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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만 대통령 직속… 대통령 주재 회의 7년간 ‘0번’

    말만 대통령 직속… 대통령 주재 회의 7년간 ‘0번’

    역대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방치되다시피 한 조직이었다. 위원장인 대통령들마저 가뭄에 콩 나듯 회의를 주재했다. 저출산위가 명실상부한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게 하려면 대통령이 좀더 의욕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저출산위 회의를 열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이었다. 하지만 이후 1년 가까이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저출산위 회의를 주재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17년 12월 새로운 위원 위촉식을 겸한 간담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도 저출산위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들어서야 2015년 2월과 12월 연달아 회의를 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 퇴임 직전에 첫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무관심하니 위원회도 활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위 운영위원회가 개최된 건 15번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18번, 현 정부 들어선 9번 열렸다. 31일 저출산위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관계부처의 차관이 위원으로 참여해 인구정책 안건을 협의하는 자리다. 부처가 머리를 자주 맞댈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열렸다. 저출산위 민간위원인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대통령이 잘 챙기면 힘을 받고 안 챙기면 힘을 안 받는 구조”라며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부처에서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보내야 정부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위원은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무게감 있게 전달돼야 저출산위는 물론 다른 부처들도 따르고자 노력하게 된다”며 “저출산위 실무진만 무게를 짊어져선 안 된다. 대통령이 나눠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식물조직’ 저출산委… 3개의 벽 깨야 산다

    ‘식물조직’ 저출산委… 3개의 벽 깨야 산다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저출산 대책 총괄 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수술대에 올랐다. 대통령실이 성과를 내지 못한 김영미 부위원장 교체를 추진하는 등 인적 쇄신을 벼르고 있지만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은 “간판 교체가 아닌 재건축 수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편성권·정책결정권·상설 조직이 없는 ‘3무(無) 저출산위’의 구조적 난맥상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중세 유럽 흑사병’에 비견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는 저출산 현상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저출산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부총리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들어가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이 포진한다. 부위원장(장관급)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구성만 봐선 명실상부한 총괄기구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예산편성권, 정책결정권, 상설 조직이 없는 ‘식물 위원회’다. 저출산위 민간위원인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3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여유가 있으니 유보통합(영유아교육·보육 통합)이 되면 보육 예산(10조원)을 육아휴직 급여와 아동수당 지원에 쓰자고 저출산위가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힘을 받지 못했다”며 “정책을 추진하려면 기재부를 설득해야 하고 다른 부처 조율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지닌 부위원장이 오더라도 현재 시스템으론 역부족이란 얘기다. 저출산위가 꺼내 들었던 ‘육아휴직 급여 월 150만원→200만원 상향’은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가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출산 가구에 초저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 또한 저출산위가 수차례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정부가 뒤늦게 수용했다. 저출산위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특정 정책 예산을 새로 편성해 달라거나 더 늘려 달라는 식으로 저출산위가 예산편성 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저출산위 민간위원은 “저출산위는 부처와 협조해 특단의 저출산 대책을 만들려 했지만 부처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늘 머뭇거렸다”며 “저출산위가 일을 안 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범부처 협의체인 저출산위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정책을 큰 틀에서 내놓으면 부처들이 세부 내용을 만들어 가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효율적인데, 지금까진 부처에서 정책을 내면 저출산위 민간위원들이 취합하고 심의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석 교수는 “각 부처에 저출산 대책을 내달라고 하면 본인들이 하던 업무를 정리해 제출했다. 거기서 효과적인 정책을 발라내는 일을 저출산위가 1년간 해 왔다”고 말했다. 파견 공무원으로만 이뤄진 사무기구로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대응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위 사무국에는 직원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각 부처가 파견한 국·과장급이다. 이마저 1년~1년 반 정도 지나면 원래 부처로 돌아간다.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쌓일 수 없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인사 고충’이 있거나 쉬고 싶다거나 정부세종청사의 경우 서울 근무를 희망하는 등 개인적 사유로 저출산위에 가려는 공무원을 파견 보내고 있다”며 “소위 ‘에이스’는 보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위원회 파견 기간이 일종의 ‘요양 기간’이 된 셈이다. 지난해까진 사무기구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조차 없었다. 지난해 12월에야 사무기구에 관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던 것이다. 정원도 현 정부 들어 29명에서 2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정부 위원회들을 정비하며 사무국 정원을 줄였다”면서 “인원이 부족해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도 파견받아 30명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심지어 자체 예산은 ‘0원’이다. 저출산위 사무기구 운영 예산마저 복지부 예산에 포함돼 있다. 운영비로 2022년 42억원, 2023년 55억원, 올해 105억원이 책정됐다. 예산이 갑자기 2배로 뛴 것은 ‘인구정책평가센터’가 신설되고 홍보비가 증액돼서다. ‘태생적 한계’가 있으니 아예 ‘인구부’를 새로 만들거나 예산권을 쥔 기재부나 주무 부처인 복지부에 컨트롤타워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총선 공약으로 인구부 신설을 내놓기도 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앞서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새로운 부처를 만들면 제대로 일하는 데 또 10년이 걸린다. 기재부든 복지부든 정책을 총괄할 부처를 정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저출산위란 건물을 허물기보다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애초 부처 칸막이를 넘는 컨트롤타워가 되라고 세운 조직이다. 저출산 문제가 이렇게 급박한데 컨트롤타워를 기재부, 복지부로 옮기거나 ‘인구부’를 신설하면 정책에 공백이 생기고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은 저출산위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위 사무국이 한때 복지부 산하에 있었다. 인구부나 특정 부처에 기능을 몰아줘선 부처별 저출산 정책을 조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저출산위의 또 다른 민간위원은 “언론 보도대로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새 부위원장으로 온다 해도 태생적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간판을 바꾸고 조직을 허물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구조적 난맥상을 극복하는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이론적 맥락을 세우는 것은 학계 출신 부위원장이 잘할 수 있지만 저출산 해결을 위한 사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국민이 주목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선 정치적 인지도가 있거나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 부위원장으로 오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신문 사진기자들의 ‘2023년 기획 사진’ [포토多이슈]

