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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동 “정책실패 반성 않는 자세 고쳐야”

    김태동 “정책실패 반성 않는 자세 고쳐야”

    최근 ‘시장주의자를 반시장주의자로 내몰고 있다.’며 경제 관료들을 빗대 쓴소리를 내뱉았던 금융통화위원회 김태동 위원이 “관료들의 속성은 반시장주의자이며,시장주의자와 반시장주의자(관료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며 관료들을 향해 재차 직격탄을 쏘았다.지난 17일 그를 만나 최근 모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관료들에 대한 시각을 다시 물어봤다. 김 위원이 말하는 ‘시장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김 위원은 “시장을 아는 사람,시장을 보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런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배운 건 시장경제뿐이고 아는 것도 시장경제인 경제학자들과 경제전문가들,그리고 시장참여자들이 그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경제 관료들은 시장주의자가 아니냐고 묻자 “시장주의자와 반시장주의자(관료주의)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경제관료들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반시장주의적이냐고 되묻자 “외환위기가 이를 확인했고,카드사태가 이를 재확인해줬다.”고 답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카드위기의 공통점은 관료들이 시장을 무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는 국민소득 1만달러를 지키기 위해 달러당 800원대를 지나치게 고집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카드위기도 금융시장에 대한 기초적 이해부족에서 출발했으며,특히 LG카드 사태는 경쟁사가 경쟁사를 지원한 꼴이며,이는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료가 반시장주의자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물론 관료들 개인적으로는 똑똑하고 유능하지만,관료집단이라는 틀속에 갇히면 인사권자인 윗사람만 무서워하고,시장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관료주의가 퇴행해 가는데 반해 이웃 일본과 우리나라는 관료주의가 더 득세하고 있어 이는 분명 반시장적인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관료들은 지금까지 각종 정책실패에 대해 반성한 적이 없다며 반성론도 거론했다.외환위기나 카드위기 때도 정책적 실패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없었고,그때마다 ‘시장’에 잘못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경기침체의 해법과 관련해서도 경기부양을 떠들면 마치 ‘시장주의자이자 성장론자’인 것처럼 비치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정·금융·환율정책은 경기변동을 조정하는 안정화대책일 뿐,성장정책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제도개혁 정책,산업정책,과학기술정책 등을 성장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제도개혁 정책은 기득권측의 반발로 마치 분배를 주장하는 것으로 잘못 비쳐지고,경기부양을 거론하면 성장론자로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경기부양책 자체도 시장을 못믿는 반시장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해서는 “투기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고,주택시장의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정책을 완화해 투기꾼을 비호하는 것은 시장친화적이라는 얘기냐.”며 주택거래신고제를 옹호했다. 김 위원은 “시장은 관료의 재량보다는 시장의 규율에 의해 움직여야 하고,이를 위해 관료들의 독점적인 정책생산에 시장주의자들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료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폐쇄적인 관료집단의 조직이기주의 문화를 지적한 것”이라며 “관료들이 시장을 더 무서워하고,잘못된 정책실패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17)마이카 붐의 허와 실

