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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생활 현대화로 가야/「음식물쓰레기 줄이기」성공과 새진로(사설)

    서울신문사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97 음식쓰레기 50% 줄이기 실천결의대회」가 5천여명의 시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서울신문이 올해의 사회발전 과제로 「음식쓰레기 50% 줄이기 운동」을 펼친 지난 5개월을 중간 결산하는 모임이었다.이 자리에서 서울시 담당관은 지난 1월 음식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편후 음식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782t이나 줄었고,금액으로 환산해 연간 2백억원이나 절약됐다고 보고했다.단기간에 이루어진 이 현저한 성과를 확인하는 본지의 감회는 매우 큰것이다.사실상 서울신문이 캠페인에 나섰던 1월만해도 음식쓰레기의 심각성이 국민적 인식에서 절실한 수준까지 진전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달새 이 문제의식은 놀랍게 확산됐다.5월중 공보처가 실시한 「음식쓰레기 줄이기방안」국민의식조사 결과는 그 진전양상을 아주 잘 드러낸다.98.3%라는 국민 대다수가 음식쓰레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이 대응책에도 합리적인 응답을 해주었다.이 조사중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음식쓰레기가 줄지않는 이유로 「푸짐한 상차림」을 들고,음식은 좀 남아야 된다는 식생활의식이 아직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짧은 기간이었으나 우리 캠페인은 음식쓰레기 줄이기의 기본 방향까지 정리하면서 합의를 이루는데 기여했다는 성취감을 갖는다. 물론 이것이 캠페인의 최종 목표일 수는 없다.시기별로 비교해 쓰레기가 계속 줄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것은 한번 줄어든 쓰레기가 결코 다시는 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진정한 의식의 개혁을 통해 실제로 식생활양식을 현대화하는 새 단계로 나가야 한다. 음식은 어느 나라에서나 민족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한 삶의 풍속이다.따라서 음식문화의 관행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그러나 지금 관행을 바꾸자는 것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니다.단지 먹다가 남기게 되는 부분을 조절하는 것이다.이는 우리가 양적 충족의 식생활을 질적 미각의 식생활로 바꾸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다.이 전환에는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정성과 먹는 사람의성의가 모이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그렇다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더 충실하게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물론 사회제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행정적으로 할일은 아무리 줄여도 남을 수밖에 없는 음식쓰레기부분의 처리를 위한 각종 도구의 제작과 보급이다.아직 이 도구들의 생산이 부진한채 그대로 있다.대담한 개발지원책을 마련해야 할것 같다.현재는 고속발효처리기·탈수압축기 등 주로 수분축소기기가 몇종 시판되고 있으나 그 값이 비싼 편이다.누구나 상용할 수 있도록 저가화하는 시책이 나와야 한다.음식쓰레기 사용처에 대한 대책도 구체화돼야 한다.농가에서 음식쓰레기 퇴비를 꺼려하는 것은 염분농도 때문이다.이를 해소하는 과학기술 연구팀이 긴요하다. 6월부터는 음식쓰레기 줄이기 실천의지를 강화하기 위한 1천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된다.국민 모두가 흔쾌히 참여할 것을 믿으면서 올해 캠페인이 우리의 삶의 양식에 새로운 지표가 될때까지 본지의 영예를 걸고 열정을 가지고 나아가려 한다.
  • 어린이 그림책이 달려졌다/충·효·애 등 추상적인 도덕교육 벗어나

    ◎눈높이 맞춘 성교육·환경문제 등 담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비판적 교육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교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엣부터 그림책도 충·효나 형제간 우애 등 추상적 도덕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종을 이뤘지만 최근엔 구체적 사회문제에 비판의식을 대담하게 도입한 책들이 많다. 이런 그림책들은 기법도 세련됐다.「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 등의 「잔소리」성 교훈이 드러나 내용을 압도하는 법이 없다.아이들이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게 일차적이고 그 과정에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꾸몄다.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강한 이런 그림책들은 서구 작가들이 대거 번역되면서 부쩍 유행중.그림책이 서구의 합리주의 전통을 수입한 셈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영국의 존 버닝햄은 이런 계열의 대표적 작가.그의 「지각대장 존」(비룡소)은 매일 지각하는 꼬마 존을 늘 벌주고 혼내기만 하는 검은 옷의 선생님을 통해 권위주의 교육을 풍자한 것.동물들의 입으로 인간의 환경파괴를 고발한 「야,우리 기차에서 내려!」,날 때부터 깃털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거위 보르카의 정체성 찾기를 그린 「깃털없는 거위 보르카」 등도 비룡소에서 나와 있다.겨울잠에서 깨어나 잠자던 숲이 다 베어진 자리에 들어선 공장에 노동자로 팔려간 곰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한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슈타이너 글·뮐러 그림·비룡소)는 환경파괴를 정체성 상실과 연결시킨 꽤 수준높은 작품.초등학교 3∼4년쯤에서 볼 만하다. 보림에서 펴낸 「엄마가 알을 낳았대」(배빗 콜 글·그림)는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재치있으면서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성(성)교육용 수작.그림도 산뜻하다.같은 출판사의 「연기 자욱한 밤」(번팅 글·디아즈 그림)은 LA폭동이라는 무거운 인종갈등 현장을 다채로운 콜라쥬와 그림으로 담아낸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시공사의 「거인,사냥꾼을 조심하세요!」는 녹색의 시원한 화면과 큼지막한 활자로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자연보호 필요를 알리는 책(콜린 맥노튼 글·그림).핵폭탄 터진 마을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부부를 통해 반핵 메시지를 전하는 「바람이 불때에」(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도 같은 곳에서 나와있다.
  • 현대무용가 박일규(이세기의 인물탐구:131)

    ◎현란한 율동언어로 대중곁에/춤의 난해성 배제… 음악과의 일체화 추구/검무와 탈출 접목한 새 「무무시리즈」 준비 주어진 모든 틀을 부정하고 신선하게 춤출뿐만 아니라 그는 안무감각,음악적 감각을 겸비한 행정가이자 춤의 결재자이다.일찍이 「무용의 형이상학적 난해성을 배제하여 음악과 춤,춤의 연극성을 추구한」 박일규의 춤을 보고 시인 김영태는 「그는 적어도 언제나 10년 이상 앞장서 있었다」고 말해왔다.그의 춤의 탐험은 무의 상태에서 유의 기능을 순식간에 연결하고 때로는 아다지오,때로는 빗발치는 알레그로로 눈부시게 춤을 구사해 나간다.마치 빛을 보는 것과도 같이 그를 통해 분해된 음악이 광선처럼 춤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알수 있다.그만큼 음악의 연구에 천착해 있었고 무용과 연극을 위한 작곡자로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그가 음악에 손대게 된것은 춤의 언어가 관객에게 쉽고 재빠르게 전달돼야 한다는 신념에서다.음악 따로 춤 따로가 아닌,음악과 춤의 일체감을 시도한다는 자세로 87년에 발표한 「서울에 핀 여든 여덟개의 장미」는 가수 조용필이 노래한 「창밖의 여자」를 스스로 편곡한 것이다. ○27세에 발레스쿨 입학 179㎝의 헌칠한 키에 잘생긴 용모,본래는 극단 자유에 소속된 연극배우였으나 뛰어난 연기력과 순발력이 국립발레단장이던 임성남씨의 눈에 띄어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레에 스며들었다.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에너지를 온몸의 동작으로 쏟아부을수 있는 새로운 예술에 매력을 느꼈다.억누를 수 없이 치솟는 영감은 어느때는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고 어느때는 알바트로스처럼 넓고 힘차게 날아오를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로 만들어내는 순수한 도취의 순간을 영원히 쟁취하기 위해 그는 당장 미국으로 갔고 뒤늦은 나이인 27세에 저명한 조프리 발레스쿨에 입학했다.그러나 발레테크닉을 체험하는 동안 지나치게 인공적인 발레보다는 가장 조야한 현실에서 숭고한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율동언어로 춤출수 있는 현대무용에 한층 애정을 갖게 되었다.이 새로운 춤형식은 일상적인 것을 초월할 수도 있었고 의외성의 경이로움으로 역작용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나도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춤을 만들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채 초기에는 문학적인 수단으로 창조과정을 밟아 나갔고 다음은 음악을 분석하면서 거기에 맞는 춤의 형태를 선택해 나갔다. 뉴욕에서는 홍콩출신의 현대무용가 챙칭(Chiang ching)의 많은 영향을 받은 셈이었다.챙칭무용단에 소속되어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이었던 존론과 「스프링 브라섬」「타히티안」 등을 춤추기도 하고 공연이 끝날 때마다 춤의 감시자들로부터 예상을 뒤엎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주로 세컨드 애비뉴 댄스컴패니에서 활동을 벌이면서 도약과 비상의 화려한 극점에 올랐으나 그무렵 시련의 한고비를 맞아 주춤거리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5년만인 85년에 귀국하여 그는 국내활동을 벌이면서도 국제적 페스티벌과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지난 88년에는 록펠러재단의 기금을 받아 인도네시아의 사르도노와 함께 「하나둘셋넷」이란 작품으로 아메리칸 댄스페스티벌에 참가,그러나 예술가라면 누구나 기대해 마지않던 뉴욕타임스의 잭 앤더슨의 평은 그의 춤인생을 180도로 전환시키고야 말았다.그의 평은 서두에서는 「움직임과 음악성은 생동감에 빛난다」고 쓰고 있었다.그러나 말미에서는 「코리안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예술가에게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와 개성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내가 해온 것은 무효다.나만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추구한다」는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고 춤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해 「무악」을 가지고 다시 국제무용제에 참가했다.윤이상 작곡의 「무악」은 한국 춤사위를 닮은 특이한 손놀림에서부터 이미 관객을 압도할 수 있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음악은 정지동작과 다이내믹스를 절제하거나 확산시킨다.그리고 그로테스크한 빛과 어둠의 교차속에서 작가는 「한국인의 정신」을 초현실주의적인 추상회화로 그려내었고 「영원불멸의 직조와 심미학적 윤곽의 구축」「아름다운 체구에 번뜩이는 창의력을 지녔다」는 최대의 찬사를받아냈다.그후 그의 창작무는 영상 구음 절규 통곡과 폭소를 함축하여 배경군무가 빗살같은 섬광으로 번뜩이고 도끼같은 날카로움이 도처에 도사렸다.「아직도 그만한 춤을 발견할 수 없다」는 원로 박용구씨의 평은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번뜩이는 창의력 소유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의연하게 대처하는것 같지만 섬약한 감성과 지성감이 복합적으로 대립되어 불의와의 투쟁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지난 92년,주변의 원로나 대선배들의 총애때문에 「춤의 해」 기획추진실장,94년 세계무용연맹 한국지부 사무국장에 임명된 것이 선배들을 제치고 독주하는 것으로 오해되어 슬럼프와 혐오를 겪은 것이 그 한 예이다.그러나 밝고 원만한 성격으로 이를 극복할수 있었고 그의 주변은 「탁월하고도 다양한 그의 재능」이 무용계에 힘이 되고 있음을 믿어주었다.그는 그 기간동안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자신을 재충전하는 의미에서 살풀이춤과 판소리를 배우고 대금 아쟁 사물놀이 등 우리 악기에 빠져들어 제2의 도약을위한 빈틈없는 준비기간을 거쳤다. 소설 「내가 설 땅은 어디냐」의 작가 허근욱씨의 외아들.소년시절부터 바이올린,성악을 사사하는등 그는 「예능」에 관한한 천의무봉으로 다재다능하다.그래서 그의 춤은 대중화를 시도하지만 누구보다 문학적이고 사고력과 명상력이 심오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봄,춤작가전에서 모처럼 「햄릿」을 춤추었고 요즘은 연극원 6월공연인 김우옥 연출 「아리랑」의 음악을 맡고 있다.이제 그는 그 안의 싸움을 끝내고 검무와 탈춤을 접목한 새로운 「무무」시리즈를 가을쯤 선보일 예정이다. 조지 발란신이 그런것처럼 참으로 진정한 춤을 추기 위해서 그는 오로지 음악의 산맥을 탐험하고 있었고 음악을 이루는 악기들에 밀착해 있었으며 이제부터는 자신이 바로 악기인듯이 그의 몸속에서 그만의 춤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신하는 듯하다.주어진 틀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신선한 것을 모색할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특이성과 본질을 파악한 그의 춤은 또하나의 색다른 광선으로 관객의 심장을 빗살처럼 관통하게 될 것 같다. □연보▲53년 청주 출생 ▲72년 이대부속고 졸업 ▲74년 서울연극학교 졸업 ▲78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74­현재 극단 자유극장 단원 ▲76­80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골렘」「로미오와 줄리엣」 등 출연 ▲77­79년 KBS극회회원,연극 「환도와 리스」「휘가로의 이혼」 ▲80년 뉴욕 조프리발레스쿨 연수 ▲82­84년 뉴욕대 무용과 졸업,티르드론 댄스시어터 출연 ▲83년부터 챙칭무용단원 ▲84­85년 뉴욕대 예술대학원 무용과 졸업,뉴욕 라마마극장 초청 제3세계무용제 「춘궁기」안무 출연,뉴욕 세컨드 애비뉴댄스컴패니 「FOUR IN ONE」「WHERE AM I STANDING?」안무 ▲85­88년 A.D.F(아메리칸 댄스페스티벌)초청 「1985년 여름」안무,미 브루클린 댄스앙상블 단원 ▲85­현재 서울예전 교수 ▲87년 「동랑댄스 앙상블」 창단 ▲88년 88올림픽 개회식 안무 ▲89년 국제현대무용제 참가 ▲90년 홍콩국제무용제 참가 ▲91년 일본 모리오카시 축제 참가 ▲92년 「춤의 해」기획추진실장 ▲93년 대전엑스포 폐회식 안무 ▲94­95년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사무국장 ▲95­96년 성균관대 대학원 출강 ▲9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수상〉 서울무용제 음악상(90년) 코파나스상(91년) 문화부장관공로상(93년) 코파나스상
  • 최일남·이문구·김원우씨 신작 단편 모음집 내

