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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아이’ 좋아

    경기도 ‘아이’ 좋아

    경기 지역에 영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문화·복지 시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우선 경기도는 어린이 전문병원을 세우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국내 어린이 전문병원은 서울대와 부산대에만 있다. 도 관계자는 “초등학생 이하 인구로 따져 295만명인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세부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미국 워싱턴DC ‘아동국립의료센터’를 모델로 한다. 김문수 지사가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방문한 지난해 11월 센터와 ‘세계 아동의 의료복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당시 도는 미국아동국립의료센터의 브랜드를 활용하고 인적교류를 통해 세계적인 아동전문병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도는 아울러 올 상반기 31개 시·군별 영유아 카페를 운영한다. 5세 이하 영유아 86만 5000여명 가운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43%, 37만 1000여명이 주 고객이다. 카페에는 영유아와 부모가 함께하는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장난감·교구·육아관련 도서를 무료 대여하고 부모 대상 보육상담도 맡는다. 도는 성과분석을 거쳐 읍·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2016년까지 145개 늘린다. 올해 25개에 이어 2013년부터 4년간 매년 30개씩 확보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은 도내 산업단지, 농어촌 지역, 역세권 지역, 민간 어린이집 미설치지역 등이다. 지난해 9월 용인에서 문을 연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은 세계 100대 박물관으로 육성된다. 도는 어린이박물관의 특색을 대표하는 전시 콘텐츠를 개발하고 야외와 실내 전시물을 보강해 올 어린이날에 맞춰 어린이박물관을 선보인다. 또 조만간 미국 보스턴어린이박물관과 정보 및 전시물 교환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어린이박물관의 전시 콘텐츠를 보강한다. 관람 편의를 위해 도박물관·어린이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 통합입장권을 발행하고, 주차장에서 어린이박물관을 잇는 코끼리열차도 운행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지난 23일 임진년 새해 설맞이 공연이 한창인 국립국악원 예악당. 호탕한 모습의 가면을 쓴 무동(舞童)들이 오방색(五方色)의 옷을 입고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다. 소매에 매달린 흰색 한삼 자락이 느린 음률을 타고 천천히 공중에 치솟았다 땅으로 떨어진다. 춤꾼들의 절제되고 수려한 몸놀림엔 힘이 넘친다. 벽사진경(?邪進慶). 새해 벽두에 액을 물리치고 희망을 기원하는 처용무(處容舞)다. 국립국악원 강여주 학예사는 “다섯 처용이 입고 있는 오방색의 옷은 오방과 오행, 사계절의 상생과 조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은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민족적인 색채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정색이 각각 동, 남, 중앙, 서, 북쪽을 가리키며 정색 사이사이 중간 방위에 오방간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선조들은 이와 같은 정색과 간색의 10가지 기본색을 음양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화평을 얻고자 했다. 우리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음양의 원리가 오방색과 함께 젖어 있는 것이다. 단청은 이러한 오방색을 건축에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다채로운 색조의 대비로 화려한 색깔을 사용했고, 흰색과 검은색을 잘 수용해 격조 있는 색채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남산 팔각정의 단청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관광객 크리스틴(23·캐나다)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무늬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로부터 새해가 되면 오방색이 조화를 이룬 음식을 만들어 한 해의 안녕과 소망을 빌었다. 오방색은 눈으로 즐기고, 맛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열쇠였다. ●단청·신선로·비디오아트 등 곳곳에 오방색 담겨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사는 “전통적으로 맛에서는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쓴 오미(五味)를, 색상에서는 오색을 조화시키려 한 예가 많다.”며 “특히 신선로와 같은 궁중음식에서 전형적인 오방색의 이미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색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돌이나 동지, 설 같은 날에 잡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 팥죽의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고 아기를 낳거나 제를 지낼 때 붉은 고추를 끼워 금줄을 치는 것도 모두 양의 색으로 잡귀를 물리치려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동양의 오행 철학에 한의학의 치료 원리가 더해진 일명 ‘음양오행 테라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때 수지침이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면서 손이 우리 몸의 축소판으로 알려졌다. 손의 경락에 침을 놓는 대신 ‘색’을 칠해 아픈 부위를 낫게 한다는 ‘수지색채요법’은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다. 우리 전통의 채색에 현대미술의 감각을 더하면 어떤 느낌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조각인 ‘다다익선’은 천여 개의 TV 화면을 캔버스처럼 이용해 오방색의 한국적 미감을 표현한 새로운 시도였다.”며 “작가는 이를 서로 다른 재료가 각각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비빔밥’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손에 침 대신 色을 입혀라… ‘수지색채치료’에 활용 이처럼 오방색은 음양오행 사상이 전래된 이래 오늘날까지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잠재해 있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오방색에는 단순한 빛깔로서의 색뿐만 아니라 방위와 계절, 더 나아가 종교적이며 우주관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에 따라서 용도와 신분에 맞게 색을 사용한 선조들의 가치관과 지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일주일 후(2월 4일)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오방색이 든 오신채(五辛菜)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모둠 나물로 입춘 날의 시절음식이다. 겨우내 추위에 입맛을 잃어 고생하던 시절 시고 매운 생채나물 요리는 새봄에 미각을 자극했을 것이다. 이번 입춘엔 선조들이 물려준 오방색의 지혜를 되새기며 봄나물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노을 밸런타인데이 콘서트 ‘달콤한 청혼’ 2월 10일 오후 8시, 11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 실력파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노을의 밸런타인데이 콘서트. 노을이 연인을 위해 ‘청혼가’를 직접 불러주고, 솔로 관객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준비했다. 8만 8000~9만 9000원. 1566-5490. ●MBC ‘나는가수다’ 콘서트 2월 17일 오후 8시, 18일 오후 3시·8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인순이, 장혜진, 신효범, JK 김동욱, 조규찬, 테이, 자우림 등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10여개 팀이 참여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정상의 가수들이 미션과 순위의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5만 5000~12만 1000원. 1566-5490. 클래식·국악 ●모스크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월 4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노태철,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브라흐만 협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 5만~15만원. (02)581-5404. ●청춘가악 2월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과 해금 문새한별, 판소리 장서윤, 아쟁 김승철 등 국악 신예들이 꾸미는 공연. 공수받이(김영재 작곡), 범피중류와 한일섭류(김희조 편곡), 아쟁산조협주곡, 산바람(이준호 작곡), 나비의 꿈(곽수은 작곡) 등 연주. 2만~3만원. (02)399-1181~2. 미술·전시 ●‘져버려진 곳의 품 안에서’전 2월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핑크갤러리. 무스타파 아크림, 제네비브 추아, 리처드 휴만, 리즈완 미라즈, 하니선 라우혹싱 등 개념미술을 하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070-8887-6388. ●백남준 6주기 추모식 29일 오후 4시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메모라빌리아홀. 백남준이 중학생 시절 작곡한 ‘조가’, ‘먼후일’ 등으로 구성한 추모공연 등. (031)201-8512. 연극·뮤지컬 ●연극 ‘풍찬노숙’ 2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우리 사회의 ‘혼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졌다. 지난해 연극 ‘됴화만발’에서 독특한 무대를 보여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객석의 경사를 이용해 구릉을 만들어냈다.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첫 프로그램으로, 허를 찌르는 풍자와 유머가 4시간 동안 이어진다. 2만 5000원. (02)758-2103. ●뮤지컬 ‘광화문 연가’ 2월 7일~3월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등 히트곡과 함께 세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해에 이은 앙코르 공연이다. 5만~13만원. 1666-8662.
  • 뚱보돼지·미니돼지? 박물관서 보면 되지!

