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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녀 손잡고 담배피는 ‘골초’ 덴마크 여왕 구설

    손녀 손잡고 담배피는 ‘골초’ 덴마크 여왕 구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여러 능력을 뽐내는 다재다능한 여왕이 있다. 바로 올해 75세를 맞은 덴마크의 여왕 마르그레테 2세다. 유럽 내에서도 모범으로 통하는 덴마크 왕실의 중심인 마르그레테 여왕은 디자이너, 삽화가, 번역가로도 명성을 떨쳐 국민들 사이에 '일하는 여왕' 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지난 1972년 왕위에 오른 마르그레테 2세는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 지금까지 큰 존경을 받아왔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지독한 '골초'라는 것. 최근 유럽언론에 마르그레테 여왕이 담배피는 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언론에 공개된 이 사진은 지난주 덴마크 왕실 여름 휴양 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왕실 가족 3대가 나란히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담고있다. 화목해 보이는 왕실 가족의 모습이 사진 속에 녹아있지만 문제는 여왕의 손에 들린 담배였다. 여왕이 한 손으로 손녀이자 공주인 이사벨라(8)의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담배를 피며 걷고 있었던 것. 또 그 옆에는 왕자 빈센트(4)도 할아버지 헨리크 공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옆에 두고 담배를 피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지만 덴마크 내에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덴마크 밖 여론은 다르다. 유럽언론들이 마르그레테 여왕에게 붙인 별명은 '재떨이 여왕'. 때와 장소를 가지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여왕이 과거 천식 환자 앞에서 담배를 피운 사실 때문에 비판이 일자 덴마크 왕실은 지난 2006년 “대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왕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곧 여왕의 완전한 금연이 아닌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선언한 것. 그러나 이번 사진처럼 여왕의 시도 때도 없는 담배 사랑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에대해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전직 흡연가이자 남편 헨리크 공의 대답도 걸작이었다. "담배를 피우다 죽든 말든 그건 당사자의 문제다."   사진= ⓒ AFPBBNews=News1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문장의 숲으로 발밤발밤 어느새 한글과 네롱내롱

    문장의 숲으로 발밤발밤 어느새 한글과 네롱내롱

    ‘어디선가 무덥고 게으른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여름 오후의 햇빛은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아스팔트조차 찐득찐득 녹아들고 있는 도심지로 나를 태운 버스가 거침없이 굴러들어 갔다.’ 소설의 힘은 문장에서 나온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벅차오르는 감동도,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아픔도 문장에서 비롯된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소설 속 문장이 소설 밖으로 나왔다. 한 문장 한 문장 모여 숲을 이뤘다. ‘문장의 숲’은 우리글 고유의 맛과 향기로 가득하다.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우리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국립한글박물관의 특별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이다. ●집필과정의 고뇌와 영감 속 한글 가치 찾아 전시장은 소설가들이 글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과정에 따라 구성됐다. 소설가가 글을 쓰면서 고뇌하고 영감을 얻고 집필하는 공간, 어느 정도 완성된 소설을 고쳐 쓰는 교정 공간, 완성된 소설이지만 좀더 맛깔나는 우리글로 바꾸기 위해 다시 쓰는 공간 등이다. 집필 공간에선 소설가 김중혁·김애란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 교정 공간엔 소설 속 단어들을 낱말카드로 만들어 전시해 놨다. ‘앵하다’(기회를 놓치거나 손해를 봐서 분하고 아깝다, 염상섭 ‘전화’), ‘발밤발밤’(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발길이 가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이기영 ‘쥐불’), ‘막덕’(마르크스주의나 그것을 믿는 자를 낮춰 부르는 말, 채만식 ‘치숙’), ‘우엉을 까다’(시치미를 떼고 모른 체하다, 이기영 ‘쥐불’) ‘네롱내롱하다’(서로 너나 하면서 터놓고 지내다, 채만식 ‘태평천하’)…. 카드마다 감칠맛 나는 우리말의 단어와 그 의미 및 출처, 예문을 적어 놨다. 전시장 벽면 곳곳이 소설 속 문장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게 인상적이다. 근현대 소설들 속에서 우리글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문장들을 뽑았다. 사랑과 여름 등을 묘사한 문장, 소설의 첫 문장들, 원전 한 권을 두고 다양하게 번역된 문장 등 수많은 문장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창작열 오롯이 담긴 원고·연필 선보여 작가들의 집필도구, 육필원고, 교정지, 소설을 쓰기 위해 참고하는 책 등 다양한 물품도 마련돼 있다. 김훈이 ‘칼의 노래’를 쓰기 위해 공부했던 자료들과 몽당연필, 최명희와 황순원의 만년필, 조정래가 ‘아리랑’을 쓰면서 사용했던 세라믹 펜과 펜 심 580여개 등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혼을 불사르는 작가들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다. 한글의 특징과 의미를 주제로 소설가, 번역가, 교열가 등을 인터뷰한 내용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윤후명은 “지금은 이미지가 메시지를 선행하는 세상”이라며 “이야기가 중심이던 소설이 문장 중심의 소설로 바뀌면서 올바른 우리글 사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훈은 “한글은 우리의 피돌기와 같은 것”이라며 “한국인이 무엇에 관해 생각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한글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책 500여권… 음악·영화 등 놀거리도 소설가들에게 감동을 준 500여권의 소설을 구비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한글의 다양한 면모를 실험하는 ‘잠재문학실험실’의 소설 쓰기 체험, 소설 속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됐다. 문영호 한글박물관장은 “소설가들의 끊임없는 고뇌 속에서 탄생하는 문장들은 한글의 가치와 진면목을 보여 준다”며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소설가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고 지켜 낸 우리글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위기의 문단, 새 문학 전문지들의 도전

