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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조원 물려받을 31세 갑부女 “난 모태 솔로”

    중국 최고 부자의 외동딸이 ‘모태 솔로’ 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에 올랐다. 지난 11일 중국언론은 현지 최대 음료회사인 와하하그룹의 창업주인 중칭허우 회장의 외동딸 중푸리(31)가 연애 경험이 한번도 없는 소위 ‘모태 솔로’라고 전했다. 중칭허우 회장은 1987년 처음 식품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그의 재산은 약 158억달러(약 16조 6000억원)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외동딸인 그녀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될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그녀는 한 여성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연애 경험이 없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중푸리는 “나에게 다가오는 남자가 나 때문인지 재산 때문인지 의심이 든다.” 면서 “이같은 이유 때문에 30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해봤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중푸리의 이같은 고백이 ‘애인 구함’ 목적은 아니었다.” 면서도 “보도 후 인터넷 상에는 수많은 남자들의 구애 글이 빗발쳤다.”고 전했다.    한편 중푸리는 미국 유학 후 지난 2005년 와하하 그룹에 입사했으며 현재는 수출입 관련 총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것이 아버지를 쏙 빼닮아 ‘근면한 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터넷뉴스팀 
  • 친노도 비노도 불안해하는 ‘중간文(계파색 모호한 문희상)’

    친노도 비노도 불안해하는 ‘중간文(계파색 모호한 문희상)’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패배 뒤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당을 추스를 책임자로 나섰지만 주류인 친노(친노무현)나 비노 세력 모두 불안해한다. 문 위원장의 계파색이 모호해서다. 그는 현재는 민주당 비주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뿌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내며 친노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부 측근은 친노 핵심 인사다. 친노는 그가 대선 때 문재인 전 후보를 위해 적극 활동하지 않았다고 본다. 모바일 선거 존속 여부가 핵심인 차기 전당대회의 경선방식 결정 등에서 비주류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 반면 비노는 그가 여전히 친노색이 강하다며 친노에 유리한 결정을 할까봐 못 미더워한다. 주류나 비주류 모두 문 위원장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문 위원장은 벌써 두 차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10일 일부 언론에서 “문 전 후보에게 전국을 돌며 사과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그는 박용진 대변인을 통해 “비대위원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지지자에게 사과하겠다는 의미였고, 문 전 후보 얘기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은 문 전 후보에게 정치혁신을 맡기겠다고 했다가 반발을 샀다. 문 위원장은 경기 의정부 부잣집 출신이다. 그는 평소 “여권의 유혹도 많았지만 독재 정권이 민주세력을 탄압하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해 민주 진영에 합류했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정치적·경제적 탄압을 받자 선친도 간곡히 만류했지만 정의감이 그를 동교동으로 가게 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크게 위축됐다. 이런 그에게 이번에 민주세력 재건의 중책이 맡겨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비노 중 목소리를 크게 내는 쪽이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문 위원장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중립 의지를 믿는 당내 인사도 다수 있다. 주류, 비주류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잡음이 불가피하겠지만 “차분하게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유일한 전략가로 통하던 그의 지략이 주목된다. 비대위 구성은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10일 비대위원 인선을 목표로 했으나 박 대변인은 “주말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10명 안팎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외부 인사는 최소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와 지역 안배에 주안점을 둘 것 같다. 여성 몫의 자리도 할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인육을 타조 고기로 속여 판 中 엽기 살인자

    인육을 타조 고기로 속여 판 中 엽기 살인자

    인육을 타조고기로 속여 마트에 유통한 세기의 엽기 범죄자가 결국 사형대에 올랐다. 홍콩 온라인 신문인 더 스탠다드,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인 장융밍(57)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4월까지 청소년 11명을 살해한 뒤 이를 토막 내는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르다 검거됐다. 윈난성 쿤밍시 푸닝현 인근에서 실종된 청소년이 늘자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지난 해 5월 체포됐으며, 장씨는 1979년부터 약 20년 간 살인죄로 복역 후 고향에서 동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경찰은 그의 집에서 토막 난 시신 일부 등 차마 형용하기 힘든 잔인한 증거물들을 발견했으며, 신체 일부로 만든 술 등이 버젓이 진열 돼 있었다. 시신 일부는 장씨 본인이 먹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신 일부는 타조 고기라고 속여 내다 팔기도 했으며, 범죄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개에게 인육을 주기도 했다. 그의 이웃들 역시 사람의 유골로 추정되는 흰색 물체가 가득 담긴 플라스틱 가방을 매고 지나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국내에서는 사형이 선고된 지난 해 7월, 중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사건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10일 장씨가 사형선고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결국 사형이 집행됐다.”며 엽기 연쇄 살인범의 말로를 전했다. 한편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사형집행이 가장 빈번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당국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미국 소재의 중국 인권단체 두이화 재단(중미대화기금회)은 2011년에만 중국에서 4000명이 사형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도자 꿈꾸던 청년 6명에 새 삶 주고 떠나

    수도자 꿈꾸던 청년 6명에 새 삶 주고 떠나

    가톨릭 수도자를 꿈꾸던 21세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게 새 삶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김동진(세례명 프란치스코·서울예술종합대 음악 전공)씨는 지난 6일 성당 복사단과 함께 강원도로 겨울 스키캠프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처음엔 가볍게 여겼지만 점차 두통이 심해져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됐고 이곳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7일 새벽 혼수상태에서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8일 저녁 병원 장기이식센터 뇌사판정위원회는 김씨에 대해 뇌사 판정을 내렸다. 아버지 김명수씨는 “둘째 아들을 잃게 되어 가슴이 아프지만 평소 동진이가 가톨릭 수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혀 왔고 다양한 봉사활동 등 베풀 줄 아는 아이였기 때문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 장기는 9일 오후 5시 서울성모병원 이식외과 문인성·김지일 교수를 비롯한 각 장기 수혜 병원 의사들의 집도로 적출됐으며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 각막 2개가 기증됐다. 췌장과 신장 1개는 환자 1명에게 동시에 이식돼 6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뼈, 피부 등 인체조직 기증도 이뤄졌다. 어머니 김혜란씨는 “아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 속에 살아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가난에 갇힌 배움…내일이 없다