    서울신문 사진기자들의 ‘2023년 기획 사진’ [포토多이슈]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 2023년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사진기자들은 각 출입처와 여러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꾀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취재했고, 흑백 필름 사진을 컬러로 복원해 보도했으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서울신문에 보도된 사진기자들의 기획 사진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 1월 25일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빈곤층’>25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겨울 가장 추운날씨를 보였다. 계속되는 한파에 각 가정의 난방에너지 사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스비, 전기료 등의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충분히 난방을 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마포구 상암동의 아파트단지와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촬영한 결과 건물외부 기온이 20도가 넘게 차이가 났다. 난방비 인상으로 난방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왼쪽은 마포구 상암동의 아파트단지 오른쪽은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홍윤기 기자 ◼ 3월 1일 <104년 전 만세 부른 그날…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제104주년 3·1절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가 15인의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복원했다. 맨 윗줄 왼쪽부터 베델, 김좌진, 송진우, 안창호, 윤동주, 가운뎃줄 왼쪽부터 이승만, 안중근, 김구, 윤봉길, 유관순, 아랫줄 왼쪽부터 조소앙, 최재형, 한용운, 헐버트, 이회영. 이들의 사진을 일제강점기 불교 사찰이 독립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태극기와 합성했다. 홍윤기 기자 ◼ 4월 7일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한때는 선망의 직업이었던 기자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고 있는 언론사 간 경쟁도 치열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사건으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으며 불규칙한 근무로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건 현장 어디든 기자들은 찾아간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취재를 한 서울신문 곽소영 기자는 “잠을 잘 곳도, 씻을 곳도 없어 렌터카에서 차박을 하며 취재를 했고”, “무너진 건물 위에서 취재하다가 여진을 겪거나 어렵게 숙소를 구해 잠을 자다가 건물이 흔들려 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면서 ‘종이신문’의 몰락에 대한 우려가 생긴 지 오래다.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은 하지만 사실 여부는 모른다. 인공지능(AI)도 정보가 있어야 어떤 판단이라도 내린다. 난무하는 가짜뉴스 속에서 치열한 취재를 통해 검증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오늘도 현장에 있다. *기사 일부 발췌 글·사진 도준석 기자 ◼ 5월 5일 <컬러로 되살아난 그때 ‘웃음’처럼… ‘어린이 해방’ 100년, 신나게 놀자>‘어린이를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야 …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중략)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100년 전 방정환이 결성한 소년운동협회가 발표한 ‘어린이해방선언’입니다. 1979년 서울의 한 기찻길 옆에서 등넘기를 하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찍은 서울신문의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해 보니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이 더욱 생기 있어 보입니다. 그 시절 이토록 즐거웠던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에게 이런 ‘고요하고 즐거이’ 지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을까요. 아이들 웃음은커녕 탄생의 울음조차 사라지는 현실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5일 제101회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날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 6월 11일 <北 얼마나 힘들길래… 위성장비도 카메라 렌즈통 재활용>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위원회를 현지지도했다는 소식과 함께 공개한 사진(왼쪽 사진) 속 직사각형 물체(빨간 원)가 한 카메라 제조사의 망원렌즈 상자(600밀리렌즈·오른쪽 사진)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자에는 많은 케이블이 연결돼 있고 제조사를 지운 흔적이 있었다. 박지환 기자 ◼ 6월 26일 <비수급 빈곤 리포트 - 기초수급 밖, 빈곤에 갇혔다>동생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50여명의 공동 명의로 얽힌 부동산을 처리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인 홍상표(가명)씨가 아사 직전에 구조된 뒤 퇴원 후 거동을 못하는 누나의 기저귀를 정리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 9월 6일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제2묘지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추모의 집. 연고가 없는 유골 2397기가 작은 목재 분골함에 담겨 층층이 쌓여 있다. 유골들은 혹시라도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5년간 머물다 자연에 뿌려진다. 무연고로 방치된 무덤의 최후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 6일 이곳을 방문했다. 오장환 기자 ◼ 11월 29일 <대한민국 정신건강리포트 - 나는 [숨겨야만 사는] 정신질환자 입니다>최서연(가명)씨는 27세 여성 요리사다. 어릴 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성인이 돼서야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치료 전에는 자살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지금은 삶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더 강하다. 서울신문과 만나 자신을 괴롭혔던 증상과 외부의 편견을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 졌기 때문이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0명당 6명에 이른다. 4년 전보다 27.3% 증가했다. 정연호 멀티미디어부 부장
  •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에 서울신문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가 선정됐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본사 세종취재본부 홍희경, 박승기, 이은주, 강주리, 이영준, 박기석, 곽소영, 유승혁 기자가 상을 받았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신문기획상, 프로그램상, 마케터상, 공로상 등 4개 분야에서 ‘2023 KAA 어워즈’ 수상작을 선정했다. 한국광고주협회 제공
  •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광고주가 뽑은 신문기획상에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광고주가 뽑은 신문기획상에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에 서울신문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 등 5편이 선정됐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신문기획상, 프로그램상, 마케터상, 공로상 등 4개 분야에서 ‘2023 KAA 어워즈’ 수상작을 선정해 5일 발표했다. 신문기획상은 서울신문의 홍희경, 박승기, 이은주, 강주리, 이영준, 박기석, 곽소영, 유승혁 기자가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로 수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1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되는 2023 한국광고주대회에서 열린다.
  • ‘발달장애 조카의 고모 살해사건’ 인권위로 간 이유는