    [차이나 리포트 2004] (17)마이카 붐의 허와 실

    올 들어 중국의 마이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2003년 승용차 생산량이 전년보다 배가 늘어난 200만대를 넘어서면서 막연히 보고서 전망치 속에 갇혀 있던 마이카 시대는 광저우(廣州),상하이(上海) 등 연해지역의 고소득 도시와 베이징(北京),톈진(天津),선양(瀋陽),다롄(大連) 등 기타 주요 도시에도 도래하게 됐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말 국내외 모든 자동차 전문예측기관은 중국 주요도시의 자동차 대중화 또는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의 시작을 2005년쯤으로 전망했다.WTO 가입 당시 중국의 수입 승용차 관세는 80%에 달했으나,2006년에는 25%로 하락해 국산 승용차 가격하락을 유도,주요 연해도시에서 마이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당초 예측이었다. ●너무 일찍 찾아온 마이카 시대 최근 통계에 의하면 현재 베이징의 자가용 보유대수는 128만대로 해마다 27만대씩 늘고 있다.상하이의 자가용 보유대수도 25만대로 연간 50% 이상 급증하고 있다.2001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승용차와 개인용 차량 보급이 늘어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90년대 자동차 수요의 대부분을 점유하던 ‘관용차’의 퇴장이다.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는 상하이기차(SAIC)와 독일 폴크스바겐 합작사인 상하이VW에서 1984년부터 생산한 배기량 1800∼2000㏄급 승용차인 싼타나(Santana)의 경우 90년대 생산된 200만대 중 70%가 관용차로 구매된 바 있다.2000년부터 중국정부는 예산절감과 기구축소를 목적으로 ‘관용차’와 기사제도를 없애고,관용차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해당 공무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해 자가용을 사서 스스로 운전하도록 유도했다.관용차 제도의 개혁은 각 부처 국유기업으로 확산됐다.그 결과 2001년 자가용 보유대수가 770만대에서 불과 2년 만인 2003년에는 58.3%가 늘어나 1219만대에 달하게 됐다. 둘째는 정부의 승용차 구입장려 정책이다.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할부금융을 통해 개인의 승용차 구매를 장려한 점이다.국유 상업은행의 자동차 대출은 1999년 말부터 허용됐으며,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15만위안(약 2250만원)이 넘는 배기량 2000㏄급 승용차의 경우 차 값의 최대 90%를 최장 5년 4.5% 금리로 대출받아 살 수 있다. ●늘어나는 자동차의 명암 자동차의 급격한 대중화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실대출의 증가다.중국정부는 2004년 초부터 철강·부동산·자동차 등 일부 투자과열 산업에 대해 강력한 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여기에는 자동차 대출도 포함돼 있다. 2004년 5월31일 중국 언론에는 다소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다.2003년 11월 말 현재 자동차 대출잔액은 1800억위안이 넘었으며 이중 은행이 자체적으로 회수불능 판정을 내린 대출잔액은 52.5%인 945억위안에 달한다는 것이다.2003년 말 중국이 밝힌 주요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총액은 2조 1100억위안.이중 무려 4.5%가 불과 3년 전에 시작된 ‘신생’ 자동차 대출에서 초래된 불량자산이라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개인신용평가제도 부재를 들 수 있다.중국은 아직 전국적인 통합 전산망을 통해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이 시기 자동차 판매영업소의 광고문구는 ‘당신의 한달 월급으로 자가용을 마련하세요.’였을 정도다.결국 상환능력이 없는 월소득 5000위안(75만원) 정도의 소비자가 A은행에서 대출로 차를 구매하고,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A은행에 돌아오는 것은 가치가 떨어져 팔리지도 않을 압류 중고차뿐이다.도덕적 해이에 빠진 소비자는 A은행에서는 신용불량자이지만,다시 B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새 차를 구매하는 악순환이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마이카 시대의 도래로 중국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도로망 부족과 자동차 문화 부재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다.자전거와 뒤엉킨 도로 위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일상화된 중국내 주요 도시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는 불가피해 보인다.경력이 오래된 택시기사나 회사 기사들이 새로 나온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나서 ‘초보 운전자’를 피해 다니는 일은 베이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2003년 10만 4000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중국은 자동차 사망자 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구조적인 문제점과 향후 전망 중국 자동차산업 하면 단골 메뉴로 여러 회의나 보고서에 등장하는 말이 ‘중복 투자’다.이는 연간 생산규모 444만대의 중국에 완성차 메이커는 96개사에 달한다는 점이며,이중 기본적인 규모의 경제 시현이 가능한 연산 100만대급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상하이기차,중국일기 등 2대 그룹은 연간 80만대 규모이나,1사당 생산량을 단순 계산하면 4만 6000대라는 결과가 나온다.이렇듯 31개 각 성(省),시(市)에 자동차 메이커가 분산돼 있고,이들 지방정부는 모두 자동차산업을 지역 육성전략 산업으로 지정,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이러한 산업적·지역적 연유로 중국의 마이카 붐은 앞으로도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전망이다.자동차 불량대출의 경우 중국 중앙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출기한 단축과 대출비중의 축소에 불과하다.급기야 가장 많은 자동차 대출 불량자산을 보유한 농업은행은 올 8월부터 개인용 자동차 대출을 중지했다.그럼에도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중국의 마이카 붐은 다소 문제점이 많은 조급함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그러나 한국 돈으로 1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보다는,그 10%에 불과한 자동차를 먼저 사겠다는 중국인 동료와 결혼식까지 미루어가며 ‘찜’해 두었던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그의 또 다른 친구들이 하루하루 거대한 소비군으로 자라나고 있는 한 중국에서의 진정한 ‘마이카 붐’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베이징 김동하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dhkim@posri.re.kr ■ 빈부격차로 계급갈등 심화 |베이징 이석우특파원|심화되는 빈부격차로 중국사회에 빨간 불이 켜졌다.이로 인해 계급간 적대감이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빈부격차가 고스란히 세습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사회과학원 사회과학연구소 리웨이(李) 박사는 “후진타오·원자바오의 신 정부는 전과 달리 인민내부의 계급간 모순을 언급하면서 그 심각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1995년 무렵부터 계급간 긴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이어 “권력유착을 통한 축재와 불로소득의 척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압력이 커가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안후이성 부성장 왕화이중(王懷忠) 사형선고,랴오닝성 부성장 류커톈(劉克田) 면직 및 사법심사,선전시 전 부시장 왕쥐(王炬) 20년형 등 고위급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사법처리도 이같은 사회적 압력에 부응하기 위한 공산당의 안간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간 계층은 엷고 부자·빈자로 구성된 양극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사회불안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지난해 상하이의 경우 18%의 소비지출 증가는 자동차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조사결과도 부익부 빈익빈의 진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혁·개방 이후 사회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과 관련,리 박사는 노동자계급의 급격한 지위하락을 꼽았다.“노동자계급이 영도하는 나라란 과거 헌법규정은 역사책에만 남아 있지요.어느 특정계급에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장쩌민 전 주석이 퇴임 직전 헌법에 삽입한 3개 대표론도 기업가 등 전국민,전계층이 나라의 주인임을 명시한 것입니다.” 중국 사회는 제도상 혁명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호구제도의 폐지가 그것.리 박사는 “정부가 호구제의 전면 폐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올해나 내년 중에는 결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도시민과 농민이란 이원적 호적제도에 따라 자유로운 거주이전을 막아 왔는데 열린 사회로의 진전이 이뤄지면서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농촌 등 다른 지역에서 대도시로 유입돼 온 부모들의 자녀들도 호구제란 제도로 인해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자녀 교육을 위해선 한 학기에 600∼800위안가량의 학비를 납부해야 한다.농민의 자녀,호구를 얻지 못한 저소득 전입 인구의 자녀들은 돈을 내지 못해 의무교육의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리 박사는 호구문제가 해결돼도 “재정문제를 감안할 때 향후 10년 안에 외래 유입자의 자녀들이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곤 세습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사회주의 초급단계론’에 기초를 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진전이 남미처럼 엷은 중간계층에 부자와 빈자로 양분된 양극 계층구조로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wlee@seoul.co.kr
  • 투기지역 부분해제 이르면 이달말부터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7일 현재 시·군·구 단위로 묶여 있는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 신고지역 중 주택가격이 안정된 지역에 대해,이르면 이달 말부터 동(洞)단위로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종합부동산세의 부과대상을 최소화하고,당초 6억원이었던 정부의 과표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당정은 이날 이해찬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당정 정책조정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기업과 관련된 규제를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조치하겠다.”면서 “8월 말까지 민간 전문가 25인과 정부 인사 25인으로 구성된 규제개혁단을 구성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병엽 제3정조위원장은 “주택·토지가격이 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규제를 신축적으로 완화하지만,주택가격 안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자는 것인만큼 대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메트로 의회]재산세인하 소급 조례 논란

    [메트로 의회]재산세인하 소급 조례 논란

    지방의회가 이미 이뤄진 행정절차에 대해 소급적용을 위한 조례안을 제정하는 것은 정당한가. 최근 서울 양천구와 경기도 성남시,구리시 등이 올해 건물분 재산세율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제정,이를 소급 적용해 재산세를 환급해 주기로 한 것은 행정상,법률상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서울 양천구의 경우 의회가 지난달 29일 임시회를 통해 ‘재산세율 20% 감면안’을 통과시켰다.이 조례는 지난 6월1일자로 이미 부과된 올해 재산세부터 소급 적용키로 한 것이다. 양천구의회 이후 성남시,구리시 등에서도 재산세 감면을 위한 조례안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혀 조세정책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조례안에 대한 소급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법률적으로 하자없다” 주장 이 같은 지방의회의 조례안 소급적용은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양천구는 “일단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천구 총무과 법무팀 박종균씨는 “재산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 위한 조례안 제정 당시 5명의 고문변호사를 통해 법률적 근거를 찾는 등 검토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양천구가 주장하는 법률적 근거는 1983년 4월26일자 대법원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례를 꼽고 있다.당시 대법원은 “조세의무를 감경하는 세법조항에 대해서는 조세공평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소급효가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양천구는 이번 정부의 재산세부과방식 변경은 단순히 조세문제가 아니라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조치인 만큼 자치단체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소급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김태호 전문위원도 “지방세법 188조에 의거, 자치단체가 50%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조례안 소급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재의요구 권고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행자부 등 광역자치단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우선 양천구가 주장하는 대법원 판례는 법인세에 해당되는 것이지 지방세인 재산세와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급 입법은 불가능한 데다 ‘과세’라는 행정행위가 이뤄진 뒤 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조세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지난 6일 양천구에 ‘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라.’는 권고공문을 발송했다.경기도는 “세무행정의 공신력과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성남시,구리시에 재의를 권고하고 행정소송 등 법적 검토작업에 나섰다.”며 역시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법부 판단에 맡겨질 공산 커 특히 지방세제를 관장하는 행자부는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소송이나 재의요구도 직접 할 수 없는 입장이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결국 재산세를 둘러싼 소급적용 조례안의 타당성 여부는 행정소송 등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경제 비전 빠진 8·15경축사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8·15 경축사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려워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연초부터 지속해온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민생회복 노력이 머지않아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낙관론을 견지했다.그러면서 지나친 비관과 불안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종래의 지적을 되풀이했다.이것이 국민들이 절박하게 기대하고 있는 경제난 해결과 관련한 메시지의 전부였다.당면 현안인 민생문제와 경제 살리기에 보다 더 구체적인 해법 제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8·15 경축사가 갖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서민들이 고물가와 실질소득 감소,극심한 내수 부진 등으로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는 만큼 노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손에 와닿는 해법과 비전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지금 대통령이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장 심리 안정에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렇게 해야만 광복절이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의미있는 경축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그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언급보다는 지난 13일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공언한 ‘합리적 부양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국민과 시장에 알렸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주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정부 정책 노선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다.한마디로 믿고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처방도 이미 제시돼 있다.남은 것은 정책 당국의 선택과 의지다.그것은 바로 노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기도 하다.따라서 우리는 여권이 고위 당정회의 등을 통해 부동산 정책이나 고유가 등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처방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방향타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시장은 지금 노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다.
  • 저금리 후폭풍…단기자금 388조 “갈곳 없네”