    가난에 갇힌 배움…내일이 없다

    홀어머니. 월급 100만원. 급식 지원받았지만 부끄러워 밥 다 먹지도 못했다. 환란 때 어머니 실직. 미래가 없었다. 고교 자퇴 시도. 선생님 만류. 그래 대학 가서 이 가난 끊자. 비싼 등록금. 어머니 사업 실패. 대학은 내 자리가 아니었다. 대학 중퇴. 기술도 없다. 어머니와 따로 생활. 서울을 떠났다. 내 꿈 삼킨 가난.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나. 장형철(29·가명)씨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없었다. 경기 시흥시의 2칸짜리 반지하방에서 어머니는 그와 누나를 키웠다. 어머니가 공장에서 받아 오는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는 학교 급식 지원을 받았다. 부끄러움에 밥을 다 먹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1998년 외환 위기의 그림자가 그의 집에도 드리웠다. “1998년 외환 위기로 어머니가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면서 파출부나 청소부 일을 하셨다”면서 “‘공부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중학교 2학년 15살 소년에게도 외환 위기는 혹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서를 냈다. 학교가 답답하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공장에 다니는 동네 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지만 그 외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담임교사는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선생님의 설득에 다시 학교로 간 그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기초가 없었다. 수학 공식은 그에게 외계어였다. 장씨는 “부끄러웠지만 동네에서 공부를 잘하는 여자 후배에게 중학교 수학부터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공부 머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성적은 생각보다 잘 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반에서 5등을 한 적도 있다. 2003년 그는 대학에 합격했다. 사범대는 못 가고 대신 한신대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구하면 지긋지긋한 가난과도 결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과의 인연은 짧았다. 장씨는 “지금처럼 등록금 대출 이자가 싸지 않았다. 싼 게 5%대였고 높은 것은 6%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1학년 때 등록금 대출 500만원을 받고 2학년이 되자 군대를 갔다. 군대를 다녀오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가 군대에 간 동안 어머니는 빚을 내서 경기 부천시에 식당을 차렸다. 아들 대학 공부를 시키려고 모험을 한 것이다. 하지만 카드 사태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만 늘었다. 2006년 그가 제대했을 때 어머니는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등록금 대출 500만원도 여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머니는 개인파산 절차를 밟았고 그는 학교 대신 일터로 나갔다. 대학 1학년 중퇴자를 찾는 곳은 없었다. 거기다 인문계라 기술도 없었다. 장씨는 “한달에 130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그나마 잔업과 특근을 계속해야 했다”면서 “다시 공부를 해 볼까 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바빴다”고 털어놨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어머니를 부양한 장씨는 이후 어머니와 따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서울 구로구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옥탑방에 살다가 지난해 제주도로 혼자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장씨는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지방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인생이 나아지지 않는 서울이 싫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친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사회적으로 지원을 해 줬더라면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마지막 바람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장진호·전명숙 부부 ‘이태석봉사상’

    장진호·전명숙 부부 ‘이태석봉사상’

    (사)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장호 BS금융그룹 회장)는 ‘이태석봉사상’ 제2회 수상자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교육, 사회봉사에 힘을 쏟고 있는 ‘NGO Objective Humanity’의 고문인 장진호(57)·전명숙(58) 부부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수상자인 장씨 부부는 1994년부터 코트디부아르에서 전쟁터의 병사들처럼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류사업, 식당운영 등으로 직업을 창출하고, 그린닥터스와 아비장대학의 자매결연 추진을 통한 의료 지원과 현지 청소년의 한국 유학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일부다처제와 내전으로 인한 가정 파괴로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가 10%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올바른 결혼관과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자녀 교육법과 함께 가정 부업을 위한 여성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장 고문은 “작은 것이지만 나눌 때 그것이 배가 되는 것 같다”며 “이들도 나눔의 중요성을 배울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0일 오후 5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110인치 울트라TV VS 비대칭 올레드TV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제무대에서 TV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1등 경쟁’이 치열하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쇼인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2013’를 하루 앞두고 국내 기업들은 그간 숨겨 왔던 비장의 신제품을 앞세워 가전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이번 행사는 48개국 3100여개 업체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경이로움과의 여행’(Journey of Wonder)이라는 슬로건 아래 참가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2602㎡의 전시공간과 회의장(1994㎡) 등을 마련했다. 삼성은 이에 걸맞게 ‘최대 규모’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세계 최대 크기인 110인치 울트라고화질(UHD) TV와 함께 95, 85인치 초대형 TV로 구성된 ‘빅 스크린 TV존’을 배치했다. UHD는 기존 풀HD(1920×1080)보다 4배 높은 초고해상도(3840×2160)의 화질을 제공한다. 110인치 UHD TV는 지금까지 나온 UHD 제품 가운데 가장 크다. 특히 기존 TV와 다른 형태인 프레임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프레임 속에 화면이 떠 있는 듯한 형상을 선사하는 ‘타임리스 갤러리’ 디자인도 처음 공개했다. LG전자도 ‘스마트 라이프에 터치하세요’(Touch the Smart Lif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TV 시장 도전에 나섰다. 지난 2일 세계 최초로 출시해 예약판매에 들어간 0.4㎝ 두께의 55인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이어 ‘ㄹ’자 비대칭 구조의 스탠드 디자인 올레드 TV도 처음 선보였다. 또 음성인식 서비스 ‘Q보이스’가 탑재된 2013년형 시네마3D 스마트TV와 84, 65, 55인치 UHD TV, 구글TV, 100인치 시네마 빔 TV 등을 총동원했다. LG전자는 라스베이거스의 관문인 매캐런 국제공항에 84인치 UH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자사 디스플레이를 각인시키고 있다. 일본의 소니도 이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UHD 화질의 56인치 올레드 TV 시제품을 공개하며 한국 업체가 주도해 온 올레드 TV 경쟁에 가세했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의 소개로 공개된 이 제품은 현재까지 공개된 올레드 TV 가운데 최대 크기이며 울트라HD 화질을 구현한 것도 처음이다. 소니는 타이완의 평판TV 기업인 AUO와 패널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2’에서 나란히 공개한 올레드 TV는 55인치였다. 히라이 사장이 TV를 시연할 때 일부 제품에 오류가 발생해 무대 위에 공개된 OLED TV가 파란색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전시장에 설치된 제품은 제대로 구동돼 참가자의 관심을 끌었다. 라스베이거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아버지의 밥그릇과 국가/손택수 실천문학 대표

