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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한 전직 장관이 2010년대 장관이 될 때 그의 딸은 직장을 관뒀다. 대기업 계열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들어갔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의 공세로 회사 전체에 신분이 노출됐고 의혹이 뒤따랐다. 딸은 “아빠는 장관이 돼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은 뭐냐”고 항의하고는 유학을 떠났다. 2000년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 전직 장관에게 왜 입각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장관 한 번 하면 됐지 뭐하러 자식들 신상 다 공개되는 인사청문회를 하려느냐’며 극구 반대했다고 답했다. 해외 유학 시절 태어난 자식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 돼야 할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가문의 굴욕이 되곤 한다. 인사청문회가 싫어 장관 후보를 고사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문이다. 2000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으로 시작된 인사청문회 대상은 2005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은 물론 장관 국무위원과 장관급 후보자로 확대됐다. 20년 된 인사청문회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직자들은 행여나 싶어 아들을 군대에 보냈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올해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가짜·부실 학회에 참가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철회됐다. 주무 부처 관련 의혹이나 공직자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은 후보자가 장관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는 유효하다. 후보자들에 따르면 청문회 요청 서류에는 며느리의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4촌 이내 친인척의 해외여행 기록과 경비 출처, 사돈의 성적 증명서 등도 있었다. 후보자들이 낼 수 없는, 아니 내야 할 필요가 없는 서류들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심보는 뭘까. 어차피 임명될 사람,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최대한 흠집을 내보자는 의도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급) 16명의 임명이 강행됐다. 문 대통령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인사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까지 했다. 인사청문회를 우습게 만든,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야당도 어차피 임명될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는지 막판에는 민원성 질의를 쏟아 낸다. 이달 중으로 개각이 발표되고 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의 3기 내각인데 지금까지 행태로 보아 이번 인사청문회도 대단히 지루할 거다. 그간 청와대는 후보자들의 도덕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응답해 국민들에 더 큰 고통을 주었다. 그동안 인사 검증에 실패한 민정수석이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되려나. 그러나 ‘회전문식 인사’가 있는 데다 혹여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답정너’(답이 정해졌으니 너는 답만 해)식 임명 강행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치에만 능하고 미래 비전이나 정책 능력은 없는 장관, 그 장관의 입맛에 맞춘 정책들이 난무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고쳐야 한다. 의원 겸직 장관이 여럿 나왔으니 본인들도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무엇이 가장 아픈지, 무엇이 가장 억울한지 다 알 거다. 공직 수행에 악영향을 피하려면 억울한 내용은 비공개로 하면 어떤가. 현재 인사청문회법에도 후보자 등의 보호를 위한 비공개 청문회 조항이 있다. 이번에 실험해 보자.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청와대가 제시한 병역 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의 7대 원칙은 지킨 후보여야 한다. 국민이 지키는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서야 밀린 세금을 내고,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이 된 뒤에야 주식을 파는 등의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 노릇도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알고도 후보로 내세웠다면 국민에 대한 우롱이요, 몰랐다면 무능이다. 사생활과 정책 수행 능력을 분리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14년 재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사생아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프랑스 국민은 미테랑 전 대통령이 아닌, 이를 보도한 주간지를 비난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높은 도덕성이 정책 수행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은 곤란하다. 추궁과 검증의 내용과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lark3@seoul.co.kr
  • 자녀 등교시키고 수당 1570만원 챙긴 교사

    울산교육청 53건 적발… 징계·환수 근무시간을 허위로 꾸미거나 사적인 일 때문에 늦게 퇴근해 놓고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해 수년간 수천만원을 타내는 등 유·초·중·고교의 회계·행정 부정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0~11월 울산교육청 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총 53건의 부적절한 행위를 적발해 관련자 징계와 금액 환수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례에 따르면 유치원이나 초중고 교사들이 실제 근무를 하거나 수당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각종 수당을 신청해 용돈처럼 챙겨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립고 직원은 자녀 등하교와 학업지도 등으로 학교에 남아 있으면서 일한 것처럼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해 2014~2017년 총 157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학교 직원 3명은 출근 시간도 등록하지 않고 1시간 일찍 출근한 것처럼 꾸며 초과근무수당 430만원을 타냈다. 유치원에서도 부정 비리가 적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3곳의 교사 4명은 국공립유치원보다 보수가 많은 경우 받을 수 없는 교원처우개선비 2880만원을 부정하게 타냈다가 회수 조치를 받았다. 자녀가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자녀 학비보조수당으로 총 495만원을 타낸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3명도 있었다. 한 공립고등학교 교장은 평가 대상기간 중 견책 처분을 받았음에도 성과등급 A를 받아 성과상여금 97만원을 부당하게 받기도 했다. 또 10개 고교에서는 방과후 교사가 결강해 자율학습만 시키고는 교사 235명에게 수당 774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울산교육청은 명확한 근거 없이 1교사 1멘토 지도수당 등 15억원을 일부 학교에 지급하는가 하면 지급 대상이 아닌 교원 23명에게 교직수당을 모두 115만원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사립학교 이사회 운영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한 학교법인에서는 법인 이사가 본인을 학교 행정실장으로 임용하는 ‘셀프 인사’를 하는가 하면 다른 학교법인 2곳은 이사회 정족수가 모자랐음에도 이사 연임을 의결하고, 울산교육청은 이를 승인하기까지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부정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망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트럼프 “개도국 우대 시정”… 韓 또 악재