    위기의 문단, 새 문학 전문지들의 도전

    문학 전문지가 잇달아 창간됐다. ‘문학동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등 대형 출판사의 계간지와 차별되는 구성과 목소리로 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악스트’(왼쪽·Axt·은행나무)는 소설 전문 격월 문예서평지를 표방하며 첫선을 보였다. 악스트는 독일어로 ‘도끼’를 의미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 ‘변신’ 서문에 쓴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문장에서 따왔다. 소설가가 중심이 돼 꾸려간다는 게 특징이다. 소설가 배수아·백가흠·정용준 등이 초대 편집위원을 맡았다. 이들은 “소설 시장의 위기와 침체가 어느덧 자연스럽게 언급되고 있는 지금, 소설 독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깨고자 창간했다”고 말했다. 2900원이라는 가격도 파격적이다. 창간호에선 소설가 천명관의 인터뷰가 표지 기사를 장식했다. 이기호·김이설·최정화 작가가 장편을 연재하고, 전경린·배수아·김경욱 작가가 단편을 실었다. 소설가 박솔뫼·정지돈·김금희·박민정, 번역가 조재룡·정영목·노승영·임옥희, 시인 함성호 등의 서평이 수록됐다. 문학 종합 계간지 ‘문학과 행동’(오른쪽)도 여름 창간호가 나왔다. 국민 연극 ‘만선’(滿船)의 작가 천승세가 상임 편집고문을 맡았다. 이들은 창간사에서 “문학은 문자의 행동이다. 진정한 마음의 정점이 문자로 터져 순선(純善)하게 될 때 문자는 비로소 행동하는 것이고, 문학은 움직여(動) 가는(行) 것이다. 문자는 행동하는 것이며, 문자의 행동은 이름과 실상의 괴리를 미워하며, 이름과 실상의 괴리를 바로 잡아 세우는 정명(正名)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학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창간호에선 ‘고삐’의 작가 윤정모가 장편을 연재하고 동인문학상·월탄문학상 수상 작가 정소성이 중편소설을, 전진우·황충상·김효숙·임상태 등이 단편소설을 실었다. 원로 시인 박정온을 비롯해 나해철·맹문재·차옥혜 등 여러 시인의 신작시가 실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신경숙 “논란 된 ‘우국’ 모른다” 번역가 “우연치고는 너무 흡사”

    신경숙 “논란 된 ‘우국’ 모른다” 번역가 “우연치고는 너무 흡사”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52)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의 일부가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신씨가 관련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단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학 작품의 표절 여부를 판명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씨는 17일 문제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를 발행한 출판사 창비를 통해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독자 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풍파를 함께 해왔듯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현재 신작 집필을 위해 몇 달째 서울을 떠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비도 문학출판부 명의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단 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딸기밭’ 등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불거졌던 신씨의 표절 논란은 요즘처럼 인터넷이 구축되지 않아 문단 내에서만 갑론을박하다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표절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문단 내에서도 모르는 게 아니다. 표절이 명백해 어이가 없어도 공론화가 안 될 걸 알기에 덮고 지나왔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출판사 관계자는 “신씨는 문화권력 안에 편입돼 있어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표절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평론가들도 침묵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번역한 김후란(81·문학의집 서울 이사장) 시인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문 나온 걸 보니까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정말 많이 흡사했다”며 “원작자가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하겠지만 그 사람도 지금 세상을 떠난 사람이고. (신씨는) 작가로서는 (‘전설’을 쓸 때) 뭔가 자기 입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단 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학평론가 A씨는 “황우석 사태 이후 학계는 논문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규정이 마련됐다”며 “문단에서는 지금껏 공론화된 적이 없어 공신력 있는 기준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표절이다 말하기 쉽지 않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면 그만이다”고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B씨는 “과거 신경숙 외에도 조경란, 하일지 등 소설가들의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잠깐일 뿐 후속이 뒤따르거나 논쟁으로 번진 경우는 없었다”며 “표절을 계속 물고 늘어져 확증까지 가야 하는데 그런 사례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45)씨는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서 단편 ‘전설’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고 했다. “문인이 제대로 된 글로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면서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게 중요하다. (신씨는) 표절한 게 더 많다. 사람들이 말을 안 할 뿐이다. 문단 생활 계속하려면 대놓고 말할 사람 없다. 신씨 개인이 저지른 일이지만 우리는 침묵의 공동 범죄자가 된 거다. 빨리 이 상처를 덜어내야 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셔틀콕(KBS1 밤 12시 35분) 재혼한 부모님이 한날한시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사망보험금 1억원이 세 남매에게 남겨진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누나 은주가 남은 돈을 갖고 사라진다. 잘하는 건 반항밖에 없는 열여덟 민재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러던 중 유튜브 동영상에서 누나를 똑 닮은 여자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한니발 3(AXN 밤 11시 40분) 희대의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와 미 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 윌 그레이엄의 심리 전쟁을 그린 이야기. 한니발은 뒤 모리에 박사와 미국을 떠난 뒤 펠 박사로 신분을 위장해 이탈리아에 머물고 팔라초 카포니 도서관의 책임자 겸 번역가로 취임한다. 단테의 강의를 맡아 준비하던 한니발은 진짜 펠 박사를 알고 있는 안토니 디몬트를 만나게 되고, 한니발에게 디몬트는 펠 박사의 안부를 묻는다. ■짱구는 못 말려 X파일 2(투니버스 오후 6시 30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유치원생 짱구의 일상 이야기. 수지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짱구의 태도에 지쳐 유학을 결심하고, 유치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한편 짱구는 수지의 보디가드인 흑곰과의 이별이 아쉬워 섭섭하다는 말을 하고, 그 말을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오해한 수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유학을 취소하고 유치원에 남기로 한다.
  • 김남길이 들려주는 ‘성북 길이야기’ 만나세요

