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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선방했지만…국정농단이 초래한 1300억원 청구서

    법무부 선방했지만…국정농단이 초래한 1300억원 청구서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20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 (ISDS) 사건에서 5358만 6931달러(약 690억원) 규모의 배상을 판정한 것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엘리엇이 애초 한국 정부의 조치로 합병이 성사돼 최소 약 7억 7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손실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데 비해 판정부가 인정한 금액은 약 7%에 그친다는 점에선 정부가 ISDS 절차에 충실히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앞서 “엘리엇은 중재 통보와 청구 서면에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손해액이 7억 7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행위로 인해 그와 같은 손해를 실제로 입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청구인이 입은 손해액이 최소 7억 7000만 달러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 판단에 관한 증거도 없다”고 엘리엇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결정적 의결권을 가졌던 국민연금이 내부 절차를 위반해 합병을 찬성해 국민 세금으로 배상금을 갚게 됐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 노후 자금을 맡은 국민연금이 경제적 관점에서 비이성적 결정을 내려 공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판정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는 판정문 분석 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추후 상세한 설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배상원금과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1300억원대인 만큼 법무부는 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법무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ISDS 사건과 관련해 정정 신청을 통해 배상원금을 6억원가량 줄이는 중재판정문 정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한 푼도 유출되어선 안 된다”며 한국 정부의 2900억여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ISDS 판정 무효 신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판정부의 중재판정에서 2015년 당시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섰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구상 책임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그해 5월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합병을 진행한다”고 공시했고, 엘리엇은 다음날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 비율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당히 과소 평가됐고,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69.53%의 찬성률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가결했다.
  • 법집행·사법 관장 ‘국민 울타리’… 스타 장관 주도하에 ‘적극 법무행정’[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법집행·사법 관장 ‘국민 울타리’… 스타 장관 주도하에 ‘적극 법무행정’[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 사회가 어지러워지면 그 피해는 온전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법 집행과 사법 분야를 관장하는 법무부가 힘없고 소외된 국민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법무부는 2실 3국 2본부, 총 3만 4444명(본부 774명, 소속기관 3만 367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언론 노출이 잦은 검찰 관련 업무뿐 아니라 법령심사·정비, 범죄예방, 인권보호, 교정, 출입국관리 등 각자의 역할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법무부는 국방부와 함께 건국 이래 명칭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처다.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는 법무부가 해야 할 일, 가야 할 방향이 그만큼 단순명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韓 장관, 격식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 “모든 보고서·문서에서 간부를 호칭할 때 ‘님’ 자를 쓰지 맙시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 문을 대신 열거나 닫는 의전은 하지 맙시다.” 지난해 취임 후 내부망에 올린 한 장관의 당부사항이다. 한 장관은 해외 출장 갈 때 일등석도 타지 않는다. 통상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면 실·국 본부장, 주무과장이 총집결하는 게 관례인데 이 역시 거부했다. 꼭 필요한 인원이 아니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게 실용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장관은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의 전형으로 장관 발언 자료도 직접 챙긴다고 한다. 그만큼 본인 스타일의 직설적인 발언이 나올 때가 많아, 야당의 공격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즉시 현장을 찾은 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조선업계의 인력난 호소에 비자 심사 소요기간을 줄이는 등 ‘적극 법무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법무부 2인자인 이노공(26기) 차관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법무부 차관이다. 한 장관이 국회 대응 같은 외부 업무를 주로 한다면, 이 차관은 부처 운영을 도맡고 있다고 한다.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는 평이 많다. 눈에 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이어가려는 성격이다. 법무부 전체 인사·조직·예산·성과 관리 담당 기획조정실을 이끄는 권순정(29기) 실장은 법무부에서만 5회 이상 근무(법무심의관실, 정책기획단, 법무과장, 검찰과장, 기조실장)한 기획통이다. 수차례 청문회 준비팀에 차출돼 ‘청문회 전문가’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는 정책에 대해서도 실·국 간 기획·조정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장기간 공석인 인권국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공백 없는 업무’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꼼꼼함으로 인해 선후배들의 감탄과 ‘모시기 쉽지 않다’는 까칠한 평가를 함께 받는다고 한다. 검찰 농구단인 ‘아미쿠스’(Amicus)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탈검찰화’ 뒤집고 돌아온 검사들 검찰 업무와 접점이 많은 법무부 조직 특성상 검사 출신 고위 간부가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주요 보직에 의도적으로 검사를 배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검사 출신들이 법무부 주요 보직을 맡았다. 대표적인 부서가 법무실이다. 법무실은 산하에 2개의 심의관실과 8개 과를 갖추고 국가의 법무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가 기본법인 민법과 상법 등에 대한 해석·심사·정비, 국제투자분쟁 대응, 통일 대비 법률업무, 법조인 선발, 국가·행정소송 총괄 업무 등이 모두 법무실의 몫이다. 전 정부에서 비(非)검사가 맡았던 법무실장 자리는 지난 1월부터 검찰 출신인 김석우(27기) 실장이 맡았다. ‘학구파’로 유명한 김 실장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에 재판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그는 최근 400여쪽에 이르는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의 결정문 영어 원문을 직접 읽고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등 빈틈없이 업무처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매일 오전 7시 지하철로 출근하고, 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을 정도의 ‘워커홀릭’이다. 법무실 소속의 구승모(31기) 법무심의관은 국제형사분야 ‘블루벨트’를 받은 이력을 자랑한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수사·기획에 뛰어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과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 이력을 동시에 갖고 있어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엔 전세사기 대응을 포함한 범부처 차원의 주요 과제를 수행하는 등 단기간에 법무실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줬다는 품평이다. 판사 출신 정재민(32기) 송무심의관은 지난 1월까지 법무심의관을 맡다가 자리를 옮겼다. 법무심의관 재직 때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비롯해 1인가구 법안,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 디지털콘텐츠계약법 같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송무심의관으로서는 병역의무 남성에 대한 배상액 차별을 시정하는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했다. 정 심의관은 외교부 영토법률자문관,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연구관 등 이력이 화려하다. 게다가 2010년 포항국제동해문학상,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도로서의 면모도 뽐낸다. ●검찰 업무 최전선에 있는 검찰국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은 검사라면 한번쯤 가고 싶은 곳이다. 검찰국은 지난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시행, 지난달 대검찰청의 마약·조직부서 복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정식 직제화 등 굵직한 업무를 주도했다. 신자용(28기) 검찰국장은 검찰의 대표 기획통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해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현직 검사는 “그때부터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 국장은 ‘전형적인 검사 스타일’이다. 모든 면에서 깔끔해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도 풍긴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지시를 하는 상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가장 믿는 검사 중 한 명으로 신 국장을 꼽는다. 감찰관실은 검사 등의 감찰을 통해 복무 기강을 바로 세우고 비위 구조를 근절하는 역할을 한다. 류혁(26기) 감찰관은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임명됐으나 한 장관 취임 후에도 유임됐다. 정치색과 사리사욕이 없고 감찰 업무에 정통하며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대표적인 ‘강력통’이며 철인3종, 사진 촬영, 별자리 관측 등이 취미다. 감찰관실 실무는 김도완(31기) 감찰담당관이 맡는다. 공공수사분야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평검사 시절에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등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신동원(33기) 대변인은 기수를 뛰어넘어 대변인으로 발탁된 기획통이다. 부드러운 외양과 달리 일 처리는 칼같아 ‘외유내강’이라고 평가받는다. 언론 노출이 많은 한 장관의 ‘입’ 역할을 무난히 잘 소화하고 있다. 대변인실은 장관과 국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영상 제작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무부 유튜브 채널에서 6일 만에 50만회 조회수를 돌파한 ‘6·25전쟁 전사 교정공직자 충혼탑 제막식’ 영상도 신 대변인의 아이디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엘리트 검사에 이력도 좋은, 다 가진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非검사 부서장들 보호관찰, 치료감호, 소년보호 등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범죄예방정책국은 과거 수십년간 검사 출신들이 보임하던 자리였다. 전 정부에서 탈검찰 기조에 따라 행정고시 출신 국장이 처음 배출됐는데, 윤웅장(행시 40회) 국장은 비(非)검사 출신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윤 국장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서기관, 과장, 국장 직무대리 등을 지낸 전문가로 어려운 업무를 직접 나서서 처리해 ‘해결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강화형 전자장치 개발, 한국형 제시카법, 소아성기호증 성범죄자 사후적 치료감호, 스토킹범죄자 전자장치 부착, 마약사범 보호관찰 강화 등 주요 정책 추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재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출입국관리국이 2007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승격된 이래 최초의 내부승진 임용자다. 소탈한 성격으로 현장 실무와 정책 부서를 두루 거친 출입국·이민행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외국인 취업비자 총량제’,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도 그가 추진했다. 또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국민불안 해소를 위해 ‘국경 안전과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는 윤 국장과 함께 지난 정부에서 임용됐지만 유임됐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한 장관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신용해 교정본부장은 공직 입문 후 일선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교정행정 전문가다. 교정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한다. 한 장관이 인력 증원과 완전한 4부제 근무체제 운영 등 처우 개선에 나서고 교정에 힘을 많이 실으면서, 자연스레 교정 근무자들의 사기도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 본부장은 온화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로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 중 마약전담부서(마약사범재활팀)와 교정특별사법경찰대 신설 등 인권과 질서가 균형을 이루는 교정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자 인사 검증을 위해 신설한 부서다. 박행열 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은 오랜 기간 인사행정 실무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단장은 세평 수집과 도덕적 결함 등 네거티브 검증을 담당하는 1담당관 및 경제 분야를 살피는 2담당관과 함께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국가 인권정책을 총괄하는 인권국의 수장인 인권국장 자리는 아직 공모 중이다. 지난 1월 박범계 전 장관 시절 최초 여성 인권국장으로 취임한 변호사 출신 위은진(31기) 국장이 사임한 뒤 5개월 이상 공석이다. 몇 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 법집행·사법 관장 ‘국민 울타리’…스타 장관 주도하에 ‘적극 법무행정’[윤석열 정부 2023 공직열전]