    뚱보돼지·미니돼지? 박물관서 보면 되지!

    경기 지역에 닭, 돼지, 옹기, 어린이 등 다양한 주제를 테마로 한 이색 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닭고기 가공업체 마니커는 오는 27일 동두천시 하봉암동에 마니커 닭 박물관을 개관한다. 마니커 동두천 공장 옆에 자리한 닭 박물관은 562㎡ 규모로 전시실, 체험학습실, 시식 겸 카페 공간 등으로 조성된다. 전시실에서는 상여 앞을 장식하는 ‘꼭두’, 닭을 주제로 한 그림과 공예품 등 유물 400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또 마니커는 닭 박물관과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통합 입장권 발행 방안을 연천군과 논의 중이다. 이천시는 최근 율면 월포4리 64 일원에 국내 첫 돼지 체험 박물관인 ‘돼지 보러 오면 돼지’ 농장을 개관했다. 이곳에는 300㎡의 박물관에 5000여점의 다양한 돼지 모형과 자료를 전시하는 한편 미니돼지 사육장, 소시지 교육장, 아토피 치유 정원, 민화체험관, 온실 등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은 돼지 단계별 성장과정을 공개하고 최대·최소 체중의 돼지 전시와 미니돼지 경주 등을 통해 친근한 돼지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용인시에는 전국 최초의 어린이 전용 박물관인 경기도립 ‘경기어린이 박물관’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경기도박물관 및 백남준아트센터 인근에 부지 면적 2만 9896㎡, 연면적 1만 619㎡,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박물관은 수장고와 자료실, 뮤지엄숍, 교육실, 어린이 도서관, 영유아전시실,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등으로 꾸며졌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 세계속의 어린이 등 4개 주제로 나뉜 전시실에는 스포츠와 놀이를 통한 과학탐구, 환경, 재활용작품, 다문화 체험 관련 작품 및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연천군에는 선사박물관이 들어섰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내에 문을 연 박물관에서는 한반도 구석기 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도비 311억원과 국비 161억원 등 472억원이 투입됐으며 7만 2599㎡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000㎡ 규모로 건립됐다. 이 밖에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에 전시관과 카페, 세미나실 등을 갖춘 양평 군립미술관이,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에 옹기와 관련된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천시립 옹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린 남양주시 조암면 삼봉리에는 유기농박물관이 건립됐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변리사, 소송대리인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경기문화재단과 ‘백남준미술관’이라는 상표를 놓고 소송을 벌인 한모씨가 “특허 사건에서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구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상표 등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87조에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변리사는 특허청의 심결취소 소송에만 대리인으로 나설 뿐 법원의 특허소송 등 일반 사건에서는 소송대리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씨는 2001년 2월 백남준미술관을 상표 등록한 이후 2008년 경기문화재단이 백남준 아트센터를 건립하자 백남준 이름이 들어간 표시의 사용을 중단하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가 1, 2심에서 패소했다. 한씨는 항소심에서 고영희 변리사가 원고를 대리해 법정에 출석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부인하며 ‘원고 불출석’으로 처리했다. 한씨는 이에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내세워 변리사법과 민사소송법 87조에 대해 헌법 소원을 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백남준처럼 영화하는 사람들