    김남길이 들려주는 ‘성북 길이야기’ 만나세요

    서울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은 문화예술시민단체인 ‘길스토리’를 후원해 26일 ‘길을 읽어 주는 남자, 성북편’을 인터넷 등에 공개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4개국어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 11편과 가이드 필름 3편을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트(roadstory.gil-story.com)를 통해 공개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클립 영상, 포토 카드, 포토 에세이 등을 제작해 다음달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길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길과 그 길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이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제작하는 공익캠페인이다. 맛집, 쇼핑 정보 위주의 지역 관광 콘텐츠가 아닌 인문학적 이야기를 담아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공을 들였다. 길스토리의 대표인 영화배우 김남길씨가 오디오 가이드 전편을 직접 녹음했고 걸을 만한 성북동의 길을 정하는 데 참여했다. 길상사, 쌍다리, 심우장, 북정마을, 북정카페, 서울성곽 등의 길을 걸으며 비우고 틀에 박힌 사고로부터 유연해지고 원하는 것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웹제작자, 번역가, 화가, 디자이너, 홍보 전문가, 변호사 등 5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길스토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전 세계 팬들이 모인 소셜 플랫폼”이라며 “재능기부자가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부해 사회적 공유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부고]

    ●박동현(아시아개발은행 선임경제학자)동준(인플렉션포인트 이사)화영(쉐라톤뉴욕 세일즈매니저)신영(번역가)씨 모친상 안명수(외교부 대사)씨 장모상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5일 오전 7시 (02)2227-7560 ●이동기(교통환경신문 대표)락기(사우디아라비아 샤말그룹 이사)상미(동양생명 매니저)씨 부친상 송주현(고보산업 대표)김선봉(정남스크린 대표)씨 장인상 22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25일 오전 5시 (02)923-4442 ●유진동(경기일보 여주 주재기자)씨 모친상 23일 경기 여주 고려병원, 발인 25일 오전 9시 (031)886-4496 ●최현경(주한카타르대사관 비서관)영진(연세드림비뇨기과 원장)씨 부친상 양범준(유니버설뮤직코리아 대표이사)씨 장인상 강정원(신한대 유아교육과 교수)씨 시부상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2)2227-7580
  • 우리만 알기 아까운 작가 110명 영어의 새옷 입힌 작품들 세계로

    우리만 알기 아까운 작가 110명 영어의 새옷 입힌 작품들 세계로

    한국 대표 단편소설을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록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110’(아시아출판사)이 완간됐다.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근현대 대표 작가 110명의 단편소설을 영역한 한영대역선집이다. 31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방현석·강영숙·김인숙·김재영 소설가, 이경재 평론가, 김소라 번역가, 찰스 몽고메리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방현석 아시아출판사 대표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소개된 건 있지만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해 해외에 소개한 건 처음이다. 외국 독자들이 한국 문학의 과거와 현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인숙은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로 번역된 작품이 없진 않았는데 (다른 작가 작품들과 묶여 있다 보니) 차례를 봐도 내 소설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다”며 “이번 기획은 한 작품이 한 권씩 번역돼 작가들이 문학적 명함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110’은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게 걸렸다. 김동인부터 김애란까지 110명의 작품을 분단, 산업화, 여성, 남과 북, 금기와 욕망 등 22개 주제별로 5권씩 묶었다. 총 22세트다. 각 작품 말미엔 외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도 영어로 수록했다.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외국 독자들은 한국 문화나 사회, 역사에 대해 몰라 책을 읽어도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해설을 잘 곁들여 놔 외국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 게 돋보인다”고 했다. 시대는 크게 세 흐름으로 나눴다. 한국 근대문학의 태동(일제시대~해방 전후), 한국 대표 단편 소설 클래식(해방 후~1980년대), 한국 현대 소설의 새 흐름(1990년대 이후)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 소설의 새로운 물결 속에 등장한 작품까지 수록돼 있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소설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이자 비교문학 박사인 전승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한국문학 교수 브루스 풀턴 등 한국문학 번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김재영의 ‘코끼리’, 신상웅의 ‘돌아온 우리의 친구’ 등은 미국 하버드·컬럼비아·워싱턴 대학,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등에서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완간을 맞아 국내외 아마존 시장에 전자책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상남자’/문소영 논설위원

    ‘상남자’라고 하면 진짜 사나이, 더 나아가면 마초 같은 남자를 지목할 때 쓰는 단어였다. 이때 ‘상’은 한자로 항상 상(常)이 아닐까 유추하고서 사전을 찾아보니 국어대백과사전에 표제 단어로 등록되지 않은 일종의 시쳇(時體)말이었다. 즉 그 시절 유행어인 거다. 그런데 이 상남자란 단어가 국어사전에 들어가려면 요즘 유행하는 ‘상남자’라는 단어를 극복해야만 할 것 같다. 후자의 상남자는 ‘상차리는 남자’의 줄임말이자 신조어다. 가족을 위해 밥상 차리는 남자들로, 내 주변에도 이들이 적지 않다. 맞벌이 아내와 10대 두 자녀를 위해 아침저녁을 챙겨 내는 스릴러문학 전문 번역가는 자신을 부엌데기라고 부르고, 입맛이 까다롭고 자주 소화불량에 걸리는 아내를 위해 고구마를 삶고 죽을 끓이는 잘나가는 출판사 사장은 오늘도 ‘많이 안 먹었네, 먹었네’로 퉁퉁댄다. 사고뭉치인 10대 아들을 한결같은 맛있는 밥상으로 개과천선시킨 양평의 건축사도 있다. 요리전문 채널에 나오는 훈남 요리사들이 인기다. 그들은 손님을 위해 밥상을 차려도, 가족을 위한 밥상은 거의 차리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상남자가 더 좋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살만 루슈디가 겪은 ‘도피생활 12년’ 무라카미 류가 그려낸 日 중·장년의 삶