    韓, 美 제시한 4대 박탈조건 모두 해당 90일 내 진전 없을 땐 일방적 중단 선언 일본 경제보복 이어 통상분야 ‘이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중국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한국도 거론해 한국의 개도국 지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USTR에 경제적 성장을 이뤄 혜택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나라들이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서도 “WTO는 망가졌다. 세계의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개도국을 자청해 WTO의 규정을 피하고 우대를 받고 있다”면서 “더이상은 안 된다. 나는 오늘 USTR에 (그런) 국가들이 미국의 희생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걸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구매력 평가 기준 국내총생산이 10위권에 드는 브루나이와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를 거론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한국과 멕시코, 터키도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시문서에서 중국을 별도로 거론하면서 불공정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출에서의 중국의 탁월한 위상은 저임금 제조업에 따른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첨단기술 제품 수출에서도 현재 세계 1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런 국가들의 OECD 회원국 유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WTO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국제여론전을 본격화한 한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WTO 개도국 지위 문제를 거론한 것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뮬러 “트럼프 퇴임 후 기소될 수도”

    뮬러 “트럼프 퇴임 후 기소될 수도”

    美하원서 공개 증언… 트럼프 “가짜뉴스” 스모킹건 없어… “백악관·공화 의기양양”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24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기소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고 맞받아쳤다. 뮬러 전 특검은 이날 오전 시작된 청문회에서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부정행위 혐의를 완전히 벗겨 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뮬러 전 특검이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이날 청문회는 미 주요 방송이 생중계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증언은 이날 법사위와 정보위 등 두 위원회에서 6시간가량 진행됐다. 뮬러 전 특검은 “대통령은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언받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맞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웨스트버지니아주로 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은 무죄를 입증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퇴임 후 기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뮬러 전 특검은 “법무부 정책 및 공정성 원칙에 따라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는다는 미 법무부 규정상 그의 기소를 위한 범죄 성립 여부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뮬러 전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죄 활동에 연루시키는 매우 불리한 증언’을 했다며 ‘승리’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과 공화당은 뮬러 전 특검의 김빠진 성과에 의기양양해했다”고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천재의 조건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천재의 조건

    영화 ‘굿 윌 헌팅’은 수학 천재 이야기다. 보스턴 빈민가의 노동자인 20살 청년 윌 헌팅(맷 데이먼 분)은 난해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취미다. 윌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이 대학 수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수학자인 램보 교수는 학생들을 시험하기 위해 교실 밖 복도 게시판에 난해한 수학 문제를 출제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정답을 칠판에 쓴다. 캠퍼스 전체가 술렁거린다. 다들 누군지 궁금해하지만 알 길이 없다. 어느 날 램보 교수가 복도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윌을 목격한다. MIT 수학과 교수들도 못 푸는 문제를 애들 장난처럼 쉽게 풀어 내는 천재 수학자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영화는 허구다. 하지만 수학, 음악, 체스(바둑)에서는 이런 천재가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의 분야는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향상되는 데 반해 이 세 분야에는 항상 신동(神童)이 출현한다. 나이는 오히려 장애물이다. 15살에 스승 조훈현을 꺾고 정상에 오른 바둑 천재 이창호, 12살에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임을 혼자 깨친 파스칼, 5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 등이 떠오른다. 이 세 분야는 ‘일상생활의 경험’을 겪기 이전의 동심(童心)이 어른의 경험을 능가하곤 한다. 어린 나이가 천재의 조건인 셈이다. 세계적 체스 거장이 대회 도중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정행위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돼 화제다(서울신문 7월 14일자). 만 58살인 라우시스는 1992년에 연맹의 최상위 선수 칭호인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수년간 라트비아, 방글라데시, 체코의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체스는 30대 이후에는 기량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만큼 젊은 두뇌 스포츠다. 그런 분야에서 60을 바라보는 선수가 프랑스 파리 스트라스부르 오픈에서 경기 도중에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연맹 관계자에게 적발된 것이다. 왕년의 천재가 부정행위로 늙음을 버티려다 무너진 사건이지만, 천재의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 사건이기도 하다. 2005년 여름에 만난 이 유쾌한 아이들도 천재라 부르고 싶다. 보는 이에게 순수한 기쁨을 안겨주는, 어른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비범한 능력자들이기에.
  • 독수리 등에 올라탄 작은 새…알고보니 공격 중

    독수리 등에 올라탄 작은 새…알고보니 공격 중

    날개를 펴 봐야 30㎝밖에 안 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커다란 맹금류를 공격하는 보기 드문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 아마추어 자연 사진작가 제이슨 매카시는 최근 미네소타 중심부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자연 사진을 찍다가 매력적인 피사체를 만났다. 그건 바로 흔히 붉은어깨검정새로 불리는 검정깃찌르레기(학명 Agelaius phoeniceus) 수컷 한 마리가 커다란 흰머리수리를 먼저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그는 나중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진은 마치 작은 새가 커다란 새 등 위에 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운 좋게 얻은 이 멋진 사진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런데 그의 사진을 본 많은 네티즌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포토샵을 사용해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그는 곧 바로 “포토샵은 절대로 쓰지 않았다”면서 “그건 부정행위”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사진을 본 조류 전문가들은 그의 사진이 진짜일 것이라고 지지했다. 왜냐하면 이 새는 실제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매카시에 따르면, 자신이 재니스라고 이름 붙인 어미 흰머리수리가 새끼 수리들에게 먹이를 가져가는 중에 작은 새 영역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작은 새는 침입자를 추적해 발톱으로 공격했지만, 커다란 새에게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는 못한 모양이다. 상황을 파악한 어미 수리가 날아가는 속도를 높이자 작은 새가 공격을 중단했다고 매카시는 설명했다. 사실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큰 새와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작은 새는 이 종뿐만이 아니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까치나 왕산적딱새속(Kingbird·학명 Tyrannus) 새들 역시 흰머리수리 등 맹금류가 들어와도 주저하지 않고 공격한다고 야생동물보호단체 오듀본협회 측은 설명했다. 물론 공격당한 새들의 경우 반격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피해가 없어 무시하고 넘어갈 때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이슨 매카시/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산형 준공영제 혁신 로드맵 마련.. .편의성 제고 등 3대 전략 18개

