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단수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마약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부적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친서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모친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03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현재진형형 유배관광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현재진형형 유배관광

    최근 유배관광이 유행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는 ‘유배로 악명 높은 10개의 섬’을 선정해 이색 관광지로 유배지를 권할 정도다. 그 10개의 섬 가운데 나폴레옹 황제의 마지막 유배지인 세인트헬레나섬이 대표적으로 명성이 높다. 그동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세인트헬레나섬 사이를 선박이 운행하며 약 보름간의 스케줄로 관광이 이루어졌다. 선박으로 오고 가는 데 10여일이 걸리는 남아프리카에서 3218㎞ 떨어진 섬이지만 나폴레옹 때문에 매년 관광객이 늘어 영국 정부는 마침내 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의 지원금만 2016년 5월까지 약 5000억원, 2043년까지 약 1조 1000억원이 투입되는 단일 사업으로는 영국의 해외 영토개발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활주로를 만들고 나니 거센 바람 때문에 보잉 여객기와 같은 상업용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여러 시설을 보강해 2017년 5월 공항을 오픈하고 주 1회 정기 항공편을 취항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세인트헬레나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나폴레옹이 유배 생활하던 롱우드하우스가 단연 인기다. 세인트헬레나의 다른 모든 곳은 영국 영토지만 이 건물만 프랑스 영토다. 담장이 곧 국경선인 것이다. 이 롱우드하우스에는 프랑스 국립군사박물관 측에서 240여점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어서 말년의 나폴레옹 유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배지 관광은 러시아에서도 인기다. 러시아의 집단수용소가 있던 ‘솔로베츠키 제도 문화역사 유적군’은 유배문화 유적지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1992년 최초로 등재됐는데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수용소 집합체였던 ‘굴라크’를 유배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리투아니아의 굴라크 투어다. 이 프로그램은 50달러를 내고 소련의 악명 높은 유배지 생활에 참여하는 리얼리티쇼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소련의 어느 유배지에 있다고 믿게 된다. 여기서는 과거 소련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잠시 현실을 떠나 소련 유배지의 상황을 그대로 체험한다. 모든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리얼리티쇼는 매우 교육적이다. 누구든 도망칠 수 없는 곳에 갇혀서 알아듣지 못할 말로 폭언을 들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배관광은 과거의 흔적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과거는 물론 최근의 사건들도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11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쿠바 유배역사박물관’을 개관해 미국으로 망명 온 쿠바 이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전시해 유배관광이라는 것이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도 기반으로 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배 하면 조선시대만을 떠올리지만, 1954년 제주도에 부임해 60년간 목자로서 외길을 걸으며 이시돌목장의 기적을 만들어 낸 P J 맥그린치 신부의 발자취 역시 자발적 유배문화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키워 내는 것이 제주 유배관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새해의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현재진행형인 유배관광을 선택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제주대 교수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추리소설 주연 수사기법 현실에선 과학수사 됐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추리소설 주연 수사기법 현실에선 과학수사 됐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명탐정 셜록 홈스로 등장하는 영드(영국드라마) ‘셜록’의 네 번째 시즌이 새해 첫날 시작됐습니다.영드 ‘셜록’도 원작처럼 주인공 탐정의 천재성에 많이 기대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최신 정보기술(IT)과 과학을 이용해 수사하는 장면이 군데군데 등장합니다. ●‘혈액분석법’ 소설 자극받아 현실로 코넌 도일의 작품에도 당시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수사기법이 등장합니다. 사실 1887년 ‘주홍색 연구’라는 작품으로 홈스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과학과 범죄 수사는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당시 최첨단 수사법인 ‘지문’을 활용하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지요. 그렇지만 홈스를 통해 과학기술이 실제 사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주홍색 연구’에는 사람의 혈액을 분리해 내는 ‘혈액 동정법’에 관한 대목이 나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범죄 현장에서 나오는 혈흔이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의 구분은 맨눈으로 하거나 묽은 암모니아수를 이용해 겨우 알아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재처럼 사람의 것인지 아닌지, 혈액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는커녕 동물의 피를 사람의 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합니다. 이후 화학자와 의학자들이 100만분의1g 정도의 작은 핏방울까지도 분리해 낼 수 있는 혈액 동정법을 개발한 것도 ‘주홍색 연구’에 자극을 받았던 덕분이라고 합니다. 도로시 세이어스가 만들어 낸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이나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만들어 낸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같은 탐정들도 당시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과학적 발견과 독물학 지식을 소설 속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1907년 영국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요즘 CSI 요원들처럼 작은 현장분석 가방을 들고 다니는 손다이크 박사를 창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물론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손다이크 박사처럼 분석세트를 들고 다니며 범죄 현장을 조사한다는 것은 경찰들에게도 그저 소설 속 상상으로만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과학수사 전문가 콜린 에번스는 “홈스의 등장 이후 많은 추리소설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다양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범죄와 수사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CSI 현장 가방도 소설에서 먼저 등장 최근 과학기술은 가장 고전적인 지문을 이용한 수사법까지도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은 지문에서 미세한 화학입자를 분석해 지문 주인이 무엇을 먹었고 생활 습관이 어떤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사건 현장의 공기를 분석해 현장에 있던 사람의 숫자는 물론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향수가 무엇인지까지 알아낼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술까지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뛰는’ 범죄자 위에 ‘나는’ 과학기술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기고] 지진·한파에도 걱정 없는 수돗물 서비스/이정섭 환경부 차관