    살만 루슈디가 겪은 ‘도피생활 12년’ 무라카미 류가 그려낸 日 중·장년의 삶

    영국, 일본의 유명 작가 작품이 잇따라 번역 출간됐다.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 ‘조지프 앤턴’(문학동네)과 무라카미 류의 소설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북로드)다. ‘조지프 앤턴’은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소설 ‘악마의 시’로 1989년 이란의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에 의해 유례없는 공개 처단명령이 떨어졌던 루슈디의 자서전이다. ‘악마의 시’ 집필 계기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 처단명령 발동 시점부터 영국·이란 정부 간 협상에 따른 명령 철회, 2002년 영국 경찰 특수부대의 루슈디 경호업무가 해제되기까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13년의 기록이다.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 출판 당시 “자랑스러운 전 세계 무슬림에게 공포한다.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한다”(16쪽)는 내용의 ‘칙령’(파트와)을 발표했다. 파트와의 후폭풍은 거셌다. 이탈리아어 번역가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당했다.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악마의 시’를 발표한 뒤 도피생활을 하며 지은 가명이다. 그가 존경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에서 따왔다. ‘55세 헬로라이프’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4050세대의 가느다란 희망을 담고 있다. 작가는 대표작 ‘69’ 이후 30여년 만에 ‘55’라는 숫자를 들고 나왔다. 전후 풍요로운 일본 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춘들의 얘기를 담은 ‘69’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TV만 보는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남들을 만나며 사랑을 찾는 여자(‘결혼상담소’), 작은 출판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 노숙자만 보면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는 남자(‘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중견 가구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자 조기 퇴직한 뒤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남자(‘캠핑카’), 무뚝뚝한 남편 대신 반려견에게 의지하는 여자(‘펫로스’), 운송회사를 다니다 그만두면서 아내와 헤어지고 트럭운전사로 살아가는 남자(‘여행 도우미’) 등 5편의 중편소설을 통해 중장년의 절망과 희망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현대 일본 사회의 시대적 문제를 앞장서서 읽어내는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인생의 변곡점에 선 중장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佛 세브르박물관의 한국전 유감/문소영 논설위원

    ‘한국 마니아 여행가의 소설’이란 제목으로 프랑스 세브르국립도자박물관(세브르박물관)이 고려청자와 조선청화백자, 한국 현대도자기, 가구, 탱화 등 190여점을 지난달 21일부터 전시했다. 7월 20일까지 장기 전시다. ‘한국 마니아 여행가’는 조선의 초대 프랑스 공사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를 말한다. 플랑시는 소설가 신경숙의 장편소설 ‘리진’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리진’은 어린 나이에 나인으로 궁에 들어갔다가 공주를 잃고 상심한 명성황후의 눈에 띄어 각별한 사랑을 받던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 무희다. 플랑시는 궁중 연회에서 리진의 춤에 반해 고종에게 결혼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고 리진을 데리고 프랑스로 함께 돌아갔다. 플랑시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가 문화재 관계자들의 원성을 산다. 세브르박물관에서는 리진과 플랑시의 매혹적인 사랑을 근간으로 2015년에 한·불 수교 130주년 한국도자기 특별전을 열고자 2011년부터 애썼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에서야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 전문위원 구성을 했으니 손발이 안 맞았다. 플랑시는 조선에 머무는 동안 수집한 도자기와 도자기편, 또한 고종이 궁중 연회 중에 선물한 발톱이 5개인 용 무늬 청화백자항아리 등 280여점 중 250점을 세브르박물관에 기증했다. 특별전은 세브르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도자기를 최초 공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방문한 당시 세브르박물관 관장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한국 도자기 220점을 2015년 공개하고, 한국 순회 특별전을 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2013년 늦가을 출장길에 세브르박물관 수장고에 찬장 속 그릇처럼 쌓여 있는 한국 도자기들을 보고 난 뒤 혹여 문화재급이 아니라 남의 나라에서 홀대받는 것 아닌가 해서 찜찜했다. 130년 만에 세브르 수장고의 조선 도자기 100점이 복원을 마치고 올 1월 마침내 최초 공개됐다. ‘한·불 수교 130주년 특별전’이 아닌 박물관 기획 전시다. 3~4년 공을 들였지만 한국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쪽 전시 파트너가 없었던 탓인지 문제가 나타났다. 전시장의 도예공방은 ‘동예공방’으로, 궁중 무희는 ‘공중 문희’로 표기했다. 한글 가로쓰기가 아니라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세로쓰기로 제목을 달아 오해도 발생한다. 한국어 표기 감수가 없었던 것 같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프랑스어판 전시 해설서에 품위 있는 고급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할 한국 문화 상품도 준비가 미흡하단다. 지난달 21일 개막식에 파리 주재 한국문화원과 대사관의 고위직들도 참석해 그 문제점을 확인했단다. 그런데 전시가 보름 가까이 진행됐는데도 낯 뜨거운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 그 정도 오류는 하찮은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아기 이름 짓는데 3400만원… ‘고품격 작명 서비스’ 등장