    백남준처럼 영화하는 사람들

    비영리·비상업의 기치를 내건 제3회 오프앤프리(OAF)국제영화제가 오는 17~23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와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1960~70년대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개척자이자 실험영화의 역사로 일컬어지는 켄 제이콥스 기획전을 마련했다. ‘코다크롬 나날들 속 요나스 메카스’(위·2009) ‘메트로폴리스에서 핫도그’(2009) ‘아나글리프 톰’(2008) 등 그의 최근작 7편을 선보인다. “내 작업은 실험적이지 관념적인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경험과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는 제이콥스의 말을 판단할 기회다. 일본 최대 영상미디어 페스티벌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수상작 15편도 소개된다. 지난해 구글의 스트리트뷰 이미지만으로 만든 로드 무비 ‘나이트 레스’(아래)로 우수상을 받은 다무라 유이치로 감독을 직접 초대해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벨기에의 여성 감독 샹탈 애커만의 설치 영상작품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도 처음 공개된다. 관객들은 객석이 아닌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두 개의 화면에 투사된 영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개막작은 독일 거장 베르너 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 ‘라 수프리에르’(LA SOUFRIERE)다. 화산 폭발이 임박해 모두가 떠난 과달루페 섬을 배경으로 그곳을 떠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신에게 삶을 맡긴 채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를 관조했다. 영화제는 ‘확장 영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확장 영화란 미국 학자 진 영블러드가 처음 꺼내 든 용어로 음악과 미술, 문학, 영화, 연극, 무용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복합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나 오늘날의 미디어아트, 디지털아트와 같은 개념이다. 구호에 맞게 영화제의 공간도 확장된다. 20일 서교예술실험센터 옥상에서 열리는 OAF파티에는 유명 아티스트 석성석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offandfree.com) 참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미디어아트 총정리 ‘육감’ 기획전

    미디어아트 총정리 ‘육감’ 기획전

    “이제 욕먹을 일만 남았죠. 왜 나는 빠졌냐, 선정 기준이 뭐냐 하는 소리가 벌써 들려요. 하하하.” 미디어아트 분야를 한번쯤 총정리해 보자는 취지로 서울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리는 기획전 ‘육감 마사지’를 준비한 류병학(51) 큐레이터가 씽긋 웃었다. 전시 제목은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미디어에다 예술성까지 부여해 육감을 만족시켜 주겠다는 의미에서 정했다. 마사지는 매체 자체의 메시지성을 중요하게 여긴 마셜 매클루언의 논의에서 빌려 왔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미디어아트를 정리한다면서 딱 19명의 작가만 선정했다. “백남준 선생이 1960년대부터 국제무대에서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는데 정작 국내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사람은 박현기(1942~2000)예요. 이 분을 시작으로 꼽고 그 이후, 한두번 하다 만 분들이 아닌 꾸준히 작업해 온 분들을 골랐습니다.” 대신 2000년까지로 끊었다. 그 이후로는 미디어아트 작가가 너무 많아진 데다 이때부터는 동시대 예술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마침 2000년대 들어서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아트센터나비가 만들어지고, 미디어시티서울 같은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그 활성화 이전의 시대를 되돌아보자는 것이지요.” 해서 박현기 이후 이이남, 김해민, 이용백, 박화영, 김세진, 김창겸, 전준호, 장지아, 양아치 등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까지 모아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굳이 분류해서 붙이자면 이들을 1세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초기에는 대구, 대전 같은 지방 작가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고, 1990년대 말 이후에는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 중심이 됐습니다. 이 둘 사이에 간극이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중간에 공백이 너무 커서 한데 묶는 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이런 전시 기획은 미디어아트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사실 미디어아트가 넘쳐난다지만 판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몇몇 스타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판로가 마땅치 않은 면이 있고, 뜬다 뜬다 하지만 대개의 작가들은 안정적인 기반을 갖지 못한 채 작업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들개’가 됐다고 했다. “홍대 인디밴드나 대학로 연극팀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연극,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일종의 총체극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내년에 두 작품 정도 한번 무대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02)2121-103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본지 김민석 기자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25일 ‘제121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으로 스포츠 부문에 서울신문 김민석 기자의 ‘형님은 골골 아우는 Goal Goal’을 선정했다. 종합 부문에는 조선일보 주영훈 기자의 ‘잡스, iSad’, 사회 부문에는 경향신문 구예리 기자의 ‘착한 시민 1년 변화는 계속된다’, 문화·피처 부문에는 경인일보 이경혜 기자의 ‘백남준 혼 경기도에 심다’가 선정됐다.
  •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 “백남준은 내 영화에 영향 준 매우 중요한 인물”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 “백남준은 내 영화에 영향 준 매우 중요한 인물”

