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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피하기, 구타 견뎌내기 배워요”…도둑 학교에 난리인 ‘이 나라’

    “경찰 피하기, 구타 견뎌내기 배워요”…도둑 학교에 난리인 ‘이 나라’

    인도에서 경찰 피하기, 구타 견뎌내기 등 도둑질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도둑 학교’가 유행이다. 도둑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난한 가정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 중부에 있는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카디아, 굴케디, 훌케디 지역은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훈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부모들은 12~13세가 된 자녀들을 ‘도둑 학교’에 입학시켜 지역 범죄 조직에 가입하고 도둑질에 필요한 기술 훈련을 받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둑 학교의 선생님들은 갱단원이자 노련한 범죄자 출신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부모는 20만 루피(약 318만원)에서 30만 루피(약 477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학생들의 경우 지불한 수업료의 5~6배를 이곳에서 배운 도둑질로 벌 수 있으며 이 학생들의 부모들은 갱단 지도자들로부터 연간 30만~50만 루피(약 79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도둑 학교의 커리큘럼에는 주머니 털기,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방 훔치기, 경찰 피하기, 구타 견뎌내기 등이 있으며, 도박을 하는 법과 술을 판매하는 방법도 배운다. 도둑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생들은 돈이 많은 상류층의 결혼식에 참석해 도둑질하도록 훈련받는다. 도둑 학교의 학생들은 1년 동안 학교에 다닌 뒤 상류층의 결혼식에서 보석을 훔치면 졸업할 수 있다. 인도 경찰은 “도둑 학교 출신 어린이 300명 이상이 인도 전역에서 결혼 도난 사건에 연루돼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범죄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조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도둑 학교를 졸업한 24세의 도둑이 인도 북부 구르가온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보석이 담긴 가방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절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최대 7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인도는 청소년 범죄에 있어서는 처벌보다 교정과 교육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사소한 범죄자를 보호해주는 경우도 있어 경찰이 도둑들의 커뮤니티가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수업료를 일반 학교에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열악한 사회적 환경이다”, “돈을 위해 자녀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한 부모들은 부모 자격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줄어드는 청소년 콘돔 사용률에…“성교육 방치한 결과” WHO 경고

    줄어드는 청소년 콘돔 사용률에…“성교육 방치한 결과” WHO 경고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가 전 세계 청소년들의 콘돔 이용이 줄어들어 감염과 계획하지 않은 임신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WHO 유럽사무소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 사이에 42개국 25만여명에 달하는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조사 대상 청소년 중 마지막 성관계에서 콘돔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남학생의 비율은 2014년 70%에서 2022년 61%로 하락했다. 여학생 응답자 비율은 같은 기간 63%에서 57%로 떨어졌다. 여성 청소년의 콘돔 사용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알바니아(24%)였고, 가장 높은 나라는 세르비아(81%)였다. 남성 청소년이 콘돔을 가장 적게 이용한 나라는 스웨덴(43%)이었고, 가장 많이 사용한 나라는 스위스(77%)였다. WHO 유럽사무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비중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었다. 성관계를 가졌다고 응답한 학생은 소폭 감소했다.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한 남학생은 2018년 25%가량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약 20%로 줄어들었다. 여학생 응답 비율은 약 15%로 큰 변동이 없었다. WHO 유럽지역 책임자인 한스 클루지 박사는 보고서 서문에서 “국가와 지역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었지만, 2014년 조사 이후 가장 중요하게 관찰된 추세는 성적으로 활동적인 15세 청소년 사이에서 콘돔 이용이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감소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돔은 물론 피임약의 사용 빈도도 줄어들었는데, 이는 많은 나라들이 성교육을 방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럽지만 놀랍지는 않은 결과”라고 클루지 박사는 전했다. 클루지 박사는 “나이에 적합한 성교육을 하는 것이 가능한 국가들에서 최근 몇 년간 성교육이 청소년의 성적 행동을 부추긴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관계 경험한 국내 청소년 58.7%만이 피임”질병관리본부 등의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10년 사이 5.1%(2009년)에서 5.9%(2019년)로 증가했다. 통계청의 해당 연령(만 13~18세) 주민등록인구가 총 309만 6947명이었다는 점을 보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성 경험이 있는 중1부터 고3 청소년을 기준으로,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6살(2018년 기준)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으로 고3 남학생의 경우 100명 중 15명(14.6%)꼴로, 고3 여학생의 경우 100명 중 7명(7.2%)꼴로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은 58.7%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콘돔을 성인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어 청소년이 콘돔을 산다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는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정확한 피임 정보를 알고 필요한 피임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며 피임 접근성 확대, 포괄적 성교육 실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 윤 대통령 “청년과 중장년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윤 대통령 “청년과 중장년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3대 원칙을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장기간 지속 가능한 개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출산과 군 복무로 인해 연금 가입기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크레딧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함께 개혁하고 혁신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가 두텁게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초연금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인상을 약속하고, 생계급여가 깎이는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은 실질적인 노후소득이 되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개인연금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하겠다. 국회도 논의구조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 [김천식의 통일직설] ‘자유통일’은 헌법이 정한 원칙