    [기고] 지진·한파에도 걱정 없는 수돗물 서비스/이정섭 환경부 차관

    물은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물이 없는 우리의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음식을 만들고 차나 커피를 끓이며, 옷을 세탁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물을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의 98.6%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물로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다. 단수되는 불편함도 거의 사라졌다. 1년에 한두 번의 시설 점검 때나 단수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도로 공사 등으로 상수도관을 건드려 예상치 못한 누수 사고가 발생해도 며칠 내 신속하게 복구된다. 그래서인지 천재지변으로 수돗물의 공급이 중단됐다는 해외 뉴스가 피부에 와 닿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45만 가구에 최대 35일간 단수가 됐다는 뉴스나,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식수 제공이 제1의 구호 과제였다는 사실이 남의 이야기처럼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7의 지진을 겪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가 더이상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경주 지진이 발생할 때 그 지역의 상수도 시설은 71건의 경미한 피해만 보고됐다. 현재 전국에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은 508곳이다. 상수도 길이는 18만 5709㎞에 달한다. 2010년 이후 설치하는 상수도 시설에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이전 시설도 내진성능을 지속적으로 보강 중이다. 그 결과 수도시설의 약 57%는 규모 5.7~6.3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거나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보다 정밀하게 상수도시설의 내진성능을 파악해 현행 상수도시설지침의 설계 기준을 보완·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12년간 3조 962억원을 투자해 시설 안전과 수돗물 오염에 취약한 노후화된 상수도시설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 지진과 같이 예측이 어려운 대규모 천재지변에는 정부가 나서서 대비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실천으로 단수를 예방할 수 있는 작은 재해가 있다. 겨울철만 되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수도계량기 동파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극심했던 한파로 2만 9992건의 계량기 동파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제주도에서도 2016년 1~2월에 3179건의 동파사고가 발생해 수돗물 단수로 큰 불편을 겪었다. 올겨울은 라니냐 현상으로 한파가 잦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잦은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우려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극한 기상에 대비해 긴급 복구 및 비상급수 체계를 가동하는 등 선제적인 대비를 하고 있지만 보다 필요한 것은 수돗물을 사용하는 개개인의 참여와 준비다. 수도계량기함 내부를 보온팩이나 헌 옷으로 채워주고 수도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 물을 약하게 틀어놓는 작은 실천으로 동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1년 365일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재해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국민들이 작은 실천으로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
  • 겨울철 복지사각 찾아나선 양천

    서울 양천구가 겨울철 소외된 이웃을 돌보려고 오는 2월 말까지 ‘복지사각지대 집중 발굴 기간’을 운영한다. 양천구는 서민경제 악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취약 계층과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를 집중 발굴·지원할 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도 높일 계획이다. 복지사각지대 집중 발굴은 복지플래너, 우리동네주무관 등 공무원을 비롯해 복지 통반장, 이웃살피미(지역사회보장협의체, 검침원, 배달원 등) 등 지역민도 함께한다. 중점 발굴 대상은 ▲공적 급여 탈락자 또는 수급 중지자 중 지원이 필요한 가구 ▲창고, 공원, 화장실 등에서 생활하는 비정형 거주자 ▲단전·단수, 건보료·공공요금 체납정보 등 11개 기관 19종 정보를 통해 파악되는 위기 가구 ▲주 소득자의 사망·가출·구금시설 수용 등으로 소득을 상실한 가구 등이다. 발굴된 대상자에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서울형기초보장, 긴급복지지원 등 공적 지원과 함께 지역 내 민간 자원 연계를 통한 물품 후원 등을 한다. 동절기 에너지 취약계층에겐 에너지바우처(난방카드)를 지급해 에너지 비용 부담도 완화한다. 김수영 구청장은 “양천 구민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민관 함께 복지사각 발굴… 중랑의 촘촘한 ‘그물 복지’

    민관 함께 복지사각 발굴… 중랑의 촘촘한 ‘그물 복지’

    살림이 퍽퍽한 가정일수록 더 추울 수밖에 없는 겨울, 서울 중랑구가 저소득 취약계층 챙기기에 나선다. 중랑구는 다음달 28일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집중 발굴해 지원한다고 2일 밝혔다. 동장, 지역사정에 밝은 민간인 등으로 구성된 16개 동의 행복나누리협의체와 복지통장 등이 위기 가정을 직접 찾을 계획이다. 생활밀착형 방문 서비스 업무를 하는 가스검침회사와 한국전력공사, 우체국, 경찰서, 한국야쿠르트와도 공조해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발굴한다. 또 보건복지부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단전·단수되거나 사회보험료를 밀린 취약계층을 찾아내고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해 도와줄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제도를 몰라 기초생활보호대상 등 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가정이 제법 있다”면서 “촘촘한 발굴 작업을 통해 이들을 찾아내면 지원 제도를 잘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지원 대상은 되지 않지만 당장 생계비나 주거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는 구 차원에서 긴급 지원을 해 준다. 생계비 지원은 4인 가구 기준으로 115만 7000원, 주거지원은 63만 5900원으로 최대 3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신태화 중랑구 복지정책과장은 “구 직원들과 저소득계층이 1대1 결연해 직접 도와주는 등 적극적인 복지 행정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공시생, 저녁 있는 삶에 청춘을 걸었다

