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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손학규 대표 ‘낡은 진보 타파’ 지켜보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진보는 이념의 굴레에 갇히지 말고 철저히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민생 진보를 선언했다.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겠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과의 야권연대나 통합의 미련 때문에 민주당이 이념적으로 혼선을 겪는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가 안고 있는 “손학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자신의 정체성 시비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 중도개혁세력을 규합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우리는 손 대표의 ‘낡은 진보 타파’ 의지가 실천될지 지켜보겠다. 손 대표는 국회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겠다며 실행 의지도 밝혔다. 6월 민생국회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이 우선순위가 되도록 하겠다니 기대가 된다. 이념으로 덧칠된 정쟁의 틀이 아닌 민생문제를 놓고 고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반갑기도 하다. 손 대표의 약속대로 이행된다면 우리 정치는 진보냐 보수냐의 이분법적 이념 논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정치권의 케케묵은 이념 논쟁에 염증을 내고 있다. 지난달의 재·보선 등 선거 때마다 이를 표심으로 드러냈다. 손 대표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민심을 읽고 정치공학적 야권 통합이나 연대에 선을 긋고 내년 총선·대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 같다. 따라서 ‘손학규 정치’의 성패는 이제 본인 약속 이행에 달렸다고 하겠다. 진보세력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과 관련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친북·종북 노선을 답습했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일부 진보세력과는 더 이상 연대라는 정치적 이해에 연연하지 않고 중간층을 보다 광범위하게 포용하는 길로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손 대표의 공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벌써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손 대표가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반석에 올려 놓으려면 지역이나 이념 갈등의 빌미를 주어선 안 된다. 손 대표가 나아가야 할 중간층은 한없이 넓다.
  • “한반도 비핵화 여건 조성 노력… 내년 FTA 협상 돌입”

    “한반도 비핵화 여건 조성 노력… 내년 FTA 협상 돌입”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한 뒤 “중국의 발전상황을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초청 사유를 직접 설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 확인한 것이나, 구체적으로 초청 사유까지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비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한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전에 비해 심도 있는 대화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초 한·중 정상회담은 단독과 확대 30분씩 한 시간 예정이었지만, 단독회담이 한 시간으로 길어지면서 확대회담 10분을 합쳐 모두 한 시간 10분간 동안 진행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남북대화를 거쳐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이어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원 총리가 북한의 핵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우리 정부 입장에 중국이 원론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향후 6자회담이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산적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정상은 실제로 양자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이라는 목표에 공통인식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특히 내년 양국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경제·통상 교류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양자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조만간 협상을 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전돼 왔다는 데 공감하고,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올해 양국 간 교역목표인 2000억 달러를 조기에 달성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오는 2015년 3000억 달러 교역목표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또 오는 7월부터 운항되는 김포~베이징(北京) 직항노선의 개설을 환영하고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인적교류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2012년이 양국 수교 20주년이자 ‘한국방문의 해’로서 여수엑스포가 개최되는 시기인 만큼,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올 들어 첫 번째 양국 간 최고위급 회담으로, 양 정상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관련한 한·중 원자력 안전협력 방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北 변화 유도 못하고 효과 미진… 지원 늘려 대화물꼬 터야”

    “北 변화 유도 못하고 효과 미진… 지원 늘려 대화물꼬 터야”

    북한과의 교역 중단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발표된 뒤 1년이 지났다. 많은 전문가들이 5·24 조치는 ‘목적 달성에 실패한 전략’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북·중 경제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해 대화 재개에 나서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24 조치는 당초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시인, 사과 등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이뤄졌으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점에서 전문가들은 ‘효과가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을 고립시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으나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다. 차라리 아무 조치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칙 있는 대북관계를 모색하는 정부로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민족 내부의 혈연적 성격이 강한 남북한 관계에서 인도적 지원이 축소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 고위당국자가 밝힌 ‘3억 달러 효과’ 논란에 대해서는 5·24 조치로 인해 남측이 입은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남북교역 중단으로 인한 일반 교역, 위탁, 임가공업체의 손실, 개성공단 축소, 항공기 우회 등을 계산하면 북한의 10배 이상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항공기 우회로 인해 미주노선의 경우 1회 30분, 4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1년간 40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더 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도 “연간 3억 달러의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의 대중국 교역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24 조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각 해제하기보다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한 대화 재개 방안을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원하는 국민정서가 있기 때문에 갑자기 해제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우리 스스로 5·24 조치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기보다는 한편으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대화를 통해 5·24조치를 풀어야 한다.”면서 “정치상황에 변화가 오더라도 최소한의 남북교류는 지속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규모 식량을 인도적 지원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연한 대처도 주문했다. 이상만 교수는 “김정일 방중으로 북·중 간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5·24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지기 전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윤 회장은 “정부의 원칙 일관성에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성과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주도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통 큰 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조원 교수도 “북한도 남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므로 남북 양측 모두 대화의 수요는 있다.”면서 “퇴로가 막힌 것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 교수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지고 북·중관계를 바탕으로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성숙되면 남측이 대화에 따라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면서 “낮은 급의 대화 접촉을 늘려 가면서 최후에 정상회담에서 재발 방지와 미래지향의 상향식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김정일 9개월만에 또 訪中