    ‘발달장애 조카의 고모 살해사건’ 인권위로 간 이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가 있는 중학교 1학년생 A(13)군의 고모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연대는 지난 4일 ‘용산서가 A군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현행법상 발달장애 전담 경찰관이 수사해야 하고, 신뢰관계인이 동석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군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자택에서 자신을 돌봐 주던 고모에게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형사 미성년자인 A군은 범행 직후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의료기관에 보호 입원 중인 상태로 가정법원 송치를 앞두고 있다. 용산서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A군을 전담 경찰관이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신뢰관계인으로 A군의 작은할아버지를 동석시켰다. 사건 이전부터 A군의 고모 등과 소통해 왔던 부모연대 관계자는 “작은할아버지는 직접 양육에 참여하지 않아 발달장애에 대해 얼마나 이해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평소 A군을 가르쳤던 특수반 교사나 국선 변호사 등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서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한밤중에 특수반 교사 등을 부르기 어려웠고, 작은할아버지는 가족인 만큼 A군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만한 신뢰관계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모연대는 A군이 현재 의료기관에 강제 입원돼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가 있고 긴급 시설이 존재하는데도 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을 시킨 것은 지나친 신체의 구속”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산서 관계자는 “시급한 보호 조치로 응급 입원을 시킨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곽소영 기자
  •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포토 다큐]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포토 다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는 1200여명의 상시·장기 출입기자가 등록돼 있다. 정당 회의실에 당대표 및 최고위원들이 입장할 때면 복도부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커지면서 플래시 섬광이 번뜩인다. 당대표의 발언이 시작되면 셔터 소리는 더 빨라지고 발언을 받아 치는 기자들의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요란해진다.국회는 편한 출입처로 오해받지만 힘든 출입처 중 한 곳이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 정장 차림의 취재기자들은 회의실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아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한국기자협회에 등록된 1만 1000여명의 기자는 사건·사고, 집회, 폭설, 태풍 등의 현장을 비롯해 경찰서, 시민사회단체, 기업, 정부 청사, 국회, 대통령실 등의 출입처에서 취재를 한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 소속된 세계 각국 100여개 언론사 250여명의 외신기자는 한반도 전역에서 현장 취재와 팩트체크를 원칙으로 전 세계에 한국의 소식을 전하고 소통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한때는 선망의 직업이었던 기자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고 있는 언론사 간 경쟁도 치열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사건으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으며 불규칙한 근무로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건 현장 어디든 기자들은 찾아간다.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취재를 한 서울신문 곽소영 기자는 “잠을 잘 곳도, 씻을 곳도 없어 렌터카에서 차박을 하며 취재를 했고”, “무너진 건물 위에서 취재하다가 여진을 겪거나 어렵게 숙소를 구해 잠을 자다가 건물이 흔들려 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터라 걱정이 앞섰는데 포격당한 건물 잔해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임시거처에서 포격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돼 버린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이 나와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취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대부분의 기자가 각자 자신이 위치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취재하지만 항상 응원받는 것만은 아니다. 4·16 세월호 참사 당시 무분별한 속보 전쟁으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줘 기자를 조롱하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면서 ‘종이신문’의 몰락에 대한 우려가 생긴 지 오래다.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은 하지만 사실 여부는 모른다. 인공지능(AI)도 정보가 있어야 어떤 판단이라도 내린다. 난무하는 가짜뉴스 속에서 치열한 취재를 통해 검증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오늘도 현장에 있다.
  • 튀르키예 기사 진정성 느껴져… 산발적 통계 모아 임팩트 더했으면