    법집행·사법 관장 ‘국민 울타리’…스타 장관 주도하에 ‘적극 법무행정’[윤석열 정부 2023 공직열전]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 사회가 어지러워지면 그 피해는 온전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법 집행과 사법 분야를 관장하는 법무부가 힘없고 소외된 국민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법무부는 2실 3국 2본부, 총 3만 4444명(본부 774명, 소속기관 3만 367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언론 노출이 잦은 검찰 관련 업무뿐 아니라, 법령심사·정비, 범죄예방, 인권보호, 교정, 출입국관리 등 각자의 역할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방부와 함께 건국 이래 명칭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처다.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는 법무부가 해야 할 일, 가야 할 방향이 그만큼 단순명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韓 장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솔한 스타일 “모든 보고서·문서에서 간부를 호칭할 때 ‘님’자를 쓰지 맙시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 문을 대신 열거나 닫는 의전은 하지 맙시다.” 지난해 취임 후 내부망에 올린 한 장관의 당부사항이다. 한 장관은 해외 출장 갈 때 일등석도 타지 않는다. 통상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면 실·국 본부장, 주무과장이 총집결하는 게 관례인데 이 역시 거부했다. 꼭 필요한 인원이 아니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게 실용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장관은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의 전형으로 장관 발언 자료도 직접 챙긴다고 한다. 그만큼 본인 스타일의 직설적인 발언이 나올 때가 많아, 야당의 공격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즉시 현장을 찾은 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조선업계의 인력난 호소에 비자 심사 소요 기간을 줄이는 등 ‘적극 법무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법무부 2인자인 이노공(26기) 차관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법무부 차관이다. 한 장관이 국회 대응 같은 외부 업무를 주로 한다면, 이 차관은 부처 운영을 도맡고 있다고 한다.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는 평이 많다. 눈에 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이어가려는 성격이다. ‘탈검찰화’ 기조 뒤집고 다시 돌아온 검사들 법무부 전체 인사·조직·예산·성과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을 이끄는 권순정(29기) 실장은 법무부에서만 5회 이상 근무(법무심의관실, 정책기획단, 법무과장, 검찰과장, 기조실장)한 기획통이다. 수차례 청문회 준비팀에 차출돼 ‘청문회 전문가’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는 정책에 대해서도 실·국간 기획·조정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장기간 공석인 인권국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공백 없는 업무’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꼼꼼함으로 선후배들의 감탄과 ‘모시기 쉽지 않다’는 까칠한 평가를 함께 받는다고 한다. 검찰 농구단인 ‘아미쿠스’(Amicus)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검찰 업무와 접점이 많은 조직 특성상 검사 출신 고위 간부가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주요 보직에 의도적으로 검사를 배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검사 출신들이 법무부 주요 보직을 맡았다. 대표적인 부서가 법무실이다. 법무실은 산하에 2개의 심의관실과 8개 과를 갖추고 국가의 법무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가 기본법인 민법과 상법 등에 대한 해석·심사·정비, 국제투자분쟁 대응, 통일 대비 법률업무, 법조인 선발, 국가·행정소송 총괄 업무 등이 모두 법무실의 몫이다. 전 정부에서 비(非)검사가 맡았던 법무실장 자리는 지난 1월부터 검찰 출신인 김석우(27기) 실장이 맡았다. ‘학구파’로 유명한 김 실장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에 재판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그는 최근 400여 쪽에 이르는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의 결정문 영어 원문을 직접 읽고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등 빈틈없이 업무처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매일 오전 7시 지하철로 출근하고, 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을 정도의 ‘워커홀릭’이다. 법무실 소속의 구승모(31기) 법무심의관은 국제형사분야 ‘블루벨트’를 받은 이력을 자랑한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수사·기획에서 뛰어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과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 이력을 동시에 갖고 있어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엔 전세사기 대응 등 범부처 차원의 주요 과제를 수행하는 등 단기간에 법무실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받는다. 판사 출신 정재민(32기) 송무심의관은 지난 1월까지 법무심의관을 맡다가 자리를 옮겼다. 법무심의관 재직 때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비롯해 1인 가구 법안,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 디지털컨텐츠계약법 같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송무심의관으로서는 병역의무남성에 대한 배상액 차별을 시정하는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했다. 정 심의관은 외교부 영토법률자문관,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연구관 등 이력이 화려하다. 2010년 포항국제동해문학상,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도로서의 면모도 뽐낸다. 검수완박 대응·마약 부서 복원, 검찰 업무 최전선에 있는 검찰국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은 검사라면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이다. 검찰국은 지난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시행, 지난달 대검찰청의 마약·조직 부서 복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정식 직제화 등 굵직한 업무를 주도했다. 신자용(28기) 검찰국장은 검찰의 대표 기획통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해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현직 검사는 “그때부터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 국장은 ‘전형적인 검사 스타일’이다. 모든 면에서 깔끔해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도 풍긴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지시를 하는 상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가장 믿는 검사 중 한 명으로 신 국장을 꼽는다. 감찰관실은 검사 등 감찰을 통해 복무 기강을 바로 세우고 비위 구조를 근절하는 역할을 한다. 류혁(26기) 감찰관은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임명됐으나 한 장관 취임 후에도 유임됐다. 정치색과 사리사욕이 없고 감찰 업무에 정통하며 강단있는 인물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대표적인 ‘강력통’으로 철인3종, 사진, 별자리 관측 등이 취미다. 감찰관실 실무는 김도완(31기) 감찰담당관이 맡는다. 공공수사분야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평검사 시절에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등 이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다. 신동원(33기) 대변인은 기수를 뛰어넘어 대변인으로 발탁된 기획통이다. 부드러운 외양과 달리 일 처리는 칼 같아 ‘외유내강’이라고 평가받는다. 언론 노출이 많은 한 장관의 ‘입’ 역할을 무난히 잘 소화하고 있다. 대변인실은 장관과 국민 사이 거리를 좁히기 위한 영상 제작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무부 유튜브 채널에서 6일 만에 50만회 조회수를 돌파한 ‘6·25 전쟁 전사 교정공직자 충혼탑 제막식’ 영상도 신 대변인의 아이디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엘리트 검사에 이력도 좋은, 다 가진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범죄예방·출입국·교정본부, 전문성으로 무장한 非검사 부서장들 보호관찰, 치료감호, 소년보호 등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범죄예방정책국은 과거 수십년간 검사 출신들이 보임하던 자리였다. 전 정부에서 탈검찰 기조에 따라 행정고시 출신 국장이 처음 배출됐는데, 윤웅장(행시 40회) 국장은 비(非)검사 출신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윤 국장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서기관, 과장, 국장 직무대리 등을 지낸 전문가로 어려운 업무를 직접 나서서 처리해 ‘해결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강화형 전자장치 개발, 한국형 제시카법, 소아성기호증 성범죄자 사후적 치료감호, 스토킹범죄자 전자장치 부착, 마약사범 보호관찰 강화 등 주요 정책 추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재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2007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승격된 이래 최초의 내부 승진 임용자다. 소탈한 성격으로 현장 실무와 정책 부서를 두루 거친 출입국·이민행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외국인 취업비자 총량제’,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도 그가 추진했다. 또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국경 안전과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는 윤 국장과 함께 지난 정부에서 임용됐지만 유임됐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한 장관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신용해 교정본부장은 공직 입문 후 일선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교정행정 전문가다. 교정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한다. 한 장관이 인력 증원과 완전한 4부제 근무 체제 운영 등 처우 개선에 나서고 교정에 힘을 많이 실으면서, 자연스레 교정 근무자들의 사기도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 본부장은 온화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로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 중 마약전담부서(마약사범재활팀)와 교정특별사법경찰대 신설 등 인권과 질서가 균형을 이루는 교정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부 채용했던 인권국장직은 장기 공석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자 인사 검증을 위해 신설한 부서다. 박행열 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은 오랜 기간 인사행정 실무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단장은 세평 수집과 도덕적 결함 등 네거티브 검증을 담당하는 1담당관과 경제분야를 살피는 2담당관과 함께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은 극비다. 국가 인권정책을 총괄하는 인권국의 수장인 인권국장 자리는 아직 공모 중이다. 지난 1월 박범계 전 장관 시절 최초 여성 인권국장으로 취임한 변호사 출신 위은진(31기) 국장이 사임한 뒤 5개월 이상 공석이다. 몇 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국가 인권정책 수립, 범죄피해자 보호, 수사·교정·보호·출입국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사건 조사·구제, 여성·아동 보호 정책 마련 등 맡은 바가 많아 적임자를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 ‘조국의 강’ ‘우병우 탄핵의 강’ 어쩌나… 총선 도전설에 與도 野도 속내 복잡