    [김천식의 통일직설] ‘자유통일’은 헌법이 정한 원칙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 시빗거리가 되는 이상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자유통일을 천명했다. 이 당연한 명제에 대해 흡수통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며, 북한과 싸우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국가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통일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통일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같다. 국가는 체제의 단일성을 기초로 한다. 서로 다른 체제가 통일하면 당연히 하나의 체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헌법에 규정했고, 북한은 공산주의에 의한 통일을 하겠다고 그들의 당규약에 명시했다. 남북한은 자기 주도하에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치열한 체제경쟁을 해 왔다. 더 잘사는 체제와 시스템으로 통일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체제가 절충한 제3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나라에 두 개 이상의 체제가 존립하는 것도 성립하지 않는다. 북한은 고려연방제를 통해 1국가 2체제를 제시했지만 그것은 허구에 불과했고 기만이었다. 이제 북한 스스로가 그러한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폐기했다. 예멘은 1990년 남북의 서로 다른 두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국가 통일을 선포했으나 곧바로 내전에 빠졌고 지금까지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남북 예멘의 통일은 권력자들 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독일은 1990년 체제 통일을 이룩했으며 자유롭고 번영하는 완전한 하나의 나라가 됐다. 독일 통일은 독일 민족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선택이었고 평화통일이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도 작용한 바 없다. 독일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니다. 우리의 통일은 민족자결권에 관한 사항이고 민족자결권은 자유로운 한민족 개개인의 자기결정권 행사로 실현된다. 민족자결권은 유엔 헌장과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국제법 원칙이다. 1947년 11월 유엔총회 결의 112호는 한민족의 자유총선거, 즉 자기결정권 행사를 통한 정부 수립을 결의했다. 북한 지역 점령국인 소련이 이를 거부해 북한 지역에서는 민족자결권 행사가 실현되지 못했다. 지금도 한반도에서 민족자결권과 주민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통한 통일의 원칙은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추구한다. 이것도 헌법이 정한 원칙이다. 전쟁이나 파괴를 배제한다. 반면 북한은 동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적대국인 대한민국’을 오직 핵무력으로 완전 파괴해 영토를 편입하는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추구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이것이 흡수통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반대한다. 폭력과 강압을 배제하고 개방된 정세에서 주민들이 자유 선택하는 방식이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가장 유효한 방식이다.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서 통일국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왜 자유민주주의여야 하는가. 남북한 현실을 비교해 보라. 분단 당시 남북한은 같은 사람들이었고 경제적·문화적·사회적 환경도 같았다. 경제적 조건은 오히려 북한이 더 유리했다. 단지 정치체제로서 각각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채택한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 선택의 결과로 남한은 선진국이 됐고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자 최악의 인권국이 됐다. 지금 우리가 통일한다면 어떤 체제의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가. 2차 대전 후 반제국주의와 민족해방의 세계 조류에 따라 많은 신생국이 탄생했다. 그 대부분은 반서방 노선의 친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했다. 그때는 그것이 대세처럼 보였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친서방 노선과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매우 예외적이었고 유일했다. 현재 150여 신생국은 거의 다 정치적으로 혼란하고 가난하며 낙후돼 있다. 대한민국은 거의 유일하게 선진국이 됐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인 성공의 슈퍼스타이고 다른 신생국이 닮고자 하는 감동의 대상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된 체제 실험의 결과를 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통일국가의 체제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비판받는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
  • [씨줄날줄] 성난 사람들

    [씨줄날줄] 성난 사람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8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의 원제는 ‘비프’(BEEF)다. 소고기 말고도 ‘불평, 싸우다’라는 뜻의 속어다. 난폭운전으로 촉발된 싸움이 복수에 복수를 부르며 일이 커지는 블랙코미디인 이 작품의 흥행에는 찰떡처럼 어울리는 한국어 제목도 한몫했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로 늘 화가 나 있다. 순탄치 않은 세상살이에 밖을 향해 화풀이를 하지만 종국에는 분노의 대상이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족도, 일도, 심지어 내 마음도 어쩌지 못해 속으로만 부글거리다 엉뚱한 방향으로 좌절과 분노를 표출하는 소시민의 모습은 많은 공감을 샀다. 울분 하면 대한민국이 둘째가라면 서럽다.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기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일컫는 ‘화병’(火病)이 발음 그대로 영어사전에 등재돼 있으니 말이다.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 저자인 마크 맨슨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이 왜 불안, 우울증, 알코올 중독, 자살률이 높은지 탁월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공동체 연대 등 장점은 사라지고, 타인과 비교·의식하는 유교의 단점과 물질주의만 남은 자본주의가 한국인의 우울증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우울한 우리의 현주소는 통계로 다시금 확인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대의 울분이 가장 심각했는데 이들은 20대와 더불어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도 가장 낮았다. 부정, 불의, 불공정이란 양극화의 그늘이 분한 마음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누구나 상대적 공정함에 민감하다.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가난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라’는 케케묵은 공자 말씀은 여전히 살아 숨쉰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라진 미나리꽝 그리고 습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라진 미나리꽝 그리고 습지

