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尹이 끌어내라던 ‘인원’은 국회의원”
“국회 병력 철수는 尹 아닌 내 판단”김현태 “곽, 끌어내라는 지시 안 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국회의원’을 의미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 앞에서 다시 한번 증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런 지시를 내렸다면 곽 전 사령관이 상황 보고도 없이 묵살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이지 않다며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본인의 판단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그간 윤 대통령이 “결의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을 불러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헌법재판소는 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을 열고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과 곽 전 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차례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이 “(본회의장 안에) 국회의원, 보좌관 등 수천 명이 들어가 있었다. 그중 사람(인원)이라는 용어가 꼭 의원을 말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아니다. 제 (지휘) 화면 왼쪽 TV에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기에 명확하게 (지칭 대상을) ‘국회의원’으로 알았다”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도 ‘국회의원이 150명이 되지 않도록 국회의사당 출입을 봉쇄하고,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후 증인(곽 전 사령관) 판단으로 철수를 지시한 것인가”라는 국회 측 대리인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철수 지시를 받았나”라는 질문에는 “김 전 장관이 ‘어떻게 하냐’고 물어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임무를 중지하고 철수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저나 김 전 장관이 ‘의원 끄집어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면 (곽 전 사령관은) ‘우리 병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상식인데 묵묵부답이었다. 재판관이 상식선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봐 달라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해 12월 6일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작과 같은 날 곽 전 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죄와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9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제출한 자수서와 이후 국회에서 증언한 내용이 다르다며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자수서에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문을 열고 데리고 나와라’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후 증언에선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표현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말하는데 차마 제가 (자수서에) 그렇게 쓸 수 없었다. 용어를 순화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곽 전 사령관에게 검찰 진술조서를 다시 검토하게 했다. 곽 전 사령관은 20분가량 검토 후 ‘선관위에 병력 추가 투입 지시를 받아서 곤란하다, 안 된다고 했다’는 내용이 잘못됐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해당 내용을 제외하고 조서에 담긴 나머지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헌재는 앞서 다른 증인신문에선 조서 검토를 요청하지 않았다.
한편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단장은 ‘(상부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 내용을 다른 부대원들도 들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에 “그걸 진술했으면 그 (검찰 조사) 당시 기억이 맞다”고 답하며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 단장은 또 곽 전 사령관과 ‘테이저건·공포탄 사용’, ‘단전’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곽 전 사령관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단장은 ‘150명’이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