    아기 이름 짓는데 3400만원… ‘고품격 작명 서비스’ 등장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의 이름을 짓는데 고심한다. 평생 써야 한다고 여기는데다 운명을 가른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 작명소에서는 아기 이름 하나를 짓는데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이런 ‘작명 열풍’은 비단 국내의 일만은 아니다. 스위스의 한 기업은 최근 전 세계 슈퍼리치들을 위한 ‘고품격 유니크 작명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래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짓던 이 기업은 아기 이름을 두고 고심하는 많은 부모들을 본 뒤 현지에서 ‘블루오션’에 속하는 아기 작명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기업은 아기 한 명의 이름을 짓는데 총 13명의 전문가를 동원한다. 수 명의 역사학자와 번역가,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의 목표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완벽하게 독창적인’ 이름을 짓는 것이다. 부모와 아기의 국적에 따른 문화와 역사를 고려하고, 해당 이름이 다른 나라에 이미 존재하지는 않는지,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검토한다. 번역가들은 전세계 주요 국가 언어를 바탕으로 해당 이름에 대한 의미 및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이렇게 아이 한 명의 이름을 결정짓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 주에 달하며, 비용은 우리 돈으로 무려 3400만원에 달한다. 이름을 짓는데 수 천 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수요가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반응은 예상 밖이다. 이달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이미 수 명의 사람들이 ‘고품격 유니크 작명 서비스’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의뢰를 받으면 위의 과정을 거쳐 15~20개 정도의 이름을 선정하고, 의뢰인이 마음에 들어하면 다음 절차로 넘어간다”면서 “가족의 성(姓)과 잘 어울려야 하고 혀를 굴리기에도 편안한 이름이어야 한다. 글자의 구성에도 신경쓴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 시대 지성이 전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이 시대 지성이 전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최재천 지음/샘터사/158쪽/1만원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생명은 모두 이어져 있으며, 그렇기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용만 하고 유린하며 산다고 생각하는 최 원장은 그래서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입에 달고 다녔다. 젊은 세대를 보듬고 바른 인성으로 이끌어 공동체의 책무를 다한다는 취지로 샘터사가 시작한 인문교양시리즈 ‘아우름’의 첫 번째 책에 그는 상세하고 친절하게 자연의 본모습을 풀어내면서 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흔히 경쟁, 포식, 기생, 공생으로 대표되는 자연 생태계의 종간 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나면 우리 인간의 심성과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같은 종 내에서, 또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들려준다. 더불어 생물학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조언도 실렸다. 그는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라며 “매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악착같이 찾는 ‘아름다운 방황’을 하라”고 부추긴다. 아우름 시리즈의 2권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는 영문학자이자 수필가, 번역가인 고(故) 장영희 교수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 2009년 세상을 떠난 장 교수가 여러 방송에서 했던 문학 강연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그는 “모든 문학의 궁극적인 주제는 결국 사랑이며, 문학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며 문학을 다른 각도로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문학박사 신동흔 교수는 아우름 시리즈 3권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에서 진정한 독립과 성장이란 무엇인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티베트 수행자들 한국서 ‘법석’

    티베트 수행자들 한국서 ‘법석’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베트 명상 수행자들이 국내에서 잇따라 법문할 예정이어서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국대 국제선센터 초청으로 ‘담마 토크’라는 이름의 법석에 오르는 아남 툽텐 린포체(왼쪽)와 글렌 멀린 라마(오른쪽). 아남 툽텐 린포체가 13일 오후 2시 먼저 법석에 올라 ‘언제나 행복한 나’라는 주제로 설법한다. 티베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닝마파 불교수행에 입문한 아남 툽텐 린포체는 평생 은둔자로 산 라마 추르 로에게 가르침을 받아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 2005년 다르마타 재단을 설립해 미국을 중심으로 수행 지도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티베트 스님의 노프라블럼’ ‘알아차림의 기적’같은 책들이 번역, 소개됐다. 법문에서 복잡한 불교교리 강의보다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유머를 많이 쓰는 게 특징이다. 이어서 20일 법석에 오르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글렌 멀린 라마는 티베트 불교 학자이자 저술가 겸 티베트 고전 번역가. 탄트라 명상 지도자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12년간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스승 35명에게 불교 교학·수행을 배웠고, 특히 14대 달라이라마의 스승 ‘깝제 링 돌제창’과 ‘깝제 티장 돌제창’에게 밀교수행을 전수받았다. 멀린 라마는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세계순례를 하고 있으며 미국 25개 주요 도시를 매년 두 차례 순회 강연한다. 필라델피아 등 전 세계에 12개의 불교센터 건립을 돕거나 공동설립했으며 최근 ‘위대한 지도자-열네 분 달라이라마의 삶과 가르침’을 출간했다. ‘웃는 붓다’(laugh buddha)란 별명을 가질 만큼 위트 넘치는 법문으로 유명한 멀린 라마는 한국 법석에 올라 ‘자비, 지혜 그리고 에너지’ 주제의 법문을 한다. (02)2260-399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저항 위해 예술 벼린 지식인 벤야민 사유의 흐름 좇는 여행