    어릴 적 우리 집 주변에는 큰 하천이 흐르고 하천을 따라 미나리를 재배하는 미나리꽝이 펼쳐져 있었다. 미나리 덕분에 동네는 늘 초록빛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미나리가 사라지고, 미나리가 살던 습지에는 흙이 메워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청경채 농장이 생겼다. 농장은 몇 해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또다시 그 자리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금은 수십 년 전의 미나리꽝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릴 적 미나리 수확 철이면 미나리꽝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종종 까만 봉지에 가득 담은 미나리를 우리 집에 가져다주었다. 그러면 며칠간 우리 집 밥상엔 미나리 반찬이 올라왔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때처럼 맛있는 미나리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미나리꽝은 우리 집 주변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 도심에도 있었다. 왕십리는 과거 미나리꽝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다. 서울 사람들이 먹는 미나리는 왕십리에서 재배된 것이었다. 서대문구 미근동의 ‘근’은 한자로 미나리를 뜻한다. 미나리꽝이 있던 곳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곳에서 미나리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미나리꽝은 개발하기에 편한 땅이었다. 빌딩을 짓고, 도로를 내는 동안 미나리가 사는 습지는 점점 사라지고 미나리꽝은 외곽으로 멀어졌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나리를 먹지 않는 것도 아니다. 미나리는 비린내를 없애거나 향을 내야 하는 요리에 쓰인다. 다시 말해 미나리는 한국형 허브 식물로 이용됐다. 워낙 오래전부터 미나리를 먹어 왔기에 미나리에서 나는 강한 향을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동남아 요리 속 고수, 이탈리안 파슬리와 같은 역할인 셈이다. 미나리의 속명 ‘오에난데’는 술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노스’, 꽃을 뜻하는 ‘아도니스’의 합성어다. 미나리에서 나는 강한 향이 술 냄새와 같아 붙여진 속명이다. 이 냄새의 정체는 파라사이멘이라는 휘발성 물질로 항균 작용을 한다. 미나리는 논과 습지에서 자란다. 그러나 밭에서도 자랄 수 있다. 미나리를 논에서 재배하려면 수심이 50㎝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고 수확할 때도 물에 들어가야 하기에 작업이 까다로워 우리는 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미나리를 물미나리와 밭미나리로 나눠서 부르는 것은 재배 장소의 차이다. 미나리, 갈대, 여뀌 등이 사는 땅, 습지는 지구 표면의 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습지엔 지구 생물종의 40%가 살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습지에 의존해 식량을 공급받고 관광자원으로서 기대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사실은 별로 와닿지 않는 듯하다. 빌딩을 세우거나 도로를 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만 여겨진다. 오염, 개발 등의 이유로 지난 300년 동안 87%의 습지가 지구에서 사라졌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 습지에는 미나리와 비슷한 독미나리도 산다. 독미나리는 북쪽에서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북방계 습지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이름처럼 이들에겐 강력한 독성이 있다. 뿌리와 줄기에 많은 시쿠톡신이라는 신경계 독에 중독된 동물은 경련을 일으키며 거품을 물고 죽게 된다. 식용하는 경우에만 중독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독미나리를 그릴 땐 왠지 조심스러웠다. 독미나리는 미나리와 달리 1m 정도까지 자라며 땅속줄기 마디마디가 비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독미나리뿐만 아니라 제비붓꽃, 가는동자꽃, 단양쑥부쟁이, 갯봄맞이꽃 등은 습지란 공간과 더불어 사라져 가는 우리 식물이다. 몇 해 전 영화 ‘미나리’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식물 미나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화가 개봉된 당시 평년보다 미나리 소비가 1.7배, 전달보다 8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즈음 한 기관에서 미나리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내게 미나리 그림을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그림을 완성할 수 없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이슈가 있는 식물의 경우 빠듯한 일정으로 식물 세밀화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늘 그렇듯 시간이 흘러 미나리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영화 ‘미나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미나리는 김치에도 넣어 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고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고 식물 미나리도 더불어 이슈가 됐지만, 정작 미나리가 사는 땅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개발을 핑계로 우리가 습지를 없애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왜 늘 식물에 관한 관심은 위안과 교훈, 정보를 얻는 데에 그치는 것일까? 모든 걸 인간 기준의 효용성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슬프다. 미나리꽝이 청경채 농장으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산책을 하던 중 방치된 가장자리 땅에서 미나리꽃이 피는 것을 보았다. 과거 미나리꽝에 남아 있던 씨앗이 발아해 꽃을 피운 것이다. 한여름 작고 흰 꽃이 산형화서로 피었는데, 레이스와 같이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인간이 아무리 대지를 갈아엎어 세상을 기만해도, 대지는 과거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 “세금 안냈을 텐데” 기초연금 타는 복수국적자…10년간 5배 늘었다

    “세금 안냈을 텐데” 기초연금 타는 복수국적자…10년간 5배 늘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노인(65세 이상) 복수 국적자의 기초연금 지급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의 조세부담을 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대부분이 일반 국민과 똑같이 기초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복수 국적자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액은 212억원이었다. 9년 전인 2014년(22억 8000만원)에 비해 9.3배로 급증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복수 국적 노인 수도 2014년 1047명에서 지난해 5699명으로 5.4배 늘었다.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급증으로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덩달아 복수 국적 기초연금 수급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1년부터 65세 이상의 외국 국적 동포에겐 ‘외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해 국내 거주를 허용하는 복수 국적제를 시행해 왔다. 복수 국적자에게 주는 기초연금액은 전체 지급액의 0.1% 수준(지난해 기준)이다. 액수로만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비중은 거의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복수 국적자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여도 기초연금을 받기가 더 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복수 국적 노인의 경우 외국 현지 부동산이나 연금 등 해외 재산과 소득을 한국 정부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각종 소득을 합쳐 기초연금 지급 기준으로 삼는 ‘소득 인정액’이 낮게 나와 기초연금을 받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복수 국적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인정액은 월 34만 4000원으로, 단일 국적자(월 58만 7000원)의 58.7%에 머물렀다. 외국에 살 때 다달이 수백 달러의 개인연금을 받았는데도 국내에 들어와 소득 인정액이 ‘0원’으로 평가돼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엄격한 기준 필요” vs “차별은 취지에 어긋”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 장치 중 하나다.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성격상 복수 국적 노인에게까지 기초연금을 주는 문제를 두고서는 도입 당시부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었다. 이들이 인생 대부분을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내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등 재정 기여도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거주 기간 등 기초연금 지급 조건을 보다 더 엄격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노인을 복수 국적자라고 지급 제한하는 등 차별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제도로서 기초연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재산과 소득이 낮아 노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복수국적 여부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복수국적 노인에게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를 따져보고자 해외사례를 조사하는 등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 [김영익의 경제 통찰] 엔 가치 상승 추세 이어진다