    88분 동안 대사는 없다. 우연히라도 대사가 들어갈 법한 축제장면조차 한마디의 대사도 들을 수 없다. 배경음악도 없다. 전업 배우도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잠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몇 차례 ‘고비’를 넘긴다면 황홀한 경험을 할 터. 이탈리아 서남부의 벽촌 칼라브리아를 배경으로 생명과 자연의 순환을 그린 영화 ‘네 번’(20일 개봉)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전 세계 평단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영화는 3개의 토막이야기-‘늙은 목동’ ‘새끼염소’ ‘전나무와 숯’-로 구성된다. 하나의 생명체가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순간, 다른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환을 영혼의 윤회라는 프레임으로 풀어낸다. 각본·연출을 맡은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위)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만큼 진지하고, 영화만큼 독창적인 장문의 답을 보내왔다. →특정 시간과 장소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사와 음악도 배제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정중동이다. 독특한 방식을 고수한 까닭은. -공간과 시간은 인간끼리 약속한 개념이다. 난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은 가능하면 인간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맞다. 카메라를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움직여 관객에게 이미지를 읽는 방향을 제시하는 건 자극적인 방법이다. 음악도 쓰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고정된 프레임을 선호한다. 난 영화라는 언어가 아주 폭력적인 설득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이 영화적 언어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억지로 설득하는 듯한 화면 이동을 거부하고 싶었다. ‘네 번’을 보는 동안 관객은 염소나 나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고, 인간이 지구를 다스리는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 전통적인 동물 계급 피라미드를 부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영화를 보는 수준이 ‘네 번’ 정도 되고, 청각도 염소 우는 소리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 나는 소리보다 인간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수준이 돼야 가능할 것 같다. →영화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순환하는 삶과 자연, 시간을 초월한 장소의 망가지지 않은 전통을 보여준다. 주변에 있는 사물들의 강력한 연관성을 찾을 필요를 느꼈고 영화가 사라진 연결고리를 다시 찾게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독창적이다. 하지만 상업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 영리를 추구하는 배급업자와 극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텐데. -신경 쓰지 않는다. 운 좋게도 영화 판매를 전담하는 올림피아 폰트 채퍼가 남들보다 영화를 팔 능력이 더 있다. 그녀에게 다음 영화가 벌레 사회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더니 “알았어요. 60개국 이상 팔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여행 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들었는데. -2003년에 그곳에서 첫 장편 ‘기프트’(Il Dino)를 찍었다. 이후 종종 이곳을 찾았는데 친구들이 오지 몇 군데를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비보 발렌티아 지방의 산악지대인 세레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방법으로 숯을 만들었다. 한눈에 반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처음부터 목동과 동물, 칼라브리아의 숯장수, 몬테폴리노에서 매년 5월 열리는 나무 축제 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유는 몰랐다. 너무 다르고, 너무 떨어져 있는 실체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2500년 전 위대한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글을 읽었는데, 그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네 가지 형태의 삶-광물, 식물, 동물 그리고 인성·이성-이 있다. 피타고라스 덕에 네 개의 실체를 연결하는 해결책이 윤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목동, 새끼 염소, 커다란 전나무 그리고 숯더미 등 네 개의 다른 캐릭터에 연속적으로 깃드는 영혼의 신비한 여행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5년이나 걸렸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새끼염소 출산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도 궁금하다. -목동들한테 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해야 한다는 걸 이해시키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분들은 같은 염소의 젖을 여러 번 짜거나 하루에 염소 떼를 데리고 같은 장소를 두 번 지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동물들을 통제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간의 규칙을 강요하는 대신 그들의 규칙을 존중했다. 새끼 염소 출산 장면은 10월 중 2주 정도가 산란기고, 이 시기에 거의 200회 정도 출산을 한다는 것을 목동들에게 전해 듣고 준비했다. 새하얀 새끼 염소가 태어나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30마리 중에 한 마리 정도 나온다더라. 엄청나게 찍어야겠다고 각오했는데 처음 촬영에서 태어난 염소가 하얀 녀석이었다.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해서 시각적으로 인지하도록 하는 게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담을 수 있는 도구다. 예컨대 영화는 세상과 우리의 관계를 담을 수도 있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의 실체를 재발견하게 해주기도 한다. →한국영화를 보는 편인가. 좋아하는 감독은.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이창동과 홍상수 감독을 특히 존경한다. 영화인은 아니지만, 백남준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작업은 그의 영향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각형의 변주… 경운박물관 ‘사각사각’

    사각형의 변주… 경운박물관 ‘사각사각’