    튀르키예 기사 진정성 느껴져… 산발적 통계 모아 임팩트 더했으면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59차 회의를 열고 2월 한 달간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최승필(한국외대 법학대학원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대학원 석사과정)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현지 취재 기사에서 현장감과 진정성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저출산과 여성 관련 기사를 포함한 기사에서 통계나 사실을 단순 전달하기보다는 성실한 추가 취재 내용을 담은 분석·기획 기사를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특파원 리포트’ 현지 신문 전달뿐 허진재 ‘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는 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통해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준 좋은 기사였다. 기자 파견 자체를 결정한 데스크와 위험을 무릅쓴 기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재현 튀르키예 대지진 관련 기사는 실제 발로 뛰어 취재한 것이 드러나는 기사다. 현장감 있는 세세한 내용으로 진정성과 함께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기자의 역할과 필요성을 보여 준 기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소 국제 분야 보도는 튀르키예 기사와 대조적이다. 7일자 16면 ‘특파원 생생 리포트’는 기사의 정보원이 대부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등으로 처리돼 현지 신문 전달 리포트 아닌가 생각했다. 튀르키예 보도처럼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는 노력을 해 줬으면 한다. 서울신문은 또 2월 한 달 동안 후속보도에 충실했다. 17일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 기사를 통해 아직까지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부 대응이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27일 홍수 피해 후속보도에서는 주거공간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에 대해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주제라고 해서 지나치지 않고 후속보도로 언론이 사각지대를 발굴해 내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김재희 2월 기사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출산과 여성 관련 통계 보고서, 포럼 등에 대해 작성한 기사가 많았다. 심지어 해당 기사를 1면으로 올린 것도 두 번이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기획이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의 단발성 보도라는 점이다. 통계나 발표를 여러 차례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심층 분석한 기획기사로 서울신문만의 차별성을 부각했으면 한다. 법조 기사와 관련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익명 처리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가장 많이 지적해 왔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 기사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됐다. 국민의 법 감정을 잘 반영했고 법조계, 시민단체, 정치계, 일반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판결의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정일권 25일자 ‘챗GPT가 써 준 칼럼’ 기사에서 사회부 차장은 ‘인공지능(AI)이 써 준 글은 뚜렷한 시각이랄 것이 없었다’, ‘황희정승식 진단이 전부였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의 많은 기사와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면 기사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은지 챗GPT를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법안의 국회 계류 기사에는 왜 계류 중인지 분석이 없다. 세미나 취재 기사에는 세미나 내용이 없고 참가 정치인의 발언만 있다. 국가기관의 자료 기사도 취재 내용을 먼저 적고 마지막에 공적 데이터를 써야 취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무실에 앉아 자료를 갈무리한 것 같은 기사는 임팩트가 적다. 현장 취재 내용을 적어야 AI와 다른 글을 쓸 수 있다. ●통계 단순 전달 넘어 분석 담아야 최승필 저출생과 관련해 27일자에 ‘“결혼·출산은 필수” 女 100명 중 4명뿐’이라는 제목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 기사가 있었다. 23일자 ‘출산율 0.78명 역대 최저, 바닥 모를 인구절벽’ 사설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 9개월이 지나서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운영위 개최를 지적했다. 산발적으로 여러 날에 걸쳐 나오는데 모아 보면 좋은 내용으로 묶인다. 한꺼번에 모아서 정리해 주면 어떨까 싶다. 17일자 ‘서울대도 못 피한 의대 블랙홀…“반수 행렬에 코로나 전보다 휑”’ 기사와 21일 ‘정책 방향 비웃는 의대 쏠림, 반도체 인재난’ 사설도 마찬가지다. 서울신문이 좋은 기사의 글감을 잘 포착하는데 이것들을 완성된 형태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김영석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통계치를 기사화할 때 피상적인 제시 말고 통계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실질적으로 해석해 주는 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부분 기사들의 공통 분모를 뽑아서 전체 사회에 이슈를 던질 수 있는 기획 능력을 발휘해 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이 저출생, 의대 쏠림 현상 등 사회적 이슈와 같이 가는 문제를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갈 때 사회적 임팩트가 클 뿐 아니라 서울신문은 다르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챗GPT 보도와 관련해서는 다른 신문에서는 혁명적인 변화에 준비가 돼 있었다는 듯 터뜨린 반면 서울신문은 그러지 못했다. 뒤늦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선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팔로업하고 있으면서 다른 신문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이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의 시대다. 기술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 달라. 허진재 한 달치 사설을 읽으면서 정리해 보니 2월에 신문이 발행된 것이 19일인데 그중 16일이 야당 비판 사설이었다. 건수로는 무려 19건이다. 여러 이슈의 중심에 야당이 있었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신문의 사명이지만 균형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 2월 한 달 동안 여당 관련 사설은 당권 경쟁에 관한 것 1건이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정일권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잘못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빗대어 ‘과연 윤 대통령은 자유롭나’라고 지적한 것은 적절한 비판이었다. 이 대표의 팬덤을 얘기하면서 윤 대통령은 팬덤에 휩쓸리지 않나,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는 여당을 보면서 이 대표의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짚어 준 부분은 현 정권에 대한 적절한 견제로 보인다. 이런 사설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강행’ ‘무분별’ 등 용어 사용 주의해야 정일권 정치면 기사를 보면 부적절한 용어를 써서 편향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어떤 언론이든 편향성을 띨 수 있지만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 22일자 ‘야당 노란봉투법 강행’ 기사 제목에 ‘강행’ 용어 자체도 편향적인 것이다. 기사 내용 중에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법의 내용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인데 ‘무분별’이라는 단어 하나를 사족으로 넣으면서 편향성을 보인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균형을 잡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최승필 23일자 ‘25만 출생도 붕괴’라는 출산율 관련 기사를 보고 과연 이러한 출산율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개념이 잘 안 들어왔다. 다른 신문은 ‘한국 출산율 0.78, 서울 0.59 더 쇼크’, ‘텅 빈 신생아실 꽉 찬 장례식장’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이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울신문은) 25만이란 숫자만 던져 주니까 임팩트나 영향을 잘 모르겠다. 이를 고려해 제목을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 “먹고 자는 것도 사치인 참혹함 속에서… ‘사람들’ 덕에 웃었다”[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먹고 자는 것도 사치인 참혹함 속에서… ‘사람들’ 덕에 웃었다”[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제일 빠른 비행기는 내일모레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 나흘째인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상이 걸렸다. 지진 피해 지역과 가까운 아다나로 가려고 수속을 밟던 기자에게 항공사 직원이 결항 소식을 전한 것이다. 직원에게 애원해 취소 표를 겨우 잡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참사를 취재한 일주일은 변수의 연속이었다. 피해가 극심한 하타이주에 들어가기 전 일주일 치 기름을 사 두기 위해 아다나의 한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소 직원은 평소 1시간 안팎 거리인데 5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실제로 새벽 4시에 출발했지만 도로 위에 피난민과 구급차, 중장비 차량이 뒤엉키면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무너진 건물에 가로막혀 돌아가는 일도 허다했다. 어렵게 도착한 하타이주의 건물들은 ‘팬케이크’처럼 위층부터 차곡차곡 무너져 있었고 콘크리트와 벽돌은 가루가 돼 있었다. 