    [김영익의 경제 통찰] 엔 가치 상승 추세 이어진다

    8월 들어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졌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엔·달러 환율의 급변과 이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다. 앞으로 엔 가치가 오르면서 엔캐리트레이드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10년 국채수익률 차이다. 201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 보면 이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62로 상당히 높다. 갈수록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줄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국채수익률은 떨어질 전망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명목 경제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였다. 올해는 성장률이 2.3%로 낮아지고 2025년에는 1%대 초반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023년 4.1%에서 올해는 3%로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소비 증가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00~2019년 평균 5.2%)보다 낮아졌다. 저축한 돈이 많지 않아 소비 지출을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또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액의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올라왔다. 중산층의 실질소득 감소가 소비를 제약하는 근본적 요인이다. 2019년 7만 8250달러였던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 4580달러로 4.7%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실질 GDP가 5.1% 증가했는데도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소득 차별화 때문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아직 2023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감소 추세는 이어졌을 것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된다. 미국 고용은 탄력적이다. 2020년 3~4월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히 줄자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2189만명 줄었다. 그 이전 10년여간 만들어진 일자리가 단 두 달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도 3.5%에서 14.7%로 급등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필자가 테일러준칙에 따라 미국의 적정금리를 추정하면 4.2%로 현재의 5.25~5.50%보다 훨씬 낮은 만큼 연준은 금리를 대폭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달리 일본 금리는 오를 전망이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 일본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대표적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가 그 이후 계속 하락했다. 그러나 GDP 디플레이터가 2014년부터는 상승 추세로 전환했으며, 2023년에는 3.8% 올랐다. 올해 상반기 상승률도 3.2%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일본의 명목 GDP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다. 2023년 명목 경제성장률이 5.7%로 1995~2022년 평균인 0.3%를 크게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도 2.3%로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을 따라간다. 일본의 10년 국채수익률이 최근 1%까지 상승했지만, 명목 성장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변동성은 매우 크다. 2011년에 76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올해 7월에는 162엔까지 급등했다. 2023년 10월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4.2% 포인트에서 최근에는 3% 포인트로 낮아졌다. 2011년 그 차이가 1% 포인트였는데, 거기까지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는 갈수록 줄고 엔·달러 환율은 하락할 전망이다. 때에 따라서는 8월에 나타난 것처럼 엔·달러 환율이 급하게 떨어질 수 있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
  •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등을 앓을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기에 돌봄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아이를 낳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세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사진·47)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원인으로 ‘불평등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부모는 있어도 가난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해소돼야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의 수렁을 파는 ‘비교 의식’을 줄일 수 있고, ‘좀 덜 불행한 사회’가 돼야 아이를 낳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엄마 뱃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은 저출산의 원인태아기 장애 염려 많이 해‘국가가 책임’ 믿음 심어야‘격차’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진료실에서 시작됐다. 의과대 졸업반 시절 유방암 클리닉에서 실습하던 김 교수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농사일로 검게 그은 피부, 깊게 주름 파인 얼굴이었지만 알고 보니 40대였다.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에도 암세포가 가득했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김 교수에게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예… 이거 암 아니지예….” ‘강남 중년 여성들은 손톱보다 작은 암도 발견하는데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많이 죽어 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리를 피해 울어 버렸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연구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정책학)와 홍콩과기대(경제학·정책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귀국했다. 오는 9월부터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집단 자살, 승자독식 사회’를 주제로 강의한다. 의대생뿐 아니라 재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월급은 홍콩에서 일할 때보다 절반이 깎였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과 연구를 한국에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촌부의 현실과 지금 약자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야말로 불행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진단하며 아이의 미래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저소득층, 어린아이일수록 좋아요. 공부와 연관된 인지 기능 외에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정서적 안정, 사회성이 5세 미만에서 많이 발전합니다.” 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ABC/케어 프로그램’ 사례를 들었다. 주정부가 영유아기 영양·보건·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 시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가 각각 4.9점, 7.7점 상승했고 30세 때 평균 소득은 대조군보다 1만 9809달러 많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 될 확률도 낮았다. 어릴수록 투자 효과 커임신 환경도 태아 삶 영향‘자동 육아휴직’ 정착 필요 김 교수는 “혹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저출산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출산의 고리,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환경도 태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임신했을 때 가족 사망 수준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청소년기에 ADHD에 걸릴 확률이 25% 늘고, 성인이 돼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 우울증 약을 먹을 확률이 각각 13%, 8%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부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바로 직장이에요. 지금은 임신했을 때조차 출산휴가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임신하면 출산휴가가 바로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바꿔야 해요. 최적의 분만 환경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요. 최우선 순위가 안전한 임신에 대한 투자, 두 번째가 아이에 대한 투자예요.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을 핵심 키워드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 모두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고, 나중에 쓸 사람만 따로 연기 신청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육아휴직을 안 쓸 사람, 나중에 쓸 사람이 되레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그래야 육아휴직을 확대할 수 있어요. 아빠들에게도 무조건 육아 참여를 강요할 게 아니라 육아 교육, 자조 모임 등 지원을 해 줘야 해요. 보통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쓰고 아빠가 나중에 쓰다 보니 남자들은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어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자조 모임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못 하겠다’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의 경제학홍콩서도 여성 고용 효과돌봄 영역으로 확장해야김 교수 본인도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애초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것도 육아 때문이었다. 홍콩으로 이사한 뒤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덕에 숨통이 트였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대략 100만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이 해결했어요. 홍콩 백화점에 가면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에서 휠체어 탄 노인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육아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노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외국인 활동보조인을 도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을 받는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조약에 비준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도우미 임금 해법은입주형·사적 계약 등 활용최저임금 차등 적용 검토김 교수는 비용을 낮출 방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 ▲입주 가능한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방이 3개라면 그중 하나를 월 50만원에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주고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 중) 180만원가량을 임금으로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사적 계약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임금이 제조업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위험이 큰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최저임금이 똑같아야 할까요. 이것도 공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 임금이 내국인과 너무 차이 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민은 노동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이웃으로 귀결됐습니다. 일본 노인 간병센터에 고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이제 일본어를 잘하는 숙련 노동자가 돼 영주권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있겠지요. 우리 국민이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한다면 나중에 차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점심은 물 한 잔” 하루 11시간 돌 깨 나르는… 션이 만난 우간다 아이들