    ‘조국의 강’ ‘우병우 탄핵의 강’ 어쩌나… 총선 도전설에 與도 野도 속내 복잡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 생각 중이다.”(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우 전 수석과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었으나 자녀 입시 비리로 재판이 ‘현재진행형’인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 도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 더불어민주당은 ‘조국의 강’이 재연될 위기에 속내가 복잡하다. 경북 영주 출마설이 나오는 우 전 수석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윤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복권한 만큼 입당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공천 가능성을 두고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한 방송에서 “과거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며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우 전 수석의 출마 예상지가 대구·경북(TK)에 한정되는 만큼 “우리 당 공천이 안 됐을 때 선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2일 “우 전 수석은 팬덤 없는 조국 같은 느낌”이라며 “콘크리트 지지층 없이 논란만 일으키는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 개인의 출마보다 최경환 전 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의 움직임을 폭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TK에서 ‘초이(최경환)의 귀환’은 정치적 무게가 다르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예우를 다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넜는지는 평가가 갈린다. 그리고 여전히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주요 사안마다 ‘탄핵파’를 저격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특히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환하게 조 전 장관을 맞은 모습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민주당은 철저히 무관심해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주장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만약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니라 ‘조국의 늪’에 빠지는 굉장히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장관은 문 정부의 인물이지만 현재 민주당 계파 구도에서는 ‘친문’(친문재인)보다 ‘친명’(친이재명)과 정치적 노선이 일치한다. ‘처럼회’ 등의 친명 강경파가 조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조나땡’(조국이 나오면 땡큐), ‘우나땡’(우병우 나오면 땡큐)을 외치지만 두 사람의 총선 출마 거론과 입당 시도, 무소속 출마만으로도 본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조국·우병우 총선 고심…與野 누구 속내가 더 복잡할까

    조국·우병우 총선 고심…與野 누구 속내가 더 복잡할까

    우병우 “국가 위한 역할 생각 중”조국 “퇴행 시간 속 할 일 고민 중”‘탄핵의 강·조국의 강’ 재연 우려도무소속 출마해도 ‘본진’ 영향 불가피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 생각 중이다.”(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우 전 수석과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었으나 자녀 입시 비리로 재판이 ‘현재진행형’인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 도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 더불어민주당은 ‘조국의 강’이 재연될 위기에 속내가 복잡하다. 경북 영주 출마설이 나오는 우 전 수석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윤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복권한 만큼 입당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공천 가능성을 두고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한 방송에서 “과거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며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우 전 수석의 출마 예상지가 대구·경북(TK)에 한정되는 만큼 “우리 당 공천이 안 됐을 때 선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2일 “우 전 수석은 팬덤 없는 조국 같은 느낌”이라며 “콘크리트 지지층 없이 논란만 일으키는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 개인의 출마보다 최경환 전 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의 움직임을 폭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TK에서 ‘초이(최경환)의 귀환’은 정치적 무게가 다르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예우를 다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넜는지는 평가가 갈린다. 여전히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주요 사안마다 ‘탄핵파’를 저격한다. 조 전 장관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특히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환하게 조 전 장관을 맞은 모습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민주당은 철저히 무관심해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주장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만약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니라 ‘조국의 늪’에 빠지는 굉장히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장관은 문 정부의 인물이지만 현재 민주당 계파 구도에서는 ‘친문’(친문재인)보다 ‘친명’(친이재명)과 정치적 노선이 일치한다. ‘처럼회’ 등의 친명 강경파가 조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조나땡’(조국이 나오면 땡큐), ‘우나땡’(우병우 나오면 땡큐)을 외치지만 두 사람의 총선 출마 거론과 입당 시도, 무소속 출마만으로도 본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서울광장] 내려올 때를 아는 지도자가 보고 싶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내려올 때를 아는 지도자가 보고 싶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1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해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10월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이 됐다. 40대 초반의 여성 정치인인 데다가 임기도 많이 남아 있던 상황이라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의아해했다. 아던 총리는 다음과 같은 사임의 변을 내놓았다. “특권적인 역할엔 적임자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아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던 전 총리는 37세이던 2017년 노동당 대표를 맡아 그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총리에 올랐고,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나치게 강한 규제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기가 많이 떨어지고,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야당에 뒤지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자진사퇴할 정도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임기까지 버티고, 낙마하더라도 기회를 잡아 재기하려는 이들이 넘치는 정치세계에서 ‘적임자일 때를 아는 책임’을 내세운 사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2022년 선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사임하면서 내놓은 문서의 맥락도 아던 전 총리와 비슷하다.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복음을 선포하려면 몸과 마음의 힘도 필요하다. 맡겨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제 자신이 너무 약해졌다”며 교황의 직을 내려놓았다. 교황은 종신직이다. 선종해야만 다음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회의가 소집돼 온 불문율에 비춰 베네딕토 16세의 ‘생전’(生前) 사임은 이례적이었고, 지도자의 책임은 태산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베네딕토 16세나 아던 전 총리처럼 내려갈 때를 알고 이를 스스로 실천하는 지도자는 사실 별로 없다. 외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다. ‘최순실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탄핵의 촛불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할 때 상당수 언론과 비평가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직을 스스로 내려놓길 촉구했다. 그때 이미 국정 수행을 위한 에너지는 소진된 상태였다. 한데 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버티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탄핵에 의한 강제 하차였고, 특검 수사로 이어져 만신창이가 된 채 중형을 선고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곳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쫓아내는 데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이란 생각이 든다. 버티기의 대표주자는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로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곧바로 총선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야당 권력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성남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 사건 등에 휘말려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재판 결과에 따라 당 대표 유고나 당 와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대 돈봉투 사건’에 휘말려 위기를 맞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두 번이나 검찰에 ‘셀프 출석’하는 쇼를 연출했다.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질없는 버티기가 연상돼서다. 민주당에선 지난 10년간 선거 패배 등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기득권화된 586세력 용퇴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위기를 모면하면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에도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586 용퇴론’을 외쳐 놓고 석 달 만에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코미디를 벌였다. 이젠 결국 ‘부정 선거’ 사건에 휘말려 나락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희대의 입시 부정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 출마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정도면 버티기가 ‘병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으면 결국 끌려 내려온다는 아주 단순한 상식마저 통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
  • 압박 카드로, 굴곡 많던 KBS 수신료… 막 내리는 30년 ‘통합 징수’