    [시론] 아버지의 밥그릇과 국가/손택수 실천문학 대표

    눈이 지붕을 덮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려오던 겨울밤 장판이 까맣게 눌어붙은 아랫목에 배를 대고 나는 방학숙제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날따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를 간식으로 내오셨는데, 그 좋아하는 찐 고구마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하고 있던 숙제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매사에 틈만 나면 덜렁거리길 좋아하던 나의 모든 신경을 초점화한 것은 태극기였다. 그랬다. 저녁 무렵 옆집 아이가 ‘오징어달구지’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였지만 나는 그 강력한 유혹마저도 태극기를 앞세워 물리쳤다. 옆집 친구를 따라온 강아지가 갸우뚱할 만한 노릇이었다. 태극기 숙제에 그리 열중이었다고 하면 반공웅변대회 같은 데서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하고 부르짖던 애국소년의 이미지가 떠오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아이에게 놀이 이상 가는 지고지선의 애국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숙제는 개학을 며칠 앞두고 몰아서 하던 버릇을 갖고 있던 내가 유독 태극기 그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미술과목을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서였다. 한 해 내내 말썽을 부렸던 나도 새 학년이 되기 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 싶었던 것이다. 조숙했던 나는 아마도 담임선생님의 연인이 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태극기 그리기는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한 건곤이감 4괘의 위치가 시종일관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그뿐인가. 태극문양을 위해 그려 넣어야 할 원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서 본 태극기의 원은 대보름달처럼 탱탱하고 꽉 찬 충만감을 자랑하고 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그리는 원은 번번이 한쪽이 찌그러지거나 일그러져 있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컴퍼스 같은 제도용 도구 없이 완벽한 원을 그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꾸만 일그러지는 원이 암만해도 속이 차질 않아 끙끙대고 있는 아들놈이 보기 딱했던 모양이다. 막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쉬고 계시던 아버지가 직접 나선 것이 그때였다. 아버지는 대뜸 어머니에게 밥그릇을 들고 오게 했다. 태극기 그리는 데 웬 밥그릇? 영문을 몰라 뚱하게 바라보는 아들의 조막손을 잡고 아버지는 사뭇 진지하게 도화지 한가운데에 엎어놓은 밥그릇 둘레를 따라 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내 눈이 어느새 동그래졌다. 도화지 위에 순식간에 떠오른 대보름달! 세상에나, 이렇게 완벽한 원이 어디 있을까. 밥그릇이 국기가 되다니, 그려지지 않는 국기를 밥그릇으로 그릴 수 있다니! 어린 소년에게 그것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경이였다. 방학이 끝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버지의 밥그릇으로 그린 태극기를 품고 의기양양하게 교문을 들어서던 소년이 가끔씩 생각난다. 그때 선생님은 송아지를 핥는 어미소처럼 다정하게 몇 번씩이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밥그릇으로 태극의 원을 그렸다는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머금어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상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그날의 충만감만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다 떠나신 아버지의 밥그릇은 지금 내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노동자의 밥그릇과 국가의 관계가 그것이다. 노동자의 밥그릇이 바로 자랑스러운 국기가 되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일까.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체감 온도 20도를 오르내린다는 혹한 속에서 15만V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겨울은 우리들의 방학숙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그러진 밥그릇으로 제대로 된 태극기를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일그러진 밥그릇으로 그리는 태극기 또한 일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아버지와 함께 뿌듯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그리던 그해 겨울밤이 그립다.
  • 시진핑 개혁 반발? 中언론 공개 파업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법치를 통해 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진보 성향의 주간신문인 남방주말 기자들이 언론 검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파업하기로 하면서 중국 내 언론 검열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공산당과 정부의 ‘나팔수’로 통하는 중국 언론이 공개적인 파업을 벌이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은 베이징 정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총서기가 8일 검찰·경찰·법원 등 사법 부문을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는 법치에서 시작되고 법치는 개인의 법 준수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 총서기는 민주화 발전 과정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정식으로 밝히는 한편 정법 부문 개혁 방안도 발표할 것이라고 명경은 전했다. 이와 관련, 멍젠주(孟建柱) 정법위 서기는 정법위 회의에 앞서 이날 열린 전국정법공작회의에서 “올해부터 노동교화제를 폐지하기로 당 중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동교화 제도는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강제 노동과 사상 교양을 시키는 행정처벌이다.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공안이 임의로 처분을 내린다. 지난해 판결에 불복해 법정에서 항의한 성매매 피해 소녀의 모친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를 인터넷에서 비판한 대학생 등이 노동교화형에 처해지자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한편 남방주말 기자들은 전날 회사 경영진이 당국의 검열설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파업을 결정했다. 기자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에서 “(회사 측의) 성명은 편집 부서 직원들의 의견이 아니라 당국이 경영진을 압박해 나온 결과물”이라며 가짜 성명에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은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천광청(陳光誠) 및 남방주말 ‘퇴직자들이 꾸민 일”이라며 외부세력의 개입설을 제기해 ‘언언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구글 회장 일행 평양 도착… 北억류 미국인 석방 타진할 듯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 미 방북 대표단 9명이 7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구글회사 대표단이 7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일행을 ‘미국 구글회사 대표단’이라고 표현해 구글 관계자들의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그 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단장으로 한 방북단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국제항공 CA121편을 통해 평양으로 떠났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고문인 한국계 미국인 토니 남궁,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의 재러드 코언 소장도 동행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은 인도주의 목적의 개인적 방문으로 미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슈밋 회장이 북한의 경제적 문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한 방북단원의 말을 인용해 슈밋 회장이 북한에서 기부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3박 4일간 북한에 머물면서 식량 사정 등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 기간 중에 “북한에 있는 미국인 억류자를 만나 그의 상태를 알아보고 싶다”면서도 “(케네스 배의 석방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는 국가 지도자급만 만나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외교, 국방, 경제 분야 관리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금감원, ‘갑상선암 분쟁’에 오락가락 판정

