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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뫼비우스의 띠/정기홍 논설위원

    토론자들이 갖는 맹점이 있다. 자기의 주장을 할 땐 논리가 맞지만 상대를 부정할 땐 틀린 경우가 많다.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과 상대에 대한 불신을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갈등과 논쟁은 물론 복수와 배신을 불러온다. 우리는 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반대 진영의 논리엔 화를 버럭 낼까. 남 탓만 하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야 할 일침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함께 만든 제퍼슨과 애덤스는 라이벌이었다. 수많은 논쟁으로 서로가 성가신 존재였지만 애덤스는 그가 직접 쓴 선언문을 제퍼슨에게 집필하게 했다. 둘은 이후에도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했지만 미국을 만들었다. 이후 애덤스는 2대 대통령에, 제퍼슨은 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둘은 건국 50년이 되는 해 같은 날에 사망했다. 야사(野史)에는 앙숙이면서도 동지였던 둘 간의 관계를 들어 양쪽의 부음 심부름꾼이 중간지점에서 만났다는 우스갯말로도 전해진다. 중간지대가 지닌 가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립을 극복한 ‘제3의 길’(Third Way)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005년 설립된 유럽의 싱크탱크인 ‘제3의 길’은 우파와 좌파를 초월해 이념 논쟁을 잠재웠다. 초당파적인 두뇌집단인 ‘제3의 길’은 유럽 국가들에 발전적 정책을 조언하면서 사회·정치적 갈등을 조율했다. 이 이론은 미국 등 세계 국가에도 접목돼 열풍을 이었다. 이분법적인 격한 주장이 세월호의 사고를 비집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위 관리는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며 국민 탓을 하고 반대쪽은 “대통령을 때려잡자”며 극한 말이 난무한다. 양쪽의 주장에 실린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마땅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때같은 학생들이 바다 밑에서 지금도 시신으로 나오는 데도 유족의 의중과 동떨어진 보·혁 간 주장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기만의 사고와 주장에 함몰돼 있는 듯하다. 이 기회에 함몰된 아집과 일도양단의 사고를 허물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장이 대립하면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삼각형 이론’이 요구되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재래식 방앗간의 벨트는 항시 꼬아 건다. 벨트를 꼬아서 걸면 양면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긴 종이를 꼬아 이으면 안과 밖이 골고루 연결된다는 ‘뫼비우스의 띠’의 이론을 이용한 것이다. 이 이론은 물질에 양면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란 뜻으로 원용된다. 세월호를 치유하는 데 이타적인 좌와 우가 어디 있겠나. 세월호 사고를 앞에 놓고 벌이는 서로 간의 타박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정몽준 막내아들 페이스북 논란 언급하며 눈물 흘린 정몽준, 해명 들어보니

    정몽준 막내아들 페이스북 논란 언급하며 눈물 흘린 정몽준, 해명 들어보니

    ‘정몽준 막내아들 페이스북’ ‘정몽준 해명’ 정몽준 막내아들 페이스북 논란을 언급하며 정몽준 의원이 후보 수락연설 도중 눈물을 흘렸다. 6·4 지방선거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12일 막내아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정서 미개” 발언으로 논란을 일었던 사실을 울먹이면서 언급했다. 정몽준 의원은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란다”고 사과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 후보수락연설에서 “김황식 후보의 경륜과 이혜훈 후보의 정책을 합해서 반드시 서울시를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셋은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은 뒤로 하고 이제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화합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누가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지 구별하는 역사적 선거”라며 “잠자는 서울을 깨워 일자리와 복지를 챙길 수 있는 시장을 뽑을 수 있는 의미있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쉽지는 않다. 국민께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에 많은 책임을 묻고 있고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며 “무능하고 위험한 세력에게 시장직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저 정몽준이 서울시민들과 함께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을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키겠다”면서 “서울 시민의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일복시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몽준 의원은 “오늘의 승리는 당원 동지 여러분의 승리이며 서울시민 모든 분들의 승리”라며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여러분께서 제게 주셨던 좋은 가르침의 말씀,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해 “경선 중에 불편하셨던 점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 올린다”고 말했고, 이혜훈 후보에 대해선 “정말 힘드셨을 텐데 끝까지 멋진 모습 보여주셔서 존경을 올린다”고 했다.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인 정모(18)씨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불러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경필 vs 김진표… 고교 선후배 ‘맞짱’

    남경필 vs 김진표… 고교 선후배 ‘맞짱’