튀어나온 철근 사이로 식기, 유아차, 욕조, 시계부터 누군가의 다이어리까지 생의 흔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닥불 타는 냄새와 흙먼지 냄새 그리고 우유가 부패한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잔해 어딘가에서 시신이 부패하며 풍기는 냄새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해가 큰 지역엔 멀쩡한 숙소가 없었고 그나마 피해가 덜한 도시의 호텔에선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숙소를 구할 수 없는 곳에선 차 안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쪽잠을 청해야 했다. 밤마다 흙먼지에 머리카락이 버석거리고 얼굴을 닦은 물티슈가 흙먼지로 누렇게 됐지만 ‘차박’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몸보다 힘든 건 마음이었다. 기자는 일주일 후면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 ‘이방인’이었지만 현지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언제 복구될지도 모르는 터라 그저 견뎌야만 했다. 비참한 현실을 목도한 현지인 운전기사는 밤새 잠을 설치고, 통역사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매일 취재를 마친 뒤 차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절망 속에서도 셋이 함께 웃는 유일한 순간은 그곳 ‘사람들’ 덕이었다. 텐트촌이나 대피소에서 만난 아이들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거나 잔해 속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인형을 꺼내 보여 줬다. 구호식품을 나눠주는 푸드트럭을 취재하던 때에는 줄을 기다리는 것으로 착각한 이재민 수십 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받으라’며 홍해처럼 길을 터 줘 얼떨결에 빵을 받기도 했다. 추위에 고생한다며 따뜻한 차 한잔이나 먹을 것을 건네는 이재민들의 호의를 거절한 적이 스무 번은 넘었다. 스무 살 조카의 시신이 꺼내지길 기다리며 홀로 잔해 앞에 앉아 있던 오즐람(45)은 먼 길을 떠나는 기자를 껴안으며 튀르키예식 전통 인사로 두 볼을 차례로 맞댄 뒤 “온 세상의 기쁨이 너와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속삭였다. 이 순간에도 구호의 손길을 기다릴 튀르키예인에게 같은 말을 전한다. 온 세상의 기적이 튀르키예와 함께하기를.
  • 한숨·울음 뒤섞인 공항… “탈출 비행기표 구하려 20시간 노숙”[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한숨·울음 뒤섞인 공항… “탈출 비행기표 구하려 20시간 노숙”[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15일(현지시간) 오전 튀르키예 남부 지역에 위치한 아다나 공항에는 가족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러 가거나 이미 시신을 수습하고 온 이들, 무너진 삶의 터전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이들의 한숨과 울먹임이 뒤섞여 있었다. 지진 직후에도 유일하게 하늘길이 열려 있어 피해 지역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던 이곳은 최근 가지안테프 공항과 하타이 공항이 운영을 재개하면서 이용객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한산해진 모습이었지만 피해 지역에 왔다가 돌아가는 현지인과 이재민이 몰리며 항공권은 이틀 뒤인 17일 것까지 모두 동이 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구조대,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도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진 나흘째였던 지난 9일 아다나 공항을 찾았을 땐 이들을 입국장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일주일 뒤인 이날은 출국장에 몰려 있었다. 미처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한 이재민들은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이곳저곳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 갔다. 공항에서 20시간 넘게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취소 표나 여유 좌석이 생기면 항공사는 공항 안에 있는 현장 발권대에 적힌 이름과 연락처 순서대로 표를 배부했다. 에세(13)도 어머니, 동생과 함께 튀르키예의 다른 도시인 안탈리아로 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세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다른 사람들의 구조를 돕고 나서 우리와 만나기로 했다”며 동생을 안고 있던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공항 안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드러눕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공항에는 휠체어를 타거나 깁스를 한 사람,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도 많았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항공사 발권 창구에서 “언제 가능한지라도 말해 달라”, “가족 시신을 찾으러 빨리 가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카라만마라슈를 떠나온 카딜(29)은 “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이 모두 붕괴됐다”며 “친척들이 있는 이즐란으로 가는 표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에서 온 아첼리아(21)는 지진으로 사촌 4명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아첼리아는 “지진이 나던 날 일자리를 구하러 카라만마라슈에 갔다가 사촌 4명이 모두 죽었다. 시신을 찾은 뒤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길”이라며 “첫째 사촌오빠의 아내는 임신 중인데 혼자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친 이재민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매일 샌드위치를 1000개씩 주문해 공항에서 나눔 봉사를 하는 하칸(40)은 “한 이재민에게 ‘음식, 물, 옷 중에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는데 그가 ‘다른 건 다 괜찮다. 시신에 입힐 하얀 옷(수의)만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질 때까진 최대한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지진 첫날부터 공항과 텐트촌 등에 봉사를 다녔는데 하타이 공항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아다나 공항이 사람들로 꽉 찼었다”고 말했다.
  • 222시간 버틴 42세…절망 속 ‘기적 생환’ [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222시간 버틴 42세…절망 속 ‘기적 생환’ [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4만 1000명 넘어선 희생자… WHO “유럽 100년 내 최악의 재난” “신이 도운 겁니다!”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의 한 양말 가게에서 일하는 대니즈(21)는 연이어 생존자가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며 “우리의 유일한 바람은 한 명이라도 더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이 도왔다… 기적 계속돼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전 10시쯤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에서 42세 여성이 지진 발생 약 222시간(9일 6시간) 만에 구조됐다. 보온용 담요에 덮인 이 여성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0시쯤 동남부 아디야만의 7층짜리 아파트 잔해에서도 77세 여성이 지진 발생 약 212시간 만에 구조됐다. 구조대는 열화상 카메라로 이 여성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고 수시간의 작업 끝에 그를 잔해에서 끌어냈다. ●골든타임 지나서도 ‘실낱 희망’ 통상 72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하지만 기적의 생환 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타이에서 한 아버지와 딸이 약 209시간 만에 구조됐고, 카라만마라슈에서는 바키 예니나르(21)와 무하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 형제가 단백질 보충제 가루와 소변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린 끝에 200여 시간 만에 구출됐다. 아다나 시내에서 만난 에스라(33)는 “구조팀이 피해 지역에 더 일찍 도착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아다나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오슬만(60)은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남아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기적 뉴스가 계속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사망자 수는 시리아를 포함해 4만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공식 사망자 수는 3만 5418명으로,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국장은 이번 대지진을 “유럽에서 발생한 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밝혔다. 12년간 내전을 이어 온 시리아에선 건물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의 구조 요청 목소리를 듣고도 열화상 카메라, 특수 절삭 공구 등 전문 구조 장비가 없어 구해 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시리아 난민들은 튀르키예 국경을 넘어와 새로운 텐트촌을 형성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우리는 시리아인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진하고 있다”면서도 “시리아로부터 유입되는 새로운 난민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을 향한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안타키아에 사는 아흐야(68)는 지진 피해로 오갈 데 없는 시리아 가족에게 자신의 집을 내줬다. 지진 당일 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떨고 있는 이들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그렇게 집에 들인 이재민 가족만 여섯 가족이나 된다. 매형이 6·25전쟁 참전 군인이었다는 아흐야는 “인종, 국적, 종교를 떠나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한국이 어려울 때 우리가 도왔던 것처럼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지금의 튀르키예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16일 군 수송기로 21명 규모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2진을 파견하고 텐트와 담요 등 총 55t의 구호물품도 전달할 예정이다.
  • ‘죽음의 냄새’ 퍼진 도시…야외텐트 1만여명 ‘빼곡’[곽소영 기자의 튀르기예 참사 현장을 가다]