    금감원, ‘갑상선암 분쟁’에 오락가락 판정

    지난해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모(32·여)씨는 보험금 지급을 두고 프루덴셜생명과 얼굴을 붉혔다. 암 진단 확정시점을 놓고 서로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였다. 이씨는 2011년 10월 비교적 간단한 침술 검사(‘미세침 흡인’)로 갑상선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이듬해 1월 조직검사를 통해 암 확정 판정을 받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암 보험을 들어둔 게 생각 나 병원비 걱정은 덜겠다 싶었다. 그런데 프루덴셜 측은 보험에 가입한 지 5년이 안 됐기 때문에 보험금의 절반인 100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이씨는 보험에 든 게 2006년 말이고 암 확진을 받은 게 2012년 1월인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만 보험사 측은 미세침 검사도 갑상선 암 진단에 흔히 쓰이는 만큼 이때를 암 판정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미세침 검사는 어디까지나 ‘임상적 추정’에 불과한 만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시점을 암 판정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이씨는 한국소비자원을 찾았다. 최근 갑상선암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분쟁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금융 당국이 오락가락하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나 소비자들의 혼선 가중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의 이씨 사례에서 소비자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미세침 검사보단 확진 검사로 조직세포 검사가 앞선다’며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결(제2011-39호)과 보험업계의 관례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보험사는 미세침 검사를 암 확정 시점으로 인정해 보험금을 절반만 지급해도 된다는 과거 금감원의 판례(제2010-55호)를 들어 이에 맞섰다. 이씨는 “암 확정 시점에 따라 거액의 보험금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금감원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도 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박사는 “보험약관에 보면 ‘미세침 검사도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된다’고 돼 있지만 그렇다고 미세침 검사가 조직검사보다 앞선다는 내용은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이 임상 추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최근 갑상선암이 늘자 일부 보험사들이 약관 조항을 교묘히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덜 주려 하고 있는데 소비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융 당국이 동일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미세침 검사라 하더라도 담당 의사들의 소견과 분쟁조정 전문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암 확정 진단으로 볼 수 있다”면서 “‘2010-55호’ 사례는 확진 판결인 만큼 동일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07년 수원지방법원은 “미세침 검사는 암이 아닌데 암으로 오진할 확률이 약 1~6%, 암인데 암이 아닌 것으로 오진할 확률이 1~10%에 이른다”며 확정 검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2007가단 26543’)했다. 보험사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이듬해 대법원은 “1심 판결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심리불속행)며 기각했다(‘2008다 67675’). 보험분쟁 전문인 박기억 변호사는 “미세침 검사를 확정 검사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모든 분쟁 조정 기준에 앞선다”고 잘라 말했다. 금감원의 분쟁 잣대도 여기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1.바람의 시인, 시대를 말하다(상) 고은