    저항 위해 예술 벼린 지식인 벤야민 사유의 흐름 좇는 여행

    가면들의 병기창/문광훈 지음/한길사/1104쪽/3만 5000원 발터 벤야민(1892~1940)은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지식인 가운데 오늘날까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의미심장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상가다. 베를린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벤야민은 나치를 피해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막다른 길목에 처하자 스페인의 국경 마을 포르부의 한 모텔방에서 모르핀을 삼키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일생의 대부분을 읽고 쓰기에 몰두했던 그는 문학과 비평, 매체학과 미학, 철학과 정치이론, 도시분석과 자본주의 비판, 문화학, 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풍부한 논의를 담은 탁월한 글을 남겼다. 학자도, 번역가도, 신학자도, 시인도, 철학자도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고독한 지식인의 비극적인 삶과 사유 방식은 많은 후대 지식인들의 지적인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는 주제였다. 독문학자 문광훈 충북대 교수는 6년간의 사색과 모색 끝에 발터 벤야민에 대한 본격 연구서 ‘가면들의 병기창’을 내놓았다. 벤야민이 남긴 네 권의 저서와 500편이 넘는 논문과 논설, 서평, 소책자, 정치적 선전문구, 플래카드, 포스터 등을 모두 찾아 읽으며 이 ‘잡다한 무더기’ 속에서 그의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었다. 그리고 벤야민의 사유와 통찰 중에서 어떤 것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여전히 유효한지를 검토했다. 단순한 독해를 넘어 오늘의 상황, 즉 한국의 문학적·문화적 지형에 맞는 새로운 벤야민론을 재구성해 보기 위한 시도다. 저자는 “벤야민의 저작이 주는 충격은 다채롭고, 그 논의에는 이견의 여지가 많으며, 그 사유법은 복잡하면서도 급진적이다. 그것은 매우 인화성이 높은 취급 주의 저작물”이라며 글을 시작한다. 이런 특성은 벤야민의 독특한 사유 방법에서 나온다. 벤야민의 사유는 예술과 비평, 작품과 매체, 원전과 번역, 정치와 희망, 법과 정의, 역사와 구원, 전통과 아방가르드, 폭력과 화해처럼 이율배반적 축 사이에서 움직이되 낯선 것들의 상호대립적 길항작용에서 나오는 생산적 에너지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더 진실하고 더 선하며 더 아름다운 것”으로 향해 나간다. 저자는 “그가 고민한 문제는 세속적인가 아니면 신성한 것인가, 역사인가 아니면 신인가와 같은 양자택일적 선택이 아니라 세속적인 현실에서의 구원가능성이었다”고 설명한다. 벤야민은 미리 주어진 신념이나 가치를 무조건 따르지 않고 지속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여러 원칙과 명제를 서로 떼어내 다시 잇고 다시 와해시킨다. 따라서 그의 텍스트는 복잡한 구조나 다양한 주제의식, 이질적인 입장들 간의 균형 속에서 자기 관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벤야민의 사유방법은 해체구성의 변증법이고, 그 내용은 좀 더 공정한 세계, 즉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이며 그 목표는 행복일 것”이라며 “(벤야민이 그랬듯이) 문화적으로 축적된 모든 것은 오늘의 관점에서 부단히 검증되어야 하고, 이 검증 속에서 늘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은 벤야민의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표현으로 벤야민 사후 10년 만에 출간된 ‘베를린의 어린시절’에 실린 글에서 따왔다. 가면은 예술에 대한 비유다. 벤야민의 사유공간은 세상과 대결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무기를 벼린 곳이고, 그의 글들은 예술의 저항적 가능성을 탐색한 병기창인 셈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마지막 번역 수업/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8월 말에 시작한 주 1회의 번역공부가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어느 분야나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제 길을 갈 수 있다. 호러·서스펜스 장르소설의 영어 번역가로 속도가 빨라 출판업계에서 ‘번역기계’라는 별명을 붙인 조영학씨는 안성맞춤 선생님이었다. 그가 제시한 ‘번역의 ABC’는 한국어의 어법과 어순, 표현에 맞게 번역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수동태 표현이나 지시대명사가 남발되면 안 된다. 또 ‘형용사+명사형’으로 번역하기보다 ‘부사+동사형’으로 번역해야 한국어법이라는 거다. 흔히 저자의 의도를 반영해 직역했다거나 번역자가 독자를 위해 의역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는 오로지 좋은 번역과 나쁜 번역이 있다고 했다. 납득이 간다. 또 “영어책을 번역하면 한글책으로 분량이 30%가 늘어난다”는 출판계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었다. 한글이 영어보다 비효율적인 언어인가 의심했는데, 번역자의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좋은 번역은 오히려 5% 정도 분량이 줄어든다. 영어번역 수업의 또 다른 묘미는 엉터리 번역 책마저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나이를 먹어 배우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맥 못추는 中 소설