    “점심은 물 한 잔” 하루 11시간 돌 깨 나르는… 션이 만난 우간다 아이들

    가수 션이 채석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을 만나 후원하기로 한 사연이 전해졌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23일 ‘가수 션이 우간다 채석장에서 만난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션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채석장 인근 한 마을을 찾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채석장에서 캔 돌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이었다. 션이 만난 아담이라는 이름의 여덟 살 소년은 “세 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힘들고 무겁다”면서도 쉼 없이 둘을 깼다. 포대에 담은 돌과 흙을 어깨에 짊어지고 맨발로 비탈을 올라 나르는 것 역시 소년의 일이었다. 아담과 그의 두 살 터울 형 아제드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고 보탬이 되려고 몇 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 고된 노동을 해야 하루 일이 끝났다. 점심 때 이들이 먹는 것은 물 한 잔이 전부다. 돌을 팔아 음식을 사야 하는데 식사는 하루 한 끼가 고작, 굶는 날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어머니 주베다(34)는 “제가 돌 깨는 일을 더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주베다는 아홉 자녀를 키우고 있다. 션은 “어떻게 보면 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가 돌 깨는 일인 거다”라며 “그게 가난의 문제인 것 같다. 더 큰 세상을 못 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션은 아이들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해주고 싶다면서 이들 가족 3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기로 했다. 영상에는 아담이 깨끗한 옷을 차려 입고 컴패션 학교를 찾아가는 장면이 담겼다. 아담은 “자동차 정비사가 되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엔에 따르면 우간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1년 기준 930달러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37분1 수준에도 못 미친다.
  • 18세기 성요한 병원을 통해 본 ‘병원’과 ‘환대’의 의미 [으른들의 미술사]

    18세기 성요한 병원을 통해 본 ‘병원’과 ‘환대’의 의미 [으른들의 미술사]

    ‘손님을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을 의미하는 ‘환대’와 ‘병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대’(hospitality)와 ‘병원’(hospital)은 같은 어근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환대는 환자를 맞이하는 병원에서 보이는 덕목을 말한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성 요한 병원(St. John’s Hospital)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 병원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순례객에 대한 자선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병원 내에는 18세기 병동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이 병동 그림에는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 외과의사, 수녀, 하인들이 있으며, 그들이 환자를 맞이하는 환대의 기술을 보여준다. 하는 일이 다른 의사와 외과의붉은색 재킷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의사다. 의사들은 환자의 맥박을 재거나 눈 상태, 소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다. 특히 소변 검사는 눈으로 색깔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는 원초적 방식의 검사방식이다. 18세기 성 요한 병원은 의사 두 명을 고용했으며 의사들은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성 요한 병원에는 의사 외에 실제 의료 행위를 하는 외과의도 있다. 의사와 달리, 외과의는 교육받은 전문의는 아니고 실습형 의료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외과의는 칼로 신체를 절단하거나 사혈, 담석 제거, 장 세척 등 피 보는 일을 도맡아 한다. 오늘날 간호사와 영양사에 해당하는 수녀들간호사들은 인근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의 수녀들이다. 수녀들은 의사를 도와 환자들을 보살핀다. 수녀들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복으로 갈아입힌다. 환자가 입고 온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옷들은 환자가 퇴원하면 다시 입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이 옷들은 병원 소유가 된다. 당시 허름한 옷가지도 귀한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녀들은 환자 회복에 가장 중요한 영양식을 준비해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다. 영양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들은 병원에 딸린 정원과 농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하인은 식재료 운반, 청소나 빨래, 침상 정리 등 병원 허드렛일을 돕는다. 18세기 환자를 운반하던 구급차얀 밥티스트 비어블록(Jan Baptist Beerblock·1739~1806)이 그린 성 요한 병동의 오른편 아래에는 독특한 가마 형태의 물건이 보인다. 이것은 오늘날 앰블런스에 해당하는 들 것이다. 이 가마형 들 것은 두 명이 운반하는 형태이며 두 명의 운반수들은 교구가 고용한다. 18세기 병동 모습을 보여주는 비어블록의 그림은 오늘날 병원이 가져야 하는 모든 형태의 덕목이 들어 있다. 의사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하며, 외과의는 더러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환부뿐 아니라 마음 속까지 헤아려야 하며, 그밖의 의료인들은 청소, 빨래, 환자의 이송 등에서 환자 중심의 사고를 한다. 무엇보다 병원 내 모든 종사자들이 아픈 사람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이고, 아픔에 공감하며,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은 약보다 더 좋은 처방전이다.
  • [서울광장] 이회창의 길, 김대중·노무현의 길