    저금리 후폭풍…단기자금 388조 “갈곳 없네”

    시중자금이 넘쳐나지만 갈 곳이 없다.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반면 콜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 내리면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행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지난 13일에는 10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연 4.19%)마저 미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연 4.25%)보다 떨어졌다.국내외 장기금리가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이러다 보니 국내에서 돈을 굴릴 데가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이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금융불안의 또다른 요인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장단기금리 첫 역전 지난 6월말 현재 은행·투신사·종금사 등 주요 금융기관 수신자금의 월평균 잔액은 791조 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388조 8000억원이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이다.이른바 시중에 떠다니는 부동자금이 전체의 절반(49.1%)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물론 자금결제,물품구입,송금 등을 위한 일시 대기성 자금도 적잖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은행권의 수신금리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시중자금의 부동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수신금리 추이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실질금리가 올 1월 0.75%,2월 0.72%,6월 0.23%로 떨어지다가 7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됐다.은행의 수신금리 외에도 시장금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달 4.08%로 집계돼 같은 달 물가상승률(4.4%)을 감안하면 마이너스에 돌입했다.8월 물가상승률이 4%대를 벗어나기 힘들고,국고채 수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어 마이너스 폭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신권 대안되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계정에서 6조 5375억원이 빠져 나갔고,대신 투신사에는 6조 8345억원이 들어왔다.이 지표만으로 은행권에서 투신권으로 모두 빠져 나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투신권에 돈이 몰리는 것은 투신권의 펀드 운용에 따른 수익률이 은행의 수신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투신권에 유입된 자금도 주식형 채권보다는 단기 수신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나 단기채권투자신탁 등에 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꼬를 터줘야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이 기업의 자금조달 역할을 맡는 증시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배당의 주식관련 상품 개발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하나은행 배문환 부장은 “돈이 갈 곳이 없으면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쏠리거나 해외로 투자처를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LG증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다 보니 싼 금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며 “비과세 장기금융상품 개발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금융통화위원회 김태동 위원은 “최근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금리 시대에 만들어진 이자소득세 16.5%(주민세 포함)를 감면해 주는 등 감면정책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콜금리 인하 ‘약발 논쟁’

    콜금리 인하 ‘약발 논쟁’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콜금리 목표를 3.5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경기부양이라는 정책의도가 과연 제대로 달성될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전문가들의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가 앞으로 오랫동안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약발보다는 심리적 안정에 무게 한은은 콜금리 목표를 낮춤으로써 소비와 투자 활성화 같은 ‘교과서적 효과’ 외에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높일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한은은 이번 인하폭과 같은 수준의 대출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연간으로 쳐서 1조 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계산했다.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일부에서 물가상승과 부동산투기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한은의 조치를 반겼다. 반면 13일 하나증권은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투자의 활성화나 자금의 증시유입 등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다만,당국의 경기부양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투자심리는 다소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삼성증권은 “금리인하의 내수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하반기 수출기업의 이익축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인하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건스탠리 앤디 시에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이날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한국 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통화적 부양책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약세를 전환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급등)의 위험도 여전하다.”고 밝혔다.이들은 “금리인하는 내수경기 부진과 싸우는 대신 물가상승은 감수하겠다는 뜻”이라면서 “그러나 한국경제는 제조업 공동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여러 분기 동안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앞다퉈 금리인하 콜금리 목표 인하에 따라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낮추는 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외환은행은 이날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우리은행도 이날 수시입출식 예금인 MMDA 우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오는 16일 정기예금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조흥은행은 16일부터 MMDA 금리를 최고 0.25%포인트 인하한다.제일은행도 17일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내린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상당수가 양도성예금증서(CD) 등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실세금리 하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seoul.co.kr
  • 與 경제인에 혼나고 野는 민생회복 나섰다