    부산형 준공영제 혁신 로드맵 마련.. .편의성 제고 등 3대 전략 18개

    오시장은 이에따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해 부정과 비리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는 고강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시민 편의성 제고와 투명성,공공성 강화, 효율성 향상 등 준공영제 본연의 시행 취지를 살려 시민의 신뢰를 받는 제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는 3대 전략 18개 추진과제에 따라 시정의 모든 역량을 총 집중해 하부산형 준공영제 실현을 위한 고강도 혁신을 추진한다. 우선 시민 편의성 제고를 위해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다.부산을 4개 권역(북·서·중·동부산권)으로 나눠 도시철도와 시내버스가 중복되는 노선을 대폭 조정해 도시철도 중심의 시내버스 노선으로 개편한다. 또 버스회사들이 운행을 기피하는 비수익 노선 등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줄이고 는 노선 입찰제를 시범도입할 예정이다. 투명성·공공성 강화는 전국 최초로 부산시, 버스조합· 버스 회사,금융기관간 회계 공유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입·출금 내역 확인을 가능하도록해 회계부정을 근원적으로 차단한다. 경영부실과 비리업체 등에는 공익이사를 파견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과 감독을 강화한다. 신규 채용, 임직원 현황, 수입?지출 현황 등 주요경영 정보를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시민소통 채널을 운영해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했다. 운송비용 유용 등 부정행위 적발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준공영제 퇴출 등 고강도 제재 규정을 담은 협약서와 조례 제정 등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다. 효율성 강화를 위해 버스업체 경영개선을 통한 운송비용 절감분의 일정액을 수익으로 인정해 운송원가 절감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중소규모 업체들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해 관리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경영 효율성 향상을 추진하도록 하고 재정지원금의 한도액을 설정해 업체의 책임경영을 촉구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전문가 토론회, 교통정책 시민참여단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 및 논의를 거쳐 노·사·민·정이 공감하는 혁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신뢰가 바탕이 된 준공영제 혁신을 통해 시민들에게 품격 있는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산형 준공영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국가자격시험 부정 근절”… 제도 개선 추진

    부정 대처 ‘위기대응추진단’ 상시 운영 업무 담당자 부정 처벌법은 국회 계류 최근 국가자격시험 관련 부정행위를 뿌리 뽑고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16일 공단에 따르면 올해 총 24건의 부정행위 제보가 접수됐고 이 중에서 2건은 수사를 의뢰했다. 공단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2017년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부정행위 사건’ 이후다. 2017년 9월 시험장 관리위원인 A씨가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시험지를 몰래 빼돌려 팩스로 전기학원 원장인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유출된 시험지를 전국 7개 전기학원 원장과 인터넷 카페 운영자 C씨에게 전달했고, C씨는 시험 문제를 곧바로 풀이해 수험생 200여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이후 공단은 온라인 부정신고센터를 설치했고 내·외부 인식 전환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국가자격의 공신력을 낮추는 부정행위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구축했다. 국가자격 관련 부정행위나 사고에 빠른 대처를 하고자 상설 기구인 ‘위기대응추진단’도 새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차량기술사 필기시험에서 문제 유출 의혹이 나왔고, 같은 달 이·미용장 감독위원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부정행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동만 공단 이사장은 “계속적인 부정행위 근절 노력에도 아직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아쉽다”면서 “공단이 인지한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내·외부 관계자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무관용 원칙’에 따라 먼저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단은 국가기술자격 검정업무 종사자, 감독위원 등 관련 업무를 맡는 사람이 부정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명문화(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세계적 체스 거장, 화장실서 휴대전화 부정행위

    세계적 체스 거장, 화장실서 휴대전화 부정행위

    세계 최상위급 체스 선수가 대회 중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정행위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1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유럽 언론은 국제체스연맹을 인용해 경찰이 ‘그랜드마스터’ 이고스 라우시스를 체포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맹은 지난 12일 트위터에서 “라우시스의 모든 증거가 윤리위원회에 제출됐으며 우리는 체스 부정행위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 58세인 라우시스는 1992년에 연맹의 최상위 선수 칭호인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수년간 라트비아와 방글라데시, 체코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체스는 30대 이후에는 기량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할 만큼 젊은 두뇌 스포츠다. 그런 분야에서 중년의 라우시스가 연맹의 그랜드마스터 수준 점수인 2500점 안팎에 도달했을 때 세계 체스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6년 뒤 무려 2700점대에 도달했다. 현재 2686점으로 세계 랭킹 53위를 달리고 있으며, 100위권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순위권에서 나이로 그의 바로 뒤를 따르는 선수도 무려 7살이 어릴 정도다. 젊은 스타들이 장악한 경기에서 중년에 그랜드마스터를 초월하는 수준으로 뛰어오른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라, 그는 항상 부정행위 의심을 샀다. 영국 그랜드마스터 대니 고멀리와 인터내셔널마스터 로렌스 트렌스는 지난해 라우시스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에서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연맹 페어플레이 위원회의 유리 가렛은 이날 “컴퓨터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고안한 통계학적 프로그램이 라우시스의 비정상적 성과에 대해 경고한 뒤로 우리 관계자들은 몇 달동안 선수 한 명을 가까이 따라다녔다”고 밝혔다. 그 뒤 라우시스는 프랑스 파리 스트라스부르 오픈에 참가, 상금 1000 유로(약 133만원)가 걸린 경기 도중 연맹 관계자에게 적발됐다.그는 화장실 칸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 봤으며, 이 모습이 사진으로 촬영됐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AI) 체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관계자에게 적발된 뒤 그는 화장실 칸에 두고 나온 휴대전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라우시스는 웹사이트에 “경기 중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라면서 “나는 이미 마지막 체스 게임을 했다”고 적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미 VS 이란 IAEA 대격돌...트럼프 대이란 추가제재 꺼내나