    [명사가 걸어온 길] 1.바람의 시인, 시대를 말하다(상) 고은

    “프랑코가 곧 죽을 모양이다. 사르트르가 그자를 ‘라틴의 돼지’라고 부르고 그놈이 어서 죽기만 기다리노라고 말한 것이 통쾌하다. 거리의 사람들. 독재를 견디어내는 이 인내의 일상 체념과 방관의 일상이야말로 독재의 온상이다. 의병의 역사, 봉기의 역사가 있었으나 그것의 분출 자체가 타자 의존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저항보다 순응과 피동의 역사가 더 길다. 혁명, 영구혁명은 관념인가. 창조는 어떤 경우도 혁명적이지 않으면 창조가 아니다.” 1975년 11월 15일 고은(당시 42세)은 청소년기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온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독재를 견디어내는 이 인내의 일상 체념과 방관의 일상이야말로 독재의 온상이다’는 대목에서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1974년 11월 18일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로서 ‘문학인 101선언’을 주도했던 침묵을 깨야 한다는 결단이 느껴진다. ‘창조는 어떤 경우도 혁명적이지 않으면 창조가 아니다’에는 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지면 안 된다는 철학이 강하게 배어 있다.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 연말 경기도 안성 자택에서 만난 고은은 책으로 벽을 쌓아 지은 고분 같은 서재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쪽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서재는 어두운 듯하면서 환했다. 미닫이문을 터서 만든 10평 안팎의 장방형 서재는 시인에게 어머니 자궁 같은 안온함을 준다고 했다. 짙은 감색 셔츠에 같은 색 실크 머플러를 목에 두른 고은은 고요했다. 전설처럼 떠돌던 술에 전 낭만의 시인이나, 열정의 시인, 독재에 저항하는 시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팔순의 성찰하는 고은이 보였다. 어쩌면 이것이 본래의 고은일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고흐를 열망한 내 소년기를 부쉈다 ‘한국의 고흐’가 되고 싶었던 17살 예술지상주의자였던 소년의 운명을 맨처음 뒤틀어 놓은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외삼촌 집에서 본 고흐의 화보집을 보며 꿈을 키우던 고은에게 한국전쟁은 감당할 수 없는 참극이었다. “좌익이 점령했을 때는 우익이 죽었고, 우익이 돌아오자 좌익이 죽었죠. 내 고향에서만도 이 죽음의 재앙이 세 번 되풀이됐다. 군인들이 와 시체를 파내서 옮기라고 했는데, 그 작업을 하고 나면 보름 동안 씻고 또 씻어도 시체 냄새가 몸에서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인간 하면 서로 죽이는 행위, 고향 하면 핏줄끼리도 이데올로기 때문에 싸우는 그런 것만 연상됐다. 죽음에 대해 아무 준비도 없던 10대 어린애가 그것을 만난 것이다. 소년 자체가 부서져버렸다.” 고아의 의식이 투철하다는 고은은 한국전쟁으로 조상과 끈이 끊겼다고 생각했다. 고향도 무섭고, 핏줄도 무서웠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피에 주려 있는가를 본 소년의 정신은 온전해지지 못했다. 정신착란으로 집을 뛰쳐나갔고, 자살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전쟁통에 군산고를 중퇴했는데, 전쟁 중에 그는 모교인 군산북중학교 국어교사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혐오들이 밀려오던 터에 1952년 출가를 했다. 1957년에 전등사 주지를 지냈고, 1958년 ‘불교신문’을 창간해 주필을 맡았던 그는 1962년 환속했다. 등단은 1958년, 26살 때다. 시인협회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이 실렸다. 현대시인이 100명 정도에 불과하던 시절이라 그는 현대문학 2세대 정도되는데도 1세대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김동리, 오상순, 김수영 등과 어울리며 살았다. 유미주의자였던 그의 예술관과 삶의 방식을 전복시킨 것은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자살이었다. 잊어버린 과거가 된 전태일의 죽음이 술에 절어 나른했던 시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서울 무교동에 현란한 고층건물들이 서 있는데, 당시에는 바라크였다. 낮은 건물뿐이었다. 통행금지 시절이었는데, 술을 마시고 돌아갈 수가 없으니 주모에게 사정하고 아첨해서 술집 탁자 같은 데서 자곤 했다. 그날도 아마 그런 날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인데 신문 쪼가리들이 바람에 굴러다니더라. 묵은 신문이었는데, 사회면과 사설면에 ‘노동자 분신자살!’이라고 써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죽음이 워낙 육친화되어 있다 보니 죽음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떠지더라. 어, 이것 봐라! 일종의 죽음의 비교라고 할까. 그런데 이런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풀빵 10개로 점심을 때우고,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우이동 판잣집까지 버스비가 없어 한밤중까지 걸어가고, 그런 인간의 삶이 나오더라.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게 뭔가. 현실을 깨달았다. 거대한 착취와 비인간화,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다락방 지옥의 밀실 같은 곳에서 소녀들이 가혹한 노동을 하고, 폐결핵으로 피를 토하고.” 민주화 전위? 뒤늦게, 엉거주춤 서 있었다 현실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그를 두고 사람들이 ‘초개’라고 했는데, 그는 밀물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에 각성이 됐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1970년대 봉제공장의 노동현실을 설명하던 그는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와 “사람들은 내가 민주화 운동의 전위에 섰다고 하는데, 사실 뒤늦게 뒤꽁댕이를 따라다니면서 한 것이다. 뒤늦게 엉거주춤하게 거기에 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전태일의 죽음에 나만 충격받은 것이 아니다. 서울대 법대생들도 다 깨쳤다. 나중에 감옥에서 만난 조영래, 장기표, 걔네들도 다 깨쳤더라. 나는 지식인이랄 것도 없고 예술인이었는데 전태일의 죽음의 폭풍이 나까지 몰아세웠다. 그래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작가들도 뭔가 해야겠다. 그때 자기 몸을 던지는 행복이 생겼다.” 동료 작가들은 물론 선후배 작가들까지 뭉치도록 앞장서서 나갔다. ‘나를 빼고 몰래 하면 안 된다’는 작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설득하면 다소 보수적인 현대문학 1세대 선배들도 동참했단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간사가 된 배경이다. 당시 자유실천문인협회의 주장은 5가지였다. 구속자를 석방하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자유민주주의 정신의 절차에 따른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라 등이었다. 당시 세종로에서 시위하고 그와 조해일, 윤흥길, 박태순 등 7명이 연행됐다. 고은의 본격적인 빵살이(감옥살이)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부터 시작됐다. 1977년, 1979년이 자유실천문입협회 건이었다. 1980년에는 김대중내란음모죄에 연루됐다. 죽음이 목젖까지 찾아왔던 때다. 1988년 정부가 월북·납북작가 작품들을 해금하자, 고은은 더 나아가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북한의 작가동맹 소속 작가들과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한다. 이것이 문제가 돼 1989년 다시 투옥됐다. 국가가 달아준 ’별’이 4개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운동이 본격화될 때 그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1987년)를 맡았다. 국가와의 갈등이 완화된 건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였다. 그의 나이 60세 때다. 1993년 처음으로 여권이 나왔다. 그전까지는 임시여권만 발급됐다. 시인 고은이 ‘세계의 시인 고은’이 된 시점도 그때부터다. 1970년부터 1993년까지 23년간 그는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의 각종 폐해를 해소하고,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의 시인’으로 살았다. 한국전쟁으로 상처받은 그는 이제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는 독특한 통일 이론이 있다. 다연방 통일제를 주장한다. 북한의 언어는 문화어(표준어)-평양중심의 언어로 통합된다. 남한은 표준어는 서울 종로에 사는 중산층의 언어다. 마포에서 쓰는 언어도 아니다. 그런데 표준이나 통합은 말살이다. 시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투리, 지역어는 다 신성한데 다 말살되고 있다. 이것은 나쁜 단일화다. 그래서 나는 사투리와 지역어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등 20여개 연방으로 만들어서, 수상최고회의를 국가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는 남북한 통일된 국가를 꿈꾼다. 스위스, 말레이시아, 미합중국, 넓게 보면 중국도 다 연방 아니냐.” 그는 100년 안에 아시아에도 유럽연합(EU)과 같은 국가연합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구상이 한낱 백일몽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로 80세인 고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태어나 식민지와 1945년 해방과 분단, 1948년 대한민국 건국,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민주화혁명, 1961년 5·16군사쿠데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몰락, 1980년 서울의 봄과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민주화운동, 1997년 외환위기와 극복까지. 롤러코스터보다 더 다이내믹한 인생이다. 침묵할 수 없던 시대, 그것은 선물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대는 조용할 수 없는 시대였지만, 남들보다 더 격렬하게 부딪치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 시대가 나에게 준 것도 있고, 내가 시대에 준 것도 있다. 이것이 맞물려서 심상치 않은, 비일상적인 삶의 연대기를 갖게 됐다”며 허허롭게 웃은 뒤 “사람들은 나를 ‘풍운아’라고도 부르지만, 돌아보면 시대가 나에게 준 선물과 같은 것이 많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고은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고언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역사의 유산을 정리해본 적이 없다. 민족끼리 싸우는 삼국시대, 후삼국시대를 고스란히 복제하고 있다. 그런 바보 같은 땅이 어디 있나. 치유되지 않은 삶을 자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판이다. 피의 흔적을 닦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당대의 정당성이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역사라고 할 수도 없다. 길들여져 있는 체제에 의해 쉽게 변경될 수 없는 관행, 제도가 있으니 현안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당대에 손가락질당하고, 역적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온한 꿈을 꾸고 확산해야 한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中 주간지 “작년 1034건 검열당해”