    서울 개포동 경운박물관에서 열리는 ‘사각사각’전은 이름처럼 상큼한 맛이 넘친다. 조선시대 전통 가구를 소재로 하되 궤, 함, 농으로 이어지는 사각형의 끊임없는 변주를 선보인다. 다양한 나무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개, 화각, 어피, 종이, 돌 같은 소재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사각형을 다루는 현대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백남준, 김봉태, 김인겸, 진옥선, 홍승혜, 강익중의 작품도 곁들여졌다. 12월 16일까지. (02)3463-1336.
  • 용인 상갈동, 문화꽃 ‘활짝’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일대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흔치 않게 3개의 대형 문화예술기관이 한곳에 들어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용인시는 각종 문화시설을 모두 연계해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엄 파크로 육성한다는 꿈에 부풀었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국내 최대이자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전용 박물관이다. 305억원이 투입돼 부지 2만 6896㎡에 연면적 1만 677㎡,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섰다. 수장고와 자료실 뮤지엄숍·교육실·강당·공연장·영유아전시실·기획전시실·상설전시실 등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채웠다. 10개 전시실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 ▲세계 속의 어린이라는 4개의 대주제로 나눠 스포츠·과학탐구·인체탐구·환경·다문화생활체험 등 어린이들의 자발적인 체험과 학습이 한꺼번에 이뤄지도록 했다. 어린이박물관 바로 옆에는 1996년 개관한 경기도박물관과 2008년 문을 연 백남준아트센터가 자리했다. 365일 연중무휴 관람객을 맞는 경기도박물관은 역사실·고고미술실·문헌자료실·서화실·민속생활실·야외전시장 등을 갖췄다. 역사실에서는 ‘경기’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와 문화유적 등 경기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고미술실에서는 한반도의 중심에 있으면서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온 경기도의 과거를 볼 수 있고, 야외전시장에 가면 경기도 대표 유물을 실물이나 복원모형으로 관람할 수 있다. 백남준(1932~2006)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직접 이름을 붙인 백남준아트센터는 2001년 백남준과 경기도 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백남준’이라는 명칭을 가진 세계 최초의 미술관으로 건립됐다. 지하 2층·지상 3층, 연면적 5605㎡ 규모로 상설 및 기획전시실·자료실·창작공간·교육실·수장고·연구실 등을 갖췄다. 2003년 국제 현상설계공모로 독일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의 ‘매트릭스’를 선정했다. 백남준이 40여년간 남긴 20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시인 김상옥이 딸 훈정에게 훈정에게 부산서 너를 만난 적에 네 얼굴이 해쓱해서 걱정이다. 집에 와서 그 말을 했더니 엄마가 앉으면 네 말뿐이다. 지난 일요일은 네 생각에 못 견디겠다고 엄마도 동생들도 말해쌓더라. 서울서는 보고 싶은 생각뿐인데 너도 아마 그렇겠지.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엄마는 네 얼굴이 해쓱하더란 말을 듣고 걱정 걱정이다. 아버지는 서울 돌아와서 이틀째나 앓아누웠다가 이제 겨우 일어났다. 그동안 돈이 없어 어떻게 지냈느냐? 조 선생한테 받을 돈은 월급 타면 꼭 네한테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따로 일금 오천 원은 너희 학교 교장 선생(유치환) 이름으로 보내었다. 네 도장이 없어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교장 선생께 보냈으니 교장 선생이 너를 부르거든 찾아가거라. 그러면 돈을 현금으로 바꿔줄 것이다. 말하지 아니해도 집에 돈이 없는 줄, 네가 더 잘 알 것이니 부디 아껴 써라. 그리고 이 돈으로 우선 급한 데부터 먼저 쓰도록 해라. 그중에 일천오백 원은 ‘근포’네 집에 엄마 ‘다노모시’(계돈) 넣던 것이 있으니 이 달 삼십일께에 넣어 주도록 해라. 어제는 이곳 서울서 제일 높다는 ‘시민회관’에서 음악, 무용, 이조 공중의복 발표회가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구경갔댔다. 엄마는 몇 번이나 네 생각하여 같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할머니는 그저 황홀해서 넋을 잃고 있었다. 홍우는 공부 열심히 한다. 얼마 안 있으면 1등 한다고 큰소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그의 뒤를 충분히 돌봐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상상 외로 돈이 많이 소비가 나서 큰 걱정이다. 그러나 아버지 몸만 건강하면 좋겠으나 건강이 염려된다. 훈아도 몸살을 해서 얼굴이 해쓱하다. 그래도 학교는 결석하지 않고 매일 잘 다닌다. 성적은 아주 형편없다. 말 잘 듣고 공부도 힘써 하고 있다. 이 편지 받거든 곧 화답하여라. 회답할 때 봉투에 ‘김상옥 아버지께’- 이렇게 쓰면 남이 흉을 본다. 네가 아버지한테 편지 낼 때는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그만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무방하다. 그리고 뒷봉투에는 ‘여식(女息) 훈정(薰庭) 올림’ 이라 쓰면 남이 보아도 흉보지 않는다. 이만. 아버지가 초정(草丁) 김상옥 선생에게는 큰딸 훈정 씨에게 구두를 사주는 이야기를 쓴 시가 있다. 명동에 불러내서 구두를 사주었더니 아이는 신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그 뒷모습을 아버지는 오래오래 지켜보는 이야기다. 초정 선생이 딸을 객지에 보내고 쓴 이 편지에도 그런 잔정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우선은 건강 걱정이다. 부산에서 만났을 때 안색이 창백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애를 졸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하는 당부가 간곡하다. 그 다음은 돈 문제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교장 선생님에게 송금했다는 대목이다. 이 교장 선생님은 문우(文友)인 유치환 선생이다. 그런 분이 가까이 계셨으니 아버지도 딸도 마음이 든든했으리라. 돈의 용도 중에 재미있는 것은 어머니가 들었다는 ‘다노모시’다. ‘믿음직스럽다’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일제강점기에는 계(契)를 그렇게 불렀다.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어의 잔재는 구석구석 남아서 1960년대까지도 지방에서는 이처럼 통용되었다. 없는 돈을 애써 마련해 보내면서 시인 아버지는 절약의 미덕을 훈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에는 가족의 근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집에 편지 쓸 때에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때 훈정 씨는 “김상옥 아버지께”라고 썼던 것이다. 육체적, 경제적 염려와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훈수까지 하는 자상한 시인 아버지다. 그 지나친 다정함이 문제였다. 너무 예민하고 섬세했던 시인 아버지는, 강한 개성 때문에 이따금 자녀들과 부딪쳤단다. 한번은 훈정 씨가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상에 갔는데, 자기가 골라놓은 골동품을 아버지가 내놓으라고 해서 승강이를 벌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화가 나 미치겠는데, 어버지의 언사가 좋지 않았다. “이런 건 너 따위가 가질 물건이 아니야!” 기분이 좋은 날 아끼던 골동품을 딸에게 주었다가 화가 나면 도로 찾아가기도 했다는 시인 아버지… 그렇게 유별나다. 1주기 때 영인문학관에서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遺墨展>을 하는데, 사방을 뒤져서 소장자를 찾아내는 정성이 갸륵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열심인 것은 사위인 김성익 교수였다. 초정 선생은 사위를 아주 잘 두었다. 김 교수가 너무나 성심껏 전시회를 준비해 감동받았다. 어느 아들이 저러할까 싶게 종이쪽지 하나라도 보물처럼 다루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보태서 전시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혈적이 되는 비결은 예술을 통한 공감일 것이다.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의 저자 강인숙 관장은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며 문인과 예인의 육필원고와 편지 등을 2만 5천여 점 이상 모았다. 그중 이 책에는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을 모았다. 《삶과꿈》에서는 강인숙 원장의 도움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 낡은 서랍 속 뜨거운 마음을 6회에 걸쳐 훔쳐본다. 글·사진_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 ‘어린이 천국’ 박물관…첫 전용 건물 26일 용인서 개관