    미 VS 이란 IAEA 대격돌...트럼프 대이란 추가제재 꺼내나

    미국과 이란이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긴급 집행이사회에서 정면 충동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서 뿌리깊은 불신을 노골적으로 나타냈고, 이란은 핵합의를 지켰는데도 미국이 가학적인 불법 제재에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재키 월컷 IAEA 주재 미대사는 이날 “미국은 새로운 핵합의를 위해 선행조건 없이 협상할 준비가 됐다”면서 “이란에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런 협상이지 ‘핵 협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월컷 대사는 “국제사회는 최근 벌인 도발(핵합의 이행 축소)로 이란이 이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정행위가 보상받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란이 이득을 얻는 데 성공하면 그들의 요구와 도발은 더 커질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카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대사는 “(미국) 제재의 결과가 희생이 크고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이것은 전쟁의 무기이자 침략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면서 “경제 제재는 표면적 목표와 달리 서민에 대한 연좌제이고 인간성에 대한 범죄로 여겨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아바디 대사는 이어 “미국은 일방적 불법 제재를 다른 나라의 주권과 사유 재산을 강압하는 수단으로 쓰는 가학적 성향이 있다”면서 “반드시 이를 끝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낀 유럽연합(EU)은 IAEA 이사회에 낸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를 다시 지켜야 한다”라면서도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유감을 표하며 국제사회가 핵합의 이행을 방해하는 어떤 일도 삼가기를 요청한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지난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지난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해’ 존 케리(전 미 국무장관)와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만든 1500억 달러짜리 협상(핵합의)을 완전히 어겼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바디 대사는 “우리는 숨길 게 아무 것도 없다”라며 “이란의 핵활동 하나하나를 IAEA가 사찰한다”라고 반박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인하대 공대, 부정행위로 몸살…18명 무더기 징계

    인하대 공대, 부정행위로 몸살…18명 무더기 징계

    가담 안 한 학생들 “징계 가볍다” 검찰 고발 인하대 공대 학생들이 최근 기말고사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무더기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자수한 점 등을 참작해 F학점 처리, 봉사명령, 반성문 제출 등의 징계를 내렸지만 다른 학생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27일 인하대에 따르면 지난 10일 공대 모 학과 학생 35명이 치른 전공필수과목 1학기 기말고사에서 18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들은 담당 교수가 2개의 교실을 오가며 시험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틈을 타 주변 친구들과 답을 공유하거나 시험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뒤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기말고사 중 부정행위가 논란이 됐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1·2학년생 18명은 시험 다음날인 지난 11일과 12일 소속 학과 사무실을 찾아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공대 상벌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들에게 해당 과목을 F학점으로 처리하고 올해 2학기 교내 봉사명령을 내리는 한편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들 중 일부는 학교 측의 징계 처분이 규정에 비춰 지나치게 가볍다며 상벌위원회의 재의결을 요구했다. 또 부정행위 학생들을 업무방해죄로 인천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인하대 학생상벌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시험 중 부정행위자에 대해 ‘앞·뒤를 넘겨보는 행위’는 근신, ‘사전준비·시험지 교환’은 유기정학, ‘대리시험’은 무기정학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이 대부분 1학년이고, 본인 스스로 자수한 점과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과거 징계 사례와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합숙 17일… 공시 문제 낼 땐 배우자가 출산해도 못 나가요

