구마, 심지어 연필과 사탕과도 바꿨다”고 했다. 생물 실치도 내놨지만 주로 말려 만든 이른바 ‘뱅어포’가 교환물품이었다. 그는 “실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화폐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강씨는 이어 “실치는 실처럼 가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실치를 말리면 하얗게 변해 백어(白魚)라고 했는데 발음이 뱅어와 비슷해 ‘뱅어포’라고 부를 뿐 전혀 다른 물고기”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실치로 만든 걸 ‘뱅어포’라고 부르는데 곧 특허청에 ‘실치포’를 상표등록해 제 이름을 찾아줄 생각”이라며 “실치 본고장의 명성을 더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흰베도라치와 뱅어의 치어는 몸통이 투명하는 등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 뱅어는 동국여지승람 등에 한강, 금강, 낙동강, 압록강 등에서 잡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흰베도라치와 뱅어는 종이 다른 바다 물고기로 뱅어는 지금도 금강 하구 등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발견된다”며 “뱅어가 5~7㎝쯤, 실치 성어인 흰베도라치는 15㎝까지 자란다”고 했다. 이어 “실치는 서해 전역에 서식하지만 충남 해역 중 특히 당진에서 많이 잡힌다”고 덧붙였다. 흰베도라치는 12월~1월 한겨울 깊은 바다에서 산란한다. 겨울에는 깊은 물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해초 등에 알을 낳고 부화기간이 다른 물고기보다 길다.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여름철 알을 낳는 물고기는 3~4일이면 부화하지만 흰베도라치는 2~3주 걸린다”며 “알에서 부화한 실치는 먹이 등을 찾아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하다가 그물에 잡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치는 4월 중순이 넘어가면 뼈가 억세져 포로 만든다. 이 실치포는 고추장이나 설탕을 발라 구우면 밥반찬과 술안주,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다.하지만 실치회는 막 건져 올려 싱싱한 산지여야 제맛이 난다. 갓 잡아서 깨끗한 민물로 씻어 낸 실치에 오이, 당근, 배, 깻잎, 미나리 등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을 넣어 무치면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시금치나 아욱과 함께 끓여 낸 실치 된장국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실치전, 실치 달걀찜, 실치튀김 등 실치를 활용한 요리는 다양하다. 실치는 멸치보다 칼슘과 인이 풍부해 골다공증과 빈혈에 좋고, 오메가3가 많아 아이들의 성장 발육을 돕는다. 김 사무국장은 “칼슘이 풍부한 실치를 자주 잡수셔서인지 우리 동네는 팔다리가 시원치 않은 어르신이 없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 준다. 햇빛에 말린 실치는 비타민D가 생성돼 칼슘과 인의 흡수율을 한층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고항에서 실치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은 35곳이 넘는다. 강씨는 “회가 최고로 인기지만 술꾼은 실치 된장국, 어린이는 전이나 튀김을 즐긴다”면서 “회와 실치 요리는 사실상 장고항에서 처음 개발돼 다른 지역에까지 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올림픽 연기 사흘만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하루 100명 넘겨

    올림픽 연기 사흘만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하루 100명 넘겨

    도쿄 올림픽 연기 발표가 난 지 사흘 만에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하루 100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자국내 확진자 수 증가를 막기 위해 하선을 막아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시켰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때 이후 처음이다. 일본 내 감염자 수가 2000명을 훌쩍 넘기면서 지역 사회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는 모양새다.NHK “日 확진자 2227명…사망 5명 더 늘어 62명”교도통신은 27일 일본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14명이 새로 확인됐다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토대로 집계해 보도했다. NHK 집계로는 이날 오후 11시 기준 일본의 감염자는 2227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62명으로 전날보다 5명 늘었다. 이날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도쿄도가 40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쿄도는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 40명을 넘었다. 도쿄의 확진자는 24일에는 17명이었는데 25일 41명으로 급증했고 26일에는 47명으로 더욱 늘었다. 이어 오사카부 20명, 가나가와현 11명, 지바현 8명, 사이타마현 6명, 후쿠오카현 4명이라고 교도는 전했다. 이밖에 이바라키·후쿠이·아이치·효고현이 각각 3명, 아키타·오이타현이 각각 2명, 홋카이도와 니가타·나가노·기후·교토·오카야마·에히메·고치·구마모토현이 각각 1명이었다.日, 올림픽 지장갈까 확진자 탄 크루즈선 하선 막아… 확진 712명, 사망 10명 확진자 통계 줄이려 비판 여론에도 검사 소극적24일 IOC,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발표지난달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자 발생이 이어진 때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하루에 1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드러난 것은 이날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3700명을 태우고 요코하마항을 출항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1월 25일 하선한 80대 홍콩 남성이 확진 판정이 나자 다시 요코하마항에 돌아온 크루즈선에 탑승한 승객들의 하선을 금지하는 격리 조치를 내리면서 선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달 1일에서야 탑승객 전원의 하선이 완료됐지만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속에 배에서는 총 71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올림픽을 앞두고 통계상 확진자 수가 일본으로 집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탑승객들이 육지에 상륙 전이니 일본이 아닌 기타지역으로 분류해달라”고 주장했고 WHO는 이를 받아들였다.