    김정일 9개월만에 또 訪中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새벽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헤이룽장 무단장(牧丹江)에서 동북항일연군기념탑을 찾아 헌화하고 명승지인 징포후(鏡泊湖)를 관람한 뒤 오후 9시 10분(현지시간)쯤 특별열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수행원 70여명 가운데 후계자인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경유지 임시 숙소인 무단장의 홀리데이인 호텔에 들어서는 김 위원장 일행 가운데 김 부위원장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이날 새벽 6시 30분쯤 지린성 투먼(圖們)에 도착했으며 곧바로 헤이룽장성 무단장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향후 이동 노선과 관련,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방중 때의 역순으로 헤이룽장성 성도인 하얼빈(哈爾濱)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랴오닝성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오는 28일 압록강 황금평 공동개발 착공식을 비롯해 최근 확대일로의 북·중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핵 6자회담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이달 말 황금평 공동개발 및 중국 훈춘(琿春)~북한 나선 간 도로포장 착공식 등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은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도착한 투먼과 무단장 등에 무장 경찰을 집중 배치하는 등 김 위원장의 방문 예상 지역인 동북 3성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특파원 칼럼] ‘빅 브러더’ 중국/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빅 브러더’ 중국/박홍환 베이징특파원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휴대전화 위치정보, 감청…. 개인의 삶 전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세상이다. 영화 속에서 트루먼 버뱅크는 힘껏 노를 저어 30여년간 세상사람들이 자신을 관음케 한 ‘트루먼 쇼’의 굴레를 벗어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빅 브러더’가 만들어 놓은 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1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빅 브러더’의 섬뜩한 힘을 실감시키는 ‘쇼’가 재연됐다. 이날 제2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음주 교통사고 뺑소니범에 대한 공개재판은 수억명이 시청하는 중국중앙(CC)TV를 통해 생중계됐다. 피고인 천자(陳家)는 지난해 5월 9일 새벽 5시 36분 만취한 채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자신의 인피니티 승용차를 몰고 가다 베이징 창안제(長安街)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 한 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 가운데 가장과 쌍둥이 딸 한 명이 숨졌다. 천자는 사고 수습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재판에서 검찰은 천자의 음주운전 및 뺑소니와 관련된 각종 폐쇄회로 TV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우선 피해 차량이 빨간색 신호등을 앞두고 정차해 있는 상황에서 천자의 승용차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들이받는 장면이 재생됐다. 피해 차량을 들이받은 뒤 노선버스 앞부분과 재차 충돌한 가해 차량에서 운전자인 천자가 동승자와 함께 내려 살펴보는 장면도 고스란히 촬영됐다. 사고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동승자와 슬그머니 현장을 벗어나는 천자의 모습도 폐쇄회로 TV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내친김에 검찰은 천자의 음주 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제시했다. 천자가 당일 새벽 3시 30분쯤 베이징의 한 술집 룸에 친구들과 함께 도착해 새벽 5시 10분쯤까지 술을 마시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동영상 속에서 이들은 양주 4명을 나눠 마셨고, 술집 문 앞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천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출발하는 장면도 그대로 찍혔다.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들인 셈이다. 천자는 “증거물에 이견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날 재판은 음주운전에 대한 일벌백계 의지를 밝히는 차원에서 공개해 생중계됐지만 ‘빅 브러더 중국’의 실체를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술집의 룸 등 격리된 공간까지 파고든 감시카메라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목덜미가 섬뜩해지기도 한다. 사실 중국사회의 ‘빅 브러더화’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2009년 7월, 한족과 위구르족 간 민족 충돌이 빚어진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 지난해까지 4만 7000대가 넘는 감시카메라가 새로 설치됐는가 하면 남부 광둥성은 18억 달러를 들여 지난해 말까지 주요 도시에 감시카메라 100만대를 설치했다. 충칭시도 내년까지 시내 감시카메라를 50만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현재 700만대 수준인 감시카메라를 2014년까지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베이징시는 전 시민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수집, ‘시민 외출동향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고스란히 파악하겠다는 얘기다. 교통체증 관리 등으로 이용 목적을 한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시민들은 없다. 오죽하면 관영 언론들조차 “반드시 이용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을까. 중국에서는 휴대전화 도·감청도 일상화돼 외교관들과 외신기자들은 휴대전화로는 절대 중요한 통화를 하지 않는다. 감시의 눈길을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2020년까지 독자적인 위성 위치정보시스템(GPS) 구축을 마치고 전 세계의 위치 정보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고성능 첩보위성도 잇따라 쏘아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금 세계의 ‘빅 브러더’를 꿈꾸며 우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쏘아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너희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다 지켜보고 있다.” stinger@seoul.co.kr
  • [김정일 전격 訪中] 경제난 타개 행보… ‘창지투’ 둘러볼 듯