    합숙 17일… 공시 문제 낼 땐 배우자가 출산해도 못 나가요

    경기 과천시 중앙동의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고시센터. 44만 공시생의 최대 관심사인 공무원시험 문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365일 철통 보안이 지켜지는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바로 출제위원이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장비를 제출하는 순간 비로소 본격적인 시험문제 출제가 시작된다. 9급 공채 기준 합숙은 준비 기간까지 총 17일. 2주 안팎 동안 출제위원뿐만 아니라 안에서 만들어진 쓰레기 하나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답답해도 어쩔 수 없다. 시험문제는 보안과 공정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시험 문제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사처 시험출제과 직원의 입을 통해 국가고시센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들여다봤다.●전문가가 출제하고 합격자가 재검토 18일 인사처에 따르면 공시 문제는 우선 선정위원이 출제한 뒤 재검토요원이 난도와 오류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선정위원은 대학교수 등 해당 분야 전문가가 맡는다. 재검토요원은 전년도 시험 합격자가 주로 위촉된다. 인사처는 문제은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리 문제를 비축해 뒀다가 시험을 앞두고 가져다 쓴다. 센터에 입소한 선정위원들은 문제은행을 샅샅이 살펴 이번 시험에 낼 만한 문제를 고른다. 센터 서고에 비치된 자료들을 활용해 문제에 이상은 없는지 검증도 한다.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지와 문제 자체의 오류, 적절성 등을 살핀다. 이렇게 검증을 마친 문제는 재검토요원이 다시 한 번 풀어본다. 전문가가 아닌 수험생의 관점에서 확인해 보려는 취지다. 교과 과정에서 벗어났거나 지나치게 지엽적이어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수험생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이 단계에서 걸러진다. 이렇게 문제가 선별되면 시험지에 인쇄해 모의 테스트를 한다. 재검토요원들은 실제 시험장과 같은 분위기에서 수험생의 마음으로 문제를 받아든다. 문제를 잘못 이해할 소지가 있는지, 편집은 제대로 됐는지 등을 꼼꼼히 살핀다. 재검토요원과 인사처 시험출제과 직원들이 다같이 시험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 읽는 ‘읽기 교정’도 한다. 앞선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책형 변환’을 한다. 실제 수험생이 풀게 될 문제지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시험지를 A·B형으로 나눈다. 책형 변환 뒤 읽기 교정을 한 번 더 하고 나면 모든 검토가 끝난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시험지는 철저한 보안 속에 외부에 있는 인쇄소로 옮겨진다. 식사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동안 모든 위원들은 출제와 검증, 검토 작업에 매달린다. 한창 바쁠 땐 새벽 2~3시까지도 업무가 이어진다. ●CCTV 24시간 감시·1시간마다 센터 순찰 시험문제는 보안이 생명이다. 선정위원과 재검토요원 등 시험문제 출제위원들은 휴대전화를 비롯해 어떠한 통신 장비도 사용할 수 없다. 이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로 생활하며 밖으로 전화도 할 수 없다. 출제 기간에는 배우자가 출산을 해도 외출할 수 없다. 부모상(喪)을 당했을 때나 인사처 직원, 보안 요원과 함께 장례식장에 갈 수 있을 뿐이다. 센터 안에서 만들어진 작은 메모지나 쓰레기도 출제 기간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센터 내부는 폐쇄회로(CC)TV로 24시간 감시한다. 보안 요원이 1시간에 한 번씩 센터 전체를 순찰한다. 처음 경험하는 낯선 환경에 출제위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출제위원 A씨는 “스마트폰이 없으니 너무 불안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외부와 단절돼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단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는 출제위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런 환경을 되레 즐기는 이도 있다. 출제위원 B씨는 “잠시나마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해서 좋다”고 전했다. 평소 집안일에 시달렸다는 출제위원 C씨는 “잠시나마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무척 좋다”고 말했다. 나이 어린 요원들이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출제위원들의 쾌적한 생활을 지원하고자 주방팀·청소팀이 함께 합숙한다”면서 “주방팀은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고자 식단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엽적 문제 지양” 가이드라인만 줄 뿐 인사처에 따르면 9급 공채 기준 선정위원은 과목별로 2~8명씩 총 100명 정도다. 재검토요원은 50명 규모다. 인사처는 문제 출제와 선정을 위해 공시 전 과목에서 약 1만 4000명의 전문가풀을 확보하고 있다. 시험 때마다 이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위원을 고른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선정위원은 매번 바뀌는 게 원칙이다. 간혹 여러 번 참여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사처는 선정위원에게 ‘지엽적인 문제가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준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어떤 문제를 낼 것인지는 전적으로 선정위원의 몫이다. 그렇다면 흔히 학원가에서 분석하는 것처럼 인사처 출제 시험문제에는 트렌드가 존재할까. 인사처 관계자는 “올해 어떤 시험문제가 나와야 하는지를 미리 정한 뒤 선정위원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시험에 뭔가 출제 경향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기출문제들을 분석해 끼워 맞추기 식으로 말을 만든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강인 계속 보고싶은데”…U-20 대표팀 병역특례 어떻게 될까?

    “이강인 계속 보고싶은데”…U-20 대표팀 병역특례 어떻게 될까?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대표팀의 병역 미필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강인(발렌시아)과 방탄소년단 등 예체능 분야가 해외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자연스럽게 예술·체육분야 병역특례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에 대해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이 올린 ‘U-20 청소년 대표팀의 병역혜택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현재 9000여 명이 넘게 공감했다. 청원글은 “선수들이 U-20 청소년 월드컵 결승에 오른다면 병역혜택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선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해야 하지만 현 병역법상 U-20 월드컵은 면제 대상이 아니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에 따르면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에게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거친 뒤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병역을 마친다.때문에 현재 제도상으로는 U-20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선 추후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거나 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U-20 대표팀이 연일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면서 이들에게 병역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6일 예정된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는다면 이런 주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일단 국방부는 “현행 법령상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체육대회에 U-20 월드컵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병역특례 인정 문제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정책의 신뢰성 및 국민적 공감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현재 U-20 축구 대표팀에 대한 병역특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현재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애초 일부 병역 혜택을 입었던 선수들이 허위 봉사실적을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발생했던 배경에서 규정 개정을 추진됐던 탓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예술·체육요원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역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도 종목별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만의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종이 건강보험증 신청자만 받는다

    앞으로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잘 쓰지 않는 건강보험증 발급에 매년 60억여원이 낭비되고 있어 12일부터 신청자에게만 건강보험증을 주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모든 가입자에게, 심지어 직장을 옮겨 자격이 변동됐을 때도 건강보험증을 발급했다. 해마다 2000만건 이상 건강보험증을 발급하고 우편으로 보내는 데 60억원이 들었다. 지난해에도 2171만장의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면서 62억 1000만원을 썼다. 2013~2017년에 발급된 건강보험증은 모두 1억 183만장으로, 303억 70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발급한 건강보험증을 실제로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 신분증으로 간단히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필요한 사람에게만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면 연간 52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행정력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에선 대여·도용 등의 문제가 많았던 건강보험증이 사라지면 남의 건강보험증을 몰래 사용해 치료받는 부정행위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신분증 확인조차 거치지 않는 의료기관이 대다수여서 뚜렷한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과 대한병원협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병원 입원환자의 신분증 확인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NYT “‘세월호 5주기…한국 여객선 여전히 부정부패에 취약” 비판