이후 일본 정부는 자국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소극적 코로나19 검사로 확진자 수를 늘리지 않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 감염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올림픽 유치에 대한 각국의 연기 요청이 잇따르면서 지난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1년 여름까지 1년간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기로 결정, 발표했다.도쿄도지사 “긴급사태 선언 거의 한계 수준…어떻게 버틸지 고민” 도쿄 3일째 40명 이상 확진…고이케 도지사 25일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준인지와 관련해 “거의 한계 수준”이라는 인식을 표명하고서 “여기를 어떻게 버티고 나갈 것인지 대책을 생각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도쿄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진단하고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26일 고이케 지사와 수도권의 인근 광역자치단체장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외출 자제, 도쿄 방문 자제 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봄철 나들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우에노 공원을 비롯해 82개 도립공원에서 꽃구경을 자제하도록 주민들에게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여럿이 모여서 음식을 먹는 등의 행위를 동반한 꽃놀이 등을 자제하도록 당부했으나 이번에는 음식과 상관없이 꽃놀이 자체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타지자체 “도쿄행 자제” 외출자제 확산…강제성은 없어 도쿄도에서 시작된 외출 자제 등의 요청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다. 교도통신의 집계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도쿄 방면으로의 이동 자체를 촉구했다. 도쿄, 사이타마, 가나가와, 오사카 등 4개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중요하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외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들 조치는 강제력은 없으며 자율적으로 준수해달라는 요청이다. 슈퍼마켓이나 약국에 가는 등 생활에 필요한 외출은 자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당국의 인식이다. 이 와중에 벚꽃놀이 사진… 아베 부인 아키에 여사 빈축이런 와중에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일본 주간지 뉴스포스트세븐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과 설명에 따르면 인기 모델, 아이돌 그룹 멤버 등 남녀 13명이 조명이 밝혀진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 사진에 아키에 여사가 포함돼 있다. 25일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도쿄도가 27일 꽃놀이 자제를 요청하며 벚꽃으로 유명한 도내 일부 공원의 산책로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에 나선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서 바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후쿠야마 데쓰로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국민이 자제를 요청받고 있는 가운데 벚나무 아래에서 마음 편하게 식사 모임, 꽃구경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스기오 히데야 입헌민주당 의원도 “이런 사진이 나돌아 어젯밤부터 인터넷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총리는 국민들에게 꽃구경 자제를 요청할 수 있겠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식당에서 지인과 모임을 하면서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라면서 “이른바 공공장소에서 꽃 구경을 하거나 도쿄도가 자제를 요구하는 공원에서의 꽃놀이와 같은 연회를 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원에서 꽃 구경을 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단체로 식사 모임을 하는 등의 행위 역시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아키에 여사의 행동에 대한 비판은 계속 되고 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비밀의 봉인’, 도쿄올림픽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비밀의 봉인’, 도쿄올림픽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미야기현 도착 이후 엿새 만에 짧은 행로 마치고 내년 대회 때까지 ‘긴 잠’에 돌입후쿠시마·이와테·미야기 등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서 7만 5400명 관람개막 122일을 앞두고 화석처럼 멈춘 도쿄올림픽, 그런데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일 일본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마지막 전시를 끝내고 긴 잠’에 들어갔다. 일본 도착 엿새 만이다. 이른바 ‘부흥의 불’로 명명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지난 24일 합의대로 그리스에서 재채화를 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내년 대회까지 일본 내에 머무르게 된다. 성화는 이와키시의 아쿠아마린 파크 전시장에서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약 3600명의 방문자에게 마지막 모습을 드러냈다. 