    ◎「오 아메리카」·「장이리 개암나무」·「샛길에서 나홀로」 3편/“조급하지 않고 선입관 없앤 성숙한 남성문학”평 오랫만에 최일남·이문구·김원우 등 중진·중견 소설가 3인의 신작을 담은 소설집 「샛길에서 나홀로」가 나와 이채를 띠고 있다. 「샛길…」에는 최일남의 「오 아메리카」,이문구의 「장이리 개암나무」,김원우의 「샛길에서 나 홀로·2­비내국인의 단상」 등 3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오…」는 작가의 신문기자 경험을 토대로 60년대 연좌제의 공포와 한국문화에 대한 미국문화의 압도적 지배력을 한 시골노인의 허위제보 사건을 통해 엮고있다. 「장이리…」는 「산너머 남촌」 「장곡리 나무」등을 통해 지속되고있는 작가의 농민소설계통에 속해있다.기우제를 둘러싼 동네 사람들의 언쟁과 아내와의 대화,우리 까치란 대상을 통한 희망의 표현 등으로 농촌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가에서 채취하거나 작가가 직접 창작해낸 많은 속담들이 소설의 투박한 훈훈함을 더해준다. 「샛길…」은 현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못하고 자조와 허무에 빠져있는 주인공의 상황을 현재형 서술형식으로 그리는 연작 소설이다. 이번 중진들의 신작소설에 대해 평론가 정호웅씨는 『최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체로 가볍고 얕아 통찰력이 깊지 못하며 관계를 읽어내는 눈이 좁고 허술하다』면서 『조급하지 않고 선입관없이 자신의 신념과 사고틀의 진리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정당성을 점검하는 태도를 지향하는 성숙한 남성 문학』이라고 평했다.
  • 원숭이 복제를 보는 국내외 시각

    ◎인간에 적용땐 혼란·무질서 초래/김영진 인하대 교수·철학 근래 인간복제의 문제로 세계가 떠들썩하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문제로 논란이 일기 시작하고 있으며 예상대로 빠르게 종교계,학계,언론계 등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필자는 의료윤리와 생명윤리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도덕적 측면에서 양이나 소와 같은 동물의 복제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이러한 반대입장은 공리주의 윤리설과 실용주의에 근거한다. 인간복제란 어떤 것인가? 금년 2월23일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로스틴 연구소의 아이반 월마트박사 팀은 6년생 암양의 DNA 유전자를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해서 암수간의 교배나 수컷의 정액이 없이도 미수정란 핵을 체세포 핵으로 바꾸어 유전학적으로 똑같은 양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유전학자들은 그 팀의 성공이 획기적이라고 말한다. 월마트 박사의 발표후 미국에서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의 복제가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왔다.또 냉동상태의 인간도 복제가 가능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그의 소설 「신나는 세상」에서 과학자들이 한번에 90명 이상의 똑같은 아기를 낳는 이야기를 쓴 바 있다.그의 소설은 공상적이었다.그러나 월마트박사팀의 연구결과는 헉슬리의 공상이 이제는 공상이 아니라 인간의 복제도 정말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아주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것이다. ○헉슬리소설 현실로 나타나 이제 논의의 초점을 바꾸어 윤리적 차원에서 인간복제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보자. 필자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복제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찬성한다.공리주의나 실용주의의 차원에서 볼 때 양이나 소와 같은 것을 많이 복제한다고 해서 그것들의 존엄성이나 정체성(Identity)에 관한 윤리적 문제가 생길리 없다.오히려 더 많이 복제함으로써 인간의 복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예를 들면,인간과 비슷한 장기를 지닌 돼지에 사람의 유전자를 주입해서 이식에 지장이 없는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는 등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복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전문가들은 인간복제도 부분적으로는 유익하며 실용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거시적 차원에서 볼 때 장점보다는 혼란,무질서,가치전도와 같은 나쁜 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하다.양,원숭이 등과 달리 인간에게는 존엄성과 정체성이 매우 소중하고 필요하다.그런데 인간복제가 현실화되면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커다란 혼란과 도착현상이 생길 것이다.그리고 그 결과 도덕적,종교적,법률적,문화적 가치 및 체계가 거의 송두리채 무너질 것이다. ○모든 가치체계 무너질듯 이러한 결과는 공리주의의 윤리설과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볼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인간복제가 허용되면 다음으로 새로운 종류의 인간소외 문제가 생길 것이다.즉 남자가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남자가 소외되며 또 남녀가 서로 멀어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이것도 실용주의나 공리주의의 차원에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남자에 의해 착취당한 여자들이나 성적인 억압을 당한 여자들에게는 남자의 역할이 필요없는 인간복제가 좋을지 모른다.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안락한 가정,남녀가 영과 육을 합쳐 만든 자식을 갖길 원한다.그런데 인간복제는 이러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위험성을 갖고 있다.따라서 좋은 것이 못된다. 언론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는 것처럼 연구와 실험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어야 하겠다. ◎인간복제 두려워할 일 아니다/로버트 웨이크브로이트 미 메릴랜드대 철학연 연구원 양과 원숭이의 복제실험이 성공함에 따라 한발 앞으로 다가선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놓고 종교계,과학계의 찬반논쟁이 서서히 뜨거워지고있다.미국 메릴랜드대 철학·공공정책연구소의 로버트 웨이크브로이트 박사는 종교계의 주장과는 달리 제대로 알고보면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근착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그의 글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를 요약한다. 다 자란 양을 유전자결합을 통해 같은 유전자를 가진 양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뉴스때문에 윤리적인 우려들이 높아가고 있다.이 우려들은 양을 복제했다는 사실이나 이 성공으로 동물들을 대량복제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복제의 가능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윤리적인 우려들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근거없는 것들이다.유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한 유전자가 할수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되면 불필요한 우려들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결합을 통해 인간을 복제하는 일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같이 인간을 복사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르다.쉽게 말해 인간복제는 쌍둥이를 만드는 것과 같다.일란성 쌍둥이는 생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도덕적,법률적으로 두명의 개별 인격체다.유전자 결정론을 너무 과신할 필요는 없다.유전자 결정론은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며 환경적인 요인이나 여타 성장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은 모두 무시한다.현재 많은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자 결정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윤리적 우려 대부분 과장 즉 유전자는 키,머리칼의 색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또한 환경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지능이나성격등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 유전자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이다.이런 주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쌍둥이를 한번 살펴보면 유전자 결정론이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수있을 것이다. 일례로 사고나 병으로 죽은 아이의 복제인간을 원하는 부모가 있다고 생각해보자.그러나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새로 얻은 아이는 쌍둥이 동생쯤 되지 죽은 아이가 살아온듯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굳이 이런 일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필요한 장기때문에 인간을 복제할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복제인간도 일단 만들어지면 완전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의 장기를 마음대로 처리할수는 없다.체외수정(IVF)이나 정자이식을 통해 태어난 아기를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다른 예로 신디 크로퍼드나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매력적인 딸을 얻고 싶어하는 부모가 있다고 치자.아니면 노예나 애완동물처럼 자기 마음데로 부리고 이용하기 위해 복제인간을 만들려는사람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복제인간을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 테이프을 사는 일처럼 쉽게 구할수 있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자.과연 인간복제는 반대해야 하는가.나는 유전자 결정론이 오류라면 굳이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나는 인간복제 기술은 그렇게 어렵거나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금지법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유전자 결정론은 오류일 뿐아니라 자칫 인종편견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이다.인간복제를 위험시하여 금지한다면 우리는 이 유전자 결정론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고 부추기는 셈이 된다.우리는 배란촉진제를 먹는 여성을 비난하지는 않는다.우리에게는 자녀를 언제 몇명이나 낳을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같은 시간에 태어나지 않았을뿐이지 쌍둥이나 다름없는 아기를 만드는 일을 굳이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악용막는 제도적 장치마련 물론 나도 인간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에 윤리적인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그렇지만 사악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인간에게 이득이 되게 운용한다면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정리=이기동 기자〉
  • 문단에 「90년대 문학」 극복 움직임