    6·4 지방선거 경기지사 새누리당 후보에 남경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김진표 의원이 선출됐다. 김 의원은 경복고 41회, 남 의원은 58회로 ‘고교 선후배’ 간 혈투가 벌어지게 됐다. 새정치연합 전남도지사 후보에는 이낙연 의원이 선출됐다. 김 의원은 11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 대회에서 공론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최종 득표율 48.2%를 획득해 30.7%를 얻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제치고 승리했다. 원혜영 의원은 최종 득표율 21.1%에 그쳤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49.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공론조사에서도 투표에 참여한 285명 가운데 134표(47.2%)를 얻었다. 당초 김 전 교육감은 김 의원보다 지지율이 앞서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김 전 교육감이 초반 ‘공짜 버스’ 논란으로 고전하면서 지지율이 주춤하기 시작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감직을 사퇴해 도정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 등이 겹치면서 김 의원이 역전승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은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무너진 경기도 경제를 살려내 8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를 살릴 책임, 도민을 전월세난·출퇴근난·재난으로부터 지켜낼 책임, 경기도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책임을 느낀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로써 김 의원은 4년 전 2010년 지방선거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에서 패배해 본선에 나가지 못했던 아픔도 말끔히 씻었다. 앞서 남 의원은 전날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 선출 대회에서 전체 유효 투표 2612표 중 1562표(60%)를 획득해 1048표(40%)를 얻은 2위 정병국 의원을 눌렀다. 남 의원은 1988년 아버지 남평우 의원이 작고하자 해당 지역구에 33세의 나이로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했으며 당내 원조 ‘소장개혁파’로 분류된다. 남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에서 야당 인사를 특보로 채용하는 등 작은 연정을 통해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남 의원의 회견에는 2011년 김성식 전 의원과 함께 탈당했던 정태근 전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동지인 남 후보가 큰 도전을 하는 길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키로 했다”며 “곧 당에 다시 들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남-김 양자 대결’에서는 현재 남 의원이 우세한 형국이다. 매일경제와 MBN이 지난 7일 발표한 남 의원과 김 의원의 대결에서는 각각 45.2%와 35.2%를 나타냈고 같은 날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발표한 가상대결에서는 남 의원이 42.8%로 26.9%인 김 의원을 15.9% 포인트 앞섰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2조원대’ IBS·중이온가속기 상반기 착수

    미래창조과학부는 9일 제6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열고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중이온가속기 건립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2021년까지 1조 6662억원이 들어가는 공사 계획이 이번 심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4602억원의 중이온가속기 장치 구축 사업예산이 추가 심의를 남겨 두고 있다. 미래부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자리 잡을 기초과학연구원(11.3만㎡)과 대전 신동지구에 위치할 중이온가속기(13만㎡) 건립을 2016년부터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BS의 연구동, 행정·교류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은 2017년까지 1차 완공하고, 2021년에는 남은 연구동과 행정시설을 최종 완공하기로 했다. 대전의 KAIST, 광주의 GIST, 대구의 DGIST, 울산의 UNIST, 경북 포항의 포스텍 등 5개의 특성화 대학에 분산해 들어설 IBS 캠퍼스(12만 8000㎡) 역시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성된다. 미래부는 또 중이온가속기 시설 중 저에너지 가속기 관련 시설을 2019년까지 1차 건립하고, 2021년까지 고에너지 가속기 관련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중이온가속기가 건립되면 핵물리, 물성과학, 의생명 등 글로벌 인재들이 공동 연구를 수행하게 돼 우리의 기초과학 기술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래부는 IBS와 중이온가속기 등 모든 시설단지를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으로 발주하고, 우선 건립에 들어가야 할 IBS 본원과 중이온가속기 특수시설동은 올 상반기에 조달청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사업에 우선 착수하기로 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과학벨트 조성 사업은 2010년 말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부지가 지정되며 탄력을 받았지만, 부 지매입 등의 문제가 꼬여 2년여 동안 지지부진했다. 결국 지난해 IBS 예정 부지를 당초 대전 유성구 신동·둔곡 지구에서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이날 IBS 등의 건립계획이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3년째 ‘한지붕 두가족’ 하나금융… 해외서부터 시너지효과

    3년째 ‘한지붕 두가족’ 하나금융… 해외서부터 시너지효과

    2012년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국내 금융계에서는 두 은행의 통합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엇갈렸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경영 아래 호된 시련을 겪어 온 외환은행 직원들은 다시 새로운 은행에 인수된다는 것에 대해 적잖은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합병 3년차를 맞은 현재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에 대한 전망은 우려보다 기대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외환은행 내부의 반(反) 하나금융 정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대규모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로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 부문 합병 스케줄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여러 악재 속에서 느리지만 튼실한 준비 과정을 통해 결합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6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 효과는 해외 시장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환 분야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하나금융은 국내 은행권 최대 규모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해외 부문의 이익을 9배 늘리고 그룹 내 비중을 4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외 시장 진출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하나금융의 이런 자신감은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지난 3월 말 기준 하나금융은 24개국에 현지법인 점포 83곳과 지점 및 출장소 22곳, 사무소 10곳 등 모두 129곳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96곳, 미주지역에 23곳, 유럽과 중동지역에 10곳 등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법인 및 점포 통합작업은 단순히 해외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 설립한 은행 현지법인과 하나금융 내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인센티브 중심에서 자회사 간 이익 공유를 하는 협업 문화가 있는 조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해 5월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나대투증권에 연계 영업을 제안했다. 각 기업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결과 회사채 총 11억 위안(약 1812억원)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외환은행 중국법인도 하나대투증권과의 공조를 통해 최근 중국 현지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 기관투자가 자금을 모집해 거액의 비거주자(NRA) 정기예금을 신규 유치한 것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국법인은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방침에 따라 통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중국 현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하나은행 중국법인과 그동안 한국계 기업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펼쳐 온 외환은행 중국법인을 통합해 기업 중심의 로컬은행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과의 기업금융을 위주로 하는 방식에서 아시아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면서 “동시에 현지 소매(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현지화 영업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통합 법인인 ‘PT Bank KEB Hana’가 공식 출범했다. 하나금융 내 두 은행의 실질적인 첫 통합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통합 인도네시아 법인은 총자산 14조 6000억 루피아(약 1조 2590억원), 자기자본 2조 7000억 루피아(약 2350억원) 규모로 시작했다.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향후 10년 내 총자산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20위권 은행으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하나·외환은행의 시너지 효과는 국내에서도 차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12년 3월부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고객은 두 은행의 자동화기기(ATM)를 공통으로 이용하면서 같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ATM은 하나은행이 3462대, 외환은행 2075대로 두 은행의 고객 입장에서는 모두 5537대를 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하나·외환은행의 고객이 상대 은행의 ATM을 이용한 건수는 2012년 114만 4821건에서 지난해 509만 273건으로 4.4배가 늘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와 외환 두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지금의 ‘투뱅크’ 체제에서도 ATM 공동 이용을 통해 하나의 은행을 이용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의 카드 부문에서도 양사의 네트워크를 공통으로 활용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약 50만개인 하나SK카드의 가맹점과 220만개에 이르는 외환은행의 카드 가맹점을 공통으로 이용해 하나SK카드는 신규 가맹점 모집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외환은행은 하나SK카드에서 수수료를 받아 추가 수익이 생긴다. 네트워크 공동 활용을 넘어선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 부문의 통합은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은 당초 지난달까지 외환카드 분사작업을 마무리짓고 오는 9월 합병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 초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외환은행의 은행과 카드별 고객 정보를 정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서버에 나눠 보관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카드 부문의 합병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시너지를 높이는 일”이라며 “본격적인 시너지 확보를 위해 원활한 합병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세월호 침몰] “사고 첫날 해경이 민간잠수부 잡아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첫날 해경이 민간잠수부 잡아뒀다”

