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인터넷 대화’ 항목별 요지
■ 증세
●“양극화문제 증세로 변질 잘못 이해하는 부분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영빈관에서 네티즌들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갖고 양극화 문제를 비롯, 국정 현안에 대해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양극화 얘기를 하자고 했는데,‘세금 올리자.’로 변질됐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세금을 더 내라는 말이 아니고 한번 생각해 보자, 연구해 보자는 것”이라며 세금 논란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세금 얘기를 꺼내니까 바로 ‘월급쟁이가 봉이냐.’로 나왔다.”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계층의 절반 정도는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TV나 신문을 보면 봉급자들이 궐기할 것 같다. 돌을 맞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나는데, 한숨 돌리고 봐달라.“고 농담을 섞어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종합소득세는 상위 20%가 대개 97%를, 전체 소득을 합산해서 내면 96.7%를 상위 20%가 내고 있다.”면서 “세금에 대해 화를 낼 분들은 상위 20% 소득자들”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양극화의 원인이자 결과 ‘8·31’ 우습게 보지 말라
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양극화의 심각한 원인이자 핵심적인 결과”라고 진단한 뒤 “부동산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8·31 대책의 결과에 대해 “자신한다.”고 답했다.
“임기가 아직 2년 남았다.”면서 “지금 8·31 대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딱 짧게 표어로 말하면 ‘8·31 대책 우습게 보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책의 내용이 부실하면 저항에 무너지지만 내용이 완벽하게 돼있으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저항이 꺾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지금 3단계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4단계,5단계까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 비정규직
●“차별 최대한 줄이도록 강제할 수단 다 열겠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전제를 깔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겠다.”면서 “숫자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갑자기 숫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노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한 사람도 많은데 통계가 분명치 않다.”면서 정부의 부실도 책망했다.
노 대통령은 “대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최대한 줄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열겠다.”면서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만큼 강제해 보겠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어 “(비정규직이) 건강보험, 연급, 실업. 고용보험에도 가입하도록 하는 등 정규직과의 차이를 줄여가고 마지막에 차이를 줄이는 것이 임금”이라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는 엄청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판례를 축적하면서 줄여나가 보자.”고 역설했다.
■ 교육
●“특목고는 평준화에 배치 뽑기 아닌 키우기 경쟁을” 노 대통령은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 정책에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전제한 뒤,“수월성, 특수한 방향의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순되지만 조화롭게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서열화는 특수화와 다르다. 특수성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면서 “보편성을 특수성에 맞추면 교육을 망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교육에서는 창조성과 사회성, 다양성이 가장 강조된다.”면서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 내신 평가에 의한 대학 입시제도로 가지 않을 수 없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획일적인 평가방식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상위 5%, 수능 9등급에서, 학교 편차가 있지만 과목에서도 1%의 인재를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대학에서는 0.1%만 찾으려 한다.”고 대학을 비판했다. 또 “뽑는 경쟁을 하지 말고 키우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