    ◎“사적 퇴행적 신배로 사회와 괴리”/대표적 작가 신경숙·윤대녕씨 잇단 비판의 글/“공적영역과 맥락 없으면 「향수의식」 수준일 뿐” 신경숙(34)과 윤대녕(35)은 90년대 들어 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린 이름이었다.두사람은 이념과 사회라는 큰 문제를 좇다 기진맥진해진 80년대 문단의 끄트머리에서 피어나 어느날 문득 90년대의 가장 뚜렷한 징후로 떠올랐다.존재내면의 떨림을 털어놓은 이들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먹물 한점이 세숫물에 번지듯 문단전체로 퍼져나갔다. 거대서사가 아닌 사소한 내면을 보여주고 굵직한 주제의식보다는 섬세한 문체를 앞세워 90년대 문단의 대표작가가 된 신경숙과 윤대녕에 대해 평론가들이 문학계간지를 통해 잇단 비판의 글들을 쏟아놓았다.이상경씨의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넘어서」(「소설과 사상」봄호),임옥희씨의 「성의 〈새로운〉발견과 〈새로운〉소설」(「포에티카」창간호·3월발간)은 신경숙 소설에 문제제기하고 있고 구모룡씨의 「사로잡힌 자의 비극적 감성」(「소설과 사상」봄호),이남호씨의 「은어는 없다」(「세계의 문학」봄호)는 윤대녕 작품세계를 겨냥한다.신씨와 윤씨에 대한 비판적 평문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사람이 한꺼번에 집중포화 대상이 된 점에서 이 글들은 작가개인을 논하는 단순작가론을 넘어선다.그보다 「90년대 문단」의 대표적 기호가 돼버린 신씨와 윤씨를 비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90년대」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의식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새로운 의식이 두사람에게 공통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이들의 작품이 너무 사적(사적)이고 퇴행적(퇴항적) 신비에 가득차 사회와의 연관을 잃고 있다는 점. 이상경씨는 소멸해가는 미세한 기미,〈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어눌한 말더듬기,잦은 쉼표,말줄임표 등을 즐겨 써서 신씨가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개성적인 스타일〉을 확립하긴 했지만 〈(형식이) 내면의 심화를 동반하지 못〉한채 〈존재의 고독감이 (본질이 아닌)피상적인 것에 〉머물렀다고 비판한다.최근의 작품에서 문학고유의 「낯설게 하기」를 〈귀기나 환상으로 대체하려〉는 경향도 우려한다. 임옥희씨는 신씨의 장편 「외딴방」에서 〈기만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가족이 해체되서는 안 된다(는)… 여성들의 자기 희생과 체념의 미학〉을 읽어내면서 〈신경숙의 감수성은 어찌할 수 없는 인어공주의 감수성이다.…신경숙은 가부장제의 빈집이나마 수리,보수하는데 어느 정도 공모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남호씨는 〈고전적인 문장구사 능력이 90년대의 도시적 감수성과 잘 결합〉된 윤대녕의 문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체성 상실을 다루는 그의 방식이 언어만 현란할 뿐 현실도피적이고 〈존재의 시원,성소,신성과 비의,영원회귀 등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정체성이 결핍된 영혼들을 현혹한다〉는 점을 경계한다.〈너무 쉽게 성소나 시원을 찾아 현실을 떠나버리면 안되며,말도 안되는 지하모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진지한 현실탐구를 요청한다. 윤대녕에 대한 구모룡씨의 다음과 같은 조심스런 비판은 문단의 90년대 징후 전체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소설은 공적 영역과의 맥락을 지녀야 한다.…윤대녕의 경우 사적 글쓰기가 왜 문제가 되는가.그것은 그가 일체의 공적 통로에 대해 회의하고 있기 때문이다.…(현실과의 맥락을 지니지 않을때)근대성 비판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일부가 보이는 향수의식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 「등」이후 중국… 나카지마 미네오 기고(해외논단)

    ◎중 사회주의 모순 분출… 체제유지 회의적/강택민 군사력 증강·민족주의 강화 가능성 등소평이후의 중국에는 사회적 모순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본의 중국전문가 나카지마 미네오 도쿄외국어대학 학장이 21일 요미우리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했다.그의 칼럼을 요약한다. 중국의 최고 실력자였던 등소평의 죽음은 중국의 현대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온 등은 모택동 모델의 중국사회를 변혁시킨 지도자다. 등은 3번씩이나 실각하면서도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으며 모택동이 죽은후 78년에는 마침내 화국봉을 밀어내고 중국공산당내 주도권을 확보했다.등은 그후 최고 실력자로 황제와 같이 군림해왔다.하지만 그러한 등의 인치를 비판하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으며 민주화 움직임은 1989년 6월4일 천안문사태로 발전했다.등은 천안문사건을 철저히 진압하지않은 조자양 당시 총서기를 실각시키고 강택민을 총서기에 임명했다. 등은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이때문에 중국은 등의 사망이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사회적 혼란을 피할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그러한 문제들은 장기적으로 큰 불안을 안고 있다.무엇보다도 지금의 개혁·개방정책이 중국민중들에게도 혜택을 주며 등사망이후에도 중국의 경제·사회가 순조롭게 발전해 나가면 그러한 불안은 크게 완화되겠지만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은 현재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지만 많은 사회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압력솥」과 같은 상황이다.천안문사건후에도 개혁·개방정책을 둘러싸고 당내 논쟁이 끊이질 않았으며 민주화운동의 불씨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이때문에 포스트 등시대에 거대한 역사적 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한 변동은 민주화운동을 다시 고양시키고 농민반란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폭발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으며 옛소련과 같이 등이후에 정치적 실권을 쥔 지도자에 의한 위로부터의 「반혁명」이 될 가능성도 있다.그러한 두가지현상이 연계되어 일어나며 큰 혼란없이 공산당독재체제가 조용히 붕괴될지도 모른다.그럴 경우 대만과 홍콩으로부터 불어온 「남풍」의 사회적 침투력도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최근의 중국 권력중심부에서는 등이후의 혼란에 대비,견고한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기위해 등과 거리를 두는 일종의 「비등소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94년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택민 총서기의 측근인 황국 당시 상해시장 등 이른바 상해인맥이 당중앙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것도 그러한 흐름의 반영이었다. 강택민 주석은 지금 당(총서기),정(국가주석),군(국가군사위원회주석)의 3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등에 의해 현재의 지위에 올랐음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그렇기 때문에 강택민은 등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것에 비해 등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그러한 강의 기반강화 움직임에 보수파 원로들과 군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거리다.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사이에 교석 등 최고 지도자들의 권력투쟁이 격화되면 군의 움직임도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역사적 흐름인 탈사회주의 조류에 의해 등이 주도한 개혁·개방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등사망후의 중국은 장기적으로 사회주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21세기에는 「일국다정부」 형태의 중국으로 재편될지도 모른다.오는 7월에 반환되는 홍콩의 운명,대만인들의 정체성 성숙,소수민족의 반란움직임 등이 그러한 전망의 가부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다. 중국이 그러한 불확실성의 과정에 들어서면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하며 대외적으로 대중화 민족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그렇게 될경우 미국과 중국,일본과 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일 도쿄외국어대 학장/정리=강석진 도쿄특파원〉
  • 프랑스 소설속의 여인들을 찾아서