    “세월호 사고 첫날 해경이 고의로 민간 잠수부들을 3시간 넘게 경비정 안에 잡아 놓기만 하는 통에 침몰 해역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에 민간 잠수부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전남 목포 특전예비군 윤부한(60) 중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해군 특전사 707대대 해난구조대(UDT) 지역대 중대장을 지낸 윤씨는 이날 오전 11시 특전동지회 전남지부로부터 세월호 소식을 듣고 특전사 출신 잠수부 3명과 함께 곧장 진도 팽목항으로 떠났다. 당시 팽목항에는 민간 잠수부 40여명이 있었지만 특전사와 해병대 출신만 먼저 출동하게 됐다. 오후 2시 해병대 출신 잠수부 6명과 합류한 윤씨 일행은 해경 경비정을 타고 사고 현장에서 해경 경비함 1509호로 옮겼다. 1509호는 침몰 중인 세월호와 2㎞ 떨어져 있었다. 민간 잠수부 10명은 수중 장비를 갖추고 사고 지점까지 갈 보트를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해경은 고무보트가 곧 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3시간 30분이나 지난 오후 6시 30분쯤 해경 경위가 “잠수계획 취소로 상황 끝이니 저녁이나 먹고 가라”고 말해 귀를 의심했다. 윤씨는 “경비정이 없으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해경의 말에 민간 어선을 얻어 타고 팽목항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윤씨는 “너무 화가 났지만 섣불리 항의하다 미운털이 박혀 다음에 구조 활동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아무 말도 못 꺼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30분쯤 윤씨를 포함한 특전사 출신 7명은 T76 해경 경비정을 타고 3012경비함으로 향했다. 하지만 T76은 세월호 인근에 정박한 3척의 해경 보급선에 부식을 분배하느라 이리저리 5시간 이상을 떠돌다 오후 5시 30분쯤에야 경비함에 도착했다. 구조는 뒷전인 채 동료들의 먹을거리에 온 신경을 쓰다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윤씨는 “그땐 수경이 벗겨지고 산소호흡기가 빠질 정도로 물살이 세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윤씨는 “중사, 상사 출신 등 베테랑 잠수부들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수중구조 경력을 갖지 않았으면 출동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맞춰 인력을 조정하기 때문에 민간 잠수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라며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발뺌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기고] 배설 기념관을 짓자/김재성 언론인

    [기고] 배설 기념관을 짓자/김재성 언론인

    1909년 5월 1일 서울 종로구 홍파동 2-1. 벽안의 30대 지사가 가족과 조선인 동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종으로부터 배설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영국인 베델(Bethell). 그는 눈을 감으면서 “나는 죽어도 대한매일신보는 길이 살아 한국동포를 구하기를 원하노라”는 유언을 남겼다. 기울어져 가는 왕조와 인연이 돼 운명하는 순간까지 이 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는 사업하는 부친을 따라 일본에 왔다가 1904년 3월 영국 데일리 크로니콜 특파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첫 기사는 그해 4월 14일 ‘경운궁 화재’ 사건. ‘일제의 방화’라는 제목의 장문 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가 회사의 친일 논조와 맞지 않아 곧바로 해임되는 바람에 그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첫 필화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배설은 곧바로 신채호, 양기탁, 박은식 등 우국 지식인들과 뜻을 모아 신문 창간에 착수해 1904년 7월 18일자로 창간호를 발행했다. 제호는 ‘대한매일신보’. 대한매일신보는 창간 후 1905년의 을사늑약 무효, 1906년 1월 30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황제의 대표 파견, 한국군대 해산과 군부대신 폐지 등을 대서특필했다. 뿐만 아니라 을사늑약에 옥쇄를 찍지 않았다는 내용의 고종황제 밀서를 영국 트리뷴지에 줘 크게 보도하는 등 동분서주하다가 과로와 일제의 방해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분사했다. 1945년 8월, 마지막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총독부 고별연설을 했다. “우리는 패했지만 한국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한국인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란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한국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아베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베는 1953년에 죽었다.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뭐라고 할까. 7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기득권을 이어가고 있는 친일세력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보면서 아마도 그는 “봐라! 내가 뭐라고 했나” 라며 큰소리치지 않을까.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있다. 배설 선생의 경우가 그렇다. 그의 임종을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기념관을 건립하여 은혜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에게 약속했던 분들이 그 후 약속을 지킬 만한 정신적·물질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대한매일신보의 산실이었던 서울 종로구 홍파동 2-1번지 배설 선생의 자택(대지 1837평)은 1943년 안모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거쳐 현재는 돈의문 1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으로 지정된 상태다. 땅 주인이 1909년에 사망하고 그 부인이 영국으로 떠났는데 1943년에 어떻게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했는지,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등기부 망실과 그 회복과정에서 오류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원상회복을 통한 기념관 건립 대지 확보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정부와 시 당국의 의지가 있고 이 땅의 시민정신만 살아있으면 민족의 은인이 살던 자택, 신문역사의 첫 장을 연 현장에 기념관 하나 짓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 탈북자동지회, 북한 향해 초코파이 단 대형풍선 날려보내 “정권 타격도 목적”