    NYT “‘세월호 5주기…한국 여객선 여전히 부정부패에 취약” 비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에서 안전 관련 법령이 강화됐지만 여행객과 통근자를 실어나르는 여객선은 여전히 부정과 부패에 취약하다고 10일(현지시간) 평가했다. NYT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익을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문화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며 각종 법안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이익을 내세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만연하다고 전했다. 세월호는 참사 당시 허용된 중량의 2배 가량의 화물을 불법으로 적재하며 침몰 위험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선박에 싣기 직전 트럭의 중량을 측정하기 위해 항구에 관련 장비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으나 정부는 비용과 공간부족, 적재 시간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권고를 무시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참사 직후 정부가 개정한 새 규정에 따라 선박에 적재되는 트럭은 정부 허가를 받은 측정소에서 중량 측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트럭들은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이 지난해 2주간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트럭을 비밀리에 감시한 결과, 모두 21대의 트럭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고 항구 주변에서 화물을 추가로 적재하고 나서 중량 측정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트럭이 신고한 화물 중량과 실제 중량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경은 또 정부 허가를 받은 트럭 화물 중량측정소 2곳의 관리들이 중량을 측정하지도 않은 채 최소 4명의 트럭 운전자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준 사실을 적발했다. 또 지난해 화물 취급 회사의 관리자가 1400건 이상의 화물 중량 증명서를 조작한 것을 찾아내기도 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럭 운전사 몇 명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선박이 과적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많은 화물이 동시에 화물 중량을 속인다면, 그리고 그 트럭들이 선박 상층부에 실린다면, 그러다 갑자기 큰 파도라도 만난다면 어떻게 되겠냐”면서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배가 전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주요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 들어가는 트럭을 무작위로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이동식 측정장비를 통해 트럭 117대를 불시 점검했으나 부정행위자는 적발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검사관들이 해운회사로 구성된 이익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다는 점, 선적 직전에 트럭 중량을 독립적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없다는 점 등이 화물 중량을 속이는 부정행위가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사안전연구실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사건 후 많은 변화와 개선 조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기업과 관리자들이 이익에 앞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안전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학비리 척결”… 팔 걷은 교육부

    교육부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사학비리·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두 달간 사립학교 부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 교육부는 10일부터 오는 8월 9일까지를 ‘사학비리·부패특별 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국민권익위 서울·세종 종합민원사무소에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 하반기 사학비리 척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고 대상은 교비를 교육 목적 외 사용한 횡령이나 회계 부정, 이사장이 자격이 없는 친족 등을 교직원으로 채용하는 특혜 채용, 입학·성적 관련 부정 청탁 등 사립학교 및 학교법인과 관련된 부패·공익침해 행위와 부정청탁 행위 전체다. 국민권익위와 교육부는 접수된 신고에 대해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에 감사 또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신고는 국민권익위 서울·세종 종합민원사무소 방문이나 우편, 청렴포털(www.clean.go.kr),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및 국민권익위 홈페이지(www.acrc.go.kr)를 통해 할 수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학판 숙명여고’ 서울과기대 교수 불구속 기소

