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넘어서] (1)월드컵이 던진 과제들
‘대∼한매일’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코리아 브랜드를 키우는 등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승화시키는 특집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월드컵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월드컵을 통해 던져진 부문별 과제들을 5회에 걸쳐 중점 조명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관광산업·IT기술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와 호텔·여행업계는 최고의 특수를 누릴 것이란 섣부른 예상들이 쏟아졌다.하지만 결과는 예년 평균에도 밑도는 수준에 그쳐 업계는 울상이다.FIFA의 잘못도 있지만 호텔예약과 티켓판매가 저조해 호텔객실이 남아돌고 경기장 내 빈자리가 많았던 점 등은 되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월드컵을 거울삼아 앞으로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안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월드컵 개막식에서 보여준 전통과 첨단의 만남은 우리의 IT 기술력을 한눈에 보여준 한 편의 국가 CF였다.이동통신과 인터넷 등 IT를 접목한 무용기획은 경기장을 찾은 외국인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또 전국을 누비는 초고속망과 PC방,넘쳐나는 휴대폰을 비롯,차질없는 경기운영과 방송중계 등에서도 한국의 IT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월드컵 축구에서 우리가 보여준 기술력과 단합된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경제회복에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월드컵 이후 불어 닥칠지 모르는 경기하락 대비책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수출증대 방안에 대한 해법도 서둘러 찾아야한다.
■외교력 극대화
한국은 월드컵 출전 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모습으로 선전을 펼쳐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동북아 중심국가로서 아시아 국가들의 화합과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리더 입장에서 외교역량을 펼쳐보일 때이다.탈북자 문제로 불편한 사이가 돼버린 중국과도 조속한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월드컵에 이어 부산아시안게임이 대기하고 있다.스포츠를 통해 또한번 우리의 역량을 펼쳐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단순히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이 스포츠제전으로 끝나지 않고 외교적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승화시켜야 하겠다.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부각된 만큼 국제사회의 책임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개방 압력이 거세어지고 각종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정치·경제적 제도수용 요구를 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통합
월드컵을 통해 얻은 값진 성과는 4강진출 못지않게 경기 때마다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다.세계인들은 한국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와 질서있는 응원을 펼치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우선 남북문제에 있어 북한은 끝내 월드컵을 외면했고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노동자들의 부분파업 시위,장사할 터전을 잃은 노점상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또한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으로 6·13 지방선거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점 등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낮은 투표율이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고 정치인·유권자 모두 정치를 바꾸는 데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열심히 뛰는 선수와 노력하는 리더는 국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성원을 받았다.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를 국가발전을 위한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월드컵에서 분출된 국민의 무한한 잠재력을 한데 모아 어떻게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 지원
우리 국민들은 어려운 행사를 앞두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짧은 기간에 거뜬히 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하지만 어렵게 만들어 놓은 시설을 잘 관리하고 가꾸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10개 자치단체에 세워진 축구장 활용 방안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대전엑스포가 끝나고 공동화된 행사장은 지금도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프로축구와 생활축구를 활성화시켜 달아오른 축구열기를 이어가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이번 월드컵을 통해 투자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결과에 만족하기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앞으로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유소년 축구팀 등 꿈나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육성하는 제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유진상기자 jsr@
■국가브랜드 제고 각국사례
‘한국 브랜드를 키우자.’
‘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이다.미국의 코카콜라·맥도널드,이탈리아의 구찌,영국의 바바리 등 각국의 대표 상품은 하나같이 그 나라의 훌륭한 국가 이미지를 후광으로 업고 있다.소니는 일본의 경박단소(輕薄短小),샤넬은 프랑스의 감수성,벤츠는 독일의 효율성을 상징한다.우리는 ‘한국(Korea)’이란 이름은 있지만 해외에 뚜렷이 각인된 내세울 만한 ‘국가 브랜드’가 없다.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각국의 치열한 노력을 거울삼아 보자.
-영국- 국가 브랜드가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은 영국은 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와 관광청이 나서 ‘Cool Britannia’캠페인을 벌인다.신사의 나라,법의 나라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음악·패션·예술의 나라로 보이기 위해 유니온 잭과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스를 활용,대대적인 미디어전을 펼쳤다.이후 산업과 연계한 ‘밀레니엄 프로덕트 캠페인’을 전개하며 최첨단 제품과 아이디어를 밀레니엄 돔에 전시,해외 구매자들과 연결시켜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프랑스- 90년대 초 ‘대외이미지관리위원회’를 총리 산하에 두고 ‘산업프랑스·기술프랑스’를 강조하며 예술편향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특히 98년 월드컵 때 다인종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승리를 십분 활용,삼색 깃발 아래 국민 대화합을 호소한 덕분에 개최연도 프랑스의 기업가치는 2배로 뛰었다.
-스페인- 82년 월드컵을 맞아 ‘Spain is Different(스페인은 다르다)’를 내걸고 40년 프랑코 총통 독재국가에서 민주산업국가,3대 관광대국으로 거듭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10년 후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5배 성장하는 등 유럽연합 주도국으로 부상,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까지 유치했다.
-벨기에- 국가의 위기를 맞아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총리 중심의 ‘국가이미지재건팀’을 구성, 정부비리와 어린이 포르노그라피,다이옥신 닭고기 파동으로 일그러진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태국- 대언론 활동에 집중했다.IMF지원 당시 태국투자유치위원회를 주축으로 수출진흥부,관광청,태국은행이 똘똘뭉쳐 타임워너 등 세계 유수 언론에 자국 관련 특집기사와 연계한 광고를 싣거나 PR 기자회견,콘퍼런스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외자유치와 관광진흥에 큰 기여를 했다.
-호주·뉴질랜드- 자국민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다.자국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호주의 ‘어드밴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뉴질랜드웨이’가 대표적이다.호주는 캠페인 결과 86년 3억 5000만 달러의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하고 10년간 6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효과도 있었지만 품질에 대한 심사 없이 제품을 마구잡이로 참가시켜 나중에는 브랜드 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98년 중지됐다.반면 비싼 자국 제품을 정당화하기 위한 95년의 뉴질랜드 캠페인은 10대 수출업체가 공동 출자해 해외에도 널리 알림으로써 국가와 상품이 공생관계를 맺은 좋은 본보기가 됐다.
박정경기자 o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