    탈북자동지회, 북한 향해 초코파이 단 대형풍선 날려보내 “정권 타격도 목적”

    탈북자동지회, 북한 향해 초코파이 단 대형풍선 날려보내 “정권 타격도 목적” 북한이 서해 NLL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한 29일 탈북자단체인 탈북자동지회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주차장에서 초코파이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 탈북자동지회 회원 30여 명은 북한 자유주간(4월 27일∼5월 4일)을 맞아 이날 오후 2시부터 40여분 간 초코파이 2500여 개를 대형 풍선 1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띄웠다. 이해영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북한 자유주간 행사를 맞아 북녘 동포에게 남한 사회의 풍요로움을 알리려 초코파이를 보내게 됐다”며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도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초코파이를 날린 뒤 곧바로 해산했다. 온라인뉴스부iseoul@seoul.co.kr
  • [부고]

    ●장필재(그래미 홍보팀 부장)씨 부친상 23일 일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31)900-6933 ●이상선(대전상공회의소 조사홍보팀장)상범(반도싱크 대표)상복(국민은행 은행동지점장)씨 모친상 24일 대전 평화원장례식장, 발인 26일 오전 7시 070-4713-0171 ●지용희(서강대 명예교수)씨 모친상 전윤택(미국 거주·의사)손태원(홍익대 명예교수)씨 장모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30분 (02)3410-6903 ●김상학(한양대 사회학과 교수)씨 부친상 2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 (02)2227-7580 ●노형식(MBC 영상미술국 영상1부장)씨 부친상 23일 중앙보훈병원, 발인 26일 (02)483-3320 ●최용환(자영업)관환(자영업)인환(자영업)원환(산업은행 발행시장부 팀장)씨 부친상 24일 대구전문장례식장, 발인 26일 오전 6시 (053)965-7101
  • 수학여행 전면 금지 불똥… 해안가 주요 관광지 ‘개점휴업’

    수학여행 전면 금지 불똥… 해안가 주요 관광지 ‘개점휴업’

    세월호 참사 이후 동해와 서해 등 바다를 낀 주요 관광지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겨 관광특수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3일 강원 영동지역과 충남 주요 관광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이후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수학여행과 체험학습까지 전면 금지되면서 해안가 주요 관광지마다 썰렁하기만 하다. 수학여행 단골 코스인 강원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은 해마다 4∼6월 초·중·고교생들이 몰리는 최대 성수기이지만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하루 50∼60대의 버스로 1800∼2000명의 학생과 일반인들로 북적였지만 사고 이후 승용차를 이용한 일반 관람객 1000여명만이 찾고 있다. 강릉 경포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은 지난 21∼22일 전국 4개 학교에서 772명의 학생들이 예약했지만 모두 취소됐다. 강릉 청소년해양수련원도 다음 달 7일부터 30일까지 4개 중·고교에서 940명이 2박 3일 일정으로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 동굴 관광 명소인 삼척 환선굴도 예년 봄철에 하루 평균 3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속초와 고성 등 설악권 콘도미니엄도 5월까지 학생 수학여행단은 물론 일반 단체여행객들까지 객실 예약이 대부분 취소돼 관광 경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강릉시민 최종민(51·펜션업)씨는 “봄나들이로 한창 관광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예약도 모두 취소됐고 찾는 사람도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고 한숨지었다. 충남 보령 무창포해수욕장도 사고 전에는 주말 동안 4만~5만명에 이르던 관광객들이 사고가 발생한 뒤 지난 19·20일에는 절반도 안 되는 1만 8000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보령 대천항에서 8개 섬, 3개 노선을 운항하는 신한해운 예약 취소율도 40%나 됐다. 평소에는 취소율이 10% 미만이었다. 임명래(58) 영업부장은 “주말 이틀간 보통 520명 정도가 우리 여객선을 이용하는데 세월호 침몰사고 뒤 300명 안팎으로 줄었다”면서 “이용객도 섬 주민들일 뿐 관광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안군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다 식물종 보유지인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을 찾는 관광객도 사고 이후 1000여명이 줄었다. 최수진 홍보팀장은 “관광 성수기를 맞아 방문객이 두 배는 될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근흥면 신진도리 황성횟집 주인은 “하루 5팀 정도의 단체 예약이 잡히는데 사고 후 절반 이상 취소하고 있다. 어제도 2~3팀이 취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만리포해수욕장 서해횟집 주인은 “예약 취소는 다반사고 해수욕장에도 사람들이 많이 안 보인다”고 전했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어업인은 “우럭, 광어가 잡히는 최고 시즌인데 예약 취소가 폭발해 항구에 묶인 배들이 수두룩하다”고 푸념했다. 일부 상인은 사고 후유증 장기화로 인한 영업 타격을 우려하면서 “정부의 늑장 구조작업이 더 부채질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北 김정은, 야영소 방문 “이런 멋에 혁명한다”