    공시생, 저녁 있는 삶에 청춘을 걸었다

    # 이종윤(27)씨는 서울시립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2014년 장교(ROTC)로 전역하기 전까지만 해도 물리학 박사를 꿈꿨다.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한 건 이듬해 8월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면서였다. 이씨는 “석사 학위 없이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스펙이 좋은 인문계 전공자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앞이 캄캄했다”며 “전기직 공무원은 막다른 길에 선 나에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일 오전 7시 잠에서 덜 깬 몸을 버스에 실은 채 노량진으로 향한다. 귀가 시간은 오후 11시다. 이렇게 생활한 지 1년 6개월째다. 학원비로 매달 80만원 정도를 쓰다 보니 장교 생활을 하며 모아둔 1000만원도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이씨는 끼니를 때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금전 지출, 대인관계 등 모든 걸 최소화했는데도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엔 잠을 줄여서라도 더이상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중압감뿐이다. # 김연주(27·여·가명)씨는 3년째 9급 공무원을 꿈꾸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한때 교사를 꿈꿨다. 녹록지 않은 경제 형편 탓에 졸업 후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초반엔 대학원 진학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열중하고 있다.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자금 대출 2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신세다. 그럼에도 김씨는 이달 초부터 강남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 등록했다. 김씨는 “내년에도 안 되면 정말 그만두고 민간 기업 영업직이라도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인문계 전공자는 취업이 잘 되지 않는 데다 취업이 되더라도 멀쩡하던 몸이 망가질 정도로 착취를 당하는 주위 친구들을 보고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며 “시험 준비를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립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공시족이 과연 공무원이 된다 한들 진정성 있게 국민·국가를 생각하며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른바 ‘공꿈사’(공무원을 꿈꾸는 사람)가 25만여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국민의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 공직에 입문하고자 하는 공시생은 10명 중 2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지난 연말 한 달 동안 인사혁신처의 도움을 받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한 응답자(복수 응답 허용)는 75명으로, 총응답 수 341건 가운데 22.0%로 나타났다. 반면 절반 이상이 공무원연금, 정년보장 등 노후 안정성과 ‘저녁 있는 삶’(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위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노후 안정성을 꼽은 응답자가 38.7%(132명)로 가장 많았다. ‘저녁 있는 삶을 원해서’라는 응답은 20.8%(71명), ‘자기개발 기회 보장’이 17.3%(59명)로 집계됐다. 해마다 치솟는 공무원 시험 응시 인원은 사실상 민간에서는 그만큼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차 휴가(수당)나 초과근무 수당, 법정 휴게시간 등을 지키지 않는 민간 기업의 관행도 공시생 열풍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움츠러든 경제 현실은 청년층의 불안을 더 키운다. 실제로 ‘공시생 열풍’ 현상의 원인으로 설문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 225명 가운데 57.8%(130명, 단수 응답)는 ‘취업난 장기화’를 꼽았다. 사회 전반에 질 높은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해마다 쏟아지는 취업준비생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린다고 응답한 비율이 23.1%(52명)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삶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택한 응답자는 10.7%(24명), 민간부문의 경쟁 심화는 4.4%(10명)로 조사됐다. 공시생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이 높았다. 설문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 정도(88.9%)는 공시생 열풍으로 국가경쟁력이 낭비되고 생산성이 저하돼 사회적 비용이 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설문 응답자의 34.7%(78명)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다른 진로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 이상은 공무원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공시생들은 또 원만한 대인관계(37.3%)는 물론 연애와 결혼(18.7%), 동아리 활동(18.7%), 사회참여(8.9%) 등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5.1%)은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 동안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20대 중반을 넘긴 자녀의 ‘제2의 수능’을 위해 뒷바라지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6.9%가 인터넷·오프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학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오프라인 강의는 과목당 15만~20만원 정도 든다. 시험을 치르는 모든 과목을 학원에서 대비한다고 가정하면 생활비와 별도로 학원비만 100만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공시생 열풍’ 현상이 계속 고착화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혁신은 사기업에서 일어나게 마련인데, 안정성이 높은 공직에만 우수한 인재가 몰리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며 “공시생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도 평생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7·9급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이 있는 민간 기업 취업자의 경우 퇴직 연령까지의 소득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윤 연구위원은 “공시생들은 시험 준비로 인한 기회비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험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며 “현재 정부는 공무원 채용을 늘려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럴 게 아니라 정부가 보조금을 더 지원해서라도 민간 고용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시생 열풍은 경제 상황 탓에 사회 전반에 취업 기회가 축소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불필요한 시험 과목이나 절차를 없애는 등 공무원 채용 방법을 개선해 사회적인 낭비를 줄여 나가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사처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공시생 열풍 현상은 단순히 공무원 채용 제도 개선을 넘어 우리 사회의 노동·고용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처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직의 임금이 민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민간의 90% 수준”이라며 “임금 상승과 더불어 2008년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제한이 없어지면서 멀쩡한 기업에 다니면서도 이른 퇴직을 걱정하는 40~50대 수험생까지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7급은 35세, 9급 32세까지로 응시 연령 제한 규정이 있었다. 인사처에 따르면 현재 국가직·지방직 7급 공무원의 초임 연봉은 각각 2532만 1000원, 9급은 2059만 2000원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36시간 공급, 36시간 단수” 주민들이 환호한 이유