관람객이 성화를 감상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데는 단 15초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예정된 시각에 행사를 마친 성화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스포츠 전문 닛칸스포츠는 “성화는 전시대에서 작은 랜턴으로 옮겨진 뒤 도쿄 인근 지바현의 번호판을 단 렌터카에 실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는 “보안상 행선지는 밝힐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 스포츠호치는 “성화는 당초 출발점인 후쿠시마의 J-빌리지에 보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성화는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집중 피해를 겪은 미야기, 이와에, 후쿠시마 등 3개현을 각 이틀씩 돌아 모두 7만 5400명이 관람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성화까지 모습을 감춘 가운데 2021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은 올해 일정대로 7~8월에 열릴 공산이 크다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바흐 IOC 위원장이 “2021년 여름에 한정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한 뒤 하루 만이다. 스포츠호치는 26일 “가장 유력한 안은 여름에 개최하는 것”이라며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도 ‘여름 개최를 목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회 스케줄과 성화 봉송, 수송 등 올해의 ‘포맷’을 변경없이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시기가 겹치는 세계수영·육상대회도 일정 조정을 약속해 ‘장벽’은 더 얇아졌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돈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IOC가 내년 7~8월을 축으로 각 종목 국제연맹(IF)과 연기된 도쿄올림픽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IOC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 1년 연기”…아베 “취소는 아냐”

    IOC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 1년 연기”…아베 “취소는 아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오는 7월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은 예정대로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확진자가 발생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검사를 지연시키는 등 확진자 수를 낮추기 위해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성을 띄면서 일본 안팎의 비난 여론에 부딪혔다. 여기에 각국에서 선수 출전 보류와 연기 촉구가 빗발치자 끝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기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에 따르면 IOC는 올림픽을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전화 회담을 하고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패럴림픽은 8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앞서 NHK는 아베 총리가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의 전화 회담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날 오후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을 마친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대강 1년 정도 연기하는 것을 축으로 해서 검토해줄 수 없는지 제안했다”면서 “바흐 회장에게서 100% 동의한다는 답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NHK를 통해 생중계됐다. 아베 총리는 또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양자가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일본, 26일 예정 성화 봉송 취소” 아베 총리는 올림픽 연기 제안이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고 관객들이 안심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전화 회담에 동석했던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은 개최 시점에 관해 “늦어도 2021년 여름”이라면서 “여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연기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내년 도쿄올림픽 규모는 애초 계획과 같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라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이른 시일 내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6일 예정됐던 일본 내 올림픽 성화 봉송도 취소한다”면서 홋카이도에서 진행하려던 마라톤 장소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올림픽 연기 언급에도 끝까지 올림픽을 열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전했던 아베 총리였지만 잇단 국가들의 우려와 선수 출전 보류 통보 속에 결국 연기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 고가주택 3.3㎡당 6200만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고가주택 3.3㎡당 6200만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뉴욕·마이애미 등 주요 26개 도시 중 1위지난해 말 서울 고가 부동산 가격은 평당 6000만원 수준으로, 지난 반년 동안 전 세계 26개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가 상위 5% 수준으로 비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서울의 경우 제곱피트(35.5평)당 1480달러로 반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당시 환율(1176.01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1평(3.3㎡)당 약 6200만원에 이른다. 50평 규모를 사려면 31억원가량을 내야 하는 셈이다. 서울의 고가 집값 상승률은 관련 자료가 조사된 전 세계 26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가 각각 2.9%, 샌프란시스코는 2.2% 올랐지만, 4.2%인 서울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은 집값 상승의 배경이 됐다. 또 지난여름 분양가 상한제가 공론화된 이후 값비싼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커진 점도 한 원인이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세빌스는 반기마다 가격이 상위 5%인 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가격 움직임을 조사해 발표한다. 각국 현지 통화 기준 부동산 가격을 집계한 다음 평균 환율을 적용해 달러화 기준 부동산 가격을 발표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상 최악의 실업 한파가 휘몰아치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상 최악의 실업 한파가 휘몰아치는 중국