    與 경제인에 혼나고 野는 민생회복 나섰다

    ■경제인에 혼난 與 정치권이 왜 정쟁이란 ‘마약’을 끊고 민생 경제에 전념해야 하는지를 13일 여당 지도부와 무역업계 대표들의 간담회는 여실히 보여줬다. 한푼의 이윤이라도 남기기 위해 험한 해외시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 노(老)사업가들은 고담준론이 체질화된 여당의 실력자들 앞에서 거침없이 ‘뼈있는 말’을 쏟아냈는데,사실상 훈계조로 들릴 만큼 날카로웠고 작심(作心)이 묻어 있었다.평소 여의도에서 온갖 비생산적인 정쟁의 담론에 빠져 ‘경제는 선택과목’ 정도로 치부해온 듯한 정치인들로서는 수치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업계대표들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의례적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쓴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먼저 남덕물산 용을식 회장이 답답하다는 듯 “이번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왔으니 일본과 유럽 등 주요 국가 의원들과 협력관계를 빨리 구축해달라.”고 호소했다.이어 “요즘 장사가 안돼 죽겠다는 소리가 많은데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에서 기업인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해달라.”고 주문했다. 남영산업 문희정 사장은 “요즘 미국 사업가들을 만나면 ‘장사는 친구와 하는 법이다.’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국가간에 우호가 돈독해야 사업도 된다는 뜻이다.”며 한·미 관계 개선을 당부,여당 의원들을 긴장시켰다.미래와사람 안군준 회장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요즘 화물연대측이 다시 ‘정부가 타협안을 이행치 않고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니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외국에 가보면 우리 정치권의 불협화음이나 노조의 과격한 모습 등 부정적 면만 클로즈업되고 있다.”면서 “외국이 신뢰할 만한 안정적인 모습을 여당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은 “수출이 잘 되려면 국회가 미래지향적이고 세계 흐름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면서 “특히 크게 요동치고 있는 중국에 모든 의원들이 다만 2∼3일만이라도 가봤으면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민생회복 나선 野 한달 가까이 국가정체성 논란을 이끌어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3일 ‘민생 회복’을 외치며 무게중심을 ‘경제’로 옮기기 시작했다.유승민·심재엽·윤건영·이혜훈 의원 등 당내 경제 전문가를 불러모아 ‘민생점검회의’를 열었다.경제 위기를 타파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 대표는 회의 서두에서 민생경제 챙기기와 국가정체성 논란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그는 “국민과 기업가가 불안해 하는데 아무리 사정하고 협박을 한들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냐.”면서 “나라의 기본을 흔드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은 것이 정쟁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인 여러분도 과거 정치와 비교를 해봐라.장외 투쟁,국회 보이콧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여권의 답을 기다리는게 정쟁이냐.”고 쏘아붙였다.임태희 대변인은 이를 두고 “박 대표로서는 야당이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던졌고,이를 정쟁으로 모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구체적인 정책을 따지고 여권의 정체성을 점검하자는 것이 박 대표의 의지”라고 전했다.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외형상으로는 ‘외연 확대’로 비쳐졌지만 한편으론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즉 방향 선회를 의미하는 측면도 있다.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시간 넘게 격론을 벌여 현 경제 상황을 “여권이 추진 중인 수조원의 재정지출 확대나 콜금리 인하 등 단기 부양책으로 해결하기 힘든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 혁신 ▲선별적 감세정책 추진 ▲공공요금 동결 내지 인하 ▲공공부문 고용 확대 ▲부동산세제 완급 조절 등 9가지 정책을 정부 여당에 제안했다.국제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과 특소세,중소기업 법인세 추가 인하 등 서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혜택도 포함시켰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이같은 회의를 정례화시키기로 했다.분기별로 경제 동향의 큰 흐름은 경제통인 윤건영 의원이 분석하고,당 정책위는 각종 정책을 마련해 지원 사격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집주인들 대상 전세반환금 2000만원 대출

    집주인들 대상 전세반환금 2000만원 대출

    생활보호 대상자는 아니지만 생활이 사실상 어려운 잠재빈곤층(차상위 계층) 30만∼40만명이 11월부터 정부미를 시중가격의 절반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또 세입자에게 내줄 전세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들을 대상으로 이달말부터 1인당 2000만원까지 ‘역(逆) 전세난 지원자금’을 담보대출해 준다.휴대전화 기본요금이 내달 1일부터 1000원 내리며,부동산을 사고팔 때 내는 취득·등록세율(현행 5.8%)도 내년 7월쯤 인하된다.정부는 1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6차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도 37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이 극빈층과 차상위계층으로 연결되는 등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각 소득계층별로 위기상황과 증후군을 심도있게 연구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일부에서 우리 정부내에 시장파와 개혁파가 있고 이들 사이의 의견대립으로 정책갈등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강조하는 내용이 다를 뿐,정부는 체계를 잡고 잘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에 따르면 휴대전화 기본요금과 함께 유선전화로 휴대전화에 거는 요금도 2.2% 인하된다.중증 장애가 아니어서 장애수당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14만명도 내년 1월부터는 장애 정도에 관계없이 무조건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농촌주택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때 지원해주는 융자금 금리도 현행 연 5.0∼5.5%에서 4% 수준으로 인하된다.예정대로 청년실업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오는 10월부터 1년간 ‘청년고용촉진 장려금’(중소기업 월 60만원,대기업 45만원)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한편,정부는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에너지 절약시설을 갖추는 기업에 한해 투자비의 10%(현행 7%)를 세금에서 깎아주기로 했다. 안미현 구혜영기자 hyun@seoul.co.kr
  • 경제정책 축 ‘이정우→이헌재’

    경제정책 축 ‘이정우→이헌재’

    “경기부양책 자체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취해야 마땅하나 다만 큰 부작용을 가져올 미봉적 부양책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12일 연세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 발언이다.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이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낮아진 듯하다.물론 그는 “무리한 경기부양은 당장 한숨을 돌릴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정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시장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이 부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상적인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이 위원장이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에게 쏠려 있던 경제정책 파워가 이 부총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이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부동산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면서 정책기획위원회가 맡던 부동산대책 창구를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세제·지방세·공급과 수요·금융 등의 부동산 관련 거시 대책을 맡도록 했다.종합부동산세제 보완도 지시했다.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인 ‘10·29 대책’을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이 위원장으로서는 맥이 빠졌을 것으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 부동산 정책 창구를 바꾼 것은 종합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부동산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이 위원장의 정책이 단편적이고 균형되지 못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민간위원들은 노 대통령 앞에서 “최근 부동산 대책이 가격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거래를 상당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정부 부처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위원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지나치게 몰고 가다간 건설경기를 위축시켜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이 위원장에게 파워가 집중되면서 이 부총리가 ‘못해 먹겠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입장이 반전됐다.하지만 아직 경제정책의 완전한 파워 이동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이 부총리는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이 위원장의 뒤에는 여권내 386세력이 버티고 있다.시장주의자와 개혁주의자들의 힘겨루기라는 얘기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데스크 시각] 붉은 깃발법을 아시나요/홍성추 산업부장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왜 자동차 산업이 번성하지 못했을까.많은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그 중에서 연세대 정갑영 교수가 최근 한 강연에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고 한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붉은 깃발법은 1865년 영국에서 자동차산업이 태동할 무렵,기존의 이해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즉,한 대의 자동차 운행에 3명의 운전기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제도였다.말을 타고 한 사람은 전방 55m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가 오고 있다고 소리치는 임무였고,다른 한 사람은 후방 55m에서 자동차가 지나갔다고 붉은 깃발을 흔드는 일을 맡았던 것이다. 30년 동안 존속된 이 법으로 인해 기존 업자외에는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결국 신기술 개발이 이어지지 않았고 신종 자본가는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지나친 보호와 규제가 나라의 산업운명까지 갈라놓은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미국 뉴욕의 ‘할렘가’ 역시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임대료가 폭등하자 뉴욕주 의회는 아파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만 추가하여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건물주가 세입자를 마음대로 쫓아낼 수도 없도록 했다.건물주들이 아파트 자체는 물론 그 주변까지 방치한 결과,‘슬럼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1920년 실시된 미국의 ‘금주법’이 마피아 조직을 급성장시킨 발판이 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내렸던 점유율 하한선 조치도 결국은 한 회사만 초우량기업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SK텔레콤이 신세기 통신과 합병할 때 시장 점유율을 52% 이하로 묶어놓았다.후발 이동통신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어떠한가.SKT는 이 룰을 지키기 위해 연체를 발생시키는 불량 가입자를 강제로 퇴출시키면서 신규 우량가입자를 확보했다.결국 시장점유율은 52%를 지켰지만 수익률은 전체 시장의 57%를 웃돌아 SKT를 초우량기업으로 만들어 준 꼴이 됐다. 70년대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해 자장면 가격을 동결시키자 업자들은 ‘삼선자장’이나 ‘간자장’을 만들어 물가억제책을 피해나갔다.예식장 이용료를 규제하자 드레스나 식당 이용 등을 끼워팔아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피해를 안겨줬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당경쟁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진입규제책을 내놓았다.부작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인허가제를 양산했다.결과는 과잉투자를 불러일으켰고 부정부패를 조장했다. 수요억제(투기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분양가 규제가 공급 축소를 불러왔고,나중엔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는 풍선과 같은 것이다.한 쪽을 누르면 한 쪽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지금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규제와 정책을 혼돈하는 경우가 없는지 말이다. IMF환란 때 나라를 살리는 정책이라고 외쳤던 ‘빅딜정책’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빅딜만이 우리 경제를 회생시킨다고 소리쳤던 위정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현 정부의 대형 정책들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적어도 붉은 깃발법이나 금주법과 같은 세계 경제사의 실패사례로,후학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홍성추 산업부장 sch8@seoul.co.kr
  • 콜금리 인하 배경·효과