    압박 카드로, 굴곡 많던 KBS 수신료… 막 내리는 30년 ‘통합 징수’

    한전 ‘수신료 위탁 징수’ 납부 방식내년 재계약 앞두고 취소 가능성정권 때마다 ‘분리 징수’ 놓고 충돌野 “공영방송 장악 신호탄” 반대에與 “과거엔 민주당도 폐지 법안 내” 김영삼 정부 당시 방송법에 관련 근거가 마련되면서 1995년 도입된 KBS TV 수신료의 전기요금 통합 징수 납부가 약 30년 만에 분리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을 손봐 시청자에게 납부 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6일 대통령실 등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법 시행령 42~49조를 개정해 수신료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KBS 사이의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 계약을 취소해 납부 형태를 바꾸는 방안도 언급된다. KBS와 한전은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 왔는데 내년이 재계약 시점이다. 한전이 KBS로부터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아 전기요금에 합산해 걷는 지금의 제도는 방송법 67조를 근거로 한다. 그 전까지는 KBS 징수원이 직접 수신료를 받으러 다녀 비용 대비 징수 효율성이 높지 않았고 납부 회피도 많았다. 그러나 전기요금 통합 징수는 사실상 시청자에게 납부를 강제하는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은 “전기요금에 TV 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하고 2006년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과 헌재는 각각 이를 기각, 각하했다.수신료 납부 방법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공영방송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실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발의한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에 비협조적이었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땐 수신료 분리 징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나라당도 집권당이 되자 되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논란을 샀다. 박근혜 정부 땐 민주당 중심의 분리 징수 법안이 발의됐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노웅래 의원이 수수료 위탁 징수 금지법을 발의했고 탄핵 직후인 2017년 4월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분리 징수 법안을 추진했다. 박 의원은 당시 “언론개혁 필요성 차원에서 국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관련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에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다시 수신료 분리 징수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당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및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법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수신료 분리 징수 특위가 출범했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여권의 방송 장악 신호탄’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K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를 고리로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과거 수신료 통합 징수 폐지 관련 법안을 냈던 민주당 의원들을 언급하며 야당의 입장 번복을 꼬집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녕 2014·2017년 각각 (소속 의원인) 노웅래·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방송법을 잊으셨습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작 야당 시절에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우며 통합 징수 폐지에 앞장섰던 민주당은 방송의 공정성을 이유로 이번에는 반대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정 사유와 내용 모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결국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허울에 불과하다. 이제 TV 리모컨과 수신료 납부 용지를 국민께 되돌려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정권 바뀔때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채널 뒤바꾸는 여야