    중국 엘리베이터 광고업체인 신차오(新潮)미디어그룹은 지난달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나고 업무를 개시하기 전날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500명을 해고했다. 장지쉐(張繼學) CEO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신차오그룹의 해고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특히 일자리 문제를 주시해야 하며 대규모 감원 사태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직후 이뤄졌다. 베이징 최대 KTV(노래방)인 ‘가라오케의 왕’(K歌之王)은 지난달 7일 20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과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계속 휴업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이유를 들었다. 유명 음식 체인점인 시베이(西貝)는 현금 흐름 불안정을 이유로 직원 2만여명을 집으로 보내고 무기한 대기 조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중국에서 5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를 양산하는 등 실업자 증가 폭이 미중 무역전쟁 시기의 증가 폭을 훨씬 웃도는 양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도시 실업률은 6.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실업률 5.2%, 1월 실업률 5.3%보다는 1%포인트나 급등했다. 실업률이 처음 대외적으로 공표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2월 도시 신규 일자리도 108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만개보다 크게 줄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은 과거 18개월 동안 중국의 실업률이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은 단숨에 이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도시 취업자수는 4억 4247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467만명이 실직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리 후 멕쿼리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두달 동안 중국에서 50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1~2월 60억 위안(약 1조원)이 넘는 실업보험 급여를 지급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리중(李忠) 부부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월 모두 219만 명에게 61억 위안의 실업보험 급여를 지급했고, (이들이 내야하는) 기본 의료보험료 13억 위안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원을 최소화한 기업 128만개사를 대상으로 모두 186억 위안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에 대응해 ‘6가지 안정(6溫)’을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중 가장 앞에 놓인 것이 바로 ‘원주예(穩就業·고용안정)’이다. 하지만 실제 고용 실태는 숫자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미 크게 높아진 중국 정부의 공식 실업률이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SCMP는 “중국 공식 실업률 통계는 고용주 조사로 이뤄진다”며 “공장 폐쇄가 이뤄진 농민공들의 고용 현황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억 명에 이르는 농민공들이 실업률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들은 경기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직장을 잃기 쉬운 취약 노동 계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적지 않은 농민공들이 고향에 머무르면서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4월이나 돼야 대부분 농민공들이 원래 일자리가 있던 도시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더군다나 중국이 노동력의 대부분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수조 위안의 자금을 내놓고 감세 정책을 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많은 중소기업은 고용 유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채용정보업체 자오핀닷컴이 노동자 71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가 완전히 생산을 재개했다는 응답은 40.2%에 불과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25.1%에 이른다. 또 17%는 임금을 받지 못했고 20%는 임금 지불이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1이 감원을 할 것이라고 답했고, 28.2%는 빈 자리를 채우지 않겠다고 답해 고용 절벽을 실감케 했다. 고학력 계층의 구직난도 심화할 전망이다. 