    “36시간 공급, 36시간 단수” 주민들이 환호한 이유

    "새해부터 하루 건너 하루마다 수돗물 안 나옵니다" 이런 발표가 나온다면 주민 모두가 망연자실하는 게 자연스런 반응이겠지만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곳도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 줄리아주가 내년 1월 2일부터 '수돗물공급 36X36 플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36X36'이란 36시간 수돗물을 공급하고 36시간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루 건너 하루 꼴로 수돗물이 끊긴다는 뜻이다. "36시간 동안 물 없이 살라고?" 일견 황당한 플랜이지만 이 소식에 줄리아 주민들은 환호했다. 지금에 비하면 엄청난 삶의 질 향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원수를 공급하는 댐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줄리아주 지난 9월부터 '30X150 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30시간 수돗물을 넣어주고 150시간 공급을 끊는 식이다. 절약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곤 하지만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 극도의 불편을 겪었다. 내년부터는 하루 건너 하루 꼴로 물이 나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환호한 이유다. 줄리아에 물을 공급하는 댐 저수지는 줄리아 툴레, 마누엘로테, 트레스리오스 등 3곳이다. 바닥을 보였던 3개 댐 저수지는 악착같은 절약작전 끝에 다시 수위가 상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개 댐 저수지엔 현재 4억6000만㎥ 원수를 축적했다. 베네수엘라의 에너지부장관 에르네스토 파이바는 내년부턴 단수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극단적인 고통을 감수하면서 물을 절약한 줄리아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단독] 기업은행장 김도진 부행장 유력

    [단독] 기업은행장 김도진 부행장 유력

    은행聯 감사에 한은 출신 허재성… KB 등 줄인사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김도진 기업은행 경영전략담당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문제 삼고 있어 권선주 행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7일 기업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위는 이르면 이번 주 신임 행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부행장이 (새 행장 후보로) 단수 추천됐다”면서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굳이 새 행장을 뽑아야 하느냐는 기류도 있어 (금융위가) 권 행장을 몇 달 더 유임시키는 카드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부행장은 대구 대륜고와 단국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1985년 IBK기업은행에 입행해 30여년간 비서실, 종합기획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IBK맨’이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 인사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달 5일 임기가 끝나는 은행연합회 감사에는 허재성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이동할 예정이다. 새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2월 초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이르면 다음주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7개 계열사 사장과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신용길 KB생명 사장과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등은 취임 후 실적이 좋아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 한동우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1월부터 본격적인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간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 12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를 위한 과점주주 매각으로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민영화 성공으로 이 행장의 연임설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새로 선임된 과점주주 몫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177명의 부지점장을 지점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역대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으나 최순실 사태로 인해 늦어졌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위해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 차기 기업은행장 김도진 부행장 유력…황 권한대행 인사권 행사 부담시 권 행장 유임할 수도

    [단독] 차기 기업은행장 김도진 부행장 유력…황 권한대행 인사권 행사 부담시 권 행장 유임할 수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김도진(사진) 기업은행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문제삼고 있어 권선주 행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7일 기업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위는 이르면 22일 신임 행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부행장이 (새 행장 후보로) 단수추천됐다”면서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굳이 새 행장을 뽑아야 하느냐는 기류도 있어 (금융위가) 권 행장을 몇 달 더 유임시키는 카드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부행장은 대구 대륜고와 단국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IBK기업은행으로 입행해 30여년간 비서실, 종합기획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IBK맨’이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 인사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달 5일 임기가 끝나는 은행연합회 감사에는 허재성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이동할 예정이다. 새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2월 초 부임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7개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가 이달로 끝나면서 이르면 다음 주 계열사 사장과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신용길 KB생명 사장과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등은 취임 후 실적이 좋아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를 앞두고 1월부터 본격적인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간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 12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를 위한 과점주주 매각으로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민영화 성공으로 이 행장의 연임설도 거론됐으나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새 이사진이 꾸려지면서 이 행장의 향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앞서 우리은행은 177명의 부지점장을 지점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역대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으나 최순실 사태로 인해 늦어졌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이 나란히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다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위해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상수도관 파손으로 단수피해 본 주민들 집단소송 추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지역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 부주의로 상수도관이 파손돼 수만 가구에 2~3일 동안 수돗물 공급이 끊긴 사태와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이 추진된다. 7일 경남법무법인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 중앙역 역세권 개발 도로공사 현장 상수도관 파손에 따른 단수로 불편과 피해를 본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공사 시행사인 경남개발공사와 창원시 상수도사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추진한다. 경남법무법인은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창원 상수도파손손해 집단소송 카페’(cafe.naver.com/sangsudo1)를 개설하고 소송에 참여할 주민들을 모으고 있다. 이 법무법인은 “창원 역세권 공사 중 상수관이 파열돼 창원 성산구 일대 대방·성주·사파·가음정·남산·안민동과 의창구 신월·사림동 등 4만 5000여 가구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불편을 겪어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남법무법인은 “상수관로 위치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한 경남개발공사와 수돗물 공급 중단 상황을 즉각 알리지 않는 등 관리와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시 상수도사업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 수도 급수 조례 제25조에 ‘수도 사용자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시장은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면책 조항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으나, 법무법인 측은 손해배상 청구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경남법무법인은 1차로 소송참여 신청을 이달 말까지 받는다. 소송금액은 1인당 10만원씩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2시 의창구 역세권 도로공사 현장에서 중장비가 작업하다 도로 옆 900㎜ 상수관로를 건드려 관로가 부서지는 바람에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창원시는 부서진 상수도관 교체작업을 벌여 지난 4일 오후 7시쯤 복구를 완료하고 수돗물 공급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낮 12시 전후로 수돗물이 다시 공급돼 해당 지역 주택과 상가 주민 등이 소방차로 생활용수를 공급받거나 지하수를 받아 쓰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주말에 갑작스런 단수로 식당 등 상가는 영업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오늘의 눈] 왜 촛불광장은 여전히 평화로운가/장형우 경제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왜 촛불광장은 여전히 평화로운가/장형우 경제정책부 기자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 각지의 광장에선 매주 토요일 ‘기적’이 반복되고 있다. 평정심을 찾을 만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잘못은 없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또 그의 친위대는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배후에 종북 세력이 있다” 등의 망언으로 분노를 치밀게 한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분노를 품은 수백만의 시민들이 토요일 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로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친다. 이 시대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불온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은 평화롭다. 골계미 가득한 깃발과 분장, 팻말, 노래가 넘실대는 광장은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혹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만일 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각 대학에서는 당연히 ‘박근혜 체포 결사대’가 꾸려졌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매일매일 밑도 끝도 없이 청와대로 진격하다 ‘닭장차’에 실려 갔을 것이다. 도심에는 화염병과 깨진 보도블록이 나뒹굴고, 쇠파이프와 사과탄, 그리고 ‘지랄탄’으로 통하던 다연발탄이 난무했을 것이다. 섣부른 추측이지만, 저항은 색깔론과 흑색선전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 정권은 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비탄한 허무함 속에 속절없이 타락했을 것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미풍에도 꺼지기 쉬운 촛불을 꺼내 든 이유는 명료하다. ‘불법·폭력 시위는 나쁘다’는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를 깨지 못해서가 아니다. 무능과 부패가 극에 달한 이 정권을 무너뜨리는 가장 적확한 전술이 ‘평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일 쏟아지는 의혹과 변함없이 뻔뻔한 모습을 재확인하면서 분노의 수위가 치솟아도 폭력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교훈을 되새김질하며 인내하고 있다. 이성을 잃은 권력이 공안 정국을 조성하거나, 계엄을 악용할 아주 작은 실마리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고단수의 집단지성이 광장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광장에는 욕설과 장애인 비하, 성차별 등 어떠한 부도덕한 언행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시민들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분실물을 찾아 주고, 의경들에게 꽃을 건넨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도발에도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며 의연하게 대응한다. 광장의 시민은 도덕적으로도 우월하다. 한 시대의 가치, 사람들의 생각, 행동하는 방식은 역사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똑똑히 배웠다. 부도덕한 집권 세력이 위태로운 국면에서 어떤 방법으로 탈출하고 연명해 왔는지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겨울 촛불로 가득한 평화의 행진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발전한 민주주의를 물려주기 위한 역사적 실천이고, 그 자체로 새로운 역사다. 훗날 역사가들은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선 대한국민을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평화적 방법으로도 혁명에 성공할 수 있고, 합헌적·합법적 투쟁으로도 정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증명한 지혜롭고 도덕적인 국민.’ zangzak@seoul.co.kr
  • 어르신 온수매트 지원한 구로