    北 김정은, 야영소 방문 “이런 멋에 혁명한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 사회가 비통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1일 강원도에 지어진 한 캠핑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 제1위원장이 준공을 앞둔 강원도 원산시 소재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가 우리나라와 여러 나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보람찬 야영(캠프)의 나날을 즐기며 유대(관계)를 도모할 수 있게 그 면모를 완전히 일신했다”고 전했. 김 제1위원장은 이곳에 세워진 김일성·김정일 동상 등 여러 곳을 장시간에 걸쳐 돌아보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서 “우리의 건축술이 세계적 수준에 당당히 올라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야영소 공사를 진행한 군인과 관계자들을 치하하고 “당에서 아이들의 가슴마다 애국심을 깊이 심어줄 수 있게 김정일애국주의교양실을 꾸릴 데 대해 지시했는데 야영소를 개건하면서 당의 의도가 관철됐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우리가 1년을 고생하면 조국은 10년 발전한다”면서 “이렇게 야영소를 개건해놓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멋에 혁명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의 이번 방문에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마원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현지에서 리일환 당 부장과 전용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위원장 등이 김 제1위원장을 영접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푸틴 동지’ 러 의원 “임신한 기자 강간하라” 지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동지인 러시아 극우 정당 대표가 여기자의 질문에 격분해 두 보좌관에게 “여기자를 잔인하게 강간하라”고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여기자는 출산을 3개월 앞둔 임신부로 이 발언에 충격을 받아 입원까지 했다. 21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회견 중 스텔라 두보비츠카야 기자의 질문을 받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두보비츠카야는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제재 방안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지리놉스키 대표는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두 보좌관을 거칠게 밀면서 “내가 말하면 쟤를 덮쳐버리란 말야”라고 소리쳤다.러시아 정치인의 막무가내 행동은 곧바로 러시아 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고 세르게이 나르슈킨 하원의장이 유감을 표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천안함 사건 北소행 아니다’ 발언 장교에 대법원 “국보법상 이적 행위 적용 못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 아니고 남한 군 당국의 책임”이라고 발언한 해병대 장교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 행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해병대사령부 김모(31) 중위에 대해 원심의 유죄 부분 중 일부를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불멸의 혁명업적’ 등 김 중위가 소지했던 출간물 등에 대해 이적성을 인정했지만 이것만으로 김 중위의 이적성 목적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중위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라고 할 만한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한 적이 없고 국보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가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려는 이적 행위의 목적으로 이런 책자를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옆에 있던 하사 등에게 “군 훈련 중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 사태를 초래한 것은 남한 군 당국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쓴 부분에 대해서도 “진보적 언론에 게재된 글을 볼 때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중위는 2011년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해군사관학교 보통검찰부에서 기소됐다. 1, 2심 군사법원은 김 중위에게 모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월호 침몰 참사-눈물도 마른 가족들] “사망자는 검은색 바지…” 딸 인상착의 설명되자 절규·실신

    [세월호 침몰 참사-눈물도 마른 가족들] “사망자는 검은색 바지…” 딸 인상착의 설명되자 절규·실신

    “진짜 우리 딸 맞아? 네가 잘못 안 거 아니야? 우리 딸은 검은색 바지가 없단 말이야.”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봄날씨 속에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갔다. 사고 해역에서 인양된 시신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푼 설렘에 수학여행을 떠났던 자녀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은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것밖엔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은 어느덧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아침 8시 30분, 팽목항의 실종자가족대책본부에는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사망자 현황 게시판의 숫자는 수시로 바뀌었다. 가족들은 자녀의 이름이 게시판에 오를까 봐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내 자식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희망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 온 터였다. 사망자 숫자가 43명에서 46명으로 늘어난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모두 ‘성명 미상’으로 표시됐다. 하지만 아들·딸들이 입고 간 옷과 시계, 외모 특징 등으로도 부모는 직감적으로 자기 자식인지 알 수 있었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함께 상황판을 보던 아들이 “여동생이 N 브랜드의 검은색 바지를 입고 좌측 손목에 S브랜드의 흰색 시계를 차고 수학여행을 갔다”고 말하자 오열을 터뜨렸다. 현장 관계자가 43번 사망자의 특징으로 “키 160㎝, 우측 귀 빨간 피어싱, G브랜드 흰색 티, N브랜드 검은색 운동복, 좌측 S브랜드 흰색시계”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막 도착한 아버지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게시판을 바라봤고, 할머니는 “내 불쌍한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대책본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신원확인소’(임시 안치소)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차례로 줄을 서 인양된 시신이 자신의 자녀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만 13구가 도착했다. 누군가에게는 실낱 같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식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한 한 어머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오열하다가 응급의료소로 실려갔다. 반면 몇몇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섰다. 아직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점점 높아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해경 관계자들에게 “너희가 사람을 죽였다”면서 “그러고서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소리질렀다. 언론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다른 실종자 가족은 촬영하고 있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뭐 재미있는 거리가 있어서 찍으러 왔냐”면서 “당장 나가지 않으면 카메라를 모두 부숴 버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민간 잠수부로 온 황장복(46) 대한민국특전동지회 전남구조대장은 “현재 구조 시기가 늦긴 했지만 생존자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봉사를 온 민혜영(34·여)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우리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공감해 주고 위로하는 것뿐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좌·우 사이 실용주의 ‘제3의 길’ 가다