올 여름 중국의 대졸자는 874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양호한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 교육부가 올해 9월 입학할 대학원 신입생 모집 정원을 18만 9000명, 전문대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학생 정원을 32만 2000명 늘린 것은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입생은 지난해보다 23%, 편입생은 160% 늘어난 수치다. 2010년 이후 해다다 정원 증가율이 2~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중국 지도부가 실업률에 대해 고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달 중순 회의에서 “고용 시장이 안정되는 한 경제성장률이 조금 높고 낮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중국은 고용안정을 중시한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연례 경제공작회의에서 “모든 구성원이 실직하는 가정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지난 20년간 4~5%를 유지했다. 그런 실업률이 지난 2월 6%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마오성융(毛盛勇)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코로나19 충격은 기업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은 더욱 크다”며 “거기다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이 사상 최대치인 874만명으로 취업 시장에도 압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데다 기업의 조업재개 추세도 좋은 만큼 2분기와 하반기 경제 회복이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시정책이 계속 이어지는데다 취업 우선 정책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취업 상황도 호전되고 실업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 지역의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업 기업(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 조업 재개율은 95%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조업을 재개했다는 것일뿐 이것이 정상화가 됐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생산이 회복하고 직원들이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왕단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도시에서 900만명이 올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비관론을 내놨다. 실업률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활력도 깜깜할 정도로 암울하다. 경제성장률과 관련이 높은 산업생산 증가율도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5% 급감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다른 주요 지표도 모두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사상 최저인 -20.5%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4%를 훨씬 밑돌았다. 인프라 시설 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곤두박질쳐 시장 전망치였던 -2%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앞서 중국 성장률을 코로나 사태 이전인 11월 발표 때 5.7%에서 4.9%로 대폭 낮췄다. 중국의 4%대 성장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듬해인 1990년 3.9%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월드피플+] 전신화상 90% 입은 아기가 보여준 기적…23년 후 감동 이야기

    [월드피플+] 전신화상 90% 입은 아기가 보여준 기적…23년 후 감동 이야기

    불의의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기가 이제는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올 여름에는 결혼도 한다. 18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모두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했던 아기가 장성해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전했다. 1998년 11월 21일, 영국 잉글랜드 서퍽주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채 꺼지지 않은 담뱃불이 화근이었다. 불길은 이내 잡혔지만 당시 생후 18개월이었던 테리 칼베스버트(23)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머리카락은 물론 코와 입술, 손과 발이 모두 녹아내렸다. 그나마 온전했던 왼쪽 다리도 피부 손상이 심했다. 허벅지 일부와 기저귀를 차고 있던 부분만이 화상을 면했다. 구조에 참여했던 소방대원이 과거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기가 아니라 그저 까만색 플라스틱 인형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자그마치 신체의 90%가 녹아내린 아기를 두고 의료진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버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귀여운 딸이였는데, 사고 이후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그러나 아기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줬고, 아버지도 어쩌면 딸이 정말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몇 달 후, 여러 번의 수술을 견뎌낸 아기는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겼다. 현지언론은 이렇게 심한 전신 화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놀라워했다. 이후 아기는 귀와 코 등 신체 일부를 복원하는 수술을 50여 차례 받았다. 귀 재건 수술을 할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청력을 잃어 보청기를 착용하기 위해 재건하는 거였지만,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화상을 입었을 뿐, 아기는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소녀로 자랐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특히 온라인상에서의 괴롭힘, 이른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 심각했다. 단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기조차 힘든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다.