    ‘대학판 숙명여고’ 서울과기대 교수 불구속 기소

    다른 교수 강의 포트폴리오 빌려 아들에 제공 편입학 비리·부정채점 의혹은 ‘혐의없음’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과학기술대의 학사·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아들에게 성적 혜택을 줬다고 의심 받아온 교수가 불구속 기소됐다. 이 교수는 아들이 수강하는 과목 교수에게서 수업 포트폴리오를 빌린 뒤 이를 아들에게 제공해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 또 같은 학교 교직원은 딸의 조교 채용을 교수들에게 청탁해 결국 그의 딸이 1등 성적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은 27일 서울과기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이모(62)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및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교직원의 부탁을 받아 조교 채용 비리를 저지른 교수 2명도 허위공문서작성 및 위계공무집행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혹 제기로 처음 불거졌다. 교수 이씨가 자신의 아들을 같은 학교에 편입학시킨 뒤 자신이 개설한 강의 8개에서 모두 A+ 학점을 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같은 학교의 교직원이 자신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과정에 개입해 특혜 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감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 결과, 교수 이씨 아들에 대한 편입학 비리, 부정채점 의혹은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검찰 관계자는 “편입학 답안지를 검토한 결과, 부정행위나 잘못된 채점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들 이모씨가 시험 유출 없이 치른 다른 과목에서도 A+를 상당히 많이 받은 등 실제로 점수가 상당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은 교수 이씨가 2014년 6~9월 동안 아들이 수강한 다른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의 강의 포트폴리오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해당 교수에게 “외부 강의에 참고하겠다”고 속여 자료를 받고서 포트폴리오를 아들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아들이 치른 4회의 해당 교수 강의 시험에서 포트폴리오 시험문제 중 50~72%가 재출제됐다. 또 같은 학교 교직원 김모(51)씨가 친분에 기대어 교수들에게 자녀의 조교 채용을 부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담당 교수들은 2017년 2월 김씨의 딸에게 면접 심사 최고점을 주고, 담당직원을 시켜 채용 시험에서 1등이 되도록 필기점수를 높게 주라고 지시했다. 결국, 김씨의 딸은 최종 1등으로 조교에 채용됐다. 검찰은 담당 교수 차모(51)씨와 최모(59)씨 2명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딸의 조교채용을 청탁한 직원 김씨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을 부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으로 범행을 꾸미고 진행한 공모나 기여한 바가 없었다”면서 “계좌추적 등 관련 수사에서 금전 거래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검찰조사에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는 거라고 주장했는데 맞나요?”(검사), “네, 맞습니다.”(쌍둥이 자매 중 첫째) -“아직도 아버지가 재판받는 이유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 국회의원, 교육감 세력이 이 모든 상황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검사), “무슨 취지로 말씀하시는 건지 다시 한 번 물어봐주시겠습니까?”(쌍둥이 자매 중 둘째) 지난달 23일 아버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둥이들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또박또박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랐는데 왜 자신들을 모함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부터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검찰이 지적하면 의심스러운 정황들에 대해서도 아주 똑부러지게 반박을 해냈습니다.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달 뒤인 23일 현씨는 시험답안을 쌍둥이들에게 유출해 성적을 올리게 한 혐의(업무방해)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 “각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정기고사에서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모든 수업 내용을 녹음해 복기를 하며 열심히 복습을 했고, 쌍둥이 자매이기에 선생님들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취합해 결국 뛰어난 내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쌍둥이 자매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월 17일 재판준비절차를 거쳐 2월 12일부터 시작된 현씨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그리고 유죄로 인정된 판결 내용을 통해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을 돌아볼까 합니다. ●‘내신 지옥’ 숙명여고서 121등→1등 가능?…변호인 “원래 잘하던 아이들 공부 열심히 해” ‘내신 성적 경쟁이 매우 치열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숙명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인문계 1등과 자연계 1등을 차지했다.’ 일부 학부모들과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작된 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교육청의 감사, 경찰 및 검찰 조사를 거쳐 급기야 현씨는 구속됐고 쌍둥이 자매는 학교를 떠나게 됐습니다. 1학년 1학기 전체 459명 중 121등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한 학기 만에 종합 석차 전체 5등과 2등으로 성적이 급격히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두 자매가 문과 1등과 이과 1등이 된 것인데요. 시험 문제 한두 개 차이로도 내신 등급이 갈린다는 숙명여고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 과정 내내 현씨의 변호인은 자매들이 대치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A등급 상위권이었고, 숙명여고에서 내신 성적을 위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집중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원래도 공부를 잘 하는 데다 엄청난 노력을 더했으니 아무리 숙명여고라도 쌍둥이들의 성적이 급격히 뛸 수 있었다는 거죠.그런데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폭으로 성적이 오른 것부터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아무리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열심히 했다한들 어떻게 1학년 1학기 중상위권에 있던 성적이 동시에 1학년 2학기부터 최상위권으로 오르냐는 겁니다. 내신 성적이 그렇게 갑자기 확 오르는 사이 모의고사 성적은 그 상승폭 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학생의 기초실력의 지표로 꼽히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성적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2학기 내신성적, 2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1학년 9월 모의고사, 2학년 3월 모의고사를 비교했는데요. 첫째인 A학생의 경우 1학년 1학기 국어과목 석차가 82등에서 2학기에 7등으로, 다음해 1학기에 1등으로 올랐는데 모의고사는 1학년 9월 130등에서 2학년 3월 301등이 됐습니다. 수학과목 내신석차는 1학년 1학기 265등에서 2학기에 갑자기 4등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학과목은 모의고사도 300등에서 96등으로 성적이 올랐습니다. 둘째 B학생은 국어가 1학년 2학기 101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올랐는데, 비슷한 기간 모의고사는 68등에서 459등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폭 성적 오른 쌍둥이… “모의고사 성적은 안 올라” 재판부는 “물론 통상적인 학생의 경우를 전제할 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아니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수 있어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성적의 차이가 결정적인 부정행위의 정황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어 “지문 독해력이 중요한 국어 과목,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과목 등에 한정해 본다면 교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는 자매의 교내 정기고사 및 국어 및 수학과목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사이에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면서 “교내 정기고사 성적이 진정하게 실력에 기한 것인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임에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재판에는 숙명여고 선생님들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주로 쌍둥이 자매의 ‘답’이 쟁점이 됐는데요. 수사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정정 전 오답’을 쌍둥이 자매들이 똑같이 써서 똑같이 오답 처리가 된 것들이 있었고, 수학이나 물리 과목에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풀이과정이 전혀 없거나 어떤 문제는 풀이과정이 잘못됐는데 답을 맞게 쓴 문제들이 있었던 겁니다. 검찰은 각 과목을 출제한 교사들에게 풀이과정을 적지 않고 답안 도출이 가능한 것인지, 애초에 제출한 답안을 정정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물었습니다. 시험문제를 낸 교사들에게 논란이 된 문제들을 직접 풀어보고 풀이과정을 설명하라고 해 교사들이 5분 남짓 여러 개의 시험문제를 직접 풀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물리Ⅰ 과목의 경우 오히려 배점이 낮은 쉬운 문제에는 풀이과정이 있는 반면 교사가 “풀이과정이 없이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목한 어려운 문제들에는 문제를 푼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도 만점을 받았거든요. 수학Ⅱ 과목에서는 중간 수식 전개가 없이 풀이과정의 일부만 시험지에 적혀 있었는데 답을 써낸 것도 있었습니다. ●판사 “오류 줄일 수 있는 풀이과정 없어…천재 아니면 불가능” 재판부는 “풀이과정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면서 “최상위권 학생으로서는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풀이과정을 어느정도 기재하게 되고, 암산을 할 경우 오류의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과 성적을 경쟁하는 학생이 암산 방법을 고집하며 오로지 암산에 의존해 풀이과정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들의 진술에도, 상식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은 B양이 교사들을 비롯한 일반인의 상식을 넘는 천재일 가능성인데 압수된 시험지 등에 의하면 1학년 1학기에는 대체로 풀이과정을 기재했고 만점을 받지도 않았다”며 “선천적인 천재가 아닌 사람이 단지 공부를 하여 후천적으로 약 1년 만에 오로지 암산만 하여 물리과목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을 넘는 천재적인 실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쌍둥이 자매들이 시험지와 메모장에 아주 작고 연한 글씨로 ‘13324, 54414’ 등으로 ‘깨알 정답’ 숫자를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시험이 끝나고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험이 끝난 학생에게는 자신이 푼 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자신이 그 과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가 훨씬 중요한데 바로 채점하지 않고 숫자부터 받아적을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부 숫자 나열은 중간에 끊겼는데, 정답을 받아적다 멈춘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깨알 정답’과 ‘정정 전 정답’은 가장 의심을 키운 정황들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한 듯 합니다. 일부 문제에선 시험지에 복수정답 3개를 맞게 표시해놓고 정정 전 정답인 2개에만 체크를 하는 등 오히려 정정 전 정답 대로 표기하느라 틀린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교육현장 신뢰 바닥…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도 발생” 결국 재판부는 ①현씨가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답안 등 출제서류 접근 가능성, ②현씨의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기간 무렵의 의심스러운 행적, ③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④쌍둥이 자매들이 시험 과정에서 남긴 의심스러운 흔적들을 근거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교사들이 각 과목의 시험지나 답안 등 시험 관련 서류를 모두 교무부장인 현씨가 받은 뒤 결재라인에 있었던 점과 1학년 2학기부터 시험 며칠 전쯤 현씨가 교무실에 혼자 남아있는 시간들이 있었고, 그것을 야간근무나 주말근무에 등록하지 않은 점, 현씨의 자리 바로 뒤에 출제서류를 보관한 금고가 있었는데 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현씨가 교무부장이 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점도 모두 시험답안에 접근해 유출한 정황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매우 크다”면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투명성·공정성이 높게 요구되는 고등학교 내부 성적처리에 대해 숙명여고 뿐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다. 이어 “국민의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모습도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현씨에게 유리한 점으로 언급한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내부 정기고사 성적의 비중과 위상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시행 과정이나 성적 처리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은 정밀하게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은 대목입니다. 재판부는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퇴학돼 학적을 갖기 어렵게 됐고 학생으로서의 일상생활도 잃어버리는 등 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가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구형했는데 이보다는 적은 형을 선고하게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왜 중국이 보복대상 됐나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왜 중국이 보복대상 됐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발생한 선거 불복 시위 불똥이 중국으로 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1일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발생한 야권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로 6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부상당한 데 이어 시위 진압에 중국 경찰이 가담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퍼진 가짜뉴스의 내용은 시위 참여자들이 중국에서 온 경찰에게 총살당했다는 것이다. 밝은 피부색에 마스크를 한 중국 경찰이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하고 인도네시아에 와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반중국 메시지의 확산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22일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법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면 징역형에 처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55.5%로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 불복 시위를 지하드(성전)라 부르며 중국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는 것도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압둘 가니(33)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남부에서 지하드에 참여하고자 내 돈을 쓰고 자카르타까지 왔다”며 “우리 형제가 중국 경찰의 총에 사망했다는 것을 믿으며, 조국이 혼돈과 가난에 빠져 외세에 침탈당하는 것을 스스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항상 우리의 고통을 이용했다며 수하르토 정권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중국을 보스로 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장성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인 야당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는 44.50%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정부·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3일 헌법재판소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22일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그는 “당신들의 지도자를 믿어라. 우린 법적, 헌법적 채널을 통해 투쟁하고 있다”면서 “당국 역시 현명히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 우리는 모두 나라를 위해 최선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중국 인구는 2억 6000만명 가운데 약 300만명으로 매우 적은 숫자지만 이미 1998년 반중 테러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지라 자카르타 거주 중국인들은 소요 사태가 나자 불안에 떨고 있다. 21년 전 일어난 반중 테러로 약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중국인이 소유한 가게, 집, 개인 등이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중국인들은 대만으로 도피했다. 한 인도네시아 거주 중국인은 “지금 상황이 1998년 5월의 반중 소요사태와 비슷하지만 현재는 경찰이 시위를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반중 감정은 1700년대 네덜란드 식민통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깊은 악습이다. 네덜란드 식민통치 기간 식민 정부는 중국인을 토착민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고용해 큰 부를 안겨줬다. 현재 자카르타에 17세기 초에 동인도회사를 세웠던 네덜란드는 돈벌이에 능했던 중국인들을 이용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인들은 중간착취자가 됐다. 1998년까지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했던 수하르토 정권도 공산주의 탄압을 빌미로 중국인을 30만명 이상 학살했다. 인구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부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질시와 반감의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역사의 변곡점마다 수난을 당했다. 인권운동가 안드레아스 하르손은 “인도네시아의 반중 감정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아서 1740년 바타비아 대학살을 포함해 1945~46년, 1965~68년, 1998년까지 여러 차례 중국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딸들에 문제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1심 중형…“교육 신뢰 저하”