    좌·우 사이 실용주의 ‘제3의 길’ 가다

    토니 블레어의 여정/토니 블레어 지음 유지연 옮김/알에이치코리아/1051쪽/4만 5000원 2010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화제작 ‘토니 블레어의 여정’(원제:A JOURNEY)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 회고록은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3년간 공들여 쓴 책으로 460만 파운드(약 80억원)라는 높은 선인세에 팔리는 등 출간 전부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책에는 자신이 총리가 되기 전의 정치 성장기와 재임 기간 등이 주로 그려져 있으며 그 과정에 솔직한 고백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블레어의 정치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상반된다. 그는 산업의 국유화를 명시한 노동당 당헌 4조를 삭제하고 ‘시장과 기업 경쟁’을 강조했다. 또 노동당은 특정 계급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정당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시장과 기업의 힘을 키워 권력과 재산의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시장주의 맹신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블레어를 “바지를 입은 대처”라고 혹평했다. 총리 재임 기간 중 이라크전에 참전하는 등 다섯 차례나 영국을 전쟁에 참가하게 해 ‘전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발전 없이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무력하다”고 주장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재임 기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 고용 확대, 공공 서비스 개혁, 북아일랜드 분쟁 종식 등의 성과를 일궜다. 특히 노인과 아동 빈곤을 줄이고 교육, 보건, 사회보장에 대한 정부 지출을 확대해 최하위층의 상대적 지위를 개선하기도 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어 중간 계급과 기업의 지지도 확보했다. 이들이 1997년 총선에서 압승하며 집권하고 2001·2005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10년간 장수한 비결이다. 블레어는 노동당의 이념을 과감히 수정해 이른바 제3의 길을 걸었다. 제3의 길은 좌파와 우파의 이념 대립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고 실용주의를 추구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은 영국이다. 노무현 정부가 경제와 복지의 동반 성장을 언급하면서 사회투자 정책을 도입하려고 노력했던 점은 제3의 길 정치와 유사한 점이 많다.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제시하고 실업자의 자활지원과 실업급여의 조건부 수급제를 강조했다. 이는 제3의 길이 제시한 ‘일자리를 향한 복지’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대표,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등은 ‘제3의 길’로 대표되는 토니 블레어 정치 철학의 계승자들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 하나. 블레어는 총리직으로 가는 필수 코스인 노동당 대표직과 총리직 연임을 놓고는 잠재적·현시적 경쟁자들을 빈틈없이 견제하거나 주저앉혔다. 재임 시절 정치적 동지였던 고든 브라운에게 대표직을 양보하거나 총리직 이양을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밝혔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양보나 이양은 레토릭에 불과했다. 그가 물러난 건 브라운의 정치적 쿠데타 때문이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제발 우리 애 아니길” 시신 인양될 때마다 엄마들 눈물바다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제발 우리 애 아니길” 시신 인양될 때마다 엄마들 눈물바다

    “내 새끼 언능 오니라. 내 새끼 언능 와. 놀러 갔다 오늘 돌아온다 했는데 아직도 안 온당께.” 18일 오후 1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선착장. 경기 안산시에서 온 이모(75) 할머니는 이렇게 되뇌었다. 수학여행 떠났다가 실종된 손자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면서 배가 침몰한 쪽 수평선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흥건히 젖은 땅바닥에 주저앉은 할머니는 “손자 없이 어떻게 살라고. 에미 애비는 원통해서 어떻게 살라고”라면서 끝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는 사흘째 병풍도 북쪽 17㎞ 차가운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날 모두 7구의 시신이 옮겨지자 팽목항은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실내체육관 비상상황실에 머물던 실종 학생 부모 200여명은 시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50분 거리인 침몰 지점으로 가는 해양경찰 경비정을 기다리느라 또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1시 30분 시신 3구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는 “어쩌꺼나. 불쌍해서 어쩌꺼나”를 연발했다. 한 부부는 퀭한 눈으로 서 있을 힘조차 없다는 듯 땅바닥에 앉아 서로를 꼭 껴안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해경 경비정 P66호가 시신을 옮기자 “제발 내 아이가 아니길. 제발”이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딸을 찾는다는 부모와 친척들은 사망자 모두 남성이라는 경찰의 말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 이지혜 교사의 여동생 지연씨는 퉁퉁 부은 얼굴로 “언니가 살아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해 불안하다. 언니네 반 아이들이 통 보이지 않는데 어떡하나”라며 울부짖어 안타까움을 샀다. 300m 떨어져 있는 팽목항 상황실에서는 민간 잠수부들이 학생들을 구조하러 세월호에 들어서려는 순간 작전중지 명령이 떨어졌다며 학부모들이 해경 지휘부에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특전동지회 소속 잠수부 10여명이 배로 이송하기 위해 장비를 챙기자 “정부를 못 믿겠다. 불쌍한 우리 애들 꼭 살려서 데려와 달라”며 통곡으로 하소연했다. 한 실종 학생의 아버지는 항구 대합실 앞 상황실에서 “구조자 명단에는 있는데 사람이 안 나온 지 사흘째”라며 “이름을 빼 달라 하지 않았느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사람은 “선실에 아이들이 살아있는데 산소부터 주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구조 작업 지연에 분통을 터뜨렸다. 더러는 욕설을 하거나 생수병을 던지기도 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진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우리나라 새 최다종 소개한 ‘한국의 새 537종’ 출간