    경기도가 설립한 전국 최초, 최대의 어린이 전용 ‘경기어린이박물관’이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14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경기어린이박물관은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도립박물관 옆 2만 9896㎡ 부지에 연면적 1만 619㎡,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305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지난해 2월 26일 착공한 이 어린이박물관은 수장고와 자료실, 뮤지엄숍, 교육실, 어린이도서관, 영유아전시실,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실에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 세계 속의 어린이 등 4개 주제로 나눠 스포츠와 놀이를 통한 과학탐구, 환경, 재활용작품, 다문화 체험 관련 작품 및 자료가 전시된다. 또 과학, 역사, 문화, 예술, 사회 등 각 분야를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와 기구 등이 전시된다. 야외에는 자연학습체험장과 재활용품을 이용한 놀이시설 등으로 꾸며지는 공원이 조성됐다. 어린이들은 전시실과 체험장 등에서 전시품 등을 보고 만지면서 과학 원리와 다양한 문화도 체험하게 된다. 특히 이 박물관은 단독 건물로 이뤄진 전국 최초의 어린이 전용 박물관이며, 규모도 전국 최대다. 입장료는 도내 만 3세 어린이와 성인은 2000원, 타 시·도 어린이와 성인은 4000원으로 책정됐으며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을 연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용인시는 어린이박물관이 개관하면 인근 도립박물관, 한국민속촌, 백남준아트센터와 연계해 이 일대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역사문화 관광지 및 뮤지엄파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길섶에서] 브뤼셀 악기 박물관/이도운 논설위원

    벨기에 브뤼셀 출장길에 반나절 시간이 남았다. 현지 사람들은 왕립미술관을 가보라고 추천했다. 루벤스, 브뢰겔, 다비드의 그림이 걸려 있는 고전 미술관과 프랜시스 베이컨,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된 근대 미술관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왕립미술관 대신 한 블록 떨어진 악기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술보다 음악이 끌리는 날이었다. 박물관에 도착해 보니 왕립미술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전시물은 알찼다. 도대체 이런 악기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시대, 다양한 지역의 악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2층 전시실에서 낯익은 악기들을 발견했다.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 해금, 퉁소, 장구 등 우리나라 민속 악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설명문을 보니 국립국악원에서 기증한 것이란다. K팝이 유럽에 상륙해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의 민속 음악이 유럽인의 마음을 잡는 날을 그려보며 박물관을 나왔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CEO 칼럼] 창조적 디벨로퍼의 활약을 기대하며/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CEO 칼럼] 창조적 디벨로퍼의 활약을 기대하며/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노벨상 수상자 에런 치에하노베르 교수가 한국의 과학도에게 준 “책을 읽지 마라.”는 조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에 쓰여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은 아마 상상력을 제한하는 어떤 장애물도 없애라는 말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 게다. 그만큼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리라. 창조적 상상력의 중요성은 과학 못지않게 예술의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이 낳은 예술가 백남준은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예술 장르를 넓혔다. 백남준의 활동은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피아노를 부수고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파격적 상상력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스포츠에도 창의성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 축구 마니아들이 선수를 평가하는 우선적인 항목은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적 플레이를 하는지 여부라고 한다. 이청용 선수는 창조적 플레이로 유럽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비수, 골키퍼가 생각하지 못하는 타이밍과 공간에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레이에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상상력의 중요성은 과학, 예술, 스포츠를 넘어 모든 산업에서 강조된다. 바야흐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기업과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사회의 변화, 소득의 증가로 소비자들의 공간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공간 상품을 만드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창조적 상상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아주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매년 주거공간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전문 조사기관의 설문조사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주거공간 트렌드를 도출하는데, 그 변화무쌍함에 늘 놀라곤 한다. 올해에도 ▲강소주택-66㎡(20평)를 165㎡(50평)처럼 ▲수요자의 생각을 중시한 역지사지-골드소비자(골드 미스앤드미스터, 골드 시니어, 골드 키즈, 골드 포리너) 중심 ▲직(職)과 주(住)의 융합을 반영한 생산요람-주거·소비에서 생산기지로 ▲호연지기-아파트 저층의 재발견 ▲영역본능-살던 곳에서 늙고 싶다(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생활한옥-도심에서 한옥의 멋을 ▲공동구매-집도 공동구매로 산다 등 주거공간 7대 트렌드가 도출됐다. 사는 곳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벨로퍼들에게도 창조적인 상상력은 필수가 된 셈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남성전용 파우더룸, 남성전용 코지공간’이 생겨나고, 집 안팎에서 무선으로 조명과 가스 등 집 안의 모든 스위치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방 3개를 2개로, 다시 3개로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가변형 벽체를 사용한 ‘카멜레온식 아파트’는 이제 일반화되고 있다. 앞으로 집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트랜스포머형 주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캠핑카에 이어 이동식 주택도 나올 기세다. 조만간 홈쇼핑을 통해 바로 주문하고 설치할 수 있는 초간단 조립식 주택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 관련 금융·분양·건설 등 주택산업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처럼 집의 진화는 디벨로퍼들이 조금 더 살기 편하고, 살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항상 ‘왜?’라는 고민을 한 결과이다. 이제 ‘집’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곳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발전했으며, 앞으로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주거공간을 새로운 차원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예술가 이상의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고의 유연성과 기발함으로 공간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디벨로퍼, 공간 예술가들의 활약과 노력이 침체된 건설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새로운 상상’ 뉴미디어아트 한눈에