    정권 바뀔때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채널 뒤바꾸는 여야

    정부가 전기요금과 통합돼 사실상 강제 징수돼 온 KBS TV 수신료의 납부 형태를 손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서 번번이 무산됐던 수신료 분리 징수가 이번에는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이 문제를 두고 20여년 가까이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집권 여부와 현안에 따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여권의 방송 장악 신호탄’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K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를 고리로 공영 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수신료 통합 징수 폐지 관련 법안을 냈던 민주당 의원들을 언급하며 야당의 입장 번복을 꼬집었다.6일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녕 2014·2017년 각각 (소속 의원인) 노웅래·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방송법을 잊으셨습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작 야당 시절에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우며 통합 징수 폐지에 앞장섰던 민주당은 방송의 공정성을 이유로 이번에는 반대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정 사유와 내용 모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결국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허울에 불과하다. 이제 TV 리모컨과 수신료 납부 용지를 국민께 되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공영방송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 실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발의한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에 비협조적이었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땐 수신료 분리 징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나라당도 집권 여당이 되자 되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논란을 샀다. 박근혜 정부 땐 민주당 중심의 분리징수 법안이 발의됐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노웅래 의원이 수수료 위탁 징수 금지법을 발의했고 탄핵 직후인 2017년 4월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분리 징수 법안을 추진했다. 박 의원은 당시 “언론개혁 필요성 차원에서 국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관련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에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다시 수신료 분리징수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당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및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법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수신료 분리 징수 특위가 출범했다. 현재 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해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KBS가 자의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고 징수할 수 있게끔 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전력이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아 전기요금에 합산해 걷는 지금의 제도는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방송법에 관련 근거가 마련되면서 도입됐다. 다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 개정이 어렵고 헌법재판소가 1999년, 2008년 등 두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에 KBS 수신료를 포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만큼 대통령실에선 시행령 42~49조를 개정해 수신료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KBS 사이의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 계약을 취소해 납부 형태를 손볼 수도 있다. KBS와 한전은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왔는데 내년이 재계약 시점이다.
  •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한일 현안, 정말로 해결하려면/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한일 현안, 정말로 해결하려면/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 제국주의 해악을 끼친 당사자들은 과거의 일본 세대다. 일본과의 진정한 협력 없이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 갈 수 없다. 산적한 양국 현안을 정말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전격적으로 단행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는 획기적이었다. 일본 총리가 최초로 공식 사과를 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재단 출연금을 지급한 것은 국가 책임을 간접적으로라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을 대상으로 사전 의견수렴 절차마저 생략하고 청와대가 권위주의적으로 일을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익을 위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의지마저 없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맹비난하며 일본 정부 출연금인 10억엔을 돌려준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비비로 기금을 운영하며 기존 합의를 파기하지도 않았다. 친일 세력이 장악한 사법부를 개혁하겠다며 대법원의 인적 구성도 파격적으로 바꿔 버렸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진 것은 그 결과물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패널 절차의 최종 판정이 2019년 4월 내려졌다. 판정의 핵심 취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모두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부당하다고 판정한 1심 패널 판정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 기준을 다시 조정해 한국 조치의 정당성 여부를 따져 보아야 최종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WTO 승소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바빠 판정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역전승을 거두었고 우리 조치의 정당성이 최종 확인된 것으로 설명해 버렸다. 이제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골이 돼 버렸다. 윤석열 정부도 한일 현안을 정말로 해결할 의지는 부족하다.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이 채택됐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해법인 양 제시해 버렸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이러한 대위변제를 거부하면 아무런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띄워졌지만 아직까지 정말로 해결된 한일 현안은 없는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건마저 터져 버린 지금 정부는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처리 기준에 따라 방류를 했는지를 검증해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해 버릴 태세다. 진정한 한일 관계가 수립되려면 제대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일본 여행을 떠나는 우리 국민 숫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이들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이미 일본에서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8개 현으로부터의 수입 금지 조치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통하겠는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도 결국은 정부의 대위변제로 모든 피해자의 권리를 자동 소멸시키는 근거 조항을 특별법으로 만들어야만 종국적으로 해결된다. 결국 산적한 현안을 모두 묶어 구속력 있는 국제 중재재판 판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판결이 있어야 정말로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을 수입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지, 강제동원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하는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조치가 정당한지를 모두 국제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그래야 필요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도 조성된다. 통상대국의 대일 정책이 국내 정치의 시녀로 전락해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
  • 위기 돌파용 물갈이·국감 공격수 재공천… 최종 승자 공식 통할까[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위기 돌파용 물갈이·국감 공격수 재공천… 최종 승자 공식 통할까[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22대 총선을 1년 앞둔 현역 의원들의 최고 관심사는 재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일 것이다.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2020년 총선 당시 재공천을 기준으로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의 공천 가능성을 예상해 보자. 제21대 현역 국회의원 ‘생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우선 ‘아쉬운’ 쪽의 물갈이 폭이 훨씬 컸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거 당시 현역 신분이던 의원 283명 중 183명(64.7%)이 재공천을 받았다. 10명 중 4명은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정당별로 나눠 살펴보면 당시 여당이면서 다수당으로 잘나가던 더불어민주당은 72.9%의 재공천율을 보였다. 반면 야당이면서 소수당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위기감이 팽배했던 미래통합당은 56.8%로 상대적으로 물갈이 폭이 훨씬 컸다. 재공천이 안 된 사유별로 나눠 분석해 봐도 유사한 결론에 도달한다. 민주당의 경우 재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 수가 35명(27.1%)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그나마도 당에서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한 현역의원은 4명(3.1%)에 불과했고 21명(16.2%)은 재출마 포기, 10명(7.8%)은 경선에서 탈락한 경우였다. 반면 통합당은 재공천이 안 된 51명(43.2%) 중 21명(17.8%)이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였고 재출마 포기가 22명(18.6%), 경선 탈락이 4명(3.4%)이었다. 양적 측면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당시 더 절박한 상황이었던 통합당이 더 강한 물갈이 의지를 보인 것이다. 참고로 정의당, 민중당, 친박신당 등 소규모 정당들은 대부분 100%의 재공천율을 기록했다. 역대급 여소야대 상황에서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는 양대 정당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두 진영 모두 상당한 수준의 물갈이 압박을 느낄 수 있어 치열한 생존 게임이 예상된다. ●여성 재공천 비율도 통합당이 높아 양성평등 실현의 차원에서 여성 의원은 재공천 확률이 높았을까. 더 절실했던 통합당이 여성 의원 재공천 비율도 높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 의원의 재공천율은 60.8%(51명 중 31명), 남성 의원의 재공천율은 65.5%(232명 중 152명)였다. 20대 국회에서 남녀 의원 비율이 약 18% 대 82% 정도였으나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쉬울 것이 없었던 민주당의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 재공천율은 각각 73.8%와 68.2%로 오히려 남성 의원 재공천율이 더 높았던 데 반해 통합당은 56.1%와 60.0%로 그나마 약간의 여성 의원 프리미엄을 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수별로 나눠 보면 두 정당 모두 재선의 재공천율이 가장 높았다.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각 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지역구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재공천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 민주당의 경우 재선 의원의 재공천율이 92%에 달했으나 통합당은 75.8% 정도에 그쳤다. 위기감이 팽배했던 통합당은 재선 의원들 중에서도 4명 중 1명꼴로 재공천을 못 받은 것이다. 즉, 중진 의원조차도 대중적 이미지가 나쁠 경우 공천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선 의원들의 공천 확률이 높았던 데 비해 3선 이상은 재공천 보장이 매우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전체 재선 의원들의 재공천율이 80.7%(62명 중 50명)였던 데 견줘 3선 의원들의 재공천율은 55.8%(43명 중 24명)로 급락했다. 정당별로 나눠 보면 위기의식이 높았던 통합당(40.9%)에서 민주당(66.4%)보다 3선 의원들의 재공천율이 현저히 낮았다. 4선 이상에서도 민주당(20명 중 11명)과 통합당(16명 중 7명) 모두 재공천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정치혐오로 인해 국회에 3선 이상 몸담았다는 것 자체로 ‘고인 물’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잠재적 쇄신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다선 의원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초선 의원들의 재공천율도 그리 높지 못했다. 전체 초선의원의 65.4%가 재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으며 정당별로 나눠 보면 민주당은 74.2%, 통합당은 55.3%였다. 초선 의원들이 첫 번째 임기 동안 당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하면 버려지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기감이 팽배했던 통합당의 경우 초선 의원 중 절반 가까이가 재공천을 받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초선 중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심했다. 초선 의원 중 비례대표의 재공천율은 46.7%였던 데 반해 지역구 의원은 69.0%였다. 입법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영입된 비례대표 의원들 중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 않음을 보여 준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많은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선명성 경쟁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주 언론 등을 통해 이런 선명성을 드러내며 경쟁 정당을 공격할수록 당내에서 그 효용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숱한 의원이 국정감사 등에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 내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실제로 유효할까. 두 정당 모두 국정감사 발언 빈도가 재공천 여부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당에서 이런 상관관계가 더 분명했다. 민주당에서 재공천을 받은 의원들의 국정감사 평균 발언 단어수는 1279단어였던 데 반해 재공천을 못 받은 의원들은 1089단어에 그쳤다. 통합당의 경우에도 재공천을 받은 의원들은 평균 국정감사 발언 단어 수가 1393단어였고 그렇지 못한 의원들은 1110단어였다. 양 정당 모두 국정감사 활약상이 재공천 여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야당인 통합당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 임기 동안 절반씩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 가며 했던 21대 국회에서도 정치 양극화를 조장해 온 각 당의 ‘공격수’들이 재공천을 받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투표로 당 충성심 보여도 영향 미미 마지막으로 당에 높은 충성심을 보이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까. 경쟁 정당과의 표 대결에서 당의 주류 의견에 맞춰 투표할 경우 재공천 확률이 높아지는지 살펴봤다. 그동안 열심히 당론에 맞춰 투표해 온 의원들에게는 허탈한 결과일 수 있겠으나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두 정당 모두 평균 당론 투표율이 90%(92.6%와 93.5%)를 넘었고 재공천을 받은 의원들과 아닌 의원들의 차이도 미미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경우 컷오프된 의원 4명의 당론 투표율은 평균을 훨씬 웃돈 99%에 달했다. ‘거수기’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재공천을 받고자 하는 것은 효과적인 전략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시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은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못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김남국 의원발 ‘코인 게이트’ 등 야당의 스캔들 리스크가 함께 존재한다. 지난 총선과는 달리 어느 한 진영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두 거대 정당의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이 33%, 민주당이 32%로 불과 1% 포인트 차이다. 오히려 2016년 총선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선거 때까지 지속된다면 각 정당의 공천 성적표가 선거 결과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당이 더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공천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임기를 1년 남긴 현역 의원들의 내년 총선 재공천 생존 게임은 이미 반환점을 돌았을지도 모른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치커뮤니케이션)
  • 대법원판결에 희비 엇갈린 지역유권자…정당 공천책임 없나[로:맨스]