    우리나라 새 최다종 소개한 ‘한국의 새 537종’ 출간

    새 박사 정운회가 새로운 조류도감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을 발간했다.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은 지난 2012년 한국의 야조 532종을 사진으로 기록한 백과사전 ‘한국 야조-532’를 출간해 조류계에서 화제를 모은 정운회의 두번째 야외도감 “한국의 새 537종”으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내놓은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은 현장에서 기록한 국내 최다종의 조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약 14년 간 연구한 새 18목 74과 537종의 자료와 최신 분류학에 기초해 엮은 다양한 정보가 체계적이고 자세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조류는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서식하는 텃새 약 90종, 여름철 번식을 위해 도래하는 여름철새(夏鳥) 약 80종, 겨울에 월동을 위해 도래하는 겨울철새(冬鳥) 약 135종,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나그네새(通過鳥) 약 131종, 길을 잃은 미조(迷鳥) 약 97종, 새롭게 관찰된 신기록종(미등록종) 4종 등 총 537종이다. 저자는 14년 동안의 탐조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이론으로 광범위한 종마다의 특성, 생태 이해, 서식환경, 분포지, 탐조지로 나눠 설명했고, 학명, 영명, 중명, 일명, 북한명까지 표기해 외국인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한국 국민 모두가 한반도의 새들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전문가, 학자, 연구인력, 정부기관, 탐조인들에게는 귀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정운회 저자는 “우리나라 국민 중에 의외로 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료 등이 부족해 대중화되지 못했다”며 “조류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상세한 생태환경을 담고 있는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을 통해 자연의 일부인 새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은 서울 종로서적,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부산 남포문고, 영광도서, 파주 스테디북스, 북플러스, 마산 학문당서점, 익산 원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 한국의 새 537종(야외도감) 정운회│또또코리아㈜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각나눔] 3㎞ 예방적 살처분… 美·日은 해당 농가만

    [생각나눔] 3㎞ 예방적 살처분… 美·日은 해당 농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단행되는 광범위한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방역 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AI가 발생해도 해당 농가 가금류만 살처분하지만 우리나라는 발생 농가 반경 3㎞ 이내 농가의 가금류에 대해서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사례가 많아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전북도와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AI가 발생할 경우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오염지역), 3㎞(위험지역), 10㎞(경계지역) 등 3단계 방역대를 설정한다. 이는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것이다. 방역대 설정과 함께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에서는 사육 중인 모든 가금류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와 함께 살처분을 실시한다. 반경 3㎞ 이내에 대해서는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살처분을 허용한다. 위험지역의 경우 역학조사 결과 AI가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면 방역협의회가 예방적 살처분을 결정한다. 반경 10㎞ 경계지역은 방역과 함께 검사를 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된 가금류에 대해서만 이동을 허용한다. 반면 5차례 AI가 발생한 일본은 발생 농가에 한해 24시간 안에 살처분하고 반경 3㎞ 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해 이동 제한을 하고 있다. 미국도 AI가 발생하면 해당 농장만 24시간 안에 살처분하고 2마일(3.2㎞) 반경 위험지역 가금류는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반경 3㎞ 이내 농가에서 사육하는 닭과 오리까지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아 살처분 가금류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발생한 AI로 지난달 20일 현재 전국에서 1139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으나 실제로 AI가 발생한 28개 농장의 가금류는 56만 8000마리로 5% 남짓한 실정이다. 발생 농장 반경 500m 이내 살처분이 204만 마리, 3㎞ 이내가 878만 마리로 나타나는 등 예방적 살처분 수량이 9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AI가 발생하면 선진국과 같이 해당 농장 가금류만 살처분하든지 500m 이내에 대해서만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까지 확대하는 예방적 살처분은 과잉 대응이란 분석이다. 올해의 경우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만 살처분했다면 살처분 가금류가 18%로 줄어들어 이에 따른 보상금 예산과 행정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양계 농가 들은 AI가 발생하더라도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는 것은 방역 현장 사정과 AI 확산 이유를 잘 모르는 일부 학계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전북 정읍시 영원면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지자체는 당초 3㎞ 이내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기로 했다가 논란 끝에 2월 7일 살처분 범위를 500m 이내로 축소하고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이동 제한 조치만 했는데 AI는 확산되지 않았다. 만약 반경 3㎞ 이내 농장까지 살처분했더라면 이는 과잉 대응이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종환 전북도 축산과장은 “AI 방역 대책은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닭과 오리 사육 농가가 밀집돼 있어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미세먼지 농도 ‘약간 나쁨’…수도권·강원·충청·영남 외출 자제해야

    미세먼지 농도 ‘약간 나쁨’…수도권·강원·충청·영남 외출 자제해야

    ‘미세먼지 농도’ ‘오늘 미세먼지’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낮 기온은 22도로 전날보다 5도 가량 높다. 영남지역도 전날에 이어 한여름 더위가 이어진다. 반면 영동지방은 어제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도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지역별 미세먼지(PM10) 농도는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영남권은 약간 나쁨(일평균 81~120 ㎍/㎥), 호남권, 제주권은 보통(일평균 31~80 ㎍/㎥)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충북, 서울 등은 오전 7시 기준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까지 악화돼 일반인도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염상섭 ‘삼대’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염상섭 ‘삼대’