    [김정일 전격 訪中] 경제난 타개 행보… ‘창지투’ 둘러볼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개월 만에 예상을 뛰어넘는 재(再)방중을 감행했다. 지난해 두 차례 방중도 의아했는데 9개월 만에 김 위원장이 또다시 북·중 국경을 넘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초기에 김 위원장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설이 강력하게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中, 北 경제악화가 동북아 위협 판단 그런 점에서 방중 목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두 차례 방중에서도 중국 측과 해결하지 못한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방중에서 양측은 여러 가지 이견을 드러냈고, 그 때문에 김 위원장이 예정보다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개혁·개방 경험을 전수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하자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3개월 만에 김 위원장이 또다시 방중한 것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려는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중론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개혁·개방이 여전히 미흡하고, 북한의 경제적 곤궁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중은 양측 간 교역이 더욱 활발해졌고, 이달 말 압록강 황금평 개발 등 대대적인 양국 간 경협이 본격화된다는 시점상의 특징 때문에 북한의 경제난 타개를 위한 행보로 여겨진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방중 때 후 주석에게 ‘동해 출해권’을 내주겠다고 약속했고, 양측은 이달 말 중국 훈춘(琿春)~북한 나선특별시 도로포장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이 지난해 합의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창춘(長春)과 지린(吉林) 등 중국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발계획’의 핵심 도시들을 둘러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0일 “중국은 북한 지도자들이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둘러보며 경제발전의 의지를 다지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한·미·일 간 3각동맹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방중은 북·중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싶어 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북·중 지도부는 언제든 상호방문할 수 있는 혈맹관계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미·일 3각동맹이 결코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셈이다. ●창지투는 中 동북지역 개발 핵심 창지투 개발계획은 중국 정부가 낙후된 동북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동북진흥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2009년 창춘과 지린, 두만강 유역을 잇는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관건은 북한과 러시아에 막힌 출항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항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동북 지역의 물류는 수천㎞의 내륙 노선을 거쳐 바다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물류비가 소요된다. 북한의 나진항을 중국이 10년간 사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진항을 물류기지로 활용하려면 부두 조성과 교통망 확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김정일 전격 訪中] 첫날 표정…무단장 항일기념탑 참배뒤 명승지 징포후 방문

    [김정일 전격 訪中] 첫날 표정…무단장 항일기념탑 참배뒤 명승지 징포후 방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9개월 만의 방중 첫날인 20일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낸 뒤 오후 9시 10분(한국시간 오후 10시 10분)쯤 특별열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일각에서는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哈爾濱)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랴오닝성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무단장에서는 동북항일연군기념탑을 찾아 헌화했고, 승용차로 왕복 6시간 거리인 명승지 징포후(鏡泊湖)를 방문했다. 이어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쯤 숙소인 무단장 홀리데이인 호텔로 돌아간 김 위원장 일행은 2시간여 휴식을 취한 뒤 특별열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방중 길로 선택한 북한 남양~중국 투먼(圖們) 노선은 지난해 8월 마지막 방중 시 귀국길로만 이용했을 뿐 중국 땅을 밟을 때 한 차례도 선택하지 않은 생소한 노선이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다섯 차례의 방중 때는 모두 신의주~단둥(丹東) 노선을 이용했고, 지난해 8월 방중 때는 만포~지안(集安) 노선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동북지방 경제개발의 핵심 지역이자 북·중 경협의 시험무대인 창춘·지린·두만강 유역을 관통하면서 경제난 타개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김 주석의 ‘혁명열기’를 다시 한번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 경제협력 구상을 자기 책임하에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간에서 중국 측이 제공한 차량으로 갈아타고 방중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예상 이동경로인 하얼빈~무단장 고속도로에 공안을 가득 실은 트럭 4대가 목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통과한 투먼과 첫 기착지인 무단장 등에는 하루 종일 중국의 무장 경찰이 집중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투먼의 한 철도 관련 공무원은 “북한의 ‘1번’(김 위원장 지칭)이 왔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이달 중순부터 투먼을 관할하는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고위 인사의 방중 조짐이 엿보였다. 오는 8월 옌지(延吉)에서 열리는 국제상품교역회 관련 협의를 위해 이번 주말 옌지를 방문하려던 우리 측 모 인사는 지난 18일 “너무 바빠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 일본의 한 민영방송사는 관련 정보를 듣고 19일 밤 취재진을 옌지에 급파했으나 투먼으로 가는 도중에 검문에 걸려 베이징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일부 마이크로블로그 등에도 이날 새벽 “투먼 시내에 공안이 쫙 깔렸다.”, “무슨 일이 있나.” 등의 글이 뜨는 등 일부 네티즌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최근 들어 대사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최고지도자급 인사들을 집중 면담한 까닭도 김 위원장 방중으로 풀렸다. 김 위원장 방중을 위한 사전 협의였던 셈이다.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측근인 지 대사는 김정은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부임했으며 이 때문에 지 대사의 행적이 김정은 방중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지 대사는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 등을 잇따라 면담했고, 장관급인 리충쥔(李從軍) 관영 신화통신 사장, 장옌눙(張硏農)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사장, 차이우(蔡武) 문화부장 등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누굴 만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후진타오 주석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아프리카를 방문 중이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때문에 최소한 22일까지는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태다. 그런 점에서 후 주석과 만나지 않는다면 권력 서열 4~6위인 자칭린 정협주석, 리창춘 상무위원, 시 부주석이 김 위원장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지 대사가 최근 면담한 지도자들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젊은 대표론’ 역풍… “野 2중대냐” 反소장파 전열 정비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쇄신론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우선 옛 주류 세력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젊은 대표론’이 또 다른 권력투쟁으로 비치기 시작한 데다 내부 목소리도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를 주도하고 있는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19일 “재보선 패배 당시의 절박감은 사라지고, 쇄신을 당권투쟁으로 몰아가는 견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당 혁신이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도 “소장파 중 일부가 섣불리 ‘젊은 대표론’을 언급해 반격의 빌미가 됐다.”면서 “친이계가 기득권을 행사하는 당내 역학관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당권을 잡지 못하면 쇄신도 할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가 소장파 내에서도 권력투쟁으로 오해돼 추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장파가 주춤하는 사이 구주류 측은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해체가 예상됐던 이재오 특임장관 주도의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김영우·조해진·강승규 의원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은 반(反)소장파 정서를 갖고 있는 세력을 규합해 당의 노선을 ‘좌클릭’하려는 소장파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야당의 정책이 일시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해서 흉내내기를 하면 야당 2중대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립 소장파, 친박 소장파, 친이계 일부가 뭉친 ‘새로운 한나라’는 당장 법인세 감세 철회를 놓고서도 내부 이견이 구체화되고 있다. 중립파들은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동시 철회를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의견에 따라 법인세 감세 유지를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남경필·정두언 의원과 함께 젊은 대표로 거론되던 나경원 의원은 ‘보수 강화론’을 내세우며 소장파와 거리를 두고 있고, 권영세·유승민 의원이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단일화를 장담할 수도 없다. 이와 반대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 등 중진 의원들의 대표 도전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대한항공·아시아나 6월 한달간 유공자 동반가족 1인 할인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월 한달간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및 유족의 동반가족에게 국내선 일반석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18일 밝혔다. 유공자와 유족은 두 항공사의 국내선 전 노선에서 평소대로 30~50%의 할인을 받고, 6월 중에는 이들의 동반가족 1인도 10~30%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두 항공사 모두 가족의 범위는 증조부모, (외)조부모, 부모, 배우자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 (외)손자녀, 며느리, 사위 등으로 한정한다. 아시아나는 에어부산과 공동 운항하는 부산~제주 노선은 10%의 할인율을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보훈처에서 발행한 유공자·유족 신분증과 가족관계 확인서류(주민등록등본·호적등본 등), 동반가족의 신분증을 지참하면 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퇴직상관 전화는 대부분 청탁… ‘밥값’ 하겠다는데 거절못해”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퇴직상관 전화는 대부분 청탁… ‘밥값’ 하겠다는데 거절못해”