    중국에서 과도한 검열에 대한 언론인들의 항의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당국이 오히려 언론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권언(權言) 충돌’이 주목된다. 개혁 성향의 주간신문인 남방주말 소속 기자들이 지난 5일 편집부 명의로 두 번째 공개 성명을 내고 “지난해 모두 1034건의 기사가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며 당국의 과도한 검열 행태를 추가 폭로했다고 타이완 연합신문망 등이 6일 보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당국의 검열과 개입이 수시로 있었고, 기사가 빈번하게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즉각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 폐쇄시킨 기자들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해금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공산당 선전 부문 수뇌인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은 이날 베이징에서 전국 선전부장회의를 소집해 “사회가 다원화되고 매체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는 공산당의 정치 노선과 중대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과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며 언론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일 뜻을 내비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황충칭(黃忠?) 베이징 지국장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방주말 사건은 중국의 새 지도부 등장 이후 정치개혁과 언론자유가 성취될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고 꼬집었다. 앞서 남방주말은 당초 1월 2일 자 신년 특집에서 중국의 꿈은 헌정실시와 언론자유라고 적시했으나, 이 매체가 발간되는 광둥(廣東)성 공산당 선전부의 검열을 거친 뒤 중국의 꿈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수정됐다. 이에 기자들이 웨이보 등을 통해 강력 항의했으나 관련 글이 모두 삭제됐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나는 유럽의 한국 마에스트로

    나는 유럽의 한국 마에스트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2012년 12월 31일. 110년 역사를 가진 독일 함부르크 라이스할레 대공연장은 관객으로 가득찼다. 2023석은 물론 입석까지 촘촘하게 자리했다. 장내가 잠잠해지자 검은 머리에 넉넉한 풍체를 지닌 동양인 지휘자가 등장했다. 송년음악회장을 찾은 현지인들에게는, 외국인인 그가 독일의 자부심과 철학이 담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하다니, 의심반 기대반이었을 터. 4악장 ‘환희의 송가’가 끝나는 순간 기립박수가 터지고 함성과 휘파람이 이어졌다. 엄숙한 독일 공연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지휘자는 2013년의 첫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악으로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하지만 유럽에서는 지휘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영칠(43)이다. 10일 불가리아 소피아필하모닉의 신년 정기연주회, 15일 러시아 모스크바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등 줄줄이 이어지는 음악회 준비로 그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프랑스에서 불가리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이메일로 이날 공연의 소감을 알려왔다. “베토벤 9번으로 독일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건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즐겁고 북받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지휘자가 그들을 일어나 박수치게 했다니, 어떤 느낌인지 알겠죠?” 그는 미국 뉴욕 메네스대에서 호른을 전공하고, 2000년 뉴욕 주립대에서 연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불가리아 소피아의 음악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수료하며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필하모니의 종신 객원지휘자(2006), 보스니아 사라예보 필하모니의 객원 상임지휘자(2007)가 된 데 이어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과 플레벤 필하모닉의 종신 객원지휘자(2009), 폴란드 오폴레 필하모닉의 2012년 시즌 상임지휘자, 체코 야나체크 필하모닉 객원 지휘자로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상주하는 유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선임됐다. 환경운동가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민간교향악단으로, 로만 헤어초크 전 독일 대통령, 클라우스 퇴퍼 전 독일 환경부 장관,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등이 후원하고 있다. ‘최초’라는 수식어도 다양하게 달고 있다. 2010년 터키 이즈미르 국립교향악단과 한국 국적 음악인으로 최초로, 2011년 모스크바필하모닉과는 아시아인 최초로 초청연주를 했다. 한국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2009년에는 영국 런던 카도간홀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초청으로 지휘한 자리에서 박재은 작곡가의 ‘아리랑’을 초연하기도 했다. 유럽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솔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 그게 음악의 본질이죠. 요즘 음악은 내면보다는 외형을 중시해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 연주를 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고, 음악이 사랑스럽습니다. 아마도 이 느낌이 전달돼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것 아닐까요.”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그동안 겪은 텃세와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텃세보다 힘든 건, 한국의 무관심이다. “함부르크 신년음악회에, 제가 알기로는 한국인 관객은 없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 한국인 지휘자가 서는데 한국 사람이 아무도 안 온다는 것을 독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끄러웠죠.” 그는 이어 “중국과 일본은 예술인들에게 무한한 관심과 격려가 있지만 우리는 유명해져야 관심을 갖는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인 예술가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외국인들의 텃세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면서 애정을 당부했다. “지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올 상반기에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오는 2월 13일에는 멕시코 오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3월 20일과 22일에는 일본 NHK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연주회를 할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본 방송은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어쩌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톡 까놓고 얘기하는 성인토크쇼, 원나잇스탠드” 지난달 29일 서울 방배동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원나잇스탠드’(이하 원나스) 녹음현장. 성인코미디를 지향하는 원나스는 익살스러운 경고로 시작한다. 진행자 MC제이를 비롯해 패널로 출연한 H양과 코난 커플, 후크선장, 헝그리보더, 뚜리(여)가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솔직한 이야기를 위해 서로는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았다. 마이크가 꺼져도 별명으로 부를 정도다. ‘하룻밤의 외도(정사)’를 뜻하는 도발적인 방송제목 때문인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때 정치코미디 ‘나는 꼼수다’에 이어 팟캐스트 2위를 찍었고 한 회 다운로드가 10만건을 넘기도 했다. 방송은 적나라하다. 첫 경험에 대한 고백부터 성욕·성적환상·피임·테크닉은 물론 배우자의 외도나 공창제(公娼制)에 대한 논란까지 성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다룬다. 남자의 사이즈가 정말로 중요한지, 여자는 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지 등 음담패설도 쉼 없이 이어진다. 정답은 없다. 그저 성에 관해서 재밌게 수다를 떨 뿐이다. 때론 듣기 불편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섹스’라는 단어는 당연하고 ‘○친다’, ‘은근히 ○린다’ 같은 외설적 표현도 튀어나온다. 역설적이지만 익명이기에 더 솔직하다. 오후 2시부터 낯 뜨거운 얘기를 하는데 퇴폐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패널에게 출연료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참가신청이 줄을 잇는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 녹음하지만 벌써 30~40명이 손님으로 다녀갔다. 대기 중인 사람도 20명을 웃돈다. 출연자들은 이름이나 나이 등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굳이 충격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기획한 MC제이는 “친구들끼리, 직장에서도 밥 먹듯이 음담패설을 하는데 양지에서는 못하는 게 싫었다. 숨어서 소곤대던 성 얘기를 까놓고 말하자는 게 방송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한 취지보다는 그저 솔직히 말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성을 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앞에선 고상한 척하면서 뒤에선 다들 호박씨를 깐다”면서 “돈으로 여자를 사는 건 루저들이나 하는 짓인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고급문화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뷰에 ‘저질포르노 방송은 그만두라’는 글도 있지만, 우린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수원시, 학교생활 부적응 도울 상담사 배치