    서울 구로구가 홀몸 어르신을 위해 한파 대비에 나섰다. 구로구는 생활 여건이 어려운 홀몸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난방용품 지원사업’을 펼친다고 29일 밝혔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인 홀몸 어르신 121명이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다음달 말까지 겨울철 난방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온수매트가 지원된다. 구로어르신돌봄통합센터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먼저 가정방문을 한 뒤 전기장판조차 없이 생활하는 등 주거 실태가 열악하거나 건강 상태가 나쁜 이들 위주로 선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기름값 부담 때문에 보일러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전기장판을 많이 쓰는데 온수매트가 더 안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장애인, 거동불편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대책도 추진한다. 바깥출입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지원되는 식사 배달을 1일 1식에서 2식으로, 밑반찬 지원은 주 2회에서 4회로 확대한다. 식사 배달과 밑반찬은 각각 180명, 285명의 어르신이 구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또 지역 내 동주민센터 15곳 모두를 ‘한파쉼터’로 운영한다. 난방시설이 취약한 어르신들이 언제든 와서 머물 수 있다. 이 외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가정방문, 거리 노숙인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취약계층의 수도·전기·가스요금 체납으로 인한 단전·단수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장애인,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구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겨울에 추운 날씨로 고통받는 어르신이 많다”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한파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볼리비아, 장기 가뭄에 물 부족 국가비상사태 선포

    볼리비아, 장기 가뭄에 물 부족 국가비상사태 선포

    지독한 장기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볼리비아가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전국적인 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모랄레스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전 국민이 최악의 물 부족사태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랄레스는 "비상사태에 직면한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혜롭게 가용 수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이미 국민 대부분이 체감하고 있다. 수도 라파스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볼리비아 국영회사는 최근 극단적인 공급축소를 발표했다. 라파스의 원수 저수지가 거의 말라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언론은 "20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등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며 "이웃 도시 엘알토까지 단수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수는 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수도회사 관계자는 "너무 물이 모자라 라파스와 엘알토의 일부 지역엔 3일에 3시간꼴로 수돗물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2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거의 비가 내리지 않은 가운데 기온마저 100년 내 최고를 기록하면서 볼리비아는 바짝 메마르고 있다. 농산물 수확량은 예년의 1/10로 줄었고, 가축들도 힘없이 쓰러져가고 있어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벌써부터 ‘반쪽 특검’ 우려