    “과장이나 국장 등 상관으로 모셨던 분의 전화는 좀 불편합니다. 대부분 무엇인가를 부탁하기 마련이거든요.”(과천청사 고참과장 A씨) “나가신 상사가 부사장 명함 갖고 밥 사고 운동 같이하자고 연락하는데 안 갈 이유가 뭐 있습니까.”(퇴직 관료 B씨) 서울신문이 전·현직 공직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전관예우 실상의 한 대목들이다. ●역시 금융당국이 꽃보직 올 초 금융위원회 A과장은 한 금융사에 임원으로 근무 중인 퇴직 공무원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주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목록에 해당 금융사 안건을 꼭 넣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금융위에서 안건이 승인된 뒤 금융사 내부적으로 밟아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당시 전화를 한 시점이 물리적으로 마지노선이었다. 안건은 부탁대로 올라갔고 해당 금융사는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금융사 임원으로 근무 중인 B씨. 임원 취임 직후에 금감원의 미스터리쇼핑(현장모니터링)에서 걸린 영업점의 불완전 판매행위에 대해 담당 국장에게 전화로 “국장, 우리가 잘못했고, 앞으로 고치겠으니 제재 단계를 통보된 것에서 한 단계만 낮춰 달라.”고 부탁했다. 담당 국장은 제재 단계를 한 단계 낮춰 줬다. ‘용역 수주용’ 청탁도 흔하다. 사업부처의 C 국장은 “전직관료가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긴 경우, 학교차원에서 용역업무를 맡기 위해 얼굴을 자주 내미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청탁은 대형사업을 앞두고도 이뤄진다. 한 퇴직관료는 “토목담당 기술직들이 산하기관을 거쳤다가 일반 건설회사로 나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정부 턴키 심사할 때 보면 그 사람들을 통해 연락들이 오죠. 도로, 항만 다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특혜 대우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배들이 나가서 ‘밥값’하겠다는 데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방공무원 출입차단까지 할 지경 용역과 버금가는 흔한 민원이 바로 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중앙부처 간부 출신들의 자치단체장 진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자체 부단체장은 행정안전부에서 내려간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니 예산철이나 자치단체의 현안이 생길 때마다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을 찾는 지자체장 및 부단체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각종 교부금을 비롯해 다음 해 예산편성에 힘을 써 달라는 부탁들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 대형 국책사업의 행방을 두고 몇몇 단체장들은 아예 서울 살림을 차렸을 정도다. 이 때문에 총리실, 행안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위치한 중앙청사는 급기야 과학벨트 입주지 발표날인 지난 17일까지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공무원의 출입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급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식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부처 출신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제반 재정이나 교부금 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특히 지자체들끼리 경쟁하는 사업주체를 선정할 때는 전직 상관의 청탁이 직접 들어오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실정은 최유진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공무원 인식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중앙부처 행정직 공무원 1676명을 대상으로 퇴임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부 등 경제관련 부처 공무원이 11%, 사정기관 공무원이 11.6%, 기타 행정서비스 기관 공무원이 15.1%를 차지했다. 이동구기자·부처종합 yidonggu@seoul.co.kr
  • 키신저 前 美국무 회고록서 한국전쟁 비화 공개