    ‘죽음의 냄새’ 퍼진 도시…야외텐트 1만여명 ‘빼곡’[곽소영 기자의 튀르기예 참사 현장을 가다]

    최저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13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잔해를 걷어 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쯤 체념한 듯한 주민들은 더이상 울지도 않고 착잡한 표정으로 구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흙먼지 때문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거리에서는 ‘죽음의 냄새’(시신에서 풍기는 악취)가 진동했다. 쫀득한 식감과 익살스러운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튀르키예 전통 아이스크림(마라쉬 돈두르마)의 고장인 이곳은 두 차례의 지진(규모 7.8 본진·7.5 여진)으로 쑥대밭이 됐다. 멀쩡한 건물보다 무너진 건물이 더 많았고, 그나마 형태가 남아 있는 건물도 추가 붕괴 우려로 경찰과 군인들이 접근을 막았다. 주민들은 건물 잔해에서 가져온 의자를 갖다 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에서 타다 남은 재가 낙엽처럼 흩날리기도 했다. 구조대원은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할 때마다 가족들 앞에 알록달록한 담요를 벽처럼 펼쳐 시야를 가렸다. 상당수 시신들이 훼손됐기 때문에 가족들을 배려한 것이다. 구조대원이 사망자의 유품이라며 신분증, 차키 등을 건네면 가족들은 그제서야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건물들 앞에는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시신 가방이 4~5개씩 쌓여 있었다. 외삼촌을 찾고 있다는 발라간(29) 역시 잔해에 깔렸다가 약 8시간 만에 구조돼 나왔다고 했다. 발라간은 “지진 당시 건물이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뒤틀리며 한 바퀴 도는 느낌이 들었다”며 “갇혀 있는 8시간 동안 ‘이대로 죽는 건가’, ‘아무도 안 오는 건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아랍인 여자가 잔해를 치우고 나를 구해 줬다. 그분 얼굴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민 대피소로 운영 중인 대형 박람회장에는 구호물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말하면 안에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구호물품에는 “내 마음은 당신과 함께 있다”는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람회장 밖에는 720여개의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는데 이곳에서만 1만여명이 지낸다고 했다. 집이 무너져 도망쳐 왔다는 이씸 아흐메트(78)는 “매일 신에게 기도하면서 ‘지진으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천국에 보내 주세요. 우리를 항상 잘살게 해 주세요’라고 빌고 있다”면서 “노인들이야 살 만큼 살았지만 아이들은 학교도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버티는 게 가장 슬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 “추워, 잠이 와”… 잔해 속 언니, 끝내 말을 잃었다 [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추워, 잠이 와”… 잔해 속 언니, 끝내 말을 잃었다 [곽소영 기자의 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가다]