    콜금리 인하 배경·효과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는 조치였다.시장 전문가들은 예외없이 이날 아침까지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한은이 시장을 상대로 ‘깜짝쇼’를 연출했다는 비판이 일자 박승 한은 총재는 “2년 전에 콜금리를 내릴 때 시그널(신호)을 미리 보냈더니 ‘통화정책은 미리 말하는 법이 없다.’며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았는데,이번에는 시그널 없이 내리니까 왜 갑자기 내렸느냐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난감해했다. 사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보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소비·투자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다만 콜금리 인하가 소비·투자,즉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총재는 이날 콜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우선 순위의 문제’라고 밝혔다.콜금리를 내려도,올려도 문제지만,지금으로서는 내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다. 박 총재는 콜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요인은 고유가라고 했다.설비투자의 감소 추세가 지난 6월부터 멈추기 시작했고,소비도 하반기 이후부터 미약하나마 살아날 것으로 예상됐었다.여기다 수출도 30%대의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5%대의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그런데 2·4분기 이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유가가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40달러를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이 상태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하고,소비자물가지수는 1.5%포인트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한은은 당초 경제성장률 5%대를 전망하면서 유가를 배럴당 26달러로 잡았다. 한은은 콜금리 인하로 시중자금 금리도 동반하락하게 돼 부채가 많은 가계 및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되면서 소비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가계·중소기업은 콜금리 인하로 약 1조원가량의 이자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한은은 이번 콜금리 인하가 사회 전체에 ‘경기부양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상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콜금리 인하는 시중에 돈이 넘쳐나게 하면서 주택거래 활성화 등으로 자칫 부동산 가격과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게다가 소비·투자 등 내수진작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국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bcjoo@seoul.co.kr
  • “경제 살리기” 정부 급선회

    “경제 살리기” 정부 급선회

    위기론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던 정부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총력대응 체제로 전환했다.금리를 전격 인하하고,부동산정책의 속도조절에 나섰다.힘의 무게추도 학자 출신 관료와 ‘386참모’ 중심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정통 경제관료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뒤늦게마나 현실을 인식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도 정부 안에 소모적인 이념논쟁이 존재한다.”면서 “돈 안 들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약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없애 개인과 기업으로 하여금 경제하려는 의욕을 다시 갖게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금리인하 처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거래자금)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내렸다.금통위가 콜금리를 내린 것은 13개월 만이다.박승 한국은행 총재 겸 금통위 의장은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나 한은이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성장세가 올 하반기부터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제여건이 좋지 않음을 시인했다. ●주가 13P 오르고 국고채 3.87%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콜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재경부는 여세를 몰아 이날 여당과의 정책협의를 통해 ‘고용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조·건설·도소매업 3대 업종에 대한 획기적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제챙기기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이해찬 국무총리가 경제계 대표들과 연쇄회동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당(黨)·청(靑)·정(政)기조와 무관치 않다.정부와 여당은 이미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기로 합의하고,구체적인 적자재정 검토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정부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금리인하와 같은)단기 부양책은 반드시 후회를 부른다.”며 못마땅해했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 시점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금리인하와 관련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강대 김광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정우 위원장은 오늘도 한국경제학회 포럼에 참석해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며 억울해했지만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생각”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통 경제관료들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反)시장주의 분위기를 걷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도 “콜금리 인하조치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더이상 미래에 대한 불안없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노선을 분명히 하고 규제완화 등의 기살리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갑작스러운 콜금리 인하에 채권시장이 초강세를 보였고,주식시장에도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특히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13.64포인트 오른 766.70에 마감됐다.코스닥종합지수도 전일보다 5.71포인트(1.69%) 오른 343.45로 장을 마쳤다.채권시장에서는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전일보다 무려 0.17%포인트 폭락한 연 3.87%로 마감됐다.이는 사상 최저치로 기록된 지난해 6월18일(3.95%)보다도 0.08%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 “참여정부 좌파 덫” vs “성장-분배 동시에”

    “참여정부 좌파 덫” vs “성장-분배 동시에”