    키신저 前 美국무 회고록서 한국전쟁 비화 공개

    지난 17일 시판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은 김일성의 과도한 자신감, 미국의 한국 중요성 무시와 판단 착오, 스탈린의 욕심과 오판, 소련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보 경쟁 등이 복합 작용해 일어났다.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동아시아 미군 방어선(애치슨라인)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북한에 ‘청신호’를 던졌다. 애치슨은 의회에서 한국이 방어선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되고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실 한국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미국의 국제안보 개념에 한국에 대한 방어는 고려되지 않았다. 김일성의 거듭된 남침 승인 요구에 대해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 부정적이던 스탈린이 태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는 스파이망을 통해 입수된 미국의 극비 문서였다. ‘NSC-48/2’라는 이름의 이 문서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입안해 1949년 12월 30일 트루먼 대통령이 승인한 안보정책 보고서다. 문서는 “한국을 미국의 극동 방어선 외곽에 둔다.”고 명시, ‘애치슨라인’을 반신반의하던 스탈린에게 확신을 안겨 준다. 이 문서는 이중 스파이인 영국 정보부 출신 도널드 매클린을 통해 소련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스탈린이 마오쩌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소련에 부여해온 특혜를 곧 종료시킬 것임을 통보받은 것도 남침 승인의 한 요인일 수 있다. 스탈린은 다롄항 사용권을 잃을 경우 대안으로 통일된 한반도의 부동항을 마음껏 사용하고 싶어 했을 법하다. 그러면서도 음흉하고 조작에 능한 스탈린은 나중에 혹시 일이 잘못됐을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는다. 그는 김일성에게 유럽 쪽을 방위하느라 여력이 없다며 “소련으로부터 큰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정 도움이 필요하다면 마오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마오는 타이완을 정복할 때까지는 전쟁을 피하고 싶었지만, 김일성이 스탈린의 승인을 받았다고 하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소련에 빼앗길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동의했다. 김일성은 마오가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냐고 묻자 북한군과 남한 내 빨치산의 공조만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거만하게 말했다. 애치슨라인의 목적은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소련을 견제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 애치슨은 중국은 소련과 분리된 독자적 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던 유고슬라비아의 티토와 같은 노선을 밟아야 한다며 스탈린의 신경을 자극했다. 스탈린은 마오에게 애치슨의 연설이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할 것을 종용했지만, 마오는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한국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목표가 부재했다. 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물리치는 것까지가 목표인지, 북한군을 궤멸시키고 통일을 시키는 게 목표인지 좌표가 없었다. 이에 따라 군사작전의 결과가 정치적 판단을 이끌었다.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에야 트루먼 행정부는 한반도 통일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택했다. 마오가 한국전 참전을 결심한 시기는 미군이 1950년 10월 38선 이북을 넘어 두만강으로 북진했을 때가 아니라 미군이 참전을 결정한 때부터였다. 미군 개입은 바로 북한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전보(電報)/이춘규 논설위원

    염상섭은 우리 문학의 근대성을 한 차원 높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단편 ‘만세전’은 도쿄 유학생인 주인공이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電報·telegram)를 받고 조선으로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기까지를 다뤘다. 3·1운동 이전 조선의 식민지 현실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민족의 잠재된 저항의식을 자극했다는 평도 있다. 심훈(동방의 애인), 나도향(춘성) 등 일제시대에 활약한 작가들 작품에도 전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보 업무가 시작된 것은 1885년 8월이다. 서울과 인천 사이, 지금의 경인고속도로 노선을 따라 깔린 전신을 이용했다. 청나라 기술과 자본에 의존했다.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전보사업권을 가져갔다. 국제전보 업무는 1913년 12월 일제에 의해 서울과 도쿄 사이에 개통되었다. 일제는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1941년 7월에는 한글 전보를 전면 폐지해 버렸다. 1946년에야 한글 전보는 부활했다. 전보는 이용자가 알리려고 하는 정보를 전기통신설비를 이용, 종이에 기록해 수취인에게 신속하게 배달하는 통신수단이다. 전화나 이메일이 일상화되기 이전까지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다. 197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지방 출신 젊은 근로자나 학생들은 고향에서 ‘○○○ 위독 급래 요망’이라는 전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지방의 부모가 ‘급송금 요망’이라는 자녀의 전보에 시름하는 모습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전보는 1844년 미국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가설된 철도용 전신 시설을 이용해 배달됐다. 영국(1846), 독일(1848), 프랑스(1850), 이탈리아(1860) 등 유럽의 여러 나라로 전보가 퍼져나갔다. 전보는 제국주의 팽창기 전쟁 등을 치르면서 각국에 전파됐다. 일본은 1869년 12월 도쿄와 요코하마 간 국내 전보가, 국제 전보는 1871년 덴마크 자본에 의해 개시됐다. 현재 전보 사업은 대부분 국가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전보는 생명이 질기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통신 수단의 대표주자다. 전보 착신 건수는 하루 7166건으로 한달 평균 20만건에 달한다. 비용은 전화나 팩스로 신청할 경우, 기본 50자가 제공되고 다섯 글자 추가 때마다 100원씩 오른다. 전보는 해마다 줄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9년 267만건에서 지난해에는 238만건으로 1년 새 30만건이 줄었다. 그래도 인사를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슬픔보다는 승진축하 등 기쁨을 많이 배달한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제주 비경 ‘사려니숲길’ 걸어볼까