    “제발 시신만이라도 꺼내 주세요”생존자, 가족 잃고 구조대 기다려 “아이가 여기 있는데 어디를 갑니까. 제발 시체만이라도 꺼내 주세요.”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만난 오즐람(45)은 여느 생존자와 마찬가지로 무너진 집 앞에서 노숙하면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옥이었어. 여긴 지옥이었어”를 되뇌던 오즐람은 지진으로 언니네 가족을 잃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인 언니를 살뜰히 챙겨 온 오즐람은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같은 동네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지냈다. 오즐람의 가족들은 살아남았지만 언니네 집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오즐람은 “무너진 건물 사이로 언니와 형부의 얼굴이 보였다”며 “‘물을 달라’는 언니의 말에 콘크리트 위로 물을 쏟아 흘려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던 언니와 형부, 조카 2명과의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춥다”, “잠이 온다”던 언니네 가족은 지진 발생 둘째 날부터 말을 잃었다. 오즐람은 “이틀이나 살아 있었지만 결국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구조대가 시신 3구를 꺼냈다”며 “막내 조카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큰 피해를 본 안타키아는 살아남은 이들의 절규에 가까운 오열과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너진 건물 잔해로 도로와 건물의 경계는 사라졌고, 밤이 되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이 찾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시 한쪽의 병원에서는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려는 의료진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안타키아의 한 대학병원 안은 미처 닦아내지 못한 핏자국이 곳곳에 얼룩져 있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몰칸은 “지진이 난 첫날에는 병원 전체가 ‘피바다’였다가 지금은 환자가 줄었다”며 “다른 도시에서 의료진과 장비 지원이 많이 왔고 수술과 진료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 이후에도 병원 내부 수도와 전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환자가 몰리면서 병원 주차장에는 임시 진료 텐트까지 마련됐다. 응급실 입구부터 복도, 접수처를 포함해 병원 곳곳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하타이주에서 가장 큰 병원이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상태가 심각한 생존자들은 대부분 이 병원으로 보내진다. 오누루 병원장은 “지진 이후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이 치료받았고 그중 650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몰칸은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 희망을 품게 된다. 생존자를 싣고 병원으로 온다는 이야기 아니겠나”라며 “제발 환자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타키아 병원은 건물이 무너져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붕괴 위험이 있는 병원은 건물 내부를 사용하지 않고 야외 주차장에 의료 텐트를 설치한 채 환자들을 치료했다. 튀르키예의 다른 도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온 의료 봉사자들이 자칫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메우고 있었다. 의료 텐트 안쪽 임시 분만실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지진 첫날과 이튿날엔 1시간에 100명 넘는 환자들이 몰려들었다”며 “전 세계에서 지원을 보내준 덕에 의료진과 장비는 충분하다. 다만 지금은 드문드문 환자가 실려 온다. 한 명이라도 더 이곳으로 오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건물이 무너져 진료할 수 없는 병원 주변에는 군인과 경찰 수십 명이 경비를 서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약탈 행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생존자보다 시신이 더 많은 탓에 도시의 공터 곳곳에 공동묘지가 생겨났다. 지진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묻힌 묘지에는 나무판자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사망자의 이름과 번호가 적혀 있었다. 공터에 임시로 조성된 공동묘지는 가족의 시신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검사, 의료진, 경찰 그리고 시신을 싣고 오는 사람들로 뒤섞여 혼잡을 빚었다. 공동묘지로 걸어가던 한 여성은 “아들이 죽어서 왔다”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 국립의대병원 없는 인천·전남·경북 치료가능 사망률 최악 경실련 “공공의대 설립해야”

    인천과 전남, 경북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의료 취약지’라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를 의미하는 ‘치료가능 사망률’과 지역별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의사 수, 300병상 이상 공공병원 설치율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세종 치료가능 사망률 제일 낮아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평균 43.8명(2020년 기준)이었다. 그러나 충북은 50.56명, 인천 48.58명, 강원 48.14명, 전남 47.46명 등으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은 세종은 34.34명에 그쳤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0.79명이었으나 전남은 0.47명, 충남은 0.49명, 충북은 0.54명에 그쳤다. 중증도 의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3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 설치율은 전국 평균 0.34곳으로, 전국 광역시·도 3곳 중 2곳은 설치가 안 됐거나 규모가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대전, 울산, 세종은 지역 내 책임 공공병원이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의사 2만 7000명 부족해 질 것 ” 경실련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과 전남, 경북을 전국 평균 이하인 의료 취약지로 꼽았다. 3곳 모두 국립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설립돼 있지 않아 적정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이다. 경실련은 2035년 전국적으로 2만 7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망을 인용하며 정부가 공공의과대학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하고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시·도에 100명 이상 규모의 국공립 의과대학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 의료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민간 의료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공공의과대학을 통해 인력 선발과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소영 기자
  • [CMS TEST]美처럼 회계 보고 법제화로 ‘깜깜이’ 검증… 노동계 “도 넘은 탄압”

    [CMS TEST]美처럼 회계 보고 법제화로 ‘깜깜이’ 검증… 노동계 “도 넘은 탄압”

    정부가 법을 개정해서라도 노동조합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본격적인 ‘검증’을 예고했다.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려면 노사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노조 재정을 ‘깜깜이 회계’로 규정하고 “노동조합도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대형 노조에 대한 재정 전수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내년 1월 말까지 재정 자율점검을 안내하고 조치 결과를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법으로는 노조의 정기적인 회계 보고를 강제하기 어려워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 방법과 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게 개정 방향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해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미국의 경우 1959년 제정된 ‘랜드럼-그리핀법’(노사정보보고공개법)에 따라 노동조합이 매년 미국 노동부에 운영회계를 보고하고 있다. 한국 노조도 원칙적으로는 고용부가 회계 결산 결과 공개를 요구하면 응해야 하지만 그동안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고용부는 지적했다. 다만 고용부의 이번 전수 점검은 강제력이 약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미이행 시 제재는 과태료 500만원뿐이다. 이 장관은 “과태료와 형벌, 인신구속까지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실효성을 강화해 ‘그냥 돈으로 때우겠다’ 이런 것들은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강제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노동계는 회계 문제를 빌미로 노조를 적대시하는 노동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임원 선거에 나선 김만재·박해철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은 회계감시법안을 즉시 철회하고 진지한 자세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소위 노동개혁이라 불리는 윤석열표 노동개악을 관철하기 위한 시도로 노조 전체를 ‘공공의 적’으로 돌려세우려고 압박한다면 한국노총 140만 현장 조합원의 단결과 연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정·곽소영 기자
  • 본지 최영권·곽소영 기자, 장애인본부 ‘이달의 좋은 기사’