    [서울광장] 이회창의 길, 김대중·노무현의 길

    예상은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을 넘어 차기 대권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명 일극체제’, ‘이재명 사당화’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민주당이라지만, 이번엔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재명 팔이’(명팔이) 척결을 주장했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강성 지지층에 외면당해 선두권에서 6위로 떨어져 탈락했다. 6위였던 전현희 후보는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2위로 올라섰다. 나머지 최고위원 후보들도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전당대회로 ‘이재명 대세론’이 한층 굳어진 듯하다. 이런 기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대세론 하면 떠오르는 이가 바로 ‘대쪽’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는 이회창을 포함한 ‘9룡’이 있었다. 그해 7월 이회창이 2300표 차로 이인제를 꺾고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한다. 하지만 이회창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50%대였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고, 이인제가 후보교체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인제는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한다. 보수 지지표가 갈리면서 이회창은 DJP 연합에 성공한 김대중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2002년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굳건했으나, 대세론에 안주한 나머지 바닥민심을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킨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차기 대권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재명의 대세론도 당장 흔들릴 것 같진 않다. 강성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가 당 주류로 부상했고 당 지도부도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의 맹목적 지원사격 덕분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대권가도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4건의 재판 중 당장 10월에 있을 2건(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아성은 흔들릴 수 있다. 이회창의 경우 ‘병풍’으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이인제의 후보교체론이 불거졌다. 8·15 광복절에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위축 속에서 당장은 구심점이 되거나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실형 선고가 현실화한다면 양상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이재명에게 따라붙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의 원조도 이회창이다. 법관 집안 출신으로 금수저인 이회창과 달리 이재명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이다. 그러나 대선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뒤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이회창과 닮았다. 이회창은 1997년 첫 번째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8개월 만에 한나라당 총재로 컴백해 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고, 2000년 5월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총재직을 연임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다 된 듯한 오만한 태도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광역단체장 회의에 자당 출신 단체장들을 불참시켜 ‘반쪽’ 회의로 만들고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도 고압적 자세로 일관했다. 이회창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여권에서 이탈해 DJP 연합을 깨뜨린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숙이고 들어오라”는 식으로 거만하게 굴었다고 한다. 결국 김종필은 이회창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중립으로 돌아섰고 이회창은 두 번째 대선에서도 패한다. 이재명 역시 총선 뒤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지지층만 바라보며 탄핵안과 특검법 폭주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만에 탄핵안 7건, 특검법 9건을 발의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압박도 이어 가고 있다. 여야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도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일극체제를 완성한 그가 거야 독주를 이어 간다면 민심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모두 이회창 대세론이 팽배했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은 각각 DJP 연합과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재명도 이회창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관용과 포용의 정치를 펼친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황비웅 논설위원
  • ①중장년층 반발 ②쥐꼬리 연금 삭감 ③출산 크레디트 ‘난제’ 풀까

    ①중장년층 반발 ②쥐꼬리 연금 삭감 ③출산 크레디트 ‘난제’ 풀까

    4050 보험료율 더 빨리 인상연금 개혁 과정 청년층 설득 수단50대, 비정규직·자영업 많아 부담 수명·성장률 따라 수급액 조정자동안정화장치로 고갈 시점 늦춰연금 더 줄어 노인 빈곤 심화 우려 아이 한 명만 낳아도 혜택출산 때 보험료 안 내도 기간 인정“기금 지원 말고 전액 국고 부담을” 대통령실이 이달 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를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 발표를 예고했다. 연금 재정 안정과 세대 간 형평성 확대를 위해 개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데다 ‘쥐꼬리’ 수준의 연금이 더 깎일 수도 있어 ‘디테일’을 촘촘하게 설계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현행 시스템대로면 2055년쯤 국민연금은 고갈된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연금 개혁 쟁점을 서울신문이 18일 짚어 봤다. ●세대별 차등 인상, 갈등 도화선 되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한다면 40~50대는 해마다 0.8% 포인트씩 5년에 걸쳐 올리고 20~30대는 0.4% 포인트씩 10년에 걸쳐 ‘차등’ 인상한다는 것이다. “받지도 못할 연금을 왜 내야 하느냐”는 젊은층을 설득할 수단이 될 수는 있다. 반면 “왜 우리가 더 내야 하느냐”는 중장년층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몇 살로 나눌지도 난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40대 이상은 높은 소득대체율(올해 42%)을 적용받아 그 급여가 자기 계좌에 있고, 보험료율이 올라도 남은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 청년 세대는 2028년이면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지고 장기간 높은 보험료율을 감당해야 한다”며 “연령별 형평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대라고 다 가난하진 않다. 50대 중에서도 경력 단절 후 노동시장에 다시 진출한 여성은 부담 능력이 거의 없다”며 “불필요한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50대가 20.0%로 20대(19.4%)와 30대(12.2%)보다 높았다. 자영업자 비중도 30대(12.4%)·20대(3.4%)보다 50대(27.3%)·40대(20.5%)에서 컸다. 보험료의 절반만 내면 되는 직장 가입자와 달리 자영업자는 전액을 내야 한다. 빠르게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납부를 포기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지역 가입자·근로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명 늘고 불황 계속되면 연금 깎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도입한 자동안정화장치는 출산율, 기대수명, 연금 재정 상태, 경제성장률 변화에 따라 연금 급여와 보험료율 등이 자동 조정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기대수명이 늘거나 출산율이 떨어지고 불황이 계속되면 자동으로 더 내고 덜 받게 된다. 연금 재정을 아끼고 잦은 연금 개혁에 따른 피로와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가뜩이나 소득대체율이 낮은 상황에서 연금이 더 적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에서 2071년으로 늦춰진다. 여기에 자동안정화장치까지 도입하면 2093년으로 22년 더 연장된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인 A씨가 2050년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자동안정화장치 적용 전에는 월 167만 4000원을 받지만 적용 후에는 월 164만 7000원을 받아 2만 7000원이 깎이게 된다. 남 교수는 “현재 노인(65세 이상) 빈곤율이 38.1%로 OECD 최고 수준이다. 2060년대에는 26.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령 인구 증가로 가난한 노인 수는 더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안정화장치까지 도입하면 노인 빈곤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안으로 기초연금액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30%로 축소해 빈곤층에게 더 많이 주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경우 기초연금 수급액이 더 많아져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약화된다. ●군복무기간 전체, 가입 기간 산입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에는 이견이 없다. 2008년에 도입된 출산 크레디트는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둘째 자녀는 12개월, 셋째 자녀 이상이면 자녀당 18개월씩 최대 50개월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첫째 자녀는 혜택이 없어 현재는 ‘출산’보다 ‘다산 크레디트’에 가깝다. 게다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고 연금을 받을 때가 돼서야 가입 기간을 산입해 주기 때문에 경력 단절로 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은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대상을 첫째 자녀까지로 확대하고 출산 시점에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복무 크레디트 역시 6개월만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데 군복무 기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 정책위원장은 “가입 기간 산입에 드는 비용의 70%는 국민연금 기금에서, 30%는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크레디트는 저출산·청년 정책과 연계된 만큼 전액 국고 부담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북도청 앞 8.5m 높이 박정희 동상 설 듯…민간단체 모금