    수사 대상 모호하고 인력·권한도 태부족… 특검 인선 난항 예고 지난 14일 여야가 합의한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검법안)에 대해 학계 및 시민단체 등에서 ‘반쪽짜리 특검’이라는 비판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 법에 따라 임명될 특검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수사 대상이 모호하며, 특검의 권한도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이다. 특검 법안은 1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16일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는 논평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이 특검 임명과 운용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들로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를 단수 추천해 임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국회가 특별검사 후보 2명과 특별검사보 후보 8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대통령이 수사 기간의 연장을 승인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법안은 특검에 준비기간 20일, 본 조사 70일 등 90일의 시간을 보장하며 대통령이 승인하는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연장토록 돼 있다. 대통령이 특검 기간 연장을 불허해 수사를 축소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또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설정한 부분이 모호해 오히려 핵심 사건들을 누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이 조항의 취지는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을 남김없이 파헤치겠다는 것이지만, 이런 모호함이 오히려 수사 방향을 흐리게 할 소지가 있는 만큼 ‘박 대통령과 지배권력’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최순실 게이트’, ‘청와대 비서진의 헌정질서파괴 의혹’ 등 핵심 사건들을 명시적으로 기록해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의 인력 및 권한이 미흡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법안에는 특별검사 1명, 특별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이내로 수사 인력을 구성하게 했는데 이는 50명에 가까운 검사로 구성된 지금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보다 규모가 작다. 군사상 기밀이나 공무상 기밀을 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도 특검의 수사 강도의 제약 요인이다. 특별검사의 자격을 ‘15년 이상 판사 또는 검사의 직에 있던 변호사’로 제한한 것 역시 인선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시국회의’ 측은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다양한 국민대표들이 특검을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논평을 통해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100만명이 참여한 촛불집회의 의미를 이번 특검법안이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016 미국의 선택] 다른州 유권자끼리 ‘투표권 맞교환’… 경합주 승패 막판 변수로

    [2016 미국의 선택] 다른州 유권자끼리 ‘투표권 맞교환’… 경합주 승패 막판 변수로

    앨 고어 50만표 더 얻고도 부시에 패배 한표라도 더 얻는 州 ‘승자독식’ 영향 제3당 지지자들 ‘死票’ 대신 거래 선택 오하이오·미시간 등서 뒤집힐 가능성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거래’(vote trading)가 성행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7일(현지시간) 투표거래 온라인 거래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며 미국에서 유권자 간 투표거래가 부쩍 활발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추세가 접전 양상인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접전을 벌인 2000년 대선 때 처음 등장한 투표거래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주에 사는 유권자가 표를 맞바꾸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의 과반(538명 가운데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선에 맞춰 개설된 투표거래 플랫폼인 ‘#네버트럼프’(#NeverTrump)와 ‘트럼프트레이더스’(TrumpTraders.org)에서는 6일까지 5만여건의 투표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주요 경합 주에서만 1만 2000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대다수 주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갖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전통적인 텃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에서는 대선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경합주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하이오와 아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경합주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제3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사표(死票)가 부담스럽다.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는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막고자 표를 맞교환한다는 얘기다. 초접전의 경합주에서는 불과 몇천표 차이가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 고어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보다 50만표나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수에서 뒤져 패했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의 투표 결과를 둘러싼 분쟁으로 고어는 이곳에서 537표 차로 부시에게 무릎을 꿇었다.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에서 비롯된 셈이다. 문제는 투표거래가 당사자 간 약속에 불과해 실현 여부를 장담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투표거래가 불법이라는 지적에 아밋 쿠마르 ‘#네버트럼프’ 설립자는 경품이나 금품을 전제로 한 게 아니면 문제없다는 판례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새마을금고 꺾기 금지·감독위 신설

    노인요양보험 등급기간 연장… 신불자 정보 복지서비스 활용 새마을금고(MG)에서 대출 시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공정여신거래행위(일명 ‘꺾기’)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정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청사를 잇는 영상 국무회의를 열어 새마을금고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관리 감독을 강화한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중앙회 실손의료공제 상품을 판매할 때 중복 계약에 따른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 중복 계약 여부를 계약 예정자에게 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금고감독위원회를 둬 중앙회가 단위 금고를 감독할 때 기존 지도감독이사 1인 체제에서 위원 5명인 위원회 체제로 개편했다. 중앙회 감사위원 선출 방식도 기존 이사회 선출에서 총회 선출로 바꾸고 과반수를 외부에서 충원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웠다. 또 자체 선거관리위원 2명을 외부 인사로 위촉하고 공명선거감시단을 두도록 해 공정성을 꾀했다. 또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등급 유효기간이 최대 4년으로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1차 갱신 결과 같은 등급을 받는 경우 1등급은 3년에서 4년으로, 2~4등급은 2년에서 3년으로 유효기간을 늘렸다. 신체·정신적 기능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복잡한 절차를 밟으며 자주 새 등급을 판정받아야 했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모든 수급자는 처음 등급을 판정받은 지 1년이 되면 다시 등급을 평가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또 노인장기요양시설의 부당 청구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된 직원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다. 복지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찾아낼 목적으로 정부가 신용불량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단전, 단수, 사회보험료 체납 등 23종의 빅데이터 정보를 통해 취약계층 발굴 사업을 벌였지만 취약계층 발굴에 한계가 있는 정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신용불량자 정보를 복지 서비스 대상자 발굴에 활용하면 해마다 5만여명의 복지 대상자를 추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필리핀서 한인 3명 총격 피살…“두테르테 취임 이후 기대했지만”

    필리핀서 한인 3명 총격 피살…“두테르테 취임 이후 기대했지만”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필리핀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13일 외교부와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76㎞가량 떨어진 산페르난도 바콜로 북쪽 도로변에서 지난 11일 오전 7시 30분쯤 40∼50대 한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은 결박된 상태였고, 사망자 전원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곳은 농촌으로 관광객들이 올 만한 지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면서 “인적이 없고 한적한 지역이기 때문에 범행 장소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할 실마리를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내부적으로는 원한이 있는 누군가가 이들을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조직폭력배나 수배자들이 범행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제삼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올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6명으로 늘게 된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범죄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잦다. 살해에 이르는 경우는 채무나 공사대금 등 사업 분쟁에 휘말린 경우가 많다. 필리핀에서 총기를 소지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수백 달러에 불과하며, 현행범으로 붙잡혀도 보석을 통해 쉽게 풀려날 수 있다. 필리핀 경찰이 지문과 통신조회 등과 관련해 첨단수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고 수사 예산도 부족한 탓에 신속한 검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과 재판을 여는 데만도 통상 2∼3년이 걸리는 늑장 행정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 교민은 “범죄와 부패 척결을 약속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한인 대상 강력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태풍 차바 피해…5명 사망·5명 실종, 이재민 198명

