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벤처 移職‘무풍지대’
‘벤처열풍’으로 인한 이직(移職) 현상과 관련,외국계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벤처행(行)‘엑소더스’의 무풍지대로 평온한 반면 국내 대기업은 임직원들의 벤처행을 막기 위해 스톡옵션 제공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분야 외국계 기업의 경우,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간 직원이 한명도 없는 기업까지 있을 정도로 직원들의 이직 현상이 사실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데이터 저장장비 업체인 EMC의 국내 법인인 한국EMC는 사장을 포함,직원이108명인데 ‘사번’에 결번이 하나도 없다.이직자가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이 회사 마케팅담당자는 “안정성,보수,각종 복지시스템,스톡옵션 등 이미받고 있는 혜택들이 있는데,굳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주식을 위해서 벤처기업으로 옮길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터넷 보안업체인 시만텍코리아에도 벤처기업들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스톡옵션을 앞세운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직원들의 동요는 거의 없다.
이밖에 반도체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아이오메가,퀀텀,ARM 등 국내 진출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최근 이직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벤처기업으로 유능한 기술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스톡옵션 부여 등의 역풍(逆風)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먼저 삼성전자가 사업부장급 이상 임원 76명에게 총주식의 1% 정도인150만주를 배정키로 하는 안건을 올 주총에 상정키로 했다.
SK텔레콤도 오는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스톡옵션제 도입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다.사외이사들의 강력한 요구를 수렴하는 형식이다.
LG그룹은 구본무(具本茂)회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화학,전자,정보통신등 전계열사를 대상으로 ‘성과형 급여제도’를 도입키로 한데 이어 스톡옵션 등을 추가 시행키로 했다.LG는 특히 연구·개발(R&D) 및 e-비즈니스 분야의 핵심사업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채용 대상자에게 연봉외에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스톡 그랜트’ 등 파격적인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안정성,보수,복지시스템,스톡옵션 등이 우수한반면 국내 대기업은 스톡옵션을 일부 임원에게만 제한하는 등 아직도 직원들의 기대에 미흡한 여지가 있는 만큼 당분간 직원들의 벤처이직과 관련,‘명암’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명환 박홍환기자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