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SERI 전망 2005/홍순영 등 지음
2004년은 힘든 한해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 등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는 침체일로를 걸어왔다. 그래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2005년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2005년은 과연 올해보다 나아질 것인가.
‘SERI 전망 2005’(홍순영 등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는 2005년에 전개될 국내외 경제, 산업, 공공정책, 사회·문화 분야의 전체 조감도를 그린 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40여개의 핵심 이슈들을 분석했다. 분석내용은 그러나 기대와 달리 ‘흐림’투성이다.
먼저 국내경제·경영 환경은 2004년보다 어려울 전망이다.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조정과 소비심리 위축, 청년실업 문제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대외적으론 달러 약세, 국제유가 불안, 세계 IT 경기의 둔화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산재한다.
이에 따라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둔화되면서 성장률은 3%대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소비는 내구재 지출 등이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그 수준은 2.1% 증가에 그칠 것이다. 수출도 2004년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9.3% 증가에 그칠 것 같다. 부동산 가격 하락, 그에 따른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 증가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은행권 중심의 금융산업 재편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도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IT 분야가 전세계적인 설비확장 및 가격 하락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석유화학, 조선 등 전통 주력산업은 그나마 호조세를 유지하겠지만 유통과 건설 등 내수에 의존하는 산업은 2005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정책 방향은 200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나 전반적으로 정부의 추진력이 다소 약화되고, 정책추진과 제도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노사문제는 비정규직 보호,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따른 법제 개편, 중견 사업장의 주 40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일 FTA 체결과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문화 분야의 2005년 화두는 안전과 다양화에 대한 요구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추세에서 건강과 안전을 중시하는 웰빙이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정부도 이러한 흐름은 반영하여 관련 제도들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다. 또 같은 맥락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교토의정서로 가시화될 것이다. 반면 경기 양극화의 지속, 다양한 계층의 의견 분출 등으로, 사회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안인 교육개혁과 맞물려 대학교육의 자율권 확보와 대학간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1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