    태풍 차바 피해…5명 사망·5명 실종, 이재민 198명

    지난 5일 제주와 남부 지방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에 따른 인명피해가 사망 5명, 실종 5명 등 모두 1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안전처가 6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상황에 따르면 이날 울산 중구 태화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배수 작업 중 사망자 1명을 발견해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 현재 실종자는 5명으로 울산 울주군에서 구조에 나선 소방공무원 1명과 제주에서 정박한 어선을 이동하던 1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는 차량 전도로 1명, 논 물꼬를 확인하다 급류에 휩쓸려 1명이 각각 실종됐다. 경남 밀양에서는 잠수교로 진입한 차량이 떠내려가면서 1명이 실종 상태다. 이재민은 90가구 198명으로 학교와 경로당, 주민센터, 마을회관 등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7가구 26명이 일시 대피했다. 시설 피해는 주택 14채(제주)가 반파됐으며, 508채가 물에 잠겼다. 주택 침수는 울산이 464채로 가장 많았다. 공장은 울산 현대자동차 등 22개 동이 침수 피해를 봤으며 상가 150동이 불어난 물에 잠겼다. 농작물 침수는 7747㏊로 집계됐다. 제주가 5203㏊로 피해가 가장 컸으며 전남 1333㏊, 경북 673㏊, 경남 533㏊, 광주 5㏊ 등이다. 차량 침수는 제주 한천교의 80대와 울산 울주군 언양읍 현대아파트 등의 900여대, 경북 66대 등 1050여대에 이른다. 어선은 제주 하예항과 화순항에 정박한 어선 2척이 전복됐고 경남 통영에서 2척이 침몰했다. 문화재 피해는 울산 1건과 제주 20건 등 21건(국가지정 11건, 시도지정 10건)으로 집계됐다. 정전 피해는 22만 8986가구에서 발생했으며 현재 22만 8579가구(99%)에 송전이 완료됐다. 제주 정수장 등 16곳 피해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으며 부산도 150가구가 단수 피해를 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소네트 77 -윌리엄 셰익스피어 거울은 그대의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해시계는 그대의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보여 주고; 종이의 여백은 그대 마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그대는 이러한 교훈을 얻으리라. 그대의 거울이 낱낱이 보여 줄 그대의 주름살들은 그대에게 입을 벌린 무덤을 기억하게 할 것이며; 그대 해시계의 남몰래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는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을 알게 하리라.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빈 종이에 적어 두면, 그대는 발견하리니 그대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그대의 마음을 새롭게 알게 만든다는 것을. 이러한 일들은, 그대가 자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대에게 이로우며 그대의 책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Thy glass will show thee how thy beauties wear, Thy dial how thy precious minutes waste; The vacant leaves thy mind‘s imprint will bear, And of this book, this learning mayst thou taste. The wrinkles which thy glass will truly show Of mouthed graves will give thee memory; Thou by thy dial’s shady stealth mayst know Time‘s thievish progress to eternity. Look what thy memory cannot contain, Commit to these waste blanks, and thou shalt find Those children nursed, delivered from thy brain, To take a new acquaintance of thy mind. These offices, so oft as thou wilt look, Shall profit thee and much enrich thy book. * 셰익스피어(1564~1616)의 소네트 중에서 드물게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를 장려하는 교훈이 담긴 시다.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 시간의 덧없음과 사랑 그리고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이 연모하던 미남 청년에게 바쳐진 소네트가 126편이고 ‘dark lady’로 알려진 검은 피부의 젊은 여자를 노래한 시가 28편이다. 1609년에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뒤로 판을 거듭하며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지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즐겨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풍성했다. 얼마 전에 (9월 초였다) BBC 방송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좋아하는 중국의 여성작가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금지되었던 셰익스피어는 보수적인 중국대륙의 동성애 예술가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네트 15의 인상적인 한 줄, “And all in war with Time for love of you, (그리고 너를 사랑하며 모든 것이 시간과 전쟁 중이니,)”를 외우는 그녀를 보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새롭게 읽히는 걸작의 힘을 확인했다. 작은 노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onetto’에서 유래한 소네트(Sonnet)는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14줄의 정형시를 말한다. 약간의 예외는 있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9는 14줄이 아니라 15줄로 구성되었다. 소네트의 운율은 시대에 따라, 시인에 따라 변화했는데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의 각운을 매기는 방식은 ‘abab cdcd efef gg’이다. 소네트 77은 처음 4행의 각운을 ‘wear-bear’ ‘waste-taste’로 맞추기 위해 세 번째와 네 번째 행의 문장을 도치시켰다. 그냥 읽어서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으면 앞뒤의 단어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게다가 고어가 섞여 단어장을 찾느라 바쁘다. 1행에 처음 나오는 ‘thy’는 2인칭 대명사의 소유격(=your)이다. 3행의 ‘The vacant leaves’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필사본 책의 낱장들을 의미한다. 앞뒤 2페이지가 1 ‘leaf’이다. 4행의 ‘thou’는 2인칭 대명사의 주격(=you)이고 ‘mayst’는 동사 ‘may’의 직설법 2인칭 단수형이다. ‘mayst thou=may you ’이다. 6행의 ‘thee’는 2인칭 대명사의 목적격(=you)이다. 11행의 ‘아이들’은 머리에서 태어나 자란 ‘문학적 자식들’을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시간의 효과를 들려주며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라고 가르치는 소네트 77의 내용으로 짐작컨대, 시인이 사랑했던 남자는 그의 후배 작가가 아닐까. 거울에 비치는 주름은 죽음이 다가온 징조라니. 과장이 심하지 않나! 시간을 도둑에 비유해, 해시계 둘레를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를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으로 표현한 것도 참 맛깔스럽다. 