    ‘딸들에 문제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1심 중형…“교육 신뢰 저하”

    쌍둥이 딸에게 사전에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선고공판을 열고 현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재학생인 딸들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실제로 쌍둥이 딸은 1학년 1학기 당시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을 기록했지만, 2학년 1학기 때 각각 이·문과 전교 1등을 달성해 학부모들의 의심을 샀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 뿐”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의 정기고사 답안에 대한 접근 가능성 △정기고사를 앞둔 현씨의 의심스러운 행적 △딸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딸들의 의심스러운 행적 등 4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서류의 결재권자이고, 자신의 자리 바로 뒤 금고에 출제서류를 보관하는 데다 그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만큼 언제든 문제와 답안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현씨는 정기고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주말 출근을 하거나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면서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금고를 열어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쌍둥이 딸이 정기고사 성적과 달리 모의고사나 학원 등급평가에서는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고교 3학년이 아니면 모의고사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런 성적 차이를 결정적인 부정행위 정황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문을 독해하는 국어나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등 과목에 한정해도 정기고사는 교내 최상위권인데 비해 모의고사 등의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풀이 과정도 없이 고난도 문제의 정답을 적거나, 서술형 답안에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을 교사의 정답과 똑같이 적거나,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틀린 사실 등은 두 딸의 의심스러운 행적으로 꼽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딸들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추인된다”고 밝혔다. 쌍둥이 딸은 현재 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고교 내부의 성적 처리에 대해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고,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모습도 보여 죄질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치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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