    제주 비경 ‘사려니숲길’ 걸어볼까

    일년에 딱 한 차례, 보름 동안이다. 제주의 31개 숨은 비경 가운데 하나인 ‘사려니숲길’ 전 구간이 마침내 오는 22일 열린다. 사려니숲길위원회는 ‘숲 생태치료 체험’을 주제로 한 ‘사려니숲길 걷기’를 22일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물찻오름 진입로에서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사려니숲길 입·출구인 비자림로 물찻오름 진입로를 출발해 남쪽으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16㎞), 물찻오름에서 동쪽으로 붉은오름을 거쳐 남조로(10㎞), 서쪽 성판악 앞 516도로(9㎞), 물찻오름 왕복(9.4㎞) 등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행사 기간 비자림로와 남조로, 서성로(서귀포시 한남시험림 입구) 노선에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물찻오름 진입로 행사장에서는 어린이 자연학습 프로그램과 임산물 전시관이 운영되고, 숲속 사진전도 열린다.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간 숲 체조와 명상 체험이 진행되고,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는 비자림로에서 난대산림연구소 강영제 박사와 제주생태교육연구소 현원학 소장 등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길 탐방을 할 수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오바마 “알래스카 원유 개발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치솟는 국내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알래스카 원유 시추 규제를 완화하고 멕시코만 원유 개발을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멕시코만 광구 분양 등 증산카드 휘발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3.79ℓ)당 평균 4달러에 육박해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유가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 “알래스카 국립 원유 보존 지역에 연례 광구 분양을 실시하고, 대서양 중남부의 원유 및 가스 지역의 개발 평가를 조속히 진행하도록 내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립 원유 보존 지역의 원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원 보존을 위해 중요하고 민감한 지역은 각별히 보호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유 증산을 위한 알래스카에서의 연례적인 광구 분양은 처음이다. 과거에도 알래스카 원유 보존 지역의 광구 분양은 있었지만 비정기적으로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멕시코만의 새로운 원유 지역에 대한 광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석유회사들이 연근해의 광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유 증산을 위한 규제 완화는 공화당의 단골 정책이다. 이날 오바마의 주례 연설도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이 해안 지역의 석유 및 가스 시추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에 나왔다. ●“개발에 5~6년… 효과 불투명” 하지만 오바마의 증산 카드가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광구 분양과 시추, 원유 생산, 정제에 이르기까지는 5~6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휘발유 재고도 2억 배럴 정도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바마는 갤런당 4달러 대통령”이라며 정치적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가격은 올 들어 30%이상 상승했으며, 전국의 갤런당 평균 휘발유 가격이 3.982달러로 지난해보다 1달러 이상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고유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유가 투기 세력 조사와 원유선물 증거금 인상 등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통신비 내리기’ 당국 체감효과 고심, 업계 수익저하 반발

    “솔직히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 반응이 어떨지 고민이다. 정유사는 100원 내리고 큰소리를 쳤지만 통신비는 1000원을 인하해도 체감효과가 기대에 미칠지 미지수다. 해법이 쉽지 않다.”(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정부의 통신비 인하 태스크포스(TF)의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한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하안의 핵심으로 체감 효과가 확실한 가입비 및 기본요금 등의 ‘통 큰 인하’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무 부처인 방통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황이지만 가계통신비 절감을 체감할 인하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TF 발표를 통해 도입이 확실시되는 스마트폰의 모듈형 요금제(음성, 데이터, 문자 중 주로 사용 유형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식)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블랙리스트(기기 구입 후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방식)는 요금제 및 유통 구조의 개선으로 당장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애초 통신비 TF가 정부의 물가안정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발족됐다는 점에서 체감 효과가 커야 한다는 압박이 적지 않다. 방통위가 연초 업무 목표로 제시했던 스마트폰 음성통화량 20분 확대 카드를 TF 방안에 포함시킨 것도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음성통화가 20분 늘면 1인당 1000원 정도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통 3사는 가입비와 기본요금 인하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기본요금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입비는 신규 혹은 번호이동으로 이통사를 바꿀 때 내는 비용으로 SK텔레콤 3만 9600원, KT 2만 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이다. 방통위는 가입비가 인하되거나 면제될 경우 번호이동이 촉진돼 이통사 간 가입자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통사로서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방통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통사는 가입 실비 회수가 어렵다고 난색이다. 진통이 큰 기본요금(표준요금제 기준)은 2008년 이후 LG유플러스 1만 1000원, SKT·KT 각각 1만 2000원으로 3년째 제자리다. 이통 3사는 전체 매출액의 50%에 달하는 기본요금이 인하될 경우 치명적인 매출 감소가 유발된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돼 기본요금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음성통화 매출도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이통 3사의 전체 매출은 10조 552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조 4681억원, 순이익은 1조 172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SKT 3.9%, KT 3.3%, LG유플러스 8.9%로 크게 떨어졌다. 1인당 내는 돈은 줄었지만 전체 가입자가 늘어 이익이 난 모양새여서 이통사의 성장성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5·16 50년] “박정희 통과해야 한국 현대사 설명 가능”

    [5·16 50년] “박정희 통과해야 한국 현대사 설명 가능”