    ◎문학작품속 여성,소외·굴절의 실상/「인간의 조건」 등 4편선 남자주인공의 대상일뿐/가족내 묘사도 배후의 그림자·침묵의 배경으로 『오! 동정녀들이여,마귀들이여,괴물들이여,학대받는 자들이여…』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자신의 시 「영벌받은 여인들」에서 여성을 이렇게 읊었다.여성은 과연 저주받은 존재인가.적어도 문학작품속에서 만큼은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인간」자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여성신문사에서 펴낸 「프랑스 소설속의 여인들을 찾아서」(이용숙 등 지음)는 문학속의 여성이 어떻게 소외되고 굴절돼 왔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여성주의 시각의 글모음집이다.현대 프랑스 소설가 18명의 작품 22편을 분석적 독해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은 먼저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조르쥬 베르나노스의 「무셰트의 새로운 이야기」,앙리 드 몽테를랑의 「처녀들」,그리고 장 폴 사르트르의 「철들 나이」 등 4편을 「타자화된 여성」이란 관점에서 읽는다.이 작품들에서 여성은 남자주인공의 배경이나 혹은 대상으로 설정될 뿐이다.여성은 남성의 삶의 궤적을 밝히는 데 쓰이는 질료구실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분석.예컨대 앙드레 말로의 작품에서 「인간조건」이란 어디까지나 남성들만의 인간조건이며 따라서 남성은 당연히 주도권과 권력을 획득해나가는 삶을 사는 데 반해 여성은 남성이 규정하고 바라보고 의도하는 대로,즉 「주변화되고 타자화된」 삶을 산다는 것이다. 가족안에서의 여성에 대한 묘사도 왜소하기는 마찬가지다.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아나톨 프랑스의 「내 친구의 책」,프랑수아 모리악의 「테레즈 데스케루」 등을 보면 여성은 배후의 그림자,침묵하는 배경으로 설정돼 있는 것이 고작이다.어머니나 아내의 모습으로 꽤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해도 여성 스스로가 작중(작중)에 살아있는 주체로 서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또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반쪽의 여성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보부아르가 마흔한살에 발표한 페미니즘 이론서 「제2의 성」은 그에게 세계적인 여성주의 작가이자 맹렬한 여권주의자란 꼬리표를 안겨줬다.그러나 그의 작품과 개인적인 삶을 꼼꼼히 살펴보면 「보부아르는 과연 여성주의 작가인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는 게 지은이들의 주장이다.알려진 것과는 달리 보부아르가 여성해방운동에 참여해 활동을 벌인 것은 사르트르가 사망한 뒤였으며 그 이전에는 오로지 사르트르와의 관계유지에만 병적으로 집착했다는 것.보부아르의 여성관 역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다.보부아르는 정신분석이론이 여성문제를 다루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프로이트 이론의 틀안에 착실하게 가두어 두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이같은 보부아르의 사상적 한계와 이중적인 심리상태는 「제2의 성」을 비롯,「지식인들」「아름다운 영상」「위기의 여자」「고요한 죽음」 등에 일관되게 드러나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마리 카르디날의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한 낱말들」,엘렌 식수스의 「글쓰기로 나아가기」는 여성의 시선으로 자신과 타인을 관찰한 소설.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추구는 「몸」과 「글」에 대한 발견을 통해 이루어지며,이 발견이야말로 자신을 찾아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르 클레지오의 「사막」,알랭 푸르니에의 「대장 몬느」,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무라이」,로맹 롤랑의 「매혹된 영혼」,프랑수아즈 말레 조리스의 「종이로 만든 집」,루이스 이리가레이의 「근원적 열망」등에 나오는 여성들은 험난하고 고통스런 가운데서도 꿋꿋한 의지로 인생을 헤쳐나간다.이와 관련,지은이들은 『자신을 지키는 것,그것은 한 인간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며 여성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바』라고 결론짓는다.
  • 음식쓰레기 줄여야 한다(사설)

    서울신문은 97년 주제를 「음식쓰레기를 줄이자」로 정하고 음식쓰레기 50%줄이기 범국민캠페인에 나섰다.지난해 11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의 젖은쓰레기 거부선언으로 시작된 음식쓰레기대란은 이에대한 행정적 규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그러나 음식쓰레기의 심각성은 아직 국민적 인식에서 절실한 수준까지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이다. ○침출수 주범… 정화 어려워 일반적으로 아까운 자원이 낭비되고 이것이 또 쓰레기량도 늘리고 있다는데까지는 이해가 돼 있는것 같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음식쓰레기가 수질오염의 큰 부분이라는 점이다.음식쓰레기는 현재 모든 매립지에서 유독성 침출수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서울·경기·인천시민이 수도권매립지에 하루 버리는 쓰레기는 2만5천t.이중 7천t이 음식쓰레기이고 이 쓰레기더미에서 흘러내리는 침출수만 5천t에 이른다. 우리 음식의 침출수는 정화에 더 큰 어려움을 갖고 있다.환경부의 음식물 오염도와 수질에 미치는 영향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된장·소주·식용유·김치찌개·라면국물·간장들이 가장 분해가 어려운 오염수로 나타나 있다.식용유 한잔(50㎖)을 물고기가 살 정도로 정화하기위해서는 욕조 10통분인 3천의 물이 필요하다.따라서 젖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물의 수분을 하수구로 내보내는 것까지도 이제는 재고해야한다. ○음식문화 관행 바꿔야 음식은 어느 나라에서나 한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한 삶의 풍속이다.따라서 음식문화의 관행을 바꾼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사실 우리는 풍성한 상차림을 미덕으로 알아왔다는 난제를 갖고 있다.좋은 식단제를 마련하고 아껴서 먹자는 의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양적 충족의 식생활에서 질적 미각의 식생활로,단숨에 모든것을 함께 먹는 포만감에서 한가지씩 나누어 분명하게 맛을 즐기는 세련성으로 식사의 가치관을 대전환시켜야 한다.그러려면 교육과 훈련이 있어야 한다. 음식쓰레기 줄이기는 매우 세심하고 조직적이며 지속적 운동으로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물론 국민 개개인의 인식 확대와 실천을 유도하는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크고 작은 집회의 회식메뉴나 각종 행사장에서의 식단 양식의 개발도 필요하지만 특히 이를 수범하는 여론지도자들의 행동적 가치화작업이 있어야 할것이다.먹다가 남기는 음식을 최소화하기보다 아예 남기는 음식을 최소화시킬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개발되어야 할것이다. ○재활용체계 구축도 시급 행정적으로 할일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가장 우선적인 일은 음식쓰레기 처리를 위한 각종 도구들의 제작과 보급이다.고속발효처리기·탈수압축기 등 수분축소기기들이 몇종 시판되고 있으나 좀더 공공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의 공급책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할일은 재활용체계의 구축이다.95년 전국 하루 쓰레기배출량은 1만5천t이었다.이중 2.1%인 3백10만t만이 퇴비와 가축사료로 사용됐다.쓰레기를 퇴비화하거나 가축용 사료로 만드는 처리시설이 현재 공식적으로는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처리시설이 세워져야하고 사료를 사용하는 구조 역시 조직되어야 마땅하다. 음식쓰레기 줄이기가 만만치 않은 과제이지만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지난해 11월이후 수도권매립지의 젖은 쓰레기 반입량은 14% 줄었다.우리에겐 한다면 하는 근성도 있다. 모두 함께 음식쓰레기줄이기 캠페인에 동감하고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 탈당 도미노?(김호준 정치평론)

    자민련의 집단탈당 파동이 연말 정국을 강타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탈당사태가 야당 파괴를 겨냥한 공작정치의 소산이라고 규정짓고 임시국회의 개회를 봉쇄하며 강경투쟁으로 치달았지만 여당은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섰다. 신한국당은 반발하는 야당을 달래기 위해 탈당의원들의 입당 수용을 늦출법 했건만 그렇지 않고 덥석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노동법·안기부법의 단독처리도 강행했다. 여야가 모두 정면대결을 불사하며 막가는 것 같다. 정치인들의 탈당행위에 대해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좋지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 양지만 찾아 다니는 철새 정치인,금권에 매수되거나 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변절의 처신이 굴절시킨 정치사를 허다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탈당문제만 터지면 야당이 전후사정을 보지 않고 무조건 『공작정치의 소산』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도 국민들의 이러한 부정적 선입견에 편승한 것이다.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탈당의 정치공학으로 탄생한 자신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탈당문제로 그렇게 살벌하게 시비할것이 못된다. 특히 이번 탈당사태는 15대국회 개원파동의 빌미가 됐던 탈당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11총선후 빚어진 탈당파동은 신한국당의 원내과반의석 확보를 위한 「빼가기」의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은 야당의 구심력 약화에 기인한 자발적 이탈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야당 구심력 약화서 기인 물론 자민련이 이번 탈당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이미 현실로 나타난 느낌이다. 강원도의 최각규 지사와 유종수(춘천 을) 황학수(강릉 갑) 두 의원의 집단탈당에 이은 경기도 이재창 의원(파주)의 후속탈당이 심상치 않은 전조로 간주되고 있다. 자민련이 강원지역 기반을 하루아침에 상실한데 이어 경기지역의 이탈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자민련의 위축은 국회의석 299석을 갖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에서 여당 의석 몇석을 불려주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향후 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가 본격 논의될때 김종필총재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조체제를 뿌리째 흔들수도 있고 분규중인 민주당으로 탈당바람이 옮아가 정계개편을 촉발할 수도 있다. ○다른당으로 옮아갈수도 자민련은 최지사의 탈당을 배신행위로 매도하기에 앞서 그가 탈당의 길을 택하지 않으면 안된 사연에 관해 함께 고뇌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옳다. 최지사는 JP와 30년 정치관계를 유지해온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런 사람이 공작을 한다고 순순이 넘어 가겠는가. 나름대로 탈당의 정당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강원일보는 최지사의 탈당과 관련하여 춘천 멀티미디어 산업단지 조성·월드컵축구 강릉유치·동서고속철도 건설 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자민련측의 탈당항의시위를 보도하면서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주민반응을 소개했다. 자민련이 주목해야 할 대목들이다. 자민련은 근거도 없는 『의원 빼가기 공작정치』에 주먹질을 해댈 일이 아니라 이번 탈당사태를 내부 경고로 받아들여 교훈을 얻어야 한다. 만일 자민련 소속원들이 자민련에 몸 담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면 이런 집단탈당 사태가 일어날수 있었는지 곰씹어 봐야한다. 만일 내년 대선에서 해볼만 하다는 믿음을 자민련 사람들이 갖고 있다면 지금 그들이 처한 입장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탈당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탈당이유 되새겨 들어야 자민련의 비충청도 의원들은 4·11총선 당시 여당공천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이삭줍기식으로 공천해 당선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JP에 대한 충성심이 유별나고 내각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단지 공천장을 들고 출마하기 위해 자민련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에 불만이 있거나 정치상황의 변화가 있을 경우 언제라도 이탈과 변신이 가능하다. 자민련의 응집력이 원천적으로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DJP로 비유되는 야권공조 및 후보단일화 전략도 당원들에게 「2등전략」으로 비쳐 결속력을 오히려 저감시켰을 것이다. 이번에 자민련 탈당의원들은 한결같이 국민회의와의 공조가 DJ로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자민련은 이를 배신자들의 자기 합리화라고 무시할 일이아니라 당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경청해야 한다. 자민련이 탈당사태를 남의 탓으로 돌려선 거듭 날 수가 없다. 당원들에게 자신감과 꿈을 심어주지 못한 비전 부재와 오도된 지도노선으로 초래된 결속력 약화를 자성해야 한다.〈논설위원 실장〉
  • 이 입양 20년… 시·수필집 낸 현영 타라니(화제의 여성)