    경제학회 포럼… 안국신교수·이정우위원장 대격돌 ‘분배’와 ‘성장’이 경제정책의 지향점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불꽃튀는 맞대결을 펼쳤다.12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학술대회(한국경제의 미래와 도전)에서 참여정부 경제이론의 핵심인물인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과 시장주의 학자의 대표격인 중앙대 안국신 교수가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을 벌였다.대결은 발제자로 나선 안 교수가 “참여정부는 좌파정권”이라고 포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안 교수는 “참여정부는 좌파정권이며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고 규정하고 “좌파정권에서는 여론몰이와 대중영합적 정책이 출몰하고 경제는 뒷전인 채 정치 제일주의가 횡행하기 마련”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면서 진보를 편들고 기득권층의 해체를 요구하는 등 1970∼80년대와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세력이 가졌던 이념적 틀로 현실을 재단하고 있다.”면서 “운동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고 말했다. ●“70~80년대 이념적 틀로 현실 재단” 안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활력을 잃은 원인은 대통령과 측근 386세대 등 ‘핵심집권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면서 “현 정부는 성장과 혁신,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노사정책,재벌정책,신행정수도 건설,교육정책 등에서는 여전히 분배와 형평을 기저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60년대 이후 수십년간 ‘선(先)성장-후(後)분배’의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 담론이 되면서 분배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성장에 반대하고,곧 사회주의인 것처럼 보는 원색적인 사고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정책이라 이름표를 붙이고 막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장 vs 분배 이 위원장은 “대대적인 소득 재분배정책을 통해 실제로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준 게 있다면 어떤게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이어 “분배가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지만 성장이 분배를 희생하거나 혁신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며 두 가지가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흔히들 분배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먼저 성장을 이룬 뒤 분배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평등이 크면 오히려 성장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안 교수는 “국민소득 1만달러인 우리나라에서 3만달러 선진국 수준의 복지정책을 펴려하고 있다.”면서 “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됐던 70∼80년대에는 분배와 형평을 내세우는 것이 시대정신이지만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5%대로 낮아지고 국경 없는 전방위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시대에는 효율을 앞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또한 “참여정부는 모든 것을 개혁하겠다는 과욕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힘의 균형도 동시에 맞춰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 대타협이냐,실용주의 노선이냐 안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도 친(親)노조정책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법과 원칙을 세웠지만 참여정부는 어렵게 자리잡은 법과 원칙을 원점으로 되돌렸다.”면서 정부의 노사정책에도 맹공을 가했다.그는 “참여정부의 노사정책은 노동계와 재계가 각기 독소조항이라 여기는 것들로 집대성돼 있다.”면서 “포괄적인 타결이 시간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라면 한 가지라도 확실히 고쳐야 한다.”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관행 등이라도 먼저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저임금,저생산성,억압적 노사관계로 대표되는 이른바 낮은 길(low road)이 있고 그 반대인 높은 길(high road)도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낮은 길이 유일한 길인 줄 알아 왔지만 세계화 시대에 높은 길이 우월한 경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월 이뤄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경영자는 일자리를 보장해 주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체제가 자리잡으면 이로 인한 잠재적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도 이견 두 사람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행정수도 이전을 균형발전,지방분권,동북아 경제중심 사업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상승시킬 네 바퀴에 비유하면서 “이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수레는 앞으로 굴러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옹호했다.이어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실패했던 지방분권·지방분산을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높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에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식의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인들에게 물어보면 ‘부질없는 짓’이라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면서 “600년 역사의 브랜드를 가지는 수도를 이전하는 국가대사를 국민투표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독재정권도 엄두를 못낼 일”이라고 반박했다. ●“인위적 경기부양은 부작용” 공감 인위적 경기부양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 위원장은 최근의 경기부양책 논란과 관련해서도 “불황기에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리한 경기부양은 효과가 오래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면서 그 사례로 카드대란과 부동산대란을 꼽았다.이 위원장은 “40년간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짧은 기간의 불황과 실업도 참지 못하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흔히 비판하는데 때로는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일 수 있다.”며 경기부양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이에 대해 안 교수는 “참여정부가 재계와 언론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을 자제하는 것은 경제정책 중 드물게 잘하는 일”이라면서 “확대통화 정책과 확대재정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미약하고 비용은 만만치 않다.”고 말해 유일하게 이 위원장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전문가 진단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전문가 진단

    대신경제연구소 문병식(39) 선임연구원은 8일 우리 경제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저소득층 가계 경제의 압박이 중산층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문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정부가 소비진작책으로 내놓은 신용카드 장려정책의 거품이 지난해부터 빠지기 시작했고,비정규직의 증가로 고용의 질이 악화하면서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중소기업이 붕괴하는 등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1·4분기 가계부실 지수는 127.9로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123.5보다 높은 상황.문 연구원은 “지난 6월 부동산 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 비율이 199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진 49.7%를 기록했다.”면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중산층이 전세 자금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그는 또 “지난해와 비교한 지난 6월의 중소기업 은행대출 연체율은 제조업이 4.0%에서 5.0%로,건설업은 지난해 1.9%에서 3.5%로 높아졌다.”면서 “악화된 중소기업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중산층을 위협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좀 더 다양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그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개인회생 제도,현재 운용중인 배드뱅크 제도,그리고 최후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파산제도 등 모든 제도가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장기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 경제가 되살아날 기회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좀 더 접근이 쉽고 실효성이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탈출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李부총리 “현상황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다”

    李부총리 “현상황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지금의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다.”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또 고(高)유가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5.2∼5.3%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국내외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어둡게 전망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야당인 한나라당과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감세(減稅)정책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정부가 지나치게 낙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린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미 생산·소비·투자 등에 어느 정도 반영돼 연말까지 (고유가가)지속되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5%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상반기 성장률도 5.5∼5.6%로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숫자로만 보면 그런 우려를 할 수 있지만 고임금이 주도했던 70∼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때와 달리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부,‘나홀로 낙관’ 고질병 또? 정부는 올초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측했다.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더 좋을 것이라며 연간 성장률을 6%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이같은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정부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내놓은 전망은 “하반기부터 내수가 미약하나마 살아나 수출증가율 둔화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분석이다.고유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더라도 올해 5%대 성장은 거뜬하다는 것이다. 내년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에도 “언제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이 맞았느냐.”며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러면서도 슬금슬금 ‘퇴로’를 만들기 시작했다.이 부총리는 “내년에 5.2∼5.3%의 성장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이지 전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지난 6월 초만 해도 “내년에 6%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던 그가 같은 달 25일 ‘5%대’로 전망치를 낮추더니 급기야 ‘정책적 의지의 표현’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감세정책 안써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서비스업 동향’도 정부의 낙관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서비스업 생산이 지난해 6월에 비해 소폭(0.5%)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다.하지만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이틀 많았던 영향이 컸다.학원업(-7.5%)·부동산 중개업(-4.8%)·소매업(-0.3%) 등 ‘장바구니 경기’는 여전히 헉헉거렸다. 때문에 삼성경제연구소 등은 개인이 소비할 여력을 키워주기 위해 소득세를 과감히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성공사례로 제시한)미국 안에서조차 감세정책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모두의 세금을 깎아주는 일반적인 감세정책은 부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돼 정작 중산서민층에게는 별 도움이 못된다.”고 지적했다.웬만한 서민층이나 빈곤층은 이미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면세점 소속’이라는 것이다.이 부총리는 “(야당 등이 주장하는)일반적인 감세정책보다는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고용창출 기업이나 창업·투자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선택과 집중식의 감세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종합부동산세 반대 많다”