    ‘5·16, 쿠데타냐 혁명이냐.’ 5·16 발생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6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쿠데타’와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각 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이 우리나라 근대화에 미친 명암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데타와 혁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학술행사가 열렸다. 13일 오후 1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6과 박정희 근대화 노선의 비교사적 조명’이라는 학술행사는 선입견을 버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에 대해 조명해 보자는 자리였다. 5시간에 걸친 행사는 7명의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한 뒤 토론으로 이어져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박정희 정부의 근대화 정책 자체를 살펴보는 1부와 2부, 아시아 지역의 근대화 경험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평가해 보자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의 빈곤 트라우마 주목해야” 1부에서는 정일준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가 각각 ‘5·16과 군부의 정치참여: 미국의 대한(對韓)정책과 군사정권’, ‘5·16과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5·16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하는 문제에서부터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50년 전 당시 5·16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중심으로 이 정권이 경제발전을 국가 프로젝트로 채택하게 되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정 교수는 1961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버거가 미 국무부 관리들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 미국에서는 ‘5·16쿠데타가 기회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군사지도자에 의한 단순한 권력장악이 아니었다. 한국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정한 시도였다’고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복룡 교수는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에 대한 사상적인 기원을 분석했다. 신 교수는 “박정희 시대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호수’였다.”면서 “이전까지 모든 역사적 흐름이 일단 그의 시대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갈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분야에서든지 한국 현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족중흥 논리’에 대해 발표한 그는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빈곤에 대한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가 꿈꾼 사회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는 나라’였다.”면서 “빈곤 퇴치는 그가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유신의 기원에 대해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추진 역시 국방과 수출산업 강화를 위해서였다.”면서 “박정희는 산업화 과정에서 미완의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좀 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필요성이 유신(維新)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근대화는 軍출신 정치가 개발의지 때문”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박정희 정부 개발정책의 경제사적 배경과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적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성장 잠재력’을 극대로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 비결은 자립적 수입대체 공업화 노선을 개방적 수출 주도 공업화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 같은 노선의 전환은 이념적으로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군인들의 탈법적 쿠데타를 이른바 ‘근대화 혁명’으로 승화시켰던 근본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 다른 후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쉽게 찾을 수 없는 군인 출신 정치가들의 강력한 개발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민주표심은 중도개혁 강화

    ‘김진표 원내대표’를 선택한 민주당의 표심은 수도권 역할론과 중도개혁 강화론으로 요약된다. ●김진표 “수도권 50석 얻어야” 18대 총선 이래 민주당에서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13일 당선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수도권의 한나라당 의석 82석 중 50석 이상 탈환해야 전국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수도권(인천 연수)에 둥지를 틀었다. 여야 모두 수도권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셈이다. 2012년 총선·대선에서 수도권 대전이 예고됐다. 역으로 호남표는 결선에서 강봉균 의원 쪽으로 총결집했다. 그런데도 패배했다. 향후 호남의 경계심이 증폭되고 호남 맹주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은 민주당이 ‘중도개혁’ 좌표를 설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는 강봉균·유선호 의원의 탈락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강봉균식 관료·보수주의 노선이나 유선호식 진보강화 노선도 부담스럽다는 것 아니겠느냐. (김진표 의원의 당선은)중도에서 진보를 바라보는 당의 현 주소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 연대 국면에서 어정쩡한 중도 노선은 순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별 대항전 성격을 띤 점도 예사롭지 않다. 1차 투표 결과는 ‘김진표 31표, 강봉균·유선호 26표’였다. 결선투표는 ‘김진표 36표, 강봉균 35표, 유선호 11표’로 결론났다. ●손학규 중립·정동영 강봉균 지지 손학규 대표는 중립을 선언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의원들은 유 의원의 1차 득표 수 가운데 손심(孫心)이 실린 표가 10표 정도 됐고, 이 표가 결선에서 강 의원 쪽으로 갔다고 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세균 최고위원에 대한 배제 투표”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1표 차’ 신승이라 손 대표에겐 나쁘지 않다. 더군다나 1차에서 유 의원의 체면을 살려줬다. 적절하게 표를 배분한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 측의 쇄신연대와 호남 일부 의원 등 ‘반 정세균’ 진영은 1차에서 강 의원과 유 의원으로 나눠졌다가 결선에서 강 의원으로 결집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쇄신연대가 해체와 결집을 반복한 마당에 노선상 맞지 않는 강 의원을 집중적으로 밀어줄 명분이 없었다. ●박지원 지원이 결정적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의 의중이 1차에서 유 의원, 결선에서 김 신임 원내대표에게 기운 것도 판세를 결정짓는 변수가 됐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회생했다. 친노와 정세균계의 합작이 김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을 이끈 만큼 정 최고위원이 당내 주요 축으로 부활했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제주 뱃길 관광객 요즘만 같아라”

    “제주 뱃길 관광객 요즘만 같아라”

    주말을 앞둔 13일 오후 제주시 성산항. 미끄러지듯 들어온 여객선에서 관광객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항구 주차장에는 이들을 태우고 갈 관광버스와 렌터카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전주에서 왔다는 김모(48)씨는 “비행기보다 낭만적인 것 같아 전남 장흥까지 드라이브를 즐긴 뒤 자가용을 배에 싣고 제주에 왔다.”면서 “배 타는 시간도 2시간 안팎이어서 바다 구경을 하는 데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 뱃길 여행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7월 성산항과 장흥 노력도항을 잇는 1시간 50분대의 쾌속여객선(성인 편도요금 2만 9500원)이 등장하면서 제주 뱃길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취항 이후 지난달 말까지 하루 평균 1400명, 총 41만 1004명을 실어 날랐다. 관광객들이 직접 배에 싣고 온 차량도 6만 404대에 이르고 있다. 이 항로에는 증가하는 뱃길 수요에 맞추려고 여름 성수기인 7월부터 쾌속여객선 1척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의 제주~목포 항로에는 더 쾌적한 여행을 원하는 승객들을 겨냥해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크루즈여객선이 투입됐다. 지난 2월에는 수도권 관광객과 물류 수송 등을 위해 제주~평택 노선에도 여객선이 신규 취항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개월간 제주를 기점으로 한 7개 항로의 이용객은 64만 27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만 1334명보다 25.7%나 급증했다. 특히 성산항~노력도항 항로에 뱃길 관광객이 몰리자 제주와 가까운 전남과 경남에서는 앞다퉈 추가 항로 개설을 추진 중이다. 제주~우수영, 제주~여수, 제주~삼천포, 제주~통영 등 항로가 거론되고 있다. 제주 뱃길 여행에 지역민뿐만 아니라 서울 등 외지 여행객들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전남·경남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제주도는 뱃길 여행객이 늘자 제주공항과 제주항에만 있는 내국인 면세점을 성산항에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쾌속여객선 외에 해수면 위를 낮게 떠서 비행하는 위그선의 제주 뱃길 취항도 앞두고 있다. ㈜오션익스프레스는 오는 10월쯤 전북 군산 비응항과 제주 애월항을 잇는 320㎞ 구간에 50t급(50인승·4만~5만원선) 위그선을 띄우기 위해 지난 2월 조건부 면허를 취득했다. 위그선 2척을 투입해 하루 4차례 왕복 운항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시험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속 180㎞의 속도로 비응항에서 1시간 50분이면 제주에 도착한다. 이 업체는 또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겨냥해 여수~애월 항로(220㎞)에 위그선 취항도 계획 중이다. 내년 2월쯤 50t짜리 3척을 투입해 하루 3차례 왕복 운항하기로 하고, 지난달 14일 조건부 면허를 신청했다. 아울러 ㈜한일고속은 내년 3월쯤 완도~애월 항로(112㎞)에 50t짜리 위그선 1척을 투입해 하루 3차례 왕래하겠다며 지난달 22일 조건부 면허를 취득한 상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신촌 ‘차 없는 문화거리’ 12일 첫 시험