    ◎혼돈속 자아찾기까지 내면세계 담아 다섯살때 고아가 돼 이탈리아에 입양된 한국소녀 현영 티라니씨(26)의 시와 수필이 국내 번역됐다.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공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홍래씨가 번역한 「너의 창을 두드리며」.그녀가 그린 소담한 그림이 함께 실린 이 책은 4부로 나눠 정체성의 혼돈속에서 올곧은 자아를 찾기까지의 내적 투쟁이 잘 그려져 있다. 지난76년 홀트재단을 통해 이탈리아로 간 현영씨는 훌륭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자신의 숨은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혈육에 대한 불확실성때문에 방황과 고독을 거치지만 한국인 유학생 화가부부로부터 그림을 배우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수많은 시를 쓰게 됐다.95년 이탈리아 문단의 명문인 피렌체의 문예지 「일 파우노」에서 주는 문학상을 수상,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문단에 등단한 현영씨는 최근 고국을 찾아 전시회를 갖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통해 핏줄을 찾는 생애최고의 기쁨을 얻기도 했다.
  • 대학신문 폭력시위 “옹호”/한총련,학보사 장악·조종 의혹

    ◎북 통일논리 여과없이 수용/일반학생에 좌경논리 전파 위험성/본지 최근 대학신문 분석결과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시위 사태와 관련,대학신문들이 정부 당국과 언론에 과격 시위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 반성은 커녕 살상까지 저지른 해당 학생들의 행위를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신문들의 편집방향이 한총련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북한식 통일논리를 여과 없이 수용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현혹시켜 자칫 좌경화의 그릇된 이념적 편견을 갖도록 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일 서울신문사가 최근 발행된 각 대학의 신문을 분석한 결과 『정부당국과 일부 언론들이 똘똘 뭉쳐 통일을 염원하는 청년학생들의 행위를 매도하고 한총련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특히 『이 번 사태의 책임은 강경진압을 부추긴 정부에 있으며 언론이 들러리를 섰다』고 공격했다. 지방 J대 신문은 『경찰이 연세대 이과대·종합관 건물을 봉쇄하고 음식물 반입을 막는 한편 안전귀가 요청을 묵살한 채 폭력진압을 자행했다』고 경찰에 책임을 돌렸다. 이 신문 사설은 『경찰과 정부가 학생들의 연세대 행사 이후에 「전원 검거」「총기 사용 불사」라는 극히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상적인 작전을 펼쳤다』며 『과거 군사정권 때도 이번처럼 학생들을 「때려 잡겠다」는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방의 J대 신문은 『정부의 진압앞에 학생들의 방어수단은 화염병과 쇠파이프,돌멩이밖에 없었다』며 폭력시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서울 S대 신문은 『계속되는 학생운동의 탄압이 절정에 이르고 있고 폭력진압과 권언유착·인권유린이 행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 신문에는 전국 19개대 대학신문 기자 일동 명의로 된 「엄마,왜곡·편파보도 해방구에서 미쳐 날뛰는 보수언론이 안쓰러워요」라는 광고가 실려 이들의 시각을 반영했다. 서울의 또 다른 S대신문은 사설에서 『숨죽이고 관망하기에는 닥쳐올 사태가 너무 급박하다』며 『다시 한번 조직화에 나서 탄압을 막아낼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서울 K대와 S대 신문도 학생들의 과격한 행위는 접어둔 채 경찰의 진압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대학생활을 하다가 전경으로 입대,시위 진압과정에서 대학생이 던진 돌에 맞아 숨진 고 김종희 상경의 순직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서울의 S여대와 T대는 대학신문이 한총련 관련기사를 너무 일방적으로 두둔하며 다루었다고 판단,배포를 금지시켰다. S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보도 경향에 대해 『대부분의 대학 신문들이 한총련과 관련이 있으며 편집방향도 배후조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선량한 학생들이 오염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직당국에서는 한총련의 친북활동을 뿌리뽑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대학 내부에서는 대학신문에 보도되는 내용처럼 별다른 변화 없이 한총련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일부 대학신문의 사설은 학생들의 행위를 비판하면서 학생운동의 새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 D대학 신문은사설에서 『이제 더 이상 학생운동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일깨운 뒤 『편협하고 경직된 이념과 독선만이 학생운동의 정체성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닌 만큼,학생대중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국민들의 우호적 관심과 동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향목표와 행동방식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워싱턴 「북한정세」 세미나 발언 요지

    ◎“한반도 평화위해 한­미 정책공조 긴요”/대북 식량원조 방식 재검토… 남북대화 유도를/북「위협외교」 효율 감소… 난민 대거발생 가능성 북한이 현재 처한 경제·정치상황에 관한 세미나가 11일 한·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렸다.아시아협회·미국평화연구소·한국협회·재미한국경제연구소등이 공동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미국측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이 식량난을 겪고있으나 빠른 시일내에 붕괴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김정일도 정치적 통제력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미국측 발표자들의 발언요지를 소개한다.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원(IIE)선임연구원=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경제난을 소련붕괴와 미국이 경제봉쇄를 풀지 않는 탓으로 여긴다.나진·선봉지구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사회간접자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북한 경제는 구조·자금문제 등에서 중국·베트남보다 훨씬 어렵다.북한은 세계은행등 국제금융기관에 가입하면 상환능력 한도를 가정할 때 약 44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다.북한의 경제가 나쁘다고 해서 꼭 정치적으로 붕괴한다는 법은 없다.이라크의 후세인이나 쿠바의 카스트로가 좋은 예다. ▲존 메릴 국무부 정보조사국 분석관=국무부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북한은 변하고 있다.김정일은 비록 국가주석직등을 공식 승계하지 않고 있으나 실권을 장악,정상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권력상층부의 분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북한이 조만간 무너지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무리다.경제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며 특별한 묘책이 없는 것은 분명하나 비효율적인 공장을 폐쇄하는 등 「모방」개혁을 힘겹게나마 추구하고 있다.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한 실질적인 협력은 이뤄지고 있다.이같은 KEDO방식의 남북협력이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브라운 국무부 한국과장=한반도 평화구축에는 다음 4가지 기본요소가 구비되어야 한다.한·미간에 정책공조가 이뤄져야 한다.최근의 북한식량 원조문제는 반성할 점이 많다.북한의 핵개발 동결이 순조롭게 이행되어야 하고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남북대화는 현재 가장 문제가 많은 분야로 4자회담 제의도 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동북아의 지역안보가 구축되어야 한다.한·미가 제안한 4자회담은 장기적으론 여기에 일·러시아가 포함되는 6자등의 다자체제가 동북아안보에 긴요하다. ▲리처드 솔로몬 미평화재단이사장(전 국무부동아태차관보)=북한의 상황과 관련해 5가지 상호모순되는 딜레마를 찾아볼 수 있다.북한은 유달리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인 「주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외부,공산권의 도움을 많이 받아 지탱해왔다.변화·개혁을 논하고 있으나 국방비 비중은 별로 변하지 않고 있다.중국의 경제개혁 성공은 국방비 감축에서 힘입은 바 컸다.북한의 「전쟁위협」 외교술이 한층 상투적이 돼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미국을 제일의 적으로 삼으면서도 내심은 제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80년대 한국의 대중국 정책과 비슷하다.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북한의 체제변혁이 이뤄지는 「소프트 랜딩」이 인근국가들의 바람이나 소프트 랜딩이더라도 체제변화에 따른 북한난민의 한국·일본·중국 등 인근국가 대거유입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한의 붕괴가 임박한 것 같은 전망도 있지만 북한주민은 이념교육이 잘 되어 있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김재영 워싱턴특파원〉
  • The Gay 100/폴 러셀 지음(화제의 책)

    ◎소크라테스·마돈나 등 동성애자 100명 소개 소크라테스·알렉산더대왕·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셰익스피어·차이코프스키·플로렌스 나이팅게일·앙드레 지드·팝가수 마돈나의 공통점은(?)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해답은 동성연애자란 것이다. 소설가이자 교수로 대학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이란 강좌를 맡고 있는 지은이는 기여도가 큰 동성애자 1백명을 골라 순위를 매기고 그 이유를 밝혔다.선정기준은 인류문명발전과 동성애자 정체성확립 두 부문에 얼마나 공헌했느냐는 것.이에 따르면 1위는 「동성애자에게 도덕적 권위를 주고 철학적 지주가 돼온」 소크라테스,2∼3위는 유명한 동성애자인 사포와 오스카 와일드다. 지은이는 『문화가 형성돼가는 것처럼 성에 대한 태도·행위·정체성도 변한다』면서 『역사의 전기간에 걸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성(성)을 가진 사람을 풍부하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해왔다』고 강변한다. 구미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사회평론,이현숙 옮김,2권 각 7천7백원.〈이용원 기자〉
  • 선우중호 제21대 총장 취임사