    염상섭의 ‘삼대’하면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중·고등학교와 대입 논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 책은 학교 시험에도 자주 출제된다. 몇 년 전 한 중학교의 3학년 국어시험에 ‘삼대’가 출제됐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이필순이 1년간 다녔던 공장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였다. 워낙 두껍고 1920~30년대 사용하던 서울 문체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중학생이 읽어내기 어려운 책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지 않으면 찾지 못할 세부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치열한 내신 서열화를 위해 어려운 문제를 내야만 했던 국어 교사의 고민이 느껴졌다. 이 문제의 정답은 ‘고무공장’. 전체 500쪽이 넘는 책에서 한두 번 언급된다. 아이들은 메리야스 공장, 벽돌공장, 철공장 등등 다양한 공장을 만들어냈다. ‘삼대’는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사실주의 문학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주의 문학이란 개성보다는 객관적 인식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을 말한다. 염상섭은 근대의 본질을 성숙한 안목으로 통찰하고 식민지 시기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해 낸 사실주의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아 왔다. ‘삼대’는 1920~1930년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중산층 집안인 조씨 일가에 대한 가족사 소설로 3대에 걸친 갈등을 통해 당시 식민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선일보에 215회로 연재됐다. ‘삼대’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구세대를 대표하는 조의관, 타락한 개화주의자 조상훈, 식민지 세대의 중도적 인물인 조덕기다.(가계도 참고) 조의관은 한말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구세대 인물이다. 자수성가해 재산가가 된 그는 돈을 주고 옥관자를 붙여 양반이 되고, 대동보소를 맡아 족보를 치장하는 데 거액을 들인다. 그는 식민지 시기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한다. 이것은 기독교 신자이자 전통적인 가치관을 무시하는 아들 조상훈과의 대립에서 더욱 강조된다. 조의관의 일생을 지탱한 것은 ‘사당’과 ‘금고 열쇠’였다. 이를 손자 조덕기에게 물려줘 구시대의 가치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아들 조상훈은 기독교인이며 학교 교원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인 홍경애의 부친을 돕다가 아들 조덕기의 동창이기도 한 어린 홍경애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갖자 연락을 끊는다. 이후 김의경이라는 몰락한 양반의 딸과 정을 통하고 노름을 일삼는다. 처음에는 봉건질서에 대항하여 새로운 이념을 폈지만 좌절을 겪으면서 그릇된 길로 가는 과도기적인 인물이다. 염상섭은 그를 통해 좌절한 개화주의 지식인의 정신적·도덕적 타락을 보여줬다. 반면 조덕기는 조상훈의 아들로 일본 유학생이다. 조부와 부친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보여 주며 사상적으로는 사회주의에 심퍼사이저(동조자)의 입장을 나타낸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고 전통적인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점은 조부를 닮았고, 이필순에 대한 이성애적 이끌림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집안의 가족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고 한다. 진보주의자로 등장하는 김병화는 친구 조덕기와 대조적인 인물로 사상과 행동에 급진적인 모습을 나타내지만 뚜렷한 활동을 하지 않는 관념적 사회주의자였다. 하지만 홍경애를 통해 피혁을 만나고 ‘산해진’이라는 반찬가게를 꾸려 사회주의 지하당 조직을 재건하는 아지트로 사용하며 실천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홍경애는 기독교인이자 독립유공자였던 아버지를 보살펴 주던 조상훈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타락의 길을 걷다가 김병화를 만나 간접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김병화와 동지애를 확립해 나간다. 필순은 자신에게 친절한 덕기에게 끌리지만 그의 재산에 대한 거부감과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다잡는다. 삼대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갈등은 조의관과 조상훈의 대립이다. 그들은 증조부의 제사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그리고 조의관이 아들인 조상훈을 배제하고 손자 조덕기에게 재산상속권을 주면서 관계는 더욱 뒤틀린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관계들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돈’에 대한 욕망이다. 조의관과 수원집, 조상훈과 홍경애, 김의경 등 각 인물의 돈에 대한 욕망이 서로를 할퀴며 몰락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젊은 첩 수원집의 수작으로 조의관이 비소에 중독돼 사망하게 된 것이라든지 조상훈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고를 턴 것은 돈에 의해 몰락해 가는 가족의 윤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는 이념 갈등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조덕기는 봉건주의나 서구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식민지 지식인의 전형이다. 당시 수용된 사회주의의 동조자인 그는 김병화를 물심양면 돕는다. 반면 김병화는 조덕기의 현실 타협적인 자세를 비판하지만 수시로 물질적인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 이는 장훈과 피혁 같은 직업적인 사회주의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삼대’는 식민지 시기 변화하는 각 세대의 가치와 의식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를 살던 개인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오늘날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해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 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삼대’의 비극은 자신의 욕망을 다음 세대에까지 존속시키고 강요하고 집착한 데 있다. 요즘에도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세대에게 강요하는 일이 많다. 특히 가장 심각한 현상은 과열된 교육열이다. 이것은 ‘삼대’의 조의관이 보였던 집착과 같은 색깔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욕망을 추종하게 된 아이들은 학업 부담을 안고 끝도 없는 경쟁에 노출된다. 요즘 중2병이나 사춘기가 심한 것도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강요된 삶을 사는 학생들의 절규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나 자녀 모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그 과정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한다. 건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개인들이 가족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확대시켜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삼대‘의 욕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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