망각에 대비해 글로 기록하라는 시인의 충고를 영국은 외면하지 않았다. 서양문명은 기록의 역사였다. 기록하는 자가 이긴다.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중요한 기록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담당해 왔다. 손톱만 한 usb에 나의 모든 쓸모 있는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분분초초 뇌리를 스치는 생각과 느낌의 덩어리를 이메일로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올리는 요즘, 기록의 욕망이 지나쳐 때로 성가신 SNS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나, 잉크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의 소네트를 손끝으로 순식간에 전파시키는 나를 보고 셰익스피어가 뭐라고 말할지….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소네트 77 -윌리엄 셰익스피어 거울은 그대의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해시계는 그대의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보여 주고; 종이의 여백은 그대 마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그대는 이러한 교훈을 얻으리라. 그대의 거울이 낱낱이 보여 줄 그대의 주름살들은 그대에게 입을 벌린 무덤을 기억하게 할 것이며; 그대 해시계의 남몰래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는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을 알게 하리라.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빈 종이에 적어 두면, 그대는 발견하리니 그대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그대의 마음을 새롭게 알게 만든다는 것을. 이러한 일들은, 그대가 자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대에게 이로우며 그대의 책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Thy glass will show thee how thy beauties wear, Thy dial how thy precious minutes waste; The vacant leaves thy mind‘s imprint will bear, And of this book, this learning mayst thou taste. The wrinkles which thy glass will truly show Of mouthed graves will give thee memory; Thou by thy dial’s shady stealth mayst know Time‘s thievish progress to eternity. Look what thy memory cannot contain, Commit to these waste blanks, and thou shalt find Those children nursed, delivered from thy brain, To take a new acquaintance of thy mind. These offices, so oft as thou wilt look, Shall profit thee and much enrich thy book. * 셰익스피어(1564~1616)의 소네트 중에서 드물게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를 장려하는 교훈이 담긴 시다.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 시간의 덧없음과 사랑 그리고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이 연모하던 미남 청년에게 바쳐진 소네트가 126편이고 ‘dark lady’로 알려진 검은 피부의 젊은 여자를 노래한 시가 28편이다. 1609년에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뒤로 판을 거듭하며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지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즐겨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풍성했다. 얼마 전에 (9월 초였다) BBC 방송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좋아하는 중국의 여성작가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금지되었던 셰익스피어는 보수적인 중국대륙의 동성애 예술가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네트 15의 인상적인 한 줄, “And all in war with Time for love of you, (그리고 너를 사랑하며 모든 것이 시간과 전쟁 중이니,)”를 외우는 그녀를 보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새롭게 읽히는 걸작의 힘을 확인했다. 작은 노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onetto’에서 유래한 소네트(Sonnet)는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14줄의 정형시를 말한다. 약간의 예외는 있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9는 14줄이 아니라 15줄로 구성되었다. 소네트의 운율은 시대에 따라, 시인에 따라 변화했는데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의 각운을 매기는 방식은 ‘abab cdcd efef gg’이다. 소네트 77은 처음 4행의 각운을 ‘wear-bear’ ‘waste-taste’로 맞추기 위해 세 번째와 네 번째 행의 문장을 도치시켰다. 그냥 읽어서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으면 앞뒤의 단어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게다가 고어가 섞여 단어장을 찾느라 바쁘다. 1행에 처음 나오는 ‘thy’는 2인칭 대명사의 소유격(=your)이다. 3행의 ‘The vacant leaves’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필사본 책의 낱장들을 의미한다. 앞뒤 2페이지가 1 ‘leaf’이다. 4행의 ‘thou’는 2인칭 대명사의 주격(=you)이고 ‘mayst’는 동사 ‘may’의 직설법 2인칭 단수형이다. ‘mayst thou=may you ’이다. 6행의 ‘thee’는 2인칭 대명사의 목적격(=you)이다. 11행의 ‘아이들’은 머리에서 태어나 자란 ‘문학적 자식들’을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시간의 효과를 들려주며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라고 가르치는 소네트 77의 내용으로 짐작컨대, 시인이 사랑했던 남자는 그의 후배 작가가 아닐까. 거울에 비치는 주름은 죽음이 다가온 징조라니. 과장이 심하지 않나! 시간을 도둑에 비유해, 해시계 둘레를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를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으로 표현한 것도 참 맛깔스럽다. 망각에 대비해 글로 기록하라는 시인의 충고를 영국은 외면하지 않았다. 서양문명은 기록의 역사였다. 기록하는 자가 이긴다.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중요한 기록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담당해 왔다. 손톱만 한 usb에 나의 모든 쓸모 있는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분분초초 뇌리를 스치는 생각과 느낌의 덩어리를 이메일로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올리는 요즘, 기록의 욕망이 지나쳐 때로 성가신 SNS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나, 잉크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의 소네트를 손끝으로 순식간에 전파시키는 나를 보고 셰익스피어가 뭐라고 말할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