    경북도청 앞 8.5m 높이 박정희 동상 설 듯…민간단체 모금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나섰다고 18일 밝혔다. 추진위는 올해 11월을 목표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경북도청 앞 천년숲정원에 세울 계획이다. 동상 높이는 8.5m이며 앞면 하단에는 ‘오천년 가난을 극복한 위대한 지도자 대통령 박정희’라는 문구가 적힌다. 뒷면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 2가지가 새겨진다. 추진위 관계자는 “목표액은 국민 모금 10억원, 추진위 회원가입 10억원”이라며 “현재까지 모두 7억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전남도청 앞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는 만큼 민간 차원에서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데 문제 소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 프랑스 전설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들롱 별세…향년 88세

    프랑스 전설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들롱 별세…향년 88세

    영화 ‘태양은 가득히’ 등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18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가족들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들롱의 세 자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버지 들롱이 나빠진 건강과 사투를 벌이다 사망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들롱의 반려견)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그는 두시에 있는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들롱은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신분 상승의 욕구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 ‘톰 리플리’ 역할로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는 크게 성공해 무명에 가까웠던 들롱을 전 세계적인 미남 배우로 각인시켰다. 이 영화로 들롱은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미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또 들롱이 맡은 인물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거짓말을 일삼다가 그 자신마저도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망상장애를 가리켜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들롱은 1957년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50여년간 평단과 대중의 환호 속에 9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 중 80여편에서 주연을 맡았다.태양은 가득히 외 대표작으로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태양은 외로워’(1962), ‘볼사리노’(1970), ‘조로’(1975) 등이 있다. 다만 1990년대 이후로는 스크린에서 거의 볼 수 없었으며,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받은 후에는 요양 생활을 해왔다.그의 아들 앙토니는 2022년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들롱이 향후 건강이 더 나빠질 경우 안락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들롱의 가족들은 성명에서 가족의 사생활을 지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해리스도 구원 못해…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 온다” ‘부자 아빠’의 경고

    “해리스도 구원 못해…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 온다” ‘부자 아빠’의 경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를 예고했다. 가요사키는 1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아니면 크래시 랜딩(crash landing)? 내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나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시장 붕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착륙도 아닌 ‘추락’ 수준의 ‘박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그는 또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꼭두각시에 빗대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 데 실패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증시 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가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베트남 전쟁에 배치되었을 때 헬리콥터 추락사고를 세번이나 겪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사전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추락 사고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기요사키는 지난달에도 증시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며 “기술 차트가 역사상 가장 큰 시장 붕괴를 시사하고 있고 앞으로 주식, 부동산, 채권, 금, 은, 비트코인 가격이 모두 폭락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엠폭스, HIV 초기와 비슷… 착취당하는 성 노동자 고위험”

    “엠폭스, HIV 초기와 비슷… 착취당하는 성 노동자 고위험”

    WHO, 15개월만에 ‘엠폭스 비상사태’ 재선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가운데 엠폭스를 둘러싼 현상이 초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때와 유사하다는 전문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루디 랭 옥스퍼드대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많은 사람들이 엠폭스가 HIV 초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특히 엠폭스가 성적 네트워크를 통해 퍼지며 취약하고, 젊고, 착취당하는 성 노동자가 고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아직 데이터가 분석 결과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랭 교수는 자신이 만난 연구팀이 엠폭스 바이러스로 인한 유산 사례가 많으며 자궁 내 전파로 인해 엠폭스 병변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랭 교수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가 얼마나 많을지가 더 걱정”이라며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숨겨져 있는 더 가벼운 감염을 앓고 있다면, 그 같은 성병을 가진 채 돌아다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랭 교수는 엠폭스 바이러스가 2022년처럼 유럽이나 미국에 전파되면 백신 접종 등으로 억제될 수 있지만,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렇게 되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보건규약 긴급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받아들여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선언했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긴급위원회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 확산이 빠른 데다 발병국의 의료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강도 높은 질병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한 바 있다. 당시 엠폭스가 유럽과 미주 등지로 번지자 WHO는 2022년 7월 PHEIC를 선언했다가 같은 해 하반기부터 확산이 둔화하자 선언 10개월 만에 PHEC를 해제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하위 계통의 엠폭스가 지난해 9월부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조짐을 보였다. 가장 확산이 빠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올해에만 확진 사례 1만 4479건, 사망 455명 등이 나왔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했다.
  • 홍준표, 박정희 기념사업 두고 “논란 있지만 해야 할 일”

    홍준표, 박정희 기념사업 두고 “논란 있지만 해야 할 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홍 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14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표지판 제막직을 가졌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를 논할 때 과만 들춰 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공도 기릴 줄 아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목포나 광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동상과 공원, 기념관이 참 많다”고 했다. 그는 ‘근대 3대 정신’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시장은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으로 대표되는 구국 운동정신, 자유당 독재에 항거한 2·28 자유정신, 그리고 5000만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이라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은 대구의 섬유산업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박정희 공원 조성과 동상 건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 2·28 자유정신을 기리는 조형물, 공원, 기념관은 많이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흔적은 전혀 없다”며 “이번에 시의회 조례도 만들고 그 조례에 따라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만들고 연말에는 그곳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남구에 박정희 공원도 만들고 그곳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동대구역 광장, 14일부터 ‘박정희 광장’으로… 야권·시민단체 반발

