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월대보름엔 간월도로
섬사이로 달이 뜬다는 간월도의 간월암은 예로부터 ‘기도발’이 센 사찰로 유명한 곳. 이 곳에서 대보름달을 향해 두손을 모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23일에는 이색적인 대보름 축제인 굴부르기 축제도 열린다. 봄방학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더 크고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 소원이 더 빨리 이뤄지도록.
●소원도 빌고, 경치도 감상하고
상상해 보라. 바다와 접해 있는 임해사찰 간월암에서 달빛에 물든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감동을…. 생각만 해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지 않는가. 특히 이 곳은 조선시대 고승인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어 대보름 달맞이 여행에 제격이다.
대보름을 앞두고 찾은 간월암은 역시 달을 보기엔 최고의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서산 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 물이 빠져 생긴 50m 남짓한 자갈길을 걸어 간월암에 들어서자 탁 트인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암자가 있는데는 100평 남짓한 사찰 하나가 겨우 들어앉을 만한 크기의 새끼섬. 밀물과 썰물에 따라 섬이 됐다가 육지가 된다. 사전에 물때를 알아보는 것은 필수. 법당에는 무학대사 등 이곳에서 수도한 우리나라 고승들의 인물화가 걸려 있고,200년 된 팽나무 등이 암자의 운치를 더해준다.
해가지고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환하게 내려 비취자 사람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마음에 품은 소원들을 풀어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김숙자(52)씨는 “군대에 간 아들이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는 것”이라며 둥근달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영희(52)씨는 “올해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되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활짝 웃었다.
●“석화야! 달빛따라 모여라!”
이색적인 대보름 행사도 볼 만하다. 이 곳에서는 매년 대보름 용왕에게 굴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라는 해양 민속행사가 열린다. 어리굴젓 기념탐 앞에서 진행된다.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타고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굴밥 먹으러 달빛 따라 모여라 석화야!”
올해는 바닷물이 만조할 때인 오후 2시에 제가 시작된다. 제는 마을 부녀자들이 굴부르기 군왕제 깃발을 따라 소복을 입은 여인이 대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풍물에 맞춰 춤을 추며 기념탑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향한다. 다른 마을 풍어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여자들이 주최가 된다.
●매콤·짜릿한 별미 어리굴젓
넓은 개펄에서 생산되는 굴은 맛과 향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곳의 굴은 검은 색깔을 띠고 있고, 몸에 터럭(미세한 털)이 많아 특유의 맛을 낸다. 제조과정 또한 재래식 방법을 고집한다. 생굴을 소금에 삭힌 후 고춧가루를 버무리면 짭짤하고 톡 쏘는 뒷맛이 일품인 어리굴젓이 된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어촌계에서 만든 무학표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맛과 향이 뛰어나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그릇을 쉽게 비울 수 있다. 간월암 주차장 입구에 있는 원조 항구할머니집(011-9807-9858)은 직접 담근 어리굴젓 등 각종 젓갈류를 판매한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맛을 보며 판매를 권유하는 주인 이해성씨는 “굴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나도록 천일염과 고춧가루로만 간을 내고 항아리에 숙성을 시켜야 제맛이 난다.”고 자랑했다. 굴밥도 유명하다. 포구로 가는 길에는 굴밥집들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맛동산(041-669-1910)은 주말에 1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추와 호두를 넣어 굴을 조리해 굴 특유의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함께 나오는 청국장은 구수한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가는길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생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인터체인지(IC)에서 나와 서산 A방조제를 지나면 10분도 안 돼 도착한다. 볼거리도 많다. 간월도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에 위치하고 있어 철새들의 장관도 볼 수 있다. 서산시청 (041)660-2224, 부석면사무소 (041)664-8684.
■ 여기서도 달맞이 어때요
전국에서 정월 대보름 잔치가 열린다. 달맞이 행사를 비롯해 쥐불놀이, 소지 기원제, 제기차기, 윷놀이 등 각 자치단체 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문경 소지 기원제 과거길 선비들이 넘나들던 전통의 고장 경북 문경에서는 새해 소망을 적어 새끼줄에 매다는 ‘소지’(燒紙) 기원제’가 한창이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제1관문인 주흘관 앞 광장 앞에 위치한 장승공원에는 하루 2000여명이 찾아와 한지에 소망을 적은 뒤 장승 사이에 새끼를 꼬아 만든 소지줄에 매달고 있다. 문경시는 정월 대보름인 23일 오후 2시 장승공원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모든 소망들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뜻으로 제사를 지낸 뒤 매달려 있는 소지를 모두 불에 태우는 소지 기원제를 올릴 예정이다. 문경시청 (054)550-6393.
●강릉 망월제 영동지역의 독특한 민속문화를 축제화한 망월제에서는 대보름 축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23일 남대천 단오공원에서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펼쳐지는 행사에서는 윷놀이와 대보름 떡메치기, 두렁쇠 풍물단 공연, 연날리기, 망우리 만들어 돌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시청(033)640-5114.
●제주 들불제 제주고유의 세시풍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대보름 들불축제가 17∼19일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서부관광도로변 새별오름의 10만평 초원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가 열린다. 불과 말, 달, 오름을 소재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오름 생태체험을 비롯해 새해 소원기원 돌탑쌓기, 소원기원 및 기원띠 달기, 집줄놓기, 불깡통 돌리기, 강강술래 등이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올해의 운세코너와 가훈써주기 등도 함께 진행된다. 북제주군청 (064)741-0544.
●월출산 달집을 태우며 한해의 액운을 털고 소원을 비는 행사가 달맞이 명소인 전남 영암군 월출산에서 열린다. 수석 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의 바위능선 위로 은은히 빛나는 보름달의 모습이 일품인 곳이다.
오후 7시 월출산의 달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도갑사와 왕인박사유적지, 도기문화센터 등에서 정악, 민속음악, 농악, 전통무용 등 계절별 특색에 맞는 공연을 선보인다. 영암군청 (061)470-2242.
●달맞이고개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 고개는 달맞이 명소. 고개 정상에 있는 해월정에 오르면 시원한 해운대 앞바다의 모습이 절경이다. 달빛과 어우러진 잔잔한 바다의 경관이 황홀하다. 특히 이 곳은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사랑을 불태우다가 정월보름달에 기원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전설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소원을 비는 명소다. 고개 입구에서부터 해월정 부근까지 달맞이 하기에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22일과 23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달집태우기와 연날리기 등 민속공연이 열린다. 해운대구청 (051)749-4061.
간월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