    경기 수원시는 4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일선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복지상담전문인력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공모를 통해 초등학교 30곳과 중학교 4곳 등 34개 학교를 선정한다. 복지상담사들은 개인적인 문제나 가족 또는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긍정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담과 심리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학부모를 상담하거나 가정을 방문해 고충을 들어주고 해당 교사와 협력 관계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다. 해당 학교는 상담교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학교사회복지실을 설치,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필요한 예산 14억 7500만원은 모두 수원시가 부담하고 시 교육청은 학교 선정과 관련한 공모절차를 담당한다. 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교사들로서는 한계가 많으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은 상담과 심리치료 등을 통해 보듬어 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취임식 코 앞인데… 3주째 사라진 차베스 ‘위중설’ 증폭

    오는 10일 4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우파 세력이 고의적으로 악성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차베스가 지난해 12월 11일 쿠바에서 암 수술을 받은 이후 3주째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의혹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스페인의 보수 신문인 ABC는 2일(현지시간) 차베스 의료진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차베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으며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목숨을 연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의사인 호세 라파엘 라르퀴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차베스의 의료진과 연락이 닿고 있다”면서 “차베스가 죽음에 임박해 있다”고 주장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더욱이 차베스와 가까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마저 차베스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차베스 위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우리의 기도가 차베스의 생명을 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리비아 국영통신사가 전했다. 위중설이 확산되자 차베스의 사위이자 과학기술부 장관인 조지 아레아자는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은 건강한 상태”라는 글을 올려 루머 진화에 나섰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르 베네수엘라 부통령도 전날 밤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차베스 대통령은 수술후 합병증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으며, 국민에게도 언제나 사실을 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정부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권 통합체인 ‘민주통합원탁회의’(MUD)의 라몬 기예르모 아벨레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CNN이 전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헌법은 새 대통령이 유고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30일 내에 대통령 재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어 차베스의 위중설 진위에 나라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2013 빛낼 스포츠스타] (4) 프로농구 차세대 토종 ‘빅맨’ SK 최부경