    “종합부동산세 반대 많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내년에 도입하려는 ‘종합부동산세’에 반대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소장 송쌍종) 주관으로 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종합부동산세 신설방안의 대안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임주영 교수는 “건설업계를 시작으로 장기 복합불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라는 국세를 신설하는 게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특히 이는 참여정부가 지방분권 로드맵에서 밝힌 지방분권의 정신과 배치되며,지방자치단체의 과세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토론회서 “우려” 여론 같은 대학 박정우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보유과세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종합부동산세의 공공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조세 평등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234개 지자체장들로 구성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도 이날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협의회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을 5대5로 쓰고 있는데 우리는 8대2 수준”이라면서 “지방재정을 늘려야 할 판에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장 許행자에 입장 전달 이에 대해 허 장관은 “아직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다.”면서 “제도 도입때 협의회측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국장은 협의회측 논리를 강하게 반박했다.김 국장은 “세금은 재정충당과 정책목표 달성이라는 이중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부동산투기 억제나 공평과세 등 정책적인 목표는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며,이는 국세로 거두어 쓰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정책적인 목표를 위해 세금제도를 개편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한다.”면서 “중앙정부가 아직까지 명확한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로서는 불안해하고 지자체들간 의견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현행 지방세인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를 지방세(토지세·건물세)와 국세(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한다는 것이다.1차적으로 시·군·구에서 관할구역내 부동산에 대해 과세(지방세)한 뒤 정부가 전국의 개인 소유 부동산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종합부동산세)하는 체계다. 지방세 부분은 현행처럼 지자체 재정으로 충당하고,국세 부분은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를 냄과 동시에 중앙정부가 재정이 약한 지자체에 지원금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동구 조태성 장세훈기자 yidonggu@seoul.co.kr
  • [한국경제 이것이 궁금하다] 내수회복 언제 될까

    [한국경제 이것이 궁금하다] 내수회복 언제 될까

    ■ 내수회복 언제 될까 “6월을 고비로 힘겹게 살아나고 있다.”(재정경제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민간경제연구소) 경제회복의 관건이 민간소비 회복이라는데 민(民)·관(官)은 이견이 없다.그러나 회복시기를 둘러싸고는 전망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정부는 지난 6월 도·소매 판매액이 지난해 6월에 비해 1.6% 증가한 것을 두고 “드디어 힘겨운 반등에 성공했다.”며 박수를 쳤다.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비교대상인 지난해 6월 성적표(-0.2%)가 좋지 않은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시큰둥해했다. 6월 지표에 대한 해석 차이는 소비회복 시기에 대한 시각차로 이어진다.정부는 6월을 고비로 미약하게나마 감지된 소비 회복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상반기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 0.1%였으나 하반기에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정부가 이렇듯 희망섞인 관측을 내보이는 또하나의 근거는 소비침체의 무거운 족쇄였던 신용불량자의 감소세다.급증하던 신용불량자는 400만명 문턱에서 지난달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소비 하락세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당분간 지지부진하게 횡보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0.2%로 전망해 내년에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점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스태그플레이션 올까 최근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같이 올 수 없는 병이 한꺼번에 도진 합병증이다.그런 만큼 경제정책 입안자들이나 경제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난치병’이기도 하다.과연 우리 경제는 이 난치병에 걸렸을까.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아직은 아니다.”라며 언론의 호들갑을 탓한다. 한국은행 임원을 지낸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올해 5% 안팎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면 결코 나쁜 성적(경기침체)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설사 경기침체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간주하려면 물가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것. 과거 두차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면 이같은 지적에 좀 더 설득력이 실린다.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오일쇼크와 함께 찾아왔다.1·2차 오일쇼크때,우리나라 성장률은 반토막 또는 마이너스로 추락했고,물가상승률은 30%대에 육박했다. 당시는 고도 성장기-고금리 시대였던 만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뭇 낫다.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5%대 중반으로 지난해 성장률(3.1%)을 웃돈다.소비자물가도 올들어 7월까지 3.5% 올랐다.지난해 물가상승률은 3.6%였다.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7∼8월 연속 4%를 넘을 것이 확실시돼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정부는 수확기가 시작되는 9∼10월부터 물가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재정경제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지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결코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변수는 국제유가다.지금과 같은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면 물가도 동반 고공행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수출전선 이상없나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2002년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 속에 수출 혼자서 우리경제를 이끌어 온 터라 가능성의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수출 성장세의 약화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올들어 우리나라의 하루평균 수출액은 지난 4월 9억 4000만달러를 정점으로 5월 9억 3000만달러,6월 8억 7000만달러로 줄곧 하락해 왔다.7월에는 주5일근무제의 시행으로 계산법이 바뀌면서 8억 9000만달러로 다소 올랐으나 종전기준을 적용하면 8억 6000만달러로 떨어진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향후 경기에 대한 수출기업의 전망이 내수기업보다 더 많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그동안 수출을 이끌어왔던 반도체,자동차,휴대폰 등 5대 수출품목(전체수출의 47% 차지)이 내년에는 공급과잉 또는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내년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의 지난 6월 재고량은 9248억원어치로 2001년 4월 이후 가장 많다.유가폭등으로 원자재 가격도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월 210억달러 이상의 수출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우리 수출의 견조한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수출경제의 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신기술 개발과 시장개척,정부의 환율안정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기업 투자 왜 안하나 자금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면서 기업 설비투자가 2년 가까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설비투자 부진은 지금 당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치명적인 ‘경제질환’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2002년 4·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3.8% 증가한 것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올들어서도 1분기 -3.8%,2분기 2.6% 등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율(국내총생산에서 설비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8.9%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8.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때문에 기업들의 시설자금 대출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회사채 발행도 크게 줄었다.지난달 회사채 발행은 2조 5641억원에 그쳐 전월의 6조 5021억원보다 60.6%나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노사관계 불안,지정학적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된 탓이다.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시설투자에 쓰지 않고 내부유보나 주식배당,자사주 매입 등에만 쏟아붓고 있다.주력 수출업종들이 국내투자를 촉진하는 업종이 아니란 것도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휴대폰 등 IT(정보기술)업종은 생산설비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아 자본재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개혁’과 ‘성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정부정책에도 불만을 쏟아낸다.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정부정책 어디로 가나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지도(확장),그렇다고 위축시키지도(긴축) 않겠다는 것이다.한마디로 ‘중립’이다.돈(재정)을 더 풀지는 않되,더딘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해 앞당겨 푸는 쪽을 선택했다.정부가 이같은 선택을 한 데는 금리·환율 등 전통적인 거시정책 수단을 동원할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다.금리를 올리자니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고,내수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부동산 투기가 불안하다.환율도 마찬가지다.끌어올리면 내수가,가만 놔두면 수출이 타격을 입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이같은 옹색한 처지와,이에 토대한 정부의 정책기조에 일단 동조한다.과거와 달리 거시정책 수단을 쓸 여지가 별로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같이 한숨짓기도 한다.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와 야당은 ‘미세 처방’에서 정부와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바로 감세(減稅)정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의 법인세와 개인의 소득세를 과감히 깎아줘 투자 및 소비할 여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적극 동조한다.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도 “감세정책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그러나 정부는 감세정책보다는 재정지출 확대 및 규제 완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재정경제부측은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경제학 원론에도 나와 있다.”며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는 만큼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히 풀어 투자회복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측은 “경제학 원론의 주장은 효율성 있는 정부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면서 “현재 상태에서는 기업과 개인으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가계·中企부실…총체적 ‘돈맥 경화증’