그래도 소녀는 주눅들지 않았다. 2016년 당시 19살이었던 소녀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스스로 부끄러운 것이 없다면 내 글을 공유해달라”며 악플러를 향한 경고문을 써내려갔다. 그러면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이었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강한 사람이 됐다”라며 절대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사이버불링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요구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어머니의 부재만큼은 한이 됐다. 칼베스버트는 사고 이후 어머니와 10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딸의 아픔이 모두 자신 탓이라며 죄책감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이혼한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집을 떠났기 때문이다. 화재의 원인이 된 담배꽁초는 바로 어머니의 것이었다. 힘겨운 시절을 보내던 소녀는 장성해서야 겨우 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다. 이런 소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남편이었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사람이 소녀에게 욕설을 퍼부을 때 그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20살의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두 사람은 금새 사랑에 빠졌다. 남편은 칼베스버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가발과 의족을 착용해야 하는 그녀를 부담스러워하던 과거의 연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칼베스버트는 “그는 내 전부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소울메이트”라며 애정을 드러냈다.3년 전에는 남편과 사이에서 딸을 얻었다. 그녀는 “내가 엄마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모성애는 본능이었다“라면서 ”내 딸이지만 정말 착하다”라고 자랑을 쏟아냈다. 딸을 낳고 이듬해에는 프러포즈도 받았다. 칼베스버트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긴 했지만 내가 정말 결혼을, 그것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오는 7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칼베스버트는 “사고 당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날의 기억은 없다. 하지만 내 온몸에 사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으며, 살면서 성취한 모든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가족과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갈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은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반짝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매머드 60마리 뼈가 우르르…2만 년 전 구석기인 집 발견

    [핵잼 사이언스] 매머드 60마리 뼈가 우르르…2만 년 전 구석기인 집 발견

    빙하시대 인류가 매머드 등의 뼈로 만든 가장 오래된 원형 구조물이 발견됐다. 영국 엑서터대 등 국제연구진은 러시아 코스텐키 유적지에서 2014년 매머드 뼈로 만든 원형 구조물을 발견하고 이듬해부터 3년간 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약 2만5000년 전 만들어진 이 구조물에서는 매머드 60여 마리 분량의 뼈를 비롯해 순록과 말, 곰, 늑대, 붉은여우 그리고 북극여우의 뼈도 다수 나왔다.이른바 ‘본 서클’(bone circle)로 불리는 이런 구조는 구석기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머물렀던 일종의 집으로 추정돼 왔다. 지금까지 러시아 서부 평원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70개 정도 발견됐지만, 이곳은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인데다가 크기도 폭 12.5m 정도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20㎞ 거리에 있는 이 유적지에서는 1960~1970년대에도 비슷한 구조물이 발굴돼 유적지에는 코텐스키 1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연구진에 따르면, 새로운 구조물에는 60마리가 넘는 매머드가 쓰였는데 구조물의 벽을 만드는 데 64개의 두개골과 51개의 아래턱이 활용됐고 내부 공간에도 드문드문 매머드 뼈가 사용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구조물에 있는 매머드의 뼈는 매머드의 공동묘지에서 훔쳐 온 것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중 일부는 직접 사냥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런 구조물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침전물에 의해 뭍혀 있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본 서클은 현재 지표면보다 30㎝ 정도 밑에 있기 때문이다.또 연구진은 이 구조물에서 처음으로 그을린 나무와 풀의 잔해도 발견했다. 이들은 불에 탄 잔해는 당시 나무와 함께 풀을 불에 익혔다는 것을 의미하며 구석기인들이 초식동물을 뒤쫓아 어느 곳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있는지를 알아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주저자로 참여한 엑서터대의 알렉산더 프라이어 박사는 “코스텐키 11 유적지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도 구석기인들이 살았다는 보기 드문 사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당시 기후는 여름이 짧고 서늘했으며 겨울은 길고 추워 기온은 영하 20℃ 이하로 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7만5000~1만8000년 전 북유럽을 휩쓴 마지막 빙하시대는 2만3000~1만8000년 전쯤 가장 춥고 혹독한 단계에 이르렀다. 대부분 공동체가 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아마 생존을 위해 의존한 사냥감과 식물 자원의 부족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프라이어 박사는 “무엇 때문에 구석기 수렵채집인들이 이곳에 왔을까?”