    [2013 빛낼 스포츠스타] (4) 프로농구 차세대 토종 ‘빅맨’ SK 최부경

    프로농구 SK가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상상했을까. 모래알 조직?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달 29일 오리온스와 맞붙은 SK는 4쿼터에 10점까지 뒤졌으나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더니 결국 91-86으로 이겼다.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팀으로 변했다. 그 중심에 가드 김선형이 있지만 토종 빅맨의 계보를 잇는 신인 최부경(23)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뱀띠이기도 한 그에게 새해의 꿈을 들어봤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본다.” 최부경은 팀이 승승장구하며 선두를 지키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어 그는 “(문경은) 감독님이 승리로 가는 길을 제시하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그 길을 향해 간다. 개인은 없고 팀만 있을 뿐”이라며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곁들였다. 회계사 아버지와 보험 일을 하는 어머니를 둔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농구공을 만졌다. 정작 스카우트가 학교로 찾아온 날 친구는 축구하러 가 버렸고 당시 남들보다 머리 하나쯤은 컸던 그가 ‘찜’을 당했다. 2008년 농구대잔치 리바운드상을 수상하며 기대를 모은 그는 2012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이야 문 감독이 “드래프트를 다시 해도 최부경을 택하겠다”고 할 만큼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 건국대 사상 첫 1순위로 드래프트되리라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 주위를 실망시켰다. 그는 “모교와 부모님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원했던 구단이 SK였다. 학창 시절부터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하는 SK가 이유 없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SK에 뼈를 묻고 싶을 정도란다. 그는 “대학 때 펄펄 날던 (김)시래가 1순위로 뽑혀 부담감을 갖고 있지만 난 그런 부담도 없어 다행”이라며 2순위가 된 것을 고마워하는 눈치다. 그러나 전자랜드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리카르도 포웰에게 버저비터를 내주며 프로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꼭 자기 탓인 것 같아 자괴감에 빠졌다. 그 뒤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참는 법을 배웠고 조직에 녹아드는 법을 깨달았다. 김선형, 변기훈, 박상오, 김민수 등 선배들의 활약 덕에 득점 부담도 덜었다. 이젠 조력자 역할이 훨씬 편해졌다는 그는 외국인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팀의 주춧돌로 자리 잡고 있다. 3일 현재 경기당 평균 10득점, 6.8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오르내린다. 잘나가는 김선형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형과 방을 같이 쓰는데 정리를 안 해 방 치우느라 요즘 신데렐라 놀이를 하고 있다. 대신 팬들로부터 형이 받은 선물은 내가 거의 빼앗고 있다”며 웃은 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는 늘 배우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동문인 변기훈 선배가 늘 형처럼 챙겨 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닮고 싶은 선배는 김주성(동부). 여유 있는 플레이가 좋단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대학 2학년 때 오른 무릎 연골판 수술을 받았는데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다. 여자친구가 큰 힘이 됐다. 올해 우승한 뒤 빨리 결혼하고 싶다.”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최부경은 누구 ▲1989년 6월 28일 출생 ▲200㎝, 104㎏ ▲부산 성동초-동아중-동아고-건국대 ▲최성복·문순덕씨의 1남 1녀 중 첫째 ▲취미 영화관람(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인도 영화 ‘블랙’) ▲별명 Boo ▲주요 경력 2008년 농구대잔치 남자부 리바운드상,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2012~13시즌 2일 현재 경기당 평균 10득점 6.8리바운드 2.0어시스트
  • [본지-도쿄신문 공동 여론조사] “한류 붐 지속” 韓 68%·日 45%로 시각차

    [본지-도쿄신문 공동 여론조사] “한류 붐 지속” 韓 68%·日 45%로 시각차

    일본에서의 한류붐 지속과 관련,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국민 다수는 일본에서 한류붐이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를 갖고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절반이 한류의 열기가 곧 식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일본내에서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에 ‘장기간 지속된다’(11.2%), ‘당분간은 지속된다’(57.6%)고 답하는 등 68.8%가 긍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인 중 ‘장기간 지속된다’(8.0%), ‘당분간은 지속된다’(37.6%)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비율은 45.6%였다. ‘벌써 끝났다’거나 ‘절정기가 지나 조만간 끝난다’는 부정적인 응답 비율은 한국인 중에는 25.5%, 일본인 중에는 49.0%였다. 2005년 7월 조사에서 한국인 중 66.4%가 한류붐이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일본인 중에는 46.6%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비슷하다. 일본인 중 20대(50.4%), 60대(51.9%)에서 한류 붐의 지속성을 예상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K팝을 즐기는 20대와 한류 드라마를 즐기는 60대에서 상대적으로 한류 지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남성(42.7%)보다는 여성(48.2%)들이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흥미로운 분야’와 관련해 한국 응답자의 24.4%는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다음으로 일본 관광(16.3%), 첨단기술(12.6%), 요리(7.8%), 경제(7.6%) 순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16.8%가 한국의 요리에 흥미를 보였다. 이어 예능·예술(14.1%), 경제(14.0%), 관광(13.9%), 전통·역사(8.5%) 순으로 관심을 나타냈다. 한류 스타들의 활약 때문인지 한국의 예능·예술에 대한 흥미를 꼽은 일본인이 14.1%로 2005년 7월 조사 때(11.2%)보다 증가한 게 눈에 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영등포구 “독거노인 겨울나기 걱정마세요”

    영등포구 “독거노인 겨울나기 걱정마세요”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가 2일 독거노인과 취약 계층을 위한 갖가지 긴급 구호작전을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길형 구청장은 지난해 선제적인 노인 정책으로 대한노인회가 제정한 노인복지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도 한파 대피소격인 ‘희망온돌방’을 운영하는 등 신속한 행정 대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영등포구의 독거노인은 9600여명으로 전체 노인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노인은 3200여명 수준인 것으로 구는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는 노인돌보미, 재가관리사, 노인상담사 등 전문인력 460여명을 동원해 생활여건이 어려운 노인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방문간호사는 건강 취약자를 위한 방문검진 시간을 활용하고, 자원봉사자는 식사배달 시간에 각각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노인상담사들이 직접 전화나 방문 상담을 통해 수시로 독거노인의 안부를 체크하도록 했다. 구는 2011년 5월부터 전문교육을 받은 노인상담사를 배출해 비상시 다수의 노인을 돕기 위한 전문 인력으로 육성해왔다. 구는 결식이 우려되는 독거노인을 위해 급식 지원을 770명까지 늘리고 거동이 불편한 150여명에게는 매일 식사를 배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취사시설이 없는 210여 가구에는 주 2회씩 밑반찬 배달을, 거동이 가능한 독거노인 390여명은 경로식당을 주 6회씩 이용하도록 했다. 특히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 25명은 주 2회인 도시락 배달을 주 4회로 늘려 안전 확인을 강화했다. 이 밖에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 노인 420 가구에 침낭과 담요, 발열내의 등 겨울 용품을 지원하고, 바람막이 비닐 보호막과 보일러 부품 교체 등을 통해 한파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폭설과 한파에 대비해 문래 제1경로당과 대림 제1경로당은 임시 대피소인 ‘희망온돌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희망온돌방은 한파 특보 발령시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다. 조 구청장은 “올 겨울은 빈번한 폭설과 한파로 독거노인이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배려와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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