    맥 못추는 中 소설

    최근 10년간 국내 독자들이 가장 사랑한 중국 현대문학 작가는 위화였다. 22일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판매된 중국 소설 가운데 위화의 작품이 1~3위를 독식했다. 허삼관 매혈기’가 1위, ‘인생’이 2위, 지난해 8월 출간된 ‘제7일’이 3위였다. 특히 ‘허삼관 매혈기’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을 맡은 동명의 영화가 내년 2월 개봉 예정이어서 최근에도 판매가 꾸준하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아Q정전’은 5위와 8위를 차지했다. 중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인 모옌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개구리’와 ‘홍까오량 가족’이 각각 7위와 10위를 기록했다. 4위는 청소년문학인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 6위는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9위는 장융의 ‘대륙의 딸들(상)’ 등이었다. 중국 현대문학 판매 추이를 보면 국내 독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중국 소설은 위화, 모옌, 쑤퉁, 옌롄커 등 중국 현대문학 대표작가로 꼽혀온 1950~1960년대생 작가의 작품이나 근현대 대표작에 편중돼 있음이 드러난다. 다른 언어권 작품들과 비교하면 판매 부수 자체도 규모가 작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각각 국내에서 200만부가량 팔려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삼관 매혈기’(17만부)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실제로 국내 출판 기획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소설은 한국에서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도 한국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고, 이미 출간된 작품들도 절판의 운명을 맞은 것들이 적지 않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중국 작가들의 화제작을 소개해 왔던 출판사들도 요즘에는 출간을 중단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웅진지식하우스는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첫 권으로 2008~2010년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시리즈로 5권을 냈으나, 현재는 출간을 멈췄다. 비채도 쑤퉁의 2011년 ‘화씨 비가’를 마지막으로 중국 소설을 펴내지 않고 있다. 자음과모음도 200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장편 9종과 단편선 등 중국 젊은 작가들을 적극 소개해 왔으나 올해는 신간을 내지 않았다. 장선정 비채 편집장은 “서점 매대에 중국 소설 코너가 따로 없는 것만 봐도 상황이 대충 설명될 것”이라며 “대작도 없고 읽히는 작가도 한정돼 있어 독자들도 (중국 소설에서) 신선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출판사도 판매가 보장이 안 되니 새 작가를 찾아 중국 소설을 계속 펴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삼국지’, ‘수호지’ 등 중국 고전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과 달리 현대 소설에 국내 독자들의 호응이 적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소설들의 주요 배경인 중국 현대사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무관심이나 이해 부족을 첫손에 꼽는다. 김택규 중국문학 번역가는 “중국은 문화대혁명, 항일투쟁 등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겪은 경험과 한(恨)이 해소되지 않아 소설 속에도 이를 소재로 한 책이 대부분인데, 그런 역사와 굴절된 문화가 우리 독자들에게는 생경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잃은 가치, 역사 의식을 품고 있는 게 중국 소설의 힘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겁고 지루하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요즘 중국 젊은 작가들은 도회적이고 상업적인 소설이나 로맨스·판타지 등의 장르소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책에 반영된 라이프스타일이 뒤처져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국내 독자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문학 출판을 계획 중인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중국에서 1000만부 팔린 책 등 장르소설 3권을 이미 다 번역해 놨는데 반전의 묘미, 구성의 층위, 속도감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아직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영미권이나 일본 장르소설의 치밀하고 세련된 기법, 구성에 비해서는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번역의 질 문제도 중국 소설에 손이 잘 안 가는 이유로 지적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학의 중국 관련 학과가 1980~1990년대 실용적인 수요에 따라 양산되다 보니 인문학적 토양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면서 “그런 만큼 소설 읽는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번역가가 부족한 것도 중국 소설이 국내 독자들을 유인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동화시집/마르샤크 지음/백석 옮김/박태일 엮음/경진출판/264쪽/1만 3000원 ‘돼지 몰이꾼 대답이- “내 말하지-,/당신네 가운데 누가 잘났나,/누구든지 제 힘으로 사는 사람/그 사람이 그거야 더 잘났지!//당신은 임금 없이도 살아갈 텐가?”/“그렇구말구-.” 전사의 대답./“당신은 호위병이 없어도 좋겠는가?”/“원 천만에!-” 임금이 하는 말.’(누가 더 잘났나?) ‘쥐- 따쥐는/가루만 빻고,/개구리는/만두를 굽고,/숫탉은 창문에서/그들에게 손풍금을 타 준다./잿빛 고슴도치는 등을 옹쿠려/잠도 자지 않고 다락집을 지킨다.//갑자기도 갑자기 컹컴한 숲속으로/집 없는 승냥이가 기신기신 찾아왔다./대문을 쾅쾅 두드리며/목 갈린 소리로 노래를 한다-.’(다락집 다락집) 아름답고 쉬운 시어로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러시아 시인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 신기하게도, 그의 동화시를 읽다 보면 고수머리 흩날리던 ‘댄디 보이’ 백석(1912~1996) 시인의 아취(雅趣)가 풍겨온다. ‘개구리네 한솥밥’ 같은 해학과 유머가 어울린 ‘백석표 동시’가 문득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르샤크의 동시를 일찍이 우리말로 옮기면서 백석은 그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크게 얻었다. 백석이 1955년 6월 평양에서 번역해 펴냈던 마르샤크의 ‘동화시집’(경진출판)이 60여년 만에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됐다. 박태일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년 전 중국에서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 초판을 발굴해 책으로 엮어냈다. 당시 민주청년사에서 펴낸 초판본의 가격은 47원. 초판만 3만부를 찍었고 시인 리용악이 교열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일 교수는 “광복기부터 1950년대 걸쳐 이뤄진 번역 작업은 백석의 삶에서 중핵적일 뿐 아니라 초기 북한문학사의 형성과 전개에 큰 이바지를 했다”며 “특히 이 책은 백석이 1950년대 북한문학 속에서 집중적으로 썼던 동화시와 어린이문학의 탯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마르샤크의 작품이 백석의 동화시 창작의 핵심 원천으로 짐작되는 이유로 박 교수는 책이 출간된 2년 뒤인 1957년 시인이 써낸 창작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지목했다. 편수도 각각 11편, 12편으로 비슷한 데다 두 책 모두 본문에 문자와 맞물린 그림을 싣는 도상텍스트를 선보였다. 마르샤크 시 번역에서 나타난 독자적인 짓본뜬말(의태어), 소리본뜬말(의성어)의 쓰임, 각운과 압운의 적절한 사용, 지역어나 신어 쓰임, 반복과 병렬의 짜임새가 ‘집게네 네 형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동화시는 북한 어린이문학뿐 아니라 중국 동포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백석은 북한 문예지 ‘아동문학’(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7년 11월호에 게재한 ‘마르샤크의 생애와 문학’이란 글에서 그에 대해 “유명한 소련의 시인이며 극작가이며 번역가이며 이론가이며 거대한 아동 문학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시집에는 11편의 동화시가 실렸다. ‘불이 났다’, ‘우편’, ‘드네쁘리 강과의 전쟁’ 등은 각각 소방대, 우편배달부, 건설 노동자들의 활약상을 다루며 소비에트 사회의 건실함을 선전하는 동시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감각적인 표현으로 동화시의 특징을 담고 있다. 앞서의 시편들이 평범한 이들을 영웅으로 그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낙관을 심어주었다면 ‘게으름뱅이와 고양이’, ‘미스터 트비스터’ 등은 게으름뱅이 아이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 대자본가인 부정적인 주인공을 꾸짖고 폭로하면서 공민이 갖춰야 할 윤리와 품성을 깨닫게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문학, 유쾌해지다