    가계·中企부실…총체적 ‘돈맥 경화증’

    현재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체감경기의 실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그러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섞여 있다.최근들어 금융·실물지표 뿐만 아니라 경제의 또다른 지표인 경제심리마저 최악으로 나타나고 있다.비교적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지표를 통해 현 경제상황을 점검하고,회복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현안을 전망해본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현 경제상황을 묻는 질문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라고 답했다.알듯 모를 듯한 답변이다.듣기에 따라서는 ‘하나마나 한 얘기’같기도 하다.그렇지만 전후 맥락을 짚어보면 현 경제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깔려 있음을 알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소비·투자 등 실물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빗나가자 “경제상황에 뭔지 모를 이상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소비의 지표인 고용이 올초 전년동기에 비해 50만명 가량 늘어나고,기업들의 투자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기현상에 놀랐다.”고 실토했다.지표상으로는 나타났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고용 50만명에 대한 착시현상’과 가계부실 해소에 대한 안이한 기대,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한은의 오판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따라서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고 회복 시기도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쪽 시각으로 보지 않더라도 2·4분기가 끝나면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라던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도 지금까지 나온 각종 지표 등으로 볼때는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은은 당분간 경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하는 큰 이유로 ‘심각한 가계부실’을 들고 있다.가계부실이 병으로 비유하면 중병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부채는 6월 말 현재 264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54조 5000억원)보다 더 늘었다.빚을 갚고 또 갚아도 줄지 않는다는 얘기다.금융비용 부담 때문이다.이에 따라 도시근로자의 부채상환비율(부채상환액/처분가능소득)이 2002년 18.7%에서 지난 1·4분기에 25.9%로 뛰어올랐다. 개인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빚에 시달리면서 은행권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2.61%였으나,지난 3월말에는 2.93%로 높아졌다. 이러다보니 경제현장의 ‘돈맥 경화증’이 심화되고 있다.소비가 위축된 데다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고 정부의 강도높은 안정대책으로 부동산시장마저 얼어붙은 데 따른 것이다. 6월중 총유동성(M3)증가율은 6%대로 2002년(12.9%)의 절반으로 줄었다.총유동성은 시중에 풀려있는 돈의 총량으로 현금과 금융권 예금 등을 합친 것이다.증가율이 낮으면 그만큼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여기다 여의치 않은 개인의 호주머니 사정도 각종 실물지표 추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한마디로 소비와 투자는 전보다 나아지는 신호를 찾을 수가 없다.도·소매판매가 플러스로 반전되긴 했지만,소비의 핵심지표인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5.3%, 설비투자의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인 건설수주도 마이너스 36.9%를 각각 기록했다.이런 가운데 고유가 등의 여파로 물가는 갈수록 치솟고,고용 사정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물지표의 악화는 주가 등 금융시장에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최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사상 최저’라는 기록을 세웠고,3조원을 웃돌던 1일 거래대금도 1조 5000억원 아래로 뚝 떨어진 데도 지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4%대에서 올해 3%대로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세금 등을 빼면 실질 금리도 마이너스인 상태로 돌입했다.은행권의 위험노출 회피로 대출금리는 6∼8%대로 갈수록 높아만 간다. ‘힘든 사람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좀 나아지겠지.’라는 소비심리도 최근들어 급속도로 악화되는 양상이다.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경우 수출기업들이 향후 전망을 내수기업보다 더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수출기업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상황이다.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30%대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며 성장동력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대외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다.지난 5월까지 하루평균 9억달러를 웃돌던 수출액이 이달들어 8억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수출둔화 조짐이라는 성급한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고유가의 복병을 만나 향후 전망이 또다시 불투명해졌다.”며 “경기가 언제쯤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보다는 고유가를 견뎌낼 수 있느냐가 코앞의 과제”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내년부터 700만호 아파트값 모두 조사

    이르면 내년 초 전국의 아파트값 전수조사가 실시된다. 4일 건설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700여만 가구의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 가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감정원에 구축돼 각종 주택정책·세무 행정 자료로 이용될 계획이다. 현재 국민은행을 비롯해 6∼7개의 부동산 정보업체가 주·월간 단위로 주택가격 통계를 제공하고 있으나 모두 표본조사이며,전수조사를 통한 과학적인 집값 통계 구축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집값 통계가 갖춰지면 실거래가를 수시로 파악,‘버스 지나간 뒤 손드는’ 식의 뒷북정책을 막는 동시에 집값 통계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세금 민원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개인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금융기관이 간단한 조회만으로 담보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도 이용된다. ●어떻게 조사하나 집값 조사는 현지 부동산중개업자가 1차 가격을 조사하면 이를 바탕으로 감정평가사가 현장을 방문,각종 가격 변수를 감안해 가구별로 정확한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감정원은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 위해 공동주택의 동(棟)·라인·층·향·조망권 등과 같은 다양한 가격 변수를 빠짐없이 반영할 방침이다.주택정책 입안·검증을 위해 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과 주간 아파트 시세 통계가 이용되고 있지만 정확한 주택시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월간주택가격동향 분석 자료 표본은 아파트 1만 3020개와 단독·연립주택 2955개에 불과하고,주간 아파트 시세 통계도 전국 아파트 910개 평형 2730개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 시세조사 샘플도 1536개 단지,100만 가구 미만이다. ●전수조사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은 모두 1236만 가구에 이른다.이중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645만 가구(아파트 540만)에 대해 가가호호 가격 통계가 구축된다.‘나홀로’ 아파트는 물론 대규모 연립주택 가격까지 모두 잡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는 2만 1650개이며,이중 절반이 넘는 1만 1379개 단지가 150가구 미만의 소형 단지이고 7427개 단지는 150∼500가구 규모다.중소 규모 단지는 대부분 가격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500가구 이상의 대형 단지(3844개)라 하더라도 대도시 아파트만 가격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모든 아파트값을 한눈에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실거래가 진위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자료로 이용된다. ●어떤 효과 기대되나 현재 제공되는 집값 통계는 같은 시기에 조사한 동일한 평형이라도 조사업체마다 제각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 억원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단순 호가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악덕 업소가 가격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폐단도 나오고 있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전수조사 통계를 내년 구축 예정인 부동산종합정보망과 연계시킬 방침이다.박상우 주택정책과장은 “전수가격조사가 이뤄지면 이를 주택거래신고지역 실거래가 검증자료로 이용하고 동(洞)·단지별 지정을 위한 기초 자료로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시가 및 각종 조세 과표 산정 잣대로도 이용된다. 김학렬 한국감정원 상무는 “같은 아파트라도 조망권 등 가격 변수에 따른 가격 차이가 과표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객관적인 가격 통계 시스템이 구축되면 세금 부과 과정에서 일어나는 형평성 시비를 줄이고 탄력적인 주택 정책을 펴는 데 유용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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