    대법원판결에 희비 엇갈린 지역유권자…정당 공천책임 없나[로:맨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세 정치인 관련 사건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치인과 소속 정당, 지역 유권자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김선교(63) 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 전 의원은 무죄, 회계책임자 A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선거법은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한 이유로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미신고 후원금의 모금 및 지출에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여러 사실과 사정을 기초로 김 전 의원이 관여했다는 것을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선거비용 초과 지출 사건은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지 여부로 당선 무효 여부가 엇갈리는 만큼 1심이 김 전 의원은 무죄, A씨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것은 사실상 당선을 무효로 할 만큼 해당 혐의를 중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의원 측은 총 66회에 걸쳐 총 4771만원 상당의 미신고 후원금을 모금한 후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을 위한 선거비용 등으로 지출했습니다. 또 국회의원 후보자의 후원회는 연간 1억 5000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음에도 총 1억 9848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금함으로써 4848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을 모금했습니다. 특히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 관련 회계보고를 제출하면서는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해 선거비용이 지출된 것을 은닉하기 위해 총 3058만원 상당의 선거비용 지출명세를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비용 초과 지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A씨는 당선 이후 8급 비서로 채용돼 범행으로 인한 이익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고, 동종 전과도 있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1960년생인 김 전 의원은 양평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0년 양평군청 소속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한 후 3선 양평군수를 거쳐 경기 여주·양평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이었습니다. 40년 넘는 지역 공직 생활을 해왔고, 3선 군수를 역임했던 인물이 당선 무효 여부를 가를 회계책임자의 불법 후원금 모금과 선거비용 초과 지출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은 끝내 의문으로 남습니다.더 큰 문제는 당선무효형이 확정됐음에도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인 여주·양평 지역구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구로 남게 됐다는 점입니다. 오는 9월 국정감사와 내년도 지역 예산 반영 등에서 여주·양평의 의사를 직접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없어진 지역 유권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김 전 의원은 “저는 무죄로 확정되었지만, 회계책임자의 벌금형으로 국회의원직은 물러나게 되었다”며 “현행법상 충분히 억울한 소명을 풀지 못한 안타까운 점은 있지만, 이마저도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여긴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은 “여주·양평의 국회의원으로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한 점 지역주민 여러분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주·양평의 모든 현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보전받았던 선거비용도 전액 반환해야 합니다. 사실상 국회의원 당선 후 임기의 4분의 3을 선거법 위반 소송으로 보냈고, 남은 1년은 의원직을 잃어 공석인 지역구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소속 정당의 공천 책임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김태우(48) 전 강서구청장 사건은 김 전 의원 사건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김 전 구청장은 소속 정당의 공천 이전에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법상 피선거권이 없게 될 때 퇴직해야 하는데 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으면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구청장이 직을 상실함에 따라 오는 10월 보궐선거 전까지는 박대우 부구청장이 권한을 대행해 구정을 이끌게 됐습니다. 경상국립대 법학과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6급 검찰 주사로 근무하던 중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될 정도로 정보 수집 분야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건설업자인 지인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 동향을 알기 위한 부적절한 행위로 복귀 명령이 내려진 후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부당 개입 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도중 일반임기제 5급 사무관 직위 ‘셀프 임용’ 시도, 골프 접대 등 향응 수수 등 비위 혐의로 해임 징계를 받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문재인 정부의 비위 의혹을 공익 신고하게 됩니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김 전 구청장을 비판했지만, 김 전 구청장은 ‘김태우 수사관의 블랙리스트(미꾸라지의 반란)’이란 책까지 낸 끝에 지난해 6월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21년 1월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상 비밀엄수의무와 자필로 서명한 보안 서약서를 근거로 김 전 구청장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16건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 총 5건이 공무상 비밀이라고 봤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KT&G 동향 보고 유출 건을 제외한 4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입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검찰공무원으로서 청와대 특감반에 파견 근무했던 김 전 구청장이 비위 혐의로 검찰청으로 복귀해 감찰받던 중 청와대가 친여권인사에 대한 비위 첩보를 무시한 채 이들을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고 민간 영역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을 했다고 주장하며 언론을 통해 누설했다”며 “김 전 구청장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는 점,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나 검찰 고발 등의 절차를 알고 있었음에도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그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킨 점 등에 비춰 보면 죄책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김 전 구청장은 2심 재판과정에서 첩보 보고가 민간인 사찰로 인해 취득한 비밀이므로 직무상 알게 됐다거나 보호 가치 있는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첩보 보고 목록이 민간인 사찰의 결과로 작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김 전 구청장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를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의 해석 및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김 전 구청장은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며 “정치적 재판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김 전 구청장은 “저는 김명수 사법부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어쨌든 저의 공익신고로 문재인 정권이 무마했던 부패 공무원과 정치인이 드러나고, 내 편의 잘못은 무마하고 상대편은 약점을 캐는 잘못된 관행이 없어진 걸로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저에 대한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가 김명수 대법원의 정치적 재판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반면 박형준(63) 부산시장은 대법원판결을 통해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한 연관성을 벗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비서관, 사회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후 재선 부산시장이 된 인물입니다. 박 시장은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관련 문제 제기를 당하자 총 12회에 걸쳐 이를 일관되게 부인합니다. 검찰은 이런 박 시장을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지만, 박 시장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 자의적인 공소제기로 위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박 시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내부 문건에는 18건의 홍보기획관 배포 또는 요청사항, 2건의 정무수석 비서관 배포 또는 요청사항 문건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홍보기획관으로 재직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정보 보고는 받았지만 별로 신뢰하지 않았고, 그 당시 국정원 문건을 실제로 보지도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박 시장이 국정원 문건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시장이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발언했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불법사찰’에 해당하는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평가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박 시장이 뉴스 인터뷰나 토론회 등에서 한 발언 중에는 구체적 ‘사실’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표현들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검찰은 2심 재판과정에서 박 시장이 국정원에 자료를 요청하도록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청와대 주요 요청현황 문건, 국정원 보고서, 메모 보고 문건, 국정원 감찰 결과보고서, 환경부 자료요청에 대한 국정원 회신내용 등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그 문건들의 존재 자체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문건이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되었다는 사실 정도에 불과하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국정원에 요청사항을 전달한 사실’ 등과 같은 요증사실은 문건 내용에 의해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건의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국정원 보고서의 작성·보고에 관여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박 시장이 홍보기획관실 비서관 또는 행정관을 통해 국정원에 국정원 보고서 관련 사항을 지시·요청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증명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는 그와 같은 지시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물·녹취물과 같은 증거물, 직접 지시를 받은 사람의 진술이나 그가 작성한 업무수첩 등의 증거서류, 박 시장이 지시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의 진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검사는 직접적인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심지어 박 시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비서관 또는 행정관이 누구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에서 허위의 사실 및 허위성의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이번 대법원판결을 지켜본 여야 정당들은 서로를 향한 높은 비판의식만큼이나 지역 유권자를 존중하는 높은 준법의식을 가진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근혜 탄핵 기각 시 계엄령’ 문건 은폐 기우진 기무사 전 처장 2심서 유죄

    ‘박근혜 탄핵 기각 시 계엄령’ 문건 은폐 기우진 기무사 전 처장 2심서 유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계엄령을 검토하는 내용의 문건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기우진(57)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5처장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 소병석)는 18일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 전 처장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7년 2월 기무사는 ‘계엄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 대비한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탄핵 심판이 기각됐을 경우 당시 매주 촛불집회를 열던 시위대가 분노해 청와대나 정부 청사 건물 등을 점거하는 등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적혔다. 이 경우 군은 위수령과 계엄령을 발령하겠다는 계획안까지 세웠다. 기 전 처장은 해당 문건의 내용을 숨기기 위해 TF와 무관한 ‘방첩 수사 연구 계획’이라는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제출해 인력 파견과 예산(특근매식비)을 신청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계엄령 검토 문건을 ‘훈련 비밀’로 등재하기 위해 문건 내 제목 일부를 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교사 혐의도 받았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2019년 12월 1심 재판에서 기 전 처장 등에게 “계엄 문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시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2심 재판부는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간과 참가자, 장소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지침을 주고 (연구 계획) 문서를 작성해 담당 공무원에게 발송하게 했다”며 “계엄의 전반적 사항을 검토하는 것은 기무사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고 밝혔다. 또 기 전 처장이 TF를 운영하던 당시 인가되지 않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사용하고 최종 작업 후 노트북을 포맷한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기 전 처장이 계엄령 문건에 대한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공전자기록 위작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공동정범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공문서전자기록을 위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기 전 처장이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계엄령 검토 문건을 주도했다고 지목되는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가 중지됐다가 지난 3월 귀국했다. 조 전 사령관은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지지 집회를 연 혐의 등으로 지난달 14일 구속기소됐다.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이날 재판 결과에 따른 설명을 내고 “법원이 계엄 문건의 위법성과 문건을 작성·은폐하는 데 관여한 주요 인사들의 범죄 혐의를 다 인정했는데도 검찰은 아직 계엄 문건을 모의하고 결정한 조 전 사령관 등 상층부 수사에 미적거리고 있다”며 “실무자들이 유죄를 받은 마당에 위법한 계엄 게획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들을 기소하는 것조차 망설이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조 전 사령관과 계엄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 ‘北이 가장 두려워한 군인’ 尹정부 국방혁신 최전방 선다