    ◎“서울대학 「세계의 대학」으로 비상하자”/“「한국학본사」 만들어 국제 학문교류 센터로” 존경하는 동료 교수,교직원 여러분,친애하는 학생 여러분,그리고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빛내주시고 저에게 대학 경영의 경륜을 일깨워 주시기 위해 친히 왕림해주신 존경하옵는 교육부 장관님,전임 총장님,귀빈 여러분. 저는 제21대 서울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면서 저를 신임하여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하고,총장으로서 저의 직분의 일단을 밝히어 여러분의 가르침과 협조를 청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뜻 모아 함께 나아가자 우리 서울대학교가 한국 지성의 최고 전당으로서 한국 사회·문화를 선도하고 인류 문화향상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이 사실은 우리 서울대학교의 자랑이자,우리나라의 자랑입니다.뿐만 아니라 이는 서울대학교가 그 특별한 사명을 항시 자각하고 자강불식할 것을 요구합니다.저는 이제 동료 교수 여러분의 신뢰를 받아 이와 같은 서울대학교의 총장직을 맡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저의 책무가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함을 절감하며 그런 만큼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그러나 저는,개인으로서의 저 자신은 미력하지만,그동안 우리 대학을 탁월하게 이끌어 오셨던 전임 총장님들께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고,서울대학교를 「민족의 대학,세계의 대학」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최고의 지혜를 갖춘 동료 교수·교직원·학생여러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저와 동행하실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무거운 임무 앞에서도 오히려 새로운 힘이 솟구침을 느낍니다. 금년에 우리 서울대학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대한민국 수립보다 2년 먼저 설치된 서울대학교는 현대 학문과 민주 시민 교육의 도장으로서 대한민국발전의 초석이자 중추가 되었습니다.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대략 20만명에 이르는 학사·석사·박사를 배출하였고 이들 우리 동문들은 오늘날 우리사회 각분야의 지도자로 새로운 인류 문화의 창도자로 국내외에서 빼어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현재는 관악과 연건 및 수원 캠퍼스에서 3천여명의 교직원들이 3만여명의 학생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위상에 발맞춰야 대학은 교육기관의 하나이고 교육기관의 역량은 그 배양한 인재들의 탁월성 여부로 판가름된다면 우리대학은 분명히 한국 최고의 대학이요,나아가서 세계 최상급의 대학이며 더구나 이러한 성과가 현대 학문을 새롭게 시작한 신생국의 신생 대학이 거둔 것임을 감안한다면 가히 경탄할 만하다 해야 할 것입니다.이점에서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의 저력과 발전 의지의 표상이며 그만큼 국가적·국민적 성원도 지대하였습니다.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라와 국민들은 「겨레의 대학」 서울대학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었고 그에 대해 우리 서울대 가족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해 보답하고자 진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양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대학은 대학다운 대학이라면 마땅히 수행해야 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한국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가르치고 함께 연구하면서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연구 업적을 그다지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민족의 문화 역사로 보나 국가 경제의 규모로 보나 우리나라는 분명 세계 20대 국가 안에 들며 많은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한국 최고 최대의 대학이라는 우리대학의 수준은 세계 유수대학의 반열에 낄 형편이 못됩니다.어떤 이들은 서울대학이 한국 최고의 대학이 된 것은 당초에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서 그렇지 우수하게 연구하고 우수하게 교육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평합니다.우리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가 대학원 중심대학, 학문 중심의 대학을 표방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만, 우리의 대학원 연구환걍은 학사 과정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상당수의 우수한 학사 졸업자들은 고급학문, 고급문화를 연구하고 익히기 위해 외국유학에 나서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고급인력 유출 맹성 촉구 아직도 우리는 한국의 고급문화를 주도하는 인력양성을 대부분 해외의 이른바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것은 적은 비용 혹은 외국의 비용으로 우리 인력을 빠르게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의 다양한 선진문물을 체험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문화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우리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주체적인 발전에는 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배우기만 해서는 언제나 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민족의 역사와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급 인력을 외국의 교육기관에 의뢰 양성한다는 것은 우리 고유 문화 창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학인은 결코 현상에 안주할 수가 없습니다. ○인류이상 실현 틀안에서 우리 서울대학교는 일찍부터 『학문의 대학,민족의 대학,세계의 대학』을 지향해 오고 있습니다.21세기를 4년 앞둔 시점에서 총장직을 맡은 저는 우리 대학의 이 지향 의지를 더욱 북돋워 대학 경영에 나서려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우선 「학문의 대학」이어야 합니다.주지하다시피 우리 대학은 현대 학문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종합대학입니다.우리는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균형있게,그러면서도 합리적인 진흥 순서를 정해,제한된 비용의 최대 활용성을 살려 육성해 가야 할 것입니다.응용학문 분야의 연구는 사회의 변화와 수요에 능동적으로 부응해야 하고,기초학문 분야의 연구는 오랜 인류 문화의 자산을 발전적으로 승계하면서도 장래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인류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남북문화 화합 다리역을 서울대학교는 또한 「민족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우리 대학은 국립대학이자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명성에 부합하게,국민 정신의 원류이자 향도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저는 학내에 「민족 문화원」을 설립하고 기존의 관련 학과·학부와 도서관,규장각,박물관 등을 연계하여 우리 대학을 명실공히 한국학의 본산으로 만들려 합니다.우리 대학은 더이상 수입 학문의 전시장이나 시장일 수 없습니다.한국학의 확고한 지반 위에서 제학문을 천착할 때 우리 대학은 국제적인 학문 교류의 센터가 될 것입니다.또한 우리는 「민족의 대학」으로서 이북과의 학문적·문화적 교류 방안도 찾아,이질화된 남북 문화를 화합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여 민족 최대의 숙제인 남북 통일 작업에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해 나갈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21세기에는 기필코 「세계의 대학」으로 비상해야 합니다.이를 위해서 우리는 방만해진 학교 조직과 연구·교육 체제를 재정비함은 물론,미비한 학교 시설을 획기적으로 보완하고,태부족인 재원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합니다.우리는 새로이 「서울대학교법」을 제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세계 어디에나 「한국에는 서울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외국의 학자와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유학하여 우리 학문과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우리 대학이 국제적인 학문 교류의 중심이 될 때,그것은 세계 문화를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 문화를 세계 속의 문화로 만들 것입니다.그것만이 무한한 국제 경쟁의 현실에서 나를 지키면서도 남을 이롭게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부터 자세 가다듬자 친애하는 서울대 가족 여러분. 우리 서울대학교가 명실상부하게 「학문의 대학,민족의 대학,세계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의 투철한 사명 의식과 자기 개혁 의지가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그 바탕 위에서만 우리는 더 많은 국가적·국민적 지원을 구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주변의 적지 않은 분들로부터 『현재도 서울대학은 여타 대학에 비해 월등히 좋은 여건을 갖고 있는 만큼,정부나 사회 단체는 대학간의 균형 발전을 고려하여 이제부터는 다른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우리 대학의 연구·교육 여건은 더 이상 국내 최상도 아니며,세계 수준에 견주어서는 비교 수치를 내놓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입니다.우리가 이 시점에서 대도약을 하지 못하면,우리 대학의 장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도 내용없는 얘기가 되고맙니다.우리가 서울대학을 세계 일류 대학으로 키워내야 함은 서울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바로 우리나라의 장래가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이제 우리는 이런 우리의 충심을 전국민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우리의 행실을 가다듬어 전폭적인 협조를 구합시다. 존경하는 동료 교수·교직원 여러분,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지난 50년 동안 우리 대학을 이만큼까지 이끌어 주셨던 분들,앞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으로 진리 탐구에 나선 우리들을 격려해 주실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깊이 새기면서,우리 모두 민족 문화 창달의 주역으로서 『겨레와 함께 미래로』 힘찬 전진을 계속합시다.감사합니다.
  • 국방정책/이양호장관 인터뷰(올해 국정 이렇게)