라고 물으며 “한 가지 가능성은 매머드와 인간이 이 지역에 집단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드물게 겨우내 얼지 않은 물을 제공하는 자연적인 우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발견은 이 불가사의한 장소의 목적을 새롭게 밝혀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고학은 마지막 빙하기의 절정 동안 이 절박하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우리 조상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우리에게 더 많이 보여준다”면서 “비슷한 위도에 있는 유럽의 대부분 본 서클은 이 시기에 버려졌지만, 이들 집단은 간신히 식량과 쉼터 그리고 마실 물을 찾아 적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가 점점 더 추워지고 더 살기 힘들어짐에 따라 이곳도 결국 버려졌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이 구조물의 활용 정도가 기존 구조물에서 나타나던 것보다 덜해 이런 구조물이 항상 주거지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곳에서는 또 300개가 넘는 작은 돌과 몇 ㎜ 크기의 부싯돌 부스러기가 발견됐는데 이는 구석기인들이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 때 남은 파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도구를 가지고 구석기인들은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그 가죽을 벗기는 작업에 사용했을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 고고학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알렉산더 프라이어 등 / 앤티쿼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 11세 소녀, 반자동소총 매고 주 의회에 나타난 이유

    美 11세 소녀, 반자동소총 매고 주 의회에 나타난 이유

    미국의 한 11세 소녀가 반자동 소총을 둘러매고 미국 아이다호 주 하원 공청회에 출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11세 소녀인 베일리 닐슨이 24일 아이다호 주 보이시에 위치한 주의회에서 열린 총기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닐슨은 이른바 ‘테러리스트 소총’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AR-15 매고 의원들 앞에 섰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고도 믿기힘든 장면. 닐슨은 이날 할아버지와 함께 공청회에 참석했으며 모든 발언은 할아버지가 대신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주 의회를 찾은 이유는 있다. 바로 시민들의 총기 소지에 대한 확대를 지지하는 것. 앞서 지난해 여름 아이다호 주는 18세 이상 주 거주자의 경우 허가가 없어도 컨실드 총기(concealed handgun)를 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주 내에서 총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만 하면 별도의 허가가 없어도 휴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번에 닐슨 가족은 아이다호 주민 뿐 아니라 다른 주의 미국 시민에게도 그 특권을 확대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할아버지 찰스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산다"면서 "손녀는 5살 때 부터 총을 쐈으며 9살에 사슴을 잡았다. 아이는 책임감 있게 총을 다룰 줄 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다호에 오는 미국 시민이라면 총을 은닉한 채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들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범죄자"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총을 가진 법을 준수하는 시민과 범죄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아리송하다. 미국 진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아이다호는 지난 10년 간 총기 관련 살인사건이 다른 주에 비해 적었지만 총기 자살 건수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어머니들의 단체(Moms Demand Action) 측은 "총기를 숨겨 소지하는 것은 더 많은 총격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10대 들에게 이같은 법안은 매우 좋지않다"고 밝혔다. 한편 AR-15는 우리에게 익숙한 M16 소총의 민간용 버전이다. 총기제조사인 아말라이트가 1958년 개발한 AR-15는 정확도와 살상력이 뛰어나 사냥용으로 인기가 높지만 총기 난사 사건 등에 빼놓지 않고 등장해 악명이 높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봉화 산타마을 대박…올해 15만명 찾아, 전년보다 41% 늘어

    봉화 산타마을 대박…올해 15만명 찾아, 전년보다 41% 늘어

    간이역을 개조해 만든 경북 봉화군 ‘분천 한겨울 산타마을‘이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봉화군은 소천면 ‘한겨울 분천산타마을’에 관광객 15만여명이 찾았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10만 6000여명보다 41.5%(4만 4000여명) 증가한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광객이 증가해 8억여원에 이른 경제파급 효과를 냈다고 한다. 경북도와 봉화군, 한국철도공사 경북본부는 2019년 12월 21일 산타마을 문을 열고 지난 16일까지 58일 동안 운영했다. 개장 기간 산타 썰매 타기, 알파카 먹이 주기, 삼굿구이, 전통 민속놀이 등 체험거리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로 준비한 산타썰매 타기, 산타 딸기로 핑거푸드 만들기 등은 가족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백두대간 탐방 열차가 출발하는 분천역 인근에 만든 산타마을은 2014년 12월부터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문을 연다. 봉화군 관계자는 “겨울왕국 조성과 같은 특색 있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분천 산타마을을 국제 겨울관광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봉화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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