    ‘北이 가장 두려워한 군인’ 尹정부 국방혁신 최전방 선다

    尹 직접 요청 ‘6년 만에 귀환’대통령실 “사실상 좌장 개혁 주도”사이버사 댓글조작 재판은 논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했던 김관진 전 장관이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된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으로 복귀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한다는 상징성에 더해 국방개혁 과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김 전 장관에게 참여를 요청했고, 김 전 장관은 제안을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1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으로 김 전 장관을 내정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김 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 국방컨벤션에 사무실도 꾸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국방혁신위는 국정과제인 ‘과학기술 강군’ 추진을 목표로 국방혁신기본계획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등과 민간에서 예비역 장성 4명,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이버 보안 관련 과학기술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장관이 형식상으로는 자문위원회 성격의 기구인 국방혁신위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위원장인 윤 대통령을 대신해 사실상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이 역대 정부에서 ‘강력한 대북관’을 상징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복귀는 보수 진영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짜 평화’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대북 정책을 추구하는 것과 연결고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10일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11일 동안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북한 도발에 초기 대응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주변에서는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많았지만 그는 “안보 콘트롤타워는 하루도 미뤄둘 수 없다”며 자리를 지키다가 정의용 실장이 임명되자 물러났다. 대통령실은 김 전 장관의 내정 배경에 대해 “국방개혁의 적임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우리 군은 지난 20여년간 세 차례 정도 큰 국방개혁을 했다. 김 전 장관은 실무자로서 그 다음 중간관리자로서 그리고 국방장관으로서 참여했다. 세 번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국방혁신에 대해서는 가장 전문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에 걸쳐 합참의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방장관으로 일했다.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 초기까진 청와대 안보실장도 지냈다”며 “그래서 우리 국방혁신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아마 김 전 장관만큼 잘 아는 분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장관이 2012년 총선과 그 해 대선을 전후해 군 사이버사령부에 당시 정부와 여권(현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야권(현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댓글 9000여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정치관여 혐의와 일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김 전 장관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법적으로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조현천, 박근혜 탄핵 국면 앞두고 예비역·보수단체 활용 지시”

    “조현천, 박근혜 탄핵 국면 앞두고 예비역·보수단체 활용 지시”

    정치 관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에 맞서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적극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법무부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10월 당시 기무사 참모장에게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예비역·보수단체 활용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당시에는 이른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었다. 조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받은 예비역지원과장 등은 ‘현 시국 관련 안보·보수세 대응 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활동 기반을 갖춘 보수세를 활용해 우호 여론 조성’, ‘예비역 장성 등 보수 인사의 언론기고 및 종편 출연 유도’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예비역지원과장은 예비역 장성, 예비역·보훈 등 단체를 접촉하던 부대원들에게 촛불집회에 맞대응하는 집회·시위를 개최하고 보수 성향 언론에 기사와 칼럼, 신문광고를 게재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언론에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과 광고가 실렸다. 부대원의 요청을 받은 한 예비역 중장은 2016년 11월 한 신문사에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행사’라는 제목으로 “지금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어지럽더라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군의 통수체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또 다른 신문에는 “국민은 없고 대권만 노리는 난장판 국회 어찌 대한민국 맡길 것인가? 대통령 473일 남았다! 목숨 바쳐 종북정권 막아내고 물러나라!”는 광고가 게시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이러한 혐의와 함께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한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을 구속 기소했다. 조 전 사령관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지지 여론을 조성하는 정치활동을 하는 데 기무사 예산 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계엄령 문건이 내란 음모에 해당되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 “직무권한” vs “직권남용”… 법정 간 ‘文정부 블랙리스트’

    문재인 정부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재판이 17일 공판 준비 절차를 밟으며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 고위급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가운데 최대 쟁점은 당시 인사 조치가 정당한 직무권한이냐, 불법적 직권남용이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백 전 장관은 조 전 수석과 함께 2017년 9월 한국서부·남동·중부·남부발전 등 발전 4사 기관장 4명을 서울 시내 호텔과 식당으로 각각 불러 잔여 임기와 실적에 관계없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2017~2018년 산하 공공기관장 7명에 대해 사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기와 신분을 보장받으며, 기관장의 경우 직무수행의 현저한 지장과 직무태만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임기 중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해 뒀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정치권발 추천 인사를 앉히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내정 사실 등을 사전에 알리고 내부 업무보고 자료나 면접용 예상 질문 자료를 미리 제공해 높은 면접 점수를 받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백 전 장관 등이 2018년 3~7월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에서 내정자 5명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례는 이번 사건의 가늠자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후임으로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한 인사를 앉힌 혐의를 받았다. 1심은 12명에 대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4명에 대해서만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인사 관련 권한 등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 “직무권한” vs “직권남용”… 법정 간 ‘文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직무권한” vs “직권남용”… 법정 간 ‘文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문재인 정부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재판이 17일 공판 준비 절차를 밟으며 본격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고위급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가운데 최대 쟁점은 당시 인사 조치가 정당한 직무권한이냐, 불법적 직권남용이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산업부 산하 11개, 과기정통부 산하 7개 공공기관장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당시 인사수석실에서 추천하거나 내정한 사람을 임명하게끔 한 혐의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조 전 수석과 함께 2017년 9월 한국서부·남동·중부·남부발전 등 ‘발전 4사’ 기관장 4명을 서울 시내 호텔과 식당으로 각각 불러 잔여 임기와 실적에 관계없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2017~2018년 산하 공공기관장 7명에 대해 사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기와 신분을 보장받는다. 특히 기관장의 경우 직무수행의 현저한 지장과 직무태만, 허위보고서 작성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임기 중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해 뒀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정치권발 추천 인사를 앉히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내정 사실 등을 사전에 알리고 내부 업무보고 자료나 면접용 예상 질문 자료를 미리 제공해 높은 면접 점수를 받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백 전 장관 등이 2018년 3~7월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에서 내정자 5명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따로 재판에 넘겨진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인사 조치가 정당한 직무권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는 이 부분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례는 이번 사건의 가늠자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후임으로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한 인사를 앉힌 혐의를 받았다. 1심은 12명에 대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4명에 대해서만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인사 관련 권한 등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당시 임기 만료 상황을 앞둔 일부 임원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사표를 받고 후임 인사 조치를 했더라도 이를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환경부 직원들이 내정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선발 과정에서 단순히 높은 점수를 준 경우는 무죄로 판단했다.
  • [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44%냐, 30%냐’… 불리한 여론조사 ‘진정한 민심’으로 간주해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44%냐, 30%냐’… 불리한 여론조사 ‘진정한 민심’으로 간주해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尹대통령 지지율 발표 4개 업체3월 5주차, 최고 44% vs 최저 30%추정값 차이 무려 14%P 달해취임 이후 평균 약 6.2%P 차이ARS 지지층 과대 표집 확률 높아20대 응답자 수 채우기 어려워특히 20대 여성들의 참여율 저조ARS 과신 헛된 기대 될 가능성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필자는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지지율을 관심 있게 챙겨 본다. 강의에선 학자로서 ‘경마식 보도’의 폐해를 사뭇 진지하게 지적하지만 인간이다 보니 말초적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순수 ‘관찰자’인 필자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데 관계자들은 어떻겠는가. 아마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다. ●설문 문항 자체는 큰 차별성 없어 매주 대통령 지지율을 발표하는 대표적 업체들인 A, B, C, D사는 지난 3월 5주차 대통령 지지율 추정값을 각각 43.6%, 36.7%, 33%, 30%로 발표했다. 네 업체 중 지지율을 가장 높게 추정한 A사와 가장 낮게 추정한 D사의 차이가 무려 14% 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받아들이는 대통령 지지율 30%와 44%의 정치적 의미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사실 이들 업체 간 차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올해 1월 하순까지 실시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를 모두 취합해 조사업체들의 경향성을 보정하고 지지율을 추정한 바 있다. 당시 A, B, C, D사는 각 시점에서 전체 평균과 약 +2.8%, +0.8%, -3.2%, -3.4% 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A사와 D사는 평균 약 6.2% 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여 온 셈이다.사실 네 업체의 설문 문항 자체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A사는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D사는 “○○께서는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지만 이 질문의 차이가 14% 포인트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A, B, C사는 “매우 잘하고 있다”, “잘하는 편이다”, “잘못하는 편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로 답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D사는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어느 쪽도 아니다” 중 하나로 답하도록 요구한다. 이런 응답 범주의 차이 역시 14% 포인트의 차이를 온전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른 원인이 있어 보인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지지율이 비교적 높게 나온 A사와 B사는 자동응답(ARS) 방식,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C사와 D사는 전화 면접 조사로 분류될 수 있다. ARS 방식은 응답률이 더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양 진영의 강력한 지지층이 과대 표집될 확률이 높아 전화 면접 방식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령 A, B사의 조사에서 20대 할당 배율은 각각 1.38, 1.44에 달했던 반면 C, D사의 조사는 1.0와 1.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할당 배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집단에 할당된 표본 수를 다 채우지 못해 답을 한 응답자들에게 가중치를 주고 못 채운 사람들의 응답을 예측해 끼워 넣었다는 의미다. 즉 ARS인 A, B사의 조사는 할당된 20대 응답자 수를 채우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의 할당 배율은 A사(0.91)와 B사(0.82(60대)~0.90(70대 이상))가 C사(1.0)와 D사(0.87(60대)~0.95(70대 이상))보다 낮은 편이었다. 즉 60대 이상 고연령대 유권자의 표집은 상대적으로 ARS가 전화 면접보다 더 잘 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더 깊이 살펴보면 ARS인 A와 B사의 조사는 특히 20대 여성들의 참여율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20대 유권자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의 1.1배 정도인 것에 비해 A, B사 조사 완료자 중에서는 이 비율이 1.8배에 달해 남성이 여성보다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전화 면접 방식인 C, D사의 표본에서는 약 1.1배 정도로 실제 비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여성보다 훨씬 높았고 두 집단의 투표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A, B사의 조사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과소 표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ARS 과신은 헛된 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ARS를 과신했다면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필자는 대선 당시 지지율 조사 총 620개를 취합해 조사기관의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보별 지지율을 추정해 본 바 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시작 직전 ARS는 윤 후보 우위를 약 4.0% 포인트, 전화 면접 조사는 약 3.1% 포인트로 추정했다. 둘 다 실제 득표율 차이인 0.73% 포인트보다는 컸지만 ARS는 실제 선거 결과가 신뢰구간을 벗어난 반면 면접 조사는 신뢰구간 내였다. 윤 대통령의 승리로 ARS의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진 않았으나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등과 관련해 잘못된 선거 전략 수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난주 A사는 대통령 지지율을 그 전주에 비해 6.4% 포인트 하락한 36.7%, D사는 4% 포인트 하락한 27%(25주 만에 20%대)로 발표했다. 지난 2019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계속되던 시절, B사의 주간 조사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지지율 차이가 1.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오자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이상한 조사”라며 불쾌감을 표했고 바로 다음주 두 정당 간 지지율 차이가 다시 12% 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일이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D사의 조사에서는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히려 1% 포인트 줄었다. ARS 조사의 특성상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결과로 해석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보수 정당에 우위를 지켰으나 3년 후 결국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다.●여야 지지율 회복·총선 승리 지렛대로 윤 대통령의 석사 지도교수이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소장을 역임한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최근 지지율 하락과 보궐선거 패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 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위기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더 겸손하면 위기가 전화위복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실제 윤 대통령 지지율이 A사와 D사 중 어디에 가까운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물론 여야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진정한 민심’으로 간주하는 겸허한 태도로 여론조사를 접한다면 지지율 회복과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 검찰,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기소…“내란 혐의 계속 수사”