    ◎“한­미 동맹 축우로 군사외교 다변화”/군사형전위 기능회복 다각 모색/민통선 민간 출입규제 완화 추진 이양호국방부장관은 10일 이경형정치부장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은 46년전 6·25 남침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으며 과거 북한의 행태로 미뤄볼 때 한·미 양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한반도상황을 오판,모험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 군은 완벽한 전면전 수행태세를 유지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발전시키는 등 전쟁억제를 위한 확고한 국방태세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 북한이 전방에 추가배치시킨 전술기나 장거리포가 있습니까. ▲전투기의 배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기지 주변에서 훈련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장사정포는 꾸준히 증강하고 있습니다.전술기 등의 전선배치는 주민통제,대미협상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국방부의 판단은 어떻습니까.우리측이 제공한 식량이 군량미로 비축되고 있다는 증거는 있나요. ▲북한은 자체 곡물생산량만으로도 9개월간 배급이 가능하며 4개월분의 군 비축미 1백20만t의 일부라도 방출하면 식량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우리가 제공한 쌀의 군량미 전환여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나 일반주민과 군 부대가 같은 양곡창고에서 배급받는다는 점으로 미뤄 일부가 군으로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십니까. ○안보의식 강화해야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세대별로 차이가 많습니다.6·25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30∼40대,20대초반의 이른바 신세대들 모두 틀립니다.젊은 층들의 안보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북한은 남한에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다는 전략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지난해 군 출신 두 전직대통령이 구속됐고,이들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됐습니다.이같은 일들로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져 군복을 입고 서울시내를 다니기 힘들어졌다는 푸념조차 있는 데요. ▲밖에서 염려하시는 것처럼 군의 사기저하 같은 일은없다고 봅니다.새정부들어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는 안보 전문집단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대부분의 군인들은 혹한의 날씨에도 묵묵히 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군은 하나회 척결,인사비리 적발 등 개혁작업을 추진했습니다.그러나 진정한 개혁은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데요. ▲사조직정비,방위력개선(율곡)사업과 군수조달업무의 투명성보장,인사비리척결,병무행정쇄신 등 자정노력을 기울였습니다.지난해 10월 경기 파주군 임진강과 충남 부여에 나타난 무장간첩을 완전소탕한 것은 개혁추진의 성과라고 봅니다.군 개혁은 결코 단시일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군은 「정체성」과 「경직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올해초 「능동적인 대북 군사정책을 추진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구체적인 방안은 있습니까.군사 당국자간 회담을 제의할 용의는 없는지요. ○군개혁 지속적 추진 ▲군사 당국자회담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정부간 대화의 한 부분입니다.남북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당국자 대화만 따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지금처럼 남북접촉이 없는 긴장상태가 유지되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전위의 기능회복을 포함해 남북군사접촉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남북대화 재개를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군사직통전화 설치 등 신뢰구축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해나가려는 것입니다. ­3군으로 분리된 우리 군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군 수뇌부를 비롯,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65만의 현재 군 규모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지요. ▲통합군은 바람직한 군 형태이긴 하나 북한이 휴전선에 10개사단을 배치하는 등 남북대치 상황에서 군 구조를 대폭 손질한다거나 군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이같은 군 구조개편과 군 규모 축소문제는 통일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역사바로세우기」의 하나로 전시 및 위기때 군사력의 사용,관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겠다고 했습니다.구체적 방안은 있습니까. ▲군사력은 전쟁억제력 또는 국가보위의 마지막 수단이며 평시 국가가 재난을 당했을 때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됩니다.전시와 위기때 신중한 군사력 사용을 보장하도록 법규와 제도를 종합적으로 정리해나갈 것입니다.계엄법 개정도 이같은 맥락입니다.계엄사령관의 사법·행정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삭제하는 쪽으로 되면 결국 계엄때 군은 치안유지가 주 임무가 될 것입니다. ­민·군관계를 개선하고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군사시설보호 관련 법령의 타당성 검토,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군사보호구역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는 이제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개인들의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은 있겠으나 군사보호구역은 군사목적 외에 부수적으로 그린벨트와 같은 자연보호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올해 우리의 군사외교 방향이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주변국과 협력 모색 ▲냉전이 종식된 뒤 국제관계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주변국의 정세도 유동성이 크고갈등요인도 다양화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한·미 동맹관계를 기본축으로 하여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을 포함한 여러나라들과 적극 협력해 국가이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군사외교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특히 지역 다자간 안보대화,유엔평화유지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한반도의 전쟁억제력 및 유사시 국제적인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선비같은 대인/이국방 회견기/동북아정세 포함 폭넓은 군사정책 암목지녀/국내 최장기 군복무조종사로 기네스북 올라 인자한 선비같지만 무인의 풍모가 온몸에 배어있다.잔잔한 주름 사이로 지모가 번득인다. 이양호국방장관은 몇가지 기록을 갖고있다.공군참모총장 출신으로는 3번째 국방장관이 되었고 합참의장에서 장관에 직행한 행운아로서도 두번째이다. 그보다 더 한 진기록은 국내 최장기 군복무조종사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60년 공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조종사가 된후 34년 9개월을 복무했고 이중 전투비행시간은 3천8백여 시간. 1시간여에 걸친 회견이 끝날 무렵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93년 팀스피리트훈련 때 공군대장으로서 제공호를 몰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하는데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뭔가 미심쩍어 『어디서 탑승하여 어디까지 전투비행을 했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이장관은 재미난다는 듯이 『아마 수원비행장에서 떠서 서해의 작전지역을 돌아봤을거요』라고 대답했다.그래도 석연치 않았다.『다른 조종사도 옆에 있었습니까』고 추궁(?)했다. 그는 『조종간은 내가 잡고 조종을 한거요.당시 부조종사가 뒷좌석에 탔지만 이는 장군은 절대 혼자서 전투기를 탈수 없는 엄격한 군율 때문이지요.과거 미공군장성이 왕년의 실력을 과신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이는 국제불문율로 됐지요』라고 나직이 설명했다. 지난 94년 1월3일자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지는 『1994 위기속의 세계 1백대 세력(인물과 조직)』이라는 신년특집에서 당시 공참총장이었던 그를 7위로 등장시켰다.이 일간지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면사찰과 관련,그는 미국이 평양에 지나치게압력을 가할 경우 북측이 남침할 우려가 있음을 강력히 제기했다고 선정이유를 들었었다. 이 일간지의 기사가 맞느냐고 물었다.김장관은 『그 신문한테 물어봐야죠』며 가볍게 응답한뒤 북한의 군사위협을 비롯,동북아 군사및 안보정세에 관해 소상하게 피력했다.국방장관의 군사정책에 관한 안목이 남북한 대치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한반도를 넘어 동북아,태평양전략과 국제정세까지 넘나들었다. 육군이 주도하는 우리 국방구조에 공참총장출신 장관의 한계를 우려하는 것은 잘못 된 생각임을 알수 있었다.
  • 뉴욕 한인상가(세계속 한인촌 탐방:4)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신화창조/플러싱에 2천곳 밀집·브로드웨이 70% 장악/특유의 근명성으로 업종 다양화… 상권확대 「문화와 예술의 도시」 뉴욕.20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지 뉴욕은 오늘도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그 화려함속에는 한인교포의 꿈과 도전의 역사도 용해돼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한인교포는 너무나 바쁜 생활로 예술과 만날 여유가 없다. 상점을 직접 운영하는 한인교포는 주 6일을 일하고 있으며,심지어 일주일 내내 24시간 영업하는 한인상점도 적지않다.이 때문에 뉴욕이 자랑하는 미술관·공연장·전시장에서 매일 같이 주옥 같은 문화행사가 펼쳐지지만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인은 이민초기 잠안자고 할 수 있는 세탁업·청과업·생선가게등을 하나씩 「점령」하면서 특유의 근면성으로 죽어가는 「뉴욕경기」를 살리는 데 일조를 했다.맨해튼 남부 폴턴어시장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으레 한국교민이다. 한인은 뉴욕지역에 「주 7일 무휴,24시간 영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이다.이런 경우 부부가 12시간씩 맞교대로 가게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 미국인들로부터 『이게 무슨 부부인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70년대 코리아타운 형성 뉴욕시 5개 보로(행정구역으로 뉴욕시속의 작은 시)중에서도 한인이 가장 밀집해 살고 있는 퀸스보로 플러싱에는 밤이 따로 없을 정도로 한인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곳이다.현재 10만여명의 한인이 살고 한인업소 2천여개가 있는 이 지역은 확고한 「한인촌」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이 지역에 한인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77∼78년께로 이민초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 지금의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게 됐던 것.그러나 그 때는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생활권이 다소 나은 지역으로 이주해 갔으나 80년대말에 들어서면서 정착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인근 롱아일랜드나 뉴저지주로 옮겨간 사람들도 주로 한인을 상대로 하는 이곳으로 다시 영업장소를 옮기는 신풍조도 생겨나고 있다.주상권은 메인스트리트,루스벨트애비뉴,유니온스트리트에 형성되고 있으나 점포임대료가 비싸지면서 노던블르바드,니틀네그등 동쪽으로 상권이 확대되고 있다. 한인이 취급하는 업종도 초기에는 주로 세탁업·야채상등이었으나 이제는 업종이 다양화되면서 의류업·미용업·부동산업등 손을 안대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가발도매로 자리잡아 플러싱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곳이 유니온 상가.상점안이나 상점밖이나 모두 한국 사람이다.마치 서울의 한복판에 서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이곳은 의류·식당·제과점·미용·보석·여행사·콜택시·운송업체·오디오점·비디오대여점·유흥업소·부동산·보험등 거의 모든 업종이 총망라돼 있다.13년전에 생긴 이곳 상가는 한인상점수가 1백20여개로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한인업계의 축소판이며 플러싱 코리아타운의 상징이다. 유니온상가는 그러나 한인사회의 불황으로 파격적인 세일상품으로 손님을 끄는 등 대책마련에 한창이다.「왕창세일」,「거꾸로 세일」등의 광고문구가 어지럽다.중국상권이 메인스트리트와 루스벨트애비뉴 서쪽을 조금 잠식했지만 유니온 상가만은 난공불락이다.이곳에서 「우정이네 집」이란 여성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황(56),김한자(53)씨 부부는 『지금은 한인업소끼리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한인업소 천지가 됐다』면서 『경쟁이 심하다 보니 단합이 저해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뉴욕시 중심지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곳중의 하나인 24가와 34가 사이에 늘어선 한인도매상가도 빼놓을 수 없는 한인상권지역이다.언제나 분주한 이곳은 한인 도매·무역업자들이 땀과 꿈을 거름삼아 지난 20여년간 뉴욕한인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곳이다.한인이 처음 시작한 업종은 가발도매업이다.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는 가방·의류·잡화·보석 중심의 도매상가로 재편됐다.80년대 들어 이 지역 빌딩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상권을 잡고 있던 유태인이 물러나고 한인이 본격적으로 진출,상권의 60∼70%를 장악하게 됐다.그러나 이곳도 불황과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90년부터는 한인의 뉴욕도매상권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다. ○한인상권에 중국계 침투 이 지역에서 20년동안 가방도매업과 스포츠라이센스업을 하고 있는 신진상사 김동빈 사장은 『중국계등이 브로드웨이 한인도매상가를 파고 들고 있지만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우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한국상품의 국제적 신뢰성을 잃게 하는 한국 가짜상표 범람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바로 20여년전 한인이 「몸 하나를 밑천으로」유태계나 이탈리아계가 장악하던 청과업계를 점령해가던 현상이 거꾸로 한인상권에 일어나고 있지만 한인도매상인들은 뉴욕의 도매상권을 미래에도 다른 민족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각오를 새기고 있다.한인상가의 불빛은 여전히 밝고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경제안정 바탕 정치적 힘 기를때”/윤용상 퀸스보로 플러싱 한인회장/“2백∼3백명이 투표권 행사” 안타까운 일 미국사회에서 한인이 가장 밀집해 있는 뉴욕 퀸스보로 플러싱의 한인회장 윤용상(56)씨는 『이제 이민 1세는 자녀들이 미국의 중심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갖가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그 지름길의 하나는 정치적으로 신장하고 투표권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회장은 『이민사회에서 미국 정치인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뽑는 힘을 가져야 하는 데 아직 인식이 부족해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플러싱지역만해도 10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으나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고작 2백∼3백명에 불과하다. 한인교포의 유권자등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윤회장은 한인교포사회의 경제적 안정을 정치적 안정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밝히고 『최근 미 이민법이 강화될 움직임과 함께 사회복지혜택의 감소추세가 역력해지자 시민권과 투표권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윤회장은 미주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6월 교포청소년들로 미 보이스카우트 뉴욕연맹산하의 정식 보이스카우트단을 창설했다.그는 『미국 주류사회로 파고들어 갈 수 있는 교육과 지도자양성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78년에 미국으로 이민와 최근까지 교민사회 한국방송사를 운영하기도 한 윤회장은 『이민 1세는 언어장벽과 문화갈등을 극복하며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성공했지만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하고 『이제는 한인교포사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에게 책임을 지을 수 밖에 없지만 그들의 정체성 회의와 정신력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 심슨 재판은 「세기의 서커스」/조지윌(해외논단)