    인문학, 유쾌해지다

    “인간은 기생충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수컷 주혈흡충은 결코 바람을 피우지 않습니다. 여자들은 모름지기 주혈흡충 같은 남자를 만나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중앙로3가 춘천교육문화관에 모인 40여명의 시민은 ‘기생충 박사’인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빵빵 터졌다. 서 교수는 어눌했다. 외모는 스스로 표현한 대로 “와이셔츠 단춧구멍”같이 작은 눈에 못생겼다. 한데 달변이다. 몸 안에 들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질겁하게 되는 기생충에 대해 가없는 애정과 열정을 드러낸다. 또 못생긴 사람들의 자학하는 유머가 아니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역설의 유머를 마구 날려 댄다. 시민들은 한 시간 반 내내 아예 자지러졌다. 서 교수는 “주혈흡충뿐 아닙니다. 회충, 편충은 자기 배 위에 암컷을 실어서 먹이도 구해 주고 이동도 시켜 주지요”라고 말하면서 기생충 자랑을 거듭했다. 이어 “남녀 간 금실이 가장 좋은 생물은 원앙이 아니라 기생충입니다. 우리 앞으로 결혼식 때 원앙 같은 것을 선물할 게 아니라 기생충을 선물하면 어떨까요”라며 사람들을 낄낄대게 만들었다. 서 교수는 “기생충은 이미 10만년 동안 인간과 공존해 왔어요.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뿐더러 존재를 드러내기만 해도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아프게 하지도 않지요”라고 말하며 “기생충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강연 자료에는 기생충 사진이 무시로 등장했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이 이내 익숙해진 표정으로 3.5m짜리 기생충, 1063마리 배 속 회충 등등의 사진을 보면서도 서 교수의 유쾌한 강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우리네 삶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접했음은 물론이다. 명강연에는 당연히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한 초등학생은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데 고양이 기생충 때문에 엄마가 못 기르게 해요. 고양이 기생충에 걸리면 죽어요?”라는 천진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최근 기생충이 줄어든 대신 아토피 피부염이 늘어나고 있는데 상관관계가 있습니까?”라는 심도 높은 내용까지 시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강연 뒤엔 서 교수의 책을 들고 와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강의를 들은 뒤 최은숙(55·춘천시 석사동)씨는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강연을 가끔 듣곤 했는데 늘 삶에 대한 열정,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배워 간다”며 “세상의 모든 것이 인문학의 대상이 되고,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2014년 공공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20개 도서관에서 유지나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 김용택 시인, 이미도 영화번역가, 신달자 시인, ‘로쟈’ 이현우 서평가, 정출헌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주철환 PD 등 다채로운 강사진이 문학과 역사, 영화, 책 등을 놓고 각지 시민들과 유쾌한 대화를 풀어 갔다. 방용식 ‘길 위의 인문학’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 공공도서관을 거점으로 인문학과 지역 문화가 만나고, 생활과 인문학이 연계되며,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삶이 풍성해질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춘천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10년이 넘는 노벨문학상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14명의 프랑스다. 그 뒤로 미국 10명, 독일과 영국이 각각 9명을 배출했다. 작가들이 사용한 언어별로 살펴보면 영어가 28명, 프랑스어 14명, 독일어 13명, 스페인어 11명 순이다. 소수언어권 중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는 곳은 노벨상을 시상하는 스웨덴(6명), 노르웨이(3명) 정도에 불과하다. 노벨문학상에서 ‘언어’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황석영이나 고은 등이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도 번역상의 문제로 해외에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와바타는 1968년 노벨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이 상의 절반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덴스티커는 ‘설국’을 영어로 소개한 번역가이자 작가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덴스티커의 ‘설국’ 번역본이 가와바타의 원문보다 훌륭하다고 말할 정도였고, 그 덕분에 일본어로만 작품을 쓴 가와바타는 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외교관으로 일본에 온 사이덴스티커는 도쿄에 정착, 프리랜서 작가 겸 번역가로 변신했다. 그는 가와바타를 비롯해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 등 일본 현대문학 3대 거장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 일본인들도 현대어 번역 없이 읽기 힘들다는 ‘겐지 이야기’를 번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도쿄이야기’,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등의 저서를 썼다. 사이덴스티커는 “번역이란 끊임없이 뭔가를 내버릴 것을 요구하는, 마구잡이에다가 가차없는 작업”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우리도 사이덴스티커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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