    동대구역 광장, 14일부터 ‘박정희 광장’으로… 야권·시민단체 반발

    공식적인 명칭이 없었던 동대구역 앞 광장에 14일 ‘박정희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 의원,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높이 5m, 폭 0.8m의 표지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체로 ‘박정희 광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제막식에서 표지판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홍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구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기념사업을) 반대하는 분들의 뜻도 이해하지만,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고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난 산업화의 출발 도시에서 이를 기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대구시는 이와 함께 남구 대명동에 들어설 대구 대표 도서관 앞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조성한다. 이들 광장과 공원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도 설치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지난 3월 홍 시장이 추진 의지를 드러내면서 지역 내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대구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한편, 같은 시각 표지판 너머에선 야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치 규탄 정당·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 즉각 중단하라”, “표지판을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제막식과 기자회견은 약 1시간 가량 이어졌고, 양 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 [진경호 칼럼] 소년공의 정치, 방직공의 정치

    [진경호 칼럼] 소년공의 정치, 방직공의 정치

    결핍은 힘이 세다. 사람을 나락으로 떠밀기도 하고, 시련을 헤쳐 갈 필생의 힘이 되기도 한다. 정치판에도 그 예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을 눈앞에 둔 이재명. 부산지역 최고득표율로 재선 의원이 된 국민의힘 김미애. 63년생, 69년생인 두 사람은 많은 부분 삶의 궤적이 겹친다. 학교 대신 공장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주경야독의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다녔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이 됐다. 부모와 다섯 형제, 일곱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했던 가난 속에서 중학교 진학을 접은 이재명은 1981년, 열여덟 살까지 고향 안동의 작은 공장들을 떠돌았다. 손가락을 다치고 손목이 프레스에 으깨어졌지만 돈도, 치료도 온전히 못 받았다. 그가 긴 어둠에서 벗어나 중앙대 장학생으로 인생의 새 막을 열 무렵, 포항에선 열네 살 김미애에게 불행이 닥쳤다. 아버지와 오빠, 언니가 객지로 떠나 소식조차 가물거리던 때,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마저 4년 투병 끝에 그의 곁을 떠났다. 구룡포 바닷가 외딴집에서 두 해를 홀로 지낸 미애는 결국 고1 여름 학교를 접고 친구 따라 부산으로 떠났다. 이재명이 대학 졸업과 함께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성취의 삶에 접어들기 시작한 1986년의 일이다. ‘소년공’의 삶 6년이 인간 이재명의 인생 서사를 좀더 극적으로 만드는 미장센의 성격이 짙다면 김미애의 그늘은 보다 실재적이다. 부산 방직공장 여공을 거쳐 장사도 해보고 초밥집도 해보고 하다 1997년 스물여덟 살 늦은 나이에 동아대 야간학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8년차 변호사 이재명이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한창 주가를 높여 가던 때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그로부터도 5년 뒤. 엄마를 잃은 때로부터 20년이 지나서였다. 어린 시절의 결핍은 훗날 가진 것 없는 사람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이들에게 안겼다. 그러나 결은 다르다. 이재명은 많은 인터뷰에서 밝혔듯 약자의 문제를 잘못된 세상에서 찾고 이를 해결할 방책으로 ‘힘’, 권력을 택했다. 일찌감치 편먹기, 세 불리기에 눈을 떴다.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5년 프레시안 인터뷰다. “구성원 모두가 n분의1로 결정 권한을 갖는 게 아니다. 다수는 무관심하고, 관심 있는 소수가 경합해 그중 센 쪽으로 권한이 이동하는 것이고, 그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말도 했다. “지지 않을 싸움만 골라서 하는 편이다.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승리를 많이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지는 것도 습관이다.” 개딸을 기반으로 도장깨기 하듯 당을 장악한 지금의 이재명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김미애는 힘을 모으는 대신 가진 힘을 나누는 데 공을 들인다.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살고, 그것으로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변호사로 아동·여성을 위한 국선변호를 700여차례 했고, 국회의원이 돼선 4년여 동안 줄곧 세비 30% 안팎을 기부한다. 결혼 대신 80일 된 영아를 입양해 엄마가 됐고, 사춘기에 접어든 이 딸이 혹여라도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까 싶어 밤낮 없이 여의도 국회와 지역구 해운대를 출퇴근한다. 아기들이 버려지는 걸 막으려 보호출산제 입법을 주도해 성사시켰고, 시행 한 달도 안 돼 100여명의 아기를 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염원하지만 친윤 초선 48명의 ‘나경원 연판장’ 동참 요구는 뿌리쳤다. 패거리 정치는 그의 길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문자로 직언을 보낼지언정 마이크나 SNS를 통한 ‘입정치’는 삼간다. 힘을 길러 세상 뜯어고치겠다며 이를 갈았던 소년공은 이제 ‘아버지 이재명’이 됐다. 친명 일색 의원들의 결사옹위 속에 나흘 뒤면 일극체제의 최고 존엄에 오른다. 갖가지 무상정책을 앞세운 ‘기본사회’를 당의 강령에 새로 담는다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그의 절대 권력뿐이다. 밥자리, 김미애 의원이 얕은 한숨을 뱉는다. “요즘은 조금 힘드네요….” 거대 야당의 벽, 무력감. 무료변론의 포만감이 가득했던 부산 변호사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열심히 일해서 잘 살고, 그 힘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던 그의 소박한 꿈이 힘에 부친다. 누구를 위한 권력이고,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방직공 소녀가 모두에게 묻는다. 진경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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