    미국에서 심슨 무죄평결에 대한 법적 타당성 시비와 공박이 만만찮은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의 유명한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4일 「세기의 서커스」란 제목의 글을 통해 무죄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을 맹비난했다.흑인만이 아닌 배심원들 개개인이 독립적인 결론을 내린 끝에 단시간에 만장일치를 끌어냈다는 옹호론에 비춰볼 때 다소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강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 칼럼을 소개한다. 제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나타내지 못하는 사회일수록 과장법이 심하게 마련인데,한낱 서커스에 지나지 않는걸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세기의 재판」인냥 야단법석을 떨어온 심슨재판이 거기에 똑 떨어지는 예다.심슨재판에서 처음부터 심판대에 선 것은 심슨이라기보다는 다름아닌 배심원단 자신들이었다.재판이 다 끝난 지금 배심원단 자신들은 시원한 무죄평결을 받지 못했다. 뛰어난 변호사지만 시민으로선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피고측 핵심 변호사 자니 코크란으로부터 재판정을 정치집회장으로 변질하도록 사주받은 배심원들은 극악한 이중살인에 대해 공정한 평결을 내리는,진부하다면 진부한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정치적으로 부화뇌동하고 말았다.이 배심원단은 인종차별,경찰의 부패 등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남겼는데 배심원으로서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한 잘못된 행동이다. 이 배심원단은 인종문제만 내내 읊어대는 피고측 변호사 손에 놀아날 것이라느니,증거를 둘러싼 논쟁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라느니,심지어 시민적 양심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등 말이 많았지만 이는 물론 인종차별의 색깔이 엿보이는 잘난 척하는 부류의 으스대는 소리로 치부할 수 있다.그런데 배심원단은 막판에 숙고하기를 거부하고 벼락평결을 내버리는 바람에 이같은 의심과 악평을 얼마간 정당화시키고 말았다. 살다 보면 이것인지 저것인지 긴가민가해서 도대체 똑 부러지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숱하지만 심슨의 유죄추정적 측면은 결코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그에게 불리한 유죄적 증거의 9할이 뭔가 미심쩍어서 배척해 버린다 해도 1할은 남고 그걸로써 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단 1할의 증거라도 빈틈없이 서로 잘 맞물린다면 충분할텐데 재판이 갑자기 증거조작 혐의의 백인형사나 사회전반의 결점에 관한 학술토론장으로 변하는 통에 1할 증거들간의 함축적 연관성이 돋보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변호인단은 안하무인으로 배심원들에게 『내 말을 믿을래,네 눈을 믿을래』하고 을러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죄가 있고 없음만을 엄정히 따져야할 형사재판마저 조그만 꼬투리만 생겨도 정치적으로 문제화하려는 극성스러운 풍조에 오염된 결과 배심원들,우리들은 살인을 우습게 여기고 만 것이다. 본래 심슨재판의 의미는 『흑인이 미국에서 과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해묵은 질문이 다시금 새롭게 던져졌다는 데 있었다.그러나 재판이 끝난 지금 누구라도 쏟아부을 돈만 있다면,마치 소인국의 촘촘한 밧줄들이 거인 걸리버를 꼼짝달싹을 못하게 묶어버리듯이 미국의 형사재판 시스템을 칭칭 동여매 움직일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변호인단의 증명이 눈에 띌 따름이다. 이것 못잖게 섬뜩한 사실은 미국의 제도·기구 등 소위 문명적 틀치고 인종중심 사고의 해악에 골병이 들지않는 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민권과 자기정체성 강조의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0여년 동안 소수계 보호 법안,인종별 배분에 의한 특채,「다양성」 숭배물결 등은 「동일집단·같은 패」의 「끼리끼리」 사고를 타기하기는 커녕 시대적 덕목으로 권장해왔다.국가의 많은 정책들마저 개인은 종족이나 인종의 한 부분적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종족·인종 한계를 넘어선 의무는 별로 중요할 게 없다는 정체성 정치학을 가르치는 데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배심원들은 피고인 심슨을 같은 그룹의 일원으로 바라보는 데 눈이 멀어 피해자측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그렇다고 해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한편 이번 기회에 법정 안에 텔레비전 카메라가 설치되는 것을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된다.형사재판 제도를 오락의 한 방편으로 삼는 것이 사회에 이로운 것인지를 따져야 볼 때다.「국민의 알 권리」라는 주문만을 맹목적으로 복창해서는 안된다.가끔 권리 운운의 점잔뺀 목소리 뒤에 엿보기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구경꾼들이 보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보여지는 내용물인 재판 자체가 변했다는 지적을 심슨 재판은 받고 있는데,이 지적이 억지가 아니라면 법정 카메라설치 반대론을 반박할 아무런 타당한 논거가 없다.신성한 형사법정에 카메라 따위가 없게 될 때 전례가 없었던 심슨 서커스는 이와 비슷한 서커스의 향도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 WP지 칼럼니스트>
  • 「아마조네스의 꿈」 주인공 에테역 김수기씨

    ◎“「페미니즘 연극」 자리 잡았죠”/현대사회 찾은 원시여인의 자아회복 그려 『여성을 주요 관객층으로 한 페미니즘 연극은 이제 엄연한 연극장르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그러나 그동안 페미니즘 연극은 남녀간의 적대적 대결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도식화된 스토리에 집착하는 등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온 인상이 짙어요.그런만큼 페미니즘 혹은 여성주의 자체를 제3의 시각에서 엄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자기만의 방」「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이어 세번째로 선보이는 페미니즘 극「아마조네스의 꿈」(14일부터 대학로 인간소극장서 공연)의 주인공 에테 역을 맡은 김수기씨(32·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이 알게 모르게 구조화돼 어느 새 무신경해져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진단한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모순을 낮설게 볼 수 있는 이방인의 시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미국 작가 바바라 워커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 「아마조네스…」는 시공의 블랙홀에 빠져 1995년 서울 근교에 불시착한 원시모계사회의 수나안족 여인(에테)이 생소한 지구문명과 만나면서 진정한 자아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남성중심 사회에 도전하는 여성인류학자,오로지 가족안에서만 자기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전업주부,신분상승을 위해 자신의 성까지 상품화하는 방송리포터 등 다양한 극중인물의 성격대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여성에 가하는 억압과 모순을 형상화한다. 『그동안 여성들은 왜곡된 성문화 속에서 스스로에 내재된 건강한 힘을 거세당한채 움츠러들어만 왔습니다.극중 에테로 상징되는 여성의 원시적인 에너지,그 분노할 수 있는 용기를 자각할때 우리 여성들에겐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연극이론 석사 및 MFA(연기학 예술전문사)과정을 마친뒤 인도로 건너가 「칼라리파이야투」란 고유무술을 연마한 그는 연기이론과 실제를 함께 아우르고 있는 드문 연극인.지난 91년 「한여름밤의 꿈」 미국공연에선 극중극속의 티스비 역을 열연,영화「햄릿」의 멜 깁슨 보다 탁월한 「죽음연기」를 보여줬다는 현지언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 섹스와 젠더(외언내언)

    베이징(북경) 세계 여성회의 「행동강령」 위원회가 드디어 성 표현 용어를 「젠더」(Gender)로 통일 사용키로 결의했다. 앞으로 모든 유엔 공식회의나 문서에서 성을 표현하는 용어를 섹스(sex)로 써서는 안되고 반드시 젠더(Gender)로만 써야 함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75년 첫 회의이래 20여년간 끈질기게 중심 테마로 삼아온 것이 이제야 관철된 것이다.그간 교황청과 가톨릭권 및 회교권 국가에서는 젠더라는 용어를 거부해 왔다. 젠더나 섹스를 우리말 단어로 번역하면 모두 「성」이지만 영어에서는 미묘한 어감 차이가 있고 여성학에서는 보다 큰 뜻의 차이를 두고 있다.섹스는 신체적인 것,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을 지칭한다.젠더는 여자 또는 남자에게 주어진 기질이나 행동등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회적인 의미의 성을 말할 때 쓴다. 미국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1935년 펴낸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에서 섹스를 생물적인 것으로 표현하고 「젠더 행동은 사회적인 행동물」이라는 입장을 표현 한 데서 그 구별이 뚜렷해지게 되었다.젠더라는 용어는 현대로 오면서 사회적으로 부과된 남성·여성 역할과 특질에 대한 구분을 하고자 할 때 자주 언급되고 있다. 서구 여성학계는 인간의 성적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신체구조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사회 문화속에서 만들어 지는 것으로 보자는 입장에서 이 젠더라는 용어를 통용하고 있다. 여성학 명칭도 60년대 「위민즈 스타디즈」(Women’s Studies)에서 오래 전에 「젠더 스타디즈」(Gender Studies)로 바뀌어 졌다.연구분야도 남성에 대한 것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성의 억압이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가부장 사회속에서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억압을 제거하고 양성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발전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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