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데뷔전 승전고 울린다
“자신감이 없어. 자신감이….”
남미의 복병 칠레와의 평가전(30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하루 앞두고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 전술을 집중적으로 다듬은 소집 사흘째 훈련. 허정무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여전히 큰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허 감독은 “아직 공격수들이 문전에서 미숙한 상황을 많이 연출하고 있다.”며 “수비수도 없는데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허 감독이 되풀이한 발언은 “시간이 많지 않고 자원도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대한 시간을 쪼개 조직력을 끌어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의 말마따나 이날 공격수들의 슛감각은 물론, 킥능력마저 실망감을 자아내게 했다. 대다수 선수의 슛이 골문을 제대로 향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선수들의 몸상태, 슛감각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서도 “초점은 칠레가 아니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다음달 6일 월드컵 3차예선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칠레와의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정확한 몸상태를 체크하고 전술적 운용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난해 7월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베어벡호에서 5명을 빼고 나머지를 교체한 허정무호 1기의 색깔은 칠레전을 치르고서야 드러날 것이란 얘기.
이날 영국으로 떠난 김두현 대신 이관우(수원)가 키플레이어로 낙점됐다. 특히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숲을 피해 공을 돌려 슛찬스를 노리는 방법을 가다듬었다.
칠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5위로 한국(41위)보다 아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을 괴롭힌 적이 적지 않은 복병.
대표팀은 지난해 7월18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김정우가 골을 뽑아낸 이후 세 경기 416분이나 이어져온 무득점 상황을 깨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조국과 함께 투톱으로 뛰어야할 박주영(이상 FC서울)이 거의 24시간 걸려 올림픽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돌아와 제 컨디션을 얼마나 되찾을지 모른다는 것. 박주영은 이날 강민수(전북)와 함께 가벼운 러닝 등 회복훈련만 소화했다.
허 감독은 전반엔 스리백, 후반엔 포백으로 바꿔 최적의 수비진용을 찾아 나가는데 조성환(포항), 조용형(성남), 곽태휘(전남)가 먼저 저지선을 쌓고 후반전에는 박원재(포항), 조원희(수원)가 좌우 양쪽으로 나가고 황재원(포항), 곽희주(수원)가 중앙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푸른 잔디를 살려내기 위해 대형 텐트 161개를 치고 그 안에 온풍기, 열풍기를 돌려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여기에만 2억원 가까이 들었다.
파주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