    2000년 한국에서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란 작은 축제가 첫 걸음을 뗄 때만 해도 비디오아트는 낯선 장르였다. 백남준(1932~2006) 작가와 맞물려 이름은 들어봤지만 여전히 생경한 것은 그대로일 터.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국제 경쟁 부문까지 덩치를 키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네마프)이 11회를 맞았다. 4일 개막해 14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 네마프는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을 주제로 스마트폰·디지털카메라 등 뉴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만든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비디오아트, 미술 작품 210여편이 선보인다. 뉴미디어에 관심 있다면 12일 열리는 ‘이 작가를 보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주형(‘조우’), 박병래(‘고무줄놀이’), 늘샘(‘서울의 예수, 강변의 누이’), 레주파(‘레즈비언 보이스 커밍아웃’), 차지량(‘M.T=미드나잇 테러’) 등 6~8명의 작가가 ‘제한시간 10분’ 동안 자유롭게 발표한 뒤, 관객과 대담한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맥주 한 캔과 다과를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이다. 상영작 및 전시 정보는 홈페이지(www.nemaf.net)를 참조하면 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어? 이게 뭐지… 다가서니 쏙~ 숨어버린다

    어? 이게 뭐지… 다가서니 쏙~ 숨어버린다

    큭큭큭.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귀엽다는 찬탄도 따라 나온다. 사방이 하얗게 막힌 공간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붙은 흰 사각형 두 개만 눈에 들어온다. 뭔가 싶어 들여다보고 있을라치면 사각형 네 변에서 까만 인형들이 솟아오른다. ‘어라’ 하면서 다가서는 순간 녀석들은 쏙 숨어버린다. 인도 작가 아파르나 라오와 네덜란드 작가 소렌 폴스가 뭉친 ‘폴스 앤 라오’팀의 작품 ‘피그미들’(Pygmies)이다. 이들은 만드는 작품마다 피그미들에게 다양한 성격을 부여하는데, 이번에 전시된 녀석들은 숫기 없는 놈들이다. 그래서 발소리에 놀라 숨었다가,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나온다. 그래놓고는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에 다시 쏙 들어가버린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가운데 ‘알속 아기새의 춤’ 같다. ‘피그미들’은 9월 13일까지 경기 용인시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NJP 썸머 페스티벌-스물하나의 방’ 가운데 하나의 방에 전시된 작품이다. 21개의 방은 백남준이 만든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실제 전시는 21개의 방으로 구성됐고, 방마다 관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4000원. (031)201-851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술계 큰손 ‘씨킴’ 개인전