    검찰,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기소…“내란 혐의 계속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 관여·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조 전 사령관을 14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귀국한 조 전 사령관을 구속한 뒤 조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이번에 적용되지 않은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기무사 예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관련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때를 대비해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실행 준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사범 색출,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SNS 계정 폐쇄, 언론 검열 등도 포함됐다.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은 2018년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했다.
  •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는 미국판 박근혜인가/윤창수 국제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는 미국판 박근혜인가/윤창수 국제부 차장

    법원에 출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한국인에게 낯익었다.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은 지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를 나선 뒤 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하는 모든 순간을 헬기까지 동원해 숨소리까지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2016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내려진 이틀 뒤 청와대를 나서 서울 삼성동 사저로 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거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던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미국”을 연호하거나 “잡아넣어라”고 외치는 모습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출석할 때와 판박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포르노 배우와 잔 것이 불법인가? 누가 그러지 않는가?”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 역사상 처음 기소된 것이 성 추문 때문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탄핵당하지 않은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가지 혐의는 모두 ‘사업 기록 위조’로 선거법을 어긴 중범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뉴욕 카운티 검사는 민주당 출신으로 지명된 것이 아니라 공화당 출신 후보를 선거에서 누르고 당선된 선출직이다. 첫 유색 인종 출신 뉴욕 카운티 검사장은 ‘독단적 사이코패스’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저격과 지지자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기소를 끌어냈다. 브래그 검사는 사실 진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 유권자들에게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사업 기록을 반복적으로 위조하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자신의 성 추문을 감추기 위해 돈을 준 기록을 위조해 미국 유권자들을 기만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다. 내년 11월 열리는 미 대선은 앞으로 19개월 남았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됐던 2020년 선거와 달리 2024년 대선은 분노와 독설이 난무하는 악성 선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까지 개인 전용기로 날아가는 ‘법원 출석 쇼’로 공화당 대선 주자 경쟁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 발표 이후 800만 달러(약 105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브래그 검사는 내년 초 1심 재판을 시작하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 대선 유세 과정 중에 1심 판결이 나서 유죄가 되더라도 법적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 기소된 혐의의 최대 형량은 징역 4년이지만, 줄줄이 기소가 기다리고 있다. 2020년 대선 패배 후 2021년 1월 조지아주 선거에 개입해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의혹에 대한 조지아주 지방 검사장의 기소가 임박했다. 이 외에도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연방 의회를 습격한 사태를 배후에서 선동했다는 의혹과 기밀 문건을 다량 자택으로 빼돌린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인 최서원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탄핵당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유권자들을 속였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미국인들이 범죄자들만 하는 지문 채취까지 당하면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할지 지켜볼 일이다.
  • “韓여성들, 출산 파업 중…헤어롤은 ‘반항’의 상징”

    “韓여성들, 출산 파업 중…헤어롤은 ‘반항’의 상징”

    ‘한국의 수도’ 서울에선 옷을 잘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들이 머리에 헤어롤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여성들의 헤어롤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다. -미켈라 만토반 기자이탈리아의 한 매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저출산 문제 근본 원인으로 ‘남녀 갈등’을 꼽았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5일(한국시간) ‘한국의 엄마들이 파업한다: 동아시아 호랑이의 멸종 위기’라는 제목의 국제면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원인을 짚었다. 매체는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며 “한국에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아시아의 호랑이가 인구 감소 묵시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저출산 근본 원인으로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을 꼽으며, 이런 경험을 한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출산 파업’으로 규정했다. 특히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억압받은 한국의 여성들이 민주화, 서구 문화 유입 등을 통해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사회적 성역할 변화는 지체되면서 남자와 여자, 여자와 가부장문화, 젊은 남자와 골수 페미니스트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韓여성,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4B’ 추구” 이런 갈등이 심해지면서 한국 여성들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B’(非)를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싱글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하는 사진도 실었다. 또 성차별 속에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점에도 주목했다.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언급하며, 해당 드라마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담았다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는 회사 합병이나 인력 감축 계획이 있을 때 회사가 어떻게 여성들을 압박해 사직서를 쓰게 하는지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성평등이 낮은 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며 “여성들에게 더 정당하고 더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만이 한국 민족이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남녀 임금 격차 31.1%”…한국, OECD 1위 특히 여성과 남성 사이에 큰 폭의 격차로 ‘남녀 불평등’이 나타나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임금 소득이다. 동일 직종, 동일 가치 노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9만원(2021년 소득 기준, 31.1% 격차)을 손에 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성별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부동의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9%, 미국은 16.9%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 1위이자 합계출산율 꼴찌(2022년 0.78명)인 것이다. 한국은 세계은행 조사(190개국 대상)에서도 ‘여성 임금’ 항목에서 25점을 받아 최하 수준에 랭크됐다.유독 한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여성 임금을 고용률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OECD가 발표한 ‘여성 연령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유독 한국 여성 고용률은 25~29세(70.9%)에서 35~39세(57.4%)로 접어들면서 13.4%포인트 급락했다가 40대 이후 재취업하는 뚜렷한 ‘M자형 곡선’의 특징을 보인다. 게다가 여성 임금노동자 10명 중 5명꼴로 비정규직이었고, 시간당 임금도 남성의 60.8%에 그쳤다. 20대 입사 초기엔 성별 임금 격차가 거의 없지만 출산·육아 등으로 34~44세 사이에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고, 이후 여성의 임금은 남성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는 30대 워킹맘 가운데 결국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고, 또 재취업하더라도 한시·기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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