    본지 최영권·곽소영 기자, 장애인본부 ‘이달의 좋은 기사’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5월 이달의 좋은 기사’로 본지 사회부 최영권·곽소영 기자의 ‘좁디좁은 전철역 승강기…위험천만 휠체어(5월 4일자 9면)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사는 수도권 지하철역 중 16개 역 18개 승강기가 국토교통부 기준에 못 미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고 시설 개선을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오늘의 눈] 지하철 시위 잠깐 불편에 민낯 드러낸 장애인 혐오/곽소영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지하철 시위 잠깐 불편에 민낯 드러낸 장애인 혐오/곽소영 사회부 기자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지난 23일 잠정 중단됐다. 지난 3일부터 21일 동안 이어진 이번 시위에선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열차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 일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장애인 단체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욕설을 남겼다. “너네 다 아사로 죽어 사회가 깨끗해지면 좋겠다. 쓰레기들아”, “도움도 안 되는 불량품들. 민폐 끼치지 말고 숨어 지내라”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도배됐다. “기름을 붓든 염산을 뿌리든 반드시 피해를 주고야 말겠다”는 협박은 약과다. 특정 활동가 개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동대문역 지나갈 때 만나면 모가지를 썰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거나 실제 사무실로 찾아와 활동가의 팔을 자르겠다고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지금처럼 욕설과 혐오의 수위가 높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단체 활동가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협박 수위에 혼자 밖을 나서기 두려워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상황이다. 이들이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승하차 시위를 진행한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저상버스 도입과 장애인 콜택시 보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국비 사용을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으로 만드는 바람에 예산 지원이 불투명해졌다.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지켜본 장애인들은 대선후보로부터 약속이라도 받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위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음달 2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약속해 달라고 조건을 내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시위 방식의 정당성에 대해선 논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장애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시위를 빌미로 터져 나오는 혐오 표현은 지금껏 사회 기저에 깔렸던 장애에 대한 인식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장애인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시위는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 [오늘의 눈] 김용균 죽음에 “몰랐다” “기억 안 나”… 사과 대신 핑계만 남았다/곽소영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김용균 죽음에 “몰랐다” “기억 안 나”… 사과 대신 핑계만 남았다/곽소영 사회부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 사고의 책임자들은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지난 21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한 이들은 한결같이 “위험하다고 보고받은 적이 없었다”, “보고받는 일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챙길 수 없었다”, “보고받았지만 이해도가 없어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 “미주알고주알 지시하면 업무간섭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전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위험하게 일하는지 몰랐고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다”, “저도 왜 사고가 났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본 10번째 공판에서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8시간가량 진행된 재판을 지켜보던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53)씨는 그들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미치겠네, 진짜”라며 애통해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라도 할 줄 알았지만 피고인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죽음의 외주화’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원청과 하청업체의 책임자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른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하청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 전에 발생한 사고였고 당시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없었다. 법정에서는 변호사가 피고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개정되기 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며 고지해 주는 광경도 벌어졌다. 검찰도 원·하청업체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2년~1년 6월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원청은 하청 근로자니 안전관리는 하청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고 하청은 근로 지시를 할 뿐 설비를 개선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책임자의 무지가 당연해지지 않으려면 법이 책임자에게 “알았어야 한다”고 꾸짖어야 한다. 이는 고 김용균씨가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이기도 하다.
  • 신규 확진 1800명에도 강남 유흥업소는 불법영업

    신규 확진 1800명에도 강남 유흥업소는 불법영업

    술마시다 지하 6층 창고로 도망…37명 적발회원제 예약손님만 받는 서초구 주점 18명송파구 주류 판매 노래방 새벽 4시까지 영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00명에 이르는 등 역대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방역수칙을 여기고 유흥업소에서 늦은 밤까지 술판을 벌이다 덜미를 잡히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일대 유흥업소들은 회원제로만 예약을 받고 단속에 대비해 도주 공간을 마련하거나 업소 입구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하며 변칙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10명이 강남구 삼성동의 대형술집에 들이닥쳤다. 455.44㎡(133평) 크기의 대형 일반음식점으로 ‘OO바’라는 상호를 쓰는 이 업소는 오후 10시 넘어서도 계속 손님을 받는다는 112 신고가 9차례 접수된 곳이었다. 해당 업소가 불법영업 중인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술집 문을 두드렸다. 종업원들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자 119를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다. 업주와 종업원은 “영업이 끝나 정리하고 있다”라고 둘러댔지만 탁자들 위에는 방금 전까지 먹고 마신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다.손님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도주한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지하 2층부터 지하 6층까지 수색을 시작했고 지하 6층 비상계단 창고에 숨어 있는 남녀 35명을 발견했다. 이 술집은 단속을 피하려고 업소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업주와 손님, 접객원 등 37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강남구청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오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유흥주점은 회원제 형태로 예약 손님만을 입장시켜 유흥접객원과 술을 마시도록 영업하다가 서울 서초경찰서에 적발됐다. 이곳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집합금지 업소임에도 지난해 5월부터 8차례 불법 영업 의심 신고가 접수된 곳이었다. 경찰은 한쪽 문을 잠근 채 다른 문으로 도주하려던 업주 등 종업원 15명과 손님 18명을 발견해 서초구청에 통보하고 해산시켰다. 송파구에서는 주류를 판매하던 노래방 두 곳이 현장에서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오전 12시 40분쯤부터 3시 50분까지 송파구 가락동 노래방 두 곳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지구대와 기동대, 송파소방서 인력을 동원해 총 20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단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 명령 대상 업소에 대한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단속하고, 코로나19 감염 재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사고] 본사 수습사원 최종 합격자

    ■ 기자직 : 곽소영, 곽진웅, 김가현, 박상연, 황인주 ■ 미디어경영직 : 김주희, 이동훈, 이수인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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