    미술계 큰손 ‘씨킴’ 개인전

    악조건은 두루 갖췄다. 여기저기서 ‘큰손’을 거론할 때면 세계 200위권 안에 드는, 국제적으로도 이름 있는 미술품 수집가다. 지난 5월 홍콩 아트페어에서는 50만 달러 들여 백남준 선생 작품을 샀다. 돈? 걱정없다. 충남 천안에서 대형백화점과 터미널을 운영한다. 싱글거리며 매출액을 자랑한다. 작품에는 자화상 느낌이 가득하다. 누구를 그리든 자신이 빙의된 느낌이다. 작품 크기도 소소한 건 없다. 대부분 대작이다. 이쯤에서 결론이 나온다. 돈 많아 눈 호강하니 손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이 수군거림에는 비아냥이 한가득이다. 본인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좋아 죽겠단다. 1년 가운데 절반을 제주 작업실에 틀어박혀 큰 캔버스 앞에 미친 듯 붓질하고 있으면 좋단다. “나도 예술가다.”라고 큰소리치고 싶은 욕망은 끓어넘치는데, 돌아오는 것은 ‘악플’보다 더 잔인하다는 ‘무플’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뒷말이 두려워 못하는 것보다 자기처럼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미술대학 안 나왔다고 안되라는 법 있습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을 때까지 할 겁니다. 돈 좀 벌었다고 도박 같은 딴짓하는 것보다 얼마나 좋습니까.” 아라리오갤러리와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을 운영하는 ‘김창일로서’가 아니라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씨킴(60·CI KIM)으로서 하는 말이다. 현대미술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지만, 그 말 믿고 덜컥 나섰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다. 더구나 그 ‘아무나’의 손에 돈과 권력이 쥐어져 있으면, 이죽거림은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그래서 썩은 토마토와 녹슨 철가루를 응용한 그림과 설치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Who can say What?’이다. 독설로 인기를 끈 미국 라디오 진행자 돈 아이머스는 대학농구팀 흑인 여자선수들을 두고 ‘곱슬머리 창녀’라 했다가 계약해지된 인물. 타임스지는 이 파문을 표지기사로 다뤘고, 씨킴은 그 잡지 표지를 캔버스에 그려둔 뒤 아이머스 입에다 ‘Who can say What?’이란 쪽지를 붙여뒀다. ‘Who’, ‘What’ 자리에 ‘씨킴’과 ‘미술’을 가져다 놔도 될 법하다. 그렇게도 못할 짓이냐,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전시는 천안과 서울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전은 씨킴 개인전 사상 처음이다. 8월 21일까지. (041)551-5100, (02)723-61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식으로 말하자면 (전시 자체를 포함해) 모두 가짜다. 페이크 다큐다.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마르코 로스코, 이우환, 게르하르트 리히터 같은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소장가들이 언제 어떻게 작품을 구입했는지 설명하는 동영상이 놓여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한다. 이지은(변호사), 반이정(미술평론가), 이대형(큐레이터), 최기석(엔지니어), 조광제(철학자)처럼 그럴듯한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임경훈(주부), 소재희(고등학생), 정시우(초등학생) 같은 일반인들까지 모두 열정적으로 소장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명작이 한국에? 그것도 한국적 풍토에서 소장자가 맨얼굴을 직접 드러내고 소장 경위를 설명한다? 거기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미술품 판매 계약서까지? 전시장 입구에 놓였던 도록을 펼쳐 드니 맨 끝장에 적혀 있다. ‘새.빨.간.거.짓.말.’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트라운지 디방에서 열리는 오재우(36) 작가의 ‘컬렉터스 초이스’(Collector’s Choice) 전시다. 언뜻 굉장히 냉소적으로 느껴진다.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싸지? 이게 출발점이에요. 예술이란 거, 백남준이 말했듯 결국 사기 아닐까요.” 오라가 사라진 무한 복제 시대 자체를 연극적인 연출로 완연히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홍대 회화과 출신이다. “자존감이랄까 그런 게 약한 것 같아요. 대학 때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림들을 그렸어요. 사회와 인간, 국가 폭력 같은…. 그런데 이게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질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물어본 거다. “좋은 그림을 골라내서 소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뭐라 답을 내렸다기보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작가가 만든 모작이다. 참가자들이 갖고 싶은 작품을 지정하면 작가가 그려줬다. 대신 그 작품의 가치와 소장 경위에 대해 상상해서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놀랍게도 모든 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셨어요. 작품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그 분들 스스로 표현하신 거죠.” 어쨌거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글쎄요. 젊었을 때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나이 들어선 못 할 테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예술이 뭐지, 미술품이 뭐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싶은 거지요.” (02)379-3085.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자체 ‘작가 미술관’ 건립 붐

    지자체 ‘작가 미술관’ 건립 붐

    전국 자치단체에서 ‘작가 미술관’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작고한 유명 화가나 원로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은 단순한 관광 효과 외에도 지자체의 문화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이를 추진하는 단체장의 품격 있는 업적으로도 알맞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우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이우환(74) 화백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시는 부지 3만 3000㎡에 건물 면적 8250㎡로 건립할 계획이다. 비용은 국·시비 25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이 화백은 지난 6일 설계를 담당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등과 함께 두류정수장 등 건립 후보지 2곳을 둘러보았다. 대구시는 2014년까지 이우환을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들을 위한 미술관으로 건립, 특별한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문 큐레이터도 이미 채용했다. 대구시 김대권 문화예술과장은 “미술관 건립 장소가 결정되면 바로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 공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시는 장흥면 석현리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 일대에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올 9월 설계가 마무리되면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다 1990년 타계한 서양화가 장백진 화백의 부인 이경순씨와 유족이 기증한 유화 19점을 비롯해 벽화·드로잉 등 232점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양주시는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양주시는 또 조각가 문신(1922~1995)의 ‘문신 아뜰리에미술관’을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에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모텔 한 동을 사들여 개조한 시립 아틀리에를 조성, 유명 작가의 미술관으로 개관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미술관들이 완공되면 장흥면사무소와 송암천문대 사이 4㎞ 구간에는 미술관 3개를 비롯해 장흥아트파크와 조각아카데미, 가족 조각공원, 100여개 아틀리에가 밀집한 미술관 단지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산정 서세옥 화가 기념 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서세옥 미술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수덕사 인근에는 고암 이응노의 작품을 전시하는 ‘수덕사 선 미술관’이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이 화백이 생전 작품 활동을 했던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수덕여관 옆 부지에 지어진 미술관에는 이 화백의 호를 딴 고암 전시실이 마련돼 이 화백의 후손과 제자,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과 수덕여관을 개축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습작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밖에도 지자체들이 개관해 직접 운영하는 미술관도 10여개에 이른다. 한국 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가를 자랑하는 박수근의 고향 강원 양구에는 ‘박수근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연면적 1400여㎡에 77점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용인에는 ‘백남준 미술관’이 2008년에, 대전 서구에는 ‘이응노 미술관’이 2007년 각각 개관됐고 제주 서귀포에는 ‘이중섭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전국종합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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