    서대문구 신촌이 차 없는 문화거리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실험(?)을 한다. 구는 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세로와 명물거리 등 신촌 중심가에서 7개 대학 연합축제 ‘우리가 그린(Green) 신촌 장난’(場暖: 따뜻한 사람마당)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참여 대학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명지대, 추계예술대, 경기대다. 이번 축제는 유흥 지대로 전락한 신촌을 고품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으로, 차가 없을 경우 상권에 미치는 영향과 기타 장단점을 점검해 보는 시험 무대다. 특히 상인들이 주관했던 예년과 달리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주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석진 구청장은 “전문 기획사의 도움 없이 학생들의 역량만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실종된 대학가 젊은 문화가 되살아났으면 한다.”며 “가을에는 일방통행만 하는 실험을 하는 등 차 없는 문화거리 조성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은 이 일대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차량 통행 구간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앞 굴다리까지 약 470m와 현대백화점에서 명물거리 광연빌딩 앞 240m 거리다. 현재 연세로를 통과하는 버스는 시내버스 14개 노선과 마을버스 3개 노선 등 모두 18개 노선이며, 시간당 1200여 대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 먼저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로를 거쳐 연대 앞으로 진행하는 차량은 신촌로터리에서 직진해 동교동 로터리 방향으로 우회하고, 반대로 연대 앞에서 연세로를 거쳐 신촌로터리로 가는 차량은 신촌기차역을 경유해 신촌로로 빠져 신촌로터리로 향하면 된다. 이번 축제는 연세로와 명물거리를 ‘심장(場), 볼장, 놀장’ 등 3가지로 구분해 열린다. 중심 무대가 될 ‘심장’인 연세로 현대백화점과 명물거리 일대에서는 연대 인디밴드 등 10여 개 팀이 나와 공연을 펼친다. 명물거리 구간에 마련된 ‘볼장’에서는 공대학생 그림 작품전, 색소폰 연주, 거리 퍼포먼스, 마술쇼 등을 선보이며 신촌 로터리에서 현대백화점 앞까지 구간인 ‘놀장’에는 노천카페, 모바일카페, 전기차 시승장이 들어서며 캐리커처, 금속공예 등 대학생 동아리들의 끼와 재능이 맘껏 발산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인근 창전문화공원에서는 서대문구 13개 동 자치회관의 프로그램 경진대회도 열린다. 한편 구는 지난해 11월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준비했다가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양주시, 지하철 7호선 연장 3차 제안

    양주시, 지하철 7호선 연장 3차 제안

    국지도 39호선 확장 공사와 더불어 서울지하철 7호선의 연장도 교통불편을 겪는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양주시는 1조 6792억원을 투입, 지하철 7호선의 도봉차량기지~의정부 장암역~양주 옥정·고읍지구~포천 신도시까지 33.1㎞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양주시는 의정부시, 포천시와 함께 공동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들 3개 시가 제출한 1차 사업제안서에 대해 막상 타당성을 본격적으로 따져 본 결과 비용편익이 ‘0.43’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3개 시는 마지막 포천 구간을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의정부~양주간 17㎞로 줄이는 2차 방안을 마련했지만 역시 비용편익이 ‘0.64’로 낮게 나오는 바람에 결국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양주시는 지하철 7호선 경기북부 연장 노선을 다시 줄인 3차 방안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난달 경기도에 신청했다. 3차 제안서는 연장 구간을 의정부 장암역~양주 고읍 장거리까지 14.08㎞로 하고, 정차역수를 의정부 탑석, 양주 고읍역 등 2개로 절반으로 축소한 것이다. 양주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계속 낮게 나오자 지난해 7월부터 결과 발표를 연기하면서 세 차례나 사업계획안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정부의 예비타당성 평가 지침이 철도사업에 유리하게 변경되었고, 정부도 새롭게 대안을 마련해 신청하도록 양주시에 권고하면서 차질을 빚던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3차 제안서의 비용편익은 ‘0.9’로 나와 사업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3차 제안서는 경기도와 국토해양부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다음 달 중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결과는 이르면 오는 9~10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3차에 걸쳐 계획서를 수정한 만큼 주민들을 위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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